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5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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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초과이윤 논란, 색깔론 넘어 상생의 해법 찾아야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반도체 산업이 슈퍼 호황을 맞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거둔 막대한 초과이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사 노동조합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기업 이익은 경영 판단의 영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논란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모색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기업의 초과이윤을 둘러싼 논쟁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경쟁이 곧 생존 경쟁인 분야다.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돼야 하며,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경영계가 초과이윤의 상당 부분을 미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은 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초과이윤 배분 논의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최근 일부에서는 초과이윤의 사회적 활용이나 노동자와의 성과 공유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사회주의적 발상’ 또는 ‘공산주의 논리’로 규정하며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시대착오적 접근이다. 경제 현실은 이미 과거의 단순한 자본과 노동의 대립 구도를 넘어섰다. 첨단산업의 성장으로 특정 기업에 부와 기회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그 성과를 어떻게 사회 전체의 발전으로 연결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다. 더욱이 초과이윤은 경제학적으로도 충분히 논의 가능한 개념이다.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이익이 발생했을 때 그 과실을 기업 내부에만 머물게 할 것인지, 아니면 협력업체와 노동자,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으로 삼을 것인지는 선진국에서도 활발히 논의되는 주제다. 우리 헌법 역시 경제 주체 간의 조화와 균형 있는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시장경제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에 가깝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제 분배’와 ‘사회적 상생’을 구분하는 일이다. 기업의 경영권과 사유재산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동시에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기업은 초과이윤의 일부를 협력업체 기술 지원과 상생기금 조성, 인재 육성, 취약계층 지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 역시 단기적 보상 확대에만 집중하기보다 기업의 지속 성장과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창출되는 막대한 부가 특정 영역에 집중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둘러싼 갈등을 이념 논쟁으로 소모할 것인가, 아니면 상생과 미래 경쟁력 확보의 계기로 삼을 것인가는 우리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색깔론도, 진영 논리도 아니다. 기업과 노동, 정부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정한 성과 공유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초과이윤 논란이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6-05-31 13: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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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0만 명의 시대, 실버타운 40곳 뿐
숫자는 냉정하다. 2024년 7월 대한민국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의 19%다. 2030년에는 25%인 13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1000만 명을 위한 노인 주거 시설, 이른바 실버타운은 전국에 40곳·9000여 가구에 불과하다. 고령 인구 대비 0.13%다. 미국은 4.8%, 일본은 2%다. 한국은 선진국의 30분의 1 수준이다. 이것은 준비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실패의 문제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모른 것도 아니고, 예측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알면서 10년 넘게 규제의 울타리를 치고, 민간의 진입을 막고, 공공 공급은 연간 1000가구 수준에 묶어뒀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숫자다. 2015년, 정부가 문을 걸어 잠갔다 현재 실버타운의 공급 공백을 이해하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부는 그해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을 전면 폐지했다. 명분은 정당했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에 악용되고, 불법 분양과 부실 운영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 있는 일부 사업자를 규제하는 대신, 정부는 제도 자체를 없앴다. 분양형이 사라지자 임대형 실버타운만 남았다. 운영 경험이 있는 사업자만 진입 가능하도록 장벽을 높였다. 수익성이 낮은 구조에서 신규 공급은 멈췄다. 규제는 투기꾼을 막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평범한 노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그 문이 닫힌 채 10년이 흘렀다. '분양형 재도입' — 해법인가, 면피인가 2025년 정부는 9년 만에 분양형 실버타운 재도입을 선언했다.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발표의 조건을 들여다보면 달라진다. 분양형 실버타운이 허용되는 지역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에 한정된다. 강원, 전남, 경북의 인구 소멸 위기 지역들이다. 문제는 노인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은 그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버타운 수요는 의료·교통·상업시설이 갖춰진 도심에 집중된다. 업계는 한목소리로 "수요가 있는 곳에 짓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부의 답은 "인구 소멸지역부터 시범 운영"이다. 