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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호르무즈 불안에도 7~8월 원유 물량 확보
[경제일보] 중동 정세가 다시 흔들리면서 정부가 원유 수급 상황 긴급 점검에 나섰다. 국내 정유업계가 7~8월 원유 도입 물량을 전년 수준 이상 확보해 당장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지난 13일 한국석유공사, 정유업계, 해운업계 관계자들과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 통항 선박 공격, 미군의 이란 공습 등으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된 데 따른 조치다. 산업부는 원유 수급과 유조선 통항 상황, 석유가격 동향, 업계 대응 방안을 함께 점검했다. 산업부는 국내 정유업계가 확보한 7~8월 원유 도입 물량이 전년 대비 100% 이상이라 단기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중동 긴장이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정유·해운업계와 실시간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대체 물량 확보 방안도 병행 검토하기로 했다. 문 차관은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석유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시장의 핵심 병목 지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량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세계 석유류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호르무즈를 지나는 원유와 콘덴세이트 상당 부분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향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동산 원유 조달과 직결되는 길목인 셈이다. 국제유가도 중동 긴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재점화되면서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상승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공급 차질 우려도 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7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6월 호르무즈 흐름 재개로 세계 석유 공급이 일부 반등했지만,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 공급 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는 현재로서는 7~8월 원유 도입 물량과 선적·운송 일정에 큰 차질은 없다고 보고 있다. 에쓰오일은 기존처럼 사우디 얀부항을 통해 안정적으로 원유를 도입할 예정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란전쟁 기간 중에도, 종전협상 이후에도 사우디산 원유를 안정적으로 도입했고 기존 조달 구조와 수입처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도 단기 물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에너지는 7~8월 원유 도입 물량에 이상이 없으며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 원유 도입 계획을 잡아둔 만큼 7~8월 공정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당장 국내 정유사들의 생산 차질이나 내수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문제는 호르무즈 통항 불안이 길어질 경우다. 업계 전체로는 원유의 안정적 도입과 비용 부담이 다시 핵심 이슈가 될 수 있다. SK에너지는 유가 급변과 해협 통항 차질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원유 가격과 해상운임, 보험료가 모두 원유 도입 비용에 포함되는 만큼 특정 요인만 따로 떼어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운임과 보험료도 함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운임과 보험료 상승이 정제마진이나 제품가격에 바로 반영되는 구조도 아니다. 에쓰오일은 운임·보험료 상승분이 정제마진에 일률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국제 원유가격과 석유제품 수급, 시황에 따라 제품가격에 단계적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도 운임·보험료 상승이 사우디 OSP 하락이나 중동산 원유 약세에 따른 원가 부담 완화 효과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물량 부족보다 비용과 구조다. 원유 도입 물량이 확보돼 있더라도 통항 리스크가 커지면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가 오르고, 국제 원유가격과 석유제품 가격도 흔들릴 수 있다. 호르무즈가 완전히 막히지 않더라도 선박이 우회하거나 항로 안전 확보에 시간이 더 걸리면 도입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 필요성은 더 커졌지만 단기간에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국내 정유설비는 중동산 중질유를 들여와 등·경유 등 고부가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에 맞춰져 있다. 미국산 원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효과가 있지만, 운송거리와 원유 성상, 정제설비 적합성, 환율, 장기계약 물량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운송 기간도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중동권 원유는 국내 도입까지 20일 안팎이 걸리지만, 미국산이나 아프리카산 원유는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대체 원유 도입은 단순히 새 공급처를 찾는 문제가 아니라, 도입 일정과 경제성, 원유 성상, 기존 정제설비와의 적합성을 모두 맞춰야 하는 문제다. 