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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강한 대책보다 흔들리지 않는 규칙이 필요하다
[경제일보]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더 강한 대책을 꺼낸다. 대출 한도를 줄이고 규제지역을 넓힌다. 세금을 올릴 가능성을 내비치고 공급 물량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다. 시장이 잠시 주춤하면 규제를 풀고 대출 문턱을 낮춘다. 그러다 가격이 다시 뛰면 이전보다 센 대책을 내놓는다. 한국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이런 순환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달라졌고 같은 정부 안에서도 집값과 여론에 따라 규제가 수차례 바뀌었다. 시장 참여자는 현재의 제도보다 다음 대책을 먼저 계산하게 됐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건설하려는 기업도 정부가 정한 규칙을 믿고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신호도 가볍게 넘길 상황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7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1% 올랐다. 수도권은 0.21%, 서울은 0.30% 상승했다. 지방 상승률은 0.01%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값은 74주째 올랐고 전셋값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국이 함께 달아오른 시장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선호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시장에 가깝다. 가계대출도 다시 불어났다. 지난 6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동안 8조3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5000억원이었다. 5월과 6월 두 달 동안 늘어난 가계대출만 17조6000억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리면서 금융안정 위험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집값과 빚이 통화정책까지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25년 6월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에 6억원 한도가 도입됐다. 같은 해 9월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인 LTV가 50%에서 40%로 낮아졌다. 10월에는 주택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를 6억원, 4억원, 2억원으로 차등화했다. 2026년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내로 관리하고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대책은 충분히 강했다. 그런데 집값도 대출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더 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책 효과가 약한 원인을 규제의 강도에서만 찾으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대출을 더 막고 세금을 더 올리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정책의 강도와 정책의 신뢰는 다른 문제다. 아무리 센 규제라도 시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 수요자는 규제가 풀릴 때를 기다린다. 규제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면 시행 전에 거래를 서두른다. 특정 지역만 묶으면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특정 대출만 막으면 다른 금융상품을 찾는다. 정책이 시장을 이끄는 대신 시장이 다음 규제의 틈을 찾아 움직이게 된다. 한국은행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의 잦은 기조 변화는 대출 증가 억제 효과를 제한한다고 분석했다. 단기 경기 상황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규제를 활용하기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운용해 정책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규제를 반복해서 강화했는데도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진단이다. 주택은 주식처럼 오늘 사고 내일 파는 상품이 아니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기 위해서는 계약금을 마련하고 대출 가능액을 확인한 뒤 잔금 일정을 정해야 한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집으로 옮기는 과정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재건축과 재개발, 민간 주택사업은 토지 확보부터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계약을 맺은 뒤 대출 기준이 바뀌고 중도금을 낸 뒤 잔금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정책은 미래 행동을 안내하는 규칙이 아니라 이미 내린 결정을 뒤흔드는 위험이 된다. 법률상 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과거 선택에 대한 불이익과 다르지 않다. 법과 제도가 신뢰를 얻으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어떤 조건에서 규제가 적용되는지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조건에는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제도가 바뀔 때는 기존 계약과 진행 중인 거래를 보호하는 경과조치를 둬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정한 규칙을 지킨 사람이 뒤늦은 정책 변경으로 손해를 보고 규제의 빈틈을 예상한 사람이 이익을 얻는 구조가 반복되면 성실한 실수요자부터 제도를 믿지 않게 된다. 정책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예측 가능성을 잃은 행정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공급정책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 왔다.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수십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 준공 물량은 서로 다른 숫자다. 인허가를 받았다고 집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착공했다고 곧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는 98694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줄었다. 착공은 94367호로 27.0% 늘었지만 준공은 88143호로 4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안에서도 공급의 앞단과 뒷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5월 말 전국 미분양은 65239호에 달했다. 전국에 미분양이 쌓여 있으면서 서울과 수도권 선호 지역에서는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불균형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에서 언제 착공하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가다. 공급 계획은 토지 확보와 인허가, 착공, 준공으로 나눠 공개해야 한다. 일정이 늦어지면 지연 원인과 변경된 입주 시점을 밝혀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은 원칙대로 이어져야 한다. 대출 규제의 기본축도 다시 세워야 한다. 담보가치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비율을 정하는 LTV는 집값과 지역에 따라 수시로 바꾸기 쉽다. 반면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는 DSR은 빚을 갚을 능력을 기준으로 한다. 장기적인 가계부채 관리는 주택 가격이나 행정구역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을 중심에 두는 편이 타당하다.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 DSR 원칙을 무너뜨리는 예외 대출을 반복하기보다 장기 고정금리와 이자 지원, 공공주택 공급으로 돕는 편이 낫다. 정책대출을 늘렸다가 가계대출이 증가하면 다시 줄이는 방식은 지원 대상자에게도 안정적인 제도가 아니다. 규제지역 지정도 담당 부처의 판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집값 상승률과 거래량, 소득 대비 주택가격, 가계대출 증가율 같은 객관적 기준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일정 기준을 넘으면 규제가 강화되고 일정 기간 안정되면 완화된다는 경로를 시장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세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보유세는 거래와 보유에 관한 국민의 장기 선택을 바꾼다. 집값이 오를 때 세금을 올리고 거래가 얼어붙으면 다시 낮추는 방식은 매물 잠김과 거래 쏠림을 반복시킨다. 적어도 3년에서 5년 동안 어떤 세목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지 로드맵을 제시하고 충분한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정책을 바꾸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경제 여건과 인구 구조, 금리와 공급 상황이 달라지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다만 변경 조건과 절차가 사전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규칙 안에 변화의 기준을 넣는 것과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규칙 자체를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르다. 강한 대책은 발표 당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거래를 줄이고 대출 신청을 늦추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정책의 지속성을 믿지 않으면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뒤로 밀릴 뿐이다. 공급 사업도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임대차시장으로 부담이 옮겨갈 수 있다. 정부가 집값을 원하는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특정 가격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무리한 차입을 막고 충분한 주택이 꾸준히 공급되도록 제도를 관리하는 일이다. 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거래 과정의 불공정을 차단하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 부동산 시장의 신뢰는 대책의 횟수나 발표문의 수위에서 생기지 않는다. 오늘 정한 기준이 내일도 적용되고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의 기본 틀이 유지될 때 생긴다. 국민이 자신의 소득과 자산, 가족계획에 따라 주거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지금 내놓아야 할 것은 시장을 놀라게 할 또 하나의 대책이 아니다. 대출과 세제, 공급에 관해 언제 어떤 조건에서 무엇이 바뀌는지 알 수 있는 규칙이다. 부동산 정책에 필요한 힘은 예고 없이 휘두르는 규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래 지킬 원칙을 세우고 정부부터 그 원칙에 구속될 때 정책은 비로소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
2026-07-23 10: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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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디올백 종결' 뒤집어 보는 경찰…권익위는 누구의 권익을 지켰나
