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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W2026, 코인 거래 넘어 금융판 키울까…거래소 넘어 월가·AI 거물까지
[경제일보] 국내 디지털자산 업계의 관심이 개인 투자자의 코인 거래에서 기관금융과 결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인프라로 옮겨가고 있다.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6(KBW2026)’도 글로벌 금융·블록체인 업계 주요 인사를 한자리에 모아 디지털자산 시장의 다음 성장축을 모색한다. KBW2026 주최사 팩트블록은 9일 업비트와 0G, BRV, 비트고, 스테이블, 트리아 등이 주요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다. 업비트는 프레젠팅 파트너로 참여한다. 오경석 업비트 대표가 연사로 나서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 변화와 한국 시장의 역할을 설명한다. 첫날인 29일에는 금융회사와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한 초청 행사 ‘업비트 인스티튜셔널 서밋’이 열리고,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메인 콘퍼런스가 이어진다. 글로벌 주요 인사도 무대에 오른다. 비트멕스 공동창업자이자 가상자산 투자사 메일스트롬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아서 헤이즈, 이더리움 공동창업자이자 컨센시스 창업자 조셉 루빈, 비트마인 회장 톰 리, ‘네트워크 스테이트’ 저자인 발라지 스리니바산 등이 연사 명단에 포함됐다. 아서 헤이즈와 톰 리는 글로벌 유동성과 디지털자산 시장 전망을, 조셉 루빈은 이더리움 생태계와 금융자산의 온체인 전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발라지 스리니바산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공동체와 새로운 국가·경제 모델을 제시해왔다.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의 제프 얀 CEO도 참여해 중앙화 거래소와 온체인 금융 간 경쟁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금융 부문에서는 글로벌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비트고가 공식 인스티튜셔널 스폰서로 나선다. 마이크 벨시 공동창업자 겸 CEO가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과 수탁 인프라에 대한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비트고의 참여는 국내 시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달 비트고코리아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를 수리했다. 해외 디지털자산 기업이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지 않고 국내에 신규 법인을 세워 신고를 마친 첫 사례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비트고코리아 지분을 각각 약 25%, 10% 보유하고 있다. AI와 스테이블코인 기업도 핵심 의제를 맡는다. 마이클 하인리히 0G랩스 공동창업자 겸 CEO는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이용하고 거래하는 ‘에이전트 경제’와 탈중앙화 인프라를 설명한다. 브라이언 멜러 스테이블 CEO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전송 인프라를, 존 릴릭 트리아 공동창업자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기업과 AI 에이전트를 연결하는 다중 블록체인 금융과 스테이블코인 네오뱅크 전략을 소개한다. 이번 연사와 파트너 구성은 디지털자산 산업의 무게중심이 거래 수수료에서 기관 수탁과 결제, 온체인 자본시장, AI 기반 자동거래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거래소에도 기관 고객을 위한 보관·결제·자산관리 서비스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정책 환경도 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상장회사와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이용자 상환권을 다룰 2단계 입법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번 글로벌 연사의 담론이 국내 사업으로 연결되려면 법인 실명계좌와 자금세탁방지 기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가 구체화돼야 한다. KBW2026의 성과도 유명 인사의 참석을 넘어 국내 금융회사와 글로벌 기업 간 계약, 투자 및 실증 성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2026-09-09 10: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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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경제일보] 증시는 본래 흔들리는 곳이다. 그러나 흔들림에도 결이 있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이 바뀌어 흔들리는 시장과 금융상품의 구조가 스스로 진동을 키워 흔들리는 시장은 다르다. 전자는 가격 발견의 과정이지만 후자는 시장 장치의 부작용일 수 있어서다. 최근 한국 증시를 둘러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 서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대표주의 급등락은 한국 증시의 체온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AI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다. 반도체 랠리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 랠리 위에 과도한 레버리지가 얹히고 다시 그 레버리지가 주가 변동을 키우는 구조다. 불길이 오를 때는 더 큰 불꽃처럼 보이지만 바람이 바뀌면 같은 구조가 시장을 덮치는 역풍이 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삼성전자가 하루 3% 오르면 관련 2배 상품은 대체로 6% 상승을 목표로 한다. 반대로 3% 하락하면 손실도 6% 안팎으로 커진다. 겉으로는 단순하다. 그러나 속은 복잡하다. 이 상품은 장기 보유용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을 맞추는 단기 매매형 상품이다. 주가가 오르내리는 경로에 따라 누적 수익률은 기초주식의 2배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원금이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 자금 유입 속도는 이미 위험 신호를 보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2배 ETF는 지난 5월 27일 출시됐다. 