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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내년인데 제도는 아직 '진행형'…가상자산 '선과세' 논란
[경제일보]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면서 이른바 ‘선과세·후제도’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시장의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마련됐지만, 스테이킹과 에어드롭처럼 새로운 투자 방식에 대한 과세 기준이나 손실 이월공제 등 세부적인 과세체계는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산업과 투자자 보호에 대한 제도 정비가 충분히 이뤄진 뒤 과세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7년 1월 1일 이후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소득에서 필요경비를 뺀 뒤 250만원을 공제하고, 초과분에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22%다. 2027년 거래분에 대한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 이뤄진다. 문제는 법률에 과세의 큰 틀이 정해졌다고 해서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 유형까지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스테이킹·에어드롭…새로운 수익은 어떻게 과세하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테이킹이다. 이용자가 가상자산을 맡겨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에 기여하고 보상을 받는 방식인데, 이를 가상자산의 ‘대여’로 볼 것인지, 별도의 보상소득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과세 시점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가상자산 소득과세 관련 검토에서 스테이킹과 에어드롭, 해외 거래소 거래, 과세자료 확보 등을 주요 쟁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스테이킹이나 무상으로 받은 에어드롭 자산에 대해 받는 시점에 소득으로 볼지, 실제 처분할 때 과세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내 제도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를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이런 새로운 수익 유형을 세법이 세밀하게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올해 가상자산 2단계법인 ‘디지털자산법’ 정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거래소 내부통제와 이용자 보호장치 등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 최근에도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 등 일부 쟁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식 설명했다. ◆ 시장은 커졌지만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시장 여건도 과세 논란의 배경이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27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하반기 자료를 보면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으로 상반기보다 8% 줄었고, 일평균 거래규모도 5조4000억원으로 15% 감소했다.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개로 3% 늘었지만, 100만원 미만을 보유한 이용자가 826만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거래소 영업손익도 3807억원으로 상반기보다 38% 감소했다.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폭발적 성장’만을 전제로 세제를 설계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시장의 상당 부분이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과세 비용과 신고 부담이 커질 경우 국내 거래소 이용자보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금융위 조사에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거래소의 외부 이전 금액은 107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해외사업자나 개인지갑 등 화이트리스트 대상 이전액은 90조원으로 상반기보다 14% 증가했다. 다만 이 수치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 규모를 그대로 뜻하는 것은 아니며, 거래소에서 외부로 이전된 전체 자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 ◆ 주식은 폐지했는데 코인은 과세…형평성 논란 기본공제 250만원도 논쟁의 중심이다. 현행 제도는 같은 과세연도에 발생한 가상자산 이익과 손실은 통산할 수 있지만,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기는 결손금 이월공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주식과의 형평성도 빠지지 않는 쟁점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돼 일반 개인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장내 매매차익은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 대상이 아니다. 반면 가상자산은 250만원을 넘는 소득부터 과세된다. 자산의 법적 성격과 과세 목적이 서로 다른 만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투자자가 체감하는 과세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실제 관련 토론에서도 가상자산 과세의 핵심은 과세 자체보다 다른 금융자산과의 ‘정합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렇다고 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거래자료 제출 체계와 취득가액 산정 방식 등을 마련했고, 시행 전 보유분에 대해서도 의제취득가액 규정을 두고 있다. 과세의 기본 골격 자체는 이미 법제화돼 있다. 논쟁의 핵심은 과세 여부보다 과세체계의 완성도다. 테이킹·에어드롭·해외거래·개인지갑을 어떻게 다룰지, 손실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 250만원의 기본공제가 시장 현실에 맞는지 등을 시행 전에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와 과세 준비를 별개의 문제로 가져가기보다 시장 규율과 세제의 일관성을 함께 정비한다면 과세에 대한 반발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세부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시행부터 강행한다면 납세자 혼란뿐 아니라 국내 거래소와 해외 플랫폼 간 규제 차이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자산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빨리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어떤 거래를 해도 예측 가능한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할 수 있는 체계다. 내년 1월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결국 이 과제를 얼마나 정교하게 마무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08-28 16: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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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과세 5개월 앞두고 '2년 유예' 청원…주식과 다른 과세체계 논란
