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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로펌을 합쳐 만든 '최연소 빅6'…화우 23년의 승부
[경제일보] 2002년 12월 4일 법무법인 우방과 화백이 합병을 결정했다.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에 강했던 우방과 송무로 이름을 알린 화백의 결합이었다. 우방은 변호사 40명, 화백은 60명 안팎이었다. 양측은 기존 인력을 내보내지 않는 대등 합병을 택했다. 이듬해 2월 법무법인 화우가 출범했다. 이름은 화백의 ‘화’와 우방의 ‘우’를 따왔고 ‘화목한 집안’이라는 뜻도 담았다. 출범 당시 변호사는 90명을 넘어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에 이은 국내 5위 규모였다. 작은 법률사무소가 조금씩 몸집을 키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두 조직이 한꺼번에 합쳐져 대형 로펌 시장에 들어왔다. 23년이 지난 현재 화우는 국내 대형 로펌을 일컫는 ‘빅6’ 가운데 역사가 가장 짧다. 2025년 법무법인 매출은 2812억원으로 전년보다 12.5% 늘었고 자매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포함하면 3012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이후 2년 동안 매출은 약 35% 증가했다.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7억6200만원으로 김앤장을 제외한 주요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화우의 성장사는 합병으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전문분야를 붙여온 과정이다. 첫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묶었고 3년 뒤 두 번째 합병으로 지식재산권 분야를 보강했다. 최근에는 금융과 기업형사에 더해 M&A와 중대재해, AI·데이터까지 사람을 늘리고 있다. ◆ 자문 우방과 송무 화백이 만났다 화우의 한쪽 뿌리인 우방은 윤호일 변호사가 1989년 세운 법률사무소에서 출발했다. 윤 변호사는 짧은 판사 생활을 마치고 1970년 미국으로 건너가 노트르담대 로스쿨과 베이커앤드맥켄지 등을 거치며 19년 동안 미국에서 활동했다. 귀국 뒤에는 국제거래와 기업자문, 공정거래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화백은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중심이었다. 노경래 변호사를 비롯해 판사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송무에서 이름을 쌓았다. 우방이 계약과 거래를 다뤘다면 화백은 분쟁이 법정으로 넘어간 뒤의 대응에 강했다. 두 조직은 같은 기업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맡는 일이 달랐다. 2000년대 초 국내 로펌 시장에서는 대형화 경쟁이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과 M&A가 늘었고 해외 거래와 분쟁도 복잡해졌다. 기업은 계약서만 검토하거나 소송만 맡기는 로펌보다 자문과 송무를 함께 처리할 조직을 찾기 시작했다. 윤호일 우방 대표와 노경래 화백 대표도 서로의 빈 곳을 알고 있었다. 우방에는 송무가 필요했고 화백에는 국제거래와 기업자문이 필요했다. 오랜 기간 독자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온 두 로펌이었지만 규모와 업무 영역을 동시에 넓히기 위해 합병을 택했다. ◆ 사람을 내보내지 않은 1대1 합병 합병 과정에서 양측이 정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기존 인력을 줄이지 않는 것이었다. 한쪽이 다른 쪽을 인수하는 방식도 피했다. 변호사 수에서는 화백이 더 컸지만 두 조직은 1대1 합병을 택했다. 규모보다 대등한 통합을 앞세운 결정이었다. 문제는 합친 뒤였다. 우방과 화백은 10년 넘게 각자 조직을 운영하면서 보수와 사건 배분, 인사 방식도 달라져 있었다. 합병 당시 윤호일 변호사도 서로 다른 기업문화와 업무 분야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래도 합병을 되돌리지는 않았다. 기업자문 변호사와 송무 변호사가 같은 고객을 함께 맡도록 업무를 연결했고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에 조직을 모았다. 한쪽의 이름을 없애는 대신 두 이름의 첫 글자를 합쳐 새 간판을 달았다. 화우는 광장보다 2년 늦게 대형 합병을 했다. 광장이 기업자문 한미와 송무 광장을 합쳐 두 축을 결합했다면 화우는 여기서 한 번 더 움직였다. 출범 3년 뒤 또 다른 로펌을 받아들였다. ◆ 두 번째 합병으로 지식재산권을 보강했다 2006년 화우는 김·신·유 법률사무소와 합병했다. 김·신·유는 1967년 설립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로펌으로 지식재산권과 외국계 기업 업무에 강점을 갖고 있었다. 화우보다 역사가 훨씬 긴 조직이었다. 첫 합병으로 기업자문과 송무를 갖췄다면 두 번째 합병에서는 지식재산권 분야를 보강했다. 김·신·유 출신 변리사들도 대거 합류했고 같은 해 특허법인 화우가 출범했다. 기업의 거래와 분쟁에 특허와 상표 문제까지 한 조직에서 다룰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 2003년 우방과 화백, 2006년 김·신·유까지 세 조직의 경험이 차례로 한 법인 안에 들어왔다. 화우가 다른 빅6보다 늦게 출발하고도 빠른 시간 안에 종합로펌의 체계를 갖춘 배경이다. 기업자문과 송무에 지식재산권까지 더하면서 다룰 수 있는 사건의 폭도 넓어졌다. 이후에는 큰 로펌을 다시 합치지 않았다. 2010년 법무법인(유한)으로 조직을 바꿨고 2013년 관세법인, 2017년 세무법인을 세웠다. 