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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과세 넉 달 앞인데…"세율보다 계산법부터 다시 짜야"
[경제일보] 가상자산 과세 시행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020년에 만들어진 현행 과세 틀을 시장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과세자료 제출 체계와 해외 거래정보 교환망은 구축되고 있지만, 스테이킹과 렌딩, 유동성 공급(LP)처럼 거래 방식이 복잡해지면서 ‘무엇을 어떤 소득으로 볼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한국조세법학회와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과세 자체보다 납세자가 실제로 소득을 계산하고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손익을 합산한 뒤 250만원을 공제하고 초과분에 20%를 과세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22%다. 2027년 발생한 소득의 첫 신고는 2028년 5월이다. 문제는 법이 규정한 ‘양도·대여’만으로 현재 시장의 거래 유형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박종수 한국조세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채굴과 스테이킹, 렌딩, 예치, LP, 에어드롭, 하드포크 등 거래마다 경제적 성격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매·교환은 양도소득, 사업적으로 하는 채굴은 사업소득, 대여에 따른 보상은 이자소득 등으로 구분하고 복합 거래는 내부 요소를 나눠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하나의 신고체계로 묶는 가칭 ‘가상자산투자소득세’도 대안으로 제안했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도 가상자산 거래가 반복적인 투자·자본이득 성격을 갖는데도 전통적인 무형자산과 같은 기타소득 체계에 넣은 것이 구조적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 거래소 옮기면 ‘매입가격’도 따라갈 수 있나 실제 신고 단계에서는 취득가액이 더 큰 문제다. 국세청은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거주자별 ‘총평균법’으로 계산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2027년 이전 보유분은 2026년 12월31일 시가와 실제 취득가액 가운데 높은 금액을 인정한다. 실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양도가액의 최대 50% 범위에서 필요경비를 인정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국세청 안내에도 ‘취득가액 확인이 곤란한 경우’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과 인정 비율은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다고 명시돼 있다. 더 복잡한 경우는 거래소를 옮겼을 때다. A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개인지갑을 거쳐 B거래소로 이동하면 B거래소는 해당 비트코인의 원래 매입가격을 알기 어렵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거래소 간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 수량뿐 아니라 취득 시기와 가격, 수수료 등을 함께 넘길 수 있는 ‘취득가액 정보 이전 명세서’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국내 과세자료 체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 세무일정을 보면 가상자산사업자들은 현재도 분기마다 가상자산 거래명세서를 제출하고 있다. 올해도 1~3월, 4~6월 거래자료가 각각 국세청에 제출됐다. 문제는 개별 거래소가 가진 정보가 다른 거래소·개인지갑의 원가정보까지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 CARF 시작돼도 개인지갑 사각지대 남는다 해외 거래도 변수다. 한국은 OECD의 암호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참여해 2027년부터 국가 간 정보교환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은 2024년 CARF 다자간 협정에 서명했으며 일본·독일·프랑스 등과 함께 2027년 첫 교환 대상국에 포함돼 있다. CARF가 시행되면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를 이용한 거래에 대한 세원 포착 능력은 지금보다 높아진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같은 시기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며, 사업자를 거치지 않는 개인지갑 간 이동이나 탈중앙화 서비스의 거래 이력을 국내 취득가액과 완벽하게 연결해주는 제도도 아니다. 토론회에서 나온 문제 제기가 일회성도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공개한 정책연구용역 보고서 ‘가상자산 과세상 쟁점 및 개선방안 연구’ 역시 거래유형별 과세와 과세표준·세액 산정 문제를 별도 장으로 다루며 현행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검토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현재까지 내년 1월 예정대로 과세한다는 입장이다. 국세청도 시행에 필요한 고시와 신고체계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야당에서는 추가 유예 또는 과세 폐지까지 거론하고 있어 정기국회 세법 논의 과정에서 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상자산 과세 제도가 마련된 2020년 당시의 소득분류 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제도·경제적 환경 변화를 고려해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금을 걷을 수 있느냐와 제대로 걷을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국내 거래자료와 국제 정보교환망이 갖춰져도 거래 성격에 따른 소득 분류와 취득가액 승계, 손실 처리 기준이 불명확하면 그 부담은 결국 납세자에게 돌아간다. 세 번째 유예 끝에 시작하는 과세인 만큼 이번에는 ‘시행 날짜’를 맞추는 것보다 투자자가 스스로 계산하고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에 정부가 답해야 할 시점이다.
