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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완성차, 수출 넘어 현지 생산 확대…유럽 공략 속도
[경제일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내수 부진에 대응해 수출과 현지 생산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동남아와 남미에 이어 유럽에서도 생산기지를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차의 입지를 넓히는 모습이다. 해외 생산능력 확대가 이어지면서 가격 경쟁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30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생산능력은 지난해 기준 약 170만대다. 업계에서는 현재 계획된 증설까지 감안하면 오는 2030년 해외 생산능력이 3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는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생산시설 확보에 나서고 있다. BYD는 헝가리 세게드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승용차 공장을 건설해 생산을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향후 생산능력을 3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체리자동차는 스페인 자동차업체 에브로와 합작해 바르셀로나의 옛 닛산 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2029년까지 연간 최대 15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상하이자동차(SAIC)도 스페인 북서부에 EU 내 첫 생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며 2028년 가동과 연산 12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해외 생산 확대는 기존 자동차 업체의 유휴 생산시설을 인수하거나 현지 업체와 합작하는 방식이 함께 활용되고 있다. BYD 헝가리 공장의 양산이 1년 지연되고 튀르키예 공장도 2년째 착공이 미뤄지는 등 자체 생산시설 구축에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반면 기존 설비를 활용하면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 생산에 들어가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BYD와 창청자동차(GWM)는 브라질에서 각각 포드와 벤츠의 공장을 인수해 작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리프모터는 스텔란티스의 스페인 공장에서 합작 생산에 들어갔다. 현지 생산이 시장 점유율 확대의 계기가 된 사례도 나타났다. 브라질 내 중국 브랜드 합산 점유율은 2024년 6.9%에서 올해 1∼8월 누적 17.8%로 높아졌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2025년 3분기 이후 점유율은 10% 수준에서 지난달 23%까지 상승했다. 유럽 시장에서 중국차의 판매 확대도 뚜렷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완성차의 유럽 판매는 약 65%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은 약 11%로 상승했다. 중국 업체들이 판매량을 빠르게 늘리는 동안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BYD와 지리 등 중국 완성차 5개사의 매출은 2019년 1780억달러(약 245조원)에서 지난해 3051억달러(약 420조원)로 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4%대에 머물렀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브랜드들의 점유율 급등의 방아쇠가 직수출이 아니라 현지 공장 가동이었다”며 “유럽 내 현지 생산이 증가하는 2027∼2028년에는 방어막이 약화하고 브라질에서 확인된 점프가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9-30 09:02:03
넥슨, 'FC 온라인' 패자조서 살아난 kt Rolster 'UTA' 이지환, FSL 서머 첫 우승
[경제일보] kt 롤스터의 ‘UTA’ 이지환이 패자조를 거쳐 ‘FC 온라인’ 국내 최상위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승자조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김선재를 결승에서 다시 만나 설욕하며 개인 통산 첫 우승을 차지했다. 넥슨은 지난 6일 서울 잠실 DN콜로세움에서 열린 ‘2026 FC 온라인 슈퍼 챔피언스 리그 서머(FSL 서머)’ 결승에서 이지환이 BNK 피어엑스의 ‘Light’ 김선재를 세트 스코어 4대2로 꺾었다고 7일 밝혔다. 결승은 7판 4선승제로 진행됐다. 이지환은 안정적인 수비와 운영을 앞세운 김선재를 상대로 중거리 슛과 크로스, 개인기를 섞으며 공격 경로를 넓혔다. 첫 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부터 공격력이 살아났다. 