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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모아통합기획' 도입…2030년까지 후보지 100곳 추가
[경제일보] 서울시가 모아주택·모아타운의 실제 착공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사업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모아통합기획’을 도입한다. 이미 추진 중인 사업장은 공정관리를 강화해 2031년까지 4만가구 착공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신규 후보지 100곳을 추가로 선정해 12만가구 규모의 공급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모아타운 쾌속통합 추진계획’을 본격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제도 도입 이후 현재 모아타운 137곳이 추진되고 있으며 관리계획 수립을 통해 약 13만가구 규모의 공급 기반이 마련됐다. 모아주택은 156곳, 약 4만3000가구가 조합설립 이후 사업을 진행 중이고 이 가운데 34곳, 5000가구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우선 이미 사업이 진행되는 구역은 착공 시점 관리에 들어간다. 시는 2028년까지 1만4000가구, 2031년까지 누적 4만가구 착공을 목표로 잡았다. 중랑구 1만가구, 금천구 5700가구, 마포구 3800가구, 강서구 3600가구 등이 주요 물량이다. 착공이 가능한 146개 구역은 사업 진행 정도에 따라 집중관리와 일반관리로 나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참여하는 ‘신속착공 공정회의’를 매달 열어 사업별 진행 상황과 지연 요인을 점검하고 모아주택과장과 자치구 국장을 공정촉진책임관으로 지정한다. 주민 이견이나 공사비·이주 갈등 등으로 일정이 늦어지는 사업장에는 건축·법률·회계·감정평가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찾아가는 신속해결지원단’을 투입한다. 신규 사업에는 ‘모아통합기획’을 적용한다. 관리계획을 세운 뒤 조합을 설립하는 기존 순차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과 전문가, 주민이 초기부터 함께 계획을 짜고 관리계획 수립과 조합설립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관리계획을 1년 안에 마련하고 조합설립 이후에도 설계자와 공공이 건축계획과 관리계획 변경을 함께 진행해 후보지 선정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약 6년에서 4.5년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시는 다음달 초 모아통합기획 후보지 공모에 들어가 2030년까지 100곳을 선정한다. 이를 통해 추가로 12만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한다. 공모에는 토지등소유자 60%와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동의 요건을 적용하고 선정지역에는 관리계획 수립비와 사업성 분석, 조합설립 등을 지원한다. 사업 단계별 공공 개입도 확대한다. 모아주택 특성에 맞는 표준정관과 시공자 표준공사계약서를 마련하고 조합과 시공사 사이 공사비 갈등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 조례에 검증 근거를 마련한 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공사비 검증을 맡도록 할 계획이다. 철거 세입자의 재개발임대주택 입주 선택권을 넓히고 임대료와 손실보상 기준도 마련한다. 사업 속도를 실제로 줄인 현장은 별도로 관리한다. 서울시는 광진구 건국대 모아타운과 금천구 석수역세권, 관악구 난곡동을 첫 ‘모범 모아타운’으로 선정했다. 건국대 일대는 관리계획과 조합설립을 함께 진행해 사업기간을 최대 1년8개월 줄였고 난곡동은 후보지 선정 후 4년6개월 만인 2028년 12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모아주택·모아타운은 노후 저층주거지를 정비하고 새로운 주택공급 기반을 만드는 서울의 대표적인 정비사업으로 자리잡았다”며 “이제는 계획 수립에 그치지 않고 실제 착공까지 빠르게 이어질 수 있도록 공정관리부터 갈등 해결까지 서울시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08-24 0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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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뛰는데 왜 서민 경기는 뛰지 않는가
[경제일보] 한국 경제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요즘처럼 반가운 때도 드물다. 수출이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수출 증가를 이끌면서 대외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월간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상반기 수출도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7월 수출 역시 988억9000만 달러로 역대 2위였으며 반도체 수출은 410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가 힘차게 질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장과 골목의 표정은 그만큼 밝지 않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었다고 말한다. 가계는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는 생활비에 지갑을 닫고 있다. 수출은 역대급인데 왜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가. 문제는 거시경제 지표와 실물경제의 체감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반도체의 선전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AI 산업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우리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6월 반도체 수출은 448억20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4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1924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경제 전체를 반도체 하나의 성적표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고도의 자동화와 자본집약적 생산구조를 갖고 있어 수출 증가가 고용과 내수 확대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반도체 수출이 늘었다고 동네 식당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것도, 대기업의 수출 호황이 청년 일자리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성장의 미스매치’다.