노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지방 소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두 마리 토끼 잡기의 산물이다. '더 클래식 500' 보증금 9억 — 중산층 노인은 갈 곳이 없다 현재 운영 중인 실버타운은 양극화돼 있다. 한쪽 끝에는 보증금 9억 원, 월 생활비 472만 원 이상인 최고급 시설이 있다. 삼성 노블카운티의 임대료는 인근 아파트의 2.19배 수준이다. 다른 한쪽 끝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 지원 시설이 있다. 그 사이, 중산층 노인을 위한 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 은퇴 후 중소도시 아파트를 보유하고, 국민연금을 받으며,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고 싶은 노인 — 이 나라 노인의 대다수가 속하는 이 계층을 위한 실버타운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가 말하는 '중산층 위한 실버스테이'는 아직 계획 단계다. 1000만 노인 시대에 정책은 여전히 미래형이다. 규제를 풀어도 안 짓는 이유 — 수익성의 벽 정부가 위탁 운영 경험 요건을 없애고 호텔·보험사·리츠까지 사업자 범위를 넓혔지만, 민간이 선뜻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있다. 실버타운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임대료 인상이 연 5% 이내로 제한돼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 의료·돌봄 서비스를 병행해야 하는 운영 부담도 크다. 이 구조에서 민간이 찾는 출구는 두 곳이다. 고급화해서 마진을 높이거나, 서비스 질을 낮춰 비용을 줄이거나. 중산층을 위한 합리적 가격의 실버타운은 규제를 풀어도 시장이 자동으로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것은 공공 투자와 제도 설계가 함께 가야 가능한 영역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로 책임을 시장에 넘겼지만, 시장은 그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 세 가지 방향이 즉각 논의돼야 한다. 첫째, 분양형 실버타운 허용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에서 수요 집중 지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 도심 내 역세권, 의료기관 인접 지역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둘째, 중산층 노인을 위한 공공 주도 공급 모델이 필요하다. LH 고령자복지주택 공급 목표를 연 3000가구에서 대폭 상향하고, 민관 협력 모델을 통해 속도를 내야 한다. 셋째, 서비스 품질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 분양형 재도입 이후 과거처럼 부실 운영과 투기 악용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얼마에 공급하느냐'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대한 구체적 기준 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노인 1000만 명의 나라에 실버타운이 40곳뿐이라는 사실은, 이 사회가 노인의 주거를 얼마나 오랫동안 정책의 변방에 방치해왔는지를 보여준다. 분양형 재도입은 늦었지만 반가운 출발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살고 싶은 곳에 짓지 못하고,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 아니라면, 숫자만 바뀔 뿐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2026-05-24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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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경고등, 이제는 '버티기'가 아니라 '체질 전환'이다
대한민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고유가는 물가와 생산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수출 둔화는 성장 엔진을 식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는 소비를 짓누르고,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우리 제조업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하나만으로도 버거운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라는 점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버틸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에너지 정책, 금융 시스템까지 모두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에 몰두하고, 정부는 단기 처방에 치우쳐 있다.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면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체질 개선이다. 국제유가가 출렁일 때마다 우리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때문이다. 우리는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다. 그럼에도 산업 구조는 여전히 에너지 다소비형에 머물러 있다. 중동 리스크만 발생하면 물류비와 전기요금,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뛰고 이는 곧바로 물가 상승과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경쟁력 강화라는 현실적 병행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이념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태양광과 풍력, 수소 산업을 키우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도 활용하는 실용주의가 필요하다. 동시에 산업 전반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에너지 절약은 캠페인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둘째, 수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반도체 하나로 버텨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나 특정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반도체 경기가 흔들릴 때마다 한국 경제 전체가 출렁였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바이오, 우주항공, 방산, 콘텐츠 산업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동시에 육성해야 한다. 특히 K콘텐츠와 플랫폼 산업은 더 이상 부가적 산업이 아니다. 제조업 중심 국가였던 한국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다. 정부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세계는 속도전인데 우리는 허가와 심사, 이해관계 충돌 속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산업 정책이다. 셋째, 가계부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폭탄이다. 이미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가 얼어붙고, 소비가 위축되면 내수가 무너진다. 지금처럼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를 방치해서는 미래가 없다. 핵심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다. 