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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넘칠 때가 재정의 진짜 시험대다
[경제일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기업의 장부를 넘어 나라 곳간까지 바꾸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내년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 올해 본예산보다 크게 늘어난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동시에 증가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 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최근 10년의 내국세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 162조3000억원을 떼어 ‘미래대응기금’을 만들겠다고 했다. 숫자가 워낙 크다 보니 먼저 하나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162조3000억원 전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이 직접 낸 세금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부가 추세선을 웃도는 전체 내국세 증가분을 계산한 금액이고, 반도체 호황은 그 세수 급증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반도체가 번 세금’이라는 표현이 던지는 질문은 유효하다. 호황기에 갑자기 늘어난 세수는 누구의 돈인가. 지금 살아 있는 국민이 당장 써도 되는 돈인가. 아니면 경기가 꺾인 뒤를 위해 남겨둬야 할 돈인가. 더 멀리 보면 아직 세금을 낼 나이조차 되지 않은 미래세대에게도 일정한 몫이 있는 돈인가.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짚은 것도 같은 문제다. 그는 대외 불확실성과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동시에 국가채무와 의무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재정 여력을 떨어뜨리고 잠재성장률과 미래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 말은 모순되지 않는다. 경기가 무너질 때 재정은 과감하게 써야 한다. 민간이 움츠러들고 기업이 투자를 미룰 때 정부까지 지갑을 닫으면 불황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호황기에는 일부를 남겨야 한다. 불황에 쓸 수 있는 정부가 되려면 호황기에 다 쓰지 않는 정부여야 한다. 이것이 재정의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발상 자체는 평가할 대목이 있다. 정부는 162조3000억원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쓰고, 12조5000억원으로 신규 국채 발행을 줄일 계획이다. 가장 큰 몫인 104조4000억원은 당장 쓰지 않고 여유자금으로 적립한다. 전체 기금의 64%가량이다. 세수가 더 들어왔다고 한 해에 모두 지출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더구나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AI 붐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고 투자 사이클이 꺾이면 기업이익과 법인세는 빠르게 줄어든다. 세수는 내려가는데 한 번 시작한 복지와 보조금, 기관과 사업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재정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일시적인 돈으로 영구적인 지출을 만드는 일이다. 올해만 들어오는 10조원을 근거로 매년 10조원이 필요한 사업을 시작하면 호황이 끝나는 순간 그 차이는 빚이 된다. 세금을 올리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결국 국채가 빈자리를 메운다. 때문에 미래대응기금의 성패도 ‘얼마를 담았느냐’보다 어떤 돈을 어디까지 쓸 수 있게 하느냐에서 갈릴 것이다. 45조4000억원의 사업지출 가운데 AI와 전략기술, 인재 양성처럼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오늘의 반도체 호황에서 나온 세금으로 다음 산업을 만드는 것은 세대 간 이전이라기보다 세대 간 투자에 가깝다. 반면 한번 시작하면 끊기 어려운 경상적 복지와 반복성 지원사업을 초과세수에 기대어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반도체 가격은 내려가도 법으로 정해진 의무지출은 내려가지 않는다. 반도체 사이클은 꺾여도 정부 사업에는 사이클이 없다. 바로 이 점에서 104조4000억원의 여유자금이 중요하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이 돈은 향후 세수 결손이나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가 발생할 때 재정을 보강하는 일종의 ‘저수지’ 역할을 하게 된다. 방향은 합리적이지만 정부는 일정한 범위에서 추가경정예산을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고 있다. 신속성은 커지지만, 100조원이 넘는 자금에 행정부의 재량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을 쌓아두는 것만으로 미래세대의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 꺼낼 수 있는지, 무엇에 쓸 수 있는지, 누가 결정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세수 결손이 어느 정도일 때 사용할 것인지, 경기침체의 기준은 무엇인지, 미래투자라는 이름으로 어떤 사업까지 허용할 것인지 법과 제도로 선을 그어야 한다. 특히 기금의 여유자금이 그때그때 정부가 원하는 사업을 담는 별도 예산처럼 운용돼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의 경험은 참고할 만하다. 노르웨이는 석유와 가스에서 들어오는 정부 순수입을 정부연기금 글로벌(GPFG)에 넣고 해외에 투자한다. 재정에는 기금의 원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 대신 장기적으로 예상 실질수익률에 해당하는 수준을 기준으로 활용한다. 현재 그 기준은 약 3%다. 핵심은 석유로 갑자기 부자가 된 한 세대가 자원을 모두 소비하지 않고 금융자산으로 바꿔 후대와 나누겠다는 데 있다. 물론 한국의 반도체 세수와 노르웨이의 석유 수입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석유는 땅에서 한 번 꺼내 쓰면 사라지는 국민 자산이고,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세금은 혁신과 생산 활동에서 생긴다. 정부가 기업이 낸 세금을 영구적으로 묶어둘 이유도 없다. 하지만 배울 원칙은 있다. 일시적으로 크게 들어온 돈을 평상시의 소득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 노르웨이는 석유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한국 재정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기’ 왕제편에는 ‘국무구년지축왈부족(國無九年之蓄曰不足)’이라는 구절이 있다. ‘나라에 아홉 해를 버틸 비축이 없으면 부족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어 3년을 농사지으면 1년치 식량을 남기고, 9년이면 3년치를 비축해야 한다고 했다. 풍년에 남겨 흉년을 견딘다는 오래된 국가운영의 원칙이다. 2500년 전 곡식창고가 오늘의 재정기금으로 바뀌었을 뿐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2027년 예산안은 총지출이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어난다. 동시에 정부는 미래대응기금과 국채 발행 축소를 통해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8.3%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적극적인 지출과 재정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경기순환으로 생긴 초과세수와 경제의 기초체력에서 생긴 구조적 세수를 구분해야 한다. 일시적 초과세수는 상시 지출의 재원으로 잡아서는 안 된다. 또한 초과세수의 사용 순서를 정해야 한다. 미래 성장투자, 재정안정 적립, 국가채무 축소 사이의 기준을 사전에 만들어 정권과 경기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기금에서 돈을 꺼내는 조건도 엄격해야 한다. 불황이나 세수 급감 때는 과감하게 쓰되 단순히 예산을 더 쓰기 위한 우회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오늘의 호황을 내일의 고정비로 바꾸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 기업이 잘 벌어 세금이 많이 들어온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 돈으로 AI와 첨단산업을 키우고 청년에게 기회를 만들며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나라 살림은 기업의 분기 실적과 달라야 한다. 기업은 좋은 해에 성과급을 더 줄 수 있다. 국가는 좋은 해의 세수를 보고 수십 년 동안 지급해야 할 약속을 쉽게 늘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연금과 의료, 돌봄 지출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 늘어난 돈을 모두 현재의 소비에 써버리면 다음 세대는 호황의 혜택은 누리지 못한 채 그때 만들어진 지출 의무만 넘겨받을 수 있다. 반도체가 벌어준 추가 세수는 현 정부의 돈도, 현 세대만의 돈도 아니다. 호황을 만든 기업과 노동자의 성과에서 나왔지만 국가의 세금이 된 순간 현재와 미래의 국민 모두를 위해 써야 할 자원이 된다. 재정이 돈이 들어올 때보다 그 돈이 사라진 뒤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언젠가 끝난다. 그때도 남아 있어야 할 것은 새로 만든 지출의 청구서가 아니라, 다음 위기를 견딜 재정 여력과 다음 산업을 만들어낼 자산이다. 돈이 많이 들어왔을 때 많이 쓰는 정부보다, 돈이 사라질 때를 준비하는 정부가 더 유능하다. 162조3000억원 미래대응기금의 진짜 이름값도 거기서 판가름 날 것이다.