해외에서는 2008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시작으로 호찌민과 하노이, 자카르타에 사무소를 냈다. ◆ 화우의 오래된 두 축, 금융과 송무 화우의 업무 가운데 오랫동안 이름을 알려온 분야는 금융과 송무다. 금융에서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감독기관에서 근무한 전문가를 꾸준히 영입했다.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이명수 대표변호사도 금융감독원에서 10년간 법무팀장과 기업공시팀장 등을 지낸 금융규제 전문가다. 이 대표는 2010년 화우에 합류한 뒤 금융회사 검사·제재와 인허가, M&A, 불공정거래 등의 업무를 맡았다. 최근에도 금융감독원과 글로벌 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들을 추가로 영입했다. 금융회사 검사와 제재가 복잡해지고 회계감리와 불공정거래 조사까지 얽히면서 감독기관과 회계 실무를 경험한 인력이 필요해졌다. 송무에서는 기업 경영권 분쟁과 금융소송, 기업형사 사건을 다뤄왔다.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한앤컴퍼니의 주식양도청구 소송과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가처분, DB하이텍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등에 참여했다. ELS 불완전판매 소송에서는 금융회사를 대리했고 바이오기업 메디톡스를 둘러싼 영업비밀·특허 분쟁에도 참여했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 화우는 국내 송무와 기업·M&A, 공정거래에서 각각 Band 2에 올라 있다. 송무에서 출발한 화백과 기업자문을 맡았던 우방의 경험이 20년이 지난 현재의 업무 구성에도 남아 있다. ◆ 송무·금융에서 M&A로 최근 화우가 힘을 더 싣는 분야는 M&A다. 2025년에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 거래와 효성화학 네오켐 사업부 매각, 한화생명의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인수 등을 자문했다. 금융과 송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기업자문 분야에 사람을 집중적으로 넣기 시작했다. 2026년 들어 성과도 나타났다. 네이버의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 인수, 칼라일의 KFC코리아 인수, NXC 해외 계열사 지분 매각, 하림의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 등에 참여했다. 더벨의 2026년 상반기 M&A 법률자문 순위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이명수 대표는 올해도 기업·금융 전문가 영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5년 신입을 제외하고 80명이 넘는 외부 인재를 데려온 데 이어 M&A와 공정거래, 개인정보, 상법 관련 자문을 보강하고 있다. 방위산업과 수출통제, 에너지·인프라, AI·데이터·플랫폼 규제도 투자 분야로 잡았다. 화우가 기업자문을 키우는 방식은 처음 합병 때와 닮은 부분이 있다. 잘하는 금융과 송무를 그대로 두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분야에 외부 인력을 붙인다. 조직 전체를 다시 합치는 대신 사람과 팀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 2년 동안 35% 성장…1인당 매출은 선두권 최근 숫자는 화우의 변화를 보여준다. 화우의 법무법인 매출은 2023년 2082억원에서 2024년 2500억원, 2025년 2812억원으로 늘었다. 자매법인과 해외사무소를 합치면 지난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2년 동안 총매출이 약 35% 증가했다. 절대 매출로는 김앤장과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에 뒤진다. 대신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2025년 7억6200만원으로 김앤장을 제외한 주요 대형 법무법인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율촌 7억6000만원, 태평양 7억3800만원, 세종 7억2400만원, 광장 7억1300만원보다 높았다. 인력을 늘리면서 매출 증가율이 더 높았다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최근 5년 동안 화우의 변호사 수는 15% 넘게 늘었지만 매출은 약 40% 증가했다. 금융감독원 출신 등 비변호사 전문가를 사건에 투입하고 고부가가치 사건의 비중을 늘린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5위 로펌과의 외형 차이는 아직 크다. 2025년 태평양과 세종, 광장, 율촌이 모두 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화우가 최근의 성장 속도를 유지하더라도 매출 3000억원대에서 4000억원대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 합병으로 큰 로펌, 이제는 생산성으로 승부 화우도 몸집만 키우는 방식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2003년에는 변호사 40명의 우방과 60명의 화백을 한꺼번에 합쳤고 2006년에는 김·신·유를 다시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규모를 키우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빠른 방법이었다. 