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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AI 인사 전면 배치한 정부…'AI 3대 강국' 실행력 시험대
[경제일보] 정부가 인공지능(AI) 정책을 이끌 핵심 인선을 잇달아 단행하면서 그동안 흩어져 있던 AI 정책의 방향을 정비하고 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행력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민간 AI·정보기술(IT) 분야 경험을 갖춘 인사를 전면에 배치한 만큼 정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AI 투자와 기술 개발, 서비스 확산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해민 AI미래기획수석과 하정우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을 잇달아 기용하며 AI 정책 컨트롤타워 재정비에 나섰다. AI 산업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책을 구체화하고 부처 간 조율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선은 민간 현장 경험을 갖춘 인사를 AI 정책 전면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AI 기술과 산업 현장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인사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기술 개발 기업과 실제 AI를 도입하는 기업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I 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정책 결정이 늦어질 경우 기업의 투자와 사업 추진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분야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지,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AI 서비스를 둘러싼 규제가 어느 수준에서 적용되는지에 따라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는 특정 산업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제조·금융·통신·의료·유통·콘텐츠 등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범용 기술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AI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제시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기업이 어떤 기준에 따라 AI를 도입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정책 목표와 산업 현장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관련 대규모 투자 역시 실제 산업 성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컴퓨팅 인프라와 연구개발에 투자하더라도 기업이 이를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AI 산업은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동시에 제조·반도체·통신·자동차 등 국내 산업의 AI 전환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를 실제 업무와 생산 현장에 적용하는 수요기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한 변수다. AI 기술은 정부 임기보다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기업들이 단기적인 지원사업보다 중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보고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책이 부처별로 나뉘거나 규제 기준이 빠르게 바뀔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시점과 사업 방향을 결정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AI 정책 컨트롤타워가 명확해지면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AI 산업 육성, 규제 개선, 인프라 확충, 인재 양성 등 여러 정책이 개별 부처 단위로 추진되는 대신 하나의 국가 전략 아래 연계될 경우 기업이 정부 정책의 방향을 예측하고 투자와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인선만으로 산업 현장의 변화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AI 기업이 기술 개발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와 GPU 등 컴퓨팅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 기업들이 AI 서비스를 도입할 때 불필요한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는지, 정부 지원이 실제 매출과 수출 등 산업 성과로 이어지는 정책 결정 속도와 현장 적용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AI 도입 과정에서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 정책과 규제의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 새로운 AI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어떤 규제가 적용되는지 해석이 달라지거나 부처마다 다른 기준을 제시할 경우 기업은 기술 개발보다 규제 대응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가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산업 현장에서 혼선을 줄이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AI 개발 기업에는 사업화의 길을 열고, AI를 활용하려는 기업에는 명확한 규칙을 제시하며, 필요한 인프라와 인재를 적시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 경험을 갖춘 AI 인사를 전면에 배치한 것도 결국 이러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AI 정책의 성패 역시 새로운 조직이나 인물의 등장 자체보다 이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빠르게 정책에 반영하고 기업의 투자와 AI 도입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신임 상근부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국가AI전략위원회가 국가 AI 비전을 제시하고 민간의 혁신 역량과 정부의 정책 역량을 연결해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는 국가 AI 거버넌스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며 "필요한 정책은 신속하게 결정하고 부처 간 쟁점은 적극적으로 조정하며 현장의 걸림돌은 과감히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2026-08-31 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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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셀렉스까지…매일유업이 57년간 찾은 '영양의 빈칸'
