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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정보 믿어도 될까"…KT, 딥페이크·가짜뉴스 교육 나서
[경제일보] AI가 교육 현장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청소년에게 필요한 역량도 단순한 기술 활용법에서 AI가 만든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사용하는 능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KT는 대학생 IT 교육 봉사단과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과 학교를 찾아가는 체험형 AI 교육을 확대하며 디지털 교육 격차 해소와 AI 윤리 교육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28일 KT는 부산교육청,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협력해 전날 부산예술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형 AI 역량·윤리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KT는 이번 교육에서 부산예술중학교의 특성을 고려해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방식으로 구성했고,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직접 체험하면서 AI를 창작 과정에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동시에 AI의 한계와 윤리적 문제도 함께 학습했다고 설명했다. KT 대학생 IT서포터즈(KIT)는 AI 윤리 교육을 시작으로 생성형 AI 체험, 보드게임, 팀별 미션 등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직접 AI를 활용하고 결과를 비교·판단하도록 구성해 단순한 이론 교육보다 실제 활용 과정에서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동식 AI 체험관 'KT AI 스테이션'도 학교에 설치됐다. 학생들은 생성형 AI 스튜디오와 AI 휴먼 등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딥페이크와 가짜뉴스 판별 콘텐츠를 통해 AI가 만든 정보와 콘텐츠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출처와 진위를 확인하는 방법을 배웠다. 미디어 문해력 교육도 함께 진행됐다. 오후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발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극 '점프X컷'을 관람하고, SNS 등 미디어 환경에서 발생하는 청소년 관련 사례를 소재로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최근 AI가 이미지와 영상, 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어내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으며, AI 활용 능력과 미디어 문해력을 별개의 역량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I가 생성한 정보인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정보의 출처와 맥락을 확인하고 결과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교육에는 기술 체험뿐 아니라 대학생 멘토링도 포함됐다. KIT 단원들은 학생들과 학습과 대인관계 등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진로와 디지털 기술 활용에 대한 멘토 역할도 수행했다. KT는 일회성 교육을 넘어 지역과 학교를 대상으로 AI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KIT는 지난달 인천교육청과 협력해 서해5도 대청·백령 지역 중·고등학생 155명을 대상으로 AI 교육과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번달에는 동주중학교와 덕원중학교, 송정중학교, 부산예술중학교 등 부산 지역 4개 학교를 차례로 찾아 교육을 실시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국 8개 교육청과 협력해 349개 학교에 AI 윤리와 디지털 시민교육 등을 지원했다. 교육 인프라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까지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학교별 디지털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KIT는 KT와 KT그룹희망나눔재단이 선발·육성한 이공계 전공 대학생으로 구성된 IT 교육 봉사단이다. 대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AI 기술을 체험하고 교육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학생들이 또래에 가까운 멘토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KT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지난 2023년부터 협력하며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AI 윤리와 디지털 시민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에 따라 교육 범위를 단순한 기술 체험에서 AI 윤리와 미디어 리터러시까지 넓혀가고 있다. AI 교육이 확대될수록 교육 격차 문제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AI 서비스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환경뿐 아니라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고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교육 기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T는 향후에도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청소년들이 AI와 디지털 기술을 주체적이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KT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지난 2023년부터 협력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AI 윤리와 디지털 시민교육을 지원해 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청소년이 AI와 디지털 기술을 주체적이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8-28 09: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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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선명성보다 절제가 필요한 이유
[경제일보] 전당대회는 목소리가 커지는 자리다. 후보는 차이를 보여야 하고, 당원은 더 선명한 주장을 원한다. 평소라면 한 걸음 물러설 정치인도 경선장에서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간다. 문제는 그 두 걸음 앞에 헌법기관이 서 있을 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판으로 가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주장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민석 당대표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된 기소라면 공소취소가 원칙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전대 과정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12일 이를 두고 “선을 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의 표현에는 정치적 과장이 섞여 있다. 공소취소 주장을 했다고 곧바로 대통령 탄핵사유가 된다고 단정하거나,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곧장 헌정질서 파괴와 동일시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탄핵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헌법 제65조는 법관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도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제도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까지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방식은 다른 문제다. 대법원장도 비판받아야 한다. 사법부 독립이 사법부 무오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사회적 상식과 동떨어졌다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비판할 수 있고, 사법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 명백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다면 탄핵 절차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탄핵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보다 훨씬 무거운 근거가 필요하다. 