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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 기반 다진 구본준 5년…앞으로 5년은 장남 구형모 '경영 시험대'
[경제일보] LG그룹에서 독립한 지 5년. LX그룹의 시계가 ‘구본준의 첫 5년’에서 ‘구형모의 다음 5년’을 향하고 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장남 구형모 LX MDI 사장에게 지주사 지분을 잇따라 넘기면서다. 지난 5년간 인수합병(M&A)과 투자로 몸집을 키웠다면 이제는 확보한 사업을 안정적인 수익과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0일 구 회장은 LX홀딩스 주식 610만주를 구 사장에게 증여했다. 이에 구 사장은 지주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구 회장은 오는 9월 11일 381만5000주를 추가 증여할 계획이다. 추가 증여가 마무리되면 구 사장 지분율은 24.68%로 높아지고 구 회장은 7.24%로 낮아진다. 당장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분 구조에서는 차세대 체제를 향한 움직임이 뚜렷해진 셈이다. 독립 5년, ‘LX’를 만들다…커진 몸집, “이제는 수익성” LX는 2021년 5월 LG에서 계열분리됐다. LX홀딩스를 중심으로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MMA, LX판토스 등이 한 울타리에 모였다. 상사·물류·건자재·반도체·화학 등 사업 성격이 서로 달랐다는 점에서 하나의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전통적인 대기업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구 회장이 꺼내든 해법은 ‘확장’이었다. 기존 사업을 묶는 데 그치지 않고 M&A와 지분투자로 새 성장축을 붙였다. LX인터내셔널은 2022년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했고 2023년 한국유리공업을 LX글라스로 편입했다. 2024년에는 인도네시아 AKP 니켈광산을 인수하며 자원사업을 이차전지 핵심광물로 넓혔고, 텔레칩스 지분 투자로 차량용 반도체에도 접점을 만들었다. 외형은 빠르게 커졌다. LX그룹 자산총액은 계열분리 전인 2020년 7조1799억원에서 2025년 말 13조3500억원으로 85.9% 늘었다. 재계 순위는 43위까지 올랐고 계열사도 11곳에서 18곳으로 증가했다. LX인터내셔널·LX하우시스·LX세미콘·LX MMA 등 주요 4개사 매출 합계도 같은 기간 16조246억원에서 22조2724억원으로 39% 증가했다. 특히 2023년 자산 10조원을 넘어서며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LX가 계열분리 이후 독자 그룹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구본준 체제의 첫 5년은 ‘독립과 외형 확대’로 요약된다. 다음 과제는 ‘얼마나 커졌느냐’보다 ‘얼마나 잘 버느냐’다. 주요 4개사의 2025년 합산 매출은 22조2727억원으로 전년보다 2.9% 줄었고 영업이익은 4958억원으로 44.2% 감소했다. LX인터내셔널(-40.3%), LX하우시스(-86.6%), LX세미콘(-34.8%), LX MMA(-39.3%) 모두 영업이익이 줄었다. LX홀딩스 관계자는 “AKP 니켈광산은 2024년 인수 이후 안정화 과정을 거쳐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포승그린파워 역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LX글라스는 건설경기 영향이 있지만 원가 절감 등 여러 방안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과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 보다 견고한 기업 체질을 구축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준비와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5년이 사업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조각을 채우는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각각의 사업이 안정적인 이익을 만들어내도록 체질을 강화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그룹 두뇌’ 구형모, 다음 5년 시험대 구 사장의 현재 역할도 이와 맞닿아 있다. 1987년생인 구 사장은 LG전자 일본법인을 거쳐 2021년 LX홀딩스 출범과 함께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경영기획 부문을 맡았고 2022년 설립된 LX MDI 대표이사로 이동한 뒤 2024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LX MDI는 계열사 경영 컨설팅과 산업 정보 제공 등을 맡는 그룹 내부 ‘두뇌’ 역할을 한다. LX홀딩스 관계자는 “구 사장은 LX MDI 대표이사로서 계열사별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 컨설팅을 수행하고, 거시적 트렌드와 최신 산업 동향·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고도화해 계열사의 시장 대응력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구 회장이 아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어서 최대주주 변경을 곧바로 경영권 승계 완료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지분 이동과 구 사장의 승진, LX MDI에서의 역할 확대를 감안하면 그룹의 무게추가 장기적으로 구형모 체제를 향하고 있다는 해석에는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구본준의 LX 1기가 LG에서 독립해 M&A로 외연을 넓히고 그룹의 틀을 세우는 시간이었다면 LX 2기에 필요한 DNA는 달라진다”며 “커진 몸집을 이익으로 연결하고 서로 다른 사업을 하나의 성장 구조로 묶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어 “독립 5년 만에 체급을 키운 LX는 이제 ‘얼마나 커졌느냐’보다 ‘얼마나 단단해졌느냐’를 증명해야 한다”며 “최대주주에 오른 구형모 사장이 아버지가 만든 LX의 외형 위에 어떤 색깔의 ‘두 번째 LX’를 세울지가 앞으로 5년을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1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18 09: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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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마진'·현대제철은 '반등'…AI 철강서 승부
