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36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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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표 AI 인재 육성…SK, 청년 50명에 월 300만원 지원
[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인공지능(AI) 시대 인재 육성이 청년 지원 프로그램으로 확대된다. SK는 학위나 취업과 관계없이 청년들이 AI를 활용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스스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활동비를 지원한다. 12일 SK에 따르면 그룹 인재육성 플랫폼 마이써니는 2년제 비학위 프로그램 'SK AIGEN(아이젠)'을 신설하고 첫 참가자 모집에 나선다. 아이젠은 AI와 세대(Generation)를 결합한 명칭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청년세대를 뜻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대신 참가자가 직접 해결할 문제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개인과 기업,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면서 실무 경험과 협업 역량을 쌓도록 설계했다. 교육은 2년간 전일제로 진행된다. 첫해에는 참가자가 개인 또는 팀 단위로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구체화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동료들과 협력하며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높인다. 2년 차에는 각자가 설정한 진로와 활동 계획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과제를 수행한다. SK는 분야별 전문가와 멘토를 연결해 프로젝트 진행을 돕고 참가자들이 관심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교육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대학교 AI연구원과도 협력한다. 서울대 AI연구원은 AI 기술을 사회학과 경제학, 행정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접목해 연구하는 기관이다. 아이젠에서는 참가자들의 인문학적 사고 확장과 진로 설계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참가자에게는 교육 기간인 24개월 동안 매월 300만원의 성장지원금이 지급된다. 1인당 최대 7200만원으로, 별도의 역량 교육과 프로젝트 멘토링, 활동공간도 제공된다. 다만 학위 취득이나 특정 기업 입사는 보장하지 않는다. 지원 대상은 2년간 전일제 활동이 가능한 만 19~34세 청년이다. 학력이나 전공보다는 문제 해결 의지와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선발한다. 기술과 연구뿐 아니라 문화예술, 공공,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1기 모집은 오는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다. 이후 선발 절차를 거쳐 12월 말 약 50명을 확정하고 2027년 3월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아이젠에는 최 회장이 강조해 온 AI 시대 인재 육성 방향이 반영됐다. SK는 기술 발전으로 지식 습득과 정보 처리 방식이 변화하는 만큼 스스로 판단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타인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KBS '인재전쟁2' 강연에서 "AI시대에는 지식을 빨리 습득하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훈련은 이제 AI로 대체된다"며 "(인재는)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고 여러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전인적(全人的) 역량을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SK가 오랫동안 이어온 '인재보국(人材報國)' 철학과도 연결된다. 인재를 길러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참가자들에게 교육 종료 후 취업이나 활동에 관한 별도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SK 관계자는 "매년 신규 참가자를 선발해 아이젠을 그룹의 대표적인 AI 인재 육성 프로그램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6-10-12 09: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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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공항 피습에 321명 사상…미국 참전 가능성에 중동 확전 우려
[경제일보] 미국이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넘어 직접 참전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사우디 방어를 둘러싼 미국의 선택이 예멘 전쟁의 확전 여부를 가를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홍해 해상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 사우디의 글로벌 투자 유치 전략에도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이 테러 집단인 후티 미사일 부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민간항공청은 사망자 가운데 사우디 국민 4명과 외국인 8명이 포함됐으며, 부상자 일부는 위중한 상태로 최소 12명이 숨지고 309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공격 이후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됐고 항공편 취소와 지연이 잇따랐다. 이번 공격은 사우디의 민간 항공 인프라를 겨냥한 연쇄 공격의 일부로 분석된다. 같은 주 리야드 공항이 앞서 두 차례 공격을 받았고, 동부 담맘의 킹파드 국제공항 인근에도 발사체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 영공을 군사작전 지역으로 규정하며 항공사들에 해당 영공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민간 공항을 겨냥한 공격이 반복되면서 사우디의 방공 역량과 핵심 기반시설 보호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격 이후 후티 반군을 겨냥한 사우디의 군사작전에 미국이 합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이 사우디의 공습에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며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사우디에서 발생한 일을 용납할 수 없다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미국의 직접 참전 여부나 구체적인 군사 대응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미국의 선택에 따라 충돌 범위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방공 지원이나 정보 공유에 그칠지, 후티 반군의 미사일 발사 시설 등을 겨냥한 직접 타격에 나설지에 따라 전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후티 반군의 보복 공격이 사우디 내 주요 시설이나 역내 다른 목표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전쟁의 파장은 홍해 해상 물류로도 이어질 수 있다.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주요 해상 운송로 가운데 하나다. 앞서 이 일대에서 공격 위협이 커지면 선사들이 항로를 우회하거나 운항을 조정해 왔고, 운송 기간과 보험료 등 물류 비용에도 압력이 생긴 바 있다. 