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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강한 대책보다 흔들리지 않는 규칙이 필요하다
[경제일보]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더 강한 대책을 꺼낸다. 대출 한도를 줄이고 규제지역을 넓힌다. 세금을 올릴 가능성을 내비치고 공급 물량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한다. 시장이 잠시 주춤하면 규제를 풀고 대출 문턱을 낮춘다. 그러다 가격이 다시 뛰면 이전보다 센 대책을 내놓는다. 한국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이런 순환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달라졌고 같은 정부 안에서도 집값과 여론에 따라 규제가 수차례 바뀌었다. 시장 참여자는 현재의 제도보다 다음 대책을 먼저 계산하게 됐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건설하려는 기업도 정부가 정한 규칙을 믿고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졌다. 지금 시장이 보내는 신호도 가볍게 넘길 상황은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7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1% 올랐다. 수도권은 0.21%, 서울은 0.30% 상승했다. 지방 상승률은 0.01%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값은 74주째 올랐고 전셋값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국이 함께 달아오른 시장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선호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시장에 가깝다. 가계대출도 다시 불어났다. 지난 6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동안 8조3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5000억원이었다. 5월과 6월 두 달 동안 늘어난 가계대출만 17조6000억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리면서 금융안정 위험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집값과 빚이 통화정책까지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25년 6월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에 6억원 한도가 도입됐다. 같은 해 9월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인 LTV가 50%에서 40%로 낮아졌다. 10월에는 주택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를 6억원, 4억원, 2억원으로 차등화했다. 2026년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이내로 관리하고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대책은 충분히 강했다. 그런데 집값도 대출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더 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책 효과가 약한 원인을 규제의 강도에서만 찾으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대출을 더 막고 세금을 더 올리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정책의 강도와 정책의 신뢰는 다른 문제다. 아무리 센 규제라도 시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면 수요자는 규제가 풀릴 때를 기다린다. 규제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면 시행 전에 거래를 서두른다. 특정 지역만 묶으면 인접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특정 대출만 막으면 다른 금융상품을 찾는다. 정책이 시장을 이끄는 대신 시장이 다음 규제의 틈을 찾아 움직이게 된다. 한국은행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의 잦은 기조 변화는 대출 증가 억제 효과를 제한한다고 분석했다. 단기 경기 상황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규제를 활용하기보다 중장기 관점에서 운용해 정책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규제를 반복해서 강화했는데도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난 현실과 맞닿아 있는 진단이다. 주택은 주식처럼 오늘 사고 내일 파는 상품이 아니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기 위해서는 계약금을 마련하고 대출 가능액을 확인한 뒤 잔금 일정을 정해야 한다.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집으로 옮기는 과정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재건축과 재개발, 민간 주택사업은 토지 확보부터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계약을 맺은 뒤 대출 기준이 바뀌고 중도금을 낸 뒤 잔금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정책은 미래 행동을 안내하는 규칙이 아니라 이미 내린 결정을 뒤흔드는 위험이 된다. 법률상 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효과는 과거 선택에 대한 불이익과 다르지 않다. 법과 제도가 신뢰를 얻으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어떤 조건에서 규제가 적용되는지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조건에는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제도가 바뀔 때는 기존 계약과 진행 중인 거래를 보호하는 경과조치를 둬야 한다. 