[경제일보]경찰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대상은 유철환 전 권익위원장과 정승윤 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사용하던 사무실 등이다. 경찰청 3대 특검 인계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6일 정 전 부위원장의 주거지도 압수수색했다. 적용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이다. 수사의 출발점은 300만원짜리 가방이 아니다. 권익위가 2024년 김건희씨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하는 과정에서 수뇌부가 실무진의 조사와 전원위원회의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당시 언론이 흔히 사용한 ‘무혐의’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권익위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아니다. 형사책임의 유무를 확정하는 기관이 아니라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를 조사해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에 이첩·송부할 사안인지 판단하는 반부패 행정기관이다. 권익위가 내린 결론은 형사재판의 무죄판결이 아니라 신고사건의 종결 결정이었다. 그 종결 결정이 정상적인 조사와 심의를 거쳐 나왔는지를 경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처벌 규정이 없다는 말로 덮을 수 없는 문제 사건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 취임 후 서울 서초동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명품가방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2023년 12월 19일 김씨와 윤 전 대통령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신고 접수 후 업무일 기준 116일이 지난 2024년 6월 10일 사건을 종결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사항을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보완이 필요할 때도 30일 범위에서만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권익위는 최장 90일의 법정 처리기간도 넘겼다. 정승윤 당시 부위원장은 대통령 배우자를 제재하는 규정이 청탁금지법에 없다는 점을 종결 이유로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과 가방 제공자의 직무 관련성, 가방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도 논의한 뒤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배우자 본인을 직접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는 설명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은 금품을 받은 공직자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실 하나로 사건 전체를 끝낼 수는 없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수수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를 처벌하는 구조도 두고 있다. 금품 제공자에 대한 제재 규정도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청탁금지법이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는 대신 공직자의 신고 의무와 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두고 있다는 법률 구조를 전제로 판단했다. 따라서 권익위가 확인했어야 할 대상은 김씨 개인의 처벌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가방 제공과 대통령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었는지, 윤 전 대통령이 가방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알게 된 뒤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거나 반환·인도 조치를 했는지, 제공자의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저촉되는지까지 조사했어야 했다.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문구는 조사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에 가까웠다. 권익위는 법률의 한 문장을 꺼내 사건 전체에 덮었다. 법조문을 좁게 잘라 읽으면 결론은 쉬워진다. 그러나 반부패기관의 임무는 권력자에게 가장 유리한 문구를 찾아주는 데 있지 않다.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법률이 요구하는 책임의 범위를 가려내는 것이 권익위가 해야 할 일이었다. 조사 마감일 밤, 조사 대상 대통령과 만난 권익위 2인자 2026년 출범한 권익위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는 당시 종결 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권익위 TF에 따르면 정 전 부위원장은 담당 부서의 의견과 달리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 보완을 반복적으로 지시해 사건 처리를 지연시켰다.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약 2시간 전에는 일부 정무직·상임위원을 따로 불러 수사기관 이첩이나 송부가 아닌 ‘사건 종결’을 처리 방향으로 제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 심각한 대목은 대통령 관저 회동이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처리기간 중 윤 전 대통령 등과 심야에 대통령 관저에서 약 1시간 동안 비공식 회동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동 시점은 당초 사건 처리 마감일 밤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권익위 신고사건의 피신고자였다. 조사기관의 수뇌부가 조사 대상자를 비공식적으로 만난 셈이다. 권익위가 회동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경찰이 밝혀야 한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사건 처리 방향에 관한 요청이나 언급이 있었는지, 회동 뒤 실무진에 어떤 지시가 내려갔는지, 회동 사실을 전원위원들에게 알렸는지가 수사의 중심에 놓인다. 조사 대상자와 조사기관 수뇌부의 비공식 접촉은 그 자체로 기관의 공정성을 훼손한다. 법률가라면 사건 당사자와 심판자의 접촉이 어떤 의심을 낳는지 모를 수 없다. 사건 당사자에게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혜를 의심할 만한 접촉부터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의무다. 그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면 법률 지식의 부족이 아니다. 직업적 양심의 문제다.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문구까지 의결서에 추가 TF가 확인한 의결서 작성 과정도 정상적인 행정기관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권익위 의결서는 원칙적으로 사건을 조사한 담당 부서가 전원위원회의 논의와 의결 내용에 따라 작성한다. 그런데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상정 의안에 없거나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하지 않은 사항을 의결서에 직접 추가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전원위원회는 장식물이 아니다. 여러 위원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사건을 심의하고 다수 의견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만든 합의제 기관이다. 회의 전에 결론을 정해 놓거나 회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을 사후에 의결서에 넣었다면 합의제 의사결정의 외형만 빌린 셈이다. 의결서는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설명문이 아니다. 실제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한 내용을 기록하는 공문서다. 수뇌부가 원하는 결론에 맞춰 의결서의 논리를 사후 보강했다면 전원위원들의 심의권과 실무진의 고유 업무를 침해했는지가 문제 된다.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대법원은 실무 담당자에게 법령과 절차에 따른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있는데도 상급자가 그 기준과 절차를 어기도록 지시한 경우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경찰은 정 전 부위원장과 유 전 위원장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실무진이 원래 작성한 보고서와 최종 의결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전원위원들의 독립적인 판단이 침해됐는지를 문서와 전자정보로 확인해야 한다. 직권남용죄 성립은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무진이 법령상 의무가 없는 일을 실제로 했거나 고유한 권한 행사가 방해된 결과까지 입증해야 한다. 이번 압수수색의 성패도 그 연결고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복원하느냐에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간부에게 돌아온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장 참담한 대목은 실무 책임자였던 김모 부패방지국장의 죽음이다. 김 국장은 명품가방 사건이 종결된 지 약 두 달 뒤인 2024년 8월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공개된 김 국장의 메시지에는 “지난 20년간 만든 제도를 제 손으로 망가뜨렸다”, “가방 건과 관련된 여파가 너무 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국장은 종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권익위원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죽음을 특정 사건 하나와 곧바로 연결해 형사책임을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권익위 자체 TF가 확인한 조직 내부의 처우는 별개의 문제다. TF는 정 전 부위원장이 사건 종결에 반대했던 김 국장의 회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주요 사건 업무에서 배제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공개적으로 비난한 정황을 확인했다. 권익위는 해당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정 전 부위원장의 현 소속기관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고인과 유족에게 기관 차원의 사과도 결정했다.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실무자의 의견이 조직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발언 제한과 업무 배제로 돌아왔다면 권익위의 내부 통제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반대 의견을 설득하지 못하자 사람을 배제하고 결론을 밀어붙이는 조직에서 합의제 의사결정은 작동할 수 없다. 부하 직원에게 청렴을 교육하면서 정작 수뇌부는 권력자의 사건 앞에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면 그보다 모순적인 일도 없다. 법률가의 지식이 권력의 방패가 될 때 유 전 위원장과 정 전 부위원장은 모두 법률가다. 유 전 위원장은 판사 출신이고 정 전 부위원장은 검사 출신 법학교수다. 법률의 문언과 행정절차가 왜 존재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법률가 출신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책임은 법조문을 많이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권력자가 불편해하더라도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하고, 실무자가 외압 없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 일을 하라고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부위원장 자리를 맡긴다. 법률 지식을 권력자의 책임을 가리는 데 사용하면 무지보다 해롭다. 법을 모르는 사람은 잘못 해석할 수 있지만, 법을 아는 사람이 결론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문구를 찾아 붙이면 법률은 책임을 묻는 기준이 아니라 책임을 피하는 기술로 전락한다. 청탁금지법에 대통령 배우자 직접 처벌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사람은 없다. 국민이 권익위에 물은 것은 법 조항 한 줄이 아니었다. 대통령 배우자가 고가의 금품을 받고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최고 권력자에게도 일반 공직자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지를 물었다. 