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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이 버림받는 나라,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경제일보] 지난 6월 전국에서 청약통장 10만여개가 사라졌다. 하루 평균 3300개꼴이다. 2022년 6월 2859만9279명까지 늘었던 가입자는 올해 6월 2583만4034명으로 줄었다. 4년 동안 276만명 넘게 청약 대열에서 빠져나갔다. 금융상품 하나의 인기가 떨어진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다. 청약통장은 오랫동안 무주택자가 국가의 주택정책을 믿고 가입한 통장이었다. 당장 집을 살 돈이 없어도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넣고 무주택 기간을 견디면 언젠가는 새 아파트를 마련할 기회를 얻는다는 약속이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도 오래 일하고 꾸준히 저축하면 내 집에 다가갈 수 있었다. 청약제도는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 시간을 자산으로 바꿔주는 장치였다. 국가는 통장을 만들고 기다리라고 했다. 국민은 10년, 20년씩 돈을 넣었다. 지금 청약통장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6165만원이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공급면적을 33평 안팎으로 잡으면 평균 분양가가 20억원을 넘어선다. 분양가의 10%만 계약금으로 내도 2억원이다. 중도금과 잔금까지 치르려면 평범한 직장인의 근로소득과 저축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가입 기간을 따진다. 실제 입주는 현금 동원 능력이 결정한다. 통장을 오래 유지하고 높은 점수를 받아 당첨돼도 분양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약을 포기해야 한다. 청약통장이 있던 자리를 부모의 재산이 차지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년 넘게 납입해도 당첨 가능성은 낮고 당첨돼도 살 수 없다. 손에 잡히지 않는 기회를 위해 계속 돈을 묶어두는 편이 비합리적인 선택이 됐다. 장기 가입자까지 통장을 깨는 현상은 청약제도의 효용이 무너졌다는 경고다. 서울의 당첨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당첨 가점은 65.81점이었다. 2023년 56.17점, 2024년 59.68점에서 해마다 뛰었다. 일반적인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은 69점이다. 평균 당첨선이 최고점과 불과 3점 차이로 붙었다. 미혼 청년과 결혼 초기 신혼부부는 가점제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 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하면서 청약 점수표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과 막 가정을 꾸린 부부를 뒤로 밀어낸다. 특별공급 유형을 늘려도 공급 물량이 부족하면 경쟁자의 줄만 나뉜다.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노부모 부양, 신생아 특별공급을 계속 덧붙였지만 살 집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공급 부족의 책임을 자격 기준 개편으로 가려온 셈이다. 추첨 물량을 늘려도 분양가가 20억원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이 계약한다. 가점에서 추첨으로 선정 방식을 바꿔도 입주 문턱은 그대로 남는다. 청약제도는 당첨자를 정할 뿐 당첨자가 집을 살 수 있게 해주지 않는다. 공공분양에서도 자금력이 점수로 바뀌었다. 정부는 2024년 11월 청약저축 월 납입 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다. 납입총액으로 당첨 순위를 정하는 공공분양에서는 매달 25만원을 넣어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월 10만원과 25만원의 차이는 1년에 180만원이다. 10년이면 1800만원이다. 월세와 생활비, 학자금 대출을 감당하는 청년에게 매달 25만원은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저축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를 돕기 위해 만든 제도가 돈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서울과 지방의 청약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92.6대 1에 달했다. 울산과 부산, 강원, 전남, 제주 등에서는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단지가 이어졌다. 서울에서는 100명 가까이 줄을 서야 한 명이 당첨된다. 지방에서는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집이 남는다. 서울의 청약통장은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복권이 됐고 지방의 청약통장은 쓸 곳을 찾기 어려운 통장이 됐다. 서울의 높은 경쟁률을 청약제도의 인기라고 내세울 수도 없다. 수백 명 가운데 한 명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돌아가는 구조는 정상적인 주택 공급시장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집이 부족해 벌어지는 쟁탈전이다. 지방에는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은 집이 쌓였다. 지난 5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239가구였고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주택은 2만9350가구에 달했다. 상당수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주택이 부족하고 사람이 떠나는 곳에는 빈집이 늘어난다. 일자리와 대학, 교통망, 의료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태에서 지방에 아파트만 지어 공급 실적을 채운 결과다. 정부의 공급 통계에서는 서울 도심의 한 채와 수요가 줄어드는 지방의 한 채가 똑같이 계산된다. 전국 공급량이 늘었다고 발표해도 서울 출퇴근권의 무주택자가 들어갈 집은 늘지 않는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공급계획서에 적힌 가구 수가 아니라 실제 생활권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이다. 