[경제일보] 국내 철강업계 1·2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올해 2분기 나란히 개선된 성적표를 내놨다. 판매량과 제품 가격이 함께 오르며 불황의 저점에서는 벗어났지만 회복의 깊이는 달랐다. 포스코는 원료비 상승에도 가격 인상으로 마진을 지켰고, 현대제철은 적자 탈출에 성공했지만 이익률은 0%대에 머물렀다. 포스코는 2분기 별도 기준 매출 9조4150억원, 영업이익 2740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보다 영업이익은 610억원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2.4%에서 2.9%로 상승했다. 현대제철의 별도 매출은 4조8379억원, 영업이익은 111억원이었다. 1분기 725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영업이익률은 0.2%에 그쳤다. 포스코의 별도 매출은 현대제철의 약 1.9배였지만 영업이익은 약 24.7배였다. 포스코는 가격을 올려 원가 부담을 흡수했고, 현대제철은 판매량 증가와 비용 절감으로 적자에서 벗어났다. 다만 포스코 별도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보다 46.6% 줄었고 현대제철 연결 영업이익도 43.3% 감소했다. 양사 모두 본격적인 업황 회복보다 저점 반등을 이뤘다는 분석이다. 판매가 올린 포스코, 원가에 막힌 현대제철 포스코의 탄소강 평균 판매가격은 1분기 t당 92만원에서 2분기 96만2000원으로 올랐다. 판매가격 상승은 영업이익을 4320억원 끌어올렸지만 주원료 가격 상승이 3040억원, 물류·정비비 등 비용 증가가 860억원의 감익 요인으로 작용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료 가격 상승 등 원가 증가 영향이 컸다"고 했다. 판매가격을 올려 마진은 소폭 확대했지만 원료와 물류비 증가분을 모두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는 의미다. 현대제철의 2분기 판매량은 442만1000t으로 전분기보다 15만8000t 늘었다. 봉형강 판매 증가와 제품 가격 상승, 원가 절감이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그러나 매출 증가보다 원가 상승 속도가 빨라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연구개발과 생산·판매 확대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며 "회사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원가 변수보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판매량을 늘리는 동시에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소재 기술, 현대제철은 패키지 양사의 다음 승부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력망 등 첨단산업 인프라다. 같은 시장을 겨냥하지만 공략 방식은 다르다. 포스코는 건축 구조용 후판뿐 아니라 포스맥, 전기강판, 데이터랙 소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전력망용 강재까지 공급 대상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소재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맥은 포스코 고유 기술로 개발한 고내식강이고 전기강판은 국내에서 포스코만 생산한다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했다. 포스맥은 부식에 강해 데이터센터 외장재와 설비 구조물에 활용할 수 있고, 전기강판은 변압기와 모터 등 전력기기의 효율을 높이는 소재다. 현대제철은 철근·형강·후판·열연·냉연을 함께 공급하는 능력을 앞세운다. 데이터센터 구조재에는 H형강과 후판, 철근, 바닥용 데크가 들어간다. 비구조재에는 전선 보호용 강관과 서버랙·서버 케이스용 냉연강판이 사용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구조재는 건물의 뼈대가 되는 강재이고 비구조재는 내부를 채우는 강재"라며 "시공사가 이를 나눠 계약하면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들기 때문에 패키지로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국내 데이터센터 7곳의 철강재를 신규 수주했다. 포스코가 고유 기술과 고부가 소재를 내세운다면 현대제철은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조달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강조했다. 다만 양사 모두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과 이익 기여도는 공개하지 않았다. AI 인프라가 철강업의 새로운 성장축이 되려면 발표된 투자 계획이 실제 착공과 제품 발주로 이어져야 한다. 美 전기로, 현대제철은 주도·포스코는 물량 확보 저탄소 철강에서도 양사의 전략은 엇갈린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t 규모 전기로를 준공했다. 고로와 전기로 쇳물을 섞어 제품을 생산한 뒤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등 고급강까지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에서 전기로와 고로 쇳물을 혼합하는 복합 프로세스를 양산에 적용했다. 기존 고로 제품보다 탄소발자국을 약 20% 낮추면서 동등한 품질을 확보했다. 북미에서는 양사가 공동 투자자로 만난다.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는 연산 270만t 규모로 현대제철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한다. 미국 공장에서는 열연과 냉연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사업을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철강시장의 한계를 넘어설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에서 성장성이 높은 철강시장 중 하나"라며 "미국에서 탄소저감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현실화하고 향후 국내 공장과도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포스코는 지분에 해당하는 물량과 추가 오프테이크 물량을 확보해 현지 완성차 업체와 포스코멕시코 등에 공급할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루이지애나 사업은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여하며 자동차강판과 소재 오프테이크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제철이 현지 생산을 주도한다면 포스코는 단독 투자 부담을 낮추면서 북미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구조다. 국내에서는 경쟁하지만 미국의 관세 장벽과 현지화 요구 앞에서는 생산과 판매망을 나누는 공동전선을 택했다. 2분기까지의 성적은 수익성을 지킨 포스코가 앞섰다. 현대제철은 이익 규모에서는 뒤졌지만 적자 탈출로 반등의 출발점을 만들었다. 앞으로의 승부는 생산량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과 새로운 수요처에 달렸다. 포스코는 고부가 소재와 미국 오프테이크 물량을 실적으로 연결해야 하고, 현대제철은 데이터센터 패키지 공급과 미국 현지 생산을 이익률 상승으로 증명해야 한다.