특히 에너지 수송과 관련 산업의 공급망이 영향을 받을 경우 중동 지역을 넘어 국제 교역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사우디가 추진해온 국제 투자 유치 전략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사우디에서는 세계 석유업계 관계자와 정책 당국자가 모이는 세계석유회의(WPC)가 1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열릴 예정이며,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는 대형 투자 행사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가 예정돼 있다. 주최 측은 두 행사 모두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는 관광과 국제 행사,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경제 다변화를 추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공항과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반복되면 투자자들이 사업 기회뿐 아니라 현지의 안전과 운영 위험까지 함께 따져볼 수밖에 없다. 당장 투자 위축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수록 사우디가 내세운 안정적인 사업 환경과 국제 행사 개최 역량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아랍에미레이트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권을 명백히 침해하고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전폭적인 연대를 표명하며, 사우디의 안보와 안정 유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2026-10-11 14: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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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대립 부추기는 외교를 경계한다
[경제일보] 외교는 말의 전쟁이 아니다. 더구나 국가의 안보와 경제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면 공개적인 설전보다 치밀한 계산과 물밑 협상이 우선이다. 그런데 최근 한·우크라이나 관계를 둘러싼 일련의 공방을 보면 대한민국 외교가 과연 이런 기본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대국의 공개적인 불만에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양국 간 이견이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은 국익을 극대화해야 할 외교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양상으로 비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전략 부재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북·러 군사협력 강화는 대한민국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변수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기술과 경험을 제공하고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구도가 굳어진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협력하고 국제사회와 공동 대응을 모색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한 전략 계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교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원칙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전략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면 우리의 지원 범위와 조건, 한계선을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했어야 한다. 상대국의 요구에 끌려가는 모양새도, 공개적인 감정싸움으로 맞서는 모습도 피했어야 한다. 그런데 외교적 이견이 공개적인 신경전으로 번진다면 결국 손해를 보는 쪽은 대한민국이다. 상대국과의 협상력은 떨어지고,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 공간도 좁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은 '가치외교'라는 명분이 '무조건적인 동조'로 변질되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국제법·주권 존중이라는 보편적 가치는 대한민국이 결코 양보해서는 안 될 원칙이다. 그러나 원칙을 지킨다는 것과 다른 나라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가의 외교는 도덕적 선언문이 아니라 냉정한 손익계산서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글로벌 공급망, 방산시장, 식량안보, 미·러 갈등은 물론 북·러 군사협력까지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직결돼 있다. 여기에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기회도 걸려 있다. 한국이 외교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인도적 지원과 재건 협력을 확대하면서 우리의 산업과 기업이 참여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감정적인 외교로 관계를 불필요하게 틀어버리면 시장과 기업이 얻을 기회까지 잃을 수 있다. 러시아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러의 군사협력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러시아는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변수다. 에너지·자원·물류와 관련해서도 무시할 수 없는 국가다. 지금 당장 관계가 어렵다고 해서 외교적 출구까지 스스로 봉쇄한다면 훗날 한반도 안보와 경제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를 우리 손으로 버리는 꼴이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외교의 무게중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 첫째, 정상적인 외교 채널을 복원하고 공개적인 설전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교적 이견은 언론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서 풀어야 한다. 둘째, 우크라이나 지원 원칙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국민에게 그 기준과 비용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셋째, 미국·유럽과의 공조를 유지하면서도 한·러 관계를 관리할 별도의 소통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넷째, 우크라이나 재건과 방산·에너지·인프라 협력을 국익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외교를 국내 정치의 연장선에서 다루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외교적 강경 발언 한마디는 국내에서는 박수를 받을지 몰라도 국제사회에서는 협상 카드를 하나 없애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조용한 물밑 협상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국가의 실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목소리 큰 외교가 아니라 계산된 외교다. 동맹은 굳건히 하되 국익은 스스로 챙겨야 하고, 국제적 원칙은 지키되 우리의 선택권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비용은 국민과 기업이 떠안는다. 외교 실패는 외교부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에너지 가격과 수출시장, 기업의 해외사업, 안보 비용과 국가 재정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정부는 한·우크라이나 관계의 최근 난맥상을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대한민국 외교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굴종도 강경 일변도도 답이 아니다. 원칙에는 단호하되 협상에서는 유연하고, 말은 절제하되 국익에는 집요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외교의 기본이다.
