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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추석 연휴 게임 이벤트 돌입…FC온라인·메이플 등 16종
[경제일보] 넥슨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자사 게임 16종에서 출석과 접속, 미션 등을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게임별로 추석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운영하고 이용자에게 게임 아이템과 성장 재화 등을 지급한다. 18일 넥슨은 PC·온라인 게임에서는 추석 연휴 기간에 맞춰 접속 시간과 플레이 미션을 활용한 이벤트가 진행되며, 모바일 게임에서도 출석 체크와 미션 수행을 중심으로 한 이벤트가 이어진다고 밝혔다. 'FC온라인'은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추석 버닝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용자가 집이나 PC방에서 일정 시간 게임에 접속하면 BP와 선수팩, 상자 등을 받을 수 있다. 90분 접속 시에는 전용 상점에서 보상으로 교환할 수 있는 복주머니를 지급한다. 누적 접속 시간이 10시간에 도달하면 PC방과 집에서 각각 수수료 할인 쿠폰과 선수팩 등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서든어택'은 오는 23일부터 내달 8일까지 '한가위 보름달 탐험 이벤트'를 진행한다. 미션을 수행해 횃불을 얻은 뒤 원하는 경로를 선택해 탐험하는 방식이다.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24~27일과 10월 3~5일에는 횃불을 두 배로 지급한다. 이벤트 기간에는 'UP투게더' 콘텐츠도 다시 운영한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서는 내달 1일까지 지역 레이드와 길드 던전 등을 완료하면 이벤트 쿠폰을 지급한다. 오는 24일부터 내달 15일까지는 기본 AP 2배 보너스 등을 제공하는 핫타임 이벤트도 진행한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은 내달 1일까지 '추석 달토끼 로그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기간을 세 차례로 나눠 각 기간에 20분씩 3회 접속하면 달토끼 관련 코스튬을 받을 수 있다. 세 가지 코스튬을 모두 획득하면 추가 보상도 제공한다.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메이플랜드'에서는 내달 8일까지 이벤트 보스 '거대 월묘' 처치와 이벤트 퀘스트 등을 통해 라이딩과 장비 관련 아이템 등을 지급한다. '메이플 플래닛'에서는 내달 29일까지 박터트리기와 줄다리기 등 미니게임을 통해 이벤트 코인을 얻고 이를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다. '오버워치'는 오는 23일부터 내달 22일까지 '가을맞이 출석 체크' 이벤트를 진행한다. 출석 일수에 따라 신규 스킨과 기념품, 전리품 상자, 크레딧 등을 지급한다. 모바일 게임에서도 추석 이벤트가 이어진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오는 24일부터 내달 1일까지 출석 횟수에 따라 능력치와 스킬 관련 버프를 제공하고 각종 게임 아이템을 지급한다. 'FC 모바일'은 내달 21일까지 이용자 전체의 미션 달성도를 누적하는 방식의 이벤트를 운영한다. '메이플스토리M'은 오는 24일부터 내달 5일까지 추석 기간 핫타임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27일과 내달 2일에는 '스페셜 소울 타임'을 운영하며, 오는 30일까지 윷놀이와 보드게임 방식의 이벤트도 진행한다. '메이플 키우기'는 오는 22일부터 11월 4일까지 추석 이벤트를 운영한다. 이벤트 재화를 모아 성장 아이템과 주문서 등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일일 미션을 통해 추가 재화를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아스가르드'와 '어둠의 전설'은 내달 15일까지 각각 리조트와 강강수월래를 테마로 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이퍼즈'는 오는 22일부터 내달 15일까지 플레이 시간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며, '마비노기 모바일'은 내달 15일까지 송편을 게임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운영한다. '프라시아 전기'는 내달 21일까지 포춘쿠키를 활용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히간: 이루실'은 오는 22일부터 내달 6일까지 출석 체크와 일일·이벤트 퀘스트, 미니게임 등을 통해 이벤트 재화를 지급한다. 넥슨 관계자는 "넥슨의 인기 게임 16종에서 다양한 추석 기념 이벤트를 실시한다"며 "추석을 맞이해 '추석 강강수월래 이벤트', '돌아온 핑크빈의 추석맞이 윷놀이' 등 풍성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한가위 한복 세트 쇼핑백', '황금송편 목걸이' 등 추석 분위기를 더하는 다양한 보상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2026-09-18 16: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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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장관 청문회, 이게 제대로 된 인사검증인가
[경제일보] 국회가 15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승원 법무부 장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연다. 경제정책과 사법행정, 중소기업·벤처정책을 책임질 세 장관 후보자가 같은 날 국회의 검증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전날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6일 국방부·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18일 특별감찰관 후보자 청문회까지 이어진다. 말 그대로 ‘인사청문 슈퍼위크’다. 문제는 청문회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하루에 장관 후보자 세 명을 동시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국민이 원하는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세 후보자에게는 각각 검증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이형일 후보자는 부동산 문제와 미래대응기금·세제개편 등 경제정책, 김승원 후보자는 신약 관련 청탁 의혹과 형사사법체계 개편, 이소영 후보자는 부동산·용역계약 논란과 중소기업 정책 전문성 등이 청문회 쟁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청문회가 이런 의혹을 확인하는 데만 그쳐서도 안 된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게는 고유가와 금융시장 불안, 재정 운용과 부동산·세제 정책을 물어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형사사법체계 개편과 검찰·경찰 관계, 법치주의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철학을 확인해야 한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소상공인 부채와 벤처투자, 창업 생태계와 중소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따져야 한다. 장관 청문회의 본질은 과거의 흠결을 찾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맡길 능력과 판단력을 검증하는 데 있다. 