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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상대원2구역 조합원 설득 나서…'그라투스' 홍보관 열었다
[경제일보] DL이앤씨가 시공사 교체 갈등을 겪었던 경기 성남 상대원2구역에서 조합원 대상 홍보관을 열고 사업 정상화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법원 판단으로 시공사 지위를 유지한 뒤 조합과 도급변경계약 협상을 이어온 가운데 공사비와 설계, 마감재 등 구체적인 조건을 조합원에게 직접 설명하며 관계 회복에 나선 것이다. DL이앤씨는 ‘상대원2구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조합원 대상 홍보관을 열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개관은 조합 측 요청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관은 지난 10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네 차례 세션으로 진행된다. 개관 직후부터 조합원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예약 인원은 1000명을 넘어섰다. 상대원2구역은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3810번지 일대를 정비해 지상 최고 29층, 43개동, 총 4885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조성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성남에서 추진되는 정비사업 가운데 규모가 큰 곳으로 꼽힌다. DL이앤씨는 대림산업 시절인 2015년 시공사로 선정됐고 2021년 조합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과 계약 조건,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 여부 등을 두고 조합과 이견이 커지면서 시공사 교체 갈등으로 번졌다. 조합은 올해 상반기 DL이앤씨와의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GS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DL이앤씨의 시공사 지위가 유지됐으며 현재는 조합과 도급변경계약 및 착공 인허가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홍보관은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후 조합원들에게 변경된 조건과 향후 청사진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조합원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요청에 힘입어 단지의 가치를 온전히 전할 수 있는 홍보관을 마련하게 됐다”며 “성남 최고의 랜드마크를 완성한다는 각오로 우수한 상품 설계는 물론 조합원 부담을 대폭 덜어줄 압도적인 조건을 충실히 설명해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보관에는 상대원2구역의 새 단지명인 ‘그라투스(GRATUS)’를 내걸었다. DL이앤씨는 외관 특화를 위해 옥탑 디자인과 커튼월룩, 금속패널, 대형 문주 등을 적용해 대단지에 걸맞은 스카이라인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조경 계획도 대규모로 마련했다. 약 2만200평의 녹지 공간에 특화정원 67곳과 수경시설 5곳, 총 5.9㎞ 길이의 산책로를 조성한다. 단지 내부 보행 동선과 휴식공간을 넓혀 대단지의 개방감과 조경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커뮤니티 시설은 약 5900평 규모로 마련했다. 총 58개 시설에 스카이풀과 게스트하우스, 스카이라운지, 스카이 프라이빗 스파 등 6개 스카이 커뮤니티를 배치하며 조식과 중식, 석식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올데이 다이닝’ 시설도 2곳 마련할 예정이다. 조합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건으로는 3.3㎡당 699만원의 확정 공사비와 분담금 ‘입주 1년 후 100% 납부’를 내걸었다. 일반분양가 100% 수용과 신속한 착공, 조합이 요구한 도급계약서안 수용, 프리미엄 가전제품 5년 구독 케어서비스 등 모두 20가지 조건도 포함했다. 특히 확정 공사비와 분담금 납부 유예 조건은 조합원들의 자금 부담과 향후 공사비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상품 고급화만 강조하기보다 공사비와 분담금, 계약 조건까지 함께 제시해 도급변경계약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번 홍보관 운영을 계기로 빠른 사업 추진에 대한 모든 조합원들의 염원을 뼈저리게 공감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며 “조합과의 탄탄한 협력을 바탕으로 상대원2구역을 성남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10-15 10: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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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에서 400명으로…지평, 공익·해외개척으로 키운 26년
[경제일보] 2000년 4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강금실 변호사와 법무법인 세종을 나온 젊은 변호사들이 새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출발 인원은 한국 변호사 10여 명이었다. 이미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 등이 기업법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던 때였다. 새 로펌은 처음부터 조금 다른 말을 꺼냈다. 일을 잘하는 로펌과 함께 민주적이고 윤리적이며 공익적인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설립과 동시에 공익위원회를 만들고 공익활동 규정과 윤리헌장도 마련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출발이었다. 26년이 지난 지금 지평에는 변호사와 외국변호사, 각 분야 전문가 등 400명가량이 일한다. 2025년 국내 법무법인 매출은 1327억원으로 전년보다 10.03% 늘었고 특허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친 매출은 1500억원을 넘어섰다. 2000년대 초 신생 로펌이던 지평은 이제 대형 로펌 바로 아래에서 경쟁하는 중견 대형로펌으로 올라섰다. 지평이 걸어온 길에는 다른 대형 로펌과 다른 선택이 여러 번 있었다. 초창기에는 벤처와 M&A를 파고들었고 해외에서는 뉴욕이나 런던보다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 같은 신흥시장으로 먼저 향했다. 규모가 필요할 때는 합병도 했지만 공익활동과 구성원 중심의 운영방식은 그대로 가져갔다. ◆ 강금실과 젊은 변호사들이 만든 새 로펌 창립을 주도한 사람은 양영태·김상준·임성택 변호사 등이었다. 