부동산 정책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정한 규칙을 지킨 사람이 뒤늦은 정책 변경으로 손해를 보고 규제의 빈틈을 예상한 사람이 이익을 얻는 구조가 반복되면 성실한 실수요자부터 제도를 믿지 않게 된다. 정책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예측 가능성을 잃은 행정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공급정책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 왔다.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수십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 준공 물량은 서로 다른 숫자다. 인허가를 받았다고 집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착공했다고 곧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는 98694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줄었다. 착공은 94367호로 27.0% 늘었지만 준공은 88143호로 4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안에서도 공급의 앞단과 뒷단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5월 말 전국 미분양은 65239호에 달했다. 전국에 미분양이 쌓여 있으면서 서울과 수도권 선호 지역에서는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불균형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 물량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지역에서 언제 착공하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가다. 공급 계획은 토지 확보와 인허가, 착공, 준공으로 나눠 공개해야 한다. 일정이 늦어지면 지연 원인과 변경된 입주 시점을 밝혀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은 원칙대로 이어져야 한다. 대출 규제의 기본축도 다시 세워야 한다. 담보가치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비율을 정하는 LTV는 집값과 지역에 따라 수시로 바꾸기 쉽다. 반면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는 DSR은 빚을 갚을 능력을 기준으로 한다. 장기적인 가계부채 관리는 주택 가격이나 행정구역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을 중심에 두는 편이 타당하다.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구입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 DSR 원칙을 무너뜨리는 예외 대출을 반복하기보다 장기 고정금리와 이자 지원, 공공주택 공급으로 돕는 편이 낫다. 정책대출을 늘렸다가 가계대출이 증가하면 다시 줄이는 방식은 지원 대상자에게도 안정적인 제도가 아니다. 규제지역 지정도 담당 부처의 판단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집값 상승률과 거래량, 소득 대비 주택가격, 가계대출 증가율 같은 객관적 기준을 사전에 공개해야 한다. 일정 기준을 넘으면 규제가 강화되고 일정 기간 안정되면 완화된다는 경로를 시장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세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보유세는 거래와 보유에 관한 국민의 장기 선택을 바꾼다. 집값이 오를 때 세금을 올리고 거래가 얼어붙으면 다시 낮추는 방식은 매물 잠김과 거래 쏠림을 반복시킨다. 적어도 3년에서 5년 동안 어떤 세목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지 로드맵을 제시하고 충분한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정책을 바꾸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경제 여건과 인구 구조, 금리와 공급 상황이 달라지면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다만 변경 조건과 절차가 사전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규칙 안에 변화의 기준을 넣는 것과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규칙 자체를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르다. 강한 대책은 발표 당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거래를 줄이고 대출 신청을 늦추는 효과도 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정책의 지속성을 믿지 않으면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뒤로 밀릴 뿐이다. 공급 사업도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임대차시장으로 부담이 옮겨갈 수 있다. 정부가 집값을 원하는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특정 가격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무리한 차입을 막고 충분한 주택이 꾸준히 공급되도록 제도를 관리하는 일이다. 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거래 과정의 불공정을 차단하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 부동산 시장의 신뢰는 대책의 횟수나 발표문의 수위에서 생기지 않는다. 오늘 정한 기준이 내일도 적용되고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의 기본 틀이 유지될 때 생긴다. 국민이 자신의 소득과 자산, 가족계획에 따라 주거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지금 내놓아야 할 것은 시장을 놀라게 할 또 하나의 대책이 아니다. 대출과 세제, 공급에 관해 언제 어떤 조건에서 무엇이 바뀌는지 알 수 있는 규칙이다. 부동산 정책에 필요한 힘은 예고 없이 휘두르는 규제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래 지킬 원칙을 세우고 정부부터 그 원칙에 구속될 때 정책은 비로소 시장의 신뢰를 얻는다.