헌법은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요구한다. 역으로 정치도 그 독립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나 당내 정치적 필요가 탄핵의 동력처럼 비쳐지는 순간, 사법개혁은 제도개혁이 아니라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집권당의 말은 야당의 말과 무게가 다르다. 야당 정치인이 집회 연단에서 던진 구호는 대개 정치적 주장으로 끝난다. 국회 다수 의석과 행정부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집권당의 대표 후보가 한 말은 다르다. 당선되는 순간 법안이 되고, 당론이 되고, 정부 정책을 압박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검찰·사법개혁 성과, 총선 승리, 당정 화합 등을 각각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대가 단순한 당내 행사가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소취소 문제는 더 조심스럽다. 법에 존재하는 제도라고 해서 특정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사건의 당사자가 현직 대통령이라면 기준은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정치권이 먼저 “조작 기소”라고 결론을 내리고 공소취소를 요구하면, 수사와 재판의 옳고 그름을 법정이 아니라 정당이 판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억울한 기소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수사나 표적 기소도 민주주의가 경계해야 할 폐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차가 중요하다. 누가 대통령이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우리 편이어서 취소하고 상대편이면 끝까지 재판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법치의 권위는 무너진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다. 실제로 12일 마지막 전대 TV토론에서도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등 지난 사법·검찰개혁 조치가 주요 성과로 거론됐다.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를 고치는 것과 사람을 겨냥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사법제도를 바꾸겠다면 왜 바꿔야 하는지 법과 원칙으로 설명해야 한다. 특정 판결과 특정 재판을 먼저 놓고 제도를 그에 맞춰 움직이면 개혁의 정당성마저 훼손된다. 경선의 속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원 투표가 중요한 선거일수록 후보들은 핵심 지지층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게 된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도 후보 간 네거티브와 과거사 공방이 이어지면서 민생과 정책 비전이 뒤로 밀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집권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면 당원의 박수 못지않게 그 말을 듣고 있는 국민을 의식해야 한다. 정치는 선명해야 할 때가 있다. 잘못된 권력과 싸울 때 어정쩡한 태도는 비겁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진짜 용기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데 있지 않다. 자기편이 원하는 것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긋는 데 있다. ‘서경’ 홍범편에는 ‘무편무당 왕도탕탕(無偏無黨 王道蕩蕩)’이라는 구절이 있다. 치우침도 없고 사사로운 편당도 없어야 바른 정치의 길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과 제도를 자기편의 필요에 맞춰 다루기 시작하면 정치는 좁아지고 국가는 흔들린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사법개혁을 멈추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의 원칙을 더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법관의 책임을 묻되 판결에 대한 보복처럼 보여서는 안 되고,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되 대통령 개인을 위한 제도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높일 길을 찾아야 한다. 대법원장 탄핵은 당원들의 박수를 받기 위한 구호로 소비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헌법적 수단이다. 대통령 관련 공소취소 역시 경선장에서 충성심을 겨루듯 다룰 사안이 아니다. 집권당의 말은 실제 권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절제돼야 한다. 전당대회는 17일 끝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던진 말의 파장은 그 뒤에도 남는다. 민주당 후보들이 기억해야 할 것도 그것이다. 경선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말할 수 있다. 집권당은 그 말이 국가의 제도가 될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
2026-08-13 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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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 대표 후보, 마지막 TV토론에 '승부수'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민석·정청래·송영길 당 대표 후보는 12일 마지막 TV 토론에서 국정 뒷받침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전당대회 기간 이러저러한 논쟁과 갈등이 있었지만, 전대가 끝나면 당을 하나로 잘 화합시켜서 든든하게 국정을 뒷받침하고 총선 승리의 길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 성공과 총선 승리 모두 당 대표 김민석이 든든하게 이끌어가겠다"며 "이기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든든한 김민석이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전남·광주의 메가 프로젝트는 초고속으로 성과를 내고, 전북도 책임지고 독자적인 메가 성장 계획을 추진하겠다"며 "경기 북부와 서울 강북처럼 불이익을 받아온 지역에 대해 정상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는 "민주당을 민주당답게 더 강력한 개혁 당 대표 정청래"라며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을 했고, 상법 3차 개정을 통해 주식시장을 안정화하려고 많은 애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과 함께 이룩한 소중한 성과"라며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정청래와 함께해준 당원과 국민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광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운 상승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이것부터 잘 챙기고 법을 통과시켜서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 후보는 "청래당 대표도, 조국혁신당 대표도 아닌 민주당 대표 후보 송영길"이라며 "민주당을 진짜 여당답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 후보는 "6·3 보궐선거에서 국민은 저희에게 경고했다"며 "형식상으로 이겼지만, 내란 세력을 부활시키고 대등한 정치 세력으로 만들어준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을 잘했다고 하면 총선 승리는 쉽지 않다. 과반수가 무너질 것"이라며 "총선 필승 카드 송영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에서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가 오는 15일과 16일 공개될 투표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아울러 그 결과는 단순한 당권의 향방을 넘어 향후 민주당의 노선과 국회 운영, 정부와 여당의 관계를 가늠하는 첫 신호가 될 전망이다. 토론 이후 후보 캠프의 대응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토론에서 발생한 유불리를 최대한 확대하고 상대 후보의 발언을 공격하는 메시지 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부동층과 미투표 당원을 겨냥한 막판 투표 독려 전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한다.