세 청문회는 각각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진행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가 같은 날 몰리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 국민의 관심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한 후보자의 중요한 정책 답변이나 새로운 의혹이 다른 청문회의 정치적 공방에 묻힐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자극적인 한두 장면이나 여야 충돌만 부각되고 정작 정책과 자질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흠을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적임자인지를 제대로 가려내는 데 있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도 문제다.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도 야당은 다수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증인을 무더기로 불러 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필요한 증인마저 정쟁 때문에 부르지 못한다면 청문회는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만 듣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증인은 여당이 후보자를 보호하거나 야당이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정책적 판단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어야 한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공방도 달라져야 한다. 청문회 때마다 야당은 후보자가 핵심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나 자료 부존재 등을 이유로 맞서는 일이 반복된다. 청문회 당일 새로운 자료를 들이밀고 즉답을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도 제대로 된 검증은 어렵다. 후보자가 제출해야 할 자료의 범위와 기한을 보다 명확히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회 역시 검증과 직접 관계없는 가족의 사생활이나 정치적 공격을 위한 자료까지 무차별적으로 요구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 자료 제출을 놓고 며칠씩 싸우다 정작 정책 검증 시간을 잃는다면 청문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의 균형도 되찾아야 한다. 장관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재산 형성 과정과 이해충돌, 법 위반 여부, 공직 윤리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이 정책 검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흠결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과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사람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후보자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만이 아니라 장관이 된 뒤 무엇을 할 사람인지다. 우리 인사청문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되풀이해 왔다. 여당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지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야당은 어떻게든 낙마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까지 후보자의 능력보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반복됐다. 이래서는 청문회가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치적 승패를 겨루는 무대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청문회 일정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조속한 내각 구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핵심 장관 후보자들을 같은 날 한꺼번에 검증하는 것이 관행이 돼서는 곤란하다. 일정의 효율성보다 검증의 충실성이 우선이다. 최소한 경제·사법·산업처럼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처 장관들의 청문회는 국민이 충분히 지켜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일정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국회가 ‘통과시켜 주는’ 절차가 아니다. 야당이 후보자를 흠집 내는 정치무대도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전문성, 정책 역량을 확인하는 국회의 중요한 견제 장치다. 오늘 세 청문회에서 여야가 누구를 더 몰아붙였고 누가 더 잘 방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세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와 법무부 장관, 중기부 장관으로서 어떤 원칙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루에 장관 세 명을 불러놓고 몇 시간씩 공방을 벌인 뒤 ‘청문회를 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의 성패는 몇 명을 통과시키고 몇 명을 낙마시켰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그 사람에게 국가의 중요한 권한을 맡겨도 되는지를 얼마나 제대로 밝혀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2026-09-15 0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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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임금표 너머 '미래 일자리'를 봐야
[경제일보] 현대자동차 노사가 길었던 줄다리기를 일단 멈췄다.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111일 만이다. 지난 24일부터 이어진 밤샘 교섭 끝에 마련된 잠정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금 400%와 1270만원,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 등이 담겼다. 내년 하반기 200명, 2028년 300명 등 기술직 500명을 새로 뽑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오는 3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올해 임금협상은 마무리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보상이다. 노조는 올해 조합원 1인당 임금 인상 효과를 4084만원 정도로 추산한다. 좋은 성과를 낸 기업이 그 과실을 노동자와 나누는 것은 시장경제에서도 자연스럽다. 숙련된 노동력과 안정적인 노사관계 역시 기업 경쟁력을 만드는 자산이다. 기업의 성과가 주주와 경영진에게만 돌아가고 현장을 지킨 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협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번 합의를 ‘얼마를 더 받았느냐’의 문제로만 읽어서는 곤란하다. 현대차 노사가 마주한 진짜 협상은 오히려 이제부터다. 자동차 산업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교섭 과정에서 노조는 60시간 파업했고, 생산라인 기준 가동 중단 시간은 120시간에 달했다. 지난 21일에는 2016년 이후 10년 만에 하루 8시간 전면파업까지 벌어졌다. 