2026-08-04 17: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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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FTA 협의 다시 돌린다…포스코, 아르헨 잇는 리튬 기회 열릴까
[경제일보] 한국과 칠레가 10년 만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의체를 다시 가동하면서 철강을 넘어 핵심자원 사업을 확대하는 포스코그룹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지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리튬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은 포스코홀딩스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칠레까지 남미 공급망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다. 31일 이재명 대통령과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고 한·칠레 FTA 자유무역위원회를 10년 만에 재가동하기로 했다. 양국은 기존 FTA 개선을 포함한 통상·투자 현안을 논의하는 한편 리튬과 구리 등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광물자원 파트너십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철강 제품의 교역 확대뿐 아니라 원료와 핵심광물을 확보하려는 국내 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 간 협의체가 정상화되면 현지 프로젝트 정보 공유와 기업 간 투자 연계, 인허가 협의, 금융지원 등의 통로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칠레는 세계 최대 규모인 약 930만톤의 리튬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리튬 생산량도 세계 2위권으로, 아타카마 염호에서는 SQM과 미국 앨버말이 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포스코홀딩스의 움직임이 관심을 받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칠레 국영 광업기업 ENAMI가 추진한 살라레스 알토안디노스 리튬 개발사업의 민간 파트너 후보로 참여한 바 있다. 리오틴토와 BYD, 에라메트 등 글로벌 자원기업과 함께 사업 운영과 자금조달 후보로 선정됐지만 최종 사업자는 리오틴토로 결정됐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칠레는 확연한 리튬 자원 강국이다 보니 리튬 자원과 관련한 검토를 진행한 것이 맞다”며 “다만 현재 칠레에서 진행 중인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당장 특정 염호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포스코가 칠레 리튬 자원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신규 염호 입찰이나 기존 사업자와의 지분투자, 장기구매계약, 리튬 추출기술 협력 등이 추가로 논의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포스코홀딩스가 칠레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기반도 이전보다 탄탄해졌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연산 2만5000톤 규모의 염수리튬 1단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조업 안정화와 설비 개선에 힘입어 포스코아르헨티나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하며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 2분기 리튬 판매량은 전분기보다 160% 증가했고 매출은 290% 늘었다.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 부문도 지난 분기까지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나 영업이익 410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전체로는 2분기 매출 19조2590억원, 영업이익 8190억원을 달성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자원 확보부터 리튬 생산까지 사업 경험을 축적한 것은 향후 칠레 사업을 검토할 때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칠레가 신규 리튬 사업에 직접리튬추출 기술과 수자원 보호 대책을 중시하고 있어 생산기술과 환경관리 능력이 사업자 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포스코가 단기간에 칠레에서 대규모 광권을 확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타카마와 마리쿤가, 알토안디노스 등 주요 프로젝트는 이미 국영기업과 글로벌 광산기업을 중심으로 개발 구도가 정해졌다. 칠레 정부가 국가 주도의 공공·민간 합작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광권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현실적인 진출 방식으로는 신규 프로젝트 입찰 참여뿐 아니라 기존 생산업체와의 장기구매계약, 지분투자, 정제·가공시설 협력 등이 거론된다. 리튬 가격과 초기 투자비, 환경 인허가, 지역사회 협의 조건도 실제 투자 여부를 결정할 변수다. 결국 한·칠레 FTA 자유무역위원회 재가동의 성과는 정부 간 협력 선언이 실제 기업의 자원 확보 계약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렸다. 현재 포스코가 추진하는 칠레 사업은 없지만,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을 수익 궤도에 올린 만큼 향후 신규 프로젝트가 등장할 경우 유력한 국내 참여 기업으로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2026-07-31 11: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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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엔비디아·브룩필드서 100억달러 유치…GW급 AI 팩토리 승부수