2026-08-12 16: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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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지율 43.3%, 민심의 경고음을 들어야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월 3~7일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43.3%, 부정평가는 53.0%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각각 2.6%포인트(p) 떨어지고 2.5%p 오른 수치다. 긍정평가는 4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여론조사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내외 경제 상황과 정치적 사건, 정책 발표 등에 따라 움직인다. 특정 시점의 수치만으로 국정운영 전체를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여러 주 연속 하락하고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상당 폭 앞서기 시작했다면 그 흐름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이번 하락세는 단순한 정치적 악재 하나의 결과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봐야 한다. 부동산과 세제 문제, 사법제도 개편 논란, 경제 불확실성이 동시에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서울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하락폭이 컸고, 연령별로도 60대와 70대 이상, 20대에서 지지율이 내려갔다. 정부가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정책의 방향 못지않게 추진 방식이다. 개혁 과제는 속도가 중요하지만 속도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을 충분한 설명과 조정 없이 밀어붙이면 정책 취지가 옳더라도 국민의 불안은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라는 목표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세제와 대출, 공급 정책이 자주 바뀌면 국민은 정책 방향보다 다음 규제가 무엇일지를 걱정하게 된다. 실수요자와 장기보유자, 청년층이 정책 변화의 부담을 직접 느낀다면 정부가 아무리 선의를 강조해도 정책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권 남용을 막고 수사·기소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수사 공백이나 사건 지연, 범죄 피해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기관의 간판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법 시스템이다. 집권 2년 차에는 국정운영의 중심도 달라져야 한다. 출범 초기에는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는 일이 중요했다. 이제는 발표한 정책이 국민의 삶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오르고 수출이 증가해도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고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면 국민이 느끼는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반도체와 AI 산업이 호황을 맞더라도 내수와 고용, 주거와 물가 부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거시경제 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성과를 만드는 것만큼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왜 지금 이 정책이 필요한지, 국민이 어떤 부담을 져야 하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정책이 실패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국민과의 소통은 정책 홍보와 다르다. 반대 의견을 듣고 필요하면 정책을 고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일이 진짜 소통이다. 정부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국민에게 이해를 요구한다면 설명회가 아무리 많아도 신뢰는 쌓이지 않는다. 중도층과 무당층을 향한 메시지도 중요하다. 모든 정부에는 확고한 지지층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나 지지층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설득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질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혹은 핵심 지지층만을 더 강하게 결집시키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메시지를 반복하면 단기적으로 정치적 방어막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이 멀어지면 국정운영의 공간은 오히려 좁아진다. 집권당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 정책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여당의 책임은 아니다. 민심이 정부에 전달되지 않는다면 여당이 먼저 경고하고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반대로 당내 강경론이 국정의 현실성과 충돌할 때는 당 지도부가 지지층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모두 ‘우리 편이 얼마나 결집했는가’보다 ‘우리 편이 아니었던 국민을 얼마나 설득했는가’를 국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지지층의 힘으로 이길 수 있지만 국정은 국민 다수의 신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지율 43.3%라는 숫자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다음 조사에서 오를 수도 있고 또 내려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 주 연속 이어지는 흐름이 보내는 신호다. 국정운영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는 않았는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정책의 비용과 부작용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경제와 민생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고 중도층까지 포용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논어>에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도 결국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의 한 단면이다. 