양영태 변호사는 1995년 세종에 입사해 금융과 증권, 보험, M&A와 각종 송무를 담당하다 2000년 지평 설립에 참여했다. 임성택 변호사 등도 당시 기존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젊은 법률가였다. 강금실 변호사가 대표로 합류하면서 신생 로펌의 이름도 빠르게 알려졌다. 당시 지평이 노린 시장 가운데 하나는 벤처기업이었다. 인터넷과 정보기술 기업이 빠르게 생겨나던 시기였지만 이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로펌은 많지 않았다. 지평은 출범 당시부터 벤처기업의 투자와 기업공개, 인수·합병 등을 주요 업무로 내걸었다. 당시 언론에는 ‘벤처전문 로펌’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작은 조직이 이름을 알리는 데는 사건이 필요했다. 2005년 지평은 당시 국내 M&A 시장의 대형 거래였던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에 참여했다. 거래 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설립 5년 만에 대기업 M&A 시장에서 이름을 올렸다. 송무에서도 실적을 쌓았다. 설립 당시 10명 남짓했던 한국 변호사는 2004년 35명, 2006년 43명으로 늘었다. 기업자문과 송무를 함께 키우면서 신생 로펌에서 종합로펌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 뉴욕 대신 베트남으로 갔다 지평의 성장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외시장이다. 국내 대형 로펌들이 미국과 영국의 유수 로펌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힘을 쏟을 때 지평은 한국 기업이 실제 투자를 늘리던 아시아 신흥시장으로 변호사를 보냈다. 양영태 변호사는 2006년 말부터 베트남에 장기 체류하며 현지 법인 설립을 준비했다. 2007년 호찌민과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를 열었고 2009년에는 하노이와 캄보디아 프놈펜,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거점을 넓혔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미얀마 양곤에도 차례로 진출했다. 한국 기업들이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찾아 동남아시아로 움직이던 시기였다. 국내 본사에서 현지 로펌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 직접 사무소를 두고 한국 기업을 따라간 것이 지평의 선택이었다. 해외 사무소에는 현지 법률가들도 함께 배치했다. 2024년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무소를 열었다. 배터리와 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중동부유럽 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결정이었다. 헝가리까지 더하면서 해외 네트워크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장됐다. 현재 지평은 8개국에 9개 해외 거점을 두고 있다. 국내 대형 로펌 가운데 해외 사무소 숫자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김앤장이나 빅5보다 변호사 숫자는 적지만 신흥시장 현지 네트워크에서는 일찍부터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었다. ◆ 2008년 지성과 합병해 단숨에 100명 넘어 자체 성장만 고집한 것은 아니다. 2008년 지평은 법무법인 지성과 합병을 결정했다. 그해 5월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합병을 발표했고 9월 법무법인 지평지성이 출범했다. 합병 당시 두 로펌을 합친 변호사는 125명이었다. 한국 변호사 104명과 외국 변호사 21명이 한 조직에 들어오면서 당시 국내 7위 규모로 올라섰다. 출범 8년 만에 변호사 100명대의 대형로펌이 됐다. 업무도 보강됐다. 지평이 M&A와 기업소송, 해외업무에 강점이 있었다면 지성은 M&A와 노동, 금융자문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합병 뒤 금융 전문인력도 늘었고 대형 M&A와 공기업 민영화처럼 여러 분야가 얽힌 업무를 함께 맡을 여건이 만들어졌다. 통합 법인은 한동안 ‘지평지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2014년 다시 법무법인 지평으로 사명을 바꿨다. 두 조직을 합쳐 몸집은 키웠지만 브랜드는 창립 때 사용했던 ‘지평’으로 돌아왔다. ◆ 돈 버는 일과 공익을 따로 놓지 않았다 지평을 다른 로펌과 구별해온 또 다른 축은 공익활동이다. 설립 당시부터 공익위원회를 운영했고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조직 차원에서 관리했다. 로펌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 사회공헌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니라 창립 때부터 회사 운영의 한 부분으로 넣었다. 2014년에는 공익법단체 사단법인 두루를 설립했다. 로펌 변호사들이 본업을 하면서 시간을 내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공익사건을 전업으로 맡는 변호사 조직을 따로 만든 것이다. 두루는 장애와 아동·청소년, 사회적 경제, 국제인권 등에서 소송과 입법 활동을 해왔다. 2015년에는 국내 로펌 가운데 처음으로 공익활동보고서를 냈고 2018년에는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했다. 기업 고객에게 요구되는 환경과 인권, 지배구조 문제를 로펌 자신의 운영에도 적용하려는 시도였다. 공익은 훗날 새로운 법률시장과도 연결됐다. 기업들이 인권과 환경, 공급망 관리 문제를 경영 리스크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지평이 오래 다뤄온 인권과 사회적 가치 문제가 기업자문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공익에서 ESG 사업으로 지평은 2019년 인권경영팀을 만들었다. 이듬해 환경팀과 컴플라이언스팀 등을 합쳐 ESG센터를 출범시켰다. 변호사뿐 아니라 인권과 환경, 지속가능경영을 다루는 컨설턴트와 전문위원을 함께 배치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이다.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만 보지 않고 환경과 노동·인권, 지배구조까지 함께 평가하는 경영 기준이다. 지평은 기업의 인권·환경 실사와 공급망 관리, 지속가능경영 전략, 해외 규제 대응까지 업무를 넓혔다. 이 과정에는 지평이 창립 때부터 강조해온 공익활동 경험이 활용됐다. 장애인이나 아동의 권리를 다루던 공익 업무와 기업 인권실사는 성격이 다르지만 인권을 법률 문제로 다뤄온 경험은 기업 자문에도 이어졌다. 공익활동과 기업자문 사이에 새로운 시장이 생긴 것이다. 지평은 ESG센터를 법률자문에만 묶어두지 않았다. 