업계는 약 5만5200대가 생산 차질을 빚었고, 이를 판매단가로 환산한 매출 차질 규모가 2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이 수치를 실제 영업손실과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갈등의 비용이 회사와 조합원만이 아니라 협력업체·고객·지역경제로 번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몫을 요구하는 것은 권리다. 회사가 비용과 경쟁력을 따지는 것도 경영의 책무다. 문제는 두 요구가 해마다 파업을 거친 뒤에야 절충되는 구조다. 임금협상의 승자가 누구인지 가리는 동안 생산이 멈추고 협력업체가 일감을 걱정한다면 노사 모두가 얻은 것보다 잃는 것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잠정합의에서 그래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성과금 400%보다 다른 곳에 있다. 현대차 노사는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같은 미래 기술의 도입이 기업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신사업과 신기술 추진 경과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산업 전환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제조 경쟁력 강화와 제도 개선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임금표 밖으로 노사협상의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이 합의가 제대로 실행된다면 올해 임협에서 가장 값진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자동차 회사를 넘어 로봇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제조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 서열작업부터 시작해 검증을 거쳐 조립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노조 역시 이번 교섭 과정에서 AI·자동화 확산에 따른 고용안정을 주요 문제로 제기했다. 이 변화 앞에서는 ‘자동화를 막을 것이냐, 받아들일 것이냐’는 식의 논쟁부터 낡았다. 자동화를 막으면 일자리가 지켜진다는 보장은 없다. 경쟁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한국 공장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 생산물량 자체가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로봇을 많이 넣으면 기업이 자동으로 경쟁력을 얻는 것도 아니다. 공정을 이해하고 로봇을 운용하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품질을 관리할 숙련된 사람이 없다면 첨단설비도 비싼 쇳덩이에 불과하다. 결국 미래의 노사협상은 ‘사람이냐 로봇이냐’가 아니라 ‘사람이 로봇과 함께 어떤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냐’를 다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생산직 500명 신규채용 합의는 반갑다. 청년들에게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를 열고 세대교체의 숨통을 틔운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숫자를 채우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새로 들어올 인력의 직무가 앞으로 10년 뒤에도 필요한 일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미래 공장에 필요한 생산직의 모습은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생산공정을 이해하면서 로봇과 자동화설비를 다루고, 설비 데이터를 읽어 고장을 예측하며 품질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는 노동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존 직원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기술이 바뀔 때마다 일자리 감소부터 걱정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재교육과 직무전환을 통해 새로운 공정으로 이동할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 고용안정의 가장 좋은 방법은 없어지는 일을 억지로 붙들어두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일을 기존 노동자가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임금 문제 역시 이제 생산성과 떼어놓고 논의하기 어렵다. ‘임금이 오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단순 공식은 맞지 않는다. 높은 임금을 받는 숙련인력이 높은 생산성과 품질을 만들어낸다면 기업에는 오히려 이익이다. 노동자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그 성과를 공정하게 배분받는 구조는 장기적인 신뢰를 만든다. 반면 생산성과 무관하게 고정비만 계속 높아지고, 파업에 따른 생산중단이 반복되며, 해외 공장보다 국내 생산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글로벌 기업은 결국 어디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계산한다. 국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선의만으로 국내 생산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현대차 역시 녹록한 환경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에서는 중국 업체와 가격·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 확대가 요구된다. 원자재와 공급망, 관세, 환율까지 경영환경을 흔드는 변수도 적지 않다. 회사와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생산성을 함께 말해야 하는 까닭이다. 성과급을 생산성과 기계적으로 연동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자동차 품질과 기술개발, 브랜드 가치처럼 단순한 시간당 생산대수로 계산하기 어려운 성과도 많다. 하지만 노사가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협상한다면 동시에 ‘다음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도 협상해야 한다.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품질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지, 신기술 도입으로 줄어드는 직무와 늘어나는 직무가 무엇인지, 직원 재교육에는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국내 공장의 역할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까지 노사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한다. 협력업체도 빠져서는 안 된다. 현대차 공장이 파업하면 부품업체 생산라인도 영향을 받는다. 완성차 노동자는 성과금을 받지만 협력업체 노동자는 원청의 생산중단으로 일감을 잃는 구조라면 산업 전체의 노사 상생이라 부르기 어렵다. 노사협상의 비용이 공급망의 가장 약한 곳으로 전가되지 않게 하는 책임도 대기업 노사에게 있다. ‘주역’ 계사전에는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이라는 구절이 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도 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노사가 언제나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좋은 일자리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겠다는 목표만큼은 함께할 수 있다. 올해 임협은 아직 잠정합의다. 조합원 투표라는 마지막 절차도 남아 있다. 가결된다면 노사는 길었던 갈등을 수습하고 다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생산라인이 다시 돌아간다고 협상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전기차와 로봇, AI가 공장을 바꾸는 속도는 임금협상 주기보다 빠르다. 앞으로의 노사관계는 매년 기본급 몇 만원과 성과금 몇 퍼센트를 놓고 싸우는 데 머물 수 없다. 청년을 어떤 일자리로 뽑고, 기존 숙련인력을 어떤 기술자로 바꾸며, 자동화로 높아진 생산성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더 큰 의제가 돼야 한다. 좋은 성과를 나누는 것은 필요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눌 성과가 계속 만들어지는 회사를 함께 만드는 일이다. 현대차 노사의 다음 협상 테이블에는 임금표와 함께 생산성, 직무전환, 청년고용, 로봇과 AI의 시간표가 나란히 놓여야 한다. 그것이 노동자의 몫도 지키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도 지키는 길이다.
