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9건
-
고객정보 2만5000명 유출·173억 대출사기…흔들리는 신한은행 정상혁號
[경제일보] 신한은행이 잇단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외부 공격으로 고객 2만5000여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앞서 발생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 사고 규모도 조사 과정에서 173억원까지 확대됐다. 두 사건 모두 은행 임직원의 횡령·배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개인정보 유출은 외부 비인가자의 공격, 대출사기는 외부인의 사기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만 외부에서 발생한 위험을 은행의 보안·여신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신속하게 탐지하고 차단했는지가 금융당국의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 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에서는 최근 외부 비인가자가 인증 절차를 우회해 일부 서비스에 접근하면서 약 2만5000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유출 정보에는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 연소득, 대출 산출한도 등이 포함됐다. 일부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긴급 현장점검에 착수해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범위, 신한은행의 정보보호 체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출모집인 서비스가 공격 통로…금감원 조사 착수 이번 사고는 신한은행의 핵심 전산망이나 고객용 모바일뱅킹 시스템이 아닌 대출모집인이 사용하는 별도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서비스는 대출모집인이 자신이 접수한 고객의 대출 진행 상황 등을 조회하는 데 사용된다. 외부 공격자는 정상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우회해 고객정보에 접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공격 방식과 보안상 취약점, 이상접속 탐지·차단 시스템의 작동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전산망이나 모바일뱅킹 시스템 자체가 침해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2일에는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에서 중국어 기반 오픈소스 인공지능(AI) 침투테스트 도구와 관련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해당 도구가 실제 공격에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사고 인지 이후 외부 IP를 차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사과문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이번 사고로 고객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대출사기 29억→69억→173억원…사고 규모 계속 늘어 앞서 신한은행에서는 외부인이 개입한 부동산 관련 대출사기도 발생했다. 신한은행이 최종 정정 공시한 사고 금액은 173억4355만원이다. 지난해 12월 최초 공시 당시 29억6440만원이었던 사고 규모는 자체 조사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올해 6월 69억6890만원으로 늘었고, 8월 다시 173억4355만원으로 확대됐다. 최초 공시액의 약 5.9배다. 신한은행은 조사 과정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추가로 확인돼 사고 금액을 정정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건은 외부인이 허위 서류 등을 이용해 대출을 받은 사기 사건으로 신한은행 역시 피해자다. 다만 사고 금액이 조사 과정에서 세 차례 확대되면서 대출심사와 이상거래 탐지, 사고 발생 이후 유사 거래 점검 과정이 적절했는지는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대출사기는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발생했다. 공개된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은행·상호금융권에서 확인된 관련 사고는 136건, 1091억원 규모다. 금융회사별로는 IBK기업은행 182억원, 신한은행 173억원, 우리은행 99억원, KB국민은행 36억원 등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개별 금융회사의 사고 책임과 별도로 허위 분양·재직·소득서류 등을 이용한 이른바 '작업대출'에 대한 은행권 여신심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무구조도 실효성도 도마…정상혁 행장 연말 임기 만료 최근 사고는 신한은행이 책무구조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2024년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다. 정 행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사고 예방 중심의 금융소비자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별 담당 업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구체화한 제도다. 금융사고 발생 자체보다 담당 임원이 자신의 책무 범위에서 필요한 관리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책임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된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에서 대출모집인 관련 서비스의 보안점검과 접근권한 관리, 이상접속 탐지체계 등이 적절하게 운영됐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는 연말 신한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부담이다. 정 행장은 2023년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해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추가 연임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향후 인선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정 행장 개인의 책임이나 제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국정감사 출석 여부도 관심사다. 정 행장은 금융권 관련 1차 증인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와 금융위·금감원 종합감사가 남아 있어 여야 협의 결과에 따라 증인으로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신한은행의 외부채널 보안과 개인정보 접근권한, 이상거래 탐지 체계 등이 금융당국의 집중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출모집인 등 외부채널을 통한 고객정보 접근 관리와 이상접속 차단, 대출 과정에서 반복되는 비정상 거래 탐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으로 꼽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고객 피해 방지를 최우선으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체계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2026-10-02 15:33:33
-
-
-
-
-
KB·신한·우리, 美 공시에만 드러낸 '속내'…생산·포용금융 관치 논란