[경제일보] 매일유업은 지난 57년간 소비자에게 부족한 영양을 찾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해왔다. 1969년 우유가 부족하던 시기 낙농사업으로 출발해 1974년 영유아용 조제분유 생산에 나섰고 이후에는 일반 분유를 먹기 어려운 환아를 위한 특수분유까지 개발하며 영양 수요를 세분화했다. 이러한 방식은 유아식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소비자에게는 '락토프리 우유'를 내놓고 중장년층의 단백질 섭취 수요에는 '셀렉스'를 선보였으며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찾는 소비자를 겨냥해 두유와 오트음료로 제품군을 넓혀왔다. 질환·연령·소화 능력·식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미충족 수요를 찾아 영양 설계와 유가공 기술로 제품화해온 것이다. 우유와 분유에서 시작한 기술이 50여년 뒤 중장년·고령자·환자의 영양관리까지 이어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낙농보국'에서 시작한 57년…우유·분유로 식품사업 기반 구축 출발점은 우유였다. 매일유업의 전신 한국낙농가공은 1969년 2월 '낙농보국'을 창업정신으로 출범했다. 같은 해 5월 정부와 김복용 창업주가 각각 절반씩 출자해 자본금 3억원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우유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유를 공급할 낙농 기반 확보가 먼저였다. 매일유업은 1972년 미국산 처녀우 850마리와 호주산 임신우 850마리를 들여왔고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로 젖소를 비행기로 수송하며 원유 공급 기반을 넓혔다. 이렇게 확보한 낙농 기반을 바탕으로 1973년 호남공장을 준공해 테트라팩 우유 생산에 들어갔으며 1974년에는 중부공장을 가동해 조제분유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생산 기반을 갖춘 뒤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 1981년 매일분유를 중동에 수출하며 국내에서 축적한 유가공 역량을 해외시장으로 연결했다. 우유와 분유에서 쌓은 식품 제조·유통 역량은 냉장주스, 발효유, 컵커피와 같은 인접 식품군으로 이어졌다. 1992년 국내 최초 냉장주스 '썬업'을 출시한 데 이어 컵커피·발효유·두유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소비자의 다양한 식음 수요를 공략했다. 이 과정에서 매일유업이 반복해온 방식은 단순히 제품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영양과 식생활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수요를 찾아 새로운 제품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2017년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회사 구조를 재편했다. 기존 매일유업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로 바뀌고 우유와 분유 등 유가공 사업은 새로 출범한 매일유업이 맡는 방식으로 분리됐다. 회사의 법인 구조는 달라졌지만 생산시설과 브랜드, 유가공 사업의 역사는 1969년 창립 때부터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350명 위한 특수분유부터 락토프리까지…작은 영양 수요도 제품으로 매일유업의 사업 방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매출 규모가 큰 우유나 커피보다 1999년부터 생산하고 있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용 특수분유에서 찾을 수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자는 특정 아미노산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생성되지 않아 모유와 일반 분유는 물론 고기와 쌀밥 같은 일상적인 식품도 자유롭게 섭취하기 어렵다. 매일유업은 이런 환아가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아미노산은 제거하고 비타민과 미네랄 등 필수 영양성분은 보충한 특수 유아식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이렇게 시작한 특수분유 생산은 올해로 27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8종 12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특수분유는 효율성이 높은 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2024년 기준 국내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는 약 350명 수준에 불과한 데다 일반 제품과 성분이 섞이지 않도록 생산 때마다 일반 분유 공정을 멈추고 설비를 별도로 세척한 뒤 소량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은 20년 넘게 특수분유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수익성보다 반드시 필요한 수요에 대응하는 이 같은 방식은 매일유업이 강조해온 ‘한 명의 아이도 건강한 삶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실제 제품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특정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섭취하기 어려운 문제를 제품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출시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하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미세한 필터로 유당을 제거하는 UF(Ultra Filtration) 공법을 적용했다. 출시 당시 국내에서는 락토프리라는 개념이 생소했지만 유당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 수요가 확인되면서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닐슨 집계 기준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은 2019년 300억원대에서 2023년 약 870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고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같은 시기 시장점유율 44%로 1위를 기록했다. 2024년에는 출시 19년 만에 누적 판매량 8억개를 넘어서는 등 우유 섭취에 불편을 느끼던 소비자를 새로운 유제품 수요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2008년 선보인 상하목장은 소비자 선택 기준이 가격에서 원료와 생산 방식, 품질까지 넓어지는 흐름을 겨냥했다. 일반 백색우유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유기농 원유와 생산 과정에 가치를 두는 소비자층을 공략하면서 차별화된 시장을 구축했다. 락토프리 우유가 소화 여부에 따른 수요를 겨냥했다면 상하목장은 원료와 생산 방식에 대한 선호를 제품에 반영해 동일한 우유 시장 안에서도 소비 기준을 한층 세분화한 사례다. 분유 기술을 중장년·환자까지…셀렉스·메디웰로 '평생 영양' 공략 인구구조 변화는 매일유업이 공략해야 할 영양 수요의 방향도 바꿨다. 영유아 인구 감소로 우유와 분유 시장의 성장 여력이 줄어드는 사이 고령화와 건강관리 수요는 커졌고 매일유업은 이에 맞춰 분유에서 축적한 영양 설계 역량을 중장년층으로 확장했다. 2018년 선보인 성인영양식 브랜드 '셀렉스'가 대표적이다. 같은 해 식품업계 최초로 근감소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를 설립해 중장년층의 근육과 단백질 섭취를 연구했다. 이후 △분말형 단백질 △RTD 음료 △프로틴바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고 셀렉스 누적 매출은 지난해 5월 5000억원을 넘어섰다. 