지금은 수백명의 변호사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202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명수 대표 체제에서 화우는 금융과 송무라는 기존 기반에 M&A와 신산업 규제를 붙이고 있다. 2026년 9월에는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에 강북사무소도 열었다. 삼성동 본사에서만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기업과 금융회사, 정부기관이 몰린 도심으로 접점을 다시 넓힌 것이다. 과거에는 로펌을 합쳐 규모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고객과 가까운 곳에 거점을 두고 필요한 분야의 사람을 붙이는 방식으로 달라졌다. 화우는 빅6 가운데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 대신 출발부터 기존 조직 세 곳이 쌓은 경험을 한꺼번에 가져왔다. 우방에서 기업자문을, 화백에서 송무를, 김·신·유에서 지식재산권을 받아들였다. 23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로펌을 합치는 대신 필요한 전문가를 데려오고 기존 강점과 연결한다. 두 번의 합병으로 만든 로펌이 이제는 사람 한 명, 팀 하나의 생산성을 따지는 단계로 넘어갔다.
2026-09-21 08: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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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다시 3위…세종이 판을 뒤집은 방법
[경제일보] 2025년 국내 대형 로펌의 순위가 바뀌었다. 법무법인 세종은 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 기준 매출 4363억원을 기록하며 광장과 율촌을 앞섰다. 2007년 광장에 자리를 내준 뒤 19년 만에 매출 3위로 돌아왔다. 2021년 말 455명이던 변호사는 2025년 말 603명으로 늘었다. 순위 하나가 바뀐 것보다 그 과정이 더 눈에 들어온다. 한동안 세종은 대형 로펌 경쟁에서 성장 속도가 더딘 곳으로 꼽혔다. 2007년 광장에 밀렸고 2013년에는 율촌에도 뒤졌다. 최근 5년 사이 세종은 조세와 정보통신기술(TMT), 송무와 형사, 공정거래 등 필요한 분야의 사람을 공격적으로 끌어들이며 다시 선두권으로 올라왔다. 1983년 문을 연 세종은 올해로 43년째다.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갖춘 종합로펌은 아니었다. 출발점에는 증권과 금융이 있었고 성장 과정에는 몇 차례 합병이 있었다. 최근의 세종은 여기에 인재 영입이라는 승부수를 더했다. ◆ ‘증권법 1호 박사’가 만든 로펌 세종의 출발에는 신영무 변호사가 있다. 신 변호사는 판사로 법조 생활을 시작했지만 2년 만에 법복을 벗었다. 미국 예일대 로스쿨에서 증권법을 공부했고 미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연수와 뉴욕 로펌 근무를 거쳤다. 국내에서 증권법을 전공한 법률가를 찾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1980년 귀국한 신 변호사는 남산합동법률사무소에 합류했다. 1983년 사무실을 광화문 교보빌딩으로 옮기면서 세종합동법률사무소가 출범했다. 당시 함께 일하던 김두식 변호사의 성을 더해 영문 이름도 지금의 ‘SHIN & KIM’으로 정착했다. 창업 초기부터 금융과 증권을 주력 분야로 잡았다. 자본시장 개방이 시작되면서 세종은 외국인전용수익증권과 코리아펀드 설립을 자문했다. 삼성전자 해외 전환사채(CB), 삼미종합특수강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삼성물산 해외 주식예탁증서(DR), 포스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에도 관여했다. 한국 기업이 해외 자본시장으로 나가기 시작하던 때였다. 세종은 그 길목에서 금융과 증권을 다룬 경험을 쌓았다. ◆ 창업자 혼자 가져가는 로펌을 만들지 않았다 신영무 변호사가 신경 쓴 것은 사건만이 아니었다. 로펌을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운영할지도 중요하게 봤다. 당시 국내 법률사무소 상당수는 창업자의 영향력이 강했고 젊은 변호사가 일정 기간 일한 뒤 독립하는 일도 흔했다. 신 변호사는 미국 로펌에서 경험한 파트너십을 세종에 도입했다. 연공과 성과를 배당에 함께 반영하고 지분을 가진 파트너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운영 방식은 지금도 남아 있다. 세종은 지분 파트너들의 직접 투표로 경영위원을 선출하고 현재 오종한 경영대표를 비롯한 5명의 경영위원이 주요 경영 판단에 참여한다. 한 명의 창업자나 대표에게 경영권을 집중시키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신 변호사는 2013년 세종에서 물러났다. 창업자가 조직을 떠난 뒤에도 로펌 이름과 경영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개인의 이름으로 시작한 법률사무소를 구성원들이 이어가는 조직으로 바꾸려 했던 초기 선택이 세대교체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 외환위기가 증권·금융 로펌을 바꿨다 1997년 외환위기는 세종에도 큰 전환점이었다.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법률시장의 일도 달라졌다. 새로운 투자와 증권 발행보다 부도와 회생, 워크아웃, 채권 회수가 급해졌다. 세종은 대농과 한일합섬, 쌍방울그룹, 미도파, 국제상사, 삼성자동차, 기아자동차, 진로 등 당시 도산 절차를 밟은 기업들의 사건에 관여했다. 대우그룹 워크아웃과 하이닉스·SK글로벌 구조조정에도 참여했다. 금융과 증권을 다루던 변호사들이 부실기업의 채권관계와 구조조정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후 세종의 기업법무 영역도 M&A와 도산, 기업분쟁으로 넓어졌다. 