2026-08-26 08: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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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700원, 이제는 인상률보다 제도 개혁을 논할 때다
[경제일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1만 원대 중반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정작 결정 과정과 결과는 또다시 우리 사회의 깊은 갈등만 확인시켰다. 법정 시한을 넘긴 밤샘 협상과 막판 표결, 노사 양측의 극한 대립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풍경이 됐다. 사용자 측은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호소하고, 노동계는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한다. 누구도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현행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웅변한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한 제도라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경우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고금리와 내수 부진, 소비 위축이라는 복합 불황 속에 놓여 있다. 특히 골목상권의 편의점과 음식점, 숙박업, 미용업 등 영세 서비스업은 인건비 부담과 임대료,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시에 떠안으며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처지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은 제도의 실효성과 시장의 수용 능력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취약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3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난다. 법을 준수하고 싶어도 지급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영세 사업주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저임금의 목적이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면, 그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 축소와 폐업 증가를 초래하는 상황 또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임금은 결국 고용 감소와 근로시간 축소, 무인화 투자 확대라는 형태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피해는 결국 가장 보호받아야 할 취약계층 근로자에게 집중된다. 이제는 정치적 금기처럼 여겨졌던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현행 법률 역시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이 조항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수도권 대기업과 지방 영세기업의 생산성은 물론 물가와 임금 수준, 지불 능력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동일한 기준을 전국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보다 불균형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주요 선진국들도 지역이나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임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차등 적용이 곧 노동자 차별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세 서비스업과 농림어업, 지방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오히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획일적 평등보다 지속 가능한 공정이 더 중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운영 방식 역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의 결정 구조는 노·사·공익위원이 이해관계를 앞세워 줄다리기를 벌이는 정치적 협상 테이블에 가깝다. 객관적인 경제지표보다 협상력과 여론전이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에서는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제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고용 여건, 중소기업의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객관적인 산식을 마련하고, 전문가 중심의 독립적인 심의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치적 흥정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결정 시스템만이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최저임금 논쟁의 본질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삶을 보호하면서도 기업이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지만 기업 없는 일자리 역시 존재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은 결국 모두를 어렵게 만든다.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지 어느덧 4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은 크게 달라졌지만 제도는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는 해마다 반복되는 인상률 논쟁을 넘어 시장 현실과 경제 여건을 반영한 제도 개혁에 나설 때다.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객관적 산식에 기반한 결정 구조, 생산성과 지급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노동자의 삶을 지키고 자영업자의 생존을 보호하며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길이다. 