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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나락스, 도면부터 품질까지 AI로…118억원대 산업부 R&D 참여
[경제일보] 마키나락스가 자동차부품 열간단조의 금형 설계부터 생산·품질관리까지 연결하는 인공지능(AI) 자율생산 기술 개발에 참여한다. 도면에서 설계 정보를 추출하는 AI와 생산라인의 센서·영상 데이터를 결합해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단조 공정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마키나락스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관리하는 산업통상부의 ‘2026년 기계장비산업기술개발사업’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다고 14일 밝혔다. 과제명은 ‘AI 기반 자동차부품 열간단조 금형 설계 자동 보정 및 단조품 자율 생산 시스템 개발’이다. 세일단조가 주관하며 마키나락스 등 5개 기관이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한다. 아이엔지글로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경상국립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등이 함께한다. 연구는 2029년 12월까지 진행되며 개발 기술은 세일단조 양산라인에서 실증할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118억3303만원이며, 정부지원 연구비는 86억원이다. 마키나락스에 배정된 정부지원 연구개발비는 16억원이다. 회사 측이 제시한 자사 수행분 전체 연구개발비는 약 24억원이다. 정부지원금 16억원은 2025년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의 11.07%에 해당한다. 열간단조는 금속을 고온으로 가열한 뒤 금형으로 압력을 가해 원하는 형상을 만드는 공정이다. 제품의 형상과 품질을 확보하려면 정밀한 금형 설계와 생산 조건 관리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부품 도면에서 설계 정보를 일일이 추출하는 과정에서 숙련도에 따른 편차와 오류, 작업 지연이 발생할 수 있었다. 마키나락스는 AI 운영체제 ‘런웨이(Runway)’와 도면 의사결정 AI 에이전트 ‘드로우엑스(DrawX)’를 활용한다. AI가 단조 도면을 인식해 필요한 설계 변수를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형 설계 보정안을 추천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드로우엑스는 회사가 지난 2월 공개한 제조 특화 솔루션이다. 분산된 도면을 통합 관리하고 유사 도면 검색, 원가 산정, 수주 판단 등을 지원한다. 이번 과제에서는 도면 해석 역량을 단조 금형 설계에 적용해 자동 보정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생산 단계에서는 온도·하중·영상 등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공정 이상을 진단하고, 비전 AI로 단조품의 품질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설계·공정·품질 데이터를 연결하는 통합관제 시스템도 런웨이 기반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적용하는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는 설계부터 생산·검사까지 단계별 데이터를 연결해 제품과 공정의 이력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설계 정보와 실제 생산 조건, 품질 결과를 연계해 공정 전반을 관리하고 자율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런웨이는 AI 모델의 개발·배포·재학습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이다. 회사는 지난달 업데이트에서 입력 데이터의 분포가 학습 당시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감지하는 기능과 모델 정확도를 추적하는 기능 등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생산 조건이 바뀌는 현장에서 AI의 상태를 점검하고 재검증·재학습 시점을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하도록 지원한다. 마키나락스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축적한 AI 기술을 단조 등 전통 뿌리산업으로 확대해 숙련자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성과 품질을 높인다는 목표다. 윤성호 대표는 “단조 공정은 고온의 환경에서 고강도 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으로, 변수가 많고 작업자의 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AI를 적용하기 까다로운 분야로 꼽혀왔다”며 “뿌리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생산 기술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6-10-14 08: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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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유럽서 xEV 전략 공개…AI·수소로 미래차 경쟁력 강화
[경제일보] 현대자동차·기아가 유럽에서 전동화와 인공지능(AI), 수소를 아우르는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공개했다. 다양한 전동화 기술과 AI 기반 개발 체계를 앞세워 미래차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7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독일 아헨에서 열린 ‘아헨 콜로키움 2026’에 참가해 미래 모빌리티 전략과 주요 기술을 소개했다. 아헨 콜로키움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연구기관, 부품사, 대학 등이 미래 자동차 기술과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유럽의 대표 자동차 기술 콘퍼런스다.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사장은 ‘경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장하다’를 주제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HEV),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EREV), 수소전기차(FCEV)를 포괄하는 ‘xEV’ 전략을 제시했다. 시장 환경과 고객 요구가 지역별로 다른 만큼 각 전동화 기술의 강점을 활용해 대응한다는 방향이다. AI를 활용한 차량 개발 방식의 변화도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기존 엔지니어링 기술에 AI 기반 디지털 역량을 결합하고, 디지털 트윈과 가상 검증을 활용하는 연구개발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AI는 엔지니어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개발 역량과 창의성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차량 데이터 활용 범위도 넓힌다. 