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분명한 호재다. 문제는 성장의 과실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대기업과 첨단산업에 집중된 성과가 중견·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자영업자, 근로자에게 충분히 확산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풍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수출 호황을 내수 회복으로 연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첨단산업의 성과가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되도록 공급망을 강화하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해외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에게도 단기 일자리 숫자보다 AI·반도체·바이오·로봇·에너지 등 미래 산업과 연결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내수와 서비스업을 살리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자영업자에 대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임대료와 금융비용 등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구조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 관광·문화·의료·콘텐츠·돌봄 등 고용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가계의 실질소득을 높여 소비 여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숫자에 취해서는 안 된다. 수출이 잘된다고 경제가 저절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체감경기가 어렵다고 수출 호조의 가치를 깎아내려서도 안 된다. 두 현실을 함께 보는 것이 경제를 제대로 보는 상식이다. 수출은 우리 경제의 엔진이고 내수는 그 엔진이 움직이는 도로다. 엔진만 아무리 좋아도 도로가 무너지면 자동차는 제대로 달릴 수 없다. 진짜 경제 회복은 수출 통계표에서 끝나지 않는다. 청년이 첫 직장을 얻고, 직장인이 월급의 실질가치를 체감하며, 자영업자가 저녁 장사를 걱정하지 않고, 평범한 가정이 내일을 불안해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성장의 의미가 완성된다. 경제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다. 반도체 수출의 기록을 축하하되 그 기록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수출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기업에서 가계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 ‘수출은 잘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든가’라는 국민의 질문에 경제정책이 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화려한 경제지표도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성장만이 아니다. 성장의 과실이 더 넓고 깊게 국민에게 돌아가는 성장, 그것이야말로 진짜 경제성장이다.
2026-08-23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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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을 아파트로 채울 것인가
[경제일보] 주택 문제만큼 우리 사회의 감정을 쉽게 자극하는 정책도 드물다. 집값이 오르면 공급 확대를 외치고, 공급 대책이 나오면 개발 논란이 뒤따른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늘리자는 주장에도 반대가 있고, 도심의 빈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에도 환경과 역사 보존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그만큼 주택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터전과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용산공원 부지 내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정부·여당이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규제 완화, 도심 공급 방식 등을 놓고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의 정치적 공방까지 겹치면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그 질문은 간단하다.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면서도 용산공원이 가진 역사적·환경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있다면 그것을 찾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용산공원은 평범한 국유지가 아니다. 오랜 기간 외국군이 주둔했던 공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상징성이 큰 곳이다. 서울 한복판에 남은 대규모 녹지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도시의 허파이자 근현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으로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치가 충분하다. 그렇다고 주택이 절실한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오늘날 청년들에게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결혼과 출산, 취업과 독립, 삶의 계획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만으로 서울에서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사회 전체의 미래에 대한 신뢰도 흔들린다.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을 ‘집이냐 공원이냐’라는 이분법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공원을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단순하고, 공원은 절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 역시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 도시에는 주거와 환경, 역사와 개발, 현재와 미래가 함께 존재한다. 