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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빌리티,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빌리' 공개…CJ와 하반기 현장 실증
[경제일보]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 뉴빌리티가 자율주행 로봇을 통해 축적한 공간지능을 바탕으로 이동과 물체 조작을 하나의 업무 과정으로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두 다리로 걷는 인간형 외형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이동하고 물건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으로, 뉴빌리티는 올해 하반기 CJ를 비롯한 제조·물류 기업과 기술 실증(PoC)을 진행해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29일 뉴빌리티는 하이브리드 휴머노이드 '빌리'를 공개하고 제조·물류 등 산업 현장을 대상으로 실증과 상용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로봇 '뉴비'를 국내외 현장에 공급하며 축적한 공간지능을 이동에서 물체 조작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강기혁 뉴빌리티 대표는 발표를 통해 "뉴빌리티는 로봇 지능을 통해 일상생활을 혁신하고자 하는 미션을 가진 기업"이라며 "지금까지 뉴빌리티는 모빌리티 관점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해결해 왔다면, 이제 매니퓰레이션(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경로를 계획해 물체를 정밀하게 다루는) 조작을 연결해서 '도착한 뒤 무엇을 하느냐'까지 해결하는 것이 다음 단계"라고 말했다. 빌리는 작업 대상이 있는 곳까지 이동한 뒤 물체를 집고 옮기거나 지정된 위치에 내려놓는 등 일련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목적지까지 물건을 운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동과 조작을 연결해 실제 작업을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구현되고 있다. 김락희 뉴빌리티 피지컬AI TF장은 빌리의 설계 방향에 대해 "빌리는 단순히 이동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라 하나의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로봇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빌리는 두 다리 대신 휠 기반 하체를 채택했다. 실내외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이동하면서 작업에 필요한 상체 동작을 수행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상체는 회전과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며, 두 팔과 손을 이용해 작업 대상에 접근하고 물체를 조작한다. 김 TF장은 "뉴빌리티는 빌리가 실내 또는 실외 공간에서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두 다리보다는 구동형 하체를 선택했고, 사람이 사용하는 선반과 같은 작업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두 손과 두 팔 높낮이가 조절되는 상체 회전 구조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빌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작업하는 환경에 적응해서 일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해당 구조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작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물건을 운반하는 기능도 갖췄다. 빌리는 손으로 최대 15kg 미만의 물건을 옮길 수 있으며 적재함에는 최대 60kg까지 실을 수 있다. 주변 환경과 작업 대상을 인식해 필요한 위치까지 이동하고, 물건을 집어 적재한 뒤 다음 작업 지점으로 운반하는 방식이다. 이동에는 뉴빌리티가 기존 서비스에서 고도화해온 카메라 기반 맵리스 자율주행과 V-SLAM 기술이 적용된다. 사전에 구축한 정밀지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이동하고, 주변 공간과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여기에 물체 인식과 조작 기능을 연결해 이동 기술을 실제 물리적 업무 수행으로 확장한다. 앞서 뉴빌리티는 국내외 150곳 이상의 현장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운영하며 주행 데이터와 공간 관련 경험을 축적해왔다. 덕수궁과 충남대학교병원, 일본 도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을 공간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지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한 현장에서 확보한 경험을 다른 현장과 로봇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 RFM(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도 데이터를 활용한다. 뉴빌리티는 빌리를 모든 기술이 완성된 뒤 현장에 투입하기보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 기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상용화할 방침이다. 김 TF장은 "저희는 모든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현장에서 가장 빠르게 일을 하게 됐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고도화되는 기능과 스킬셋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게 바로 뉴빌리티가 빌리를 상용화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상용화를 위한 첫 단계는 산업 현장 실증이다. 