2026-07-23 10: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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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이 버림받는 나라,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경제일보] 지난 6월 전국에서 청약통장 10만여개가 사라졌다. 하루 평균 3300개꼴이다. 2022년 6월 2859만9279명까지 늘었던 가입자는 올해 6월 2583만4034명으로 줄었다. 4년 동안 276만명 넘게 청약 대열에서 빠져나갔다. 금융상품 하나의 인기가 떨어진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다. 청약통장은 오랫동안 무주택자가 국가의 주택정책을 믿고 가입한 통장이었다. 당장 집을 살 돈이 없어도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넣고 무주택 기간을 견디면 언젠가는 새 아파트를 마련할 기회를 얻는다는 약속이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도 오래 일하고 꾸준히 저축하면 내 집에 다가갈 수 있었다. 청약제도는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 시간을 자산으로 바꿔주는 장치였다. 국가는 통장을 만들고 기다리라고 했다. 국민은 10년, 20년씩 돈을 넣었다. 지금 청약통장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6165만원이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공급면적을 33평 안팎으로 잡으면 평균 분양가가 20억원을 넘어선다. 분양가의 10%만 계약금으로 내도 2억원이다. 중도금과 잔금까지 치르려면 평범한 직장인의 근로소득과 저축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가입 기간을 따진다. 실제 입주는 현금 동원 능력이 결정한다. 통장을 오래 유지하고 높은 점수를 받아 당첨돼도 분양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약을 포기해야 한다. 청약통장이 있던 자리를 부모의 재산이 차지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년 넘게 납입해도 당첨 가능성은 낮고 당첨돼도 살 수 없다. 손에 잡히지 않는 기회를 위해 계속 돈을 묶어두는 편이 비합리적인 선택이 됐다. 장기 가입자까지 통장을 깨는 현상은 청약제도의 효용이 무너졌다는 경고다. 서울의 당첨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당첨 가점은 65.81점이었다. 2023년 56.17점, 2024년 59.68점에서 해마다 뛰었다. 일반적인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은 69점이다. 평균 당첨선이 최고점과 불과 3점 차이로 붙었다. 미혼 청년과 결혼 초기 신혼부부는 가점제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 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하면서 청약 점수표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과 막 가정을 꾸린 부부를 뒤로 밀어낸다. 특별공급 유형을 늘려도 공급 물량이 부족하면 경쟁자의 줄만 나뉜다.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노부모 부양, 신생아 특별공급을 계속 덧붙였지만 살 집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공급 부족의 책임을 자격 기준 개편으로 가려온 셈이다. 추첨 물량을 늘려도 분양가가 20억원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이 계약한다. 가점에서 추첨으로 선정 방식을 바꿔도 입주 문턱은 그대로 남는다. 청약제도는 당첨자를 정할 뿐 당첨자가 집을 살 수 있게 해주지 않는다. 공공분양에서도 자금력이 점수로 바뀌었다. 정부는 2024년 11월 청약저축 월 납입 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다. 납입총액으로 당첨 순위를 정하는 공공분양에서는 매달 25만원을 넣어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월 10만원과 25만원의 차이는 1년에 180만원이다. 10년이면 1800만원이다. 월세와 생활비, 학자금 대출을 감당하는 청년에게 매달 25만원은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저축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를 돕기 위해 만든 제도가 돈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서울과 지방의 청약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92.6대 1에 달했다. 울산과 부산, 강원, 전남, 제주 등에서는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단지가 이어졌다. 서울에서는 100명 가까이 줄을 서야 한 명이 당첨된다. 지방에서는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집이 남는다. 서울의 청약통장은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복권이 됐고 지방의 청약통장은 쓸 곳을 찾기 어려운 통장이 됐다. 서울의 높은 경쟁률을 청약제도의 인기라고 내세울 수도 없다. 수백 명 가운데 한 명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돌아가는 구조는 정상적인 주택 공급시장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집이 부족해 벌어지는 쟁탈전이다. 지방에는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은 집이 쌓였다. 지난 5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239가구였고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주택은 2만9350가구에 달했다. 