권익위 수뇌부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116일을 끈 뒤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다는 설명을 내놓고 사건을 닫았다. 그 과정에서 조사 대상 대통령과 비공식 회동이 있었고, 회의 직전 종결 방향을 제시했으며,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이 의결서에 들어갔다는 것이 권익위 자체 조사 결과다. 이런 정황이 확인되고도 공직자의 재량이나 법률 해석의 차이라고 둘러댈 수는 없다. 재량은 정해진 절차 안에서 행사할 때 보호받는다. 법률 해석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반대 의견을 검토한 뒤 내놓아야 설득력을 얻는다. 결론을 정해 놓고 절차를 거꾸로 밟았다면 재량이 아니라 권한의 사유화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한 사건의 신뢰가 아니다 권익위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반부패 총괄기관’이라고 소개한다.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을 관장하고 공직사회 청렴도를 평가하며 부패 신고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관이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 사건 앞에서 처리기간을 넘기고, 조사 대상자와 수뇌부가 비공식으로 만나고, 실무진의 반대 의견을 누르고,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은 내용까지 의결서에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익위가 잃은 것은 김건희씨 사건 하나에 대한 신뢰가 아니다. 일반 공무원과 국민에게 청렴을 요구할 자격을 잃었다. 민원인에게 절차를 지키라고 말하고 공직자에게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라고 교육하면서 대통령 부부에게는 법의 빈틈부터 찾아줬다는 인식이 남았다. 공직자는 정권과 함께 일할 수 있지만 정권을 위해 일해서는 안 된다. 임명권자에게 인간적인 의리를 느낄 수는 있어도 법률상 직무를 그 의리 아래 둘 수는 없다. 권력자의 눈치를 살펴 결론을 정하는 사람이라면 반부패기관의 수뇌부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된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경력, 판사와 검사를 지냈다는 이력, 법을 가르친다는 직함도 공직자의 양심을 대신하지 못한다. 오히려 법과 절차를 잘 아는 사람이 본분을 저버렸다면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경찰 수사는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히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 관저 회동과 사건 지연, 사전회의, 의결서 수정, 실무진 배제 사이에 어떤 연결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권익위의 독립적인 심의 절차가 권력을 위해 훼손됐다면 그 책임을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물어야 한다. 권익위 간판에는 아직도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그 문구를 다시 사용할 수 있으려면 먼저 권익위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반부패기관의 신뢰는 홍보 문구나 사과문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권력 앞에서 법을 굽힌 사람이 누구인지 가려내고 그에 맞는 책임을 묻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6-07-20 1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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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다시 보복전 격화…휴전 붕괴에 전면전 우려 고조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다시 전면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2명이 숨지자 미국이 즉각 보복 공습에 나섰고,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군 시설과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확대했다. 한 달 전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는 사실상 무효화됐다. 양국이 상대방의 합의 위반을 주장하며 보복과 재보복을 이어가면서 전선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요르단과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 전역으로 넓어지는 양상이다. 19일 로이터와 AP통신, 미 중부사령부(CENTCOM) 등에 따르면 미국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미군의 야간 공습은 8일 연속 이어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요르단에서 중부사령부와 연합군이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미군 2명이 전사하고 1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 장병을 공격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신속하게 응징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운항을 위협하는 이란의 군사 능력을 약화하기 위해 새로운 공습을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숨진 미군은 16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최소 4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이란 핵무기 절대 허용 안 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군사작전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매체 뉴스네이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장병들이 목숨을 잃은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쟁의 목표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도 엑스에 “장병들의 희생은 우리의 결의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미군 사망을 이란의 직접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추가 보복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군의 공습은 이란 남부 시리크와 하자바드, 반다르아바스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된 항만·군사 거점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안 방어망과 미사일 전력이 배치된 곳으로 꼽힌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과 타스님통신은 시리크와 하자바드가 각각 공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 측은 현재까지 민간인 사상자나 대규모 시설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이번 작전의 목표는 민간시설이 아니라 혁명수비대의 미사일·드론 능력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 수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격 지역이 항만과 전력망에 인접해 있어 교전이 장기화할 경우 민간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미국 대통령 서명은 무가치” 이란도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서면 메시지에서 미국이 종전 MOU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미국 대통령의 서명이 얼마나 무가치하고 효력이 없는지가 다시 드러났다”며 “미국이 전쟁을 확대한다면 이란 국민과 저항 전선이 잊을 수 없는 교훈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도 “미국이 MOU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만 일방적으로 합의를 준수할 이유가 없다”며 합의 이행 중단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MOU 중단 선언과 관련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양국 정상이 사실상 합의 파기를 공식화하면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초 임시 휴전에 합의한 데 이어 6월 중순 종전 MOU를 발효했다. MOU에는 상호 군사행동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상선 운항 보장, 이란 핵 문제에 관한 후속 협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위협하고 미군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미국이 공습 중단과 제재 완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결국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교전이 재개되면서 MOU는 한 달 만에 사실상 무너졌다. ◆이란 공격, 걸프 미군기지·민간시설로 확산 이란의 공격 대상은 이스라엘이나 호르무즈 해협에 머물지 않고 있다. 요르단과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등 미군이 주둔한 걸프 국가로 전선이 확대됐다. 이란은 이들 국가 내 미군 시설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웨이트에서는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 일부 석유 관련 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국제공항 운영도 한때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과 카타르 당국은 자국 영공으로 진입한 이란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바레인에서도 공습경보가 두 차례 발령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방공태세를 강화했다. 걸프협력회의(GCC)는 성명을 통해 “바레인과 쿠웨이트, 요르단의 민간 기반시설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은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자심 모하메드 알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은 “민간인의 생명과 필수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즉각적인 국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걸프 국가들은 그동안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면서도 이란과의 직접 충돌은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란의 공격이 반복되면 방공 지원과 기지 제공을 넘어 군사작전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걸프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교전에 가담할 경우 현재의 미·이란 충돌이 양국 간 제한전을 넘어 중동 지역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핵시설 공격이 전면전 분수령 전면전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는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핵시설이 꼽힌다. 미국은 이란의 해협 통제 능력을 약화한다는 명분으로 남부 항만과 미사일 기지를 공격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공습이 계속되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이동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선박 공격이나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국제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가 동시에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봉쇄보다 선박 피격 위험에 따른 보험료 상승과 운항 기피가 먼저 원유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추가 공격 가능성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저지를 전쟁 목표로 재차 제시한 만큼 미국이 혁명수비대 시설을 넘어 농축시설과 관련 인프라를 타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이 이에 맞서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나 우라늄 농축 확대에 나설 경우 외교적 타협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측의 군사행동 확대에 우려를 나타내며 즉각적인 긴장 완화와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민간 기반시설과 국제 해상운송에 대한 공격은 중동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며 “추가적인 군사행동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상대국 점령이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총력전보다는 군사시설을 선별적으로 공격하는 제한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 사망과 걸프 국가 피해가 이어지면서 공격의 강도와 범위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규모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이란 핵시설·미군 주요 기지가 직접 타격을 받을 경우 보복 수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전 협정이 무너진 상황에서 양측의 오판을 막을 새로운 중재 통로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전면전 확산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026-07-19 1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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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국회가 된 7월 임시국회, 국민은 또다시 뒷전인가