2026-09-1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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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9조 '슈퍼예산' 국회로…성장 투자냐, 재정 재량 확대냐
[경제일보] 정부가 820조9000억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국회 심사의 막이 오른다.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 12.8%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총지출이 8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총수입이 200조원 넘게 늘어나는 특수한 세수 여건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산업, 청년, 지방, 민생 분야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관전 포인트는 분명하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성장 투자 예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국회 심사 과정에서는 162조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방식, 100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의 타당성,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부세 개편의 파장, 2030년 총지출 1000조원 시대의 재정 지속 가능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1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7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심의·의결했다. 내년도 총수입은 880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05조6000억원, 30.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세수입은 584조4000억원으로 49.8% 늘어날 것으로 봤다.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입 개선이 수입 확대의 핵심 배경이다. 수입 증가 폭이 지출 증가 폭을 웃돌면서 재정지표는 일시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올해 본예산 기준 3.9%에서 내년 0.1%로 낮아지고, 국가채무비율도 51.6%에서 48.3%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확장 재정 기조가 이어지면서 2030년 총지출은 1005조2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첫 쟁점은 162조 미래대응기금 가장 큰 쟁점은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최근 10년 내국세 증가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세수를 기금에 적립해 경기 변동과 세수 급감에 대비하는 ‘재정 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내년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을 기금에 적립하고, 이 가운데 45조4000억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한다. 또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 활용하고, 104조4000억원은 여유자금으로 비축한다. 정부는 세수가 급격히 줄거나 경기 대응이 필요할 때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 기금 변경으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회 심사에서는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국회 통제 문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금은 일반 예산보다 행정부 재량이 크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항목 지출 금액을 일정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야당과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수 호황기에 여윳돈이 생기면 우선 국가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AI·반도체에 21조원…미래산업 투자 확대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분야에 21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올해 10조8000억원보다 97.2% 늘어난 규모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집중 지원해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2조6000억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신설한다. 용인·평택 반도체 생산기지 조기 가동을 위한 기반시설 투자에 1000억원을 배정하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속한 착공을 위해 1조5000억원을 지원한다.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위한 지중 송전망과 고압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에도 881억원을 투입한다. 서남권·충청권 산업단지 용수 공급과 수자원시설 확충에는 1277억원이 배정됐다. AI 분야에는 4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장과 데이터, 인재를 집중 지원해 독자 AI 모델 고도화에 나선다. 이를 기반으로 ‘모두의 AI’를 개발해 대국민 서비스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미래 성장엔진 확충 예산은 올해 51조2000억원에서 내년 62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우주항공, 바이오, 모빌리티, 원자력, 방산 등 10대 전략기술 분야에 15조원을 투입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등 미래선도기술 분야 연구 기반도 강화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예산은 9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두 배 늘어난다. ◆청년·지방 예산 급증…양극화 대응 전면에 청년 지원 예산은 올해 28조2000억원에서 내년 43조3000억원으로 53.5% 확대된다. 교육, 일자리, 자산, 주거, 혼인·출산·양육, 생활·문화 등 성장단계별 종합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를 두 배로 늘리고, 대학생 6만 명에게 졸업 전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인턴학기제를 추진한다. K-뉴딜아카데미 등 첨단 분야 직업훈련도 확대한다. 창업안심보험을 신설해 취업 초기 청년에게 보험료의 최대 80%를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자산 형성 지원도 강화된다. 출생부터 18세까지 연 최대 120만원을 지원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를 신설하고, 청년미래적금은 소득요건을 없애 모든 청년이 가입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주거 분야에서는 청년 공공임대주택 10만6000호를 공급하고, 비아파트 구매 시 월세 수준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도입한다. 혼인지원금, 출산지원금, 아동기본수당을 묶은 저출생 대응 3종 패키지도 신설한다. 지역균형발전 예산도 대폭 늘어난다. 