상당수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주택이 부족하고 사람이 떠나는 곳에는 빈집이 늘어난다. 일자리와 대학, 교통망, 의료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태에서 지방에 아파트만 지어 공급 실적을 채운 결과다. 정부의 공급 통계에서는 서울 도심의 한 채와 수요가 줄어드는 지방의 한 채가 똑같이 계산된다. 전국 공급량이 늘었다고 발표해도 서울 출퇴근권의 무주택자가 들어갈 집은 늘지 않는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공급계획서에 적힌 가구 수가 아니라 실제 생활권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이다. 택지를 발표하고 지구를 지정하는 것만으로 주택이 생기지 않는다. 인허가와 착공이 늦어지고 준공이 몇 년씩 밀리는 동안 전셋값과 분양가는 오른다. 주택정책은 발표 물량이 아니라 착공과 준공, 입주 시점으로 평가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대출을 조이고 청약 요건을 손질했다. 공급 부족은 그대로 둔 채 수요자에게 더 높은 문턱을 세웠다. 대출을 줄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은 불편을 감수하고 집을 산다. 저축한 돈 2억∼3억원이 전 재산인 무주택자는 시장에서 밀려난다. 투기를 막는다는 규제가 실수요자의 사다리부터 걷어찼다.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시장을 만든 뒤 청약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분양가는 20억원을 넘는데 금융 통로는 막혀 있다. 당첨권만 주고 입주할 길을 닫아놓은 셈이다. 청약제도는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졌다. 혼인 기간, 자녀 수, 소득, 자산, 거주 기간, 세대 구성, 주택 소유 이력을 모두 따진다. 모집공고문은 웬만한 법률 문서보다 어렵다. 한 항목을 잘못 판단하면 부적격 처리를 받고 당첨 기회까지 제한된다. 규칙이 복잡해진 만큼 무주택자의 기회가 넓어졌다면 감수할 수 있다. 현실은 반대다. 규정은 계속 늘었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줄었다. 청약제도 개편은 공급 부족과 고분양가를 가리는 장막이 됐다. 청약통장 금리를 조금 올리고 세제 혜택을 늘리는 처방도 본질을 비껴간다. 청약통장은 예금 이자를 받기 위해 만드는 통장이 아니다. 집을 분양받기 위해 가입한다. 당첨 가능성이 낮고 당첨돼도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데 금리 몇 푼을 더 준다고 국민이 돌아오지 않는다. 청약통장 이탈은 주택도시기금에도 부담을 준다. 청약저축 자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전세자금 지원에 쓰이는 주요 재원이다. 청약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서민 주거정책을 떠받칠 자금도 줄어든다. 정책 실패가 다시 정책 기반을 무너뜨리는 구조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무주택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서울 도심과 주요 일자리 접근성이 높은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줄이고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 공공택지에서는 토지비와 개발이익을 낮춰 분양가를 억제해야 한다. 공공이 조성한 땅에서 민간 시세와 다를 바 없는 가격의 아파트를 내놓고 서민 주거정책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생애 최초 무주택자에게는 소득과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 통로를 열어야 한다. 분양가와 대출한도가 따로 움직이면 청약시장은 현금 부자의 시장으로 남는다. 가점제도 현재의 가구 구조에 맞게 고쳐야 한다. 1인 가구와 결혼 초기 가구가 가입 기간과 납입 실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 부양가족 수가 적다는 이유로 청년을 사실상 배제하는 제도는 저출산 시대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청약 조건을 다시 손보는 데 그칠 일이 아니다. 미분양을 해소하고 실수요를 만들 수 있도록 산업과 교통, 교육 정책을 주택 공급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사람이 갈 이유가 없는 곳에 아파트만 짓고 청약 미달을 수요자의 선택 탓으로 돌려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대목은 1순위 가입자까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통장을 유지한 사람들이 기다림을 끝내고 있다. 수년간 돈을 넣어온 가입자는 작은 금리 차이 때문에 통장을 깨지 않는다. 당첨되기 어렵고 당첨돼도 살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 떠난다. 4년 동안 276만명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개인 사정의 합계로 넘길 수 없는 규모다. 청년이 청약통장을 만들지 않고 신혼부부가 서울을 떠나며 장기 무주택자가 통장을 깨는 사회에서는 근로소득보다 상속과 증여가 집의 주인을 결정한다. 집을 가진 부모와 그렇지 못한 부모의 차이가 자녀 세대의 주거와 결혼, 출산까지 갈라놓는다. 국가는 국민에게 통장을 만들고 기다리라고 했다. 국민은 돈을 넣고 무주택 기간을 견뎠다. 그 사이 필요한 곳의 공급은 부족해졌고 분양가는 20억원을 넘어섰으며 현금이 없는 실수요자의 금융 통로는 좁아졌다. 청약통장을 깬 국민이 국가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 아니다. 주택정책이 먼저 신뢰를 잃었다. 276만개의 해지 통장은 정부에 보내는 항의서다. 정부가 읽지 않는다면 다음에 사라지는 것은 청약통장만이 아니다. 일해서 번 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 대한민국 중산층을 만들어온 통로가 함께 사라진다.