[경제일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더 미뤄달라는 국민청원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과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부터 부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과 비교해 개인 투자자의 세 부담 구조가 지나치게 다른 것 아니냐는 ‘과세 형평성’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27일 국회 전자청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시작된 ‘코인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은 닷새 만에 동의자 1만명을 넘어섰다. 9월 20일까지 5만명이 동의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청원인은 가상자산 과세 첫 신고 시점이 2028년 5월로 총선 직후인 만큼 정치적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며 2028년까지 유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이미 두 차례 시행이 미뤄졌다. 국회는 2024년 12월 소득세법을 개정해 시행 시점을 2027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으로 2년 연기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 가운데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20%의 세율이 적용되며 다음 해 5월 신고한다.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하면 실질 세 부담은 22%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의 논쟁은 ‘과세할 것이냐’보다 ‘지금 시행할 준비가 됐느냐’에 가깝다. 국세청은 이미 가상자산 거래자료 제출을 위한 서식과 세원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있고, 과세 기준과 취득가액 산정 방식도 법령에 담았다. 즉 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과세를 추진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투자자가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 해외 플랫폼을 오가는 현실에서 거래내역을 정확하게 통산하고 취득가격을 입증하는 문제는 여전히 제도 운용의 핵심 과제로 남는다. ◆ 시장도 ‘폭발적 호황’과는 거리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보면 과세를 서둘러야 할 정도로 시장이 일방적인 호황 국면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의 2025년 하반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으로 상반기보다 8% 감소했고, 일평균 거래규모도 5조4000억원으로 15% 줄었다.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개로 3% 늘었지만 100만원 미만을 보유한 계정이 826만개에 달했다. 거래소 영업손익도 6178억원에서 3807억원으로 38% 감소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도 변수다. 타이거리서치와 체이널리시스는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을 분석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 규모가 약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에만 약 168조원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는 온체인에서 식별 가능한 경로를 대상으로 한 추정치여서 국내 투자자 전체의 실제 자금 이동을 의미하는 공식 통계는 아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해외 이동이 국내에서 투자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제한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시장이 현물거래 중심에 머무는 동안 해외에서는 파생상품과 스테이블코인, 예측시장 등으로 활용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과세가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추가적인 비용과 행정 부담을 키울 경우 일부 수요가 해외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왜 코인만 먼저?”…주식과 과세 형평성 논쟁 가장 민감한 쟁점은 주식과의 형평성이다. 현재 국내 상장주식은 소액주주가 장내에서 거래해 얻은 양도차익에는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주식은 대주주가 과세 대상이며, 2026년 기준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은 종목별 보유액 50억원 이상 또는 일정 지분율 이상이다. 반면 가상자산은 투자 규모와 관계없이 연간 소득 250만원을 넘으면 과세하는 구조다. 물론 두 자산의 법적·경제적 성격이 다르고 국내 주식 거래에는 증권거래세 등 별도의 과세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만으로 ‘불공정하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투자자가 동일하게 자본이득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가상자산에만 상대적으로 낮은 과세 문턱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정책적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과세 유예론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세금을 걷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 해외거래 추적, 취득가액 검증, 손익 산정 등 제도를 먼저 보완한 뒤 과세하자는 주장이다. 특히 현행 제도는 연간 손익을 통산하지만 가상자산의 복잡한 거래 구조를 고려한 세부적인 납세 편의와 해외거래 대응이 실제 시행 과정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할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 정부가 선택해야 할 것은 ‘과세를 하느냐 마느냐’보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다. 