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4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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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차' 넘어 플랫폼·관제로…레벨4 상용화 정조준
[경제일보]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율주행차의 주행 기술 고도화를 넘어 데이터·플랫폼·통합관제를 아우르는 전방위 경쟁력 확보에 나서며 레벨4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 기반을 다지고 있다. 강남 심야 서비스로 실도로 데이터를 축적하는 동시에 E2E 기술과 관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지만, 안전성 검증과 경제성 확보라는 과제를 넘어 실제 대규모 상용화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9일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서 미디어 스터디를 열고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차 기술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 등을 공유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기술을 기존 규칙 기반 방식에서 인공지능(AI) 중심의 엔드투엔드(E2E) 방식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서울자율차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AI 플래너와 규칙 기반 플래너를 함께 적용하며 E2E 모델을 고도화해왔다고 강조했다. 올해 말까지 E2E 비중을 높이고 규칙 기반의 안전 평가기가 최종 검증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2E 방식은 센서 정보를 하나의 AI 모델이 종합해 주행 경로와 제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기존 규칙 기반 방식보다 복잡한 도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AI의 판단이 항상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는 만큼 카카오모빌리티는 규칙 기반 안전 평가기로 결과를 한 번 더 검증해 안전성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E2E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9년간 센서부터 차량 제어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풀스택으로 내재화해왔으며, 모빌리티 플랫폼과 기술 협력 생태계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2E 모델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는 데이터의 '질'을 꼽았다. 단순히 주행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불법 유턴이나 신호 위반, 갑작스러운 공사 등 예측하기 어려운 '엣지케이스'를 얼마나 빠르게 찾아내 학습시키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주행 데이터를 수집한 뒤 정제, 오토라벨링, 데이터 마이닝, 모델 재학습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이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특히 가장 복잡한 도심 환경 중 하나인 강남에서 서울자율차를 운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6개월간 심야 서비스를 운영하며 강남 전역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지난 6월부터는 통행량과 보행자가 많은 주간 시간대에도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희소한 엣지케이스를 포함한 고품질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하고 학습에 반영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향후 자율주행 성능 향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임인호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개발팀 AI주행파트 리더는 "강남은 한국에서 가장 복잡한 도심 환경으로 지난 2018년부터 판교에서 많은 테스트를 해 온 카카오모빌리티에게도 강남의 심야는 항상 새로운 숙제를 던져 주는 곳"이라며 "쉬운 곳에서 1년 달리는 것보다 강남에서 1달 달리는 것이 AI 모델에게는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승객의 이동을 책임지는 서비스와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사업자이면서 동시에 여러 기술기업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강남에서는 자체 기술이 적용된 차량으로 자율주행 여객운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3월 2대로 시작한 서비스를 지난달 20일 기준 6대로 확대했다. 누적 운행거리는 1만3000km, 운행 완료 건수는 2000건을 넘어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이 레벨4 무인 대규모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호출 기능을 넘어 자율주행에 특화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승객에게는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고 기존 카카오T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자율주행차가 운행할 수 있는 구역과 승하차 지점을 관리해 이용 경험의 단절을 줄이는 방식이다. 기술 개발사에는 차량의 운행 가능 구역을 관리하고 각 기술 수준에 맞는 경로를 제공하는 기능 등을 지원해 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무인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 한 대의 AI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하는 만큼 통합 관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전이나 신호 마비, 도로 침수·공사·사고·집회 같은 외부 변수뿐 아니라 승객의 이상 상황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24시간 관제 체계를 기반으로 차량과 서비스, 도로 환경을 통합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상 로그가 발생하면 영상을 확인하고 현장 인력을 출동시키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상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를 위해 자율주행 통합 관제시스템(AICS)을 구축하고 있다. 차량의 카메라와 센서 정보, 주행 중 발생하는 이상 로그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향후에는 원격 지원 기능까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직접 차량을 조종하는 방식이 아니라 관제센터가 주행 경로 등을 제안하고 차량의 자율 판단을 거쳐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김민선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사업팀 리더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 고유의 주행 기술인 코어 테크, 그리고 플랫폼, 관제가 맞물리는 '진화 루프'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며 "이러한 진화 루프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는 계속 자율주행 상용화 및 내일의 여정을 일상의 여정이 되도록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자율차의 운행 지역과 시간, 차량 대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안전성 검증 이후로 미뤘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3월 서비스 시작 이후 현재까지 자체 차량의 귀책으로 발생한 대인·대물 사고는 없으며, 다른 차량의 추돌 등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24시간 내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에 보고하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레벨4 무인 운행으로의 전환 시점 역시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지 않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토부가 마련한 무인 자율주행차 안전 