이후 세 세트에서 모두 3골 이상을 기록하며 연승해 흐름을 뒤집었다. 5세트를 내준 이지환은 6세트에서도 먼저 실점했지만 역전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지환의 우승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파이널 스테이지 승자 결승에서 김선재에게 패해 패자조로 내려갔다. 최종 결승 당일 먼저 열린 결승 진출전에서 T1의 ‘Navy’ 김유민을 꺾은 뒤 김선재와의 재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이지환에게는 개인 우승 상금 5000만원, 소속팀 kt 롤스터에는 2억4000만원이 지급됐다. 준우승한 김선재는 개인 상금 2500만원을 받았으며 BNK 피어엑스에는 1억4000만원이 돌아갔다. 넥슨 집계 기준 결승전 최고 동시 시청자 수는 16만명을 넘어섰다. 다만 국내외 중계 플랫폼별 시청자 수와 중복 시청자 제외 여부 등 세부 집계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지환은 “코치와 팀원 덕분에 대회 기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며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해 기쁘다”고 말했다. 개인전은 끝났지만 국제대회 출전 경쟁은 이어진다. 팀 단위 대회 ‘2026 FSL 팀 배틀(FTB) 서머’에서는 오는 10월13일부터 열리는 ‘FC 프로 챔피언스 컵 2026’의 남은 출전권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은 대회 결과에 따라 최대 4개 팀이 챔피언스 컵에 나설 수 있다. T1은 지난 5월 ‘FC 프로 마스터즈’ 우승, GEN CITY는 4강 진출로 출전권을 확보했다. 나머지 팀들은 FSL 서머 포인트를 토대로 구성된 대진에서 추가 출전권을 다툰다. 이지환의 개인전 우승 기세가 팀 단위 국제대회 진출로 이어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2026-09-07 18:09:10
포스코, 침대용 철강 고급화…시몬스와 차세대 강재 개발
[경제일보] 포스코가 시몬스, 고려제강과 손잡고 프리미엄 침대에 들어갈 차세대 철강 소재 개발에 나선다. 기존 침대용 소재 공급에서 2024년 바나듐 경강선 개발로 한 차례 고급화한 데 이어 추가적인 프리미엄급 강재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에 나선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시몬스, 고려제강은 올해 초 침대 핵심 소재 공동 개발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포스코가 철강 원소재를 생산하면 고려제강이 이를 침대에 사용할 수 있는 강선으로 정밀 가공하고, 시몬스가 포켓스프링과 매트리스를 생산하는 구조다. 이번 협력은 포스코가 침대용 철강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는 2024년 이전부터 시몬스에 스프링용 소재를 공급해왔으며, 2024년 7월에는 시몬스와 공동 연구를 통해 바나듐을 첨가한 경강선을 개발했다. 바나듐을 철강에 첨가하면 강도와 내구성 등을 높일 수 있어 장기간 반복적으로 압력을 받는 침대 스프링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침대 제조사와 강선을 가공하는 업체뿐 아니라 원소재를 만드는 포스코까지 소재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완성된 철강재를 단순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종 제품에 요구되는 성능에 맞춰 소재 단계부터 기술을 맞춰가는 방식이다. 포스코는 자동차와 산업기계 등에 사용되는 스프링용 선재를 비롯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강도와 성능 등에 맞춘 다양한 철강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시몬스에 공급되는 소재 역시 프리미엄 매트리스에 필요한 탄성과 내구성 등을 고려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강재보다 원가가 높은 고급 소재를 침대에 사용하는 것은 흔하지 않지만 고가 매트리스 시장에서는 장기간 사용해도 지지력과 탄성을 유지하는 것이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2024년 이전에도 시몬스 침대에 포스코 소재가 들어갔고, 2024년에는 바나듐 경강선을 새롭게 개발했다"며 "이번 협력은 바나듐 소재 이후 추가적인 프리미엄급 강재 개발을 위해 기술 교류를 이어가겠다는 성격의 MOU"라고 했다. 이어 "포스코 제품 대부분은 고객사가 요구하는 사양에 맞춰 생산된다"며 "시몬스처럼 프리미엄 제품을 중시하는 업체는 제품 차별화를 위해 소재 단계부터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2026-08-24 15:11:48
삼성 노조의 균열, 성과급이 아니라 신뢰가 빠져나갔다