돈이 아파트 투기에만 몰리는 경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술기업과 창업, 혁신 산업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금융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청년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데 인생을 걸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만 바라보는 경제는 결국 성장 동력을 잃게 된다. 넷째, 노동시장 개혁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지금 한국 사회는 한쪽에서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다른 한쪽에서는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 노동시장 구조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와 경직된 고용 구조로는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노동 개혁은 노동자를 희생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형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전환 시스템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초과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로는 사회적 갈등만 커질 뿐이다.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노동자와 기업, 사회 전체로 합리적으로 분배되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리더십이다. 위기의 시대에는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미래 비전 경쟁보다 진영 대결에 갇혀 있다. 경제는 생존의 문제인데 정치는 선거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래서는 국가적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온 나라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팬데믹도 이겨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구조적이다. 과거의 성공 공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낡은 성장 모델과 결별하는 용기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며 과거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새로운 체질로 전환할 것인가. 위기는 언제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준비하지 못한 나라에는 재앙이 되지만, 준비한 나라에는 도약의 기회가 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비관 속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개혁을 미룬다면 암울한 미래는 피할 수 없다. 이제는 ‘버티는 경제’가 아니라 ‘바꾸는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다시 살아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5-24 09: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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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의 오해…"남녀 함께 맞아야 암 막는다"
[경제일보] "자궁경부암 백신이라는 이름에 갇혀 그동안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방치해 왔습니다.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는 남녀 모두에게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이며 첫 성경험을 하기 전인 청소년기에 남녀 모두가 접종해야만 비로소 우리 사회에서 이 치명적인 암들을 박멸할 수 있습니다." 김동현 인하대학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0일 서울 성암아트홀에서 ‘HPV 국가필수예방접종의 새 기준, 남녀 모두 접종’을 주제로 열린 미디어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HPV 국가필수예방접종의 새 기준, 남녀 모두 접종’을 주제로 마련됐다. 김 교수는 남자 청소년에 대한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 국가예방접종(NIP) 확대의 필요성을 의학적 근거와 함께 조목조목 짚었다. HPV는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여성에서는 자궁경부암·질암·외음부암 등을, 남녀 모두에서는 항문암·생식기 사마귀, 남성에서는 구인두암 등을 유발한다. 문제는 감염 초기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조기발견보다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크다. 그동안 HPV 백신은 ‘여성만을 위한 백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실제 감염 양상은 다르다. 김 교수는 ”전 세계 남성 3명 중 1명이 HPV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다“며 ”국내 성매개 감염병(STI) 의심으로 병원을 찾은 남성 6명 중 6명이 HPV 감염 상태였으며 증상이 없는 한국 성인 남성의 약 60%가 HPV DNA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남성 접종이 왜 필수적인지 통계적 수치를 제시했다. 또한 "여성은 정기적인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지만 남성은 검사 체계가 없다“며 ”때문에 본인이 감염된 줄도 모르는 무증상 상태에서 배우자나 파트너에게 바이러스를 계속 전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남성은 재감염률이 높고 바이러스 자연 소실 속도도 여성보다 느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HPV 백신이 단순히 자궁경부암 예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HPV는 점막과 피부에 작용해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뿐만 아니라 남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구인두암(구강과 인두에 생기는 암)'의 절대적인 원인이 된다. 이미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남성의 구인두암 발병 건수가 여성의 자궁경부암 숫자를 넘어선 지 오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남성 구인두암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흡연이나 음주 같은 생활 습관 때문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암인 만큼 백신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올해 5월부터 만 12세 남아를 대상으로 HPV 4가 백신 접종이 국가 지원으로 시행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김 교수는 이를 “의학적으로도 정교하게 설계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스웨덴 연구결과 성경험 이전인 17세 이전에 접종했을 때 이후 접종보다 암 예방 효과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또한 만 9세~14세 사이에 접종할 시 단 2회 접종만으로도 성인이 된 후 3회 접종하는 것보다 훨씬 우수한 면역원성(면역 반응)을 형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 12세라는 접종 시점 역시 실용적이다. 