최저임금의 미래는 인상률이 아니라 제도의 신뢰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26-07-19 1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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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MOU 임박했지만…호르무즈·핵·제재 곳곳 '지뢰밭'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하면서 중동 위기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양측 모두 합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긴장 완화 기대를 키우고 있지만 정작 핵심 쟁점에서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MOU 서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이란 핵 프로그램, 제재 완화와 동결자금 해제 등 핵심 의제는 모두 후속 협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 봉합은 가까워졌지만 실제 이행 단계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가 다시 충돌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냐 ‘새 질서’냐 가장 민감한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은 MOU 체결과 함께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고 이에 맞춰 이란 항만과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를 완화한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상선과 유조선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급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2024년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석유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세계 석유 액체연료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 해협이 막히거나 통항이 제한되면 국제유가와 해상 물류, 아시아 에너지 수급이 곧바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란의 계산은 다르다. 이란은 해협이 전쟁 이전의 상태로 단순 복귀하는 방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란은 오만과 함께 해협의 안전과 통항 질서를 관리하는 새로운 체계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란 측 인사는 호르무즈 해협을 열되 이란과 오만이 정하는 조건, 이른바 통행료를 포함한 새 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미국이 말하는 ‘국제 항로 정상화’와 이란이 구상하는 ‘지역 관리 질서’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MOU 문안이 이 문제를 모호하게 넘기더라도 후속 협상에서 해협의 법적 지위, 통항 조건, 통제권 문제는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핵 협상, 미국은 ‘해체’ 이란은 ‘보류’ 이란 핵 문제는 양측 해석 차가 가장 큰 분야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방향에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의 폐기 또는 제거, 장기 사찰 체계 구축도 미국이 내세우는 핵심 조건이다. 그러나 이란은 전혀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은 임시 합의가 먼저 이행되지 않는 한 미국과 핵 협상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MOU가 곧 핵 해체 합의라는 미국식 해석과 거리가 있다. 이란은 핵 문제를 전쟁 종식과 제재 완화 이후 다룰 별도 협상 의제로 남겨두려는 모습이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도 충돌 지점이다. 미국은 이란 핵 위협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반출이나 폐기, 국제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자국 내 희석 가능성을 주장하며 핵 물질의 해외 반출이나 파괴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 문제는 60일 기술협상의 가장 큰 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 문제는 국내 정치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은 군사적 압박으로 이란의 핵 야망을 꺾었다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란은 전쟁 속에서도 핵 주권과 체제 자존심을 지켰다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같은 MOU를 두고 양측이 서로 다른 승리 서사를 만드는 이유다. ◇제재와 동결자금, ‘선이행’ 놓고 줄다리기 대이란 제재와 동결자금 해제도 순탄치 않다. 이란은 MOU 체결 직후 일부 동결자금이 풀리고 이후 단계적으로 제재 완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자국 여론에 전달하고 있다. 전쟁으로 악화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란 정부에는 즉각적인 경제 성과가 필요하다. 미국은 이를 ‘성과 기반 합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란이 해협 개방, 핵 관련 의무, 국제 검증 등 약속을 실제로 이행해야만 경제적 보상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단순히 서명했다고 자금이 풀리거나 원유 제재가 완화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차이는 협상 막판까지 줄다리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란은 서명 전후의 선제적 자금 접근을 원하고, 미국은 검증 가능한 이행 뒤 보상을 고수한다. 양측 모두 국내 여론을 의식해 물러서기 어려운 구조다. 서명 장소와 방식도 아직 유동적이다. 미국 측은 유럽 지역, 특히 제네바 같은 외교 무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은 상징성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형식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어느 쪽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보여주는 정치적 장면이 될 수 있다. ◇합의 이후가 더 어렵다 시장 반응은 일단 긴장 완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가능성은 국제유가와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안도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도 호르무즈 인근에서 군사적 긴장이 이어졌다는 점은 합의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이번 MOU가 체결되더라도 남은 60일은 사실상 본협상에 가깝다. 해협 통항, 핵 물질 처리, 사찰 체계, 제재 완화, 동결자금 지급, 이스라엘과 주변국 변수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의제가 없다. 양측이 모두 ‘승리’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합의문이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동 위기의 출구가 열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출구가 보인다는 것과 길이 평탄하다는 것은 다르다. 미국과 이란의 MOU는 전쟁을 멈추는 문서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더 어려운 협상의 출발선이 될 수도 있다. 호르무즈의 물길이 다시 열린다 해도 핵과 제재의 매듭이 풀리지 않는다면 중동의 불안은 언제든 다시 유가와 시장, 안보를 흔드는 변수로 돌아올 수 있다.