신뢰는 강한 메시지나 정치적 동원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정한 원칙과 일관된 정책, 성과와 책임을 통해 쌓인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집권 2년 차에 들어섰다. 남은 임기는 새로운 정책을 얼마나 많이 발표했는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얼마나 실제로 바꿨는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지율 하락을 야당의 공세나 언론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몇 번의 여론조사에 흔들려 국정 방향을 수시로 바꿔서도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심의 경고를 듣되 원칙을 잃지 않는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지지층 결집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 설득이다. 집권 2년 차의 성패는 대통령이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국민이 그 정책의 방향과 결과를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08-11 09: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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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초박빙 전대, 이제는 지지층 확장까지 생각해야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표 경선이 끝까지 초박빙이다. 9일 강원·대구·경북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김민석 후보가 정청래 후보를 합산 4.14%포인트(p) 차로 앞섰다. 강원에서는 김 후보가 50.30%를 얻어 정 후보의 41.94%를 앞섰고, 경북에서도 김 후보가 47.37%로 정 후보의 45.71%를 눌렀다. 반면 대구에서는 정 후보가 47.82%로 김 후보의 46.35%를 앞섰다. 지역마다 승패가 엇갈릴 정도로 두 후보의 경쟁은 팽팽하다. 앞선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 제주·인천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9일 경선 직전 누적 득표율은 김 후보 45.42%, 정 후보 44.56%로 불과 0.86%p 차였다. 사실상 1% 안팎의 싸움이다. 경선이 치열한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후보 간 경쟁은 당원들의 관심을 높이고 지도부에 긴장감을 준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하는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됐다. 최종 반영 비율도 대의원·권리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다. 당원주권을 강화하겠다는 민주당의 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 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은 누가 1% 차이로 이기느냐가 아니다. 그 치열한 경쟁이 당의 외연을 넓히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 경선이 접전일수록 후보들은 당원들에게 더 강한 메시지를 내놓기 쉽다. 상대보다 한발 더 선명해야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작동한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야당과의 관계, 대통령실과의 거리 설정에서도 비슷한 유혹이 생긴다.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권리당원의 마음을 잡으려면 강한 구호와 단호한 태도가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야당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를 함께 책임지는 집권당이다. 야당 시절에는 지지층 결집만으로 정치적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집권당은 다르다. 중도층과 무당층,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국민까지 설득해야 한다. 당원에게 박수받는 메시지가 국민 전체에게도 같은 평가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것이 ‘당심 정치’의 역설이다. 당원을 존중할수록 당원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충실하게 대변하는 것이 당원주권의 전부라면 정당은 점점 자기 지지층 안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당의 경쟁력은 충성도 높은 지지층의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를 움직여야 한다. 특히 집권당은 국정 운영을 통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에게도 신뢰를 얻어야 한다. 최근 한국 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각 정당이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는 ‘진영의 섬’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 진영의 주장을 무조건 틀렸다고 규정하고 당내 다른 목소리마저 배신이나 해당 행위로 몰아붙이는 순간 정치는 설득보다 동원에 의존하게 된다. 동원 정치는 단기적으로 강하다. 강한 언어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온라인에서 확산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외연 축소다. 중도층은 거친 정치에 피로를 느끼고 무당층은 정치에서 더 멀어진다. 선거가 끝난 뒤에는 같은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기도 어렵다. 집권당 대표에게 필요한 능력은 지지층의 요구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지지층을 설득하는 것이다. 당원이 원하는 정책이라도 국가 전체에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설명하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실에도 할 말을 해야 한다. 반대로 당내 강경론이 국정을 흔들 때는 당을 설득하고 책임 있게 조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민주당 경선은 단순한 당권 경쟁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집권당이 어떤 정치 방식으로 국정을 뒷받침할 것인지 결정하는 선거다. 경제 상황만 봐도 그렇다. 반도체 호황과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라는 기회가 있지만 내수와 자영업, 고용과 지역경제 문제는 여전히 무겁다. 부동산과 세제, 노동시간과 에너지 정책에서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충돌한다. 