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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장, 검찰의 옷을 벗고 국민의 수사기관을 세워야 한다
[경제일보] 수십 년을 끌어온 검찰개혁의 마지막 장이 열리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떼어내고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겠다는 구상 끝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검찰 권한의 비대화를 막고 권력형 비리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중수청 설립의 명분이다. 그러나 출범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초대 중수청장에 검찰 출신 인사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 독점이 문제라며 수십 년간 조직의 권한을 해체하는 데 국가적 논쟁과 사회적 비용을 치렀는데 정작 새 수사기관의 수장을 검찰 출신으로 앉힌다면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을 바꾸겠다는 것인가. 조직의 간판만 바꾸고 사람과 사고방식은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라면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의 취지는 처음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수청장 자격을 부정해서도 안 된다. 수사 경험과 법률 전문성은 중대범죄를 다루는 기관의 수장에게 필요한 중요한 자산이다. 문제는 출신이 아니라 태도와 행동이다. 검찰에서 쌓은 경험을 중수청의 전문성으로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 검찰의 조직문화와 권력 관계를 중수청으로 가져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초대 중수청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다. 중수청은 어떤 정권에서도 권력의 사정기관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여권의 비리를 덮고 야권을 겨누는 기관이어서도 안 되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수사의 방향이 뒤집히는 기관이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살아 있는 권력에 엄정하고 야당과 민간에도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중수청의 존재 이유다. 검찰과의 조직적·문화적 단절도 중요하다. 초대 청장이 가장 먼저 세워야 할 원칙은 과거 검찰의 수사 관행과 조직 논리를 중수청에 이식하지 않는 것이다. 인사와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사건 배당과 수사 지휘 과정이 외부의 정치적 압력이나 내부 인맥에 좌우되지 않도록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검찰 출신이라는 경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검찰의 기득권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 진짜 문제다. 수사권에 걸맞은 책임성도 갖춰야 한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됐다고 해서 수사기관의 권한이 무제한으로 확대돼서는 안 된다. 강제수사와 압수수색, 소환조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권한에는 엄격한 통제장치가 따라야 한다. 중수청이 새로운 거대 권력기관으로 성장한다면 검찰개혁은 또 다른 권력기관을 하나 더 만드는 데 그칠 것이다. 권한을 나누는 것만으로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권한을 견제하고 책임을 묻는 장치까지 갖춰야 진정한 개혁이다. 초대 중수청장의 리더십은 그래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취임 일성부터 조직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명확히 선언하고 이를 인사와 수사에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특정 정권이나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수사의 기준을 법과 증거에 둬야 한다. 자신을 임명한 권력에도 필요하다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불편하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초대 수장의 책무다. 특히 중수청이 출범 초기부터 ‘검찰 출신들의 새로운 둥지’라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인사와 조직 운영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정 출신과 인맥이 요직을 독점하는 순간 중수청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균형 있게 등용하고 조직 내부에서도 이견과 비판이 살아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검찰이라는 이름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이 수사기관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력자가 수사기관을 두려워하는 사법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다. 중수청이 또 하나의 권력기관으로 자리 잡는다면 개혁은 실패한 것이다. 반대로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증거에 따라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면 검찰개혁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초대 중수청장은 자신의 출신보다 앞으로의 행동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검찰의 경험을 중수청의 전문성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검찰의 낡은 문화를 새로운 조직에 되살릴 것인지는 그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중수청이 간판만 바꾼 제2의 검찰청으로 전락하는 순간 국민이 치른 수십 년의 개혁 비용은 물거품이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강한 수사기관이 아니다. 권력에는 강하고 국민에게는 겸손하며,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법 앞에서는 누구에게나 엄정한 수사기관이다. 초대 중수청장은 그 원칙을 말이 아니라 인사와 수사, 조직 운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새 수사체제의 첫 단추이자 중수청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유일한 길이다.
2026-09-08 12: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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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수청장, 검찰의 옷을 벗고 국민의 수사기관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