2026-10-08 1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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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800조 반도체 투자에 숟가락 얹지 말라
[경제일보] 800조원. 기업 투자 규모만으로도 한국 산업사의 기록을 새로 쓸 만한 숫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서남권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이야기다. 문제는 이 천문학적인 투자계획을 놓고 정치권의 지역 논쟁까지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부 국정감사에서도 입지 선정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정부가 여러 후보지를 제안했고 최종 결정은 기업이 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기업들에 확인한 결과 특정 지역을 먼저 제안하거나 투자계획을 확정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정부 설명과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누가 먼저 호남을 거론했느냐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 예단할 필요는 없다. 정부가 기업에 특정 지역 투자를 강요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아니다. 기업과 정부가 대규모 투자계획을 협의하면서 여러 후보지를 검토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이번 논란은 800조원짜리 반도체 투자를 어떤 원칙으로 다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반도체 공장은 지역개발 사업이 아니다. 전력과 용수, 부지와 물류, 인재, 협력업체, 연구개발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따져 수십 년 뒤까지 경쟁력을 계산해야 하는 기업 투자다. 더구나 반도체는 한번 공장을 지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투자액도 수십조원에서 수백조원에 이른다. 그 판단의 최종 책임은 투자하는 기업이 져야 한다. 세계 반도체 경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국과 대만, 일본, 중국, 유럽은 생산시설과 첨단기술을 자국에 끌어들이기 위해 세제와 보조금,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을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공장을 어디에 지을지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길어지거나 경제성 이외의 변수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그 비용은 기업이 떠안는다. 결국 한국 반도체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국가균형발전을 외면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수도권에 산업과 인구가 집중된 한국에서 지방에 첨단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전력과 용수 확보에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다. 새로운 생산거점을 비수도권에서 찾는 것은 산업정책 측면에서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다. 문제는 순서다. 기업에 지방으로 가라고 요구하는 것과 기업이 지방을 선택할 만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은 전혀 다른 정책이다. 반도체 공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과 막대한 양의 공업용수다. 장비와 소재·부품을 공급할 기업이 가까이 있어야 하고 국내외 고급인력이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여건도 필요하다. 도로와 철도, 항만 같은 물류망도 갖춰야 한다. 정치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런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전력망과 용수시설을 제때 구축하고 교통·물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을 연결해 인재를 키우고 교육·의료·주거 등 정주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인허가 기간을 줄이고 세제와 연구개발 지원의 예측 가능성도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기업이 사업성만 따져도 지방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균형발전이다. 지역끼리 경쟁하는 것도 나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필요하다. 다만 정치적 영향력으로 기업을 끌어가는 경쟁이 아니라 어느 지역이 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인재를 확보하며 빠르게 인허가를 처리할 수 있는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중앙정부도 심판과 지원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 공장을 배정하는 주체가 아니라 각 지역이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기업의 선택을 지원해야 한다. 이번 800조원 투자를 정치적 성과로 앞세우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발표된 투자계획이 곧바로 집행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경기는 변하고 기술도 바뀐다. 글로벌 수요와 메모리 가격, 금융시장과 기업의 수익성에 따라 투자 시기와 규모가 조정될 수도 있다. 기업 역시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장·경영상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수백조원의 숫자를 먼저 정치적 치적으로 만들어놓으면 나중에 기업의 합리적인 투자 조정까지 정치적 실패나 약속 파기로 몰아갈 위험이 있다. 기업의 투자는 기업이 책임지고 정부 지원에는 정부가 책임지면 된다. 특히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전력망과 용수, 산업단지, 세제지원에는 더 엄격한 경제성 검토와 투명성이 필요하다. 기업 자율을 강조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지원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 결정을 존중하되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과 기대효과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국회가 할 일도 분명하다.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 예산을 어느 지역이 얼마나 가져갈지를 놓고 경쟁하기보다 한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무엇이 부족한지를 살펴야 한다. 