비변호사 컨설턴트를 영입해 기업의 정책 수립과 평가, 실사까지 맡도록 했다. 최근 대형 로펌들이 변호사 외 전문가를 늘리는 흐름을 지평은 ESG 분야에서 일찍 시험했다. ◆ 퀄컴 10년 소송으로 공정거래 이름 알려 지평의 성장에는 장기 소송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의 1조원대 과징금 소송이다. 공정위가 2009년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을 문제 삼아 과징금을 부과하자 퀄컴은 행정소송을 냈다. 지평은 공정위를 대리해 10년 넘게 소송을 수행했고 최종적으로 공정위 측 승소를 이끌었다. 현재 공동집행대표인 김지홍 변호사도 이 사건을 맡았다. 공정거래는 이후 지평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도 김지홍 대표는 국내 공정거래 분야 주요 변호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평 전체로는 기업·M&A와 송무, 노동, 금융 등 14개 업무 분야가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에는 플랫폼 기업 사건도 맡았다. 2025년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배차 알고리즘 사건과 네이버쇼핑 검색 알고리즘 사건 등에서 성과를 냈다. 공정거래 규제 대상이 제조업과 재벌에서 플랫폼과 알고리즘으로 옮겨가면서 사건의 내용도 달라졌다. ◆ 부동산·리츠까지 사람을 붙였다 지평은 전문분야를 키울 때 팀 단위 영입도 활용했다. 2020년에는 부동산 거래와 리츠 업무에 강했던 법무법인 넥서스의 전문 변호사 12명을 영입했다. 기존 건설·부동산 송무에 거래와 금융 업무를 붙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성과는 몇 년 뒤 나타났다. 지평은 2025년 리츠와 실물 부동산 거래에서 상반기 법률자문 1위를 기록했고 연간 리그테이블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건설·부동산 분쟁과 프로젝트금융, 리츠를 하나의 부문으로 묶는 작업도 진행했다. 2026년에는 정원 변호사를 건설·부동산 부문대표로 선임했다. 건설과 리츠, 부동산금융, 정비사업, 도심복합개발을 함께 총괄하도록 조직을 바꿨다. 한 사건을 자문과 송무로 나누기보다 산업 단위로 묶겠다는 최근 지평의 경영 방향이 반영됐다. M&A에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2026년 지평의 기업·M&A 분야를 국내 Band 3로 평가했다. 국영기업과 사모펀드,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와 합작투자, 해외투자, 구조조정 등을 맡고 있다. ◆ 창업세대 뒤를 공채세대가 이어받았다 2025년 지평 경영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김지홍·이행규 변호사가 공동집행대표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창업자가 아니라 지평이 공개채용한 초기 세대다. 김지홍 대표는 공정거래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고 이행규 대표는 기업공개와 자본시장 업무를 맡아왔다. 2000년 로펌을 세운 창업세대에서 조직 안에서 성장한 변호사들에게 경영이 넘어갔다. 주요 집행위원에도 2000년대 초 입사한 변호사들이 배치됐다. 대표를 정하는 과정도 창립 당시 운영방식과 연결돼 있다. 파트너들의 의견을 모으고 후보자에 대한 질의와 간담회를 거쳐 집행부를 구성했다. 특정 창업자가 후계자를 지명하는 방식보다 파트너들의 합의를 중시했다. 새 경영진은 법률 문제를 분야별로 잘라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방향을 내놨다. 회계와 기술, 정책, 글로벌 규제 등을 법률자문과 함께 제공하는 ‘Legal & Beyond’를 내걸고 비변호사 전문가와 전문센터를 늘리고 있다. ◆ 매출 1500억원…위에는 아직 큰 벽 숫자만 놓고 보면 지평이 갈 길은 길다. 2025년 국내 법무법인 매출은 1327억원이다. 특허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쳐야 1500억원을 넘는다. 같은 해 김앤장의 추정 매출은 1조6000억원 수준이고 태평양과 세종, 광장, 율촌은 모두 4000억원을 넘었다. 화우도 2812억원을 기록했다. 1694억원을 올린 YK에도 매출에서는 뒤져 있다. 지평이 목표로 내건 상위권 진입까지는 상당한 차이가 남아 있다. 고객 평가도 비슷하다. 한국경제와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실시한 2025년 조사에서 지평은 종합과 전문성, 서비스에서 각각 7위를 기록했다. 해외 거점과 공익활동처럼 지평이 먼저 만들어온 영역이 곧바로 기업 고객의 종합평가 순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견 로펌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YK가 빠르게 몸집을 키웠고 바른과 동인도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대륙아주와 린도 합병 절차에 들어가면서 지평이 자리한 1000억원대 시장에서도 규모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 26년 동안 버리지 않은 것 2000년 지평은 변호사 10여 명으로 출발했다. 당시 내건 것은 대형 로펌이라는 목표보다 전문성과 윤리성, 공익성, 민주적 운영이었다. 기업법무 시장에서는 벤처와 M&A를 파고들었고 해외에서는 베트남과 중국 등 한국 기업이 향하는 신흥시장으로 먼저 나갔다. 필요할 때는 지성과 합쳐 변호사 100명대 조직을 만들었다. 이후 공정거래와 노동, 부동산·리츠를 키웠고 공익활동에서 쌓은 경험을 ESG와 인권경영이라는 기업자문으로 연결했다. 2025년에는 창업세대 대신 공개채용으로 들어온 변호사들이 경영을 넘겨받았다. 지평은 매출로는 아직 빅6와 거리가 있다. 변호사 숫자도 수백 명 차이가 난다. 대신 26년 동안 조직을 키우면서 창립 당시 내세운 공익과 구성원 중심의 운영방식을 접지는 않았다. 큰 로펌이 된 뒤 원칙을 만든 것이 아니라 원칙을 정한 뒤 몸집을 키웠다. 지평의 26년은 그 순서로 이어져 왔다.
2026-09-22 08: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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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보고서 통과 이틀 만에 사퇴…인사검증은 어디서 멈췄나