이런 문제는 구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보완수사권이나 언론제도 개혁 같은 정치적 쟁점도 마찬가지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동시에 들여다봐야 한다. ‘개혁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이분법으로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없다. 집권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당원의 요구를 정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 전체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계산하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며 최종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국민 여론조사가 30% 반영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후보들이 실제로 누구를 바라보고 정치하느냐다. 국민 여론조사를 형식적인 안전장치로 두고 경선 내내 권리당원만 바라본다면 민심 반영이라는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당원주권을 강화하는 방향을 되돌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당원이 정책 결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당원주권과 국민정당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건강한 정당은 당원이 중심에 서면서도 국민에게 열려 있는 정당이다. 당원의 요구를 모아 국민적 의제로 확장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당원이 뽑은 대표가 국민 전체를 바라볼 때 당원주권도 더 강한 정당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논어>에는 “군자는 화합하되 같기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 있다. 같은 정당 안에서도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고, 국민 사이에는 더 다양한 생각이 존재한다. 그것을 인정하고 조정하는 것이 정치다. 민주당의 이번 경선에는 분명 승자가 나온다. 그러나 정당 정치의 진짜 승패는 전당대회장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경선 이후 얼마나 많은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느냐, 당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당심을 얻고 민심을 잃는다면 1% 차이의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민주당 차기 대표가 보여줘야 할 것은 누가 더 선명한지가 아니다. 누가 더 넓게 듣고 더 많은 국민을 설득하며 집권당의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가다. 이번 전당대회의 진짜 관전 포인트도 바로 거기에 있다.
2026-08-10 13: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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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국가 대개혁으로 완성된다
[경제일보] 국가의 선진화는 국민소득이나 수출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면 선진국이라 부르기 어렵다. 교육이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정치와 언론이 신뢰를 잃는다면 그 또한 선진국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아 성장과 AI 국가전략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그 성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국가 시스템의 대개혁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과 배터리, 문화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법치에 대한 불신과 교육 격차, 저출산과 지방소멸, 정치적 양극화, 언론 신뢰 하락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국가 운영의 기본질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바로 세워야 할 것은 법치주의다. 법치는 강한 처벌을 뜻하지 않는다. 권력자와 일반 국민,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당과 야당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법치의 본질이다. 수사와 재판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흔들린다는 인식이 퍼지면 어떤 개혁도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수사기관 개편도 기관의 권한을 나누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검찰과 경찰, 중대범죄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책임선을 분명히 하고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권한 남용은 통제하되 범죄 피해자가 기관 간 떠넘기기의 희생자가 돼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의 성적표는 조직을 몇 개 만들고 없앴는지가 아니라 억울한 사람을 줄이고 범죄에 더 정확하게 대응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법치는 정부와 공공기관에도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잘못된 정책과 행정 오류를 감추지 않고 기록과 과정을 공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독립기관의 독립성도 외부 감시를 피할 권리가 아니다.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에서 벗어나 법과 절차를 지킬 책임이다. 기본적인 절차와 상식이 무너지면 국민은 결과가 옳더라도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교육개혁은 국가 대개혁의 두 번째 축이다. AI 시대에는 지식을 얼마나 많이 외웠는가보다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AI 보편교육과 지방대학 육성을 2026년 교육정책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고, 전문대학과 지역 산업을 연결하는 AI·디지털 전환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모든 대학생을 위한 AI 기본교육과정과 초·중등 AI 중점학교도 늘리고 있다. 