분유가 성장기 영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을 설계한 제품이었다면 셀렉스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과 영양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생애주기별 영양 설계는 고령자와 환자로도 이어져 매일유업은 전문 균형영양식 '메디웰'을 통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는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올해는 이 사업을 한 단계 더 세분화하며 한림대학교의료원, 푸드테크 기업 슈팹과 환자·고령자 맞춤형 영양식 개발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의료기관의 임상 역량과 식품 기술을 결합해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영양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아이의 연령과 상태에 맞춰 분유를 설계했던 방식이 중장년, 고령자, 환자의 상태별 영양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새로운 영양 수요를 공략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유가공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 7월 국산 우유를 UF 공법으로 3배 농축한 단백질 RTD 음료 '퓨어틴'을 출시했다. 330㎖ 한 팩에 단백질 23g을 담으면서 유당은 제거했다. 2005년 락토프리 우유에 활용했던 여과 기술을 최근 커지는 단백질 음료 시장에 적용한 것이다. 영양의 빈칸은 식습관에서도 나타났다. 건강과 환경, 소화 문제 등을 이유로 우유 대신 식물성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매일유업도 콩, 아몬드, 귀리를 기반으로 한 제품군을 구축했다. 기존 매일두유에 아몬드브리즈를 더한 데 이어 2021년 귀리를 활용한 '어메이징오트'를 선보였다. 유제품을 주력으로 해온 매일유업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 소비자까지 겨냥해 제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올해 8월에는 상하목장 브랜드의 첫 두유 제품인 '콩물두유' 3종도 출시했다. 국산 서리태를 활용한 제품으로 기존 유기농 유제품 중심이던 상하목장 브랜드를 식물성 음료까지 확장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매일유업이 식물성 음료를 주요 성장 품목으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 신제품보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가깝다. 이 흐름을 놓고 보면 매일유업의 고객은 점차 연령과 원료의 경계를 넘어섰다. 매일유업은 영유아용 분유부터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한 락토프리 우유, 중장년층 대상 단백질 제품, 환자·고령자용 균형영양식, 식물성 음료까지 고객별 생애주기와 식습관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뉴트리션 영업익 338%·수출 26% 증가…백색우유·해외 수익성은 과제 이러한 전략은 올해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매일유업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94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54.3% 늘었다. 2분기만 보면 매출 4800억원, 영업이익 204억원으로 각각 4.8%, 64.4% 증가했다. 특히 조제분유와 성인영양식 등이 포함된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뉴트리션 매출은 12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6%에서 12.7%로 높아졌다. 수익성 개선 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338.3% 늘었고 2분기만 보면 매출 632억원으로 16.4% 증가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2억원에서 27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유가공 부문 매출 증가율이 1%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뉴트리션 사업이 매일유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유 사업에는 최근 출생아 반등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14만580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었다. 지난 6월 출생아 수도 2만3111명으로 15.6% 증가해 2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매일유업도 출생아 증가에 따른 조제분유 판매 호조를 상반기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뉴트리션 사업의 성장세에 맞춰 조직 구조도 재정비했다. 매일유업은 2021년 헬스앤뉴트리션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100% 자회사 매일헬스뉴트리션을 올해 5월 다시 흡수합병했다. 이를 통해 뉴트리션 사업의 글로벌 성장전략을 본사 차원에서 추진하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영업과 상품개발, 마케팅 역량을 한데 묶어 경영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별도 법인에서 키워온 셀렉스 사업을 본체로 편입해 기존 유가공·영양 연구 역량과 판매조직 간 시너지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국내에서 축적한 영양 제품 경쟁력은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일유업의 수출액은 5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 늘어 같은 기간 2.5% 증가에 그친 내수 매출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4.6%에서 5.6%로 높아지면서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매일두유와 셀렉스 등 8개 제품을 미국 올리브영 패서디나점과 온라인몰에 입점시키며 현지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저당·고단백 두유와 콜라겐 제품 등을 앞세워 국내에서 세분화해온 식물성·건강관리 수요를 미국의 'K-웰니스' 소비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특수분유 역시 해외시장으로 공급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헬스케어 계열사 알리건강을 통해 선천성 대사질환자용 특수분유를 현지에 공급해왔으며 이를 통해 국내 수백명의 환자를 위해 유지해온 제품을 해외 희귀질환 환자까지 연결하고 있다. 이처럼 제품별 해외 판매 접점은 넓어지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올해 상반기 수출이 빠르게 증가했음에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그쳤고 지난해 해외 종속기업인 북경매일유업유한공사와 매일호주유한회사는 각각 7억원과 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판매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현지 사업 기반을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인 만큼 향후 해외사업의 이익 창출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매일유업의 출발점이자 핵심 사업인 백색우유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원유 공급과잉으로 백색우유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한 데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포장재와 수입 원부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말 매일유업의 원유 매입가격은 ℓ당 1359.97원으로 지난해 말 1357.71원, 2024년 말 1343.9원보다 높아졌다. 백색우유 소비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원유 매입 부담은 쉽게 낮추기 어려워 수익성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매일유업은 하반기 백색우유의 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조제분유와 셀렉스 등 뉴트리션, 식물성 음료의 국내외 판매를 확대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이 이제 증명해야 할 것은 '영양의 빈칸'을 발견하는 감각보다 그 빈칸을 충분한 규모의 시장으로 키워내는 힘이다. 