[경제일보] 네이버가 엔비디아와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 브룩필드로부터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는다. 약 14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기가와트(GW)급 인공지능(AI) 팩토리 구축과 글로벌 소버린 AI 인프라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를 중심으로 성장한 네이버가 데이터센터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AI 모델을 결합한 글로벌 인프라 사업자로 체급을 높이는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24일 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엔비디아와 브룩필드가 네이버에 100억달러라는 큰 금액을 투자하게 됐다”며 “네이버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장은 “두 회사가 제공하는 자본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와 네트워크도 네이버의 역량과 노하우를 확장하는 데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가 데이터센터를 직접 설계·건설하고 대규모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며 축적한 기술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할 기반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 각 세종 55MW로 출발…글로벌 인프라 200MW까지 확대 이번 투자는 네이버와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글로벌 AI 팩토리 사업의 자금 조달과 해외 확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팩토리는 GPU 서버와 초고속 네트워크, 전력·냉각 설비를 갖춘 데이터센터에 AI 모델과 클라우드 운영 기술을 결합한 인프라다. 단순히 서버를 임대하는 시설이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대규모 AI를 학습하고 실제 서비스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연산 자원과 소프트웨어를 통합 제공한다. 네이버는 세종시에 있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전초기지로 삼는다.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로 가동을 시작한 뒤 같은 해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 규모를 100MW, 2028년에는 200MW까지 확대한다. 궁극적으로는 엔비디아 최신 GPU 수십만장을 수용할 수 있는 GW급 AI 팩토리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1GW는 각 세종 최대 용량의 약 4배에 해당한다. 다만 100MW와 200MW가 모두 각 세종 내부에 증설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각 세종을 출발점으로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유럽과 중동 등 해외에 AI 인프라를 확장하는 단계별 로드맵에 가깝다.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지난 6월 GW급 글로벌 AI 팩토리 공동 사업에 합의했다. 네이버의 대규모 GPU 클러스터 구축·운영 능력과 엔비디아의 차세대 고성능 인프라 플랫폼 ‘DSX’를 결합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과 사업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글로벌 고객 발굴부터 자본 협력까지 AI 팩토리의 밸류체인 전반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네이버는 단순한 GPU 구매자가 아니라 사업의 성과와 위험을 함께 부담하는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기술 협력도 확대한다. 엔비디아의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와 네이버의 공간 모델링·거리뷰 데이터를 결합한 ‘서울 월드 모델’을 개발하고, 디지털트윈과 로봇을 위한 공간지능 기술도 공동으로 고도화한다. 네이버는 커서와 미스트랄AI, 퍼플렉시티 등 글로벌 AI 기업이 참여하는 ‘엔비디아 네모트론 연합’에도 국내 기업 최초로 합류했다. 연합의 기술 개발 성과에 네이버의 데이터와 학습 노하우를 더해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과 글로벌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 브룩필드 참여로 자본 조달 한계 넘는다 브룩필드의 참여는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한 AI 팩토리 사업의 확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는 GPU 구매비뿐 아니라 부지와 발전·송전 인프라, 냉각 설비 구축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브룩필드는 지난해 엔비디아, 쿠웨이트투자청과 함께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토지와 전력부터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설비까지 AI 인프라 가치사슬 전반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네이버에 대한 100억달러 투자도 이 같은 글로벌 AI 인프라 전략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운영·클라우드 기술, 엔비디아의 GPU와 AI 플랫폼, 브룩필드의 인프라 투자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AI 팩토리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거래 구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엔비디아와 브룩필드가 각각 얼마를 부담하는지, 네이버 법인에 대한 직접 지분투자인지 사업별 프로젝트금융인지, 어느 기간에 걸쳐 집행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100억달러 전액이 