국토 대전환과 지방주도 성장 예산은 올해 16조1000억원에서 내년 33조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5극3특 성장엔진특별보조금을 신설해 앵커기업이 지방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 설비투자액의 최대 50%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방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지역 필수의료 지원 예산은 8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2027년 신입생부터 지방 국립대에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민생 안정 예산은 10조원에서 15조4000억원으로 늘고,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의 장기연체 채무 특별조정에는 7000억원이 투입된다. ◆지출 구조조정 107조…교부금 개편 충돌 가능성 정부는 대규모 확장 재정과 함께 107조6000억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도 병행한다. 소규모·관행적 사업과 불요불급한 경상비, 저성과·유사·중복 사업을 줄여 38조6000억원을 절감하고, 의무지출 조정으로 69조원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국회 심사에서 특히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부세 개편이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제 폐지로 32조5000억원을 줄이고, 교부세 산정 방식 개편으로 30조5000억원을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교육재정 구조를 조정해야 한다는 게 정부 논리다. 그러나 교육계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역 교육재정의 핵심 재원이고, 교부세는 지방정부의 재정 운영과 직결된다. 정부가 지방 투자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도 기존 지방·교육 재정 배분 방식을 바꾸겠다고 한 만큼, 국회에서는 재원 배분의 형평성과 지역별 영향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 심사 본격화…12월 2일 법정 시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인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 본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예산안을 확정한다.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하는 법정 시한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이다. 이번 예산안은 반도체 호황이라는 특수한 세수 여건을 바탕으로 성장과 분배,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적극 재정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양극화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내년도 적극적인 재정 투자를 통해 V자형 경제 회복을 보다 공고히 견인하고, 성장주도형 재정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회에서는 ‘슈퍼예산’의 방향과 재정 운용 방식에 대한 검증이 불가피하다. 820조9000억원이라는 지출 규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돈이 어디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느냐다. AI·반도체·청년·지방 투자처럼 미래 성장과 사회 구조 개선에 필요한 예산은 힘을 받을 수 있지만, 미래대응기금의 행정부 재량 확대와 지방교육재정·교부세 개편은 치열한 공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27년도 예산안 심사는 정부가 내세운 ‘성장 투자’ 논리가 국회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느냐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일시적 세수 여력을 미래 성장의 마중물로 쓸 것인지, 재정 건전성과 국회 통제를 우선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기국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6-09-01 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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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3대 강국' 사활 건 과기정통부…내년 29.6조 쏟아붓는다
[경제일보]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국가 성장전략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내년 살림도 크게 불어난다. 과기정통부는 AI 대전환과 차세대 전략기술에 재정을 집중하고, 이를 산업 현장과 지역으로 확산해 ‘AI 3대 강국’ 도약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총예산은 29조6476억원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보다 5조8272억원, 24.5% 증가했다. 이 가운데 AI 관련 예산은 9조4000억원으로 84.3% 늘었고, R&D 예산도 14조1000억원으로 18.5% 증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AI 투자 확대다. 정부는 고성능 GPU 확보부터 독자 AI 모델, 데이터센터, 피지컬 AI까지 AI 생태계 전반에 투자한다. 대규모 GPU 확보를 통해 AI 연산 기반을 확충하고 프론티어급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경쟁력도 강화한다. 전 국민이 범용 AI와 공공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모두의 AI’에는 2500억원을 신규 배정했다. AI를 산업 현장으로 가져가는 투자도 늘어난다.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로봇과 제조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사업을 확대한다. AI 데이터센터의 국산 솔루션과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고,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나선다. AI 확산에 따른 부작용과 보안 문제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AI 안전 기술과 사이버보안 AI 개발, 중소기업의 AI 기반 위협 대응 등을 지원해 ‘빠른 AI 도입’과 ‘안전한 AI 활용’을 동시에 추진한다. ◆ AI 다음 먹거리도 선점 정부는 AI에만 올인하지 않는다. AI 이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차세대 전략기술에는 12조3770억원을 편성했다. 특히 7대 시드(SEED) 프로젝트에는 1조3439억원을 투입한다. SMR과 핵융합 등 미래에너지, 양자컴퓨터, AI·로봇 기반 신약개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우주항공 등이 주요 대상이다. 정부는 현재 경쟁력이 있는 분야를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10~20년 뒤 산업을 좌우할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초연구와 출연연구기관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기초연구 예산을 늘리고 출연연은 기관별 임무 중심 연구를 강화한다. R&D 예산을 대형·중장기 과제로 전환하고 연구성과가 기술이전과 창업,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투자형 R&D도 새롭게 도입한다. 2027년 정부 전체 R&D 예산은 39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1.2% 증가한다. 지역 격차 해소도 핵심 축이다. 4대 권역을 중심으로 지역 AI 전환(AX)을 확대하고 지역이 강점을 가진 산업과 AI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늘린다. AI 인재를 수도권에만 묶어두지 않고 지역 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길러내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내년도 과기정통부 예산의 특징은 AI를 중심으로 인프라·기술·인재·산업·지역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것이다. 다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고 경쟁력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GPU 확보량이나 연구비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실제 글로벌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성과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다. 과기정통부 역시 예산 확대와 함께 R&D의 성과관리와 사업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2027년은 한국이 AI에 얼마를 썼느냐보다 그 돈으로 어떤 기술을 확보하고 어떤 기업을 키웠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해가 될 전망이다.