[경제일보] 국회가 적격이라고 보고서를 채택한 후보자가 이틀 뒤 물러났다. 대통령은 그사이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자의 자질을 둘러싼 공방은 끝났지만, 그를 지명하고 검증했던 과정에 대한 질문은 오히려 커졌다. 청와대와 국회가 차례로 후보자를 살폈는데도 임명 직전까지 적격성을 둘러싼 판단이 달라졌다면 어느 단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9일 자진 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지명한 지 20일 만이다. 앞서 13일 물러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이번 개각에서 두 번째 낙마자다. 장관 후보자 6명 가운데 2명이 임명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특히 김 후보자의 사퇴에 이르는 과정은 인사검증 절차를 되짚어볼 중요한 사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5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열고 이틀 뒤인 17일 적격 의견의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퇴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청문 과정에서 상당 부분 소명됐다며 보고서 채택을 주도했다. 18일 이 대통령은 임명 여부에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후보자는 사퇴했다. 적격 보고서 채택과 후보자 사퇴가 이틀 간격으로 이어졌다. 보고서 채택이 대통령의 임명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판단과 인사권자의 최종 결정이 다를 수도 있다. 다만 이번처럼 짧은 시간에 결론이 달라진 경우에는 그 사이 새롭게 확인된 정보가 있었는지, 기존 자료를 다시 평가한 것인지 구분해 살펴볼 여지가 있다. 김 후보자의 전직 보좌진이 추가 의혹을 담은 탄원서를 17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청와대는 탄원서 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 후보자는 사퇴가 새로운 의혹 때문이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탄원서가 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것이 정보의 인지 시점과 처리 경로다. 새로운 자료가 접수됐다면 언제 누구에게 전달됐고 어떤 추가 확인을 거쳤는가. 기존에 파악한 사안이었다면 최초의 적격성 판단과 최종 판단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 경위를 알아야 이번 사례를 제도 개선의 자료로 삼을 수 있다. 용혜인 전 후보자 사례는 또 다른 문제를 보여준다. 용 전 후보자는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겸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논란이 이어진 끝에 청문회 전에 물러났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허용된다. 쟁점은 법률상 가능 여부와 별개로, 후보자의 의원직 유지 의향과 그에 따른 정치적 논란을 지명 전에 충분히 확인했느냐는 것이었다. 앞서 청와대는 용 전 후보자의 겸직 의사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검증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 자체가 누락됐는지가 문제다. 의향을 파악하고도 지명했다면 당시 판단의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후보자의 사퇴는 같은 결과로 이어졌지만, 드러낸 과제는 다르다. 용 전 후보자 사례에서는 지명 전에 무엇을 물었는지가 중요하다. 김 전 후보자 사례에서는 무엇을 알고 있었으며 그 정보를 어떻게 평가했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한 정보 누락과 정보를 확보한 뒤의 판단 차이를 모두 '검증 부실'이라는 말로 묶어버리면 정작 고쳐야 할 절차를 찾기 어려워진다. 인사검증의 핵심은 흠결을 찾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확인한 정보를 적격성 판단으로 연결하고, 그 판단의 근거를 남기는 데 있다. 대통령의 인사는 추천에서 시작한다. 후보군을 발굴하고 경력과 전문성을 살피는 과정이다. 이어 검증 단계에서는 재산과 세금, 범죄경력 등 법정 제출사항을 포함해 해당 직책과 관련된 이해충돌 가능성과 과거 행적을 확인한다. 최종 지명에서는 전문성과 정책 방향, 검증 결과를 종합해 판단한다. 인사청문회는 그 결정에 대해 국회가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별도의 절차다. 실제로 인사청문회법 제5조는 국회에 제출하는 임명동의안 등에 경력과 재산, 세금 납부 실적, 범죄경력 등에 관한 증빙서류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검증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임명권자 또는 지명권자가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각 단계의 기능은 분명하지만 실제 인선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추천 단계에서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을 수 있다. 검증 조직이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적격성 판단 과정에서 중요도가 낮게 평가됐을 수도 있다. 지명 당시에는 없던 정보가 청문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 가운데 무엇이 이번 사례에 해당하는지는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알 수 없다. 대통령이 18일 인사 시스템 재점검을 언급한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나름의 시스템과 노력이 있었지만 추가로 발견되는 문제도 있고, 정부의 판단과 다른 판단이 제기되기도 한다며 미처 대비하지 못한 부족함을 인정했다. 재점검의 범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추천의 문제였다면 후보 발굴과 평판 확인 절차를 살펴봐야 한다. 검증에서 정보를 놓쳤다면 자료 수집과 교차확인 방식이 대상이다. 이미 알고도 지명했다면 당시 적용한 적격성 기준과 최종 판단 과정을 검토해야 한다. 청문회 이후 새로운 문제가 나왔다면 정보가 접수돼 인사권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경로가 쟁점이다. 책임을 따지기 전에 판단의 경위를 복원하는 일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인사검증 조직이 모든 의혹을 사전에 찾아낼 수는 없다. 수사기관과 같은 조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데다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의 경계도 지켜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이유로 후보자를 무조건 배제한다면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따라서 검증을 강화한다는 말이 모든 후보자에 대한 무제한 조사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확인된 사실과 미확인 의혹, 법률상 결격 사유와 정치적·윤리적 판단을 구분하는 기준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국회 청문 절차의 역할도 돌아볼 대목이 있다. 