국내 유업시장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뉴트리션과 식물성 음료의 외형과 수익성을 함께 높이고 해외에서도 국내에서 검증한 제품 경쟁력을 안착시켜야 한다. 지난 57년간 세분화된 소비자 수요를 제품으로 구현해온 역량이 향후 시장 확대와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매일유업의 다음 성장 곡선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본질적인 영양 수요를 발굴해 보다 건강한 식음료로 제품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50년 이상 축적한 영양 설계 기술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소비자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온 진정성이 고객 신뢰와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프리미엄 유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식물성 음료와 성인·장노년층 영양식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조제분유와 식물성 음료, 셀렉스 등을 판매하고 미국에서도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등 수출 활로를 확보해 해외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8-31 17: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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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철 LG전자 사장 "미래 바꾸는 건 인재"…피지컬 AI R&D 인력 확보전
[경제일보] LG전자가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 모빌리티 등 피지컬 AI 기반 미래사업을 이끌 연구개발(R&D)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낸다. 류재철 최고경영자(CEO·사장)가 직접 북미 인재들과 만나 성장사업의 방향을 공유하는 등 글로벌 기술 인력 확보에 나섰다. 31일 LG전자에 따르면 류재철 최고경영자(CEO·사장)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미 테크 콘퍼런스’에서 R&D 인재들을 만나 LG전자의 미래사업 전략과 기술 경쟁력을 소개했다. 이번 북미 테크 콘퍼런스에는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Berkeley) 등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의 박사·연구원, 현지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R&D 경력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류 CEO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엔지니어로 입사해 사업부장과 사업본부장을 거쳐 CEO에 오른 자신의 경력을 소개하며 기술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회사의 핵심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LG전자가 인재 확보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미래사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있다. 기존 생활가전과 올레드 TV, 텔레매틱스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업공간용 공조(HVAC), 로보틱스, 모빌리티 등으로 성장축을 넓히고 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로봇 플랫폼과 로봇 지능, 데이터를 결합한 기술 역량을 강화한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과 AIDV·SDV 기반 차량용 지능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각 사업에서 AI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고급 R&D 인력 확보가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다. 류 CEO는 “미래를 바꾸는 것은 인재”라며 “LG전자는 더 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들과 함께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는 북미 주요 대학을 직접 찾아가는 채용 활동을 확대한다. 다음 달 9일부터 MIT, 카네기멜런대, 미시간대, 퍼듀대, 일리노이대 어버너-샴페인캠퍼스, 위스콘신대 매디슨 등에서 채용설명회를 열고 우수 R&D 인재 확보에 나선다. 국내에서도 로봇, 생산기술, 전기·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2026-08-31 11: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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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존, 한미그룹 전사 AX 정조준…제약·헬스케어 업무에 AI 심는다
[경제일보] 메가존이 한미그룹의 전사 인공지능(AI) 전환(AX) 사업에 본격 합류한다. 한미그룹이 임직원 주도의 AI 활용 과제를 발굴해 업무 혁신을 추진하는 가운데 메가존의 AI·클라우드 역량을 결합해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산업 특화형 AX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메가존은 31일 한미사이언스와 ‘AX 기반 디지털 업무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서울 송파구 한미그룹 본사에서 협약을 맺고 AX 기반 업무혁신 과제 발굴,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 AI·디지털 혁신 과제 공동 추진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한미그룹이 이미 전사적인 AI 활용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그룹은 이달 초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을 비롯한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Hanmi AI Boost Program’을 시작했다. 임직원이 현장에서 직접 AI 활용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구현한 뒤 실제 업무에 적용하도록 하는 바텀업 방식이다. 우수 사례는 AI와 임원 평가를 거쳐 매월 5건을 선정하고, 장기적으로 효과가 확인된 사례를 그룹 내 다른 조직으로 확산한다. 메가존은 이 같은 내부 실험을 실제 AX 사업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범용 AI를 단순 도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약·헬스케어 산업의 업무 특성과 규제 환경, 데이터 구조를 반영해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공동 기획할 계획이다. 양사는 우선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과제를 발굴한다. 이후 검증된 업무부터 적용 범위를 넓혀 한미약품 등 주요 계열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제약산업 특성상 연구개발뿐 아니라 영업·마케팅, 품질관리, 인허가, 경영지원 등 방대한 업무 데이터가 축적돼 있어 AI를 적용할 수 있는 영역도 넓다. 메가존 입장에서는 제조·유통에 이어 제약·헬스케어라는 고부가 산업으로 AX 사업 레퍼런스를 확대할 수 있다. 