네이버의 현금성 자산으로 한꺼번에 유입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향후 네이버의 공시와 투자계약 발표를 통해 투자 주체별 부담액, 자금 집행 방식, 수익과 위험의 배분 구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이해진 “국가별 AI 공존하는 생태계 만들 것” 이 의장은 대규모 투자 발표와 함께 소버린 AI 비전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네이버가 꿈꾸는 인터넷 세상은 인터넷과 AI가 한두 개 집단에 의해 모두 지배되고 조종받는 세상이 아니다”며 “세상의 다양성을 지키려면 국가와 집단, 개인마다 다양한 AI가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소버린 AI 전략은 각 국가의 언어와 문화, 법·제도, 산업 데이터를 반영한 AI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현지 정부와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미국 빅테크의 범용 AI를 단순히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운영부터 클라우드, 자체 모델과 서비스까지 묶어 국가별 AI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투자가 실행되면 네이버는 소버린 AI 전략을 모델과 클라우드 수출에서 대규모 물리적 인프라 사업으로 확장할 기반을 얻게 된다.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 사이에서 독자적인 AI 사업자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투자 규모만으로 사업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GW급 AI 팩토리를 실제로 구축하려면 안정적인 전력과 부지를 확보하고 최신 GPU를 조달해야 한다. 장기간 연산자원을 사용할 국가·기업 고객을 유치하고 막대한 감가상각비와 전력비를 감당할 수익모델도 증명해야 한다. 이번 100억달러 투자는 네이버에 기회인 동시에 무거운 실행 과제를 안긴다. 시장이 확인할 것은 투자 발표액이 아니라 실제 가동 용량과 고객, 계약, 매출이다. 검색기업으로 출발한 네이버가 AI 시대의 기반시설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을지는 각 세종에서 시작될 55MW가 얼마나 빠르게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느냐에 달렸다.
2026-07-25 13: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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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철강 성장방식 진화…포스코, '트리플 코어'로 자원영토 확장
[경제일보] 산업화 시대 대한민국이 포스코에 기대한 것은 철이었다. 자동차와 선박, 공장과 도시를 건설하려면 철강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했다. 1968년 설립된 포스코는 1973년 포항제철소 1고로에서 첫 쇳물을 뽑아내며 한국 중화학공업 성장의 기반을 놨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산업이 요구하는 자원은 철에 머물지 않는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는 리튬이 필요하고, 첨단 제조업에는 희토류와 흑연이 쓰인다. 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공급망도 확보해야 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근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철강을 산업자원, 리튬·양극재·음극재·희토류를 전략자원, LNG·재생에너지를 에너지자원으로 묶는 ‘트리플 코어’ 전략을 제시했다. 철강회사를 넘어 ‘국가대표 핵심자원 공급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바뀐 것은 철학보다 시대다. 과거에는 철을 공급하는 것이 국가 산업에 기여하는 길이었다면, 공급망 경쟁이 격화된 지금은 리튬과 희토류, 에너지까지 확보해야 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제철보국’의 대상을 핵심자원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 철강회사 넘어 그룹의 방향키로 포스코는 철강 생산을 담당하는 사업회사이고,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투자를 총괄하는 지주회사다. 2022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로 존속했고, 철강사업은 비상장 자회사 포스코로 분리됐다. 포스코의 본질은 여전히 철강회사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가 이끄는 그룹은 철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철강과 이차전지소재, 에너지를 함께 키우고 각 사업의 자원과 기술, 투자 경험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졌다. 포스코홀딩스가 ‘트리플 코어’를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철강과 이차전지소재의 양대 축에 에너지사업을 세 번째 핵심축으로 격상했다. 세 사업을 별도로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의 역량을 공유하겠다는 의미다. 포스코그룹의 DNA는 철 자체보다 대규모 자원을 확보하고 생산설비를 구축해 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에 가깝다. 철강에서 축적한 성장 방식이 리튬과 에너지로 옮겨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리튬 사업에 먼저 활용한 것은 수십 년간 철광석과 원료탄 광산에 투자하며 쌓은 자원개발 경험이었다. 철강은 원료 확보가 수익성을 좌우한다. 포스코가 장기 계약과 광산 지분투자를 통해 쌓은 광산 평가와 투자, 인허가, 현지 네트워크 운영 능력은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의 리튬 자원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 포스코그룹은 2033년까지 연간 17만3000톤 규모의 리튬 생산능력을 구축해 글로벌 톱5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아르헨티나 염수리튬과 호주 광석리튬을 양축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추가 자원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원료 확보만으로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와 광양 생산시설에 자체 추출 기술을 적용하고, 미국에서는 직접리튬추출 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원가도 낮춰야 한다. 