[경제일보] 7월 임시국회가 또다시 '반쪽 국회'라는 오명을 안은 채 막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거대 여당은 민생 개혁 입법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했고, 제1야당은 원 구성 강행에 반발하며 국회 보이콧을 이어가고 있다. 입법부의 양 축인 여야가 출발부터 등을 돌린 채 대치하는 모습은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민은 민생을 해결하는 국회를 원했지만, 정치권은 또다시 힘겨루기와 감정싸움으로 응답하고 있다. 의회민주주의는 다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수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하는 절차가 전제될 때 비로소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최근 국회의 모습은 다수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려는 오만과, 이에 맞서 국회 자체를 거부하는 무책임이 맞부딪치는 최악의 정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거대 여당은 국민이 부여한 의석을 국정 운영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책임보다 힘을 앞세운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은 결코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다. 원 구성부터 주요 법안 처리까지 협의와 조정 대신 숫자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방식은 국회의 존재 이유인 토론과 합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경시한 입법은 법률의 생명력마저 약화시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히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야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의회민주주의에서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조직이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다. 그러나 국회 보이콧을 상시적인 정치투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민이 부여한 책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회의원이 국회를 떠나는 순간 손해를 보는 것은 여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민생 현안은 방치되고, 경제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여야 모두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승자독식의 제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정치 시스템이다. 다수는 힘을 절제해야 하고, 소수는 책임 있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느 한쪽만 민주주의를 말해서는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는 여전히 서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고, 자영업자의 폐업은 이어지고 있으며, 청년들의 취업난과 기업들의 투자 위축도 심화되고 있다. 미국발 관세 정책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저성장 고착화라는 대외 변수까지 겹쳐 민생은 한순간도 지체할 여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뤄야 할 법안들은 대부분 국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들이다. 추가경정예산 후속 입법과 경제 활성화 대책, 소상공인 지원,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노동시장과 연금 개혁 등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다. 그러나 여당은 독주하고 야당은 퇴장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법안은 졸속 처리되거나 아예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피해는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 군자의 정치라는 뜻이다. 노자 역시 『도덕경』에서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이 오래간다"고 가르쳤다. 상대를 굴복시키는 정치보다 상대를 포용하는 정치가 오래간다는 인류의 지혜를 오늘의 정치권은 되새겨야 한다. 국회는 승패를 겨루는 경기장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헌법기관이다. 여당은 숫자의 우위를 겸손으로 다스려야 하며, 야당은 보이콧보다 정책 경쟁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원 구성과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여야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일정 기간의 숙의와 공개 토론을 제도화하는 등 협치를 복원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도, 무조건 거부하는 정치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 국민은 정치권의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국회를 구성하라고 표를 준 것도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하며, 갈등을 조정하라고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7월 임시국회가 또 하나의 '반쪽 국회'로 끝난다면 국민의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의석이 아니라 더 큰 책임감이며, 더 높은 목소리가 아니라 더 깊은 경청이다. 국회가 협치를 잃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정쟁의 장막을 걷어내고 국민 앞에 마주 앉아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부여한 의회의 책무이며, 국민이 마지막으로 정치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상식이다.
2026-07-06 09: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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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을 넘어 국정 협력으로, 지금은 대한민국을 재설계할 때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오찬은 전·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넘어 우리 정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적 자리다. 여권 내부에서는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과 노선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 여당에서는 정책 방향과 국정 운영 방식을 둘러싼 토론이 이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을 생각하면 정치의 중심은 내부 경쟁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야 한다. 세계는 거대한 전환기에 들어섰다. 생성형 AI는 산업과 일자리, 교육과 행정, 국방과 금융까지 국가 시스템 전반을 바꾸고 있다. 여기에 미·중 전략 경쟁, 중동 정세의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공급망 재편,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 소멸 등 복합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정치 문법만으로는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제 대한민국은 부분적인 보수나 미세한 조정보다는 국가 운영 시스템을 시대 변화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수준의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라 내용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장 전략을 마련하고,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며, 산업과 교육, 행정과 규제를 미래 환경에 맞게 혁신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다. 집권 세력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선거를 치르는 정당과 국정을 운영하는 집권 세력은 역할이 다르다. 집권 이후에는 지지층의 기대를 존중하는 동시에 국민 전체의 삶을 책임지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국정 운영은 통합과 협력, 그리고 실용적 해법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민주개혁 진영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다. 국정 경험을 가진 전직 대통령의 조언과 협력은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전임 정부의 성과와 경험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적 연속성과 시대적 혁신은 상충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목표다. 민주당 역시 내부 경쟁을 미래 비전 경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다양한 의견은 민주주의의 힘이지만, 그것이 소모적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집권당의 책무는 정권의 성공이 아니라 국민의 성공이며, 국정의 안정이 곧 국민의 안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 시대 국가 경쟁은 더 이상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와 피지컬 AI, 교육 혁신과 규제 개혁,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양성은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은 물론 사회 각계의 협력이 절실하다. 오늘의 오찬이 단순한 정치 일정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국정 운영을 위한 신뢰를 쌓고, 미래를 위한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과거를 둘러싼 논쟁보다 미래를 향한 공동의 비전이다. 정치는 갈등을 확대하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지혜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도약의 문 앞에 서 있다. 정치가 시대의 변화를 읽고 국민을 하나로 모을 때,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도 비로소 힘을 얻게 될 것이다.