정책은 이 가치들의 충돌을 조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더욱이 서울의 주택 문제는 특정 부지 하나를 개발한다고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서울의 집값과 전월세 불안에는 공급 부족뿐 아니라 교통망, 직주근접, 교육, 금융, 세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부가 도심의 귀한 땅을 활용한다면 무엇보다 ‘얼마나 많이 지을 것인가’보다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위해 지을 것인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특히 공공주택 정책에서 숫자 경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몇 호를 공급하느냐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서울 한복판의 비싼 땅에 지은 상징적인 주택 몇 천 호가 아니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이다. 공급 지역과 교통, 생활 인프라, 임대료, 관리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용산공원 주변을 포함한 도심 공급 전략도 보다 넓은 시야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 부지, 유휴 국공유지, 철도·차량기지, 저이용 공공시설 부지, 역세권 복합개발 등 도심 곳곳에는 주택 공급과 도시 재생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존 주거지의 재건축·재개발을 지나치게 어렵게 만드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개발 가능한 곳을 찾았다고 무조건 아파트를 올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도시의 녹지와 역사문화 자산은 한번 훼손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용산공원처럼 상징성이 큰 공간이라면 개발 여부뿐 아니라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세대 간 형평성까지 따져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정치의 절제다. 주택 공급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반대 의견을 ‘공급을 막는 발목잡기’로 몰아서는 안 된다. 공원 보존을 주장하는 쪽 역시 주거난을 호소하는 청년들을 개발 논리에 희생되는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양쪽 모두 자기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합리적인 해법은 사라진다. 특히 국가의 중요한 공간을 놓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정부는 국가 차원의 주택 공급 필요성을 설명하고, 서울시는 도시계획과 환경에 관한 전문적 판단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두 기관이 공개적인 검증과 협의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독립적인 전문가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용산공원의 역사·환경적 가치와 주택 공급의 필요성을 동시에 평가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와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신중하게 결정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정책은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공원은 한번 훼손하면 복원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반면 청년 주거 문제는 용산공원 하나에 모든 해법을 걸지 않고도 여러 지역과 수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더욱 치밀한 비교와 검토가 필요하다. 동시에 정부는 용산공원 논란을 핑계로 청년 주택 공급을 미뤄서도 안 된다. 청년 주거 안정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도심 곳곳의 유휴부지를 찾아 공급을 확대하고, 역세권 고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을 합리적으로 활성화하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공급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에는 늘 비용이 따른다. 중요한 것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그 편익을 누가 누리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용산공원을 지키는 것은 과거를 보존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다. 청년에게 안정적인 집을 제공하는 것 역시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다. 따라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다. 용산공원이 정쟁의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청년 주거 문제가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숫자를 앞세운 밀어붙이기도, 보존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무조건적인 반대도 아니다. 청년에게는 집을, 시민에게는 공원을, 도시에는 미래를 남기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치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할 때 한쪽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본령이고 협치의 출발점이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이 또 하나의 소모적인 정치 싸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서울의 주택 공급과 도시계획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조급함 때문에 도시의 소중한 자산을 잃어서도 안 되고, 공원을 지킨다는 명분 때문에 청년들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과거를 지키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도시정책이고, 지금 우리 정치가 보여줘야 할 상식이다.