리튬 사업의 성패는 원료와 기술, 원가의 ‘3박자’에 달렸다. 철광석 공급망을 구축해 제철소 경쟁력을 높였던 포스코의 방식이 리튬에서 다시 반복되는 셈이다. 철강과 리튬, 에너지는 서로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그룹 안에서는 기술과 소재, 투자 경험이 맞물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와 호주 등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광양 LNG터미널을 통해 저장·공급하는 가치사슬을 운영한다. LNG는 영하 162도의 극저온에서 저장되기 때문에 탱크와 설비에 극저온을 견디는 특수강이 필요하다. 여기에 포스코의 고망간강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에너지사업은 철강 제품의 수요처가 되고, 철강 기술은 에너지 인프라의 경쟁력을 높인다. 리튬 사업에서도 철강에서 축적한 광산 투자 노하우가 활용된다. 트리플 코어는 세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넘어 자원과 기술을 연결해 개별 사업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구상이다. 트리플 코어 전략에서도 철강은 출발점이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철강 수요 정체와 통상 장벽에 대응해 인도와 미국 등 성장시장에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국내에서는 저탄소 전환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인도에서는 현지 기업과 일관제철소 사업을 추진하고, 미국에서는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해외 조강 생산능력을 2031년까지 연간 1000만톤으로 확대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국내 저탄소 철강 투자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는 광양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가 핵심이다. 하이렉스는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는 국내 철강사업을 축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해외 성장시장에서 수익원을 확보하고, 국내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저탄소 기술을 검증해 미래 경쟁력을 지키려는 전략이다. 과거 대형 고로가 포스코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저탄소 공정 전환 능력이 생존을 좌우한다. 제철보국에서 ‘핵심자원보국’으로 포스코홀딩스의 전략은 철강을 버리고 다른 회사가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철강에서 축적한 원료 확보와 대형 설비 운영 경험을 리튬에 적용하고, 철강 기술을 에너지 인프라에 공급하며, 해외 철강에서 얻은 수익을 국내 저탄소 전환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철강과 전략자원, 에너지가 하나의 순환고리로 연결된다. 포스코홀딩스가 스스로를 ‘국가대표 핵심자원 공급자’로 정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공급망 위기와 산업안보 경쟁 속에서 국가에 필요한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철로 산업화를 뒷받침했던 제철보국의 현대적 확장이다. 포스코의 58년은 철을 만든 역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쌓은 자원 확보와 투자, 생산기술, 공급망 운영 역량은 철강에만 머물지 않았다. 산업화 시대에는 철이 필요했다면 전기차와 AI, 에너지 전환 시대에는 리튬과 희토류, LNG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의 DNA는 철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자원을 먼저 확보하고, 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생산해 공급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어 “철은 포스코홀딩스의 과거가 아니라 리튬과 에너지를 키우는 토대”라며 “포스코홀딩스는 철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제철보국’의 범위를 핵심자원 전체로 넓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21 10: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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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 "외산 AI 끊기면 속수무책"…한국형 프론티어 AI 승부수
[경제일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 대응해 세계 최상위 수준의 ‘프론티어 AI’ 개발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내 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넘어, 미국·중국과 직접 성능을 겨룰 수 있는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프론티어 AI 개발은 아직 정부의 예산과 사업 구조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정부가 막대한 개발비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기 어려운 만큼 지분투자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 새로운 투자 방식을 재정당국과 협의하는 구상에 가깝다. 배 부총리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중국이 고성능 AI를 핵무기처럼 통제하려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우리만의 역량이 없다면 외산 AI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되거나 가격이 100배 올라도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독파모 넘어 ‘미토스급’ 모델 도전 정부가 검토하는 전략은 투트랙이다. 현재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통해 국내 산업과 공공서비스에 활용할 모델을 확보하는 동시에, 앤트로픽의 ‘클로드 미토스5’처럼 세계 최고 성능을 겨루는 프론티어 모델 개발을 별도로 추진하는 방식이다. 