2026-09-01 1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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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충식 KAIST 총장 "승부수는 피지컬 AI"…전 교과목 AI 체계로 바꾼다
[경제일보] 배충식 KAIST 총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승부처로 ‘피지컬 AI’를 지목하고 교육·연구·산학협력 전반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범용 AI 모델 자체에서 미국·중국과 규모 경쟁을 벌이기보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로봇·자동차 산업에 AI를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 기술로 경쟁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배 총장은 지난 24일 서울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승부수는 피지컬 AI”라며 “제조업의 역량을 고도화하면서 AI를 적용해 피지컬 AI로 국부를 창출하고 우리나라를 강국으로 만드는 게 KAIST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KAIST는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디지털트윈 등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AI 연구를 집중 확대할 계획이다. ◆ 중국과 ‘규모’ 대신 연구 밀도로 승부 배 총장이 피지컬 AI를 선택한 배경에는 한국 산업의 구조적 강점이 있다.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전자·제조업 등 AI가 실제 적용될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소프트웨어와 물리적 시스템을 결합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배 총장은 “규모 면에서는 중국이 더 크기 때문에 우리는 밀도 있고 고급화된 연구를 해야 한다”며 대덕연구단지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KAIST의 연구역량을 전략기술별로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대학 단독 연구에 머물지 않고 출연연과 공동연구를 확대해 제한된 자원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산업계와의 접점도 강화한다. 기업 수요를 연구 초기부터 반영하는 ‘AI 자율랩’을 구축해 AI가 실험 설계와 수행, 데이터 분석 등을 지원하고 연구 결과를 산업 현장에 보다 빠르게 적용하는 체계를 만든다. KAIST는 산업체 위성연구실과 공동연구센터 유치도 확대할 계획이다. ◆ AI를 잘 쓰는 학생 아닌 ‘AI를 통제하는 인재’ 교육 개편은 더 파격적이다. KAIST는 내년 3월부터 학부 전 학년과 대학원 전 과정의 모든 교과목에 AI 활용 수준을 적용한다. 수업은 AI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의 기초 역량을 키우는 단계, AI를 활용해 학습 범위를 확장하는 단계, AI를 직접 설계하고 주도하는 단계로 구분한다. 인문·사회와 기초과학에서는 ‘AI 프리’ 교육을 강화한다. 읽기와 쓰기, 발표,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는 능력을 먼저 키우고 이후 AI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반면 전공·융합 영역에서는 AI를 적극 활용하고, AI 관련 핵심 과목에서는 학생이 직접 AI를 설계하고 검증하도록 한다. 배 총장은 “교수들이 아는 것만 교육하면 학생들이 교육을 버리게 된다”며 “AI를 활용해 실습하고 터득하게 하는 등 AI 시대에 맞게 교육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AI를 특정 전공의 도구가 아니라 모든 학문의 공통 역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다만 모든 수업에서 AI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영역과 적극 활용해야 하는 영역을 구분한다는 점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 교육 넘어 연구·창업·행정까지 ‘AI 네이티브’ 이번 구상은 배 총장이 취임 당시 제시한 ‘Beyond Series’의 구체화다. KAIST는 ‘Beyond AI’를 비롯해 혁신적 연구·창업, 효율적이고 열린 대학, 탄소중립, 글로벌화를 5대 발전 전략으로 제시했다. AI를 교육뿐 아니라 연구·창업·행정까지 대학 운영 전반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창업교육도 신입생부터 강화한다. 연구성과가 기술사업화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학부·대학원 과정에서 창업을 하나의 진로로 인식하도록 하고, 창업 동문과 현장 전문가를 활용한 교육도 추진한다. 행정 분야에서는 AI 기반 디지털 원스톱 시스템 구축과 인사 절차 간소화도 추진한다. 한편 배충식호 KAIST의 핵심은 AI 전공자를 더 많이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모든 전공자가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되, AI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에 가깝다. 동시에 연구에서는 피지컬 AI에 자원을 집중하고 출연연·기업과 공동 연구를 확대해 기술사업화까지 연결한다는 그림이다. 배 총장은 “KAIST가 세계 최고 대학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학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KAIST를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만드는 국가혁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2026-08-25 15: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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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국가전략, 이젠 실행이 답
[경제일보]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글과 그림, 영상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로봇이 공장을 운영하고 무인 농기계가 작물을 관리하며 자율주행 장비가 물류를 담당하는 시대다. AI 경쟁의 무대가 컴퓨터 화면에서 제조·농업·물류·국방·돌봄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피지컬 AI를 국가 전략기술로 정하고 관련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와 기술, 산업 확산, 생태계 조성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전략을 내놓았다. 독자적인 월드모델과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온디바이스 컴퓨팅 기술을 확보하고 제조·농업·국방·돌봄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월드모델 핵심기술 국산화를 위해 올해부터 2년간 340억원을 투입하고 국내 산학연 컨소시엄을 가동했다. 방향은 옳다. 생성형 AI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형 플랫폼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과 반도체, 통신망, 로봇 기술, 높은 현장 자동화 수준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두뇌를 실제 기계와 산업현장에 연결하는 피지컬 AI에서는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다. 그 중심지로 새만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은 넓은 산업용지와 재생에너지 기반, 항만과 공항을 연계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도 새만금을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AI 데이터센터와 로봇산업을 결합한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 새만금개발청은 정부 출범 1년 성과로 새만금 피지컬 AI 산업 육성을 내세웠다. 