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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농장에서 세계 1위 두부기업으로…'바른 먹거리'가 키운 풀무원
[경제일보] 온라인 식품 구매가 일상이 된 지금도 풀무원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두부 회사'다. 하지만 풀무원의 출발은 두부가 아니었다. 한국전쟁 직후 전쟁 고아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세운 공동체와 국내 최초 유기농 농장이 그 시작이었다. 사람을 살리는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철학은 포장두부와 냉장식품, 식물성 식품을 거쳐 글로벌 사업으로 이어졌다. 풀무원의 역사는 제품을 늘려온 과정이 아니라 '바른 먹거리'를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키워온 역사였다.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된 '바른 먹거리' 1981년 서울 압구정의 작은 유기농 농산물 직판장에서 출발한 풀무원은 현재 두부와 생면, 만두, 냉장간편식(HMR), 식물성 식품 등을 아우르는 국내 대표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유기농 채소를 판매하던 작은 가게는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시대에 따라 제품과 사업 영역은 달라졌지만 '바른 먹거리'라는 창업 철학만큼은 40여년 동안 기업의 중심을 지켜왔다. 사업이 확장되는 동안에도 풀무원의 중심에는 '바른 먹거리'가 있었다. 풀무원은 건강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 제조를 기업의 존재 이유로 삼아왔다. 이러한 철학은 두부와 콩나물 등 신선식품에서 출발해 생면과 냉장간편식(HMR), 식물성 식품으로 사업을 넓히는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소비자의 식생활 변화에 맞춰 제품군은 끊임없이 확장했지만 '건강한 먹거리'라는 본질은 지키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사업으로 연결한 것이 풀무원의 성장 동력이었다. 풀무원의 출발은 일반 식품회사 성장사와 다르다. 1981년 원경선 원장이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유기농 농산물 직판장이 시작이었다. 당시만 해도 유기농 개념이 낯설던 시절,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줄인 농산물을 판매하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가치를 알렸다. 이후 1984년 풀무원식품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식품사업에 뛰어들었다. 포장두부가 바꾼 식탁…두부에서 식물성 식품으로 성장의 중심에는 두부가 있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두부는 재래시장이나 동네 가게에서 큰 판두부를 잘라 신문지나 비닐봉지에 담아 파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위생 문제가 잦고 쉽게 상하는 탓에 전국 유통에도 한계가 있었다. 풀무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물이 담긴 비닐 포장두부를 선보인 데 이어 1987년에는 플라스틱 용기를 적용한 포장두부를 출시하며 두부의 유통 방식을 바꿨다. 위생성과 보관성을 높인 포장 기술과 냉장 유통망을 기반으로 두부를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품질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두부는 시장에서 사는 식품'이라는 인식을 '마트에서 믿고 사는 식품'으로 바꿨다. 이후 콩나물과 생면 등 냉장 신선식품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일상 속 식탁으로 확장했다. 풀무원은 두부를 기반으로 식탁 전체를 확장했다. 두부와 콩나물로 쌓은 냉장 신선식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생면과 만두, 냉장간편식(HMR), 김치,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소비자의 식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앞세워 식물성 불고기와 제육볶음, 두유면, 만두 등 대체육 중심에서 한 끼 식사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K-원볼밀' 시리즈를 선보이며 비빔밥과 잡채, 짜장면 등 한식을 식물성 식품으로 구현하는 등 K-푸드와 식물성 식품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신제품을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거 두부와 콩나물 등 건강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는 식품기업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성 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앞세워 식물성 불고기와 제육볶음, 만두, 두유면 등 제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비빔밥·잡채·짜장면 등을 담은 'K-원볼밀' 시리즈를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식물성 K-푸드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두부 중심 기업에서 식물성 식품 플랫폼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시도다. 미국에서 세계 1위…글로벌 두부기업의 탄생 풀무원의 또 다른 성장축은 해외사업이다. 1991년 미국 현지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중국·일본·베트남·유럽까지 생산·판매 거점을 확대하며 국내 식품기업 가운데 가장 일찍 글로벌 시장에 도전했다. 초기에는 교민시장을 중심으로 두부를 수출하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미국 유기농 식품기업 와일드우드(Wildwood)를 인수하고 2016년에는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Nasoya)를 인수하면서 현지 생산과 유통 체계를 구축했다. 일본에서는 2014년 현지 두부기업 아사히코를 인수했고 중국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거점으로 두부와 생면, 냉동만두, 김치 등을 직접 생산·판매하는 체제를 갖췄다. 최근에는 네덜란드에 유럽 법인을 설립하고 K-푸드와 식물성 식품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국내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을 넘어 현지 생산과 브랜드, 유통망을 직접 운영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현지화 전략은 최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 현지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한 이후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올해 11년 연속 선두 자리를 지켰다. 식물성 단백질 수요 확대에 힘입어 두부 사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생면과 냉동식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일본 아사히코는 두부를 넘어 두유 디저트와 식물성 단백질 제품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풀무원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85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68.9% 늘었다. 미국 법인은 지난해 하반기 흑자 전환 이후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고 중국 법인은 면류와 냉동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했다. 일본 법인도 생산거점 효율화와 K-푸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적자 규모를 전년보다 40% 이상 줄였다. 해외사업이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 기반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른 먹거리의 다음 과제…철학과 수익성의 균형 다만 풀무원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국내 식품시장은 저출생과 내수 소비 둔화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고 두부와 생면, 냉장간편식(HMR) 등 주력 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예전과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동원F&B 등 주요 식품기업들도 냉장간편식과 식물성 식품, 고단백 제품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때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았던 식물성 식품 시장 역시 초기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제품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선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찾는 제품을 만들고 식물성 식품을 일상적인 식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풀무원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사업도 숙제가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해외 법인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과 환율 변동, 현지 경쟁 심화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크다. 