전력과 용수, 인력과 연구개발, 세제와 인허가 가운데 경쟁국보다 뒤처진 것이 무엇인지 찾아 고치는 것이 먼저다. <관자>에는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 영욕을 안다(倉廩實而知禮節, 衣食足而知榮辱)”는 말이 있다. 국가의 산업정책도 경제적 토대를 무시한 채 명분만 앞세워서는 오래가기 어렵다. 균형발전이라는 목표가 아무리 옳더라도 산업이 지속될 경제적 기반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반대로 지방이 기업하기 좋은 곳이 되면 정치가 기업에 내려가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투자는 움직인다. 800조원은 정치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특정 지역의 몫으로 미리 떼어놓을 돈도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집행하는 민간의 장기 투자다. 동시에 그 투자의 성공 여부가 한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국가적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치의 역할은 더 절제돼야 한다. 기업이 투자할 곳을 정치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곳을 만드는 것. 기업의 결정을 정치적 치적으로 포장하는 대신 전력망 하나, 용수시설 하나라도 제때 완성하는 것. 그것이 800조원 앞에서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세계 반도체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정치세력이 투자계획에 이름을 올렸느냐가 아니다. 누가 더 빨리 공장을 짓고 더 좋은 반도체를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정치가 800조원에 숟가락을 얹기보다 반도체가 달릴 길부터 닦아야 한다.
2026-10-07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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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미중 새 무역합의 도달"…대만문제엔 '신중 처리' 촉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새로운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며 협력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핵심 사안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신중한 처리를 촉구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2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측 경제무역팀이 새로운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는 양국 산업계와 국민,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협력은 양방향"이라며 "중미(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을 위해서는 협력 목록을 늘리는 동시에 문제 목록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측이 서로 양보하고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중미 경제무역관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며 긍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를 희망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이 그간 '침해 불가'의 레드라인으로 규정해온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신중한 처리를 거듭 요청했다. 그는 "미국 측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 중미 간 전략적 협력과 양국 관계 발전에 튼튼한 기초를 다지기를 바란다"며 "국가 통일과 영토 완전성을 지키려는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이란전쟁과 관련, 미국과 이란에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각국의 주권·안보가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고 계속 생각해왔으며 국면 완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왔다"며 미국·이란이 6월 종전안 등을 담아 체결했던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로 복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이 조속히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궤도로 복귀해, 최종적으로 핵 문제를 포함한 전면적인 합의를 이루고 조속히 평화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양국이 규제 문제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중국과 미국 모두 AI 대국으로, 양측 사이에는 경쟁이 존재하지만 협력 또한 가능하며, 서로를 경계·방어하기보다는 각자의 강점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 주석은 또 "양측은 AI 대화를 지속해 위험과 이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오용과 악용을 공동으로 방지해야 한다"며 "AI 기술에 대한 인간의 통제를 유지하고, 인간 중심적이고 선의적인 접근 방식을 고수해 AI가 인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에 대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미중 관계의 현실을 반영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구현했다"며 "양국이 올바로 공존하는 길로 나아가는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양국이 이러한 비전을 행동으로 옮겨서, 더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미중 관계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양국 정상이 반년도 안 되는 시간에 상호 방문을 실현했다. 이는 미중 관계 역사상 전례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방식으로 소통을 유지하며, 함께 미중 관계라는 큰 배의 항로를 이끌고 키를 잡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화통신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와 중동 정세, 우크라이나 위기 등 '중대한 국제·지역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2026-09-25 07: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