운전자의 주행 패턴과 선호도를 학습해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고, 출고 이후에도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의 기능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차량 데이터와 고객 경험을 다시 제품·서비스 개발에 반영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차량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고 그 결과를 다시 고객 경험으로 연결하는 순환 구조다. 하러 사장은 “미래 모빌리티는 하나의 기술이나 해법만으로 구현될 수 없다”며 “다양한 기술의 강점을 연결하는 것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콘퍼런스 현장에서 수소와 전동화 분야의 주요 기술도 선보였다. 수소 분야에서는 고분자 전해질막(PEM) 수전해 스택과 수소저장탱크, 디 올 뉴 넥쏘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전시했다. 전동화 분야에서는 배터리 팩·셀과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변속기(TMED-II), 파워모듈 등을 공개했다. 참가자들이 실제 차량을 통해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디 올 뉴 넥쏘와 GV60 마그마 시승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행사장 인근 11~12㎞ 구간에서 수소 모빌리티와 고성능 전동화 차량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기아는 행사 마지막 날인 7일 수소와 전동화, 배터리를 주제로 한 기술 세션에도 참여한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의 발전 방향과 xEV 전략 확대, 차세대 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글로벌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2026-10-07 1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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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공장 안 지으면 관세 300%"…격전지서 투자 압박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격전지인 오하이오주에서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기업에 최대 3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고율 관세를 외국 기업의 현지 투자와 제조업 일자리 유치 수단으로 내세워 공화당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를 압박한 데 이어 투자 이행을 요구하는 발언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밴댈리아의 버틀러 고등학교에서 열린 지원유세에서 “그들이 여기에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약 1년 반 정도의 작은 기회를 준다”며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150, 200, 250, 30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그들은 모두 이곳에 공장을 짓고 있다”며 관세 정책으로 수조달러 규모의 투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일본, 한국, 캐나다 등이 오랫동안 미국을 상대로 관세를 활용해왔다며 자신의 정책을 정당화했다. 이번 유세는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유지와 직결되는 오하이오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화당 존 허스테드 현 상원의원은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 허스테드는 J D 밴스 부통령의 상원 의석을 이어받아 지난해 임명됐으며,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앨라배마 등 공화당 강세 지역을 방문한 뒤 오하이오로 이동했다. 오하이오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1년간 35% 올라 갤런당 평균 4.16달러를 기록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 유치와 제조업 회복을 앞세워 경제정책에 대한 불만을 돌파하려는 유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승리하면 유권자들이 각자 5000달러를 갖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관세와 투자 유치 성과를 개인의 경제적 혜택으로 연결해 표심을 공략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주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효과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옹호하며 투자를 막으면 중국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하이오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과 용수, 농지 이용에 미치는 영향이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세 사흘 전인 9월 30일에는 인근 스프링필드의 옛 내비스타 트럭 공장에서 약 1400명이 해고됐다.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는 발표가 지역의 안정적인 고용과 생활비 개선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공화당의 경제 성과를 평가하는 문제로 부상했다. 한국에는 투자 협상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질문에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괜찮다. 나는 그들에게 더 많이 청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속히 서명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리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지만, 추가로 부과할 대상과 방식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사업 참여를 확정했다는 미국 측 설명과 거리를 두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투자 여부와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검토해 추진 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투자 유치 성과로 연결해 선거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 정부의 후속 협상에서는 미국의 신속한 투자 요구에 대응하면서도 사업별 수익성과 원리금 회수 조건을 확보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알래스카 사업은 미국 측이 약속한 사업성 보완 자료를 받아 검토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2026-10-04 10: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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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기다리는 시간도 규제다