해외 생산거점과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품질 관리와 공급망 운영,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 역량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두부를 중심으로 성장한 글로벌 사업을 식물성 식품과 K-푸드 전반으로 확대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풀무원의 40여 년은 두부를 만든 역사가 아니라 '바른 먹거리'를 산업으로 만든 역사였다.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한 철학은 이제 포장두부와 냉장식품을 거쳐 식물성 식품과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창업 당시의 철학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식문화와 글로벌 시장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바른 먹거리를 향한 철학이 앞으로도 풀무원의 강력한 경쟁력으로 남을 수 있을지가 미래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이웃사랑과 생명존중' 정신,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바른 먹거리'는 사업이 확장된 지금도 풀무원의 가장 중요한 DNA"라며 "제품 개발부터 원재료 조달, 품질·안전관리, 식물성 식품, 글로벌 사업까지 모든 경영활동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풀무원다움'을 확산하고 지속가능한 식생활 문화를 이끄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07 17: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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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은 어떻게 인간과 생명의 종교적 울림으로 승화되었는가
[경제일보] 1980년 5월의 5·18 민주화운동 은 단지 한국 현대사의 정치적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과 자유, 공동체와 양심이 국가 폭력 앞에서 어떻게 저항하고 서로를 지켜내는가를 보여준 하나의 인간 드라마였으며, 더 깊이 들어가면 인류 정신사 속에 반복되어 온 ‘생명 존중의 영성(靈性)’이 광주라는 도시에서 다시 살아난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5·18을 민주화운동이나 군사정권 저항 운동 정도로 이해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광주는 점차 정치의 영역을 넘어 인간 존재 자체를 묻는 정신적 사건으로 승화되고 있다. 그것은 총칼 앞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했던 시민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광주 시민들은 계엄군의 총탄 속에서도 서로를 버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주먹밥을 나누었고, 학생들은 피 흘리는 시민을 위해 헌혈차 앞에 줄을 섰다. 택시 기사들은 서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차량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어머니들은 이름 모를 젊은이들의 시신을 붙들고 울었다. 그곳에는 증오보다 더 강한 인간애가 존재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광주는 단순한 저항의 도시가 아니라 ‘생명 존중의 도시’로 기억되기 시작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5·18은 인류의 오래된 경전들과 만난다. 우리 민족 고유의 경전인 천부경 은 이렇게 시작한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하나는 시작이면서도 시작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뜻이다. 우주와 인간, 생명은 결국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광주의 정신 역시 다르지 않았다. 시민들은 서로를 남으로 보지 않았다. 공동의 생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타인을 지키려 했다. 인도의 베다 와 우파니샤드는 인간 안에 우주의 본질이 깃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아트만은 브라만이다”라는 구절은 인간의 영혼과 우주의 근원이 하나라는 뜻이다. 인간 생명을 함부로 훼손하는 것은 결국 우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가장 크게 무너졌던 것은 단순한 정치 질서만이 아니었다. 국가 권력이 국민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순간, 문명 자체의 질서가 흔들린 것이다. 그래서 광주의 비극은 단순 지역 사건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근본 질문으로 남게 되었다. 논어 에서 공자는 말한다. “인(仁)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정치의 본질 역시 인(仁)에 있다는 뜻이다. 백성을 두려움으로 지배하는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조선 500년의 정치철학도 결국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는 민본(民本)의 정신 위에서 유지되었다. 그러나 1980년 5월의 권력은 국민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국가는 스스로의 도덕적 정당성을 잃었다 . 금강경 은 인간 세상의 모든 권력과 집착이 덧없음을 가르친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에서 진정한 자비가 나온다는 뜻이다. 광주의 시민들은 거대한 이념이나 권력을 위해 싸운 것이 아니었다. 바로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거리로 나왔다. 그것은 정치 이전의 인간적 양심이었다. 또한 법구경 은 말한다. “원한은 원한으로 갚을 수 없고, 자비로써만 끝난다.” 오늘날 5·18이 진정으로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정신일지 모른다. 진실 없는 화해는 위선이지만, 용서 없는 역사 또한 미래로 나아가기 어렵다. 가해 책임 세력의 진정한 참회와 사과, 그리고 희생자 유족들의 대승적 용서가 함께할 때 광주의 정신은 더 높은 단계로 승화될 수 있다. 도덕경 에서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강한 것은 꺾이고, 부드러운 것이 오래간다.” 당시 군사 권력은 총과 탱크를 가졌지만, 결국 역사는 시민들의 편에 섰다. 힘은 순간적으로 사람을 억누를 수는 있어도 인간 정신까지 영원히 지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5·18은 패배한 역사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 존엄이 국가 폭력을 넘어선 역사다. 오늘날 광주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중요한 것은 5·18 정신이 이제 정치적 기억을 넘어 종교적·문명적 차원의 울림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특정 종교를 뜻하지 않는다. 인간 생명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인류 공통의 정신세계와 만난다는 의미다. 오늘날 세계는 AI 혁명과 기술문명의 폭주 속에서 다시 인간의 의미를 묻고 있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인간성은 오히려 메말라가고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럴수록 광주의 정신은 더욱 중요해진다. 인간은 단순한 숫자나 통계가 아니라 존엄한 생명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의 목적은 권력이 아니다. 경제 성장만도 아니다. 인간 생명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데 있다. 그것이 무너질 때 문명은 흔들린다. 46년이 지난 지금, 광주는 우리에게 다시 묻고 있다.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권력은 무엇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인간은 끝내 서로를 살릴 수 있는 존재인가. 광주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 민주주의를 넘어 인간과 생명의 경전으로 남아가고 있다.
2026-05-18 11:5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