외환위기가 금융·증권 중심의 로펌을 종합 기업법무 쪽으로 밀어낸 셈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문제와 구조조정, 소송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자문만 잘해서는 기업 고객의 문제를 끝까지 맡기 어려웠다. 세종은 2000년대 초 송무를 크게 보강하는 선택을 했다. ◆ 국내 첫 로펌 간 합병…송무를 붙였다 2001년 1월 세종은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쳤다. 열린합동에는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황상현 당시 부장판사와 이건웅 부장판사 등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금융과 기업자문에 강했던 세종에 송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이 대거 들어왔다. 국내 법무법인 사이에서 이뤄진 첫 합병으로 알려져 있다. 합병 뒤 세종은 김앤장에 이어 국내 2위권 종합로펌으로 몸집을 키웠다. 제조물 책임 소송 등 대형 송무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2010년에는 세종 출신 변호사들이 설립했던 에버그린을 다시 합쳐 국내외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인력을 280여명으로 늘렸다. 금융·증권이라는 기존 기반에 송무와 기업분쟁을 붙이는 작업이 계속됐다. 광장도 2001년 한미와 합병하며 기업자문과 송무를 결합했다. 세종은 합병 이후에도 금융·증권을 중심축으로 두고 송무와 기업분쟁을 계속 보강했다. 지금의 세종에는 창립기의 금융·증권과 2000년대 이후 강화한 송무가 함께 남아 있다. 다만 몸집을 키운다고 순위가 계속 올라간 것은 아니었다. ◆ 2위권에서 밀려난 뒤 길었던 정체 2000년대 초 세종은 김앤장 다음을 다투는 로펌이었다. 이후 경쟁사들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2007년 광장이 세종을 앞섰고 2013년에는 율촌에도 추월당했다. 기업법무 시장이 M&A와 공정거래, 조세, 노동, 지식재산권, 국제중재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전문인력 확보 경쟁도 거세졌다. 세종은 오랫동안 상위권을 지켰지만 순위에서는 4~5위권에 머물렀다. 금융과 증권이라는 전통적인 강점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격차를 다시 벌리기 어려웠다. 변화가 빨라진 것은 2021년 오종한 대표변호사가 경영을 맡으면서부터다. 오 대표는 1989년 세종에 입사해 기업분쟁과 M&A를 맡아온 내부 출신 변호사다. 취임 이후 세종은 부족한 분야를 외부 인재 영입으로 빠르게 채우기 시작했다. 2020년 말 434명이던 세종의 변호사는 2025년 말 603명으로 늘었다. 5년 동안 169명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93% 늘었다. 대형 로펌 가운데서도 빠른 외형 확장이었다. ◆ 사람을 데려와 팀째 키웠다 세종의 최근 성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영입 방식이다. 유명한 전관 한두 명을 데려오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세와 TMT, 공정거래, 송무·형사처럼 경쟁력이 부족했던 분야에 필요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붙였다. 조세에서는 2022년 백제흠 변호사를 영입한 뒤 인력을 확대했고 송무에는 법원 출신 변호사들을 보강했다. 방송·통신과 개인정보 분야에도 정부와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들어왔다. 결과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는 영풍·MBK 연합을 대리했고 한미약품과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에도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 사이의 2500억원대 계약금 소송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대리해 대법원까지 승소했다. 송무와 기업분쟁에서 존재감이 커졌다. M&A에서도 대형 거래가 늘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플랫폼 합작법인 설립과 아워홈 경영권 지분 매각,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인수 등에 참여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부동산·SOC 법률자문에서도 거래금액과 건수 기준 선두에 올랐다. 외부에서 데려온 인력이 기존 금융·기업자문 조직과 맞물리면서 업무 폭도 넓어졌다. 체임버스앤파트너스의 2026년 평가에서는 금융과 자본시장, 공정거래, 기업자문·M&A, 국제중재, 송무, 노동, 부동산, 조세, TMT 등 11개 분야가 최고등급인 Band 1을 받았다. 김앤장 다음으로 많은 숫자였다. 초기 금융·증권 중심의 로펌에서 여러 분야를 함께 가져가는 조직으로 업무 구성이 달라졌다. ◆ 19년 만의 3위…격차는 39억원 인재 영입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세종은 2025년 매출 4363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성장했다. 태평양은 4402억원, 광장은 4309억원을 기록했다. 2위 태평양과 세종의 차이는 39억원, 세종과 광장의 차이는 54억원에 불과했다. 세종에는 19년 만의 3위 복귀지만 안심할 만한 격차는 아니다. 한두 건의 대형 M&A나 송무 수임만으로 순서가 바뀔 수 있다. 공격적인 인재 영입으로 몸집을 키운 만큼 새로 들어온 변호사들과 기존 조직을 얼마나 잘 묶느냐도 중요해졌다. 외형 확대 다음 단계의 문제다. 