특히 메가존은 클라우드 전환, 데이터 구축, AI 모델 및 에이전트 개발·운영까지 지원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어 기존 시스템과 데이터를 AI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미그룹 역시 단순한 AI 도구 사용에서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단계가 넘어가게 된다. 직원이 직접 만들어낸 AI 활용 사례를 메가존의 기술력으로 고도화하고, 검증된 결과물을 다른 계열사로 확산하는 구조가 구축되면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그룹 차원의 AX 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 장지황 메가존 대표는 “AI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해당 산업과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함께 결합돼야 한다”며 “한미사이언스의 제약·헬스케어 전문성에 메가존의 클라우드·AI 기반 업무혁신 경험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AI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 도구를 넘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한미그룹의 AX 기반 업무 혁신을 확대하고 임직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디지털 업무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협력의 성패는 MOU 자체가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 AI 아이디어를 얼마나 빠르게 실제 업무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이를 그룹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렸다. 한미그룹의 ‘AI 부스트’와 메가존의 AX 역량이 결합하면 제약·헬스케어 산업의 AI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2026-08-31 11: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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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울대·KAIST와 AI 연구 결실…사업화로 경쟁력 키운다
[경제일보] KT가 서울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진행한 인공지능(AI) 공동연구를 마무리하고 연구 성과의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 단순 기술 교류를 넘어 대학의 연구 역량과 KT의 데이터·AI 모델·서비스 역량을 결합해 실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KT는 30일 서울 서초구 KT우면연구센터에서 서울대·KAIST 연구진과 ‘산학 공동연구 최종 성과 워크숍’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는 3개 기관 연구진 50여명이 참석해 지난 1년간 수행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후속 연구 및 사업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협력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KT는 당시 산학 협력을 장기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AICT 사업과 연결하기 위해 서울대·KAIST와 공동 연구를 추진했다. 자율형 에이전트, Responsible AI, 피지컬 AI,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학습, 추론 효율화 등을 핵심 연구 분야로 설정했다. KT는 연구에 필요한 GPU와 AI 모델, 데이터를 제공하고 대학의 전문 연구역량을 접목하는 Open R&D 방식으로 협력을 진행했다. 서울대와는 자율형 에이전트가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집중 연구했다. 추론형 AI의 평가 기준과 신뢰성 개선, 한국적 데이터셋 확보, 사용자 행동 예측 모델, 사용자 피드백을 활용한 강화학습 프레임워크 등이 주요 과제다. KAIST와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프롬프트 압축 및 최적화 기술을 연구했다. AI가 처리해야 하는 입력을 효율적으로 줄여 모델의 추론 부담을 낮추고, 에이전트 서비스의 응답 효율을 높이는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KT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연구 결과의 ‘내재화’다. 확보한 기술을 논문이나 연구 성과로 끝내지 않고 모델·플랫폼·서비스 경쟁력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KT는 최근 공동연구 성과를 자사 파운데이션 모델 ‘믿:음 K’와 자율형 에이전트 관련 서비스 등에 활용하는 방향을 추진해왔다. 후속 연구 범위도 넓힌다. KT는 기술 수요를 반영한 신규 과제를 발굴해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토큰 효율화 등을 중심으로 산학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AI가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가 확산되면서 추론 효율과 신뢰성, 실제 환경에서의 행동 예측 기술이 중요해진 데 따른 행보다. 산학협력 방식 자체도 고도화할 전망이다. KT는 올해 들어 서울대와 KAIST뿐 아니라 고려대 등 주요 대학과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있으며, 글로벌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연구 기획 단계에서부터 성과 검증과 사업 적용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기술 확보→검증→서비스 적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KT는 이번 연구 성과를 계기로 대학과의 협력을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적인 AI 기술 확보 채널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재형 KT AX미래기술원장 상무는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대학과 함께 성장하는 연구개발 협력 모델을 확대하고 연구 결과가 KT의 AI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지속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KT가 산학협력에서 확보한 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얼마나 빠르게 적용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모델 성능뿐 아니라 추론 비용과 토큰 사용량, 신뢰성까지 함께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경우 AI 사업의 운영 효율과 서비스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2026-08-30 13: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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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이라는 낡은 틀에 미래를 가둘 것인가
