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국민에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안겼다. 중동발(發)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겹친 엄중한 시점이었던 만큼 이번 만남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질적인 민생 대책은 도출되지 못했고 서로의 입장 차이만 재확인한 채 간극만 드러낸 채 마무리됐다. 오랜 기간 정치를 지켜본 이들의 눈에도 이번 회동은 상생(相生)이 아닌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단면을 보여준 장면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나들고 고물가와 고금리는 서민 가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면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정은 ‘민생 안정’이라는 단일 목표 아래 해법을 모색했어야 했다. 유가 대응책과 물가 안정 방안,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입법적 합의 등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결과가 나와도 모자랄 판이었다.
하지만 회동의 내용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야당은 정부의 실정(失政)을 성토하는 데 집중했고 여당과 대통령실은 ‘협조’라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협치가 성과를 내려면 책임 있는 양보와 현실적 대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실질적인 협상 카드를 내놓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야당 역시 비판에 머물지 말고 현실 가능한 정책적 대안을 통해 협상의 여지를 열어야 한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며 그 기준은 오로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여야 한다.
실망이 크다고 해서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협치의 가능성마저 접는 순간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비록 이번 회동이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났을지언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마주 앉았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가 있다. 꽉 막혔던 소통의 통로에 작은 균열이라도 낸 셈이다. 이제는 이 통로를 넓히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상설 협의체를 가동하고 분야별 민생 현안을 다룰 실무 회의를 정례화하는 등 지속 가능한 협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정치의 기본은 상식이며 상식의 핵심은 국민의 안위다. 여야정이 정파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동안 민초들의 삶은 타들어 가고 있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통령은 더 낮은 자세로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고 야당은 국정의 동반자라는 책임 아래 정쟁이 아닌 대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수사가 담긴 공동선언문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장바구니 물가를 100원이라도 낮출 수 있는 실질적 합의다.
다시 촉구한다. 이번 회동의 불협화음을 협치의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며 그 생명력은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위기 앞에서 단합하지 못하는 정권과 정당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다. 다음 만남에서는 서로를 향한 삿대질이 아닌, 고통받는 국민을 향한 해법을 들고 나와야 한다.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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