삼성전자 노조가 흔들리고 있다. 밖에서 밀린 것이 아니다. 안에서 갈라졌다. 반도체(DS)와 비반도체(DX)라는 한 지붕 두 가족의 해묵은 간극이 노조라는 용광로 안에서 터져 나왔다. 표면의 쟁점은 성과급이다. 본질은 신뢰와 대표성의 붕괴다. 노조의 깃발 아래 모였던 수만 명의 조합원이 이제 묻고 있다. 저 깃발은 과연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인가. 최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홈페이지에는 탈퇴 신청이 폭주했다. 하루 100건에도 미치지 않던 탈퇴계가 1000건을 넘어섰다는 소식은 단순한 숫자의 이탈이 아니다. 노조라는 댐에서 신뢰라는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경고다. 직장인 커뮤니티의 탈퇴 인증은 그 균열이 얼마나 깊고 빠른지를 보여주는 아픈 증거다. 불씨는 노조 공동교섭본부의 섣부른 요구에서 비롯됐다. 노조는 DS 부문에 영업이익의 15%를 상한 없이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수억원대 성과급 잔치를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6% 급감하고 연간 적자까지 우려되는 DX 부문을 향해서는 침묵했다. 한쪽에는 불을 지피고 다른 한쪽에는 재를 뿌린 셈이다. 이 기묘한 침묵의 순간 DX 직원들은 자신들이 이 싸움의 주역이 아닌 들러리임을 직감했다. 삼성전자는 하나의 회사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경제가 흐른다. DS 부문은 거대한 투자가 천문학적인 이익으로 돌아오는 장치 산업이다. 호황의 사이클을 타면 돈을 갈퀴로 긁어모은다. 반면 DX 부문은 스마트폰과 가전이라는 피 튀기는 전쟁터다. 시장은 촘촘하고 소비자는 냉정하다. 같은 삼성전자 명함을 쓰지만 반도체 엔지니어의 체감 경제와 가전 영업직의 체감 경제는 전혀 다른 행성에 속해 있다. 노조의 첫 번째 과오는 이 명백한 차이를 '하나의 투쟁'이라는 구호로 뭉개버린 것이다. 사업 구조가 다르면 보상의 논리도 달라야 마땅하다. DS의 호황을 기준으로 만든 공식이 적자를 걱정하는 DX 직원에게 공정하게 들릴 리 없다. "누군가의 축배가 왜 나의 희생을 담보로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노조는 답하지 못했다. 두 번째 과오는 연대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다. 연대는 구호가 아니다. 부담과 이익을 함께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때 비로소 성립하는 사회적 계약이다. 쟁의 기간 조합비를 1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고 파업 스태프에게 300만원의 수당을 내건 결정은 많은 DX 조합원에게 '함께 싸우자'는 연대의 제안이 아니라 '우리의 싸움을 위해 돈을 내라'는 동원의 명령으로 읽혔다. DS의 성과급 투쟁을 위해 왜 DX가 더 많은 조합비를 내야 하는가. 그 돈은 투명하게 쓰이는가. 이 의심의 빈자리를 불신이 빠르게 채웠다. 사측은 이 균열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회사는 DS 부문의 성과에 대해서는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동시에 특별 포상과 자사주 지급, 복리후생 강화 등 전 임직원이 체감할 수 있는 '종합 보상 패키지'를 제시했다. 노조가 놓친 지점을 정확히 찌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가." 사측은 노조가 외면한 이 질문에 먼저 답을 내놓았다. 임금 투쟁은 숫자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명분의 싸움이다. 숫자가 아무리 커도 명분이 약하면 조직은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지금 삼성전자 노조의 문제는 요구액이 과하다는 데 있지 않다. 그 기준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보인다는 데 있다. 공정은 평균이 아니다. 다른 조건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평등이 아니라 폭력일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등장은 한국 노사 관계의 새 역사를 열었다. 대기업 사무직과 연구직을 아우르는 거대 노조의 탄생은 그 자체로 시대의 변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크다고 강한 것은 아니다. 큰 배일수록 보이지 않는 암초에 더 치명상을 입는다. 반도체 엔지니어의 이해와 가전 영업직의 이해, 모바일 개발자의 이해는 결코 같을 수 없다. 이 복잡한 방정식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하나의 구호로 덮으려 한 순간 거대 노조는 거대한 균열을 맞았다. DX 직원들의 탈퇴는 노조에 대한 반발 이전에 자신들의 목소리가 지워졌다는 항의다. 노조가 DS의 성과급 상한 폐지를 외칠 때, DX의 고용 안정과 적자 부문의 보상 안전망을 함께 말했어야 했다. 그것이 진정한 연대다. 노조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반도체 노조로 남을 것인가, 진정한 삼성전자 노조로 바로 설 것인가. 전자의 길은 선명하고 쉽다. 그러나 조직은 쪼그라들 것이다. 후자의 길은 복잡하고 고되다. 그러나 대표성은 회복될 것이다. 탈퇴 신청 1000건은 심판이 아니다. 아직은 경고다. 거대 노조가 태어나는 데는 분노가 필요하지만 유지되는 데는 신뢰가 필요하다. 지금 삼성전자 노조가 잃고 있는 것은 조합원 숫자가 아니다. 바로 그 신뢰다. 신뢰를 잃은 조직은 조합비로도, 수당으로도 결코 지탱할 수 없다. 투쟁에서 이겨도 조직에서 지는 싸움이 될 것이다.