이미 법률상 시행시점이 정해져 있고 국세청의 준비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유예 주장 역시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 반대로 시장 규모와 투자자 행태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둔 채 시행부터 서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 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정부가 거래자료 확보와 해외거래 대응, 투자자 보호 장치를 얼마나 촘촘하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자리 잡으려면 과세의 속도보다 과세체계의 완성도가 먼저 증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6-08-27 08: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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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 8월 서울 아파트값 1.14%↑…중랑·성북·노원 강세
[경제일보] 서울 아파트값이 이달에도 상승세를 이어간 가운데 중랑·성북·노원 등 강북권이 오름세를 주도했다. 경기에서는 수원 영통과 용인 수지, 화성 동탄 등 경기 남부 주요 지역의 강세가 이어졌지만 일부 지역은 전월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23일 KB부동산이 발표한 8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1.14% 상승했다. 지난달보다 상승폭은 0.09%포인트 확대됐다. 자치구별로는 중랑구가 2.25%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북구 2.08%, 노원구 1.95%, 종로구 1.94%, 강서구 1.86%, 구로구 1.81%, 동대문구 1.68% 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83% 올랐다. 수원 영통구가 2.85%로 상승폭이 가장 컸고 용인 수지구 2.76%, 화성 동탄구 2.61%, 수원 장안구 2.54%, 광명시 2.26%, 화성 병점구 2.14% 등이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다만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지난달 급등했던 일부 지역은 상승폭이 줄었다. 화성 동탄구는 지난달 6.25%에서 이달 2.61%로, 수원 영통구는 3.06%에서 2.85%로 둔화했다. 인천은 0.06% 올랐고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0.41% 상승했다. 전세시장도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이어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1.10%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0.24%포인트 축소됐다. 성북구가 2.21%로 가장 많이 올랐고 중랑구 2.05%, 강북구 1.91%, 동대문구 1.82%, 광진구와 노원구가 각각 1.62% 상승했다. 경기에서는 구리시가 1.77%, 화성 동탄구 1.74%, 수원 권선구 1.58%, 용인 수지구 1.55%, 광명시 1.44% 올랐다. 인천은 0.29% 상승했고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평균 0.45% 올랐다. 고가 아파트 시장 역시 회복 흐름을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아파트의 월별 가격 변동률을 나타내는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99.4로 전월보다 0.20% 상승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지난 3~5월 하락했던 지수는 6월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가격 수준도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739만원으로 16억원을 넘어섰고 강남 11개구 평균은 19억9016만원으로 20억원에 근접했다. 중위 매매가격은 서울 전체가 12억9167만원, 강북 14개구는 10억167만원으로 10억원대에 올라섰다. 다만 향후 가격 상승 기대는 다소 약해졌다.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7.8로 여전히 기준선 100을 웃돌았지만 전월보다 6.2포인트 떨어지며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실제 가격은 강북권과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지만 향후 상승폭에 대한 기대는 이전보다 낮아진 셈이다.
2026-08-23 14: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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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엿새 만에 다시 손보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경제일보] 정부가 지난 3일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줄이고 자기 집에 살지 않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은 늘리는 내용이다. 그런데 발표한 지 엿새 만에 여당이 다시 의견을 듣겠다고 나섰다. 주요 쟁점을 정부와 조율해 8월 말까지 정리하겠다고 한다. 국회가 정부안을 심사하고 고치는 것은 정상적인 입법 절차다. 입법예고도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논의한다는 내용은 세부 문구나 시행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실거주와 비거주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 직장이나 자녀 교육 때문에 자기 집에 살지 못한 경우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누구에게 세금을 더 물릴지를 다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제도의 뼈대에 해당하는 문제다. 정부안에 따르면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간다. 반면 자기 집에 살지 않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진다. 같은 가격의 집 한 채를 갖고 있어도 실제 거주하는지에 따라 공제액이 5억원이나 차이 난다. 보유기간에 따라 주던 종부세 공제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뀐다. 실제로 거주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집에 살지 않는 사람을 곧바로 투자자나 투기 목적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직장 발령이나 자녀의 취학, 부모 봉양, 해외 근무 때문에 다른 곳에서 사는 경우가 있다. 임차인의 계약기간이 남아 자기 집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재건축 과정에서 잠시 이주한 사람도 있다. 정부안에는 전근과 취학, 질병, 해외 체류, 부모 봉양 등에 관한 예외가 들어 있다. 다만 원칙적으로 해당 주택에서 1년 이상 거주했어야 하고 비거주 기간도 최장 3년까지만 인정한다. 예외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반발이 커지자 정부와 여당은 사유와 기간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문제는 세 부담의 많고 적음에만 있지 않다. 