2026-07-01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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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의 제물이 되어서는 안 될 반도체, 국가 백년대계로 접근해야 한다
[경제일보] 대한민국 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또 하나의 중대한 선택이 시작됐다. 정부가 삼성과 SK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호남 반도체 공장+α'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국가 균형발전과 AI 대전환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 산업 구조를 분산하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겠다는 구상 자체는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 할 만하다. 더욱이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자산인 반도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국가 산업의 회복력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발표 직후 정치권은 또다시 본질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있다. 야당은 "직권남용", "선심성 정책"이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여당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라는 국가 생존 전략이 정치적 유불리의 계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국가 미래를 위한 투자조차 정권에 따라 찬성과 반대를 반복하는 정치 풍토에서는 어느 기업도 장기 투자를 결심하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선거 주기에 맞춰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 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고, 인력 양성과 공급망 구축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의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각국이 국가 차원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반도체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우리만 정치적 소모전에 시간을 허비할 여유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장 유치라는 화려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만 세운다고 성공하는 산업이 결코 아니다. 초순수 용수 공급 체계와 안정적인 전력망, 대규모 변전시설, 광역 교통망, 연구개발 인프라,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이 동시에 갖춰져야 비로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은 단 1초의 정전에도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산업이다. 용수 공급 역시 단 하루라도 차질이 생기면 생산 라인 전체가 멈춘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공장 유치 실적만 앞세운다면 또 하나의 '반쪽짜리 국가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무엇보다 서둘러야 할 일은 정치적 홍보가 아니라 인프라 구축이다. 전력망 확충 계획은 언제 완성되는지, 산업용 용수는 어떤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지, 항만과 고속도로, 철도망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국민 앞에 제시되어야 한다. 인허가 절차 역시 획기적으로 단축해 기업들이 불확실성 없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더 중요한 과제는 상생 생태계다. 정부가 대기업의 반도체 과실을 협력업체와 공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경쟁력은 삼성과 SK 같은 대기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산업 생태계가 완성된다. 일본이 오랜 기간 소재 기술을 축적했고 독일이 장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수많은 강소기업이 산업의 뿌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면 단순한 생산기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연구소와 대학, 스타트업, 장비기업, 소재기업이 함께 모여 혁신을 창출하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정착할 수 있는 교육과 주거, 문화 환경까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진정한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이미 수도권 일극 체제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고 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경제 논리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국가 경쟁력과 지역 발전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하려면 철저한 경제성 분석과 현실적인 실행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반대를 위한 반대도, 성과를 위한 과장도 아니다. 국가 미래를 위한 초당적 협력이다. 반도체는 이제 특정 기업의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이자 경제이며 미래 그 자체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국가 전략, 지역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공급망이 구축될 때 비로소 이번 호남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신화로 기록될 것이다. 정치가 그 길을 열어야지, 그 길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국가 백년대계를 정쟁의 제물로 삼는 순간, 그 피해는 결국 미래 세대 모두의 몫이 될 뿐이다.
2026-06-29 09: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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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잃은 검찰개혁, 당권 경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에는 선거철이나 전당대회가 다가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의제가 있다. 바로 검찰개혁이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거대한 명분은 언제나 시대적 과제로 제시되지만, 정작 그 논의가 전개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국민을 위한 제도 개선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앞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역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정부와 여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기능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찰개혁 로드맵을 제시하자마자 정치권은 곧바로 당권 경쟁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개혁의 방향과 제도의 실효성을 놓고 차분히 토론하기보다 누가 더 강한 개혁론자인지를 겨루는 선명성 경쟁이 시작됐다. 국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문제마저 정치적 이벤트로 소비되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검찰개혁은 특정 정권의 정치적 과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형사사법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하는 국가적 과제다. 수사와 기소의 권한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국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권한 집중을 어떤 방식으로 견제할 것인지 등은 정파를 초월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다. 무엇보다 그 변화의 결과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여권 내부에서도 검찰개혁을 둘러싼 미묘한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당 지도부와 당권 주자들은 서로 개혁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상대를 향해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국민의 눈에는 국가 제도의 미래를 놓고 토론하는 모습보다 당 대표 선거를 앞둔 정치적 경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이 국민을 위한 제도 개선인지, 아니면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상징인지 의문을 갖게 되는 이유다. 언론 현장에서 수십 년 동안 권력기관 개혁의 역사를 지켜보며 확인한 사실은 하나다. 원칙보다 정치가 앞선 개혁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개혁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국민의 불편을 줄이고 법치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여야 한다. 그러나 정치가 개입하는 순간 개혁은 본질을 잃고 진영 대결의 상징으로 변질되기 쉽다. 결국 남는 것은 갈등과 혼란뿐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문제 역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보완수사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을 바로잡고 사실관계를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이를 전면 폐지할 경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어떤 공백이 발생할지, 경찰 수사의 오류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피해자 보호는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수사권 조정 이후 나타난 여러 현실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든다. 사건 처리 지연과 수사 적체, 기관 간 책임 공방, 국민이 체감하는 불편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제도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바뀐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 정치권은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개혁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다. 국민은 검찰이라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 개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검찰을 없애기 위해 개혁을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독립된 사법 시스템, 그리고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형사사법 체계다. 검찰개혁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언제나 국민이어야 한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선명성 경쟁을 멈추고 실질적인 제도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의 기능 분리가 국민의 권익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경찰 권한이 확대될 경우 어떤 견제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 사건 처리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은 무엇인지 등을 국민 앞에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적 구호만으로는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를 설계할 수 없다. 진정한 개혁은 반대 의견을 적으로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함께 검토하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간다. 숙의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실험이고,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검찰개혁은 특정 정치인의 당권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국가적 과제다. 눈앞의 전당대회와 선거를 위해 거대한 제도를 정치적 구호로 소비하는 순간 개혁은 신뢰를 잃는다. 대한민국은 지금도 수많은 민생 현안과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국민을 편 가르며 개혁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안심하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검찰개혁의 기준은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의 권익이어야 하며, 목적지는 특정 정치인의 당대표 자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성숙이어야 한다. 