고객 평가에서는 가능성과 한계가 함께 나타난다. 2025년 한국경제·한국사내변호사회 조사에서 세종은 종합평가와 전문성에서 각각 3위, 서비스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M&A·IPO와 금융 일반, 경영자문에서는 2위였고 민사·송무와 형사·수사기관 대응, 조세·관세에서는 3위였다. 1위 김앤장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김앤장의 2025년 추정 매출은 약 1조6000억원이다. 세종을 포함한 2위권 로펌들이 4000억원대에서 치열하게 순위를 다투는 것과는 시장 규모가 다르다. 세종의 경쟁 상대는 당장 김앤장보다 태평양과 광장, 율촌 쪽에 더 가깝다. ◆ 변호사만 늘리는 경쟁은 끝나고 있다 세종도 다음 단계에서는 다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오종한 대표는 최근 로펌이 변호사만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회계사와 세무사, 변리사, 컨설턴트 등이 함께 일하는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세종은 방산·국방과 통상 분야에 비변호사 전문가를 늘리고 AI·디지털 경쟁법팀과 통상산업정책센터도 새로 만들었다. AI도 업무 안으로 들어왔다. 세종은 글로벌 법률 AI 서비스 ‘하비’ 사용 계정을 기존 30개에서 1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계약서 검토에 주로 사용하던 AI를 소장과 준비서면 등 송무 업무로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변호사를 더 뽑는 방식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이 옮겨가고 있다. 6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같은 고객을 놓고 경쟁하지 않고 서로 사건을 연결하는 일도 중요하다. 영입한 스타 변호사의 개인 실적이 조직 전체의 실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매출 40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로 넘어가려면 인력의 숫자뿐 아니라 협업과 생산성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 오 대표는 2026년 목표로 5000억원을 언급하면서 외형보다 조직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법률 수요 상당 부분이 현지 로펌으로 흘러가는 한계도 직접 거론했다. 국내에서 몸집을 키우는 것과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사건을 가져오는 것은 또 다른 경쟁이다. ◆ 밀린 순위를 사람으로 되찾았다 세종의 43년에는 앞선 대형 로펌과 다른 굴곡이 있다. 신영무 변호사는 증권법을 들고 로펌을 만들었고 자본시장이 열리자 금융과 증권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다. 외환위기가 닥치자 기업 구조조정과 도산으로 업무를 넓혔고 송무가 부족해지자 2001년 열린합동과 합쳤다. 그 뒤 경쟁사들이 더 빨리 성장하면서 세종은 2위권에서 밀려났다. 2021년부터는 방향을 바꿨다. 부족한 분야를 하나씩 오래 키우는 대신 필요한 전문가를 외부에서 데려와 기존 조직과 묶었다. 조세와 TMT, 기업송무, 형사, 공정거래에서 사람이 늘자 사건도 따라왔다. 2025년 세종은 19년 만에 다시 3위에 올라섰다. 창업기의 무기는 증권법이었고 최근의 무기는 사람이다. 한 번 밀린 순위를 되찾는 데 19년이 걸렸다. 세종이 다시 치고 올라온 방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부족한 곳에 사람을 넣었고 그 사람들이 가져온 사건을 조직의 일로 만들었다. 43년 전 금융과 증권에서 시작한 로펌은 이제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으로 다시 순위를 올리고 있다.
2026-09-14 08: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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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9440억 재산분할 재상고…SK 지분 지킬까, 현금화 나설까
[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하면서, 9440억원 규모 재산분할금 마련 방식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상고로 판결 확정 시점은 미뤄졌지만, 대법원이 재산분할액을 그대로 확정할 경우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번 재상고의 배경에는 재산분할금 지급 방식에 대한 양측 입장차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은 현금과 주식을 섞어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판결 주문대로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이 일부 주식 지급을 제안했으나 노 관장 측이 현금 지급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금 9440억’ 부담…재상고로 시간은 벌었지만 16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는 지난 7월 24일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 측은 재상고 기한 만료일인 지난 14일 다시 대법원 판단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재상고심이 사실관계를 다시 따지는 절차가 아니라 법률 판단을 다루는 절차인 만큼, 파기환송심 결론이 크게 뒤집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만 최 회장 측으로서는 판결 확정 시점이 늦춰지는 동안 지급 방식과 재원 마련 방안을 조율할 시간을 벌게 됐다. 