이제는 새만금을 국가 AI 특구로 명확히 지정하고 권한과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여러 부처가 개별 사업을 나눠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규제 특례와 연구개발, 데이터 구축, 실증, 사업화를 하나의 체계로 묶고 성과에 책임지는 전담 추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새만금은 단순히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데이터센터만 들어서고 핵심 기술과 기업, 일자리가 수도권이나 해외에 남는다면 지역경제에 돌아오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농업 AI와 재생에너지 AI, 물류로봇과 자율주행 장비, 스마트 제조를 실제 현장에서 시험하고 사업화하는 ‘피지컬 AI 수도’로 만들어야 한다. 농업은 새만금의 강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다. 드론과 무인 농기계, 작황 예측, 병충해 탐지, 수자원 관리 기술을 대규모 농업 현장에 적용하면 농촌의 인력 부족과 생산성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다. 농업 AI 실증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장비, 운영 경험은 해외 스마트농업 시장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 AI도 중요한 축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AI로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에너지저장장치와 송전망을 통합 관리하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 새만금의 에너지 인프라를 AI 데이터센터와 연계한다면 친환경 전력을 사용하는 미래형 산업단지 모델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와 로봇 공장은 발표만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막대한 전력과 용수, 초고속 통신망이 필요하다. 정부는 대형 AI 데이터센터의 입지에 맞춰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다양한 전원을 조화롭게 활용하고 전력망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관건은 계획의 속도와 주민 수용성이다. 송전망 건설과 용수 확보가 늦어지면 기업의 투자 일정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전력 공급 원칙도 현실적으로 세워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날씨에 좌우되는 전원만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저장장치와 수요관리 기술을 결합해 비용과 안정성, 탄소 감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AI 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AI 인재 전략도 숫자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AI 인재 100만 시대’는 연구자 100만명을 양성한다는 뜻일 수 없다. 세계적 수준의 모델을 개발하는 고급 연구자와 산업 현장에서 AI를 적용하는 엔지니어, AI 도구를 활용하는 일반 노동자를 구분해 교육해야 한다. 정부도 피지컬 AI를 활용할 실무인재부터 핵심 모델을 개발할 고급인재까지 전방위 양성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정원 몇 명을 늘리고 단기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만금과 전북 지역의 대학, 연구기관, 기업이 공동으로 교육과 실증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이 지역에서 배우고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지역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하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 인재를 잠시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 지속 가능한 연구·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가 AI 예산도 대폭 확대하되 나눠주기식 지원은 피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 AI 프로젝트와 GPU 인프라 확보, 데이터 플랫폼, 피지컬 AI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GPU 확보·운용 사업만도 2조원대 규모로 제시됐다. 예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AI 센터와 교육사업을 경쟁적으로 만드는 방식은 효과가 낮다. 핵심 모델과 컴퓨팅 인프라, 현장 데이터,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국가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정부 지원이 끝난 뒤에도 투자와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지 사업 초기부터 검증해야 한다. 성과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 건수나 교육 수료자 수, 양해각서 체결 숫자를 성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 국산 기술의 현장 적용률과 생산성 향상, 민간 투자액, 새로 생긴 양질의 일자리, 해외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업은 과감히 중단하고 가능성이 확인된 분야에 예산을 다시 집중해야 한다. 피지컬 AI는 사람과 기계가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기술이다. 기술 경쟁력 못지않게 안전과 책임 기준이 중요하다. 로봇이나 자율 장비의 판단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개발사와 제조사, 운영자 가운데 누가 책임지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도 실데이터와 합성데이터의 품질 관리, 통신·보안과 안전·신뢰 기술을 함께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AI 강국은 정부가 선언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하고 인재가 모이며 기술이 현장에서 성과를 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새만금을 특구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규제와 인프라, 데이터와 인재,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한곳에서 연결해야 한다. <한비자>에는 “세상의 일이 달라지면 대비책도 달라져야 한다”는 뜻의 ‘세이즉사이(世異則事異)’가 나온다. 생성형 AI 시대의 전략을 피지컬 AI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이제 국가는 기술을 지원하는 보조자를 넘어 산업과 에너지, 지역과 인재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운영자가 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1년 동안 AI를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에 놓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비전이나 구호가 아니다. 새만금 국가 AI 특구 지정과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 데이터센터와 로봇기업 유치, 농업·에너지 AI 실증, 인재 양성, 예산 집중을 구체적인 일정표로 제시해야 한다. AI 경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선언이 길어질수록 기술과 기업, 인재는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 새만금을 피지컬 AI 수도로 만들고 그 성과를 전국의 제조업과 농업, 물류와 돌봄으로 확산해야 한다. 한국 AI 국가전략의 성패는 계획의 크기가 아니라 실행의 속도와 결과로 판가름 날 것이다.