뉴빌리티는 올해 하반기 대형 식품 제조사와 정밀 제조사, 물류사, 대규모 교통 복합시설 운영사 등과 PoC를 추진할 예정이다. 식품 제조 분야에서는 CJ와 실증을 진행한다. 구승환 뉴빌리티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뉴빌리티는) 현재 대형 식품 제조사, 정밀 제조사, 물류사 그리고 대규모 교통 복합 단지 업체들과 POC를 앞두고 있다"며 "그중에서 CJ는 식품 제조 분야로 저희가 POC를 하반기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증 과정에서는 빌리의 업무 수행 능력과 운영 안정성, 실제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현장별 공간 구조와 작업 조건에 맞춰 이동·접근 능력과 물체 인식·조작 기능을 개선하고, 운영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로봇 성능 향상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뉴빌리티는 로봇 하드웨어뿐 아니라 운영·모니터링·유지보수를 아우르는 서비스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자체 개발 통합 플랫폼 NCC(뉴빌리티 컨트롤 센터)를 기반으로 로봇 운영을 관리하고, RX(로봇 트랜스포메이션) 솔루션을 통해 산업 현장의 로봇 도입과 운영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날 행사에는 올해 군에 입대한 이상민 뉴빌리티 의장도 깜짝 등장했다. 이 의장은 "다소 미흡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계속해서 시간이 발전하면서 충분히 좋은 기술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고 또 저희가 그것(좋은 기술을 만드는 것)을 해 왔기 때문에 믿음으로 계속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뉴빌리티는 자율주행 로봇 사업을 통해 축적한 현장 운영 경험과 규제 대응 역량을 빌리의 산업 현장 적용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2024년 국내 최초로 실외 이동 로봇 운행 안전 인증을 획득했으며, 올해는 일본 로봇 딜리버리 협회의 안전기준 적합 심사도 통과했다. 강기혁 대표는 "뉴빌리티는 사업 중심적으로 그리고 고객 중심적으로 로봇 서비스를 설계해 왔고, 일단 빠르게 로봇을 배포하고 그 다음에 추후에 서비스를 개선하는 관점에서 사업을 전개해 왔다"며 "로봇을 잘 이동하는 것을 넘어서 공간을 이해하고 직접 조작해 하나의 업무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피지컬 AI 상용화 가능성을 현장에서 증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26-09-29 15: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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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충암고 라인은 우연인가, 권력의 통로였나
[경제일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재판에서 ‘충암고 라인’ 문제는 피하기 어려운 쟁점으로 남아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점은 사건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군 지휘 라인과 방첩 관련 인사들이 계엄 실행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재판에서 다뤄지면서 특정 인맥이 국가비상권한 행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과 김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은 항소심 절차로 넘어갔다. 1심 법원은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김 전 장관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계엄 준비와 실행 과정,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사이의 의사 교환, 군 지휘부에 전달된 명령의 성격이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특정 인맥이 공식 지휘 체계 안에서 어떤 기능을 했는지도 재판부가 살펴볼 대목이다. 다만 충암고라는 학연 자체를 형사책임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 출신 학교가 같다는 사정만으로 공모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것은 친분이나 인맥 그 자체가 아니라 구체적 행위다. 누가 어떤 직책에 있었는지, 어떤 권한을 행사했는지, 누구에게 어떤 지시를 했는지, 그 지시가 실제 병력 이동이나 기관 장악 시도와 어떻게 연결됐는지가 판단의 대상이다. 이 점을 놓치면 재판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 학연 논란이 지나치게 앞서면 계엄의 법적 책임이 사적 관계 문제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반대로 학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논의를 덮어두면 국가권력의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공식 인맥이 작동했는지를 살피기 어렵다. 학교가 아니라 권한을 보고, 친분이 아니라 명령의 경로를 봐야 하는 이유다. 공식 직책과 비공식 신뢰의 경계 국가비상권한은 공식 절차와 공적 책임을 전제로 움직여야 한다. 계엄은 군과 경찰, 행정부, 헌법기관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 권한이다. 그래서 그 판단 과정에는 법률상 요건과 국무회의 심의, 국회 통제, 군 지휘 체계의 적법성이 함께 요구된다. 