이후 6월 19일까지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레버리지 ETF 약 8조2000억원, 인버스 2배 ETF 약 3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은 9조1500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는 5조2200억원까지 불어났다. 단기간에 특정 종목, 특정 방향, 특정 투자자층에 자금이 쏠린 것이다. 금융당국의 경고음도 이례적으로 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라고 후회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초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로 나간 개인투자 자금을 국내로 돌리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반도체주 쏠림과 과열 매매, 개인투자자 손실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된 셈이다. 정책의 선의가 시장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문제의 핵심은 리밸런싱이다. 레버리지 ETF는 약속한 2배 노출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장 마감 무렵 포지션을 조정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더 판다. 보통 투자 격언은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라”고 하지만 레버리지 ETF의 구조는 특정 국면에서 정반대로 작동한다. 상승장 후반에는 매수 압력을 키우고 하락장에서는 매도 압력을 보탠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쏠림이 심하고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이 기계적 매매가 가격 변동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된다. 더 위험한 것은 이 상품이 ‘ETF’라는 익숙한 이름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ETF는 대개 분산투자, 낮은 비용, 투명한 운용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된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일반적인 ETF와 다르다. 분산투자 상품이 아니라 특정 기업 한 곳에 2배로 베팅하는 파생형 상품에 가깝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우량한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삼았다고 해서 상품 자체의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업의 주식도 나쁜 가격과 나쁜 구조를 만나면 위험한 투자 대상이 된다. 개인투자자는 세 가지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 손실 확대 위험이다. 하루 10% 하락은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20% 안팎의 손실로 번질 수 있다. 둘째, 경로 의존 위험이다. 10% 하락 뒤 10% 상승해도 원금은 회복되지 않는다. 레버리지 상품은 그 괴리가 더 커진다. 셋째, 유동성 위험이다. 시장이 급변할 때 호가가 얇아지면 실제 체결 가격은 투자자가 예상한 가격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장 초반과 장 막판, 급락장에서는 이 위험이 더 커진다. 그렇다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모두 금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금융시장은 위험을 없애는 곳이 아니라 위험을 가격화하고 배분하는 곳이다. 위험을 이해한 전문투자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과 위험을 충분히 알지 못한 개인투자자에게 손쉬운 투기 수단을 열어주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자유가 아니라 균형이다. 상품 혁신이 시장 발전을 이끌 수 있지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위험을 가계에 떠넘기는 것은 금융의 본령이 아니다. 향후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판매·거래 규제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사전교육, 예탁금 요건, 투자성향 확인, 위험고지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정 규모 이상 순자산이 불어난 상품에 대해서는 리밸런싱 영향 점검, 괴리율 관리, 유동성공급자 의무 강화가 필요하다. 특정 종목과 특정 상품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투자경고 체계와 상장 유지 기준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투자자 역시 이 상품을 ‘우량주 투자’가 아니라 ‘고위험 단기 파생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손자병법>에선 “잘 싸우는 자는 세에 의지한다”고 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개별 투자자의 판단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흐름이 시장의 세를 만든다. 지금 한국 증시의 세는 AI 반도체 기대, 개인투자자의 추격 매수, 레버리지 상품의 기계적 리밸런싱, 높은 회전율이 한데 엉킨 모양새다. 이 세가 상승장을 밀어 올릴 때는 누구도 위험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세가 하락장을 밀어붙일 때는 누구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으로 가려면 상품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좋은 기업, 깊은 유동성, 합리적 투자자 보호, 엄격한 상품 심사가 함께 가야 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은 한국 자본시장이 어디까지 위험을 허용할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답은 분명하다. 시장의 활력은 살리되 시장을 카지노로 만드는 장치는 걷어내야 한다. 투자자의 선택권은 존중하되 선택의 대가를 제대로 알리는 장벽은 높여야 한다. 증시는 꿈을 먹고 오른다. 그러나 꿈에 레버리지를 얹으면 탐욕이 된다. 탐욕이 시장의 엔진이 되는 순간 변동성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 구조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 랠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니다. 불필요한 기름통을 치우는 일이다. 시장은 뜨거울수록 냉정한 규율이 필요하다.
2026-07-06 16: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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