여당은 정부의 인사를 뒷받침하려 하고 야당은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검증하려는 정치적 이해를 가질 수 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의혹이 소명됐다고 판단했지만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다고 맞섰다. 의견 차이 자체가 청문 절차의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청문보고서에 확인된 사실과 다투는 의혹,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을 구분해 남기면 대통령의 최종 판단에도 더 명확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인사청문회는 정부가 선택한 후보자를 검증하는 자리이지, 청와대가 해야 할 사전 판단을 대신하는 자리는 아니다. 반대로 사전 검증을 마쳤다는 이유만으로 청문회에서 새롭게 제기된 문제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두 절차가 서로의 책임을 넘겨받는 관계가 아니라 판단을 보완하는 관계가 되려면, 무엇이 언제 확인됐고 어떤 결론을 거쳤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용'에는 '범사예즉립 불예즉폐(凡事豫則立 不豫則廢)'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미리 준비하면 이루어지고, 준비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뜻이다. 인사에서도 준비란 서류를 빠짐없이 모으는 행정 절차만을 뜻하지 않는다. 문제가 제기됐을 때 누가 판단하고 그 근거를 어디에 남길 것인지까지 정해두는 일이다. 후보자 두 명이 사퇴한 뒤 후임을 찾는 일과 이번 인선 과정을 되짚는 일은 별개의 과제다. 다음 후보자를 지명한다고 앞선 인사에서 어떤 정보가 누락됐는지 저절로 밝혀지지 않는다. 검증 담당자를 바꾸더라도 적격성 판단의 기준과 기록 방식이 그대로라면 같은 질문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이번 개각이 남긴 물음은 김승원과 용혜인이라는 두 이름에만 머물지 않는다. 추천자는 무엇을 보고 후보자를 올렸는가. 검증 조직은 어떤 사실을 확인했는가. 인사권자는 무엇을 근거로 지명을 결정했는가. 청문회에서 판단이 달라졌다면 새로 밝혀진 것은 무엇인가. 인사검증의 신뢰는 후보자가 물러난 뒤 누가 잘못했는지 다투는 것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추천부터 최종 판단까지 무엇을 알고 어떻게 결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개선의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지 이틀 만에 후보자가 사퇴한 이번 사례는 그 기록과 설명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2026-09-21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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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장관 청문회, 이게 제대로 된 인사검증인가
[경제일보] 국회가 15일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승원 법무부 장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연다. 경제정책과 사법행정, 중소기업·벤처정책을 책임질 세 장관 후보자가 같은 날 국회의 검증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전날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6일 국방부·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18일 특별감찰관 후보자 청문회까지 이어진다. 말 그대로 ‘인사청문 슈퍼위크’다. 문제는 청문회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하루에 장관 후보자 세 명을 동시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국민이 원하는 제대로 된 인사검증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세 후보자에게는 각각 검증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이형일 후보자는 부동산 문제와 미래대응기금·세제개편 등 경제정책, 김승원 후보자는 신약 관련 청탁 의혹과 형사사법체계 개편, 이소영 후보자는 부동산·용역계약 논란과 중소기업 정책 전문성 등이 청문회 쟁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청문회가 이런 의혹을 확인하는 데만 그쳐서도 안 된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게는 고유가와 금융시장 불안, 재정 운용과 부동산·세제 정책을 물어야 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형사사법체계 개편과 검찰·경찰 관계, 법치주의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철학을 확인해야 한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게는 소상공인 부채와 벤처투자, 창업 생태계와 중소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따져야 한다. 장관 청문회의 본질은 과거의 흠결을 찾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맡길 능력과 판단력을 검증하는 데 있다. 세 청문회는 각각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진행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가 같은 날 몰리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감시, 국민의 관심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한 후보자의 중요한 정책 답변이나 새로운 의혹이 다른 청문회의 정치적 공방에 묻힐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자극적인 한두 장면이나 여야 충돌만 부각되고 정작 정책과 자질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인사청문회의 목적은 흠을 많이 찾는 것이 아니라 적임자인지를 제대로 가려내는 데 있다.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도 문제다.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도 야당은 다수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증인을 무더기로 불러 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필요한 증인마저 정쟁 때문에 부르지 못한다면 청문회는 후보자의 일방적인 해명만 듣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증인은 여당이 후보자를 보호하거나 야당이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정책적 판단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어야 한다. 