프론티어 AI는 단순히 매개변수가 큰 모델을 뜻하지 않는다. 복잡한 추론과 코딩, 과학 연구, 사이버보안, AI 에이전트 등에서 기존 모델의 한계를 넓히는 최첨단 모델을 말한다. 개발에 성공하면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공격적인 사이버 능력 등 이중용도 위험도 커 국가가 접근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달 국가안보를 이유로 앤트로픽의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제한했다가 이후 규제를 완화했다. 배 부총리는 이를 글로벌 AI 서비스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들었다. 중국도 변수다. 문샷AI가 최근 공개한 ‘키미 K3’는 일부 평가에서 미국 최상위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보였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오픈웨이트 전략으로 개발자 생태계를 넓히고 있지만, 기술 경쟁이 격화하면 중국도 고성능 모델을 폐쇄하거나 해외 제공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배 부총리의 진단이다. ◆ GPU만 3조5000억원…보조금으로 감당 어려워 가장 큰 장벽은 비용이다. 배 부총리는 미토스급 모델을 개발하려면 엔비디아 차세대 GPU ‘베라 루빈’을 기준으로 약 1만장이 필요하고, GPU 가격만 현재 추산으로 3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장관이 제시한 추정치로 실제 비용은 모델 구조와 학습 방식, GPU 도입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냉각·네트워크, 데이터 구축, 연구인력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투자액은 더 늘어난다. 현재 독파모 참여 기업에 배정되는 GPU가 엔비디아 B200 기준 500∼735장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프론티어 모델은 기존 지원 규모와 차원이 다르다. 특정 기업 한 곳에 수조원대 자원을 무상 지원하면 형평성과 특혜 논란도 불가피하다. 정부가 ‘투자형 R&D’를 검토하는 이유다. 기존 출연금처럼 예산을 지급하고 끝내는 대신 정부가 기업이나 SPC에 지분을 투자하고, 개발에 성공하면 지분 가치나 수익을 회수해 후속 연구에 다시 투입하는 구조다. 배 부총리는 “정부가 특정 기업에 이 정도 자원을 몰아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지분투자나 SPC 설립 등 투자형 R&D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 반영을 위해 재정당국과도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형 R&D가 작동하려면 실패 위험을 누가 부담하고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누가 보유할지 정해야 한다. 정부가 투자한 모델을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지, 공공과 중소기업에 어떤 조건으로 개방할지도 쟁점이다. ◆ 한국형 AI 풀스택, 미중 사이 제3국 공략 프론티어 모델은 수출 전략과도 연결된다. 정부는 국산 AI 모델과 서비스, NPU,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하나로 묶은 ‘한국형 AI 풀스택’을 구축해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종속되기를 원하지 않는 국가에 제공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배 부총리는 유럽연합(EU)과 중동, 아세안 국가에서 한국과의 AI 협력을 희망하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모델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언어와 데이터 주권, 보안 규제에 맞춘 인프라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면 미중 사이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다국어 성능이다. 한국어에 강한 모델을 해외에 그대로 내놓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서비스가 될 수 없다. 배 부총리는 협력국 언어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의 최소 1% 수준까지 확보해야 현지에서 활용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러시아·브라질 등 29개국과 출범시킨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참여 여부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AI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이용하면서 중국 오픈모델도 활용하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한쪽 진영에 서기보다 기술·안보·통상 영향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한국도 프론티어 모델을 보유해야 한다’는 선언을 넘어 개발 주체와 자금 조달 구조, 성능 목표, 데이터 확보, 상용화 경로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수조원을 들여 모델을 만든 뒤 실제 이용자와 매출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회성 국가 프로젝트에 그칠 수 있다. 한편 프론티어 AI의 성패는 GPU를 몇 장 확보했느냐보다 모델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산업과 해외 시장에서 쓰이게 할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부가 투자형 R&D를 꺼낸 것도 기술 개발과 사업 성과를 함께 요구받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6-07-20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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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다음은 전력·돈"…이해진·최수연, 캐나다 브룩필드행에 쏠린 눈