2026-07-21 09: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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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지역 40곳으로 확대…비규제지역 '풍선효과' 재현되나
[경제일보] 정부가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추가 규제지역을 지정하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흐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규제 강화 이후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했던 ‘풍선효과’가 이번에도 반복될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경기도는 지난달 30일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규제지역은 기존 37곳에서 40곳으로 확대됐다. 서울 25곳은 그대로 유지됐으며 경기도는 12곳에서 15곳으로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과거 사례를 근거로 비규제지역으로의 수요 이동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전후 30일간 경기 지역 아파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비규제지역 거래는 6926건에서 1만1691건으로 약 68.8% 증가했다. 규제를 피하려는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이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당시에는 화성시가 938건에서 1932건으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으며 고양시와 남양주시, 용인 기흥구, 구리시, 부천시 등에서도 거래가 크게 늘었다. 이들 지역 중 일부가 이번에 규제지역으로 편입되면서 남은 비규제지역이 새로운 대체 투자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고양시, 남양주시, 부천시, 김포시 등 서울 접근성이 높거나 광역 교통망이 구축된 지역이 유력한 대체지로 거론된다. 수도권 남부에서는 수원시 권선구 역시 관심 지역으로 꼽힌다. 규제지역에서는 청약 요건이 강화된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 2년 이상, 세대주 요건 충족, 최근 5년 내 당첨 이력 제한 등 까다로운 조건이 적용된다. 반면 비규제지역은 이러한 제한이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특히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의 경우 100% 추첨제로 공급돼 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도 당첨 가능성이 있다. 금융 조건에서도 차이가 있다. 규제지역은 계약금 10%와 중도금 대출 보증 1건 제한이 적용되는 반면 비규제지역은 계약금 5%에 보증 2건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차이가 수요 이동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규제지역에서 분양을 앞둔 신규 단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부천시 상동 일원에서 ‘상동역 롯데캐슬 시그니처’를 공급할 예정이며 호반산업은 김포 사우동에서 ‘호반써밋 풍무Ⅲ’를 선보인다. 남양주 진접2지구에서는 ‘남양주 진접 서한이다음’이 분양을 앞두고 있으며 GS건설은 오산 양산동에서 ‘오산헤리티지자이’를 공급할 계획이다.
2026-07-12 15: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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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vs 시행사… '창동민자역사 분양 갈등' 계약내용 따져봐야
[경제일보] 22년 만에 준공된 창동민자역사 현 아레나X스퀘어를 둘러싼 분양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임대분양계약자들은 수익률 조건과 잔금대출 안내, 시행사 재무 상태, 약관 문제 등을 둘러싸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와 법원 판단을 종합하면 수분양자 측이 제기한 쟁점 가운데 계약서와 법원 판단을 기준으로 다시 따져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시행사인 창동역사 주식회사는 수익률 보장과 잔금대출, 권리보전 문제를 둘러싼 수분양자 측 주장에 대해 “계약 내용과 다른 해석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창동민자역사는 일반 매매분양이 아니라 일정 기간 상가를 사용할 권리를 받는 임대분양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진 사업이다. 쟁점이 커질수록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 주장에 기대는 판단이 아니라 계약서와 법원 판단, 자금관리 방식에 관한 확인이다. ◆5% 수익률, 전체 수분양자 대상이었나 가장 큰 쟁점은 연 5% 확정수익률 논란이다. 수분양자 측은 시행사가 분양 당시 연 5% 수익을 약속했으나 준공을 앞두고 이를 2.5%로 낮추는 동의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수익률은 상가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인 만큼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계약의 중요한 조건이 사후에 바뀌었다”는 불만이 커졌다. 시행사 측 설명은 다르다. 5% 수익률 보장은 전체 수분양자에게 일괄 적용된 조건이 아니라 일정 기간 분양 촉진을 위해 진행한 프로모션 대상자에게만 부여된 조건이라는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5% 수익보장 증서가 나간 수분양자에게는 당연히 5%를 지급한다”며 “그 약속을 2.5%로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행사 측에 따르면 전체 호실은 1380호실 안팎이고 5% 보장 대상은 일부 수분양자에 한정된다. 