세계 산업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바이오, 양자기술 등 첨단산업의 경쟁은 이제 기술 하나의 우열을 넘어 누가 더 빨리 연구하고, 제품화하고, 시장을 선점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기술 패권 경쟁에서 1년은 길고 하루는 짧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노동시장 제도는 과연 이런 속도전에 맞춰져 있는가. 최근 일본의 노동시간 제도와 연구개발 분야의 규제 완화 움직임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일본 역시 전체 노동자에게 월 100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월 45시간·연 360시간의 상한을 두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월 100시간 미만, 연 720시간 등의 제한을 둔다. 다만 신기술·신상품·신서비스의 연구개발 업무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시간외근로 상한 규정의 적용을 제외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핵심은 숫자가 아니다. 모든 노동을 똑같은 잣대로 재단하지 않는다는 발상의 차이다. 연구개발 현장은 일반적인 생산라인과 다르다. 반도체 설계자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실험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 따로 있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완성하기 위해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이 따로 있다. 경쟁사의 신제품이 발표되거나 기술적 돌파구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연구개발팀이 일정 기간 집중적으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를 장시간 노동의 미화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과로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창의성을 훼손한다. 건강을 잃은 근로자에게 혁신을 요구할 수도 없다. 노동시간 규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근로자의 건강과 휴식권을 보호하고 기업이 무분별한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보호와 경직성은 같은 말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 노동시장 제도가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산업별·직무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AI와 반도체처럼 연구개발의 속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에서 획일적인 시간 규제는 기업과 연구자 모두에게 제약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주 52시간제는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의 제도로 진화시키는 일이다. 정부도 AI 연구개발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특별연장근로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장의 현실과 제도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을 정부 역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제 논의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과 일반 생산업무를 구분하고 업무의 성격과 위험, 전문성, 자율성에 따라 합리적으로 제도를 차등화해야 한다. 모든 근로자를 동일한 시간표로 묶어 놓는 것이 반드시 공정한 것은 아니다.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와 반복 업무 종사자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노동 보호라기보다 규제의 획일화가 될 수 있다. 노사 자율성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근무 형태를 정하기보다 기업과 근로자가 업종과 업무 특성에 맞춰 근로시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와 적절한 보상, 건강 보호, 휴식권 보장, 근로시간 기록과 사후 점검 등을 전제로 해야 한다. 노동정책의 기준도 ‘얼마나 오래 일했느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AI 시대의 연구개발은 장소와 시간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출근해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고 생산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정시에 퇴근한다고 혁신적인 것도 아니다. 노동의 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기업의 책임 역시 분명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무제한 노동을 허용하는 면허증이 돼서는 안 된다. 전문 연구인력에게 예외를 인정한다면 그만큼 높은 수준의 임금 보상과 건강관리, 충분한 휴식, 근로시간 기록과 사후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규제 완화와 노동자 보호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설계하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선이고 더 유연하게 일하는 것은 곧 노동권 후퇴라는 이분법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반대로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낡은 사고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세계는 이미 ‘더 오래 일하는 나라’와 ‘덜 일하는 나라’의 경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필요한 순간에는 신속하게 집중할 수 있는 나라가 경쟁에서 앞서간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AI와 첨단 제조업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기업을 갖고 있다고 해서 세계 최고의 노동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과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빠를수록 법과 제도 역시 그 속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월 100시간’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연구개발이라는 특수한 영역에 획일적인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예외와 자율성을 제도 안에 설계한 유연성의 철학이다. 우리도 이제 주 52시간제의 성역을 허물자는 논쟁을 넘어야 한다. 지켜야 할 것은 ‘52시간’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과 휴식이라는 본질이다. 그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연구개발, 스타트업, 첨단 제조업 등 미래산업의 특성에 맞는 유연한 노동시간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AI 시대에는 기술이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경쟁국의 기업도 우리 기업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세계 시장의 투자자 역시 한국의 복잡한 규제체계를 이해해 줄 의무가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권의 후퇴가 아니라 노동제도의 선진화다. 보호할 것은 확실히 보호하되 기업과 연구자가 필요한 순간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연구개발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연구개발의 속도를 높이려면 사람의 창의성을 가두는 낡은 규제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제 질문을 바꿀 때다. ‘몇 시간 일하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해야 대한민국의 생산성과 혁신을 가장 높일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에 맞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다.