직장과 가족 문제처럼 흔히 생길 수 있는 사정을 정부가 발표 전에 충분히 따졌는지가 의문이다. 세법은 국민의 생활 사정을 반영해야지, 국민에게 세법에 맞춰 살라고 요구해서는 곤란하다. 직장을 옮기지 말고 부모를 돌보러 가지 말며 세입자의 계약이 끝나기 전이라도 자기 집에 들어가 살라는 식으로 세제가 작동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처음부터 다양한 거주 사정을 검토했다면 발표 직후 예외 규정을 다시 설계하는 일도 줄었을 것이다. 정부안을 먼저 내놓고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예외를 붙이는 방식은 과세 기준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납세자는 자신이 예외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려고 다시 계산해야 하고 과세당국은 개인의 거주 사정을 일일이 판단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가 신뢰를 잃는 이유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 끝난다며 재연장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정부도 2월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내세웠다. 정부가 정한 날짜를 믿고 집을 팔거나 계속 보유할지 결정하라는 의미였다. 부동산 거래는 며칠 만에 끝나지 않는다. 세입자에게 계약 종료를 알리고 매수자를 찾은 뒤 계약금과 잔금 일정을 맞춰야 한다. 매수자는 대출을 준비하고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가 중과 유예 종료 날짜를 못 박으면 시장 참여자들은 그 일정에 맞춰 수개월 전부터 움직인다. 그런데 정부는 8월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2027년과 2028년에 다시 한시적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5월에는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이유로 중과를 재개했고 석 달 뒤에는 매도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며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정책도 바뀔 수 있다. 문제는 몇 달 전까지 재연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던 정부가 반대 방향의 정책을 내놓고도 그 사이 정부 말을 믿고 움직인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데 있다. 정책을 바꿀 필요가 생겼다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전 판단이 왜 틀렸는지, 새 기준을 얼마나 유지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를 연상시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대통령이 상대해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다. 집을 사려는 신혼부부와 집을 팔아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는 은퇴자, 전세계약이 끝나 이사를 준비하는 세입자, 직장 발령으로 다른 지역에 살아야 하는 1주택자의 선택이 모여 시장을 이룬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이들의 결정을 바꾼다. 대통령이 세금 강화를 예고하면 매도자는 계약을 서두르고 매수자는 기다린다. 유예가 끝난다고 못 박으면 잔금 날짜와 등기 일정이 달라진다. 실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혜택을 줄이겠다고 말하면 집주인은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갈지 계산한다. 이처럼 대통령이 정책 방향을 직접 제시했다면 결과에 대한 설명도 대통령이 맡아야 한다. 세부 규정은 재정경제부가 만들고 국회가 법안을 고치더라도 큰 방향을 정하고 국민에게 신호를 보낸 사람은 이 대통령이다. 정부안에서 문제가 드러났다고 부처의 준비 부족이나 여당의 의견 수렴 문제로 돌릴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왜 비거주 1주택자를 실거주자보다 크게 불리하게 과세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직장과 가족 사정으로 거주하지 못한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지도 밝혀야 한다. 양도세 중과를 다시 완화하면서 불과 몇 달 전 강조했던 예측 가능성과 신뢰는 어떻게 되는지에도 답해야 한다. 세제 변경이 반복되면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집을 팔았다가 다음 달 세금이 내려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매도자는 기다린다. 집을 샀다가 새로운 규제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면 매수자도 계약을 미룬다. 거래가 멈추면 매물이 필요한 실수요자와 이사해야 하는 세입자가 먼저 불편을 겪는다. 세법이 자주 바뀌고 예외 규정이 늘어날수록 일반 국민은 정부 발표만으로 자신의 세 부담을 알기 어려워진다. 세무사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산가는 변경된 규정에 맞춰 계약 시기와 보유 방식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 평범한 1주택자와 세입자는 뒤늦게 바뀐 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과세 정상화라고 설명한다. 정상적인 세제라면 국민이 몇 년 뒤 자신의 세 부담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원칙도 상당 기간 유지돼야 한다. 과세 대상과 공제 기준이 몇 달마다 바뀌고 발표 직후 다시 조정된다면 국민은 정부 발표를 마지막 결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부동산은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주거와 생업, 가족생활이 얽힌 재산이다. 정부가 그 세금을 고칠 때는 충분한 검토와 예고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먼저 발표하고 관료들이 뒤늦게 예외를 채우는 방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세금을 얼마나 올리고 내릴지가 아니다. 어떤 원칙으로 세금을 매기고 그 원칙을 얼마나 오래 지킬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정부안을 발표하기 전에 시장과 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살피고 일단 내놓은 기준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8월 말 수정안이 나오면 정부는 국민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정책을 내놓고 반발이 생긴 뒤 고치는 일을 의견 수렴이라고 포장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세율표가 아니라 내년에도 믿을 수 있는 기준이다. 이 대통령은 올해 초 대한민국이 예측 가능한 사회로 돌아오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금의 부동산 세제부터 그 말에 맞는지 돌아볼 때다. 정부가 스스로 만든 원칙을 몇 달도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에게 수십 년짜리 주거와 재산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2026-08-10 09: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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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 앞두고 강남권 숨 고르기…마용성·강북은 상승세 지속