[경제일보] 주요 금융지주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기조를 경영상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공시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내지 않았던 우려가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에는 반영된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을 향한 공공성 요구와 정책금융 동원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금융권 안팎에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신한·우리, SEC에 ‘이재명 정부 포용금융, 위험요인으로 추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2025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서 생산적·포용금융 정책을 새 위험 요인으로 언급했다. 이들 금융지주는 현지 거래소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회사들이다. 금융지주들이 해외 사업보고서의 ‘투자 위험 요소’ 항목에 경영상 위험을 폭넓게 나열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생산적·포용금융 관련 문구가 지난해 보고서에는 없다가 올해 새로 추가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B금융은 정부가 저소득층 또는 금융 취약계층 차주에 대한 은행의 우선 대출을 장려하는 포용금융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정책이 고객 채무불이행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사업 관행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체율 상승과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금융도 유사한 취지로 포용금융 정책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연체율과 건전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생산적 금융을 보다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우리금융은 한국 정부가 은행들에 전략적·생산적 산업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 가계대출 중심 사업모델에서 벗어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정책 추진으로 인해 “원래대로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부문”에 금융 지원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고, 향후 5년간 최대 7조원 투자 계획 등으로 의도치 않은 비용이나 손실을 부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순이자마진 압박, 대출 부실 위험 증가, 연체율 상승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권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이 같은 내용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한 국내용 사업보고서에는 빠져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미국 투자자에게는 잠재 위험을 알릴 의무가 있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 눈치를 보느라 국내에서는 말하지 못한 우려가 해외 공시의 의례적 문구 속에 우회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부 ‘생산·포용금융’...문제는 속도와 방식 정부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는 금융이 국가 면허와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 위에서 영업하는 만큼 단순한 이익 극대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을 향해 “돈 버는 게 능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은행에 대해서도 국가 면허와 예금자 보호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조직인 만큼 상당한 공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올해 정책 방향으로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을 전면에 내세웠다. 금융위는 신년사에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첨단산업에 투자하고, 금융산업의 생산적 금융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또 △정책서민금융 상품 개편 △금융회사 기여 제도화 △민간금융과 정책서민금융 연계 등을 통해 포용금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정책 목표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저신용자와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고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에 장기 자금을 공급하는 일도 한국 경제의 구조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 은행이 예대마진에 안주해 왔다는 비판 역시 금융권이 외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정책 목표가 은행의 리스크 평가와 가격 결정 기능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단기간에 확대하면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전략산업 투자가 정책 목표에 따라 배분될 경우 민간 금융회사의 수익성·건전성 기준과 충돌할 수 있다. 손실이 발생하면 그 부담은 결국 주주, 예금자, 금융소비자, 나아가 금융시스템 전체로 전이될 수 있는 것이다. 관치금융 논란은 여기서 비롯된다. 정부가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과 금융회사에 특정 대출·투자 방향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다르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의 금융 공공성 강조는 금융의 사회적 환기하는 일이다. 그러나 특정 대출이나 투자 방향 설정은 신용 배분의 정치화로 흐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권이 가장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겉으로는 상생과 포용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익성 악화, 자산건전성 부담, 주주가치 훼손, 책임 소재 불명확이라는 문제가 쌓일 수 있어서다. 실제 금융권의 긴장감은 인터넷은행으로도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와 신용평가체계 개편,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 점검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미 평균 대출잔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는데 향후 목표 비율 상향이나 신용평가모형 외부 검증 강화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금융권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더 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는 정책금융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건전성까지 흔들린다면 결국 대출 여력 축소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부채, 자영업자 연체, 중소기업 신용위험이 동시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책 압박이 과도해지면 은행의 방어적 영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간 금융에 공공역할만 요구...손실 책임 시장에 맡겨선 안돼"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생산적·포용금융의 성패는 ‘정부가 얼마나 세게 밀어붙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위험을 부담하고 손실이 나면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데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제학회장인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 목적의 대출과 투자가 필요하다면 정부 보증, 정책금융기관의 위험 분담, 세제 지원, 자본규제 조정 등 정교한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민간 금융회사에 공공 역할만 요구하고 손실 책임은 시장에 맡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은 공공성과 수익성이 충돌하는 산업이다. 은행은 사기업이지만 동시에 금융시스템의 일부다. 그래서 정부의 감독은 필수다. 그러나 감독이 지시가 되고, 지시가 대출과 투자 배분의 기준이 되면 금융의 가격 기능은 약해진다. 금융회사가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하면 자본은 필요한 곳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요구되는 곳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권에선 이번 해외 공시 논란은 금융지주들이 정부 정책에 공개 반기를 들었다기 보단 정책금융 확대에 따른 잠재 비용을 투자자에게 알린 사건에 가깝다는 평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분명한 신호가 담겨 있다. 금융권은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기조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그 부담이 건전성 악화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을 동원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책임 구조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은행도 공공성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정부 역시 시장의 위험 평가 기능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며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이 성공하려면 관치의 속도전이 아니라 시장과 정부의 위험 분담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6-05-14 10:25:45