2026-08-30 13: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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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악관, 중견 제약사에도 '최혜국 약가' 압박…이르면 31일 협약 발표
[경제일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형 제약사에 이어 중견 바이오·제약사로 ‘최혜국 대우(MFN·Most Favored Nation)’ 방식의 의약품 약가 인하 정책을 확대한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미국 정부 프로그램에 약을 공급하는 대신 메디케어 약가 인하 시범사업 제외와 의약품 관세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백악관이 이르면 오는 31일 여러 중견 바이오제약사와 체결한 MFN 약가 협약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참여 기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미국 정부가 의약품 가격을 해외 주요 국가의 가격과 연동하는 것이다. 협약에 참여하는 제약사는 캐나다·덴마크·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스위스·영국 등 8개 고소득 국가에서 실제 지불되는 순 약가(net drug prices)를 기준으로 미국 주정부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의약품을 공급해야 한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미국 내 약가를 낮춰야 하는 부담이 생기지만 그 대가로 정부가 추진하는 메디케어 강제 약가 인하 시범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있다. 수입 의약품에 부과되는 관세도 면제받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혜택을 내세워 제약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화이자와 일라이 릴리 등 대형 제약사 17곳과 MFN 약가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에는 그동안 협상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중견 제약사로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중견 바이오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올해 초 미국 바이오기업 10곳은 MFN 정책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미국 중견 바이오테크 연합(MBAA)’을 결성했다. 현재는 아카디아, 알커미스, 알닐람, 아델릭스, 바이오마린, 엑셀리시스, 인사이트, 인스메드, 마드리갈, 미룸, 뉴로크린, 트라버리, 리듬 파마슈티컬스 등 1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형 제약사와 달리 판매 의약품이 한두 개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신약 하나에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위험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중견 바이오기업이 해외 가격을 기준으로 미국 약가까지 낮추면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신약 가격이 다른 국가 수준으로 낮아질 경우 제약사들의 글로벌 가격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서 높은 약가를 통해 연구개발비를 회수하고 다른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적용하는 기존 구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대로 MFN 정책이 미국의 높은 의약품 가격을 낮추고 정부 재정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지난 5월 MFN 약가 협약을 통해 향후 10년간 정부 예산을 643억 달러 절감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민간 보험 시장까지 포함할 경우 미국 내 의약품 비용 절감 규모는 5290억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백악관은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향후 대형 제약사뿐 아니라 미국 내 주요 단일 공급원 브랜드 의약품 및 바이오의약품 제조사 상당수가 유사한 협약에 참여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백악관은 향후 대부분의 관련 제약사와 비슷한 형태의 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중견 제약사 대상 협약은 트럼프 행정부가 MFN 정책을 일부 대형 제약사에 국한하지 않고 미국 의약품 시장 전반으로 확대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정책 효과와 업계 파급력은 향후 협약에 참여하는 기업의 규모와 범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중견 바이오기업들이 어느 정도까지 약가 인하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제약 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이 미국의 의약품 가격 정책뿐 아니라 글로벌 신약 가격 체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형 제약사에 이어 중견 제약사까지 MFN 정책에 끌어들이면서 미국발 약가 인하 압박이 글로벌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26-08-29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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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 'CS5001', 림프종 치료 새 카드 되나
[경제일보]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파트너사 시스톤 파마슈티컬스(CStone Pharmaceuticals)가 1차 치료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CS5001(ABL202/LCB71) 병용요법 임상 1b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항체-약물 접합체(ADC) ‘CS5001’이 1차 치료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에서 100% 완전관해율을 기록했으며 31명 전원이 치료에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CS5001은 에이비엘바이오의 ROR1 단일항체를 기반으로 리가켐바이오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후보물질을 시스톤에 기술이전했다. DLBCL은 비호지킨 림프종 가운데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힌다. 현재 1차 치료에서는 R-CHOP 요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 부작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S5001 병용요법이 초기 임상에서 높은 반응률을 보이면서 향후 개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데이터에서는 CS5001의 투여 용량이 낮은 구간에서도 항암 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최저 투여 용량인 40μg/kg에서도 완전관해가 나타났다. 고용량을 투여해야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낮은 용량에서도 치료 반응이 확인된 만큼 향후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함께 고려한 최적 용량 설정이 가능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스톤은 현재까지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CS5001의 장기적인 유효성과 안전성, 이른바 ‘베네핏-리스크(Benefit-Risk)’를 평가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임상 중단이라는 표현만 보면 개발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회사 측 설명은 다르다. 이미 최저 용량에서도 완전관해가 확인된 만큼 각 용량별 효능과 내약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투여 용량과 주기를 결정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시스톤은 이를 통해 CS5001의 개발 전략을 다시 가다듬은 뒤 후속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초기 임상에서 확인된 항암 효과를 바탕으로 적정 용량과 투여 주기를 확정하는 것이 향후 개발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CS5001이 40~90μg/kg 모든 용량군에서 CR 100%, 전체 ORR 100%라는 매우 고무적인 데이터를 확인했다”며 “시스톤은 용량과 투여 주기를 최적화한 뒤 후속 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CS5001이 향후 DLBCL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CS5001 외에도 다양한 이중항체 및 항체 기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 플랫폼은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다. 