2026-08-23 1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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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빌라 비중 12.9%…공급 줄고 수요도 달라졌다
[경제일보] 서울 빌라 시장에서 신축 주택 비중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올해 1~7월 서울에서 거래된 연립·다세대주택 2만4651건 가운데 준공 5년 이내 주택은 3191건으로 12.9%를 차지했다. 2021년 같은 기간에는 전체 거래 3만8055건 중 31.2%가 준공 5년 이내 주택이었다. 전체 빌라 거래보다 신축 거래 감소 폭이 훨씬 컸다. 같은 기간 서울 연립·다세대 전체 거래는 35.2% 줄었지만 준공 5년 이내 주택 거래는 73.2% 감소했다. 최근 빌라 거래가 일부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수요 부진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올해 1~4월 서울 빌라 거래량은 1만41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9% 증가했다. 아파트 가격 상승과 대출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연립·다세대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규 공급은 크게 줄었다. 서울 연립·다세대 착공 물량은 2021년 2만3751가구에서 지난해 4597가구로 80.6% 감소했다. 거래시장보다 주택을 새로 짓는 시장의 위축이 더 두드러진 셈이다. 지역별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강동구의 신축급 빌라 거래 비중은 2021년 51.4%에서 올해 17.5%로 낮아졌다. 영등포구는 47.5%에서 13.0%, 구로구는 41.0%에서 6.8%, 송파구는 38.6%에서 8.4%로 줄었다. ◆ 거래보다 더 많이 줄어든 착공 신축 빌라 감소의 배경에는 2022년 이후 이어진 전세사기 여파가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잇따르면서 빌라 임대차 시장에 대한 경계가 커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 가입 기준도 강화됐다. 기존 빌라 사업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건축비와 금융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 적지 않았다. 보증 가입 기준이 강화되고 전세가격이 낮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사업 방식은 어려워졌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도 신규 사업의 부담을 키웠다. 빌라를 바라보는 수요자의 판단 기준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아파트보다 낮은 가격과 도심 접근성이 주요 선택 기준이었다면 전세사기 이후에는 보증금 반환 가능성과 주택가격, 향후 매각 가능성 등을 함께 따지는 경우가 늘었다. 국토연구원은 비아파트가 가격과 입지 측면에서 청년층 등의 주거 수요를 흡수하고 있지만 주택 관리와 자산가치, 거래 유동성 등에 대한 우려가 매입 수요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아파트와 비아파트 거주 가구의 경제적 격차도 적지 않다. 국토연구원 분석에서 아파트 거주 가구의 소득은 비아파트 거주 가구보다 1.8배, 자산은 2.2배 많았다. 비아파트 공급 감소를 단순히 한 주택 유형의 시장 위축만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 정부, 2030년까지 수도권 13만호 착공 추진 정부도 비아파트 공급 감소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13만호 착공을 추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수도권 비아파트 착공은 2021년 6만2552가구에서 지난해 1만3747가구로 약 78% 감소했다. 아파트와 비교해 사업 기간이 짧은 비아파트 공급을 회복해 수도권 주택 부족을 보완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건축과 금융 규제도 일부 완화한다. 다가구주택의 층수 제한을 3개 층에서 4개 층으로 완화하고 다세대·다가구 건설자금 대출 한도를 가구당 7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높인다. 신축 비아파트를 매입하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완화된다. 지역에 따라 최대 6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민간 사업자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청년층의 비아파트 구입을 지원하는 금융상품도 도입한다. 정부는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구입하는 청년에게 LTV를 최대 80%까지 적용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내놓기로 했다. 공급자에게는 건설자금을 지원하고 수요자에게는 매입 자금 조달을 돕는 방식이다. 감소한 비아파트 공급과 거래를 동시에 회복시키려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 공급 늘어도 수요 회복은 별도 문제 다만 금융과 건축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신축 빌라 공급과 거래가 동시에 회복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전세사기 이후 시장의 신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새 빌라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과 실제 매수·임차 수요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가격과 보증금 안전성, 건물 관리, 향후 거래 가능성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공사비 상승도 변수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오른 상황에서는 새로 공급되는 비아파트의 분양가와 임대료가 과거보다 높아질 수 있다. 공급 물량이 늘더라도 수요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대를 벗어나면 거래 활성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13만호 역시 준공이나 입주가 아닌 착공 기준이다. 사업자가 토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거쳐 실제 공사를 시작한 뒤 준공과 입주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계획된 물량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비아파트 공급 정책에서는 세입자 보호 문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급 확대를 위해 보증 기준이나 금융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할 경우 전세사기 방지 대책과 충돌할 수 있다. 