2026-09-03 17: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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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경제일보] 증시는 본래 흔들리는 곳이다. 그러나 흔들림에도 결이 있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이 바뀌어 흔들리는 시장과 금융상품의 구조가 스스로 진동을 키워 흔들리는 시장은 다르다. 전자는 가격 발견의 과정이지만 후자는 시장 장치의 부작용일 수 있어서다. 최근 한국 증시를 둘러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주의 급등락은 한국 증시의 체온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AI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다. 반도체 랠리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 랠리 위에 과도한 레버리지가 얹히고 다시 그 레버리지가 주가 변동을 키우는 구조다. 불길이 오를 때는 더 큰 불꽃처럼 보이지만 바람이 바뀌면 같은 구조가 시장을 덮치는 역풍이 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삼성전자가 하루 3% 오르면 관련 2배 상품은 대체로 6% 상승을 목표로 한다. 반대로 3% 하락하면 손실도 6% 안팎으로 커진다. 겉으로는 단순하다. 그러나 속은 복잡하다. 이 상품은 장기 보유용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을 맞추는 단기 매매형 상품이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경로에 따라 누적 수익률은 기초주식의 2배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원금이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 자금 유입 속도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ETF는 지난 5월 27일 출시됐다. 이후 6월 19일까지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레버리지 ETF 약 8조2000억원, 인버스 2배 ETF 약 3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은 9조1500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는 5조2200억원까지 불어났다. 단기간에 특정 종목, 특정 방향, 특정 투자자층에 자금이 쏠린 것이다. 금융당국의 경고음도 이례적으로 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고 후회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초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로 나간 개인투자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반도체주 쏠림과 과열 매매,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된 셈이다. 정책의 선의가 시장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문제의 핵심은 리밸런싱이다. 레버리지 ETF는 약속한 2배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장 마감 무렵 포지션을 조정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더 판다. 보통 투자 격언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라”고 하지만 레버리지 ETF의 구조는 특정 국면에서 정반대로 작동한다. 상승장 후반에는 매수 압력을 키우고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보탠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쏠림이 심하고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이 기계적 매매가 가격 변동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된다. 더 위험한 것은 이 상품이 ‘ETF’라는 익숙한 이름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ETF는 대개 분산투자, 낮은 비용, 투명한 운용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된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적인 ETF와 다르다. 분산투자 상품이 아니라 특정 기업 한 곳에 2배로 베팅하는 파생형 상품에 가깝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우량한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고 해서 상품 자체의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업의 주식도 나쁜 가격과 나쁜 구조를 만나면 위험한 투자 대상이 된다. 개인투자자는 세 가지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 손실 확대 위험이다. 하루 10% 하락은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20% 안팎의 손실로 번질 수 있다. 둘째, 경로 의존 위험이다. 10% 하락 뒤 10% 상승해도 원금은 회복되지 않는다. 레버리지 상품은 그 괴리가 더 커진다. 셋째, 유동성 위험이다. 시장이 급변할 때 호가가 얇아지면 실제 체결 가격은 투자자가 예상한 가격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장 초반과 장 막판, 급락장에서는 이 위험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모두 금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금융시장은 위험을 없애는 곳이 아니라 위험을 가격화하고 배분하는 곳이다. 