나머지 수분양자는 시행사가 직접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입점 업체와 수분양자를 연결해 임대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2.5%는 5% 보장 대상자의 수익률을 낮춘 것이 아니라 보장 증서를 받지 않은 수분양자에게 입점 업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기본 조건”이라며 “실제 수익률이 5%나 7%로 나오면 그 수익은 수분양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수익률 논란은 결국 문서로 가려야 한다. 5%라는 숫자가 계약서 본문에 들어갔는지, 별도의 수익보장 증서가 발급됐는지, 그 대상과 기간이 어디까지인지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진다. 5% 수익보장이 모든 수분양자에게 적용된 조건이었다면 시행사의 책임 논의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일부 프로모션 대상자에게만 부여된 조건이고 해당 대상자에게는 계속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면 “5%를 2.5%로,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는 주장은 다시 따져봐야 한다. 분양 상담 과정의 설명과 계약서에 편입된 약정은 법적 무게가 다르다. 수익보장 증서, 2.5% 관련 안내문, 동의서 문구, 입점 업체와의 임대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수분양자가 기대한 수익과 시행사가 법적으로 부담한 수익보장 의무가 같은 것인지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잔금대출 ‘편법’ 논란, 금융 실무 확인해야 잔금대출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부 수분양자들은 부동산임대업으로 계약했는데 잔금대출 단계에서 도소매업 사업자등록을 안내받았다며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행사 측은 사업자등록 안내가 잔금대출을 돕기 위한 금융상품 안내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신축 상가는 잔금 납부 전 실제 임대수입이 잡히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임대수입을 기준으로 한 부동산임대업 대출은 한도 산정이 제한될 수 있고, 금융기관이 실제 영업을 전제로 한 사업자대출 상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등록 업종 안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이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금융상품을 안내한 것일 뿐 특정 금융기관이나 특정 방식의 대출을 강제한 것은 아니다”며 “수분양자가 다른 담보나 주거래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쟁점은 도소매업 사업자등록 안내가 실제 영업 예정 업종에 맞는 절차였는지, 금융기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 수분양자에게 선택권이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도소매업 등록 안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대출 규제 회피라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중도금 대출 문제도 같은 선상에 있다. 시행사 측은 “중도금 무이자 지원은 했지만 잔금 납부 이후까지 금융비용을 계속 부담하기로 한 약정은 없다”고 설명한다. 분양 현장에서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납부한 뒤 잔금 시점에 중도금 대출을 정리하고 잔금을 치르는 방식이 통상적으로 활용된다. 중도금 무이자 지원과 잔금대출 보장은 법적으로 성격이 다른 문제라는 게 시행사 측 입장이다. ◆자본잠식 논란, 보증금 반환 불능으로 곧장 이어지나 재무 상태도 논란의 한 축이다. 일부 수분양자 측은 창동역사의 누적결손금과 자본잠식, 감사보고서에 적힌 계속기업 불확실성 문구를 들어 30년 뒤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거액의 보증금을 장기간 맡기는 계약인 만큼 재무제표에 적힌 숫자는 수분양자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시행사 측은 이 해석이 지나치게 단선적이라고 반박한다. 창동역사는 회생절차를 거쳐 장기간 멈춰 있던 사업을 다시 살린 회사다. 공사가 진행되고 분양대금이 들어오더라도 준공과 매출 인식 전까지는 회계상 선수금이나 부채로 잡힐 수 있다. 이 때문에 재무제표상 부채와 결손금만 떼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자금관리 방식도 시행사 측 반박의 핵심이다. 시행사 측은 분양대금과 사업자금이 신탁계좌를 통해 관리되고 있어 회사가 임의로 빼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창동역사는 지난 3월 31일 준공 승인을 받았다. 장기간 방치됐던 사업이 회생절차와 공사 재개를 거쳐 준공까지 도달한 만큼 보증금 반환 가능성은 단순한 자본잠식 여부가 아니라 회생계획 이행, 신탁계좌 관리, 영업 개시 이후 수익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근저당권 논란도 같은 선상에 있다. 수분양자 측은 입점지정기간 직전 판매시설에 2974억원대 근저당권이 설정됐다며 보증금 반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행사 측은 잔금 납부 후 기존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수분양자 명의로 전세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근저당이 설정됐다는 사실 자체보다 잔금 납부 이후 말소와 전세권 설정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다. ◆법원이 이미 다룬 쟁점도 있다 이 사안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비슷한 쟁점이 이미 법정에서 다뤄졌다는 점이다. 