반대로 규제가 지나치게 강하면 신규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이 공급 확대와 임대차 안전장치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주택 관리와 하자보수, 시세 정보 제공 등 비아파트의 주거 품질과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과제로 꼽힌다. 서울 빌라 시장에서는 최근 거래가 일부 살아나는 가운데 신축 주택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수요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공급과 수요의 조건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비아파트 13만호 공급정책의 효과도 착공 물량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 준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물량, 분양·임대가격, 전세보증 안전성, 매수·임차 수요가 함께 움직이는지를 살펴야 한다. 신축 빌라 공급 감소가 일시적인 조정인지 비아파트 시장의 장기적인 변화인지는 이 과정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2026-08-20 07: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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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오픈AI 데이터센터에 150조원 보증…'순환금융' 논란 커진다
[경제일보]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최대 1050억달러(약 149조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한다.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고객의 데이터센터 건설에 필요한 금융 위험까지 떠안는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순환금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고객의 장기 수요를 담보로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자사 인공지능(AI) 가속기 공급을 사실상 확보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파이크카운티에서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SB에너지가 개발하는 ‘포츠파이크’ 데이터센터 캠퍼스와 관련해 최대 1050억달러 규모의 잔존가치 보증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이 시설을 20년간 임차한다. 1단계는 4.25기가와트(GW) 규모로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전체 캠퍼스는 최대 8GW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 구조를 뜯어보면 엔비디아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SB에너지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오픈AI는 장기간 임대료를 낸다. 엔비디아는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잔존가치를 보증하고 여기에 15억달러를 SB에너지에 직접 투자한다. 대신 엔비디아는 해당 데이터센터에 AI 가속기를 독점 공급한다. 데이터센터가 실제 가동되고 오픈AI가 임대료를 낼수록 엔비디아가 부담해야 할 잔여 위험도 줄어드는 구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논란이 불거지자 직접 반박했다. 그는 “이것은 순환금융이 아니다”라며 오픈AI가 임대료를 지급하고 데이터센터 용량이 가동되면 엔비디아의 잔여 위험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단순히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확실한 GPU 수요가 예상되는 곳에 공급망과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자금의 방향보다 위험의 연결고리 다. 오픈AI가 데이터센터를 임차하고,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며, 엔비디아는 오픈AI의 임대차 계약을 보증한다. 그리고 오픈AI가 필요로 하는 컴퓨팅 자원은 다시 엔비디아의 GPU로 채워진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돈이 한 바퀴 돌아 공급자에게 되돌아가는 순환금융은 아니더라도, 고객의 미래 수요가 공급자의 금융지원과 매출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구조 라는 점에서 기존 반도체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오픈AI처럼 비상장이고 전통적인 신용평가를 받는 방식이 제한적인 기업에게 엔비디아의 신용도가 금융 조달의 중요한 보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자신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오픈AI의 대규모 인프라 확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셈이다. 반대로 엔비디아가 얻는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 엔비디아는 오픈AI가 2030년까지 약 12GW 규모의 자사 컴퓨팅 자원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오하이오 프로젝트의 2단계까지 확대될 경우 약 16GW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30년까지 약 6000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엔비디아 컴퓨팅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계산이다. 여기서 이번 거래의 본질이 드러난다. 엔비디아는 더 이상 GPU만 파는 기업이 아니다. GPU가 들어갈 데이터센터의 건설과 전력 확보, 자금조달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AI 인프라 생태계 전체를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엔비디아는 최근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회사들과 5000억달러 이상의 신규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등 자본 부담을 외부 투자자와 나누는 방식도 확대하고 있다. 전력도 변수다. 포츠파이크에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SB에너지가 최대 10GW 규모의 발전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9.2GW는 천연가스 발전으로 추진된다. 