재상고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되면 최 회장은 재산분할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급이 늦어질 경우 연 5% 수준의 지연이자가 붙어 하루 약 1억3000만원, 연간 약 472억원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 관장 측이 9440억원 현금 지급을 고수하면서 최 회장 측이 재상고에 나섰고, 이에 따라 하루 1억3000만원 수준의 지연이자 부담도 일단 현실화하지 않게 됐다. ◆시나리오①, SK㈜ 지분은 지키고 담보대출 확대 재계가 보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직접 팔지 않고 추가 차입과 다른 자산 매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최대주주다. SK㈜ 지분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만큼,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가능한 한 이 지분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가장 현실적인 수단은 주식담보대출이다. 주식을 팔지 않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는 가장 부담이 작은 방식으로 꼽힌다. 다만 이미 상당한 주식담보대출이 설정돼 있다는 점이 변수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기준 한국증권금융에 118만4616주를 담보로 제공해 4000억원을, 하나은행에 34만276주를 담보로 제공해 365억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대출금액이 공개되지 않은 질권설정 주식까지 포함하면 담보 제공 주식은 272만8955주로, 공시상 확인되는 대출만 4365억원 규로모 전해진다. 추가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부담은 작지 않다. 부족한 금액을 5000억~6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총 차입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커질 수 있다. 금리를 연 4%로 단순 계산해도 연 이자 부담만 400억원을 넘는다. SK㈜ 주가가 하락할 경우 담보 가치가 줄어 추가 담보 요구나 반대매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시나리오②, SK실트론 등 개인 자산 매각 두 번째 시나리오는 SK㈜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SK실트론 지분 등 개인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은 재산분할금 마련 과정에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재계에서는 SK실트론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비상장사 지분인 만큼 매각 시점과 가격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재산분할금 마련 방안으로 SK㈜ 주식담보대출과 SK실트론 지분 매각 가능성을 함께 거론했다. 다만 비상장 지분은 거래 상대방을 찾아야 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지분이 아닌 경우 기대한 만큼의 현금이 바로 확보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재산분할금은 현금 지급이 원칙이어서, 지분 가치와 실제 현금화 가능액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세금과 거래 비용, 매각 조건 등을 감안하면 지분 평가액이 곧바로 가용 현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부족분은 담보대출이나 배당 수입 등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나리오③, SK㈜ 지분 일부 매각…가능성은 제한적 세 번째 시나리오는 SK㈜ 지분 일부를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다. 가장 빠르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최 회장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이 큰 선택지다. SK㈜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최 회장이 보유 지분을 줄이면 시장은 곧바로 경영권 안정성과 지배구조 변화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SK그룹은 과거 소버린 사태를 겪으며 경영권 방어의 중요성을 경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SK㈜ 지분 매각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현금 마련이 여의치 않고, 주식담보대출과 비상장 지분 매각만으로 9440억원을 맞추기 어렵다면 일부 지분 현금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한국CXO연구소도 최 회장의 자금 마련 방안으로 SK㈜ 지분 일부는 담보대출을 받고 일부는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다만 SK㈜ 지분을 매각할 경우 지배구조와 주가에 미치는 파장이 커 최 회장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주가가 핵심 변수…배당 확대 가능성도 거론 어떤 시나리오를 택하든 핵심 변수는 SK㈜ 주가다. 