정유사들은 이미 중동 외 원유 도입 가능성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 도입선 검토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도 미국산과 아프리카산 등 대체 원유 도입을 살펴보고 있지만, 거리와 원유 성상, 경제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 역시 앞서 미국산 원유 등 도입선 다변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캐나다산 원유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무즈 리스크가 반복될 때마다 국내 정유업계는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당장 원유를 얼마나 확보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얼마나 예측 가능한 비용으로 들여올 수 있느냐다. 단기 수급 안정과 중장기 도입선 다변화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에너지 안보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2026-07-15 14: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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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UAE, 원유 공급망 협약…호르무즈 리스크 대응 넓힌다
[경제일보]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원유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안정적 원유 공급, 비상 상황 대응, 공동 비축 등을 포괄한 협약을 맺고 에너지 안보 협력 범위를 산업·인공지능(AI) 분야로 넓히는 흐름이다. 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전 방한 중인 술탄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 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최고경영자와 면담하고 핵심자원 공급망 안정화와 산업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원유 공급망 관련 ‘산업부-ADNOC 전략적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안정적인 원유 공급, 비상 공급 상황 대응, 공동 비축 등이 포함됐다. 이번 협약은 한-UAE 에너지 협력의 성격이 단순 구매·판매 관계에서 안보형 공급망 협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우리 정상의 UAE 국빈 방문과 올해 3월 대통령 전략경제협력 특사의 UAE 방문, 6월 김 장관의 UAE 방문 등을 계기로 원유·나프타 등 핵심자원과 원전, 에너지 인프라, 첨단산업 분야 협력을 이어왔다. 이번 알 자베르 장관의 방한은 그간 추진해온 협력 의제를 점검하고 후속 논의를 구체화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배경에는 중동 항로 불안이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흐름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류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한국처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이 해협의 통항 불안이 곧바로 원유 조달 비용과 정유업계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중동 정세가 유동적으로 전개되면서 안정적인 원유 공급 체계 구축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협약은 특정 위기 상황에 대한 단기 대응을 넘어 주요 산유국인 UAE와 평시 공급 협력과 비상시 대응 체계를 함께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원유 도입선과 비축 체계를 다층화해 에너지 안보의 완충 장치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양측은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AI 전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김 장관은 울산·미포산업단지에서 추진 중인 석유화학 산업 AI 전환 프로젝트와 국내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AI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ADNOC이 원유 관련 전 사업 영역에서 추진 중인 AI 적용 전략과 한국의 제조·산업 AI 전환 정책인 M.AX의 방향성이 맞닿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실질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하자고 제안했다. 에너지 인프라 협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UAE는 호르무즈 해협 우회 원유·가스 저장 및 운송 설비 확충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이 EPC 수주 등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UAE 측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저장시설, 운송 인프라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국내 기업들에는 중동 에너지 인프라 시장을 넓힐 계기가 될 수 있다. 김 장관은 “최근 중동 정세가 변화의 국면에 들어서고 있으나 핵심자원 공급망 안정성 확보는 여전히 우리 경제 안보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주요 에너지 공급국인 UAE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간 핵심자원 공급망을 넘어 AI 등 첨단산업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를 모색함으로써 협력의 폭을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한-UAE 협력은 원유 수급 불안에 대비한 에너지 안보 장치이면서 동시에 한국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산업 AI 기업의 중동 진출 통로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관건은 협약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공동 비축 물량, 비상시 공급 방식,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 범위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이어지는지다.