미국 에너지부도 올해 3월 소프트뱅크와 SB에너지, 현지 전력회사와 함께 오하이오 지역에 10GW 규모의 신규 발전설비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보다 전력과 송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AI 시대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텍사스 애빌린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오픈AI와 오라클은 올해 3월 애빌린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의 추가 증설 계획을 철회했다. 자금조달 협상이 길어진 데다 오픈AI의 수요 전망이 바뀐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후 미확보 용량을 메타가 임차하는 방안이 거론됐고, 엔비디아가 이 논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빌린 사례가 AI 데이터센터의 수요 예측과 자금조달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면, 오하이오는 그 문제를 엔비디아의 신용보강으로 풀어보려는 실험 에 가깝다.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데이터센터 사업자 혼자 감당하는 대신 GPU 공급자가 위험을 일부 나누고, 장기 임차인이 수요를 보장하는 구조다. 다만 이 방식이 AI 인프라 시장의 표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장 큰 위험은 오픈AI의 장기적인 현금흐름과 AI 컴퓨팅 수요다. 20년 임대계약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AI 모델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거나 새로운 컴퓨팅 구조가 등장하면 현재 예상한 GPU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면 엔비디아가 선점한 대규모 인프라가 막대한 매출 기반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이번 거래는 엔비디아가 AI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병목인 컴퓨팅·전력·자본 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반도체 기업의 경쟁이 더 빠르고 비싼 칩을 만드는 데 있었다면, 이제는 그 칩이 들어갈 데이터센터와 전력, 그리고 이를 건설할 자금까지 누가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이번 보증으로 실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대 1050억달러 전체가 아니라 계약상 특정 조건이 발생했을 때의 잔존가치와 임대·전력 관련 위험에 한정된다. 그럼에도 단일 고객의 인프라에 이 정도 규모의 신용을 제공했다는 사실 자체가 AI 산업의 자본 구조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순환금융인가 아닌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오픈AI의 미래 수요를 믿고 엔비디아가 자신의 신용과 자본을 얼마나 더 투입할 것인가다. 이번 오하이오 프로젝트의 성패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GPU 공급자를 넘어 AI 인프라 금융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8-18 14: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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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사장님'…자영업 과잉의 한국경제
[경제일보] 한국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점이다. 골목마다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미용실, 학원, 배달·운송 사업자가 몰려 있다. 외형상으로는 창업 열기가 강한 사회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조기 퇴직, 재취업 시장의 한계, 사회안전망의 빈틈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의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비임금근로자는 655만4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2.6%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43만5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4만1000명이었다. 비임금근로자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함께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편으로 분류된다. 다만 국가별 통계는 단순 비교에 주의가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영업률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지만, 국가마다 법인화된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처리 방식이 다를 수 있다. 세계은행의 국제노동기구(ILO) 모델 추정치도 고용주, 자기계정근로자, 생산자협동조합원, 무급가족종사자 등을 자영업 범주에 포함한다. 그럼에도 큰 흐름은 분명하다. 한국은 자영업자만 따로 봐도 20% 안팎,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근로자 기준으로는 20%대 초반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 자릿수 중후반에서 10% 안팎으로 집계되고, 독일과 일본도 대체로 10% 안팎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은 단순한 개인 선택의 결과라기보다 노동시장 구조가 만들어낸 현상에 가깝다. 경제가 고도화될수록 영세 자영업 비중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전문 서비스 기업이 구매력과 물류, 마케팅, 디지털 시스템을 앞세워 개인 점포를 대체하거나 흡수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더 낮은 가격과 표준화된 서비스를 선택하고 근로자는 사업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자영업보다 안정적인 임금근로를 선호하게 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임금근로자가 의료보험, 연금, 유급휴가, 실업보험 등 각종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실직하더라도 실업급여와 재취업 지원을 통해 일정 기간 버틸 수 있다. 약국, 슈퍼마켓, 식당, 자동차 정비, 요양 서비스 등 생활 서비스의 상당 부분도 대형 체인과 기업 중심으로 운영된다. 개인이 점포를 열어 생계를 해결해야 할 압력이 한국보다 낮은 셈이다. 창업과 유지 비용도 차이가 있다. 미국과 유럽은 건축·소방·위생 규정, 장애인 편의시설 기준, 노동법 준수 부담이 크다.