주가가 높게 유지되면 담보대출 여력이 커지고, 지분 일부를 매각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이 늘어난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같은 금액을 빌리기 위해 더 많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고, 담보비율 관리 부담도 커진다. SK㈜ 주가는 재산분할 판결 이후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SK㈜의 지분 가치가 크게 올라 담보대출 가능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최근 주가 급등락은 최 회장의 자금조달 시나리오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당 확대도 거론된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 등 SK㈜가 지분을 보유한 주요 계열사의 배당이 늘어나면 지주사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최 회장 개인의 배당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배당만으로 9440억원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재상고 이후에도 남은 과제는 ‘현금 확보’ 이번 재상고로 최 회장은 판결 확정과 지연이자 부담 현실화를 일단 늦추게 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파기환송심 판단을 유지할 경우 9440억원 현금 마련이라는 과제는 그대로 남는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최대한 지키는 방향에서 주식담보대출, SK실트론 등 개인 자산 매각, 배당 수입 확대를 조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에게 SK㈜ 지분은 단순한 금융자산이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라며 “지분 매각은 시장에 주는 신호가 크기 때문에 우선은 담보대출과 비상장 자산 현금화, 배당 등을 조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26-08-16 17: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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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동…3년 연속 최대 실적 등에 업고 주주환원 확대
[경제일보] 한컴이 4일 이사회를 열고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시행 안건을 결의했다. 중장기 AI 성장 로드맵과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담아 올해 4분기 중 본공시할 방침이다.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이 유력한 가운데 AI 사업 확대와 주주 이익 확대에 재원을 투입해 글로벌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 전망…영업이익은 소폭 감소 한컴은 올해 상반기 별도 매출 986억원, 영업이익 310억원을 기록했다고 앞서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 늘어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줄었고 순이익은 한컴인스페이스 지분 매각 이익이 반영되며 407억원으로 23.3%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반기 누적 31%대를 유지했다. 2025년에는 별도 매출 1753억원, 영업이익 509억원으로 이미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연간 매출 목표 2100억원을 채우면 2024년부터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쓰게 된다. 한컴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함께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당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사주 매입·소각을 연계해 주당순이익(EPS)과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정책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3년간 한컴의 연간 배당총액은 90억원대, 당기순이익 대비 총주주환원율은 27% 수준이었다. 코리아밸류업지수 편입 기업들의 평균 총주주환원율이 32%대인 점을 감안하면 한컴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었던 셈이다. 한컴은 이번 계획을 계기로 총주주환원율을 30%대 후반까지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 회계법인을 외부 자문사로 선정하는 작업에도 착수해 목표 지표 설정부터 이행 점검 체계까지 함께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밸류업 계획은 AI 기업 전환을 뒷받침하는 자본 운용 원칙이기도 하다. 한컴은 지난 5월 19일 전략 발표회 'HANCOM: The Shift'에서 사명을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으로 바꾸고 글로벌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에이전틱 OS는 조직 내부 데이터와 외부 AI 모델, 기존 업무 시스템과 권한 체계를 하나의 환경에서 연결·통제하는 플랫폼이다. 