2026-06-13 1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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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은 파업 후 무엇을 잃었나
[경제일보] 노동은 신성하고, 연대는 자유로운 인간의 권리다. 자신의 땀방울에 합당한 몫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보편적 ‘정의(Justice)’에 부합한다. 노조가 정당한 보상과 투명한 기준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자,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치러야 할 민주적 과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거대한 그물망 속에서 단행되는 굵직한 파업은 결코 회사 내부의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힌 고립된 섬으로 남지 않는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얄팍한 이분법에 갇혀 있다. 한쪽에서는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전적인 ‘탐욕’이나 ‘귀족 노조의 몽니’로 매도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파업이 초래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그저 ‘사측의 뻔한 엄살’로 치부해 버린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극단적 시각은 모두 ‘진리(Truth)’에서 빗겨나 있다. 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무겁고 복잡하다. 반도체라는 현대 문명의 쌀을 생산하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멈춰 설 때, 그 파장은 일개 기업의 노사 갈등을 넘어 생태계 전체에 잔혹한 청구서를 내민다. 자동차, 항공, 엔터테인먼트 등 최근 해외에서 벌어진 대형 파업의 궤적은 강한 노조일수록 자신들의 ‘자유(Freedom)’가 수반하는 막대한 비용에 대해 사회와 정직하게 대화해야 한다는 서늘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 UAW·할리우드 파업이 남긴 공급망 붕괴의 경고 기계음이 멎은 공장은 적막하지만, 그 적막이 파생시키는 파음은 국경을 넘어 요동친다. 지난 2023년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자동차 ‘빅3’를 상대로 벌인 ‘스탠드업 파업(Stand-up Strike)’은 현대 산업 생태계가 얼마나 촘촘하고도 연약하게 얽혀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미국 AP통신과 로이터(Reuters) 통신이 인용한 경제컨설팅업체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파업 6주 차를 기준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무려 104억 달러(한화 약 14조원)를 넘어섰다. 더욱 뼈아픈 진실은 타격의 영점이 완성차 업체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심층 보도에 따르면, 파업 4주 차에 이미 리어, 마그나 등 주요 부품업체와 영세한 2·3차 협력사가 입은 임금·수익 손실만 약 26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노조가 사측의 항복을 받아내는 동안 방파제 없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생계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같은 해 발생한 미국 할리우드 작가 및 배우 노동조합(WGA·SAG-AFTRA)의 동반 파업 역시 궤를 같이한다. 인공지능(AI)의 무분별한 활용에 반대하고 정당한 보상 구조를 요구한 그들의 명분은 시대적 정의에 부합했다. 하지만 미국 CNN 방송과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이 전한 파업의 후폭풍은 참혹했다. 영화와 TV 제작이 전면 중단되면서 캘리포니아와 조지아 등 제작 중심 지역의 일일 촬영 스태프, 소규모 외주 제작사, 심지어 촬영장 인근의 식당과 세탁소 등 지역 상권이 떠안은 경제적 손실은 6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됐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밖의 평범한 이웃들이 파업의 가장 무거운 비용을 대신 치른 셈이다. 이들 사례들은 삼성전자에 매우 뚜렷한 시사점을 남긴다. 평택과 화성의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단순히 삼성전자라는 거대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장비·소재·부품 협력사는 물론이고, 삼성의 메모리에 의존하는 전 세계 AI 서버·데이터센터 공급망 전체가 짙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 보잉·루프트한자가 경험한 ‘신뢰 상실’의 청구서 파업의 가장 무서운 비용은 공장의 가동이 멈춘 물리적 시간이나 미지급 임금만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2024년 약 3만3000명이 참여한 미국 보잉(Boeing) 노조의 파업은 737 MAX, 777 등 핵심 상업용 제트기 생산을 완전히 중단시켰다. 7주간의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38% 임금 인상이라는 노조 측의 승리로 타결됐지만, 회사가 치른 대가는 혹독했다. 보잉은 전체 직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만7000명 감원이라는 뼈아픈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어야 했고, 3분기에만 50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글로벌 항공사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납기 지연’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는 점이다. 보잉의 위기는 반도체 납기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 삼성전자와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다. 글로벌 B2B 시장에서 공급자가 한 번 신뢰를 잃으면, 고객은 다음 계약에서 단가보다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따지게 된다. 이는 독일의 국적 항공사 루프트한자(Lufthansa) 사례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독일 제1공영방송 ARD와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연이은 노조 파업으로 루프트한자가 입은 누적 비용 2억5000만 유로 중 운항 취소 등으로 인한 직접 비용은 1억 유로에 불과했다. 