자료 제출을 둘러싼 공방도 달라져야 한다. 청문회 때마다 야당은 후보자가 핵심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후보자 측은 개인정보나 자료 부존재 등을 이유로 맞서는 일이 반복된다. 청문회 당일 새로운 자료를 들이밀고 즉답을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도 제대로 된 검증은 어렵다. 후보자가 제출해야 할 자료의 범위와 기한을 보다 명확히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장치가 필요하다. 국회 역시 검증과 직접 관계없는 가족의 사생활이나 정치적 공격을 위한 자료까지 무차별적으로 요구하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 자료 제출을 놓고 며칠씩 싸우다 정작 정책 검증 시간을 잃는다면 청문제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의 균형도 되찾아야 한다. 장관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재산 형성 과정과 이해충돌, 법 위반 여부, 공직 윤리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이 정책 검증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흠결이 없는 사람을 찾는 것과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사람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후보자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만이 아니라 장관이 된 뒤 무엇을 할 사람인지다. 우리 인사청문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되풀이해 왔다. 여당은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지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야당은 어떻게든 낙마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까지 후보자의 능력보다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반복됐다. 이래서는 청문회가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제도가 아니라 정치적 승패를 겨루는 무대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청문회 일정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조속한 내각 구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핵심 장관 후보자들을 같은 날 한꺼번에 검증하는 것이 관행이 돼서는 곤란하다. 일정의 효율성보다 검증의 충실성이 우선이다. 최소한 경제·사법·산업처럼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처 장관들의 청문회는 국민이 충분히 지켜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일정을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국회가 ‘통과시켜 주는’ 절차가 아니다. 야당이 후보자를 흠집 내는 정치무대도 아니다. 국민을 대신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전문성, 정책 역량을 확인하는 국회의 중요한 견제 장치다. 오늘 세 청문회에서 여야가 누구를 더 몰아붙였고 누가 더 잘 방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세 후보자가 경제부총리와 법무부 장관, 중기부 장관으로서 어떤 원칙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루에 장관 세 명을 불러놓고 몇 시간씩 공방을 벌인 뒤 ‘청문회를 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인사청문회의 성패는 몇 명을 통과시키고 몇 명을 낙마시켰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그 사람에게 국가의 중요한 권한을 맡겨도 되는지를 얼마나 제대로 밝혀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2026-09-15 0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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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겸직'보다 무거운 공직의 책임
[경제일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거듭 분명히 밝혔다. 용 후보자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야당 현역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한 데에는 연합정치의 의미가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겸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용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 뒤 의원직을 유지한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의 질문은 법전의 마지막 조항에서 끝나지 않는다. 할 수 있느냐와 해야 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번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해 한 부처의 정책과 예산, 인사를 책임지는 행정부의 핵심 구성원이다. 국회의원은 정부를 감시하고 법과 예산을 심사한다.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두 직책의 겸직을 인정하고 있으니 그 자체를 제도적 모순이라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의원 출신 장관이 국회와 정부 사이의 소통을 돕는 장점도 있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이라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지역구 의원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일정 기간 해당 지역의 대표가 사라지고 보궐선거가 필요할 수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사퇴하더라도 명부의 후순위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한다. 