기본과 원칙, 그리고 국민 중심이라는 가장 단순한 상식을 되찾을 때 비로소 검찰개혁은 진정한 개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26-06-27 12: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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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김민석, 워크숍서 맞붙은 '원팀론' VS '대통령 중심론'…민주당 전대 전초전 막 올랐다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이 차기 당권 경쟁의 전초전으로 변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21일 같은 무대에 올라 이재명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한목소리로 말했지만 메시지의 결은 뚜렷하게 달랐다. 정 대표는 ‘당정청 원팀’과 민심을 앞세웠고, 김 총리는 ‘대통령 중심’과 강한 민주당 재건을 강조했다. 겉으로는 축사였지만 내용상으로는 8·17 전당대회를 겨냥한 노선 경쟁이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정 대표의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하나”라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어 “당정청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 남은 민생·개혁 과제들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현 지도부가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고 이제는 정부와 보조를 맞춰 국정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사실상 연임 도전을 앞둔 대표가 당내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지금은 지도부 교체보다 안정적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동시에 몸을 낮췄다. “민심이 천심이고 국민은 언제나 옳다”고 했다.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다수 지역을 가져왔지만 서울시장 선거 등 핵심 승부처에서 아쉬움을 남긴 만큼, 승리에 취하기보다 민심의 경고를 읽어야 한다는 태도다. 이는 연임론의 약점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읽힌다.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선 이겼지만 수도권 핵심 지역과 일부 재보궐 패배는 정 대표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김 총리의 메시지는 더 공격적이었다. 그는 현 시점을 “당의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흔들리면, 대통령이 흔들리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원팀론을 넘어선다. 민주당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더 강하게 정렬돼야 하며, 당 역시 다시 이기는 체질로 재편돼야 한다는 뜻이다. 당권 경쟁 구도로 옮겨놓으면 김 총리는 ‘관리형 대표’가 아니라 ‘재정비형 대표’의 필요성을 부각한 셈이다. 두 사람의 차이는 지방선거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정 대표는 강원 동해시장 선거 등 민주당의 상징적 승리를 거론하며 “눈부신 선전”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국민이 보내주신 매서운 질책과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승리의 성과를 강조했다. 반면 김 총리는 “좋은 결과를 냈지만 완벽한 승리라고 선언하기 어려운 결과가 있었다”고 했다. 같은 성적표를 두고 정 대표는 ‘성과 속 성찰’을, 김 총리는 ‘승리 속 경고’를 더 크게 본 것이다. 이 차이는 차기 전당대회의 핵심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얻은 성과를 현 지도부의 공로로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서울 등 상징 지역 패배를 계기로 당의 체질 개선을 요구할 것인지가 당권 경쟁의 첫 번째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정 대표가 연임 안정론을 앞세운다면 김 총리는 대통령 중심의 확장·실용·개혁 노선을 내세워 맞설 가능성이 크다. 정 대표에게는 조직과 현직 프리미엄이 있다. 그는 당 대표로서 지방선거를 지휘했고 당내 강성 지지층과 개혁 성향 당원 기반도 탄탄하다. 당정청 원팀론은 현 정부 초기 국정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과 맞닿아 있다. 다만 대표 연임론에는 피로감과 책임론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서울시장 패배와 일부 재보선 결과는 “이긴 선거였지만 완승은 아니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김 총리에게는 대통령과의 호흡, 국정 운영 경험, 확장성이라는 카드가 있다. 그는 이날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정이 완벽하게 하나 되고 개혁의 DNA를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고 했다. 총리직에서 당으로 복귀할 경우 김 총리는 단순한 도전자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을 가까이서 경험한 ‘국정형 당권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다만 총리 인준 절차와 당 복귀 시점, 당내 조직 기반 확보가 변수다. 이번 워크숍은 민주당 내부 경쟁이 친명 주류 안에서 벌어지는 복합 구도라는 점도 보여줬다. 과거처럼 친명 대 비명, 주류 대 비주류의 단순한 대결이 아니다. 정 대표와 김 총리 모두 이재명 정부 성공을 전면에 내건다. 차이는 ‘누가 더 대통령과 정부를 잘 뒷받침할 수 있느냐’에 있다. 정 대표는 당의 연속성과 현장 조직을, 김 총리는 국정 안정과 당 재정비를 각각 앞세우고 있다.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집권여당 대표는 단순히 당내 권력의 정점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정부를 뒷받침하면서도, 민심이 어긋날 때는 쓴소리를 해야 한다. 개혁 입법을 밀어붙이되, 시장과 중도층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승리의 흥분이 아니라 권력 운영의 절제다. 정 대표와 김 총리의 첫 신경전은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한쪽은 “민심이 천심”이라며 낮은 자세를 말했다. 다른 한쪽은 “대통령이 흔들리면 안 된다”며 강한 당을 말했다. 두 문장은 모두 맞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다음 대표는 두 문장 중 하나만 선택해서는 안 된다. 민심을 잃은 원팀은 오만이 되고, 대통령만 바라보는 단단함은 폐쇄성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대통령과 따로 가는 당은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고, 성찰만 반복하는 당은 집권 능력을 의심받는다. 한 정치컨설팅 전문가는 “8·17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내부 권력 경쟁을 넘어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를 무대가 될 전망”이라며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민심과 권력 사이의 균형을 더 잘 잡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2026-06-21 17: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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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뒷전, 당권만 좇는 여의도의 씁쓸한 자화상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선장과 항해사는 서로 조타기를 잘못 잡았다며 멱살잡이만 하고 있다. 갑판 아래에서는 승객들이 물이 차오르는 공포에 떨고 있는데도 말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이 꼭 그렇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선거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거의 교훈을 되새기기는커녕 선거 결과를 둘러싼 책임 공방과 당권 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의도는 민심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권력을 계산하는 공간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예외가 아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자 지도부를 향한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진정 묻고 있는 것은 누가 대표직을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다. 왜 국민이 등을 돌렸는가, 왜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가에 대한 성찰이다. 안타깝게도 정치권은 그 질문을 외면한 채 차기 권력의 향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투표용지 부실 관리 사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였다. 선거 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고 국민의 신뢰는 상처를 입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고민하고 청년들은 취업난에 신음하며 노년층은 생활비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민생 대책이 아니라 계파 갈등과 권력 재편 이야기뿐이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정치인 자신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가 바르면 백성도 자연히 바르게 따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는 바름보다 유불리를 먼저 따지고 있다. 국민의 고통보다 당내 권력 지형에 더 관심을 보이고, 국가의 미래보다 다음 전당대회와 공천을 더 걱정하는 모습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성인은 자기 자신을 뒤로하고 백성을 앞세운다"고 했다. 또한 "강한 것은 부러지고 부드러운 것이 살아남는다"고 가르쳤다. 지도자는 권력을 움켜쥐려 할수록 결국 그 권력에 갇히게 되고, 백성의 목소리를 낮은 자세로 듣는 자만이 오래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권은 어떠한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는 대신 상대 진영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데 더 익숙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양당 모두 선거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한다는 점이다. 국민의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이를 내부 권력투쟁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선거 책임론이 본래의 의미를 잃고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순간, 정치의 품격은 무너진다. 국민의 채찍질은 쇄신을 위한 것이지 계파 싸움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은 책임 정치다. 권한을 가졌다면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에서는 책임지는 지도자를 찾기 어렵다. 모두가 남의 탓을 한다. 정부는 야당을 탓하고 야당은 정부를 탓한다. 당 지도부는 전임 지도부를 탓하고 계파는 상대 계파를 탓한다.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서로를 향한 비난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성경 잠언에는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도자가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는 순간 몰락은 시작된다는 경고다. 역사를 돌아보면 국민의 경고를 무시한 정권과 정당 가운데 오래 살아남은 사례는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저성장과 고물가, 인구 감소와 청년 실업, 인공지능(AI) 시대의 산업 재편,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권력 다툼에만 몰두한다면 국가는 방향을 잃고 국민은 희망을 잃게 된다. 정당은 권력을 얻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적 기관이다. 대표직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당권은 국민을 위한 봉사의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수단이 목적이 되고 봉사가 권력욕으로 변질되면 정치는 본래의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배가 침몰할 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잘못을 따지는 싸움이 아니다. 승객을 구하기 위한 협력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도 필요한 것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다. 국민은 더 이상 변명하는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은 책임지는 지도자, 듣는 지도자, 행동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여야는 이제 당권이라는 독배를 내려놓아야 한다. 선거 결과에 담긴 국민의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민생이라는 본분으로 돌아와야 한다. 쇄신 없는 권력투쟁의 끝은 공멸이다. 반대로 책임 정치와 협치의 정신을 회복한다면 위기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치는 권력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일이다. 그 가장 단순한 진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 대한민국 정치가 가장 먼저 되찾아야 할 상식이다.
