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서울 대학가에서 원룸 한 칸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의 평균 월세는 62만5000원이었다. 관리비 8만4000원을 더하면 한 달 주거비가 70만원을 넘어선다. 서울대 인근 월세는 1년 만에 26% 뛰었다.
아직 제대로 된 소득이 없는 대학생에게 월 70만원은 가벼운 돈이 아니다.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마저 버거운 학생들은 원룸에서 밀려나 고시원과 셰어하우스, 하숙집을 찾는다. 서울의 고시원이 다시 늘어나는 이유를 어렵게 찾을 필요도 없다.
대학가 원룸은 이제 학생들만의 주거 공간도 아니다. 도심의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서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 직장인까지 상대적으로 싼 대학가로 들어온다. 지난해 서울의 20~34세 1인 가구는 66만 가구로 5년 새 약 21% 늘었다. 수요는 커졌지만 청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집은 그만큼 늘지 않았다.
결국 가장 지불 능력이 약한 대학생부터 주거 사다리 아래로 밀려난다. 원룸에서 고시원으로, 고시원에서도 다시 더 좁고 싼 방으로 내려간다. 청년 주거난이라는 말보다 주거의 하향 이동이라는 표현이 지금 상황을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먼저 손댄 곳은 주택 공급이 아니라 고시원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시원 개별실의 욕조 설치 제한을 풀고 책상 등 학습시설 설치 의무도 없애는 내용이다. 고시원이 학생의 학습 공간이 아니라 1인 가구의 사실상 주거시설로 이용되는 현실을 건축기준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바로 그 대목에서 정책의 순서가 뒤집혔다.
대학생들이 원룸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고시원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왜 청년이 고시원까지 내려왔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청년을 고시원에서 나오게 할 방법보다 고시원에서 조금 더 살기 편하게 만드는 기준부터 손봤다. 주거난을 해결하기보다 주거난이 만들어낸 결과에 제도를 맞추려 한 셈이다.
청년들의 반발이 거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건축규제 합리화라고 설명했지만 청년들의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 원룸이 비싸면 고시원에서라도 살아가라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졌다. 비판이 커지자 국토부는 결국 개정안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폐버스를 청년 주거시설로 활용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은 폐기되는 버스를 개조해 대학가와 수도권 역세권에 청년 임시주거시설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정책이 아니라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고 황 의원도 사과했다.
그러나 왜 이런 발상이 정치권에서 나왔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청년에게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보다 집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을 어디에 넣어둘 것인지가 먼저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시원 욕조와 폐버스 주택이 연달아 논란이 된 것은 우연으로만 보기 어렵다.
정부와 서울시는 그 사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을 어디에 공급할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용산공원 일부 부지를 활용하자는 정부와 다른 부지를 활용하자는 서울시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어느 부지를 택하든 사업계획과 인허가, 착공을 거쳐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생에게 필요한 방은 몇 년 뒤가 아니라 이번 학기다. 정부가 5년 뒤, 10년 뒤 공급할 주택을 이야기하는 동안 학생들은 지금 당장 월세 계약서를 써야 한다. 정부 정책의 시간과 청년이 살아가는 시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택정책에는 두 개의 시계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정책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주거비 충격을 막는 정책이다. 대학가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고 기숙사를 확충하며 공공임대와 청년주택을 실제 수요가 몰린 지역에 연결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의 부담도 줄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월세와 관리비로 매달 70만원씩 빠져나가는 청년에게 자산 형성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방 한 칸을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을 이야기하는 것도 순서가 거꾸로다.
청년 주거정책의 성적표는 공급계획에 적힌 몇만 가구라는 숫자로 매길 일이 아니다. 새 학기를 앞둔 대학생이 학교 근처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제대로 된 방을 구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어야 한다. 원룸에서 밀려난 청년이 고시원을 찾고, 정치권에서는 폐버스 주택이 거론되는 현실이라면 정부가 내놓은 청년 주거정책의 숫자는 아무리 커도 자랑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금 고쳐야 할 것은 고시원 건축기준이 아니다. 청년을 고시원으로 밀어내는 주거시장부터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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