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무리한 생계형 창업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다만 유럽도 국가별 차이는 크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는 가족 사업과 관광·소매 서비스 비중이 커 북유럽이나 독일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한국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압축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 인구가 도시로 빠르게 이동했지만 기업 일자리가 이를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 제조업과 대기업은 성장했지만 직접 고용의 폭은 제한적이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도 커졌다. 안정적인 일자리에 진입하지 못한 인력은 소규모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으로 흘러갔다. 조기 퇴직과 늦은 실질 은퇴도 한국 자영업 구조를 키운 요인이다. 50대 전후로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지만 경력을 살릴 재취업 시장은 충분하지 않다.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퇴직금은 생계형 창업의 초기 자금으로 쓰인다. 음식점, 카페, 편의점, 프랜차이즈, 배달·운송업 등은 비교적 진입이 쉽지만, 같은 업종에 창업자가 몰리면서 과당경쟁이 반복된다. 자영업은 한국 경제에서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기업과 노동시장이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인력을 받아들이고, 퇴직 이후 소득 공백을 메우는 제2의 노동시장 기능을 해온 것이다. 문제는 이 완충지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 증가보다 점포 수가 빠르게 늘면 매출은 나뉘고,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 플랫폼 수수료 부담은 커진다. 결국 상당수 자영업자는 ‘사장’이라는 이름과 달리 장시간 노동과 낮은 수익성에 노출된다. 동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구조는 독특하다. 일본은 장기고용 문화와 정년 후 재고용 제도, 대형 유통망 발달로 한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낮은 편이다. 중국은 농업 인구와 비공식 경제, 플랫폼 노동 비중이 커 자영업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OECD 회원국 중심의 선진국 비교와는 별도로 봐야 한다. 대만은 중소기업과 소규모 제조업 생태계가 발달해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평가되지만, 공식 통계 기준을 따로 확인해 비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영업 문제를 창업 지원만으로 풀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창업 교육과 금융 지원이 필요하더라도 이미 포화된 업종에 더 많은 창업자를 밀어 넣는 방식은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핵심은 양질의 임금 일자리 확대, 중장년 재취업 시장 개선, 직업훈련 강화, 실업·연금 안전망 보완으로 꼽힌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한국의 높은 자영업 비중은 창업 정신이 강해서라기보다 노동시장이 충분한 선택지를 제공하지 못한 결과에 가깝다”며 “자영업자는 경제 활력의 한 축이지만, 동시에 임금 노동시장이 흡수하지 못한 인력이 스스로 위험을 떠안는 구조의 반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영업 대책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인 동시에 고용·복지·은퇴 정책이어야 한다”며 “창업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재취업 기회, 실업·연금 안전망을 넓히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2026-08-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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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 상식으로 돌아가자
[경제일보] 부동산 세제는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가장 복잡한 제도다. 집은 거주 공간인 동시에 가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금이 조금만 바뀌어도 매매와 보유, 증여와 상속 계획이 흔들린다. 그만큼 부동산 세제는 신중하고 일관되게 설계돼야 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제개편안은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성 보유에는 더 큰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주택을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니라 시세 차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에 적정한 세 부담을 지우겠다는 방향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세제는 선의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세 부담이 커졌을 때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지, 오히려 거래가 잠길지 살펴야 한다. 고가 주택 보유자가 세금을 임대료에 전가할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장기보유 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거주하지 못한 고령자나 장기 임대사업자, 지방 근무자 등이 과도한 부담을 지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세제를 발표하는 데서 끝낼 것이 아니라 거래량과 매물, 임대료, 지역별 가격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집값에 따라 세율과 규제를 바꾸는 일을 반복해 왔다. 집값이 오르면 보유세와 양도세를 높이고 대출을 조였다. 거래가 얼어붙으면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풀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의 기준이 달라졌고 공제 방식도 수차례 손질됐다. 그 결과 세법은 전문가조차 해석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해졌다. 국민은 집을 사거나 팔 때마다 세무 상담부터 받아야 했다. 같은 주택을 보유해도 취득 시기와 지역, 보유 기간, 거주 여부에 따라 세금이 크게 달라졌다. 부동산 세제가 조세 원칙보다 정책 목적에 따라 누더기처럼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시장에 가장 나쁜 것은 높은 세금만이 아니다. 앞으로 세금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세율이 다소 높더라도 기준이 명확하고 장기간 유지된다면 국민은 자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집값 움직임에 따라 세금을 수시로 바꾸면 거래자는 결정을 미루고 시장은 얼어붙는다. 