나머지 1억5000만 유로는 파업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고객들이 선제적으로 경쟁 항공사로 예약을 돌리면서 발생한 ‘장부 밖의 손실’이었다. 반도체 시장의 큰손 고객들 역시 공급망 리스크가 감지되는 순간, 언제든 대만 TSMC나 미국 마이크론 등 경쟁사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한 번 떠난 고객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 ‘18일의 멈춤’보다 치명적인 ‘내일의 상실’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험은 기우가 아니라 가시화된 현실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기본급 7% 인상과 연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배정 등을 요구하며 평택 반도체 단지 생산량의 절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18일간의 총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사내 메시지를 통해 “고객 이탈과 경쟁력 하락, 나아가 자본 유출과 세수 감소 등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것은 사측의 방어적 엄살로만 폄하할 수 없는 냉혹한 진리다. 노조가 경쟁사와의 보상 격차를 지적하고, 경영진의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타당한 문제 제기다. 그들은 수만 명을 운집시킨 압도적 동원력을 통해 노동조합의 존재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다만, 수만명의 결속력이 곧바로 산업 생태계 전체를 뒤흔들 명분까지 무조건적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국가의 명운을 짊어진 핵심 전략 산업의 노조일수록 ‘우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몫’과 함께 ‘우리가 라인을 멈췄을 때 이름 없는 협력사와 고객이 치러야 할 비용’을 조합원과 국민에게 정직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전장(戰場)에서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고, 경쟁사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삼성전자 노조가 진정 조합원들의 장기적 이익과 일자리의 안녕을 원한다면, 단기적인 보상 획득과 장기적 경쟁력 훼손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잠시 멈추고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은 언젠가 타결의 순간을 맞이하고 라인은 다시 돌아가겠지만, 한 번 훼손된 고객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며 “글로벌 초일류 기업과 구성원들이 함께 치러야 할 가장 비싸고 고통스러운 청구서는 매출 손실이 아니라 영영 사라져 버릴지 모르는 고객의 신뢰”라고 했다. 이어 “사측과 노조 모두가 공멸의 청구서를 찢어버릴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2026-05-08 16: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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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노조인가…성과급이 갈라놓은 삼성전자
삼성전자 노조의 사상 초유 총파업 예고. 표면적으로는 ‘더 많은 성과급’을 향한 노사 간 줄다리기처럼 보이지만, 사태의 이면에는 훨씬 복잡하고 위태로운 역설이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의 호실적을 잣대로 내세운 거대 보상 요구는 오히려 가전·스마트폰(DX) 부문 조합원들의 소외와 대규모 이탈을 불렀다. 무조건적인 연대 대신 내부의 공정과 성과 비례를 묻는 MZ세대 노조의 딜레마이자, 대표성의 위기다. 나아가 납기 준수가 생명인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파업이라는 강경 수단은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수년이 걸려도 회복하기 힘든 고객 신뢰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청구서로 돌아올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총 3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를 통해 이번 사태를 심층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제일보]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가 회사와 노조의 갈등을 넘어 노조 내부의 대표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쟁점은 단순히 ‘성과급을 더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반도체 부문, 즉 DS(Device Solutions)의 실적을 근거로 한 성과급 요구가 삼성전자 전체 구성원을 대표하는 요구인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는 근로자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노조가 임금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교섭 결렬 시 쟁의행위를 검토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 요구가 얼마나 공정하고, 전체 조합원의 이해를 균형 있게 반영하고 있느냐에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DS부문은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냈다. 