위험을 이해한 전문투자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과 위험을 충분히 알지 못한 개인투자자에게 손쉬운 투기 수단을 열어주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자유가 아니라 균형이다. 상품 혁신이 시장 발전을 이끌 수 있지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위험을 가계에 떠넘기는 것은 금융의 본령이 아니다. 향후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판매·거래 규제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사전교육, 예탁금 요건, 투자성향 확인, 위험고지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 규모 이상 순자산이 불어난 상품에 대해서는 리밸런싱 영향 점검, 괴리율 관리, 유동성공급자 의무 강화가 필요하다. 특정 종목과 특정 상품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투자경고 체계와 상장 유지 기준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투자자 역시 이 상품을 ‘우량주 투자’가 아니라 ‘고위험 단기 파생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손자병법>에선 “잘 싸우는 자는 세에 의지한다”고 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개별 투자자의 판단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흐름이 시장의 세를 만든다. 지금 한국 증시의 세는 AI 반도체 기대, 개인투자자의 추격 매수, 레버리지 상품의 기계적 리밸런싱, 높은 회전율이 한데 엉킨 모양새다. 이 세가 상승장을 밀어 올릴 때는 누구도 위험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세가 하락장을 밀어붙일 때는 누구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가려면 상품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기업, 깊은 유동성, 합리적 투자자 보호, 엄격한 상품 심사가 함께 가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은 한국 자본시장이 어디까지 위험을 허용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답은 분명하다. 시장의 활력은 살리되 시장을 카지노로 만드는 장치는 걷어내야 한다. 투자자의 선택권은 존중하되 선택의 대가를 제대로 알리는 장벽은 높여야 한다. 증시는 꿈을 먹고 오른다. 그러나 꿈에 레버리지를 얹으면 탐욕이 된다. 탐욕이 시장의 엔진이 되는 순간 변동성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 랠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니다. 불필요한 기름통을 치우는 일이다. 시장은 뜨거울수록 냉정한 규율이 필요하다.
2026-07-06 16: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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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T에 몰린 '퇴근 후 매매'… KRX, 밤 8시 장으로 맞불
[경제일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에서 이뤄지는 주식 거래 10건 중 4건 이상이 한국거래소 정규장 전후 시간대에 체결되고 있다. 미국 증시 움직임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사고팔려는 투자자가 출근 전과 퇴근 뒤 NXT로 몰린 것이다. NXT가 ‘출퇴근길 매매’를 앞세워 빠르게 세를 키우자, 한국거래소(KRX)도 오는 9월 장 마감 뒤 4시간 동안 주식을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을 열기로 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쟁이 정규장 밖으로 번지고 있다. 2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을 합친 정규장 외 거래 비중은 지난해 7월 29.56%에서 지난달 중순 45.47%로 높아졌다.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절반 가까이가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정규장 밖에서 사고팔린 셈이다. 거래가 몰린 곳은 반도체 대형주였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마이크론 등 반도체주가 급등락하면, 국내 투자자는 다음 날 정규장을 기다리지 않고 NXT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문을 냈다. 미국 장 마감 뒤 나온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 환율 변화에 즉시 대응하려는 수요도 시간외시장으로 향했다. NXT에는 거래량 규제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지난달 NXT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한국거래소의 19% 수준에 이르렀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대체거래소의 최근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한 달 거래량만으로 규제 위반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NXT로서는 거래량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NXT는 1일 프리마켓부터 코스피 20개, 코스닥 12개 등 32개 종목을 거래 대상에서 뺐다. LG씨엔에스, 대한항공, 삼성E&A, 카카오, 한화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이번 정기 변경에서는 새로 편입한 종목이 없었다. 