[경제일보] 정부가 규제와 인허가에 발이 묶인 7조9000억원 규모의 기업 투자를 앞당기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전기차 생산라인 전환을 비롯해 청정수소, 이차전지, 첨단센서 등 현장에서 대기 중인 투자 프로젝트의 행정절차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따로 발주하던 전기·통신공사의 통합발주도 허용하기로 했다. 방향은 옳다.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산업정책은 이미 투자할 의사가 있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을 걷어내는 일이다. 이번 대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현대차 울산공장이다. 현대차는 약 4조원을 들여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자율주행 전기차 중심 공장으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사업계획 심의와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 건축·안전 관련 인허가 등을 거치면 행정절차에 3년 이상 걸릴 우려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와 울산시는 전담 프로젝트매니저(PM)를 두고 각종 영향평가와 인허가를 동시에 진행해 이를 1년 이내로 줄이겠다고 했다. 여기서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필요한 심사를 생략하지 않고도 1년 안에 처리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이유는 무엇인가. 환경과 안전을 무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공장을 빨리 짓겠다고 환경영향평가를 없애거나 산업안전 기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 주민의 재산권과 생활환경도 보호해야 한다. 이번 대책 역시 관련 심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고 사전 컨설팅을 통해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없애야 할 것은 안전장치가 아니라 행정의 군더더기다. 부처와 기관마다 비슷한 자료를 요구하고 앞 단계의 절차가 끝나야 다음 심사를 시작하는 관행이 있다면 이를 그대로 둘 이유가 없다. 행정기관끼리 협의할 일을 기업이 서류를 들고 돌아다니며 해결하도록 하는 것도 정상적인 행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규제의 비용은 행정수수료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기업에는 시간이 곧 비용이다. 특히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배터리, 바이오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산업에서는 그렇다. 경쟁국 기업이 공장을 짓고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동안 국내 기업이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면 1~2년의 차이가 시장점유율을 바꿀 수 있다.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경쟁력의 문제가 된다. 세계 각국이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은 반도체와 AI, 배터리 등 전략산업을 자국에 끌어들이기 위해 보조금과 세제지원, 산업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애국심 때문에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시장이 아니다. 인건비와 세금, 인재, 시장 접근성, 규제 그리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따져 투자처를 정한다. 한국이 경쟁해야 할 것도 결국 이런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규제개혁의 성적표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역대 정부는 출범할 때마다 규제혁신을 내걸었다. 폐지하거나 개선한 규제의 숫자를 성과로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에는 규제 몇 건을 없앴느냐보다 투자 결정에서 공장 가동까지 몇 달이 걸리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규제개혁의 성적표를 ‘폐지 건수’보다 ‘줄어든 투자 대기시간’으로 매겨보자는 것이다. 오래된 규제를 정기적으로 다시 살펴보는 장치도 필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환경, 공정한 시장질서를 지키는 규제는 엄격하게 유지해야 한다. 반면 기술과 산업구조가 바뀌었는데 과거의 이해관계나 행정편의 때문에 남아 있는 규제라면 존치 이유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기업에 규제 철폐의 필요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부도 그 규제를 계속 유지해야 할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첨단산업의 기반시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반도체 공장은 기업이 지을 수 있지만 송전망과 용수망까지 기업 혼자 해결하기는 어렵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없다면 들어설 수 없다. 산업용지와 전력·용수·통신망, 연구개발 기반과 인재 공급은 개별 기업의 능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정부의 역할은 이런 곳에서 더 커져야 한다. 노동시장도 달라진 산업환경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 제조업과 연구개발, 정보기술 기업의 일하는 방식이 모두 다른 만큼 노사 합의를 전제로 업종과 업무 특성에 맞는 근로시간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생산성과 직무의 가치를 보다 잘 반영하는 임금체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다만 노동 유연화가 노동자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오래가기 어렵다. 기업의 인력 운용에 선택지를 넓혀준다면 실직과 전직 과정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고용안전망과 재교육 체계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유연성과 보호를 서로 반대편에 세워놓고 어느 하나만 선택해서는 개혁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세제에서는 무엇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과 연구개발에 대한 세액공제는 기업의 장기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지원 규모 못지않게 제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도 중요하다.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이라면 몇 년 뒤 투자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어떤 기업과 기술이 성공할지를 대신 결정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시장과 기업가의 몫이다. 