2026-07-08 17: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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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경제 시대 연다…정부, '한국판 스페이스X' 육성 본격화
[경제일보] 정부가 '한국판 스페이스X'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과학기술 중심의 달 탐사를 넘어 민간 기업이 달 착륙선과 통신위성, 물류 시스템을 개발하고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달 경제' 시대를 겨냥해 산업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정부는 달 경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탐사 체계를 구축하고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달 기지 구축 사업 참여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8일 우주항공청은 경남 사천 청사에서 '민·관 협력 기반의 달 경제 영토 확장을 위한 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3일 국가우주위원회에서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이 의결된 이후 처음 열린 후속 기업 간담회로, 달 탐사와 관련한 민간 산업 육성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AP위성과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 마이크로인피니티,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현대자동차 등 달 착륙선과 달 통신위성, 달 물류 모빌리티 등을 개발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연구개발 현황과 사업 계획,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산업육성 전략의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정책은 정부가 직접 달 탐사를 수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이 달 경제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달 탐사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와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달 산업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민간의 달 통신 인프라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달 궤도 통신·항법 기술을 산업체 주도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우주항공청은 내년 개념설계 연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고, 오는 2029년에는 500kg급 실증용 달 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달 통신 인프라는 향후 달 탐사선과 기지, 로버 등을 연결하는 핵심 기반 기술로 꼽힌다. 민간 주도의 달 착륙선 개발도 본격 추진한다. 정부는 700kg급 소형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을 지원해 국내 최초의 민간 달 착륙을 오는 2030년까지 실현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해당 사업은 현재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며, 정부는 사업 추진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인 달 수송 역량과 사업 모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달 기지 구축을 위한 모빌리티 기술 확보도 추진한다. 우주항공청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달 기지 구축 수요를 고려해 국내 기업 주도의 달 물류 이송 특화 모빌리티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오는 2028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오는 2031년 실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 등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의 기술력을 달 탐사 분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달 경제'는 과학 탐사를 넘어 달에서 필요한 통신과 운송, 착륙, 물류, 기지 운영 등 다양한 서비스를 민간 기업이 공급하는 새로운 우주 산업을 의미한다. 미국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글로벌 달 기지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우주 산업도 국가 주도 연구개발에서 민간 중심의 서비스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해당 흐름에 맞춰 우주 산업 정책의 중심을 연구개발에서 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간담회에 위성과 방산, 항공우주, 모빌리티 분야 기업들이 함께 참여한 것도 달 탐사 전 과정에 필요한 공급망을 국내 산업 중심으로 구축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간담회에서는 기업들의 현장 의견도 공유됐다. 참석 기업들은 글로벌 달 탐사 시장 진출 과정에서 초기 투자 부담과 사업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정부의 마중물 투자가 민간의 후속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 지원과 실증 기회 확대,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건의도 이어졌다. 우주항공청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산업계와의 소통을 정례화하고 달 경제 정책을 지속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국내에서도 '한국판 스페이스X'와 같은 글로벌 우주 기업을 육성하고, 우리 기업들이 NASA 달 기지 구축 프로그램 등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이제 달은 탐구의 영역을 넘어 국가 안보는 물론 경제적 관점에서도 핵심적인 우주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며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지상을 넘어 달과 심우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 결집이 시급하며, 특히 산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잠재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간담회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앞으로도 산업계와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소통을 위한 시작"이라며 "국내에서도 '한국판 스페이스X'와 같은 혁신적 기업이 조속히 탄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동시에, 우리 기업들이 NASA의 달 기지 구축 프로그램을 비롯한 글로벌 무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6-07-08 14: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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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선거 신뢰, 선관위는 환골탈태해야 한다