특정 인맥이나 사적 신뢰가 그 판단을 대신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비상권한이 공식 제도보다 폐쇄적 관계망을 통해 움직였는지가 재판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김용현 전 장관은 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으로 계엄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다.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판단을 군 지휘 계통으로 연결하는 자리다. 단순한 참모가 아니라 군 조직을 현실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국무위원이다. 1심 재판부가 김 전 장관의 책임을 중대하게 판단한 것도 그가 계엄 준비와 실행 과정에서 수행한 역할을 무겁게 본 결과로 읽힌다. 이상민 전 장관의 위치도 별도로 살펴야 한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지방행정, 재난안전 체계와 맞닿아 있는 자리다. 계엄 국면에서 경찰과 행정 조직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군 병력 투입 문제와 함께 중요한 사안이다. 이상민 전 장관이 어떤 판단을 했고 어떤 보고나 지시를 받았는지는 관련 재판과 수사에서 계속 다뤄질 수 있다. 이 역시 충암고 출신이라는 점보다 당시 맡고 있던 직책과 권한이 핵심이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경우는 또 다른 층위에 놓인다. 방첩사는 군 내부 보안과 정보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계엄 상황에서 방첩 기능이 정치인 체포 의혹이나 선거관리위원회 관련 수사 구상과 어떻게 맞물렸는지는 재판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여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도 자신의 형사재판과 관련된 핵심 대목에 대해서는 증언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은 항소심에서도 증언의 신빙성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학연 자체가 아니라 기능을 봐야 한다 충암고 라인이라는 표현은 정치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법정에서 필요한 것은 인상비평이 아니다. 형사책임은 구체적 행위와 고의, 공모관계, 실행 관여 정도에 따라 판단된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사정은 배경으로 참작될 수는 있어도 유죄 판단의 직접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사와 재판 모두에서 필요한 것은 특정 학교명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실제 권한 행사와 지시 경로를 추적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학연 문제가 완전히 주변부로 밀릴 수는 없다. 대통령과 핵심 국무위원, 군 정보기관 지휘부가 특정 인맥으로 연결돼 있었다면 국가비상권한이 공적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 따져봐야 한다. 계엄은 고도의 법률 판단과 군사 판단이 결합된 사안이다. 여러 기관의 견제와 토론이 필요한 영역에서 사적 신뢰가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였거나 반대 의견을 줄였다면 이는 형사책임과 별개로 공적 책임의 대상이 된다. 군 조직의 입장에서 이 문제는 더 민감하다. 대다수 군인은 출신 학교나 정치적 친분과 무관하게 명령 체계 안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윗선의 특정 인맥이 계엄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 부담은 일선 장병에게 전가된다. 병사와 실무 간부는 학연 정치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그 결과로 수사와 재판, 사회적 비난의 대상으로 함께 묶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책임의 경계는 더 정확히 그어져야 한다. 군 전체를 충암고 라인과 동일시하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 계엄에 동원된 군인은 동일한 정치적 의사를 가진 집단이 아니다. 명령을 받은 사람과 명령을 설계한 사람, 실행 가능성을 판단한 사람과 현장에서 움직인 사람은 구분돼야 한다. 특정 인맥의 문제를 군 전체의 문제로 확장하면 정작 계엄 판단에 관여한 핵심 인물들의 책임은 희석될 수 있다. 계엄 의사결정의 폐쇄성 이번 재판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계엄 논의가 얼마나 공식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느냐다. 대통령이 비상권한을 행사하려면 법률상 절차와 헌법적 한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국무회의 심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관련 장관들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 군 지휘부에 어떤 사전 설명이 있었는지, 국회 통제 가능성이 어떻게 고려됐는지는 모두 중요한 쟁점이다. 계엄과 같은 중대 사안에서는 반대 의견이 제도 안에서 충분히 제기돼야 한다. 그러나 특정 인맥 중심으로 판단이 좁혀졌다면 반대 의견은 형식적으로 처리되거나 배제될 수 있다. 여 전 사령관이 계엄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대목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다만 그의 진술은 다른 증거와 함께 평가돼야 하며 자신의 재판과 관련된 부분에서 증언을 거부한 사정도 신빙성 판단에서 함께 다뤄질 수 있다. 김 전 장관의 역할은 이와 맞물려 있다.