택지를 발표하고 지구를 지정하는 것만으로 주택이 생기지 않는다. 인허가와 착공이 늦어지고 준공이 몇 년씩 밀리는 동안 전셋값과 분양가는 오른다. 주택정책은 발표 물량이 아니라 착공과 준공, 입주 시점으로 평가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대출을 조이고 청약 요건을 손질했다. 공급 부족은 그대로 둔 채 수요자에게 더 높은 문턱을 세웠다. 대출을 줄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은 불편을 감수하고 집을 산다. 저축한 돈 2억∼3억원이 전 재산인 무주택자는 시장에서 밀려난다. 투기를 막는다는 규제가 실수요자의 사다리부터 걷어찼다.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시장을 만든 뒤 청약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분양가는 20억원을 넘는데 금융 통로는 막혀 있다. 당첨권만 주고 입주할 길을 닫아놓은 셈이다. 청약제도는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졌다. 혼인 기간, 자녀 수, 소득, 자산, 거주 기간, 세대 구성, 주택 소유 이력을 모두 따진다. 모집공고문은 웬만한 법률 문서보다 어렵다. 한 항목을 잘못 판단하면 부적격 처리를 받고 당첨 기회까지 제한된다. 규칙이 복잡해진 만큼 무주택자의 기회가 넓어졌다면 감수할 수 있다. 현실은 반대다. 규정은 계속 늘었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줄었다. 청약제도 개편은 공급 부족과 고분양가를 가리는 장막이 됐다. 청약통장 금리를 조금 올리고 세제 혜택을 늘리는 처방도 본질을 비껴간다. 청약통장은 예금 이자를 받기 위해 만드는 통장이 아니다. 집을 분양받기 위해 가입한다. 당첨 가능성이 낮고 당첨돼도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데 금리 몇 푼을 더 준다고 국민이 돌아오지 않는다. 청약통장 이탈은 주택도시기금에도 부담을 준다. 청약저축 자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전세자금 지원에 쓰이는 주요 재원이다. 청약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서민 주거정책을 떠받칠 자금도 줄어든다. 정책 실패가 다시 정책 기반을 무너뜨리는 구조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무주택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서울 도심과 주요 일자리 접근성이 높은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줄이고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 공공택지에서는 토지비와 개발이익을 낮춰 분양가를 억제해야 한다. 공공이 조성한 땅에서 민간 시세와 다를 바 없는 가격의 아파트를 내놓고 서민 주거정책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생애 최초 무주택자에게는 소득과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 통로를 열어야 한다. 분양가와 대출한도가 따로 움직이면 청약시장은 현금 부자의 시장으로 남는다. 가점제도 현재의 가구 구조에 맞게 고쳐야 한다. 1인 가구와 결혼 초기 가구가 가입 기간과 납입 실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 부양가족 수가 적다는 이유로 청년을 사실상 배제하는 제도는 저출산 시대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청약 조건을 다시 손보는 데 그칠 일이 아니다. 미분양을 해소하고 실수요를 만들 수 있도록 산업과 교통, 교육 정책을 주택 공급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사람이 갈 이유가 없는 곳에 아파트만 짓고 청약 미달을 수요자의 선택 탓으로 돌려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대목은 1순위 가입자까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통장을 유지한 사람들이 기다림을 끝내고 있다. 수년간 돈을 넣어온 가입자는 작은 금리 차이 때문에 통장을 깨지 않는다. 당첨되기 어렵고 당첨돼도 살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 떠난다. 4년 동안 276만명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개인 사정의 합계로 넘길 수 없는 규모다. 청년이 청약통장을 만들지 않고 신혼부부가 서울을 떠나며 장기 무주택자가 통장을 깨는 사회에서는 근로소득보다 상속과 증여가 집의 주인을 결정한다. 집을 가진 부모와 그렇지 못한 부모의 차이가 자녀 세대의 주거와 결혼, 출산까지 갈라놓는다. 국가는 국민에게 통장을 만들고 기다리라고 했다. 국민은 돈을 넣고 무주택 기간을 견뎠다. 그 사이 필요한 곳의 공급은 부족해졌고 분양가는 20억원을 넘어섰으며 현금이 없는 실수요자의 금융 통로는 좁아졌다. 청약통장을 깬 국민이 국가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 아니다. 주택정책이 먼저 신뢰를 잃었다. 276만개의 해지 통장은 정부에 보내는 항의서다. 정부가 읽지 않는다면 다음에 사라지는 것은 청약통장만이 아니다. 일해서 번 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 대한민국 중산층을 만들어온 통로가 함께 사라진다.
2026-07-21 09: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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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vs 시행사… '창동민자역사 분양 갈등' 계약내용 따져봐야
[경제일보] 22년 만에 준공된 창동민자역사 현 아레나X스퀘어를 둘러싼 분양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임대분양계약자들은 수익률 조건과 잔금대출 안내, 시행사 재무 상태, 약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와 법원 판단을 종합하면 수분양자 측이 제기한 쟁점 가운데 계약서와 법원 판단을 기준으로 다시 따져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인 창동역사 주식회사는 수익률 보장과 잔금대출, 권리보전 문제를 둘러싼 수분양자 측 주장에 대해 “계약 내용과 다른 해석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창동민자역사는 일반 매매분양이 아니라 일정 기간 상가를 사용할 권리를 받는 임대분양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진 사업이다. 