2026-06-18 17: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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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데드크로스 맞은 이재명 대통령, SNS 정치 접고 국정 기조 쇄신해야
[경제일보] 정권 출범 초기 대통령 지지율은 국정 동력의 바로미터다. 국민은 선거 결과를 통해 새로운 정부에 기대와 희망을 보내고, 대통령은 그 기대를 국정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취임 후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오던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처음으로 '데드크로스'를 맞았다.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수치 자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안에 담긴 민심의 경고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단순한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최고 책임자를 기대한다. 특히 경제 불안과 민생 침체,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은 안정감 있는 리더십과 통합의 정치를 원한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의 행보는 이런 기대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등 외교 무대에서 일정한 존재감을 보였다. 국제 사회와의 협력 강화,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외교 성과가 국내 민심의 냉랭한 평가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를 대통령 스스로 깊이 성찰해야 한다. 정치의 중심은 해외가 아니라 국민의 삶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외교 성과보다 물가와 일자리, 주거와 교육, 그리고 정치적 안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여당 내 갈등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이 이를 조율하고 정리하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모습보다 SNS를 통해 직접 메시지를 내고 정치 현안에 개입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오히려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일반 정치인의 발언과 무게가 다르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곧 정부의 방향으로 해석되고 시장과 국민은 이를 정책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SNS를 통한 즉흥적 소통이나 특정 정치 현안에 대한 직접 개입은 자칫 국정 운영의 중심을 흐릴 수 있다. 더욱이 여당 내부 문제나 정치적 갈등에 대통령이 지나치게 관여할 경우 당정 관계마저 왜곡될 수 있다. 역대 정부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이 여당 운영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당의 자율성은 약화되고, 반대로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충돌할 경우 이를 조정할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결국 갈등은 증폭되고 국정 동력은 약화된다. 만약 향후 여당 대표와 대통령 간에 정책 노선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대치 국면이 형성된다면 누가 이를 중재하고 조율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심판과 선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순간 정치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정부는 정책 추진력을 잃고, 여당은 분열하며, 국회는 정쟁에 빠진다. 경제와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국민은 또다시 정치의 혼란을 감내해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은 당내 권력 다툼을 관리하라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라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정 기조의 전면적인 쇄신이다. 대통령은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정치적 지지층만 바라보는 메시지에서 벗어나 중도층과 무당층, 그리고 비판적 국민의 목소리까지 경청해야 한다. 민심은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의 방향을 바로잡기 위한 나침반이다. 공자는 "군자는 화합하되 같아지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도자는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하면서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갈등의 중심이 아니라 조정의 중심에 서라는 것이다. SNS 정치로 박수를 받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번 데드크로스는 단순한 여론조사 수치의 변화가 아니다. 국민이 보내는 경고장이자 국정 쇄신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대통령이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한다면 지지율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그러나 겸허하게 민심을 수용하고 국정 운영 방식을 재정비한다면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더 많은 정치가 아니라 더 나은 국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은 SNS 정치에서 벗어나 민생과 통합, 그리고 책임 있는 국정 운영으로 답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며,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는 유일한 길이다.
2026-06-18 0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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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선거는 배우고, 국내 투표용지는 못 챙긴 선관위
[경제일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신뢰를 정면으로 흔든 사건이다. 선거 당일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제때 내주지 못했다. 선거 절차에서 투표용지는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이다. 참관인 배치, 개표 관리, 선거운동 단속, 투표함 이송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에게 건넬 투표용지가 없으면 선거는 그 자리에서 멈춘다. 이번 일을 현장 착오나 일시적 혼선으로 넘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의 사퇴는 뒤늦은 수습의 시작일 뿐이다. 이번 사태는 한 위원장의 사의 표명으로 덮을 수 있는 행정 사고가 아니라 중앙선관위 운영 전반의 책임을 묻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그러나 독립성은 정치권으로부터 선거관리를 지키기 위한 장치이지 국민 앞의 설명 책임을 덜어주는 방패가 아니다. 선관위가 정치권의 영향에서 벗어나 선거를 관리하려면 먼저 국민 앞에 설명 가능한 조직이어야 한다. 선거관리의 기본이 무너졌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7194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된 곳도 26곳에 달했다. 중앙선관위가 애초 밝힌 부족 규모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선관위가 선거 직후 사태의 전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적어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선거관리의 실패가 투표소 현장에서 그쳤는지, 보고와 대응 과정까지 이어졌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노 전 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허철훈 전 사무총장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퇴만으로 매듭지을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노 전 위원장과 허 전 사무총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와 서울시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일부 구 선관위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돼야 하고, 조직 책임은 조직 책임대로 규명돼야 한다. 형사책임 성립 여부와 별개로 선관위가 선거관리의 기본 의무를 다했는지는 반드시 확인돼야 한다. 과로론으로 덮을 수 없는 중앙선관위 책임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는 현장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직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가 잘못한 건 인정하더라도 선거 시스템이 과부하된 현 상황은 알려야 한다”며 “근본적 원인은 살인적 업무량과 적은 인원”이라고 썼다. 또 다른 직원은 “1명이 100곳 이상의 투표소를 관리하는데, 용지가 부족하다는 연락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면 혼자 처리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송파구 선관위의 경우 직원 13명 중 3~4명 정도가 관할 투표소 146곳의 투표 상황 관리와 개표 준비까지 맡아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설명도 나왔다. 현장 직원의 고충은 가볍게 볼 수 없다. 선거 때마다 구·시·군 선관위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1명이 100곳 넘는 투표소를 관리해야 했다면 정상적인 인력 운용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바로 그 사정 때문에 중앙선관위의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인력이 부족했다면 선거 전에 보강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업무량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면 위험 지점을 미리 점검했어야 한다. 투표용지 배부량 산정, 예비분 확보, 긴급 수송 체계, 보고 라인, 현장 대응 매뉴얼은 선거가 끝난 뒤 내부 게시판에 호소할 문제가 아니라 선거 전에 갖춰야 할 선거관리의 기본 장치다. 유권자 입장에서 따질 대목은 하나다. 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부족했느냐는 것이다. 업무가 많았다는 말은 설명의 일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선거관리기관이 선거 당일 투표용지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면 먼저 국민 앞에 책임을 설명해야 한다. 그다음에 인력과 제도 문제를 말해야 한다. 순서가 바뀌면 내부 사정은 국민 눈에 책임 회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몰디브 출장이 부른 국민의 냉소 이번 사태가 더 큰 분노를 부른 데에는 선관위의 기존 논란도 영향을 미쳤다. 성과급, 휴직, 해외 출장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몰디브 대통령 선거 참관 출장은 상징성이 크다. 2023년 9월 선관위 직원 5명은 7박 9일 일정으로 몰디브 대통령 선거를 참관했다. 