2026-05-03 16:45:13
트럼프의 '금빛 개선문', 미국은 무엇을 승리로 착각하는가
[경제일보] 워싱턴 한복판에 높이 76미터짜리 거대한 개선문이 들어선다. 링컨기념관을 압도하고 꼭대기엔 횃불을 든 조각상이, 아래엔 사자와 독수리가 도열한다. 금빛 장식까지 두른 이 건축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로마 황제들이 전쟁을 끝내고 개선할 때 세우던 바로 그 ‘승리의 상징’을 21세기 미국의 심장부에 박아 넣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장면(scene)’의 정치학을 안다. 그는 복잡한 논리나 긴 정책 설명 대신 눈에 보이는 강력한 상징을 던진다. 그에게 정치는 설득이 아니라 시각의 점령이다. 사람들은 구호를 잊어도 이미지는 기억한다. 미국의 위대함을 돌과 금으로 빚어 워싱턴의 경관을 재배치하는 행위는 그가 자신의 통치를 ‘역사적 사건’으로 고착화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미국은 무엇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려는 것인가. 개선문은 승자의 전리품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은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나라가 아니다. 갈등의 화염에 휩싸여 내전(內戰)에 가까운 정치적 분열을 겪고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좌와 우는 다른 세계에 산다. 이 형국에 세우는 개선문은 통합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누군가에겐 자부심의 깃발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자신들이 배제당했다는 낙인이 될 뿐이다. 트럼프의 개선문은 워싱턴이라는 도시의 ‘문법’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링컨기념관 앞에 서면 사람들은 고요해진다. 알링턴 국립묘지는 말 없는 침묵을 요구한다. 그곳은 사색과 성찰의 공간이다. 선언과 과시의 상징이 그 사이에 틈입하는 순간 워싱턴은 명상하는 도시에서 프로파간다의 도시로 전락한다. 그는 반대 목소리를 도리어 즐기는 듯하다. 논쟁이 격해질수록 지지층은 결집한다. 찬반이 팽팽할수록 그의 메시지는 선명해진다. 중도가 사라진 자리에 ‘우리’와 ‘그들’이라는 적대적 공생만 남는다. 개선문은 이 극단적 양극화의 정점에 꽂는 깃발이다. 그는 반대파의 비판을 “애국심의 결여” 혹은 “기득권의 저항”으로 몰아붙이며 자신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한다. 건국 250주년을 앞둔 미국이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돌덩이로 세운 기념비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목소리가 공존하는 민주주의의 복원인가. 트럼프의 금빛 개선문은 위대함의 상징이 아니라 시대의 오만함을 증명하는 거대한 ‘오브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나라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건물의 높이가 아니다. 그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승리를 외치는 나라보다 더 강한 나라는, 패배의 기억조차 품을 수 있는 나라다. 트럼프가 세우려는 개선문은 그가 꿈꾸는 미국의 승전보일지 모르나 그 그림자 아래 미국은 더욱 작아지고 있다. 기억해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 돌은 깎이고 금박은 벗겨진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를 증오하며 남긴 상처는 돌보다 오래간다. 트럼프가 워싱턴에 세우려는 것은 개선문이 아니라 자신만의 성벽일지도 모른다. 미국은 지금 승리를 축하할 때가 아니라 무너진 공동체의 기초를 다시 쌓아야 할 때다. 돌덩이보다 사람의 마음이 먼저다.
2026-04-19 14: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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