2026-08-05 10: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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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제5차 해외건설진흥계획 수립…기술·금융 앞세워 수주 체질 전환
[경제일보] 국토교통부가 해외건설 산업의 방향을 단순 시공 수주에서 기술·금융 기반의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한다. 선진 건설사들은 기술력과 금융 조달 능력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중국·튀르키예 등 후발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히는 상황에서 기존 방식만으로는 해외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는 오는 2030년까지 해외건설 정책 방향을 담은 ‘제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6일 밝혔다.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은 해외건설촉진법에 따라 마련하는 법정계획이다. 이번 계획은 업계 간담회와 공공기관 협의체,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해외건설진흥위원회 심의로 확정됐다. 국토부가 제시한 핵심 방향은 기술력, 글로벌 금융, 지원 기반 확충이다. 해외건설을 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새정부 해외건설 정책 방향을 구체화한 것으로 해외 인프라 펀드 확대와 기술선도 성장 기조도 반영됐다. 우선 우리 기업이 강점을 가진 기술을 해외 수주 모델로 연결할 계획이다. 현수교와 초고층 건축, 침매터널 등 기존 경쟁력이 확인된 분야를 바탕으로 설계·조달·시공(EPC)뿐 아니라 운영·유지관리(O&M)까지 포함한 전주기 패키지 사업 진출을 돕는다. 새로운 수주 분야도 발굴한다. 기존 시공 기술을 부유식 해상플랜트(FLNG), 데이터센터, 소형모듈원전(SMR) 등으로 확장하고 철도·공항 등 한국형 인프라를 신호·통신·보안·운영시스템까지 묶은 패키지 상품으로 육성한다. 한국형 도시개발 제도를 먼저 수출해 우리 기업에 유리한 사업 환경을 만들고 도시 기반시설에 AI 서비스를 결합한 ‘AI 시티’ 수출도 지원한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바이오매스 등 전략기술 기반의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시장개척부터 사업화까지 단계별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사업기획과 설계·시공·운영을 총괄하는 프로젝트관리(PM) 기업도 세계적 수준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금융 지원도 확대된다. 국토부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우리 기업이 함께 투자하는 기업매칭펀드, 해외 국부펀드·국책은행과 공동 투자하는 국가별 전략펀드 등 새로운 형태의 해외건설 인프라 펀드를 조성한다. 단순 도급 수주가 아니라 사업 지분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을 늘리기 위한 장치다. 이와 함께 맥쿼리, 스미토모 등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글로벌 개발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양질의 사업을 확보하고 다자개발은행(MDB) 협력 전담팀을 신설해 우리 기업의 MDB 사업 참여를 지원할 방침이다. KIND는 양질의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구조화하는 글로벌 디벨로퍼로 키운다.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인재 양성도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 MDB 사업과 연계해 중소·중견기업의 첫 해외 진출을 돕고 인프라·금융 전문 학위과정과 PM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운영할 방침이다. 정상순방 등 고위급 경제외교와 연계한 ‘팀코리아’ 방식의 수주 지원도 확대한다. 이번 기본계획의 첫 실행 사례는 미국에서 구체화된다. 국토부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김이탁 제1차관을 단장으로 한미 협력 수주지원단을 워싱턴D.C.에 파견했다. 미국 에너지부와의 장관급 면담에서 발굴한 정부 간 인프라 협력사업을 실제 수주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일정이다. 김 차관은 네바다주 리튬·붕소 플랜트 건설사업 업무협약 체결 행사에 참석해 우리 기업의 수주도 지원한다. 해당 사업은 미국 에너지부의 정책금융 대출이 약정된 프로젝트로 KIND는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은 EPC 참여를 준비 중이다. 국토부는 이 사업을 글로벌 금융과 공동 투자하는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이어 미국 에너지부 차관과 신규 정부 간 협력사업 발굴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미국 인디애나주 블루 암모니아 플랜트 사업과 관련해 미국 농무부 차관을 만나 협력 범위를 넓히고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와 세계은행 관계자와도 도시개발·교통·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이번 한미 협력 수주지원단 파견은 제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 수립 이후 추진하는 첫 글로벌 금융 협력사업이다”라며 “양국 장관급 면담에서 다진 협력 기반을 구체적인 수주 성과로 이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기업이 양질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며 해외건설 산업의 체질 전환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2026-07-06 09: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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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앤트로픽 수출통제 힘든 시기…기술주권 힘 합쳐 돌파"
[경제일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미국 정부의 앤트로픽 최신 인공지능(AI) 모델 수출 통제와 관련해 자체 기술 역량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첨단 AI 모델 접근권이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의 문제로 부상한 만큼 기업과 출연연, 정부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배 부총리는 1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가전략기술 선도 넥스트(NEXT) 프로젝트 추진대회’에서 “최근 미국이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을 통제하고 수출을 제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더더욱 우리의 자체적인 기술 역량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략기술 확보가 국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며 “그동안 개별 부처별, 기업별로 따로 고민했던 것들을 하나로 모아 국가적으로 대응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 기업과 출연연이 힘을 합쳐 어려운 시기를 잘 돌파하자”고 당부했다. 최근 앤트로픽을 둘러싼 논란은 AI 기술 주권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앤트로픽의 고성능 모델 미토스 5와 페이블 5에 대한 외국 국적자 접근을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여파로 앤트로픽은 해당 모델 접근을 광범위하게 중단했다. 한국은 앞서 앤트로픽의 AI 보안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참여하며 사이버보안 모델 미토스 접근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의 통제 기조가 강화되면서 실제 협력 범위에는 불확실성이 생겼다. 