보고서에는 후보자 선거사무소 방문, 선거운동 참관, 투·개표 참관, 공식 만찬 참석 등이 담겼다. 출장 목적은 ‘변화된 외국 선거환경 파악 및 선거법제 비교 연구’였다. 문구만 놓고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 이후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몰디브에서 선거 제도를 배우고 왔다는 기관이 정작 국내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용지를 못 챙겼다. 보고서에 해변 깃발 사진과 섬 지역 선거운동 설명이 실렸다는 대목까지 알려지면서 국민의 냉소는 더 커졌다. 선거 제도를 배우러 몰디브까지 갔다는 설명은 지금 상황에서 희대의 코미디처럼 들린다. 외국 선거제도 연구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해외 선거 참관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출장은 성과로 설명돼야 한다. 몰디브 출장 보고서가 국내 선거관리 개선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이번 사태 앞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해변의 깃발과 섬 지역 선거운동을 보고 온 기관이 정작 국내 투표소의 용지 부족을 막지 못했다면, 제도 연구라는 설명보다 방만한 조직문화라는 비판이 먼저 나올 수밖에 없다. 선관위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도 몰디브를 포함해 1년간 33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스위스, 스페인 등 유럽을 중심으로 선거 신뢰성 제고 등을 이유로 한 출장도 이어졌다고 한다. 해외의 선거 신뢰성을 살피러 다니는 동안 국내 선거관리의 신뢰는 어디서 새고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선거 신뢰성은 보고서 제목이 아니라 투표소 현장에서 쌓인다. 유권자가 줄을 서고, 신분을 확인받고, 투표용지를 받아 기표소로 들어가는 과정이 막힘없이 작동해야 신뢰가 생긴다. 독립성은 책임 회피의 방패가 아니다 선관위가 그동안 누려온 독립성과 권한은 작지 않다. 선거를 관리하고 정당·정치자금 업무를 다루며 위법 선거운동을 조사한다. 정치권도 선관위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 기관일수록 내부 통제와 외부 검증은 더 엄격해야 한다. 그런데 선관위는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와 인사, 예산, 조직 운영 전반에서 느슨한 감시를 받아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독립기관이라는 지위가 성역처럼 굳어졌다면 이번 사태는 그 벽을 다시 세울지, 허물지 가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회가 선관위 개혁 법안을 내놓는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외부감사를 가능하게 하는 감사원법 개정과 전국 선거 기간 선관위 직원들의 휴가·휴직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을 예고했다. 선거가 없는 시기와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시기의 휴직자 수 차이를 들어 선관위 조직 운영 문제도 지적했다. 여야 원내지도부 역시 이번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큰 틀에서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위원회 설치, 선관위원 연임 제한 등도 논의되고 있다. 선관위 개혁은 정치적 보복이나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기관을 정권의 하부기관처럼 만드는 일은 더 큰 위험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현 체제를 그대로 두자는 결론으로 갈 수도 없다. 독립성과 책임성은 함께 가야 한다. 책임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독립성은 국민에게 특권으로 보인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독립기관은 제도적 권위도 유지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 직원 몇 명의 실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투표용지 수요 예측, 인쇄·배부 계획, 예비 물량 확보, 현장 보고 체계, 비상 대응, 사후 설명까지 선거관리 전 과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살펴야 한다. 노태악 체제의 중앙선관위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사의를 표명했다고 책임이 사라지지 않는다. 수사 대상이 됐다고 정치적 논란으로만 몰고 갈 일도 아니다. 선거관리 실패의 원인과 책임자를 구체적으로 가려야 한다. 선관위 내부 직원들이 과로를 호소했다면 그 부분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 누가 그런 인력 배치를 결정했는지, 선거 전 위험 보고는 있었는지, 중앙선관위는 현장 부담을 알고 있었는지, 알고도 방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장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동시에 현장 고충을 앞세워 조직 책임을 흐려서도 안 된다. 선거관리기관의 책임은 가장 윗선에서 시작된다. 노태악 전 위원장과 중앙선관위 수뇌부가 책임 규명의 중심에 서야 한다. 민주주의의 신뢰는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확인된다. 투표용지가 충분히 놓여 있어야 하고, 유권자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돼야 한다. 사후에는 정확한 설명과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한다. 선관위가 이 기본을 놓쳤다면 그동안 내세워온 선거관리 전문성도 다시 검증받을 수밖에 없다. 몰디브 선거는 배우고, 국내 투표용지는 못 챙겼다는 비판은 거칠지만 지금 민심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선관위가 국민의 분노를 억울하게만 여긴다면 사태의 무게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국민이 선관위에 요구한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부족하지 않게 하라는 요구였다. 그 요구조차 충족하지 못한다면 선관위의 권위도 유지되기 어렵다. 선관위 개혁은 더 미루기 어렵다. 외부감사, 인사 검증, 예산 통제, 해외출장 심사, 휴직 관리, 선거 비상 대응 체계까지 다시 봐야 한다. 독립성이라는 이름 아래 방만함이 방치됐다면 걷어내야 한다. 정치권도 이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만 삼아서는 안 된다. 선거관리기관을 바로 세우는 일은 어느 정당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 문제다. 유권자의 한 표를 관리하라고 만든 기관이 유권자에게 줄 종이 한 장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노태악 전 위원장의 사퇴는 출발점에 가깝다. 책임 규명과 제도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선관위 역사에 가장 부끄러운 장면으로 남게 될 것이다.
2026-06-15 09: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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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고속터미널 60층으로 바뀐다…공공기여만 2조원 안팎
[경제일보] 서울 강남권 핵심 입지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노후 터미널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최고 60층 규모의 업무·상업·주거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초대형 도시개발 사업이다. 사업 과정에서 나올 공공기여 규모만 2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서울시와 신세계그룹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신세계센트럴시티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개발을 두고 연내 사전협상 마무리를 목표로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전협상은 대규모 민간 개발에서 용도지역 상향 등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개발이익 일부를 공공기여로 환수하기 위해 지자체와 사업자가 개발 방향과 기여 방안을 미리 조율하는 절차다. 개발 대상지는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일대 14만6260.4㎡다. 토지 소유자는 신세계센트럴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해당 부지를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했고 이후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개발계획을 토대로 교통, 환경, 공공기여, 도시계획 적정성을 검토해왔다. 구상안의 핵심은 터미널 지하화다. 기존 경부·영동·호남선 터미널 기능을 지하로 통합하고 지상부에는 업무, 판매, 숙박, 문화, 주거 기능이 결합한 복합시설을 배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최고 60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경우 강남권 남부를 대표하는 새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1970년대 이후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대표 교통 거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 대규모 주차 공간, 버스 진출입에 따른 교통 혼잡, 보행 단절 문제도 함께 누적됐다. 지하철 3·7·9호선이 만나는 트리플 역세권이지만 지상 공간 활용도와 보행 환경은 입지 가치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개발은 단순한 터미널 현대화에 그치지 않는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강남점과 센트럴시티를 중심으로 한 강남권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사업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총매출 3조6700억원을 기록한 국내 최상위권 점포다. 여기에 터미널 복합개발까지 더해지면 쇼핑, 호텔, 교통, 주거, 업무 기능을 묶은 초대형 신세계 타운이 완성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파급력도 작지 않다. 반포·잠원 일대는 이미 고가 아파트와 한강변 입지, 우수한 교통망을 갖춘 강남권 핵심 주거지다. 고속터미널 일대가 초고층 복합단지로 재편되면 인근 상권과 오피스 수요, 주거 선호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강남권 유통 경쟁에서도 신세계가 롯데 잠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압구정권과 맞서는 축을 강화하게 된다. 사업이 곧바로 착공 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사전협상이 마무리되더라도 도시관리계획 변경, 지구단위계획 수립, 건축 인허가, 교통영향평가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공공기여 규모와 방식, 교통 대책, 주거 비율, 지역 주민 수용성도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 서울시가 기대하는 것은 개발이익의 공공 환원과 도심 기능 재편이다. 공공기여 2조원 안팎이 현실화되면 교통체계 개선, 보행 연결, 녹지·문화공간 조성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에는 초고밀 개발 기회를 주되 도시 전체의 편익으로 되돌리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026-06-14 1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