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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범 때린 피해자에게 벌금형, 법은 공포의 순간을 보았나
[경제일보] 새벽 여자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소변을 보고 있었다. 그 장면을 20대 남성이 몰래 촬영했다. 여성은 그 남성의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렸다. 법원은 여성을 폭행죄로 유죄 판단했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 개요는 몇 줄이면 끝난다. 그러나 그 몇 줄 안에 새벽 여자 화장실의 공포까지 담기지는 않는다. 장소는 여자 화장실이었다. 시간은 오전 5시40분께였다. 피해자는 용변 중이었다. 상대 남성은 처음 선을 넘은 사람도 아니었다. 이미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혐의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였다. 그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한 것이다. 창원지법은 이 여성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성이 불법촬영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폭행 피해를 일관되게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또 여성이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출입구를 다리로 막은 데 그치지 않고 얼굴 부위를 15∼17회가량 폭행했다며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폭행의 횟수와 부위를 따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렸다는 사실관계가 인정됐다면 그 대목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형법은 방위행위가 정도를 넘은 경우까지 하나의 결론으로만 처리하지 않는다. 과잉방위라는 완충지대를 두고 있고, 그중에서도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경악·흥분·당황 때문에 방위행위가 정도를 넘은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정당방위 성립 여부를 넘어서는 판단을 요구했다. 정당방위를 부정한 뒤에도 법원에는 남은 판단이 있었다. 새벽 여자 화장실에서 용변 중 불법촬영을 당한 사람의 공포와 경악, 흥분과 당황을 살피지 않는다면 형법 제21조 제3항은 문언으로만 남는다. 시민들이 이 판결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법촬영은 단지 휴대전화를 들이댄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의 신체와 사생활, 성적 자기결정권을 동시에 침해하는 범죄다. 더구나 디지털 성범죄는 범행 현장에서 끝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촬영물이 휴대전화에 남아 있으면 피해는 계속될 수 있다. 저장될 수 있고 전송될 수 있으며 복제될 수 있다.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느꼈을 공포는 “이미 촬영은 끝났다”는 사후적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이 사건의 핵심은 성범죄 피해자의 현장 반응을 법이 어떻게 볼 것인지에 있다. 사적 응징권을 인정하자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형법은 사적 보복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형사법의 기본이다. 그러나 성범죄 피해자가 범행 직후 현장에서 보인 즉각적 저항을 일반 폭행 사건의 사후적 평정심으로만 재단해서는 곤란하다. 형법 제21조 제3항은 바로 그 지점을 위해 존재한다. 방위행위가 정도를 넘었더라도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해 그 행위에 이르렀다면 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이다. 이는 법이 인간에게 불가능한 침착함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위협 앞에 선 사람이 항상 균형 잡힌 비례감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경험칙을 법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 조항의 의미를 정면으로 불러온다. 오전 5시40분 여자 화장실은 평온한 일상 공간이 아니었다.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였다. 상대는 불법촬영을 한 직후였다. 촬영물의 존재와 도주 가능성도 있었다. 피해자는 상대가 누구인지, 촬영물이 어디로 갈지, 자신이 당한 일을 제대로 입증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몇 분은 법률가의 책상 위 시간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의 현장 시간이었다. 얼굴을 15회 이상 때렸다는 판단이 사실이라면 그 자체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정이다. 피해자라는 이유만으로 물리력 행사의 한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대목은 제21조 제3항을 배제할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그 조항을 검토해야 할 출발점에 가깝다. 제21조 제3항은 방위행위가 정도를 넘은 경우를 전제로 한다. “많이 때렸으니 정당방위가 아니다”에서 멈출 일이 아니라 “그 정도를 넘은 행위가 공포·경악·흥분·당황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닌가”까지 따졌어야 했다. 이 사건에서 촬영 행위가 이미 끝났다고 보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불법촬영은 셔터를 누른 순간 법익 침해가 말끔히 종료되는 유형의 범죄가 아니다. 