-
-
AI 시대 뒤편의 전력 제국…LS는 왜 '조용한 승자'가 됐나
[경제일보] AI(인공지능) 시대의 승부는 더 이상 반도체 성능 경쟁에만 머물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산업계의 핵심 과제는 '전력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LS그룹은 지금 이 거대한 전력 인프라 전환의 중심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 AI 산업의 주인공은 엔비디아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초거대 데이터센터였다. 하지만 AI 연산량이 급증할수록 이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전력망과 송배전 인프라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확대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단순 발전을 넘어 전력을 장거리로 송전하고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전력 인프라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LS그룹의 존재감도 이 같은 전력 인프라 전환 흐름 속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기를 보내는 전선과 해저케이블의 LS전선, 전력을 제어하는 변압기·배전·자동화 솔루션의 LS일렉트릭, 해외 전력 인프라와 소재 사업을 확대 중인 LS에코에너지까지 그룹 전체 사업 구조가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전력망'과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S전선은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확대 흐름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각국이 해상풍력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확대에 나서면서 장거리 대용량 송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해저케이블은 기술 장벽과 대규모 생산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대표적인 고부가 인프라 산업이다. LS전선은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유럽·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S일렉트릭 역시 북미 전력 인프라 교체 사이클과 함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확대에 따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변압기와 배전반, 전력 자동화 시스템 등 전력기기 시장 역시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모습이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사업 확대와 함께 생산 거점 및 공급망 대응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AI 시대가 열리며 산업계에서는 반도체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결국 전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는 시대가 되면서 안정적인 송배전 인프라 확보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는 변압기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으며 초고압 케이블과 전력 설비 발주도 빠르게 늘어나는 분위기다. LS그룹은 일찍부터 전선과 전력기기, 자동화 솔루션 등 '전기의 흐름' 전반에 걸친 사업 구조를 구축해 왔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장거리로 송전하고 산업 현장과 데이터센터, 공장 등에 안정적으로 배분·제어하는 밸류체인 곳곳에 그룹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는 구조다. 과거에는 전선과 전력기기 중심의 전통 제조기업 이미지가 강했지만 탄소중립과 전기차, 재생에너지,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오히려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시대 변화와 맞물리기 시작했다. 산업 전반이 전기화(Electrification)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LS가 구축해온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이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이 같은 변화를 직접 언급했다. 구 회장은 "2026년을 LS의 미래가치를 진일보시키는 한 해로 만들자"면서, 재무적 탄력성 확보와 신사업 안정화, AI 기반 혁신 체계 구축을 주요 경영 과제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향후 5년간 해저케이블·전력기기·소재 분야에 국내 7조원, 해외 5조원 등 총 12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며 AI 시대 전력 인프라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냈다. 단순한 전선 기업을 넘어 글로벌 전력 인프라 그룹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S 내부에서는 AI를 단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제조업 혁신 도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올해 신년사는 AI가 직접 신년사를 작성하는 과정을 임직원들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 회장은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는 AI를 활용해 신속히 처리하고 핵심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AI를 산업 현장 운영 효율화와 생산성 혁신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해저케이블과 전력기기 산업은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 확대 과정에서 생산능력(CAPA)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LS는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동시에 재무 부담 관리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배터리 소재와 전기차 부품, 희토류 등 신사업 역시 아직 안정화 단계라고 보긴 어렵다. 전기차 캐즘과 글로벌 경기 둔화 변수도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재무적 탄력성 확보"를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LS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전통 전선 기업 이미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AI와 전기화(Electrification) 시대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화려한 소비재 브랜드 대신 산업 현장 뒤편에서 묵묵히 전기를 연결해온 LS의 B2B DNA가 오히려 AI 시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혁명의 무대 전면에는 반도체 기업들이 서 있지만 그 뒤편에서는 막대한 전력망과 송배전 인프라가 산업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 LS는 지금 그 보이지 않는 '전기의 혈관'을 구축하며 AI 시대의 조용한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
2026-05-12 15:3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