[경제일보]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시장의 온도 차가 더 뚜렷해졌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권 고가 아파트는 매수세가 주춤하며 상승폭이 꺾인 반면 마포·용산·성동구와 강북권 일부 지역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8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6% 올라 전주 0.15%보다 상승폭이 소폭 커졌다. 다만 강남 3구와 강동구가 포함된 동남권은 0.09% 상승하는 데 그쳐 전주 0.13%보다 오름폭이 줄었다. 동남권은 7월 첫째 주 0.25% 오른 뒤 4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했다. 강남권에서는 핵심 지역의 둔화가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전주 0.07%에서 이번 주 0.01%로 낮아지며 사실상 보합권에 가까워졌으며 서초구도 0.05%에서 0.02%로 오름폭이 줄었다. 송파구는 0.20%에서 0.15%로 상승세가 약해졌다. 시장에서는 세제개편안에 대한 경계감이 먼저 선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초고가 주택의 종부세 부담을 높이고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축소하기로 했다. 이번 주간 통계가 3일 기준으로 작성된 만큼 발표 내용이 모두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강남권에서는 이미 세 부담 증가를 의식한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강벨트와 강북권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마포구는 전주 0.33%에서 이번 주 0.39%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성동구는 0.14%에서 0.16%, 용산구는 0.13%에서 0.18%로 각각 오름폭이 커졌다.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 주요 지역도 강세를 유지했다. 수도권 전체로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0.16%, 인천은 0.03% 올라 각각 전주보다 0.01%포인트씩 상승폭이 커졌다. 수도권 전체 상승률은 0.17%로 전주 0.16%보다 높아졌다. 특히 성남 분당구는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되며 0.43% 올라 전주 0.32%보다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고 용인 기흥구도 반도체 벨트 기대감 속에 0.52% 상승했다. 전세시장은 지역별 공급 여건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와 같은 0.25%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0.18%, 인천은 0.11% 올라 모두 전주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다만 서초구 전셋값은 보합으로 돌아섰다. 이달부터 2091가구 규모의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입주가 시작되면서 인근 전세시장에 공급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 전셋값도 전주 0.09%에서 이번 주 0.01%로 상승폭이 크게 낮아졌다. 강북권 전세시장은 여전히 강했다. 중저가 전세 수요가 몰리는 성북구는 0.49%, 노원구는 0.42%, 강북구는 0.33% 상승했다.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은 세제개편과 입주 물량 영향으로 매매·전세 모두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에는 수요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통계는 세제개편안이 시장에 본격 반영되기 전의 흐름이라는 점에서 향후 변화가 더 주목된다. 강남권에서는 매수 관망과 절세 매물 움직임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고 한강벨트와 강북권은 대체 수요 유입 여부가 가격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세 부담 강화가 초고가 아파트값을 누르는 데 그칠지, 아니면 수요 이동을 통해 다른 지역의 상승 압력으로 번질지가 관건이다.
2026-08-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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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 상식으로 돌아가자
[경제일보] 부동산 세제는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가장 복잡한 제도다. 집은 거주 공간인 동시에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금이 조금만 바뀌어도 매매와 보유, 증여와 상속 계획이 흔들린다. 그만큼 부동산 세제는 신중하고 일관되게 설계돼야 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성 보유에는 더 큰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주택을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니라 시세 차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에 적정한 세 부담을 지우겠다는 방향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세제는 선의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세 부담이 커졌을 때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지, 오히려 거래가 잠길지 살펴야 한다. 고가 주택 보유자가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할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장기보유 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한 고령자나 장기 임대사업자, 지방 근무자 등이 과도한 부담을 지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세제를 발표하는 데서 끝낼 것이 아니라 거래량과 매물, 임대료, 지역별 가격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집값에 따라 세율과 규제를 바꾸는 일을 반복해 왔다. 집값이 오르면 보유세와 양도세를 높이고 대출을 조였다. 거래가 얼어붙으면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의 기준이 달라졌고 공제 방식도 수차례 손질됐다. 그 결과 세법은 전문가조차 해석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 국민은 집을 사거나 팔 때마다 세무 상담부터 받아야 했다. 같은 주택을 보유해도 취득 시기와 지역, 보유 기간, 거주 여부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졌다. 부동산 세제가 조세 원칙보다 정책 목적에 따라 누더기처럼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장 나쁜 것은 높은 세금만이 아니다. 