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면 그 가까움은 권한 행사에서 더 높은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면 그 뜻이 군에 미칠 영향을 더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관이 대통령의 판단을 군 조직에 전달하는 데 그쳤는지, 아니면 실행 방향을 함께 설계했는지는 형량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상민 전 장관과 행정안전부 라인에 대한 판단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경찰과 행정 조직이 계엄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군 병력 투입 문제와 분리해 볼 수 없다. 계엄이 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기관 전체를 움직이는 권한이었다면 행정안전부와 경찰 지휘 체계의 대응 역시 재판과 수사에서 검토될 수밖에 없다. 이때도 핵심은 출신 학교가 아니라 실제 권한 행사와 관여 정도다. 전직 대통령과 사적 인맥의 책임 전직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개인적 친분 관리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 가까운 사람을 요직에 기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인사가 국가비상권한 행사와 맞물렸을 때 책임의 기준은 달라진다. 대통령 주변의 사적 신뢰 관계가 공적 절차를 대신했다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에게도 돌아갈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재판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판단이 어떤 인맥과 지휘 체계를 통해 실행됐는지에 대해서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계엄에 관여한 인물들이 법정에서 서로 책임을 나누거나 기억을 다투는 상황은 그 자체로 국가권력 행사 과정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대통령의 권한은 개인의 결단만으로 설명될 수 없고 그 결단을 실행한 사람들의 권한과 책임까지 함께 평가돼야 한다. 충암고 라인 논란은 윤 전 대통령 재판의 부수적 소재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사건 전체를 학연 문제로만 설명할 수도 없다. 이 논란의 본질은 특정 학교 출신들이 많았다는 사실보다 국가비상권한 행사 과정에서 공식 제도와 비공식 신뢰가 어떻게 교차했는지에 있다.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살필 부분도 그 지점이다. 인맥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그 인맥이 권한 행사와 지시 전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중요하다. 이 문제는 대다수 군인의 억울함과도 맞닿아 있다. 군인들은 학연 정치의 주체가 아니다. 현장의 장병과 실무 간부는 특정 인맥의 판단을 알 수 없었고 그 판단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계엄이 실행되자 그 부담은 군 전체에 남았다. 그래서 책임은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 명령을 받은 사람과 명령을 가능하게 한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면 군 조직은 계속 논란의 전면에 서고 의사결정권자의 책임은 뒤로 밀릴 수 있다. 권한 행사와 지시 경로가 쟁점 충암고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다만 같은 인맥에 속한 인물들이 국가비상권한 행사 과정에서 핵심 직책을 맡았고 실제 지시와 실행에 관여했다면 그 역할은 재판에서 검토될 수밖에 없다. 학연은 책임의 직접 근거라기보다 의사결정 경로를 살피는 배경 사정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항소심에서는 공모관계와 지시 경로, 각 피고인의 관여 정도가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의 결심을 군 지휘 체계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군 정보기관 지휘부가 어떤 지시를 받았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 행정안전부와 경찰 지휘 체계가 계엄 국면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함께 다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인맥이 공식 절차를 우회하거나 보완하는 통로로 기능했는지도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계엄 재판은 군 전체를 향한 비난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이 사건에서 우선 살필 대상은 현장에 투입된 다수 장병이 아니라 그 병력이 움직이도록 만든 의사결정 과정이다. 충암고 라인 논란도 같은 기준에서 봐야 한다. 학교가 아니라 권한, 친분이 아니라 지시, 인맥이 아니라 실행 관여 정도를 기준으로 책임을 가려야 한다. 전직 대통령의 법정은 그 기준을 확인하는 자리다. 대통령 주변의 사적 신뢰가 국가비상권한 행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방부와 군 지휘 체계가 어떤 경로로 움직였는지, 그 결과 대다수 군인에게 어떤 부담이 남았는지를 따지는 절차다. 남은 재판은 특정 인맥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넘어 공식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했고 그 판단의 책임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를 가려내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2026-05-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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