반면,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Device eXperience)부문은 매출 52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이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반도체가 회사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익을 많이 낸 부문이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곧바로 노조 전체의 요구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커지는 내부 파열음…“우리는 배제됐다” DX부문의 소외감 삼성전자 노조는 기본급 7% 인상, 성과급 상한 폐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정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경쟁사 SK하이닉스와의 보상 격차,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해당 요구가 DS 조합원에게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메모리 가격 상승 속에서 반도체 인력의 기여가 컸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삼성전자는 하나의 회사이고, 노조 역시 특정 사업부의 이익단체가 아니라 조합원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 같은 회사 안에서 DX부문 조합원들이 ‘우리는 이번 요구에서 배제됐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대표성의 균열이다. 균열은 이미 밖으로 드러났다. DX부문 기반의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은 지난 4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내 공동투쟁본부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행노조는 “특정 분야의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 권익을 위한 안건 발의 및 요청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협의하려는 의사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동행노조 조합원은 약 2300명이고, 이 중 70%가 DX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 부문 공통 성과급을 기본으로 하고, 부문별 추가 성과급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동행노조의 설명이다. 또한 초기업노조 조합원 약 7만명 중 DS부문 소속이 80%이고, 최근 DX부문 조합원 1500명이 DS 중심 의사결정에 반발해 탈퇴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초기업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탈퇴 신청 글이 급증했고, 평소 하루 100건 미만이던 탈퇴 신청이 지난달 28일 500건, 29일 1000건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노조는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싸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조합원이 누구인지, 그 이익이 누구의 몫인지가 흐려지면 노조의 명분은 흔들린다. 특히 이번 사안은 삼성전자라는 단일 기업 안에서도 실적 격차가 큰 DS와 DX가 서로 다른 현실에 놓여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DS는 AI 반도체 호황의 직접 수혜를 받고 있지만, DX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원가 부담 속에서 상대적으로 제한된 이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식 실적 발표에서 DX부문에 대해 ‘원가 부담 가중’ 속에서도 이익 감소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DS 중심 성과급 요구가 전면에 부각되면 DX 조합원에게는 노조가 보호막이 아니라 또 다른 소외의 구조로 보일 수 있다. 회사 안에서 한쪽은 “우리가 벌었으니 더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은 “우리는 같은 노조 안에서도 주변부가 됐다”고 느끼는 구조다. 이것이 이번 갈등의 본질이다. ◆ 강한 노조의 전제조건, 수적 우위 아닌 ‘대표성의 증명’ 비판의 초점은 노조의 임금 요구 자체가 아니다.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할 권리는 노동자에게 있다. 하지만 과반 노조 또는 공동투쟁본부가 회사 전체를 향해 총파업이라는 강한 수단을 꺼내려 한다면, 그 요구는 조합원 다수의 수적 우위만이 아니라 전체 구성원에 대한 설명 책임을 가져야 한다. 수가 많다고 해서 대표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이 갈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 메시지를 통해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사업 경쟁력 저하, 고객 신뢰 상실, 주주·투자자 손실, 국가 경제 악영향을 우려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사업은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며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삼성전자 노조 갈등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노조는 강해야 한다. 하지만 강한 노조일수록 더 공정해야 한다. 특정 부문의 성과를 앞세워 전체 회사를 멈추겠다고 압박하면서도, 다른 부문 조합원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답하지 못한다면 그 투쟁은 사회적 설득력을 잃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노동운동이 ‘사측 대비 노동자의 연대’라는 단일대오에 집중했다면, MZ세대가 주축이 된 현재의 노조는 ‘내부의 공정과 성과 비례 보상’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전체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세밀하게 조율하지 못하는 거대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 이전에 내부 조합원들의 이탈이라는 리스크에 먼저 직면할 수밖에 없다. 노조 역시 정치적 명분보다는 실질적이고 정교한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야 할 때”라고 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지금 되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를 받을 것인가’만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가’가 먼저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총파업은 회사와의 싸움 이전에 조합원 내부의 신뢰부터 잃을 수 있다.
2026-05-06 15: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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