정부는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운동장을 만들고 민간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기반시설과 기초 연구개발을 책임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기업을 지원하는 정부’보다 ‘기업이 뛰기 좋은 정부’가 필요한 이유다. 규제완화의 목적도 기업의 비용을 줄이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 투자가 늘고 생산성이 높아져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이 거둔 성과가 임금과 가계소득, 소비로 이어질 때 규제개혁은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 기업 활력과 민생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한비자>에는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규제개혁에도 적용할 만한 원칙이다. 힘 있는 대기업이 민원을 제기할 때마다 예외를 만들어주는 것이 규제개혁이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같은 기준 아래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예측 가능한 시간 안에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7조9000억원 투자지원 대책은 그런 의미에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기업 현장의 애로를 찾아 규제와 행정절차를 손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다음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여러 행정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면 다른 공장에서는 왜 안 되는가. 반도체 팹에서 불필요한 공정 지연을 줄일 수 있다면 다른 첨단산업에도 비슷한 규제가 남아 있지는 않은가. 기업이 정부에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행정 시스템 자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규제는 필요한 곳에서는 단단해야 하고 필요 없는 곳에서는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안전과 환경, 시장의 공정성을 지키는 기준은 낮춰서는 안 된다. 대신 투자와 혁신을 가로막으면서도 정책 목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절차는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남겨둘 필요가 없다. 기업에 투자하라고 주문하기 전에 기업이 투자하기 어렵게 만든 정부 자신의 절차부터 살펴야 한다. 한국 경제에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거창한 성장 구호가 아니다. 투자할 기업이 제때 공장을 짓고 기술을 개발하며 사람을 고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규제개혁의 성패는 없앤 규제의 숫자가 아니라 앞당겨진 투자와 높아진 생산성, 새로 생긴 일자리로 평가받아야 한다. 7조9000억원의 현장대기 투자를 움직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행정으로 바꿔야 한다. 경제의 속도를 정부의 절차가 늦추는 일부터 없애야 한다.
2026-10-02 11: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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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움직이는 기술' 키운다…승강기서 AI·로봇으로
[경제일보] 현대그룹이 기존 승강기와 물류자동화 사업에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접목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30년까지 매출 5조원, 해외사업 비중 50%, 글로벌 톱5 진입을 목표로 세웠고 현대무벡스는 물류자동화를 기반으로 2차전지·제조·유통 등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했다. 2024년 대형 자율이동로봇(AMR) 개발에 이어 올해는 조선소 초중량물 자율운반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 현대엘리베이터, 충주서 AI·서비스 고도화 현대엘리베이터는 충주 스마트캠퍼스를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디지털화하고 유지관리 서비스에 AI와 데이터를 적용하고 있다. 17만2759㎡ 부지의 충주 스마트캠퍼스에는 본사와 스마트팩토리, 연구개발센터, 물류시설이 집약돼 있다. 스마트팩토리에는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빅데이터, AI 등이 적용됐으며 자동화율은 약 80%다. 생산능력도 연 2만5000대에서 2028년 3만50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충주 스마트캠퍼스에서 ‘비전 2030’과 ‘트리플 5’를 제시했다. 2030년 매출 5조원, 해외사업 매출 비중 50%, 글로벌 톱5 진입이 목표다. 유지관리 서비스 ‘미리(MIRI)’는 승강기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영상·음성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원인을 파악한다. AI 원격콜과 빌딩관리시스템(BMS), 배송로봇 연계 기능도 적용했으며 2028년까지 적용 승강기를 10만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주차로봇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위아와 오토발렛 로봇 주차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주차관제 시스템 ‘HIP’과 주차로봇을 연계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 현대무벡스, 대형 AMR·조선 자율운반으로 확장 현대무벡스는 물류자동화를 중심으로 국내외 사업과 로봇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신규수주는 4200억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평택·진천 중앙물류센터(CDC) 자동화 사업과 배터리 소재·제조 분야 스마트 물류 사업을 수주하며 사업 기반을 넓혔다. 주력 기술은 자동창고(AS/RS), 무인운반차(AGV), 자율이동로봇(AMR), 갠트리 로봇이다. 청라 R&D센터를 중심으로 대형 AMR 기술도 고도화하고 있다. 정부 과제로 선정된 ‘고정밀 대형 자율이동로봇 플랫폼’ 개발에는 총 94억원이 투입되며 이 가운데 70억원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2027년까지 2톤·5톤·10톤급 AMR 3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AMR은 조선소 초중량물 운반 분야로도 확대된다. 현대무벡스는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등과 함께 자율운반 로봇과 통합관제 시스템, AI 기반 안전성 시뮬레이션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의 AI·로봇 전략은 기존 승강기와 물류자동화 기술을 새로운 산업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와 주차·빌딩관리 등 이동 솔루션으로, 현대무벡스는 물류자동화와 AMR을 기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생산 기반을 AI와 로봇으로 전환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아주경제 2026년 10월 0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10-01 0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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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반도체 소재·SMR·신재생에너지로…AI 시대 신사업 재편