[경제일보] 민주주의의 생명은 선거이고, 선거의 생명은 국민의 신뢰다. 그 신뢰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빈틈없이 지켜질 때 비로소 쌓인다. 그런데 지난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믿기 어려운 장면들이 잇달아 드러났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투표함 보관시설에는 CCTV 사각지대가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투표지가 쇼핑백에 담겨 이동하는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국민은 충격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거 관리 시스템을 자부해 온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은 참담함을 넘어 국가적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이 보장한 독립기관이다. 그러나 독립성은 특권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책임이다. 아무리 독립된 기관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선거 관리조차 허술했다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투표용지 수급은 선거 관리의 가장 기초적인 업무이며, 투표함 보관과 운송은 공정성을 담보하는 핵심 절차다. 이러한 기본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면 이는 단순한 실무 착오나 현장 직원의 과실만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조직 전체의 기강과 관리 체계, 위기 대응 시스템을 근본부터 되돌아봐야 할 사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거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유권자가 결과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절차가 공정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용지가 부족하고, 보관 절차에 허점이 드러나며, 관리 과정이 허술하게 비쳐지는 순간 선거의 권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이해관계를 넘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독립성을 이유로 외부의 비판과 견제를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논란 등 조직 운영과 관련한 여러 문제가 제기됐을 때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선거 관리 부실은 그러한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직은 견제와 감시가 작동할 때 건강해진다. 스스로를 성역으로 여기고 책임보다 권한을 앞세우는 조직은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마련이다. 감사원과 수사기관은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경위를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은 왜 발생했는지, 관리 체계는 적절하게 작동했는지, 법령과 규정 위반이나 관리상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관련자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아울러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조직 존립을 좌우하는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거 관리 전 과정을 디지털 기술과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전면 재설계하고, 투표용지 관리, 보관 및 운송 체계, CCTV 감시 시스템, 내부 감사 기능까지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독립성은 책임성과 투명성이 함께할 때 비로소 존중받는다. 책임을 외면한 독립성은 독선으로 비칠 뿐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국민의 신뢰이며, 그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과감한 개혁 외에는 없다. 선관위가 스스로 환골탈태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요구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2026-07-08 14: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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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서아프리카 컨테이너 노선 첫 출항…대형선 정시 운항 높인다
[경제일보] HMM이 유럽과 서아프리카를 잇는 신규 컨테이너 노선을 열었다. 대형선이 직접 기항하기 어려운 서아프리카 항만을 중소형 선박으로 연결해 원양 노선의 정시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8일 HMM은 전날 스페인과 서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신규 컨테이너 서비스 ‘MA2(Mediterranean West Africa)’의 첫 항차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MA2는 최원혁 사장 부임 이후 컨테이너 부문 전략으로 수립한 ‘허브 앤 스포크’ 전략의 첫 번째 서비스다. 원양 항로인 FIM(극동-인도-지중해) 노선의 주요 기항지이자 HMM 자영 터미널이 있는 스페인 알헤시라스를 거점으로 서아프리카 주요 항만을 연결한다. 기항지는 알헤시라스에서 모로코 탕헤르, 세네갈 다카르, 가나 테마, 나이지리아 레키,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으로 이어진다. 왕복 항해 기간은 35일이다. 이번 노선에는 2800TEU급 중소형 컨테이너선 5척이 투입된다. HMM이 2척, 일본계 해운사 ONE이 3척을 맡는다. HMM 관계자는 “MA2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FIM 서비스와 연계된다”며 “서아프리카는 항만 크기나 혼잡도 등을 감안했을 때 FIM 노선에 투입되는 대형선이 직접 기항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지선망인 MA2로 분리 운영함으로써 FIM 노선의 정시성을 유지하면서 서아프리카 서비스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MA2에 투입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2800TEU급 피더선 5척 가운데 HMM이 2척, ONE이 3척을 투입한다”며 “소유선·용선 여부는 수시로 변동될 수 있어 특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허브 앤 스포크는 대형선이 원양 항로의 거점 항만까지 화물을 실어 나르고, 이후 중소형 선박이 주변 항만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대형선은 장거리 노선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중소형 선박은 항만 규모가 작거나 혼잡도가 높은 지역을 맡는다. HMM은 이번 MA2 서비스를 통해 대형선 운항 지연을 줄이고 서아프리카 지역 운송 서비스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이 서아프리카 노선을 별도로 둔 것은 선대 전략이 단순한 규모 확장에서 네트워크 효율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해운 호황기에는 선복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에는 항만 혼잡과 환적 지연, 정시 운항이 화주 선택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대형선이 모든 항만에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거점 항만과 중소형 선박을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서비스 품질을 가른다. HMM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27척의 피더선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22척은 신조 발주 물량이다. 나머지는 리세일과 중고선 매입 등을 통해 확보했다. HMM은 보유 중인 초대형선단과 새로 확보한 중소형 선박을 연계해 운항 효율과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알헤시라스 자영 터미널도 이번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알헤시라스는 HMM의 FIM 노선 주요 기항지이자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환적 거점이다. 자영 터미널을 활용하면 대형선 입항, 하역, 환적, 중소형 선박 연결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선박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항만과 노선을 함께 묶어 운항 효율을 높이는 구조다. HMM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항만을 중심으로 대형선과 피더선 연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선대 및 네트워크 확장, 친환경 선박 확보 등을 통해 글로벌 선사로의 도약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번 MA2 첫 출항은 HMM이 초대형선 중심의 규모 경쟁을 넘어 정시성과 연결성을 앞세운 서비스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대형선이 닿기 어려운 항만을 중소형 선박으로 촘촘하게 연결하는 방식이 HMM의 새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2026-07-08 10: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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