거래 종목을 줄여 규제 한도를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거래량이 늘면서 두 시장의 거래 방식 차이도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8일 국내 증시가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을 때다. 거래 재개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와 NXT 사이에 약 2초의 시차가 생겼다. 한국거래소는 단일가매매를 거쳐 가격을 정한 뒤 거래를 재개했다. 반면 NXT는 기존에 남아 있던 호가를 바로 체결했다. 당시 한국거래소의 삼성전자 예상 체결가보다 낮은 가격에 NXT 주문이 남아 있었고, 이를 이용하면 단순 계산으로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2억6000만원가량의 차익거래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 투자자가 대응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이지만, 알고리즘 매매를 이용하는 기관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NXT는 오는 9월 14일부터 서킷브레이커 해제 뒤 거래를 재개할 때 단일가매매를 적용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장에서 두 거래소의 가격 형성 방식이 달라 생길 수 있는 혼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도 반격에 나선다. 당초 오전 7시 프리마켓과 오후 4시 애프터마켓을 함께 열 계획이었지만, 증권사 전산 개발 부담과 노동계 반발 등을 고려해 프리마켓 도입은 2027년 말로 미뤘다. 대신 애프터마켓은 예정대로 9월 14일 문을 연다. 한국거래소의 애프터마켓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된다. 지금처럼 10분 단위로 주문을 모아 한 가격에 체결하는 시간외단일가매매는 없어진다. 정규장처럼 매수·매도 호가가 맞으면 바로 체결되는 시간외접속매매가 도입된다. 매매 방식이 NXT와 같아지면 종목별 거래 제한도 풀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NXT 경쟁매매 대상인 638개 종목은 한국거래소 시간외단일가매매에서 거래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시장의 거래 방식이 통일되면 이런 제한을 계속 둘 이유가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싸움터는 ETF다. 한국거래소는 애프터마켓에서 ETF·ETN 유동성공급자(LP)가 호가를 낼 수 있도록 하고, 헤지 목적 공매도에는 업틱룰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시간외시장에서도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NXT는 오는 11월 ETF 거래를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12시간 거래와 한국거래소보다 낮은 수수료를 내세울 계획이다. 개별 주식에서 시작된 두 거래소의 경쟁이 ETF로 옮겨가는 셈이다. 거래 시간을 늘린다고 유동성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장이 길어질수록 증권사 주문 시스템, 시장감시 인력, 유동성공급자 운용 체계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지난달 서킷브레이커 뒤 발생한 2초의 시차는 거래소 간 경쟁이 빨라질수록 시장 안전장치도 그만큼 촘촘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2026-07-02 18: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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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대들보 역할 기업은행 65년… 자산 500조 종합금융회사로
IBK기업은행의 역사는 한국 중소기업 금융의 성장사와 맞닿아 있다. 출발점은 1961년 8월 설립된 중소기업은행이었다. 정부는 경제개발 초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고, 중소기업자의 자주적 경제활동과 경제적 지위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은행법을 제정했다. 기업은행은 이 법에 따라 태어난 국책은행이다. 기업은행의 DNA는 처음부터 분명했다. 대기업 중심 산업화가 속도를 내던 시절, 중소기업은 담보와 신용이 약해 일반 금융회사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기업은행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본금 2억원, 31개 점포망으로 출발한 작은 국책은행은 중소기업의 운전자금과 시설자금, 수출금융과 보증 연계 금융을 공급하며 한국 산업화의 밑단을 떠받쳤다.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다른 길을 걸었다. 시중은행이 예대마진과 대기업 거래, 가계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생애주기를 따라 움직였다. 창업 초기 자금, 공장 증설 자금, 수출입 금융, 기술개발 자금, 위기 때의 유동성 지원까지 기업은행의 역할은 중소기업의 성장 단계와 함께 확장됐다. ◆중소기업 금융 DNA…산업화의 그늘을 메운 국책은행 1960~70년대 기업은행의 역할은 중소기업 금융공급이었다. 경제개발계획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과 기간산업에 정책자금이 집중됐지만, 산업의 저변을 이루는 중소기업에도 자금이 필요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담 금융기관으로서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의 경계에서 움직였다. 