휴대전화 안에 촬영물이 남아 있고 가해자가 도주하면 삭제·전송·유포·증거인멸 가능성이 뒤따른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범행 직후 현장에서 가해자를 제지한 행위를 사후 보복으로만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다. 벌금 30만원은 형량만 놓고 보면 무겁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형사판결에서 유죄의 의미는 금액으로만 계산되지 않는다. 이 여성은 불법촬영 피해자였고 동시에 폭행 사건의 피고인이 됐다. 성범죄를 당한 사람이 그 자리에서 저항했다가 전과의 이름을 얻은 것이다. 시민들이 이 판결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오래전에도 비슷한 질문 앞에 선 적이 있다. 1964년 최말자 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 당시 법원은 그에게 중상해 유죄를 선고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저항은 방위가 아니라 상해로 기록됐다. 61년 뒤 부산지법은 재심에서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그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했다. 최말자 사건이 이번 사건의 결론을 그대로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강간 시도를 벗어나기 위한 직접 저항과 불법촬영 발각 뒤 이어진 폭행은 사실관계가 다르다. 결과의 중대성도 다르고 범행의 국면도 다르다. 그러나 최말자 사건은 오래된 거울이다. 법이 성범죄 피해자의 저항을 사후의 평온한 시선으로 재단했을 때 어떤 오판이 생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성범죄 피해자는 사건 현장에서 법률가가 아니다. 침해의 현재성, 방위의 상당성, 행위의 비례성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용변 중 불법촬영을 당한 사람에게 “어디까지는 붙잡아도 되고 어디부터는 폭행이 된다”고 냉정히 구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법이 그 차이를 보지 못하면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맞아 보여도 사회적으로는 납득되기 어렵다. 형사재판은 여론의 압력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국민 법감정은 유무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법리는 현실을 해석하기 위한 도구이지 현실을 지워버리는 장치가 아니다. 법관의 판단은 조문과 판례 위에 서야 하지만 그 조문과 판례가 적용되는 현장의 인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성범죄 피해자의 저항을 어디까지 법적으로 허용할 것인지는 어려운 문제다. 선을 잘못 그으면 사적 보복을 부추길 수 있고 너무 좁게 그으면 피해자를 다시 처벌하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법원에는 더 정교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피해자의 폭행을 무조건 정당화하는 결론이 아니라 구체적 설명이었다. 불법촬영 피해자가 그 순간 어떤 공포와 당황 속에 있었는지, 그 상태가 왜 형법 제21조 제3항의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와 “공포·경악·흥분·당황”에 해당하지 않는지 설득하는 일이었다. 그 설명이 없으면 판결은 법정 안에서는 맞아 보여도 현장 밖의 시민에게는 멀게 느껴진다. 법이 피해자에게 요구한 것은 결과적으로 평정심이었다. 그러나 그 평정심은 새벽 여자 화장실에서 용변 중 불법촬영을 당한 사람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법률가에게는 가능한 계산이 피해자에게는 불가능한 순간이 있다. 형법 제21조 제3항이 있는 이유도 그 불가능한 순간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폭행의 결과를 보았다. 그러나 형법이 제21조 제3항을 둔 이유는 결과 이전의 공포와 당황까지 보라는 데 있다. 국민이 이 판결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법은 폭행의 횟수를 세었다. 이제 법은 그 횟수 앞에 있었던 새벽 여자 화장실의 공포도 보아야 한다.
2026-06-02 08:48:47
평택 길거리서 행인 폭행해 사지마비 입힌 20대 구속기소… '이상동기 범죄' 판단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일면식 없는 행인을 폭행해 영구 장애를 입힌 혐의(중상해 등)로 20대 남성 A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5일 오전 5시 40분경 경기 평택시 도로에서 50대 남성 B씨를 밀쳐 바닥에 넘어뜨린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바닥에 머리와 목을 강하게 부딪힌 B씨는 경추 손상을 입었으며, 의료진으로부터 영구적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다. 검찰과 경찰 조사 결과, 사건은 A씨가 길을 지나던 B씨 일행에게 이유 없이 침을 뱉고 달아나면서 시작됐다. 이를 뒤쫓아온 일행과 시비가 붙은 A씨는 흥분한 상태로 주먹을 휘둘렀고, 이 과정에서 싸움을 말리려 개입한 B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와 피해자 일행은 사건 당일 처음 본 사이로, 사전에 어떠한 원한 관계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뚜렷한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 연관성이 없고 범행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이상동기 범죄’로 규정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는 최근 2년간 매년 4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회복 불가능한 중한 피해를 입은 점을 근거로 A씨에게 엄정한 형량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를 유지할 방침이다.
2026-04-17 08: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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