앞으로 세금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세율이 다소 높더라도 기준이 명확하고 장기간 유지된다면 국민은 자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집값 움직임에 따라 세금을 수시로 바꾸면 거래자는 결정을 미루고 시장은 얼어붙는다. 부동산은 공급과 수요, 금리와 유동성, 교통과 교육, 일자리와 지역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다. 세금 하나로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접근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불안은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고, 일자리와 교육·문화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선호 지역의 주택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양도세를 높인다고 수도권 집중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세 부담이 과도하면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증여를 선택해 거래 가능한 주택이 줄 수 있다.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동안 공급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가격 불안은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은 취득세와 양도세 등 거래 과정의 세 부담이 무거운 편이다. 여기에 보유세까지 급격히 높아지면 집을 보유하기도 어렵고 처분하기도 어려운 구조가 된다. 시장의 이동성이 떨어지고 매물이 잠기면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든다. 보유에 적정한 부담을 지우는 대신 정상적인 거래를 가로막는 세금은 낮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투기성 단기 거래에는 무거운 책임을 묻되 장기 보유자가 주거와 생애 계획에 따라 집을 옮기는 과정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세금은 시장을 봉쇄하는 장벽이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인 이동을 돕는 장치가 돼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호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소득이 없는 고령자가 오랫동안 거주한 집의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조세 정의와 거리가 있다. 과세 이연이나 납부 유예, 고령·장기보유 공제 등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다주택자라고 모두 투기 세력으로 보는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기 임대인과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는 구분해야 한다. 주택 수만으로 선악을 나누는 과세는 시장 현실을 왜곡하고 임대 공급을 줄일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은 세제 중심에서 종합 처방으로 전환돼야 한다.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을 합리적으로 촉진하고, 역세권과 산업 거점에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인허가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착공과 준공, 실제 입주까지 이어지는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교통망과 학교, 의료와 돌봄 시설도 주택 공급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수도권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에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대학, 문화와 의료가 함께 있는 생활권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결국 국토와 산업, 교육 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다. 금융정책도 실수요와 투기를 구분해야 한다. 갭투자와 과도한 차입은 엄격히 관리하되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의 내 집 마련 기회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소득과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 원칙을 지키면서도 획일적인 규제로 실수요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지 말아야 한다. 좋은 세금은 많이 걷는 세금이 아니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세금이다. 과세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하고 비슷한 경제적 능력에는 비슷한 세 부담이 적용돼야 한다. 제도를 바꿀 때는 충분한 예고 기간을 두고 기존 보유자의 신뢰도 보호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를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를 편 가르는 방식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조세는 특정 계층을 응징하는 수단이 아니다. 부담 능력에 따라 공공서비스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고 시장의 왜곡을 줄이는 제도다. <논어>에는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는 ‘정자정야(政者正也)’가 나온다. 부동산 정책도 시장을 억지로 끌어내리거나 떠받치는 데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고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와 정책의 역할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등락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세제를 신뢰할 수 있게 했는지,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했는지, 공급과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한 성적표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필요한 사람이 합리적인 가격에 집을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세금도 이 원칙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세금은 집값을 잡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시장을 바로 세우기 위한 수단이다. 부동산도 세금도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기본과 원칙,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측 가능한 세제와 충분한 공급, 실수요 중심의 금융정책이 함께 갈 때 국민의 주거 안정과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도 가능하다.