수출입국 시대가 열리면서 기업은행의 기능도 넓어졌다. 외자 업무와 외국환 업무, 수출 중소기업 지원이 강화됐다. 중소기업이 내수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금융이 필요했다. 기업은행은 수출 관련 금융과 상담 기능을 확대하며 중소기업의 국제화에도 힘을 보탰다. 1994년 증권거래소 상장은 기업은행의 체질 변화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국책은행의 공공성을 유지하되 자본시장에서 평가받는 금융회사로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은행의 존재 이유를 다시 확인시켰다. 위기 때 가장 먼저 자금줄이 막히는 곳은 중소기업이었다. 기업은행은 시장이 위축될 때 뒤로 물러서지 않고 중소기업 유동성 공급 창구로 기능했다. ◆국책은행에서 종합 금융회사로…민간 역할까지 넓힌 IBK 기업은행의 두 번째 도약은 민간 금융 기능의 확장이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전담 국책은행이지만, 오늘의 IBK는 은행 단일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저축은행, IBK자산운용, IBK벤처투자 등 계열사를 통해 기업의 자금 조달과 투자, 자산관리, 연금, 벤처 생태계까지 포괄하는 금융그룹형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이 변화는 중소기업 금융의 성격이 바뀐 데서 비롯됐다. 과거 중소기업 금융은 대출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중소기업은 △기술개발 자금 △지분투자 △인수합병 자문 △수출입 금융 △환위험 관리 △퇴직연금 △디지털 결제와 데이터 기반 경영지원까지 필요로 한다. 기업은행이 민간 금융 기능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K투자증권과 IBK벤처투자는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돕는 축이다. IBK캐피탈은 설비투자와 리스, 기업금융을 보완하고 IBK연금보험과 자산운용은 중소기업 임직원과 기업주의 장기 자산관리 수요를 흡수한다. 국책은행의 울타리 안에서 민간 금융의 도구를 넓히는 구조다. ◆순익 2조·자산 500조 돌파…숫자로 드러난 성장세 현재의 기업은행은 더 이상 소규모 정책은행이 아니다. 2025년 말 기업은행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7189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순이익도 2조3858억원에 달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년보다 14조7000억원 늘어난 26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기준 총자산은 500조원을 넘어섰다. 자본금 2억원과 31개 점포로 출발한 중소기업 전담 은행이 60여 년 만에 500조원대 금융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이 숫자는 기업은행이 단지 정책금융기관으로 남아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금융이라는 본업을 지키면서도 수익성과 건전성, 자본시장 기능을 함께 키워온 결과다. 2026년 출발도 본업의 방향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업은행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7534억원, 별도 기준 순이익은 6663억원을 기록했다. 환율 변수와 전년 역대급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순이익은 줄었지만,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64조2000억원으로 더 늘었다. ◆생산적금융 30-300 프로젝트…다음 성장판은 혁신 중기 기업은행의 미래 성장전략은 △생산적금융 △혁신기업 투자 △디지털 중기금융 △건전성 관리로 요약된다. 핵심은 ‘IBK형 생산적금융 30-300 프로젝트’다. 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5년간 첨단·혁신산업, 창업·벤처기업, 지방 소재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300조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생산적금융은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과 가장 잘 맞닿아 있다. 단순히 대출을 많이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 산업과 기술, 일자리와 지역경제로 흐르게 하는 금융이다. AI, 반도체, 에너지, 소부장,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스마트제조 등 성장 산업의 중소기업은 대기업 공급망과 국가 전략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다. 기업은행은 이 분야에서 차별적 강점을 갖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한 중소기업 신용정보, 업종별 경기 흐름, 현장 영업망, 정책금융 집행 경험은 일반 시중은행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운 자산이다. 여기에 보증기관, 정책기관, 지방자치단체, 벤처투자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면 기업은행은 단순한 대출기관을 넘어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18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18 07: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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