본지가 확인한 법원 판단을 보면 일부 수분양자들이 창동역사를 상대로 낸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가 확인된다. 2023년 선고된 사건에서 수분양자는 창동역사가 전매를 약속했다며 납부한 돈의 반환을 요구했다.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창동역사가 전매를 확약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고, 계약서에도 입점예정일은 변동될 수 있으며 추후 개별통지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이유였다. 계약이 해제됐거나 무효라고 볼 근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다른 사건에서도 결론은 비슷했다. 수분양자는 시행사가 전매금지나 입점예정일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중도금 대출을 시행사가 책임지고 알선해주기로 약속했다고 볼 자료도 부족하다고 봤다. 2025년 선고된 사건에서는 오히려 창동역사의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수분양자가 계약 해제 등을 이유로 잔금 납부를 거부하자 창동역사가 손해 발생분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수분양자 측은 입점일, 사업자등록 안내, 잔금대출 조건, 약관 문제 등을 다퉜다. 그러나 법원은 입점일이 계약 내용으로 확정됐다고 보기 어렵고, 약관 조항도 수분양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거나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들 판단이 앞으로 제기될 모든 소송의 결론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건마다 당사자와 증거가 다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된 법원 판단만 놓고 보면 “기망 분양” “계약 해제 불가피” “불공정 약관”이라는 일부 주장과 법원 판단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분쟁 쟁점은 주장보다 문서에 있다 창동민자역사 논란은 일부 수분양자들의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쟁점은 감정적 피해 주장보다 계약 문서와 자금관리 방식, 법원이 이미 다룬 판단에 더 가깝다. 장기 임대분양 계약에서 수익률과 대출, 권리보전 장치가 중요한 쟁점인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은 계약서와 수익보장 증서, 잔금대출 안내자료, 신탁계좌 관리 방식 등으로 확인돼야 한다. 시행사 측은 일부 수분양자들이 계약 내용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분쟁을 확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수분양자 측은 수익률과 대출, 권리보전 장치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맞선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된 법원 판단에서는 기망, 계약해제, 불공정 약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사 중단의 과거와 2021년 이후 재분양 계약 분쟁도 따로 봐야 한다. 창동민자역사는 과거 경영진 문제와 자금난으로 장기간 방치됐던 사업이다. 이후 회생절차와 인수, 공사 재개를 거쳐 준공까지 이르렀다. 과거 피해와 현재 신규 수분양자들의 불만을 하나로 묶으면 책임 주체와 쟁점이 흐려진다. ◆일부 점포 지연이 전체 입점에도 영향 시행사와 수분양자 사이의 갈등은 개별 계약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형 상업시설은 업종과 브랜드 배치가 맞물려 움직인다. 대형 프랜차이즈나 생활편의 업종은 한 칸짜리 점포만으로는 입점이 어렵고 여러 점포를 묶어 하나의 매장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점포의 잔금 납부나 권리 설정 절차가 지연되면 해당 점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입점 협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시행사 측은 “복수 점포를 한꺼번에 임차하려던 업체가 일부 점포 문제로 계약을 접은 사례도 있다”며 “일부 점포 문제로 대형 입점 업체가 빠지면 피해는 해당 점포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구역의 다른 수분양자들이 임대수익 기회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행사 측은 일부 수분양자의 계약 해제 주장과 잔금 납부 거부를 단순한 개별 분쟁으로만 보기 어렵다고 본다. 한두 점포의 절차가 멈추면 대형 입점 업체 유치가 어려워지고, 대형 입점 업체가 빠지면 주변 점포의 임대수익 기회와 상가 활성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창동민자역사 논란은 피해 주장만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5% 수익률 보장의 대상과 범위, 2.5% 조건의 성격, 잔금대출 안내 경위, 신탁계좌 자금관리, 근저당 말소와 전세권 설정, 법원이 이미 다룬 쟁점을 함께 봐야 한다. 결국 남는 것은 주장보다 계약 내용이다. 논란의 무게도 소송 규모가 아니라 실제 계약과 권리보전 장치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 [아주경제 2026년 06월 08일자 14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6-09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