방향은 맞지만 숫자 확대만으로 교육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AI 교육을 몇 시간 이수했는지, 교육과정을 몇 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학생이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산업현장에서 실질적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고급 연구자와 현장 엔지니어, 일반 시민의 교육 목표를 구분하고 교사의 역량도 함께 높여야 한다. 교육부가 2029년까지 AI 교육 담당 교원 1만명 연수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육개혁은 입시제도 몇 가지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대학 서열과 수도권 집중, 학령인구 감소, 산업 수요와 교육과정의 불일치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지역 대학을 지역 산업·연구기관·기업의 중심으로 키우고 학생이 지역에서 배우고 취업하고 창업하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학이 무너지면 지역의 청년과 기업, 의료와 문화도 함께 사라진다. 저출산과 지방소멸 대응도 현금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출산지원금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돌봄과 교육,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방을 떠나는 이유도 애향심 부족이 아니라 일자리와 교육·의료·문화 기회의 격차 때문이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세제 지원과 지역 성장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 건물과 보조금만 내려보내서는 사람이 남지 않는다. 지역별 주력산업과 대학, 금융, 교통, 의료를 묶어 생활과 일자리가 함께 유지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 정책 역시 부처별 사업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거와 고용, 보육과 교육을 하나의 생애주기 정책으로 묶고 정책 효과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효과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고 일·가정 양립과 주거 안정처럼 실제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허위정보와 조작 콘텐츠, AI 딥페이크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짜뉴스 대응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이 진실과 거짓을 직접 판정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비판 언론을 위축시킬 수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가장 강한 대응은 신속한 팩트체크와 투명한 정보 공개, 정정 보도의 실효성 강화다. 플랫폼에는 조작 콘텐츠의 표시와 확산 경로 공개, 광고 수익 제한 등의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언론사도 오보를 작게 정정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만 늘리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오보의 자유가 아니며, 신뢰를 잃은 언론은 권력을 감시할 힘도 잃는다. 정치개혁은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여야가 상대를 국정의 경쟁자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여기는 정치에서는 장기적인 국가전략이 나올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 부동산, 에너지와 산업정책이 뒤집히면 기업과 국민은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협치는 야당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도, 여당의 국정과제를 무조건 통과시키는 것도 아니다. 국가적 과제에는 최소한의 장기 합의를 만들고 쟁점 법안은 충분한 숙의와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국회의 속도가 느린 것은 문제지만 다수 의석을 앞세워 토론을 생략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효율이라 할 수 없다. 집권당은 야당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지지층에게 박수받는 선명한 구호보다 실행 가능한 정책과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재원과 실행계획을 갖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협치는 양보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국가적 손실을 줄이는 정치 기술이다. 국가 대개혁의 바탕에는 기본원칙과 상식의 회복이 있어야 한다.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약속했으면 지키며, 공적 권한을 사익에 사용하지 않는 것은 거창한 개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본이 무너졌기 때문에 국민은 정치와 행정, 사법과 언론을 불신한다. <논어>에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나온다. 국가 경쟁력의 가장 깊은 뿌리는 기술도 자본도 아닌 신뢰다. 법이 공정하다는 신뢰, 노력하면 기회를 얻는다는 신뢰, 정부와 언론이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신뢰, 정치가 최소한의 약속은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국민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협력한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가 경제성장률 몇 프로 성장만으로 평가돼선 안된다. 법치와 교육, 인구와 지역, 언론과 정치의 낡은 구조를 얼마나 바꿨는지가 더 오래 남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인고의 과정이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는 경제성장률 몇 퍼센트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법치와 교육, 인구와 지역, 언론과 정치의 낡은 구조를 얼마나 바꿨는지가 더 오래 남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개혁은 구호를 외치는 일이 아니라 저항을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일이다. 선진국은 잘사는 나라를 넘어 시스템을 믿을 수 있는 나라다. 교육이 미래의 기회를 만들고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며, 언론이 사실을 지키고 정치가 차이를 조정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완성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국가 대개혁의 청사진과 우선순위, 실행 일정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성장과 AI 전략의 성공도 결국 기본과 원칙, 상식이 살아 있는 국가에서만 가능하다.