해당 연령은 파상풍·백일해, 일본뇌염 등 국가 필수 예방접종을 마무리하는 시기로 다른 백신과의 동시 접종이 가능해 의료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다. 이미 호주, 영국, 미국 등 선진국들은 10여 년 전부터 남녀 청소년 동시 접종을 시행해 왔다. 특히 미국은 2018년에 이미 "대륙에서 자궁경부암을 완전히 박멸하겠다"고 선언했고 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궁경부암 없는 나라'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 국가는 현재 HPV 4가 백신을 넘어 암 커버리지를 70%에서 90%까지 넓힌 9가 백신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OECD 주요국 중 37개국이 이미 남녀 동시 접종을 국가 사업으로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번 남아 대상 4가 백신 지원을 시작으로 향후 9가 백신 도입까지 정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용 한국 MSD 백신사업부전무는 "HPV는 남녀 모두 감염되고 관련 질환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임에도 그동안 남성 접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은 경향이 있었다"며 "올해 뜻깊은 남아 HPV 국가 예방접종 도입을 기점으로 남녀 모두 접종의 중요성을 알림으로써 남성 청소년 접종이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05-20 16: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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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골목에서 만난 '사람의 금융', 그 따뜻한 귀환을 응원하며
[경제일보] 점심 약속 장소는 뜻밖에도 후암동의 북적이는 골목길이었다. 금융 현장의 최일선에서 여론을 갈무리하는 한 베테랑 전략가가 나를 이 활기찬 골목으로 이끈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 낮은 지붕들이 어깨를 맞댄 사이로 상인들과 주민들의 생생한 삶이 교차하고, 그 활력의 한복판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작은 금융 지점이 보였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이웃들의 정겨운 인사와 분주한 발소리. 필자는 그가 왜 이곳으로 나를 안내했는지 그 속 깊은 메시지를 곧바로 읽어낼 수 있었다. 그것은 숫자로만은 다 설명할 수 없는, 금융이 머물러야 할 ‘체온’에 대한 무언의 증명이었다. ◆60년 전 심어진 인본주의 씨앗, 마을의 희망으로 피어나다 골목의 소음이 정겹게 배경음으로 깔리는 식탁에서 우리의 대화는 깊어졌다. 1960년대 선진국으로부터 유입된 인본주의적 씨앗이 어떻게 새마을운동의 파도를 타고 우리 곁의 새마을금고라는 든든한 숲으로 번져갔는지에 대한 역사였다. 후암동 골목의 생동감은 그 뿌리가 결코 박제된 과거가 아님을 온몸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60여 년간 우리 경제의 실핏줄을 타고 흐른 이 상부상조의 정신은, 자본의 냉혹한 논리 속에서도 끝내 ‘사람’을 놓지 않았던 대한민국만의 독창적인 금융 유산이다. ◆숫자를 넘어 증명되는 ‘성숙한 귀환’ 현장을 중시하는 눈으로 포착한 오늘날의 모습은 더욱 극명했다. 효율성을 앞세워 수천 개의 지점을 폐쇄하며 골목을 떠나는 시중은행들의 행보와 달리, 우리 곁의 상호금융은 현장을 지키며 묵묵히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었다. 최근 일부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실제 지표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준다. 연체율을 5%대 초반으로 낮추고 충담금 적립률을 130%로 상향하며 일궈낸 새마을금고의 경영 정상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딘 악조건 속에서도 1.4조 원 규모의 서민금융 지원을 약속하며 ‘비전 2030’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행보는, 본질을 지키는 정성이 체력(수익성)과 만났을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안의 논쟁을 넘어 세계가 배우는 모델로 더욱 뼈아픈 역설은 우리가 안에서 감독권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에 매몰되어 있을 때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칸막이 행정에 갇혀 이들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사이, 미얀마와 라오스, 그리고 아프리카 우간다까지 세계는 한국의 모델을 이식받아 자생적인 금고를 세우며 ‘지역 자립의 교과서’로 추앙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 등 아시아 주요국들 역시 우리의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러브콜을 보낸다. 60년 전 우리가 받았던 상생의 씨앗이 이제는 고유한 K-금융 브랜드가 되어 전 세계의 가난을 닦아주는 고귀한 유산으로 수출되고 있는 셈이다. ◆함께 가는 미래, 진심이 담긴 광고의 울림 후암동 골목을 나오며 필자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새마을금고의 광고 캠페인을 떠올렸다. 화려한 꾸밈말 대신 우리 이웃들의 투박하지만 진실한 삶을 조명하며 "어려울 때 힘이 되겠다"고 말하는 그 광고의 메시지는, 오늘 내가 본 후암동 골목의 생동감과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대형 금융사가 외면한 곳에서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던 투박한 손길이 이제는 세계 금융의 온도를 높이는 희망의 불씨가 되었음을 믿는다. 본질을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고귀한지, 그 서민적인 진심이 광고라는 매개체를 넘어 우리 사회의 든든한 언덕이 되어가고 있는 그 의미가 참으로 깊게 다가오는 점심이었다. 낮은 곳에서 시작해 세계를 품어갈 그들의 ‘성숙한 귀환’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2026-05-04 17: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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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또 럼 서기장, '탕롱황성'서 친교…韓·베 '특별한 우정' 재확인