정부가 이날 추진대회를 연 배경도 여기에 있다. 넥스트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최초 성과 창출을 목표로 산·학·연·정이 10대 분야 55개 전략기술 임무를 추진하는 사업이다. 행사에는 과기정통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와 네이버클라우드, 삼성전자 등 산업계, 서울대와 KAIST 등 학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 출연연이 참석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AI 전환 선도, 통상·안보 주도권, 미래혁신 기반이라는 3개 핵심 임무를 제시했다. 기존 국가전략기술 체계에 소재, 에너지, 지능형 전력망 등 유망 기술과 경제안보 관점에서 필요한 국방 반도체 기술도 보강했다. 분야별 임무는 국가전략기술 체계에 맞춰 도출하고 2027년부터 관계부처가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도 신규 임무에는 산업현장 자율 의사결정 AI 개발, 휴머노이드 자율로봇 공존사회 원천기술 확보, AI 기반 보안 취약점 원천 탐지·대응 기술 개발, 경제안보형 공급망 핵심소재 개발 등이 포함됐다. AI 모델 접근이 외교·안보 변수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을 함께 확보하려는 흐름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배 부총리는 과기정통부가 최근 시작한 ‘K-문샷’ 프로젝트도 국가전략기술의 큰 체계 안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금융권도 이 자리에 모인 만큼 함께 추진해 나가자”고 말했다. 도전형 연구개발을 개별 사업으로 흩어놓기보다 국가 전략기술 로드맵과 연결해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넥스트 프로젝트 내 핵심사업을 올해 말 국가전략기술육성법상 국가전략기술연구개발사업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지정 사업에는 연구개발 예산 배분·조정 시 우선 검토, 기업 매칭 비율 완화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예산과 제도 지원을 묶겠다는 것이다. 부처 간 기술 관리 체계도 손본다. 과기정통부, 재정경제부, 산업통상부는 국가전략기술육성법, 조세특례제한법,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4개 법령에 흩어진 513개 기술의 관리 체계를 정비한다. 4개 법령에 모두 포함되는 기술은 중점 지원영역으로 분류해 투자와 조세특례 등 지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민관 협력 플랫폼도 만들어진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넥스트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켜 국가전략기술 분야별 추진 현황을 논의할 계획이다. 기술별로 기업, 대학, 출연연, 정부 부처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를 줄이고 공동 대응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026-06-18 17: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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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소비는 더디고 전자상거래·첨단산업은 커졌다
[경제일보] 중국 경제가 전자상거래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보강하고 있다. 소비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다. 백화점과 브랜드 전문매장 매출은 줄었고, 자동차 판매 부진도 전체 소비를 눌렀다. 그러나 온라인 소비와 외식,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 부문에서는 발명특허와 고기술 제조업 투자가 늘며 성장의 무게중심이 전통 제조업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푸둥공항 전자상거래 수출입 월간 최대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수출입 규모가 월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푸둥공항 항구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수출입 신고 건수는 8137만건, 거래액은 85억9200만위안으로 집계됐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4%, 37.4% 증가했다. 신고 건수와 거래액 모두 월간 기준 역대 최대다. 올해 1~5월 누계로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푸둥공항 항구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수출입 신고 건수는 3억4500만건, 거래액은 364억1500만위안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8%, 10.6% 늘었다. 품목을 보면 중국 전자상거래의 방향이 드러난다. 수출에서는 플라스틱 제품, 의류·신발·가방, 생활용품이 여전히 주력이다. 수입에서는 개인관리·화장품, 패션 의류, 경량 사치품이 중심을 이뤘고 게임기, 캠핑 장비, 스포츠용품 같은 여가 상품 수요도 늘었다. 푸둥공항 실적은 중국 소비와 무역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해외 판매를 늘리고 있고, 중국 소비자는 해외 소비재를 온라인으로 사들이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이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항공 물류와 전자상거래가 결합한 소비 흐름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내수 회복은 완만, 온라인과 외식이 버팀목 내수 소비는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속도는 완만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5월 사회소비품 소매판매 총액은 20조6031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비품 소매판매액은 19조22억위안으로 2.7% 늘었다. 자동차를 빼면 증가율이 높아진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자동차 판매 부진이 전체 소비 지표를 끌어내렸다는 뜻이다. 중국 소비가 모두 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고가 내구재 소비가 강하게 살아나지 못하면서 전체 회복세가 제한되고 있다. 소비 유형별로는 외식이 상품 판매보다 나았다. 1~5월 상품 소매판매액은 18조2543억위안으로 1.2% 증가한 반면 외식 매출은 2조3488억위안으로 3.1% 늘었다. 소비자들이 큰 돈이 드는 상품 구매에는 신중하지만, 외식과 생활 서비스 소비는 일정 부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온라인 소비도 소비시장을 받치고 있다. 1~5월 중국의 온라인 상품·서비스 소매판매액은 8조3177억위안으로 5.9% 늘었다. 온라인 상품 판매는 5조2718억위안으로 5.0% 증가했고, 온라인 서비스 판매는 3조459억위안으로 7.6% 늘었다. 먹거리와 의류, 생활용품의 온라인 판매도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오프라인 유통의 부진은 남아 있다. 일정 규모 이상 유통업체 가운데 편의점과 슈퍼마켓 매출은 각각 6.8%, 3.6% 증가했지만 전문점과 백화점, 브랜드 전문매장은 각각 1.2%, 1.8%, 7.6% 감소했다. 생활필수형 소비는 버티지만, 브랜드 중심의 선택 소비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소비의 현재 모습은 선명하게 엇갈린다. 온라인, 외식, 생활밀착형 유통은 살아있지만 백화점과 브랜드 전문매장, 자동차 소비는 부진하다. 