국회의 의석 자체가 비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비례대표 의원이 국무위원으로 입각할 때 의원직을 내려놓는 관행이 이어져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아예 비례대표 의원이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경우 의원직에서 퇴직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발의됐다. 개별 후보자를 겨냥한 입법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이번 논란이 현행 겸직 제도의 원칙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용 후보자에게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그가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기본소득당은 원내 의석을 잃는다. 용 후보자 스스로도 자신이 당의 유일한 현역 의원이고,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2024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명부를 통해 당선됐기 때문에 후순위 승계자가 기본소득당 소속이 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치적 고민이다. 소수정당에서 국회의원 한 명이 갖는 무게는 거대정당의 한 석과 다르다. 원내 발언권과 입법 활동, 정당의 존재감이 그 한 석에 걸릴 수 있다. 다당제와 정치적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도 작은 정당의 원내 활동을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사정이 오히려 선택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기본소득당의 원내 지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의원으로 남으면 된다. 성평등가족부를 이끌어 정부 정책을 책임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면 장관직을 선택하면 된다. 소수정당의 어려움은 두 선택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지 고민하게 하는 이유일 수는 있어도, 두 자리를 모두 가져야 하는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 연합정치라는 설명 역시 마찬가지다. 야당 정치인이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정치 실험이다. 서로 다른 정당이 정책 목표를 공유하고 정부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협치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다만 연합정치의 의미는 장관으로 정부에 참여하는 데서 이미 구현된다. 의원직까지 반드시 함께 보유해야 연합정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관으로 국무회의에 들어가 정부 정책을 함께 책임지면서 동시에 야당 의원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책임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정부 정책이 성공하면 장관의 성과이고, 정치적 부담이 생기면 야당 의원의 위치로 돌아가는 구조여서는 곤란하다. 공직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지가 많은 것이 아니라 책임의 위치가 분명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문제를 법률상 ‘이해충돌’이라는 단어 하나로 재단할 필요도 없다. 현행법이 허용하는 직책인 만큼 불법적인 이해충돌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더 정확한 문제는 역할의 충돌과 정치적 책임이다. 의원은 정부를 묻는 자리이고 장관은 정부의 답을 내놓는 자리다.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법은 허용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겸직이 바람직하다는 뜻까지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비례대표 의석은 개인의 정치적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 유권자는 후보 개인에게 직접 한 표를 준 것이 아니라 정당과 명부에 투표했다. 앞 순번 후보가 다른 길을 선택하면 후순위 후보가 이어받도록 제도를 만든 것도 비례대표 의석의 이런 성격 때문이다. 이번 사안을 용 후보자 개인의 문제로만 끝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누구에게는 겸직을 허용하고 누구에게는 사퇴를 요구한다면 결국 논란은 반복된다. 비례대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계속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도록 할 것인지 국회가 일반적인 원칙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제도를 고치기 전까지는 선택의 책임이 당사자에게 돌아간다. 현행법이 겸직을 허용하기 때문에 대통령도 사퇴를 강제할 수 없고 국회 역시 의원직을 빼앗을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것이 정치적 판단이다. ‘예기’ 예운편에는 ‘대도지행야 천하위공(大道之行也 天下爲公)’이라는 말이 나온다. 큰 도가 행해지면 천하는 공공의 것이라는 의미다. 공직도 그렇다. 장관 자리도, 국회의원 자리도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정당의 소유물이 아니다. 모두 국민으로부터 일정 기간 맡겨진 자리다. 용 후보자가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의원으로 남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책임이라고 판단한다면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대신 장관직을 맡지 않으면 된다. 반대로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 국정을 책임지는 길을 택한다면 그 역시 존중해야 한다.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내려놓는 것이 자연스럽다. 두 선택 모두 정치적 비용이 따른다. 공직을 맡는다는 것은 원래 그 비용까지 감수하는 일이다. 법이 두 자리를 허용한다는 사실이 두 자리를 모두 가져야 할 이유는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국민이 묻는 것도 법률 조문 하나가 아니다.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이 무엇을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문제다. 장관도 하고 의원도 하겠다는 선택보다 어느 한쪽을 택하고 그 책임을 온전히 지는 정치가 더 설득력 있다. 책임정치는 자리를 얼마나 많이 갖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리를 선택하고 그 선택의 대가를 얼마나 분명하게 감당하느냐에서 시작한다.