[경제일보] SK그룹이 반도체 소재와 차세대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축을 재편하고 있다. SKC는 글라스기판을, SK이노베이션은 SMR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으며 SK㈜는 KKR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합해 발전용량 확대에 나섰다. 기존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AI 산업 확대로 커지는 반도체 소재와 전력 수요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는 전략이다. ◆ SKC, 반도체 소재 고부가화…글라스기판에 3년간 5900억원 투자 SKC는 화학·필름 소재를 기반으로 성장한 뒤 이차전지용 동박과 반도체 소재·부품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다. 지난 2023년에는 반도체 테스트 소켓 기업 ISC를 인수하며 후공정 사업을 강화했고, 이후 반도체 소재 사업을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했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테스트 소켓과 함께 글라스기판을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글라스기판은 AI 가속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의 고집적 패키징에 활용되는 차세대 소재다. 기존 유기 소재 기판보다 평탄성이 높고 대형화에 유리해 고집적 회로 구현에 적합하다. AI 반도체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여러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집적하는 첨단 패키징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관련 소재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사업은 자회사 앱솔릭스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에 글라스기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고객사 검증과 양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임베딩과 논임베딩 제품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으며 임베딩 제품은 현지 생산 샘플의 신뢰성 평가, 논임베딩 제품은 고객사 기술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 규모도 확대됐다. SKC는 올해 1조16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가운데 약 5900억원을 글라스기판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약 4700억원은 설비투자, 12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배정해 미국 생산시설의 상업화와 장비 고도화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대주주인 SK㈜도 배정 물량의 120%를 초과청약하며 SKC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실제 자금 집행도 이어지고 있다. SKC는 이달 4일 앱솔릭스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81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출자는 올해 상반기 SKC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글라스기판 투자 재원을 실제 사업에 투입하는 과정이다. 앱솔릭스는 임베딩 제품의 신뢰성 평가와 논임베딩 제품의 고객사 기술검증을 진행하며 양산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아직 대규모 양산 전 단계인 만큼 고객사 인증과 제품 신뢰성 확보, 수율 안정화가 향후 사업 확대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 SK이노베이션, 테라파워 손잡고 SMR 진출…차세대 원전 사업 본격화 SK이노베이션은 기존 LNG와 전력 사업에 배터리와 ESS를 더한 데 이어 SMR까지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에 총 2억5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한 데 이어 지난 8월 나트륨냉각고속로 기반 SMR 사업 협력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에는 미국 실증 원자로 참여 확대와 후속 상업 프로젝트 참여, 국내 SMR 사업모델 개발, 글로벌 SMR 사업기회 공동 발굴 등이 포함됐다. 테라파워의 나트륨은 소듐냉각고속로와 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한 4세대 SMR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 1호기 프로젝트와 후속 상업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해 차세대 원전의 설계·건설·운영 경험을 확보하고, 이를 국내 및 글로벌 사업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 등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를 대상으로 LNG·ESS·SMR을 연결하는 에너지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는 SK㈜가 계열사에 분산된 사업을 KKR과 통합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SK㈜는 지난 7월 KKR이 운용하는 펀드와 신재생에너지 통합법인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말 통합법인 출범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법인은 KKR 51%, SK㈜ 49%로 구성되며 SK이노베이션·SK에코플랜트·SK디스커버리 등에 분산된 태양광, 해상·육상풍력, 연료전지, ESS 등 관련 사업과 자산을 통합한다. 사업 규모 확대 목표도 구체적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SK에코플랜트·SK디스커버리 등 통합 대상 계열사가 운영 중인 신재생에너지 전력 용량은 약 1.7GW다. 이를 기반으로 통합법인의 발전용량을 오는 2031년까지 10GW로 확대할 계획이다. 개발부터 건설, 운영, 유지보수까지 사업 밸류체인을 통합하고 KKR의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 발전사업 발굴에도 나선다. 다만 SMR은 기술 실증과 인허가, 상업 프로젝트 확보가 필요하고 신재생에너지도 발전용량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 투입과 신규 프로젝트 확보가 요구된다. SMR은 테라파워 프로젝트의 상업화 진행 상황과 사업성 확보 여부,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통합 대상 사업의 1.7GW를 10GW까지 확대하는 과정에서의 투자 효율성과 신규 발전사업 확보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2026-09-22 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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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새 성장로드맵, '첨단소재·전지·수소' 키운다