소비 회복이 진행 중이라기보다 소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특허·고기술 제조가 산업 성장 이끌어 산업 부문에서는 기술 혁신이 성장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의 발명특허 등록 건수는 37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 고기술 제조업은 산업 성장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고, 장비 제조업도 제조업 회복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투자 증가세도 첨단 분야에 집중됐다. 1~5월 전자회로 제조업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0.9% 늘었다. 리튬이온전지 제조업 투자는 24.9%, 항공기 제조업 투자는 19.7% 증가했다. 전자회로와 배터리, 항공기 제조는 중국이 전략산업으로 키우는 분야다. 내수만으로 성장세를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첨단 제조업 투자가 경제의 하단을 받치고 있다. 인공지능과 양자기술 등 신산업 육성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제조 현장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데이터와 자동화 기술을 생산 과정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양자기술도 통신, 반도체, 보안, 연산 분야와 연결되는 전략기술로 분류된다. 소비시장에서도 기술 제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1~5월 스마트 안경을 포함한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소매판매액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아직 전체 소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지만, 소비 둔화 속에서도 신기술 제품에는 지갑을 여는 수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성장 방식 바꾸는 중국 경제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부담은 여전하다. 부동산 경기 부진은 가계 심리를 누르고 있고, 청년 고용과 소득 기대도 소비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 5월 한 달 사회소비품 소매판매 총액은 4조1090억위안으로 전년 동월보다 0.6% 감소했다. 누계 지표는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월간 지표에는 약한 소비 심리가 반영됐다. 그럼에도 중국 경제가 멈춰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성장의 축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부동산과 인프라, 전통 제조업이 성장의 큰 부분을 떠받쳤다. 지금은 전자상거래, 첨단 제조, 배터리, 인공지능, 웨어러블 기기 같은 분야가 그 자리를 조금씩 메우고 있다. 푸둥공항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증가는 중국 플랫폼과 물류망이 해외 소비자와 중국 소비자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소비품 소매판매 지표는 중국 내수가 아직 강한 회복세에 올라서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발명특허와 고기술 제조업 투자는 중국이 경기 둔화 속에서도 첨단산업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당국이 첨단 제조업과 기술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수 소비가 빠르게 살아나기 어렵다면 산업 경쟁력으로 성장의 기반을 보강해야 한다. 전자상거래는 소비와 수출을 잇고, 첨단 제조업은 산업 고도화와 수출 경쟁력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시간이다. 기술 혁신과 산업 전환은 단기간에 소비 부진을 모두 메우기 어렵다. 특허와 투자가 늘어도 기업 수익과 고용, 가계소득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져도 백화점과 자동차 판매 부진을 곧바로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 경제는 지금 과거의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새 동력을 찾는 과정에 있다. 소비는 천천히 회복되고, 전자상거래는 국경을 넘어 커지고 있으며, 첨단 제조업은 투자와 특허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 변화가 통계상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기업 실적과 고용, 가계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2026-06-16 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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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새 총장, 현 이사회 체제로 뽑는다
[경제일보] 1년 넘게 차기 총장 선임이 지연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현 이사회 체제에서 새 총장을 선출할 전망이다. 총장 후보 3명이 확정되면서 이르면 다음 달 임시이사회에서 총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과학계에 따르면 KAIST 총장후보선임위원회는 지난 15일 류석영 전산학부 교수, 배충식 기계공학과 교수, 이도헌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등 3명을 제18대 총장 후보로 확정해 이사회에 추천했다. 앞서 총장후보선임위는 6명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 심사를 진행한 뒤 최종 3배수를 압축했다. 최종 후보 3명은 정부 인사 검증을 거친 뒤 KAIST 이사회 표결에 부쳐진다. 이사회에서 출석 이사 과반을 얻은 후보가 나오면 교육부 장관 동의를 거쳐 과기정통부 장관 승인으로 차기 총장이 최종 확정된다. KAIST는 지난해부터 총장 선임 절차가 장기 표류했다. 이광형 현 총장의 임기는 지난해 2월 끝났지만 이사회 일정 지연 등으로 후임 선임이 늦어졌다. 올해 2월 이사회에서는 이광형 현 총장, 김정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이용훈 전 울산과학기술원 총장 등 3명을 놓고 표결했지만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해 총장 선임안이 부결됐다. 총장 선임안 부결은 KAIST 개교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이후 학내에서는 리더십 공백과 이사회 책임론을 둘러싼 반발이 이어졌고, 이광형 총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하는 등 혼란도 있었다. 이번에는 현 이사회 체제에서 총장을 먼저 선출한 뒤 이사장 선임 절차를 밟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지난 8일 임기가 끝났지만, 정관상 후임 이사장이 선출되는 차기 이사회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현 이사회 체계에서 총장을 뽑을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장과 이사장을 같은 이사회에서 함께 선출할 가능성도 있다. KAIST 이사장은 이사 중 호선 방식으로 선출된다. 다만 총장 선임 일정과 정부 인사 검증 절차가 남아 있어 구체적인 이사회 개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총장 선임을 위한 임시이사회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AIST 관계자는 “세 명의 후보가 나온 상황이지만 아직 이사회 일정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총장 선임은 KAIST의 리더십 정상화뿐 아니라 국가 전략기술 경쟁력과도 맞물려 있다. AI, 반도체, 바이오, 첨단 제조 등 핵심 분야에서 대학의 연구·교육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하는 시점인 만큼 차기 총장이 학내 통합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될 전망이다.
2026-05-20 08: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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