쟁점이 커질수록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 주장에 기대는 판단이 아니라 계약서와 법원 판단, 자금관리 방식에 관한 확인이다. ◆5% 수익률, 전체 수분양자 대상이었나 가장 큰 쟁점은 연 5% 확정수익률 논란이다. 수분양자 측은 시행사가 분양 당시 연 5% 수익을 약속했으나 준공을 앞두고 이를 2.5%로 낮추는 동의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수익률은 상가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인 만큼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계약의 중요한 조건이 사후에 바뀌었다”는 불만이 커졌다. 시행사 측 설명은 다르다. 5% 수익률 보장은 전체 수분양자에게 일괄 적용된 조건이 아니라 일정 기간 분양 촉진을 위해 진행한 프로모션 대상자에게만 부여된 조건이라는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5% 수익보장 증서가 나간 수분양자에게는 당연히 5%를 지급한다”며 “그 약속을 2.5%로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행사 측에 따르면 전체 호실은 1380호실 안팎이고 5% 보장 대상은 일부 수분양자에 한정된다. 나머지 수분양자는 시행사가 직접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입점 업체와 수분양자를 연결해 임대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2.5%는 5% 보장 대상자의 수익률을 낮춘 것이 아니라 보장 증서를 받지 않은 수분양자에게 입점 업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기본 조건”이라며 “실제 수익률이 5%나 7%로 나오면 그 수익은 수분양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수익률 논란은 결국 문서로 가려야 한다. 5%라는 숫자가 계약서 본문에 들어갔는지, 별도의 수익보장 증서가 발급됐는지, 그 대상과 기간이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진다. 5% 수익보장이 모든 수분양자에게 적용된 조건이었다면 시행사의 책임 논의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일부 프로모션 대상자에게만 부여된 조건이고 해당 대상자에게는 계속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면 “5%를 2.5%로,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는 주장은 다시 따져봐야 한다. 분양 상담 과정의 설명과 계약서에 편입된 약정은 법적 무게가 다르다. 수익보장 증서, 2.5% 관련 안내문, 동의서 문구, 입점 업체와의 임대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수분양자가 기대한 수익과 시행사가 법적으로 부담한 수익보장 의무가 같은 것인지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잔금대출 ‘편법’ 논란, 금융 실무 확인해야 잔금대출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부 수분양자들은 부동산임대업으로 계약했는데 잔금대출 단계에서 도소매업 사업자등록을 안내받았다며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행사 측은 사업자등록 안내가 잔금대출을 돕기 위한 금융상품 안내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신축 상가는 잔금 납부 전 실제 임대수입이 잡히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임대수입을 기준으로 한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한도 산정이 제한될 수 있고, 금융기관이 실제 영업을 전제로 한 사업자대출 상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등록 업종 안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이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금융상품을 안내한 것일 뿐 특정 금융기관이나 특정 방식의 대출을 강제한 것은 아니다”며 “수분양자가 다른 담보나 주거래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쟁점은 도소매업 사업자등록 안내가 실제 영업 예정 업종에 맞는 절차였는지, 금융기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 수분양자에게 선택권이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도소매업 등록 안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대출 규제 회피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중도금 대출 문제도 같은 선상에 있다. 시행사 측은 “중도금 무이자 지원은 했지만 잔금 납부 이후까지 금융비용을 계속 부담하기로 한 약정은 없다”고 설명한다. 분양 현장에서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한 뒤 잔금 시점에 중도금 대출을 정리하고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 통상적으로 활용된다. 중도금 무이자 지원과 잔금대출 보장은 법적으로 성격이 다른 문제라는 게 시행사 측 입장이다. ◆자본잠식 논란, 보증금 반환 불능으로 곧장 이어지나 재무 상태도 논란의 한 축이다. 일부 수분양자 측은 창동역사의 누적결손금과 자본잠식, 감사보고서에 적힌 계속기업 불확실성 문구를 들어 30년 뒤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거액의 보증금을 장기간 맡기는 계약인 만큼 재무제표에 적힌 숫자는 수분양자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시행사 측은 이 해석이 지나치게 단선적이라고 반박한다. 창동역사는 회생절차를 거쳐 장기간 멈춰 있던 사업을 다시 살린 회사다. 공사가 진행되고 분양대금이 들어오더라도 준공과 매출 인식 전까지는 회계상 선수금이나 부채로 잡힐 수 있다. 이 때문에 재무제표상 부채와 결손금만 떼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자금관리 방식도 시행사 측 반박의 핵심이다. 시행사 측은 분양대금과 사업자금이 신탁계좌를 통해 관리되고 있어 회사가 임의로 빼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창동역사는 지난 3월 31일 준공 승인을 받았다. 장기간 방치됐던 사업이 회생절차와 공사 재개를 거쳐 준공까지 도달한 만큼 보증금 반환 가능성은 단순한 자본잠식 여부가 아니라 회생계획 이행, 신탁계좌 관리, 영업 개시 이후 수익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근저당권 논란도 같은 선상에 있다. 