[경제일보] 롯데케미칼의 성장 공식은 오랫동안 명확했다. 대규모 설비를 확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이를 합성수지와 화학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이었고, 생산능력 확대가 곧 성장 전략이었다. 1976년 설립된 호남석유화학은 1979년 롯데그룹에 편입됐다. 롯데는 석유화학을 그룹의 핵심 제조업으로 육성하며 생산시설을 확대했다. 2016년에는 삼성의 화학계열사를 인수해 첨단소재와 정밀화학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확장 DNA가 이제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과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범용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4월 투자자 간담회에서 첨단소재·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를 4대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화학 기술을 고부가 산업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몸집 줄이는 기초화학…성장 공식부터 바꾼다 사업재편의 출발점은 대산이다. 롯데케미칼이 분할한 롯데대산석화와 HD현대케미칼의 합병법인 H&L어드밴스드가 이달 출범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을 각각 50% 보유하는 구조다. 통합법인은 향후 3년에 걸쳐 연산 110만톤 규모의 대산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을 중단하고 저수익 설비를 조정할 계획이다.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을 연결해 원료 조달과 생산비용을 낮추려는 목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7일 H&L어드밴스드에 60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출자 예정일은 28일이다. 설비 통합이 끝이 아니라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까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구조조정이라는 의미다. 여수에서도 한화솔루션·DL케미칼·여천NCC와 설비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공장을 늘려 성장했다면 이제는 중복 설비를 줄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3000억원 율촌 투자…첨단소재로 무게중심 이동 줄이는 사업이 있다면 키우는 사업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남 율촌산업단지다.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연산 50만톤 규모의 컴파운딩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생산라인이 상업가동에 들어갔으며 올해 전체 준공을 추진 중이다. 컴파운딩은 플라스틱에 첨가제 등을 혼합해 강도와 내열성, 충격 저항성 등을 높이는 기술이다. 범용수지를 대량생산하는 것과 달리 자동차·전자제품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에 맞춰 제품을 설계한다. 율촌 공장은 ABS와 폴리카보네이트 등 기능성 소재를 생산하고, 향후 피지컬 AI와 항공우주 분야에 사용되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량보다 고객별 소재 설계와 기술력으로 이익을 확보하는 사업으로 이동하려는 시도다. AI 회로박부터 수소까지…네 갈래 성장축 전지소재 사업도 고부가 제품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용 동박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회로박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회로박은 전자회로용 소재로, 배터리 전극에 사용되는 전지박과 용도가 다르다. 회사는 익산의 고부가 회로박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말레이시아 생산거점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정밀화학에서는 반도체 현상액이 핵심이다. 롯데케미칼과 일본 도쿠야마의 합작사 한덕화학은 반도체 미세회로 제조에 쓰이는 TMAH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용 고부가 소재도 확대 대상이다. 에너지에서는 수소 생산·유통·발전을 연결한다. 합작사 롯데SK에너루트는 울산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며 연말까지 총 80MW 규모의 설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산에서는 고압 수소출하센터가 지난해 11월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범용 화학제품 생산으로 축적한 기술과 산업단지 인프라를 반도체, 배터리, 수소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성장보다 중요한 수익성…전환 DNA의 시험대 관건은 새로운 사업이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느냐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101억원으로 두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초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23억원에 그쳤다. 반면 첨단소재 부문은 1325억원, 롯데정밀화학은 6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1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부가 사업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전지소재의 수익성 회복은 아직 과제라는 의미다. 투자를 무조건 늘릴 수도 없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7일 당초 770억원을 투입하려던 울산 폐PET 화학적 재활용 설비의 추가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미래사업이라도 투자회수 가능성이 낮으면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롯데케미칼의 DNA가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보해 시장을 넓히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설비를 줄이고 어떤 기술에 자본을 집중할지 선택하는 능력으로 바뀌고 있다"며 "2030년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생산능력보다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은 범용 설비를 합리화하고 그 기반 위에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전지소재와 수소를 쌓으려는 것"이라며 "확장으로 성장한 기업이 선택과 집중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을지, 롯데케미칼의 다음 DNA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22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22 07: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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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대표팀, 5연패 향해 나고야 출국…폭우에 그라운드 상태 '변수'