[경제일보]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하노이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탕롱황성(Imperial Citadel of Thang Long)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친교 일정을 소화하며 양국의 굳건한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했다. 이날 행사는 단순히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일정을 넘어 지난 22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실질적 이행을 앞두고 두 정상 간의 신뢰와 유대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특히 이번 친교 일정은 지난해 8월 또 럼 서기장의 국빈 방한 시 한국이 보여준 환대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베트남 측이 각별한 정성을 들여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탕롱황성 내 유물전시장을 관람하고 베트남 전통 사자춤 공연을 함께 지켜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태극 문양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넥타이를, 김혜경 여사는 흰색 투피스를 착용해 한국의 자긍심과 양국의 우정을 동시에 표현했다. 이번 방문은 베트남 신지도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무게감이 크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베트남 서열 1위인 또 럼 서기장을 비롯해 레 민 흥 총리, 쩐 타인 먼 국회의장 등 권력 서열 1~3위를 모두 만나며 양국의 안정적 협력 기반을 다졌다. ◆ 경제·안보·미래를 잇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번 방문에서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 규모를 15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했다.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 원전 및 인프라 협력,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총 12건의 MOU를 체결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거뒀다. 이는 베트남의 '2045년 고소득 선진국 진입' 비전에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베트남 언론과 현지 반응 또한 뜨겁다. 베트남 주요 매체들은 이 대통령의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베트남 사회는 특히 한국의 첨단 기술력과 인프라 개발 경험이 베트남의 국가 현대화 작업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넘어, 디지털 전환과 미래 전략 산업분야에서의 기술 이전을 통한 '질적 동반 성장'에 거는 기대가 매우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협력을 넘어 원전,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디지털 전환 등 미래 전략 산업으로 협력의 지평을 넓혔다. 특히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베트남의 협력은 양국 모두에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인 생산기지 확보라는 전략적 가치를 제공한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두 정상의 깊은 신뢰와 개인적 유대감은 향후 양국 관계의 미래 지향적 발전을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라며 "양국은 형제와 같은 마음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전폭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한-베트남 관계는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기술과 자원이 결합하고 기후 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글로벌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 탕롱황성에서의 친교는 그 미래를 향한 여정의 상징적 출발점이 되었다.
2026-04-24 15: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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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한국에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협력 강화를 공식 요청했다.
또 럼 주석은 지난 22일 하노이 주석궁에서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문화·관광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베트남의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 공유를 요청했다. 양국 정상은 정치적 신뢰를 바탕으로 외교·국방·안보는 물론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과 베트남은 형제와 같은 특별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베트남이 2030년 중진국, 2045년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또 럼 주석도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기반으로 지속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형제 같은 관계’…2030년 교역 1500억달러 목표…공급망 협력 강화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 규모를 15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무역 장벽 완화와 시장 개방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베트남 기업의 한국 공급망 참여 확대와 함께 반도체, 인공지능(AI), 스마트 인프라 등 첨단 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경제개발협력기금(EDPF)을 활용해 베트남 인프라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문화 분야 협력도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또 럼 주석은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콘텐츠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의 콘텐츠 산업 경험을 공유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관광 산업과 연계한 콘텐츠 전략 협력도 함께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문화산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신호”라며 “한국의 제작 시스템과 글로벌 유통 전략이 협력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은 과학기술과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서 기술 협력과 인재 양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베트남-한국 과학기술연구원(VKIST) 프로젝트 지원을 지속하고 스타트업과 혁신 생태계 간 협력도 확대할 방침이다. 양국은 아세안-한국 협력과 메콩 지역 협력 등 다자 협력에서도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남중국해 문제와 한반도 평화 등 주요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회담 이후 양국은 총 12건의 협력 문서를 체결했다. 경제, 기술,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확대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경제와 문화, 기술을 아우르는 실질 협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2026-04-23 09: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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