2026-08-06 15: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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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 선명성 경쟁보다 집권당 책임을 보여라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표 경선이 초박빙으로 흐르고 있다. 정청래 후보는 부산·울산·경남 권리당원 투표에서 김민석 후보의 연승을 저지했다. 앞선 충청권 경선에서도 두 후보의 격차는 1%포인트에 미치지 못했다. 누가 당권을 쥘지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이다. 경선이 치열한 것은 정당에 나쁜 일이 아니다. 후보 간 경쟁은 당원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지도부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이번 경선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한 ‘1인 1표제’가 적용된 것도 당원주권 강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당비를 내고 당의 활동에 참여한 당원이 대표 선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경선에서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누가 권리당원의 박수를 더 많이 받느냐가 아니다. 누가 집권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국민의 삶에 책임질 수 있느냐다. 당 대표를 뽑는 선거이지만 민주당은 야당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정부, 국회 다수당을 연결하며 국정의 성패를 함께 책임져야 하는 집권여당이다. 그런데 경선이 과열될수록 후보들의 메시지는 당 안쪽으로 향하기 쉽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야당과의 관계,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를 놓고 누가 더 강경하고 선명한지를 겨루려는 유혹이 커진다.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핵심 당원에게는 강한 구호와 단호한 태도가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환호받은 말이 국정 운영에서도 좋은 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은 정당의 외연을 좁힌다. 상대보다 한발 더 강한 주장을 내놓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개혁 의지 부족’이나 ‘대통령 흔들기’로 몰아붙이기 시작하면 당내 토론은 사라진다. 집권당 내부에서조차 정책의 부작용과 현실적인 한계를 말하기 어려워진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당심은 존중해야 하지만 민심과 같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권리당원은 정치 참여도가 높고 당의 가치와 노선에 충실한 집단이다. 그러나 무당층과 중도층,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시민, 당의 정책에 비판적인 국민까지 그대로 대표하지는 않는다. 당원들의 열망을 국민 전체의 요구로 착각하는 순간 집권당은 민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집권당에는 야당보다 무거운 현실의 제약이 따른다. 야당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여당은 재원을 마련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정책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 지지층이 원하는 정책이라도 경제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법률과 행정 체계에서 실행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이 대표적이다. ‘검찰개혁 완수’라는 구호는 당원들에게 강한 호응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사 공백과 사건 지연, 범죄 피해자 보호에 대한 대안 없이 권한부터 없앤다면 그 시행착오의 비용은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이 부담한다. 개혁의 속도를 과시하는 것보다 무엇으로 빈자리를 채울지 설계하는 일이 집권당의 책임이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라는 명분만 앞세워 대출을 과도하게 조이면 현금 보유자만 유리한 시장이 될 수 있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여론에 따라 반복해서 손질하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은 무너진다. 당원에게 박수받는 강한 규제가 반드시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문제에서는 더욱 냉정해야 한다. 반도체 수출은 급증했지만 내수와 고용, 자영업자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미국의 관세 압박과 중국의 산업 추격, 고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가 내놓아야 할 것은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언어가 아니라 성장과 일자리, 산업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이다. 당정 관계에 대한 후보들의 태도도 중요하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뒷받침하는 것과 대통령실의 판단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은 다르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으면 여당이 먼저 경고하고 조정해야 한다. 반대로 당내 강경론이 국정의 안정성을 흔들 때는 대표가 지지층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지시만 기다리는 전달자가 된다면 국회 다수당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강성 당원의 요구를 그대로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확성기가 돼서도 안 된다. 대통령과 당원, 국민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잘못된 정책에는 책임 있게 제동을 거는 것이 집권당 대표의 역할이다.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한다고 민심과의 간극이 저절로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경선 규칙상 국민의 의견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보다 후보들이 실제로 누구를 바라보며 무엇을 말하느냐가 중요하다. 국민 여론조사는 민심을 얻기 위한 형식적인 관문이 아니다. 당 밖의 국민에게도 신뢰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시험이어야 한다. 두 후보는 남은 경선에서 자신이 상대보다 더 강한 개혁가라는 점을 증명하는 데 매달려서는 안 된다. 검찰개혁 이후 수사 공백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반도체 호황을 내수와 고용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부동산 공급과 가계부채를 어떤 원칙으로 관리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야당과 무엇을 놓고 협상하고 어떤 사안에서는 타협하지 않을지도 밝혀야 한다. 정당은 지지층의 요구를 모으는 조직이지만 집권당은 그 요구를 국가 정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과 충돌까지 책임져야 한다. 당원에게 듣기 좋은 말만 되풀이하다가 정책 실패가 발생하면 국민에게 이해를 요구하는 정치는 무책임하다. <논어>에는 “군자는 화합하되 같기만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 나온다. 건강한 정당은 같은 목표를 향하면서도 다른 의견을 허용한다. 이견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선명한 목소리만 남긴 정당은 강한 정당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을 능력을 잃은 정당이다. 민주당의 이번 경선은 단순히 당권의 주인을 가리는 선거가 아니다. 집권 1년을 지난 이재명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성과를 만들 수 있을지를 좌우하는 선택이다.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환호에 기대 당내 주도권만 행사한다면 대통령과 당, 국민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원이 대표를 뽑지만 대표가 책임질 대상은 국민 전체다. 당심을 얻고도 민심을 잃는다면 경선에서 이기고 국정에서 지는 결과가 된다. 민주당 후보들이 보여줘야 할 것은 누가 더 선명한지가 아니다. 누가 더 넓게 듣고 더 현실적으로 판단하며 집권당의 결과에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다.
2026-08-03 15: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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