당시 김연수 대표는 6월 베타 버전을 내고 하반기 검증을 거쳐 내년 상반기 정식 출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베타와 상용화 버전을 모두 4분기 중 선보이는 것으로 일정이 조정됐다. 유럽 공략은 현지 파트너와 함께 간다. 한컴은 폴란드 국가공인 연구개발센터(CBR) 지위를 가진 7불스(1993년 설립), 생성형 AI·에이전틱 AI 전문기업 알고마인(2015년 설립, TTPSC그룹 계열)과 에이전틱 OS 개발 협력에 합의했다. 제품화·현지화, 레거시 솔루션 연동, EU 규제 대응, 사업화 네 축으로 협력하며 유럽연합 AI법과 개인정보보호법(GDPR) 요건을 반영한 개발 가이드도 공동 수립했다. 데이터 주권에 민감한 유럽 공공·금융 시장의 소버린 AI 수요를 겨냥한다는 구상이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우수한 실적 성장세와 견조한 펀더멘털을 기초로 중장기 밸류업 계획을 마련하려 한다"며 "AI 사업 확대와 주주 가치 극대화에 한컴의 재원을 적극 투입해 주주와 함께 글로벌 소버린 에이전틱 OS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IR협의회는 한컴의 별도 기준 AI 매출이 지난해 89억원에서 올해 360억원으로 4배 이상 늘 것으로 추정했다. 이 전망과 에이전틱 OS의 실제 상용화 성과가 맞아떨어져야 밸류업 계획이 숫자로 뒷받침될 수 있다. 이번 계획이 다른 상장사들처럼 발표에 그치지 않고 매년 이행률로 검증받을 수 있을지가 남은 과제다.
2026-08-04 14: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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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상속세 12조원 5년 분납 완료…역대 최대 납부 마무리
[경제일보]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 납부를 마무리했다. 기업 지배구조와 재원 조달 측면에서 이어졌던 부담 요인도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이부진, 이서현 등 유족은 최근 상속세 분납을 모두 완료했다. 지난 2021년 4월 상속세 신고 이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총 6회에 걸쳐 세금을 납부해 왔으며, 이번 납부로 전체 절차가 종료됐다. 납부 규모는 약 12조원으로 국내 상속세 사상 최대 수준이다. 상속 대상에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자산이 포함됐다. 고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산정된 전체 상속세액은 단일 개인 기준으로도 이례적인 규모로 평가된다. 연부연납은 상속세를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삼성 일가는 해당 제도를 활용해 매년 분할 납부를 진행했으며, 납부 재원은 배당 수익과 일부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지분 구조와 금융 비용 등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기도 했다. 상속세 납부 과정은 지배구조 안정성과도 맞물려 있었다. 대규모 세금 부담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지분 활용 전략이 병행됐으며,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과 담보 설정 등이 이뤄졌다. 재계에서는 분납 종료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수 측면에서도 이번 사례는 이례적인 규모다. 2024년 기준 국내 상속세 세수 약 8조원과 비교하면 삼성 일가가 납부한 금액은 단일 사례로 이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단기간에 걸친 집중 납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상속세 규모와 관련된 평가는 엇갈린다. 고율 과세 체계에 따른 부담이 기업 경영과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과세 원칙에 따른 정당한 납부라는 시각도 병존한다. 이번 납부 완료로 상속세 관련 주요 변수는 일단락됐지만 향후 지배구조와 계열사 간 지분 관계는 계속 관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속 이후 삼성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계열사 지분이 단계적으로 연결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약 2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약 19.3%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약 8.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물산도 삼성전자 지분 약 5.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은 계열사 중심 구조에 개인 지분이 일부 더해진 형태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1.67%, 홍라희 명예관장은 약 1.25%, 이서현 사장과 이부진 사장은 각각 0.7%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도 약 1.5% 지분을 들고 있다.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은 제한적인 수준이며, 계열사 지분을 통한 간접 지배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26-05-03 15:5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