[경제일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5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결전지 일본으로 떠났다. 선수 24명이 모두 합류하면서 전력 구성은 마무리됐지만, 개최지에 이어진 폭우로 경기장 상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직원을 예정보다 하루 먼저 일본에 파견해 현지 상황 점검에 나섰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 나고야로 출국했다. 지난 14일 소집된 선수단은 15일부터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진행한 뒤 17일 상무 야구단과의 연습경기를 끝으로 국내 일정을 마쳤다. 19일과 20일 현지 적응훈련을 거쳐 21일 오후 6시 30분 대만과 조별리그 B조 첫 경기를 치른다. 류 감독은 이날 출국에 앞서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김도영(KIA 타이거즈)을 비롯해 부상 이력이 있는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했으며, 최종 명단 교체 없이 대회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21일 대만전에 맞춰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해 왔다고 밝혔다. 국내 마지막 실전서 드러난 투수진 과제…대만전 앞두고 전력 점검 대표팀은 출국 전 마지막 평가전에서 승리했지만 마운드에서는 보완 과제도 드러났다. 전날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7-6으로 역전승한 한국은 8회 승부치기에서 김주원과 김건희의 적시타 등을 묶어 4점을 뽑았다. 김건희는 끝내기 안타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투수진의 희비는 엇갈렸다. 오원석(kt 위즈)은 1이닝 4피안타 2실점, 배찬승(삼성 라이온즈)은 3분의 1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흔들렸다. 반면 김영우, 성영탁, 조병현, 최준용, 김진욱, 박영현은 실점 없이 등판을 마쳤다. 선발 자원인 곽빈과 최민석, 소형준은 이날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투수 11명과 야수 13명으로 구성됐다. 곽빈(두산 베어스)을 비롯한 투수진과 김도영, 문보경(LG 트윈스), 노시환(한화 이글스) 등 타선의 핵심 선수들이 금메달 도전에 나선다. 주장 노시환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며 팀 분위기를 조율하는 역할도 맡았다. 첫 상대 대만은 이번 대회 초반 승부처다. 한국은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패한 뒤 결승에서 다시 만나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에도 대만과 같은 B조에 편성됐다. 조별리그 성적이 슈퍼라운드까지 이어지는 대회 방식상 첫 경기 결과의 중요성이 크다. 한국은 오는 21일 대만, 22일 홍콩, 23일 태국과 차례로 맞붙는다. 조 2위 안에 들면 25~26일 슈퍼라운드에 진출하고, 슈퍼라운드 상위 두 팀은 27일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2022년 항저우 대회까지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폭우에 경기장 정비 지연…KBO 직원 선발 파견, 현지 환경 적응 관건 대표팀이 출국 직전까지 신경을 쓴 또 다른 문제는 경기장 상태다. 최근 나고야 일대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대만·태국전이 열리는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야구장과 홍콩전 장소인 도요하시 시민구장의 정비가 늦어졌다. 류 감독은 17일 연습경기를 앞두고 현지 경기장 관리 인력으로부터 그라운드 정비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KBO와 현지 관계자들이 사진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점검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경기 환경이 확보됐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에 KBO는 당초 선수단과 함께 18일 출국할 예정이던 직원을 하루 앞선 17일 일본으로 보냈다. 경기장 출입에 필요한 대회 출입증을 보유한 직원이 직접 그라운드 상태를 확인하도록 일정을 변경한 것이다. 이날 출국 현장에서도 우려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류 감독은 현지 시설과 그라운드가 완벽하게 정비됐다는 보고는 아직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변수를 고려해 국내 소집 기간부터 대비했으며, 현지에서도 적절히 준비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라운드 상태는 수비와 주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오카자키 구장은 내야가 흙으로 구성돼 있어 비로 지면이 물러지면 타구의 첫 바운드와 수비수의 움직임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류 감독도 지면 상태에 따른 타구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내야수들의 경험과 적응 능력을 믿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동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은 나고야 시내 호텔에서 숙박하며 경기장까지 차량으로 약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경기장 상태나 기상 여건에 따라 훈련과 이동 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대만과의 첫 경기 연기가 공식적으로 확정됐다는 발표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기장 복구 상황과 향후 기상 변화에 따라 일정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경기 취소나 연기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대표팀은 일본 입성 이후 이틀간 현지 적응훈련을 실시한다.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마운드 운용과 타순, 수비 조직력을 최종 점검하는 시간이다. 네 차례 연속 아시아 정상에 오른 한국 야구가 다섯 번째 금메달을 향해 출발했다.
2026-09-18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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