부동산은 공급과 수요, 금리와 유동성, 교통과 교육, 일자리와 지역 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다. 세금 하나로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접근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불안은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고, 일자리와 교육·문화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선호 지역의 주택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양도세를 높인다고 수도권 집중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세 부담이 과도하면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증여를 선택해 거래 가능한 주택이 줄 수 있다. 세금으로 수요를 억누르는 동안 공급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가격 불안은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은 취득세와 양도세 등 거래 과정의 세 부담이 무거운 편이다. 여기에 보유세까지 급격히 높아지면 집을 보유하기도 어렵고 처분하기도 어려운 구조가 된다. 시장의 이동성이 떨어지고 매물이 잠기면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든다. 보유에 적정한 부담을 지우는 대신 정상적인 거래를 가로막는 세금은 낮추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투기성 단기 거래에는 무거운 책임을 묻되 장기 보유자가 주거와 생애 계획에 따라 집을 옮기는 과정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세금은 시장을 봉쇄하는 장벽이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인 이동을 돕는 장치가 돼야 한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보호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소득이 없는 고령자가 오랫동안 거주한 집의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조세 정의와 거리가 있다. 과세 이연이나 납부 유예, 고령·장기보유 공제 등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 다주택자라고 모두 투기 세력으로 보는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장기 임대인과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는 구분해야 한다. 주택 수만으로 선악을 나누는 과세는 시장 현실을 왜곡하고 임대 공급을 줄일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은 세제 중심에서 종합 처방으로 전환돼야 한다. 도심 재건축과 재개발을 합리적으로 촉진하고, 역세권과 산업 거점에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인허가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착공과 준공, 실제 입주까지 이어지는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교통망과 학교, 의료와 돌봄 시설도 주택 공급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수도권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에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대학, 문화와 의료가 함께 있는 생활권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결국 국토와 산업, 교육 정책의 문제이기도 하다. 금융정책도 실수요와 투기를 구분해야 한다. 갭투자와 과도한 차입은 엄격히 관리하되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의 내 집 마련 기회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소득과 상환 능력에 따른 대출 원칙을 지키면서도 획일적인 규제로 실수요자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지 말아야 한다. 좋은 세금은 많이 걷는 세금이 아니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으며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세금이다. 과세 기준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하고 비슷한 경제적 능력에는 비슷한 세 부담이 적용돼야 한다. 제도를 바꿀 때는 충분한 예고 기간을 두고 기존 보유자의 신뢰도 보호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를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해서도 안 된다. 집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다주택자와 무주택자를 편 가르는 방식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조세는 특정 계층을 응징하는 수단이 아니다. 부담 능력에 따라 공공서비스 비용을 공정하게 나누고 시장의 왜곡을 줄이는 제도다. <논어>에는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는 ‘정자정야(政者正也)’가 나온다. 부동산 정책도 시장을 억지로 끌어내리거나 떠받치는 데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고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와 정책의 역할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 등락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세제를 신뢰할 수 있게 했는지,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했는지, 공급과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시장을 만들었는지가 더 중요한 성적표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안정적으로 거주하고 필요한 사람이 합리적인 가격에 집을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세금도 이 원칙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세금은 집값을 잡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시장을 바로 세우기 위한 수단이다. 부동산도 세금도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기본과 원칙,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측 가능한 세제와 충분한 공급, 실수요 중심의 금융정책이 함께 갈 때 국민의 주거 안정과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도 가능하다.
2026-08-07 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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