이를 기반으로 비임상과 임상 단계의 여러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현재 미국·중국·호주·한국 등에서 ABL301(SAR446159), ABL001(Tovecimig), ABL111(Givastomig), ABL503(Ragistomig), ABL105(Nesfrotamig), ABL104(YH32364), ABL103, ABL202(CS5001/LCB71), ABL206(NEOK001), ABL209(NEOK002) 등 10개 파이프라인의 임상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ABL301(SAR446159)은 미국 임상 1상을 완료했다. 후속 임상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진행할 예정이다.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 단계에 진입한 ABL001(Tovecimig)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과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노바브릿지와 공동 개발 중인 ABL111(Givastomig) 역시 FDA 패스트트랙 및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했다. 현재 니볼루맙(Nivolumab)과 화학치료제를 병용하는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를 ADC와 결합한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중항체 ADC와 듀얼 페이로드(Dual Payload) ADC 등 여러 비임상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CS5001의 이번 임상 결과가 향후 개발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3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b상 초기 데이터인 만큼 향후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재확인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CS5001이 초기 임상에서 보여준 ‘CR 100%, ORR 100%’라는 수치가 후속 임상에서도 유지될 경우 DLBCL 치료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시스톤이 이번 일시 중단 기간에 최적 용량과 투여 주기를 어떻게 설정하고 후속 개발로 연결할지에 제약·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26-08-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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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네이버, ECCV에 논문 23편 채택…3D·로봇 공간지능 경쟁력 고도화
[경제일보] 네이버가 인공지능(AI)의 시선을 현실 공간으로 넓히고 있다. 생성형 AI 경쟁이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을 넘어 실제 공간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공간지능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네이버랩스와 네이버랩스 유럽 등이 3차원(3D) 공간 재구성, 자율주행 지도, 로봇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다. 논문 성과를 넘어 네이버의 로봇·자율주행 사업과 연결될 수 있는 원천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네이버는 팀네이버가 발표한 연구 논문 23편이 컴퓨터비전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회 중 하나인 'ECCV 2026' 정규 논문으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네이버랩스, 네이버랩스 유럽, 네이버 AI Lab, 네이버클라우드 등 여러 기술 조직이 3D 공간 인식과 재구성, 이미지·영상 학습 모델, 로봇 주행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네이버랩스와 네이버랩스 유럽은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지능 연구를 대거 선보였다. 공간지능은 AI가 주변 환경의 형태와 구조, 위치 관계 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거나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로봇이 사람처럼 주변 공간을 인식하고 경로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술이 필수적으로 평가된다. 네이버랩스 유럽은 지난 2023년 공개한 3D 재구성 기술 '더스터(DUSt3R)'의 후속 연구인 '블래스터(BLASt3R)'를 공개했다. 블래스터는 여러 이미지를 분석해 3D 공간을 재구성하는 동시에 로봇의 위치를 파악하고 지도를 만드는 SLAM 기술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로봇이 주행하면서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지도화하고, 별도의 고성능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온디바이스 환경에서도 3D 재구성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했다. 기존보다 속도와 정확도를 높여 로봇이 실제 환경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연산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네이버랩스는 360도 파노라마 이미지 한 장만으로 실내 공간을 3D로 생성하는 연구도 선보였다. '인스페이스(InSpace)' 기술은 이미지 속 방의 구조와 사물 배치를 분석해 공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과 연결되는 공간 인식 기술도 개발했다. 네이버랩스는 비전언어모델(VLM)을 활용해 학습하지 않은 물체까지 인식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조감도 형태의 BEV 지도에 반영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자율주행 차량이나 로봇이 기존에 학습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주변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네이버 AI Lab과 KAIST가 공동 연구한 '서울월드모델'은 이런 네이버의 공간지능 기술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의 파노라마 이미지 등 방대한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도시를 반영한 장거리 영상을 생성하고, 이를 지도 기반 가상 탐색과 디지털트윈, 자율주행·로보틱스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서울월드모델과 3D 공간 재구성 기술을 결합하면 현실 공간을 AI가 이해하고 이를 가상환경으로 재현해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실제 도로나 건물에서 모든 상황을 반복적으로 테스트하기 어려운 자율주행이나 로봇 분야에서 가상환경을 활용한 학습과 검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역시 이미지와 영상에 대한 AI의 이해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했다. 영상 속 사물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술과 이미지 공간에 텍스트 기반 추론을 결합해 입체적 정보를 더 정밀하게 파악하는 연구가 이번 학회에서 채택됐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컴퓨터비전 분야의 기초 기술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학회에서는 전체 제출 논문 가운데 약 1~2%에 해당하는 'ECCV Spotlight'에도 관련 논문 4편이 선정됐다. 360도 이미지를 활용한 3D 공간 생성 연구와 서울월드모델 등이 포함됐다. 네이버가 공간지능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AI 기술의 활용 범위가 디지털 공간에서 현실 세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이동하고 작업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이해하고 물리적 세계의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로봇 산업에서는 카메라로 주변을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물의 위치와 거리, 공간의 구조를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추정하면서 장애물을 피해 움직여야 한다. 네이버랩스가 3D 재구성과 SLAM, 자율주행 지도 기술을 동시에 고도화하는 것도 이런 현실 세계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팀네이버는 3대 비전 학회로 불리는 ECCV, ICCV, CVPR에서 매년 두 자릿수 논문이 채택되는 등 글로벌 기술력을 입증해왔다"며 "팀네이버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이어가며 차세대 AI·공간지능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다양한 서비스에 접목해 사용자가 일상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기술 경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8-28 1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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