수분양자 측은 입점지정기간 직전 판매시설에 2974억원대 근저당권이 설정됐다며 보증금 반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행사 측은 잔금 납부 후 기존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수분양자 명의로 전세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근저당이 설정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잔금 납부 이후 말소와 전세권 설정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다. ◆법원이 이미 다룬 쟁점도 있다 이 사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비슷한 쟁점이 이미 법정에서 다뤄졌다는 점이다. 본지가 확인한 법원 판단을 보면 일부 수분양자들이 창동역사를 상대로 낸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가 확인된다. 2023년 선고된 사건에서 수분양자는 창동역사가 전매를 약속했다며 납부한 돈의 반환을 요구했다.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창동역사가 전매를 확약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고, 계약서에도 입점예정일은 변동될 수 있으며 추후 개별통지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이유였다. 계약이 해제됐거나 무효라고 볼 근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다른 사건에서도 결론은 비슷했다. 수분양자는 시행사가 전매금지나 입점예정일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중도금 대출을 시행사가 책임지고 알선해주기로 약속했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고 봤다. 2025년 선고된 사건에서는 오히려 창동역사의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수분양자가 계약 해제 등을 이유로 잔금 납부를 거부하자 창동역사가 손해 발생분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수분양자 측은 입점일, 사업자등록 안내, 잔금대출 조건, 약관 문제 등을 다퉜다. 그러나 법원은 입점일이 계약 내용으로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약관 조항도 수분양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거나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들 판단이 앞으로 제기될 모든 소송의 결론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건마다 당사자와 증거가 다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된 법원 판단만 놓고 보면 “기망 분양” “계약 해제 불가피” “불공정 약관”이라는 일부 주장과 법원 판단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분쟁 쟁점은 주장보다 문서에 있다 창동민자역사 논란은 일부 수분양자들의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쟁점은 감정적 피해 주장보다 계약 문서와 자금관리 방식, 법원이 이미 다룬 판단에 더 가깝다. 장기 임대분양 계약에서 수익률과 대출, 권리보전 장치가 중요한 쟁점인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은 계약서와 수익보장 증서, 잔금대출 안내자료, 신탁계좌 관리 방식 등으로 확인돼야 한다. 시행사 측은 일부 수분양자들이 계약 내용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분쟁을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분양자 측은 수익률과 대출, 권리보전 장치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맞선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된 법원 판단에서는 기망, 계약해제, 불공정 약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사 중단의 과거와 2021년 이후 재분양 계약 분쟁도 따로 봐야 한다. 창동민자역사는 과거 경영진 문제와 자금난으로 장기간 방치됐던 사업이다. 이후 회생절차와 인수, 공사 재개를 거쳐 준공까지 이르렀다. 과거 피해와 현재 신규 수분양자들의 불만을 하나로 묶으면 책임 주체와 쟁점이 흐려진다. ◆일부 점포 지연이 전체 입점에도 영향 시행사와 수분양자 사이의 갈등은 개별 계약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형 상업시설은 업종과 브랜드 배치가 맞물려 움직인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생활편의 업종은 한 칸짜리 점포만으로는 입점이 어렵고 여러 점포를 묶어 하나의 매장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점포의 잔금 납부나 권리 설정 절차가 지연되면 해당 점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입점 협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시행사 측은 “복수 점포를 한꺼번에 임차하려던 업체가 일부 점포 문제로 계약을 접은 사례도 있다”며 “일부 점포 문제로 대형 입점 업체가 빠지면 피해는 해당 점포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구역의 다른 수분양자들이 임대수익 기회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행사 측은 일부 수분양자의 계약 해제 주장과 잔금 납부 거부를 단순한 개별 분쟁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본다. 한두 점포의 절차가 멈추면 대형 입점 업체 유치가 어려워지고, 대형 입점 업체가 빠지면 주변 점포의 임대수익 기회와 상가 활성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창동민자역사 논란은 피해 주장만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5% 수익률 보장의 대상과 범위, 2.5% 조건의 성격, 잔금대출 안내 경위, 신탁계좌 자금관리, 근저당 말소와 전세권 설정, 법원이 이미 다룬 쟁점을 함께 봐야 한다. 결국 남는 것은 주장보다 계약 내용이다. 논란의 무게도 소송 규모가 아니라 실제 계약과 권리보전 장치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08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09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