2026-08-07 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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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는 높이고 매도 퇴로는 열었다…정부, 종부세·양도세 동시 개편
[경제일보] 정부가 보유세 과세의 무게중심을 ‘몇 채를 가졌느냐’에서 ‘얼마짜리 주택을 보유했느냐’로 옮긴다. 고가 주택 한 채에 세제 혜택이 집중되는 구조를 줄이고, 실거주 여부에 따라 1주택자 부담도 다르게 매기겠다는 방향이다. 동시에 다주택자에게는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낮춰 보유 부담 증가에 따른 매물 출구를 열어주기로 했다. 정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종부세 세율 적용 기준을 보유 주택 수에서 과세표준 규모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정 구간 이상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주택 수와 무관하게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과세표준별 세율은 전반적으로 오른다. 과세표준 12억~25억원 구간은 1.3%에서 2.0%로, 25억~50억원은 1.5%에서 3.0%로 높아진다. 50억~94억원 구간은 2.0%에서 4.0%, 94억원 초과 구간은 2.7%에서 최고 5.0%로 상향된다. 과세표준 6억~12억원 구간도 문턱 효과를 줄이기 위해 1.0%에서 1.3%로 조정된다. 세율 인상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내년에 중간 단계 세율을 먼저 적용한 뒤 2028년부터 중과 세율을 전면 적용할 방침이다. 종부세율 인상 효과가 실제 세 부담에 반영되도록 세부담 상한 비율도 현행 150%에서 200%로 높인다. 1세대 1주택자는 실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이 갈린다.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완화된다. 시가 기준으로는 약 20억원 수준이다.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1세대 1주택자는 기본공제도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된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집을 한 채만 보유했더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우에는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실거주 목적의 보유와 투자 목적 보유를 다르게 보겠다는 입장을 종부세 체계에 반영했다. 다주택자의 기본공제 방식도 바뀐다. 현행 9억원 기본공제 가운데 4억원만 일괄 적용하고 나머지 5억원은 전체 주택 가액 합계에서 거주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공제한다. 다주택자라도 실제 거주 주택 비중이 작으면 공제 혜택이 줄어드는 구조다. 공정시장가액비율(FMV)도 오른다. 현재 60%인 비율은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의 경우 내년 70%, 2028년 80%로 높아진다. 1세대 1주택자를 제외한 조정대상지역 보유자에게 적용되며 그 외 납세자는 내년부터 70%가 적용된다. 1세대 1주택자 세액공제는 보유 기간 중심에서 거주 기간 중심으로 재편된다. 기존에는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5년 이상 보유하면 최대 50%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거주 5~9년 20%, 10~14년 40%, 15년 이상 50%로 공제 기준이 바뀐다. 전환 과정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완충 장치도 둔다. 내년에는 기존 보유공제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 뒤 거주공제와 보유공제 중 더 큰 금액을 적용받도록 한다. 고가 주택일수록 세액공제 혜택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제액 한도도 신설한다. 내년 한도는 800만원, 2028년 이후에는 600만원이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실거주 중심으로 손질된다. 정부는 공제액에 별도 금액 한도를 두어 양도차익이 클수록 공제액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는 1년 유예를 거쳐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으로 낮아진다. 보유 기간 중심의 공제 방식도 거주 기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바뀐다. 현재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에게 보유와 거주에 각각 연 4%씩, 10년 한도로 최대 80% 공제가 적용된다. 2029년부터는 보유 공제를 없애고 거주 기간에 연 8%를 적용해 최대 80%까지 공제받는 구조로 전환된다. 비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같은 방향으로 바뀐다. 현재 최대 30% 한도로 적용되는 보유 공제를 단계적으로 거주 공제로 변경한다. 고령자와 실수요자를 위한 납부 유예 요건은 완화된다. 1주택자가 집을 처분할 때까지 종부세 납부를 미룰 수 있는 소득 기준은 총급여 7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종합소득은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높아진다. 만 65세 이상이면서 10년 이상 거주하고, 전년 소득 대비 당해 연도 보유세 비중이 10% 이상인 경우에도 납부 유예를 받을 수 있다. 종부세 강화와 함께 다주택자의 퇴로 마련을 위해 양도세 부담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를 2028년까지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종부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다. 2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팔 경우 2027년에는 기본세율에 5%포인트, 2028년에는 10%포인트를 가산 적용한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27년 10%포인트, 2028년 15%포인트를 추가한다. 현재는 2주택자에게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30%포인트를 중과하고 있다. 빨리 팔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정부는 올해 5월 10일부터 법 개정 전까지 이미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판 다주택자에게도 2027년 수준의 완화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신고·납부한 경우에는 내년 5월 확정신고 때 차액을 받을 수 있다. 2029년부터는 다시 현행 중과세율로 돌아가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가 가산된다. 이번 개편은 보유 단계에서는 고가·비거주·다주택 부담을 높이고 양도 단계에서는 한시적으로 퇴로를 열어주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가 세제를 통해 ‘실거주 1주택 보호’와 ‘투기성 보유 억제’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신호를 낸 셈이다. 관건은 종부세 강화가 초고가 주택 쏠림을 얼마나 줄이고, 양도세 완화가 실제 매물 출회로 이어질지다.
2026-08-03 18: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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