2026-09-1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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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참사가 경제를 망친다, 검증 시스템부터 뜯어고쳐라
[경제일보] 또 인사 참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가 만사”라고 외치지만 돌아오는 것은 “인사가 망사”라는 국민의 냉소다.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싸고 부동산 투기, 편법 절세, 세금 문제, 도덕성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대통령이 지명하기 전에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안들이다. 그런데도 걸러내지 못했다면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논란이 재연된다.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사전에 걸러내기보다 언론 보도와 야당의 문제 제기로 드러난 뒤 해명하고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이것은 검증이 아니라 사후 수습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한다. 청문회가 대통령실의 부실 검증을 대신하는 장치인가. 국민이 묻는 것은 청문회에서 무엇이 밝혀질지가 아니라 왜 이런 사람이 애초에 후보자 명단에 올랐느냐는 것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처럼 법치와 사법 질서를 책임지는 자리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국민에게 법과 원칙을 요구하는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준법·도덕성 논란조차 명확하게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어떻게 공정과 법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고위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흠잡기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인사 실패는 정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경제와 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은 결국 사람이 집행한다. 장관의 전문성과 리더십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지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사가 흔들리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업은 투자를 늦출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통상 압력,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저성장 등 복합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정부가 인사 논란으로 국정 역량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 치명적인 것은 잘못된 정책만이 아니라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장관이 바뀌고 정책이 흔들리며 대통령실이 해명에 매달리는 일이 반복되면 기업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 역시 정책의 지속성과 행정 능력을 따질 수밖에 없다. 관료사회도 위축된다.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기보다 정치권과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경제가 속도전을 벌여야 할 때 정부 조직이 인사 논란에 발목 잡히면 그 비용은 결국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후보자 몇 명을 교체하는 땜질식 처방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인사 검증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부동산·세금·병역·논문뿐 아니라 이해충돌, 직무 전문성, 정책 역량, 공직 수행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결격 사유를 발견하고도 묵인하거나 축소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드 인사를 버려야 한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 정치적으로 충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능력과 전문성,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참모가 아니라 “이 사람은 안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필요하다. 그것이 대통령과 국정을 지키는 길이다. 대통령도 결단해야 한다. 한번 지명한 사람을 끝까지 감싸는 것이 대통령의 권위는 아니다. 잘못된 인사를 인정하고 철회하는 것이 오히려 강한 리더십이다. 반복되는 검증 실패라면 최종 인사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기업은 정부에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일관된 정책과 예측 가능한 행정을 요구한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인사의 실패가 정책의 실패로 이어지고 정책의 실패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번 인사 논란을 또 하나의 정치적 소란으로 넘긴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람만 바꿔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시스템과 책임 구조, 인사의 기준을 함께 바꿔야 한다. 대통령실은 더 이상 변명과 방어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부실 검증의 책임을 인정하고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흠결 있는 후보자는 과감히 철회하고 검증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한편, 인재 풀도 백지에서 다시 짜야 한다. 경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장의 신뢰도 무한정 용서하지 않는다. 인사에서 무너지면 정책이 흔들리고 정책이 흔들리면 시장의 신뢰도 무너진다. 지금이 인사 시스템을 환골탈태시킬 마지막 기회다.
2026-09-09 1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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