[경제일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최수연 대표, 김희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브룩필드 본사를 찾는다. 엔비디아와 인공지능(AI) 팩토리의 기술 설계를 마친 네이버가 이번에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부지 확보에 필요한 자본 파트너를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정보기술(IT)·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의장과 최 대표, 김 CFO를 비롯한 네이버와 계열사 경영진은 이번 주 초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브룩필드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창업자와 대표, 재무 책임자가 동시에 해외 투자회사 본사를 찾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자금 조달과 투자 구조를 담당하는 CFO가 동행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업 교류보다 AI 인프라 투자 협의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방문 목적과 면담 상대, 투자 규모와 방식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소 조 단위 투자가 거론되지만 네이버와 브룩필드가 계약이나 협상을 공개한 단계는 아니다. ‘투자 유치 임박’으로 단정하기보다 대규모 인프라 파이낸싱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1GW AI 팩토리, 네이버 자금만으로 짓기 어렵다 네이버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기가와트(GW)급 글로벌 AI 팩토리를 공동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2027년 상반기 55MW를 가동한 뒤 같은 해 100MW, 2028년 200MW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1GW 규모에 도달한다는 구상이다. AI 팩토리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자본을 요구한다. 대규모 GPU 서버뿐 아니라 이를 수용할 부지와 건물, 전력망, 변전시설, 냉각장치가 함께 필요하다. 서버를 확보해도 안정적인 전력과 냉각시설이 없으면 가동할 수 없다. 네이버가 1GW까지 사업을 키우려면 자체 현금만 투입하기보다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위험을 나누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투자업계에서 네이버 본사에 대한 단순 지분투자보다 AI 팩토리 사업별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공동 출자하거나 미래 이용료 수입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킬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유다. 이 같은 구조가 만들어지면 네이버는 재무 부담을 분산하면서 AI 팩토리 구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브룩필드도 장기 계약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센터 이용료와 전력 판매 수입을 투자 수익으로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이용 수요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대규모 고정비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나 정부, 기업 고객과의 장기 사용 계약이 투자 성사의 핵심 조건이 될 전망이다. ◆ 엔비디아가 연결한 네이버·브룩필드 브룩필드가 유력한 자본 파트너로 거론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브룩필드는 운용자산이 1조달러를 넘는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로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발전과 송전, 재생에너지, 부동산에 투자한다. AI 팩토리에 필요한 시설을 개별적으로 조달하는 대신 전력부터 데이터센터까지 하나로 묶어 투자할 수 있는 사업자다. 브룩필드는 지난해 엔비디아, 쿠웨이트투자청과 최대 100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 가운데 100억달러 규모를 목표로 하는 AI 인프라 펀드는 출범 당시 50억달러의 투자 약정을 확보했다. 투자 대상도 AI 팩토리와 전용 발전시설, 컴퓨팅 인프라, 데이터센터 등으로 네이버의 사업 구상과 맞닿아 있다. 브룩필드와 네이버가 모두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설계 체계인 ‘DSX’를 활용한다는 점도 협력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브룩필드와의 협력 당시 “AI 인프라에는 부지와 전력, 전용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가 GPU와 AI 팩토리 설계를 맡고, 브룩필드가 부지·전력·자본을 공급하며, 네이버가 클라우드와 AI 모델·서비스를 운영하는 삼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관건은 지분이 아니라 고객과 전력 투자 논의가 현실화하면 네이버의 사업 정체성도 달라진다. 검색과 커머스 중심의 플랫폼 기업에서 GPU 인프라를 기업과 정부에 제공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게 된다. 그러나 브룩필드가 자금을 투입한다고 사업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과 부지를 제때 확보하고 55MW에서 1GW로 확장하는 동안 시설을 채울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GPU 세대교체가 빠른 만큼 장비의 감가상각과 교체 비용도 수익성을 좌우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영진의 브룩필드 방문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브룩필드 한국사무소도 “본사 방문이나 투자에 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방문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조 단위’라는 숫자보다 자금의 성격이다. 단순한 네이버 지분투자인지, 특정 지역 AI 팩토리에 대한 공동 출자인지, 전력과 데이터센터까지 묶은 프로젝트 금융인지에 따라 사업의 속도와 네이버가 부담할 위험이 달라진다. 기술 동맹을 넘어 자본과 전력을 확보해야 네이버의 1GW 구상도 계획표에서 실제 사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
2026-07-20 17: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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