운행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정부와 관계 기관이 마련 중인 무인 레벨4 기술 로드맵에 맞춰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2E 모델은 연내 도입·테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함께 경제성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규모 상용화를 위해 차량 한 대가 창출하는 수익이 운영 비용을 넘어서는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고품질 주행 모델 확보 이후 경량화와 대량생산 등을 통해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특정 연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서울과 강남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의 도로 환경에 특화된 성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시뮬레이터에서 충돌과 위험 상황을 의도적으로 재현해 대응 능력을 검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 영역에서는 당장 물류용 자율주행 기술 개발로 확장하기보다는 여객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여객 운송에 적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물류용 주행 기술 개발은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로서 향후 자율주행 화물·물류 서비스나 로봇 등 다양한 영역으로 플랫폼을 확장하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해외 자율주행 기업의 국내 진출에 대해서도 자체 주행 기술과 플랫폼을 동시에 보유한 점을 차별점으로 제시하면서, 향후에는 자체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기술 개발사와 연계해 일반적인 승객 이동을 자율주행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6-09-09 15: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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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최종 인가……파산 위기 넘기고 정상화 시동
[경제일보] 법원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을 최종 인가하면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와 파산 위기에서 벗어나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회생을 위한 최대 고비는 넘었지만 5000억원이 넘는 미지급 납품대금 상환과 상품 공급 정상화, 점포 매각과 인수합병(M&A)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2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열고 회생계획안이 가결되자 곧바로 인가 결정을 내렸다. 법원 인가는 홈플러스가 제출한 계획에 따라 채무를 갚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공식 승인한 것이다. 법원, 회생안 즉시 인가…회생채권자 75.9% 찬성 이날 표결에서는 △담보가 설정된 채권을 보유한 회생담보권자 △일반 회생채권자 △주주가 각각 회생계획안에 대한 찬반 의사를 밝혔다. 회생담보권자와 주주는 각각 100%가 회생계획안에 찬성했고 회생채권자 찬성률은 75.9%를 기록했다. 회생계획안 가결에 필요한 기준은 회생담보권자 75% 이상, 회생채권자 66.7% 이상, 주주 50% 이상이었다. 재판부는 채권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는 등 인가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인가로 홈플러스는 지난 7월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7월 3일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조달 방안이 마련되면서 같은 달 21일 폐지 결정을 취소했고 홈플러스는 8월 13일부터 전국 67개 주요 점포의 영업을 재개했다. 법원 인가가 곧바로 회생절차 종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에 따라 채무 변제를 시작하고 계획을 정상적으로 이행해야 법원이 회생절차를 종결할 수 있다. 반면 변제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회생절차가 다시 폐지되고 파산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5032억원 납품대금 상환…인가 이후도 과제 회생계획안이 법원 문턱을 넘었지만 실제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현금 확보가 관건이다. 회생계획을 검토한 조사위원 삼일회계법인은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과 자가점포 매각, 신규 차입 계획 등을 종합할 때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납품업체와 임직원 등 공익채권자들의 분할상환 동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공익채권은 기업이 회생절차를 밟더라도 일반 회생채권보다 먼저 갚아야 하는 채무다. 홈플러스가 지급하지 못한 납품대금을 비롯해 임금, 퇴직금, 세금, 4대 보험료, 임대료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공익채권자는 이날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에 직접 표를 행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분할상환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자가 즉시 지급을 요구하면 홈플러스가 단기간에 마련해야 하는 자금이 늘어날 수 있어 회생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관계인집회를 앞둔 지난 1일 기준 공익채권자의 분할상환 동의율은 64.4%로 집계됐다. 물품대금 채권자 66.2%, 임직원 88%가 분할상환에 동의했으며 정부기관들도 동의에 참여했다. 특히 홈플러스가 납품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물품대금은 5032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공익채권을 일정 기간에 걸쳐 전액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납품업체들의 협조를 끌어내는 동시에 실제 변제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납품업체 문제는 매장 정상화와도 직결된다. 현재 일부 상품은 홈플러스가 대금을 먼저 지급해야 공급받을 수 있어 운영자금 범위 안에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납품이 원활하지 않으면 상품 구색이 줄어 매출 회복을 제약하고 매출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 다시 납품대금 상환 여력이 떨어질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진다. 매출 회복세…점포 매각·M&A로 정상화 추진 영업 지표는 점포 재개장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전국 67개 점포가 정식 영업을 재개한 지난달 13일부터 30일까지 매출은 1164억원으로 영업 중단 전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했다. 이 기간 고객 수는 38%, 구매회원 수는 255% 늘었다. 다만 최근 매출 증가가 재개장과 할인행사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인지 지속적인 영업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상품 공급을 정상화하고 안정적인 매출과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회생계획 이행의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인가를 계기로 자산 매각과 추가 자금 조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적자 점포를 정리하고 폐점한 자가점포 가운데 19곳을 매각해 채권 변제 재원을 확보하는 한편 남은 사업을 대상으로 인가 후 M&A(인수·합병)도 추진할 계획이다. 결국 법원 인가로 홈플러스가 당장의 파산 위기는 넘겼지만 실제 회생 여부는 향후 계획 이행에 달렸다. 미지급 납품대금을 계획대로 갚으면서 상품 공급과 매출을 정상화하고 점포 매각과 신규 자금 조달, M&A까지 차질 없이 진행해야 경영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26-09-02 17: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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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선명성보다 절제가 필요한 이유
[경제일보] 전당대회는 목소리가 커지는 자리다. 후보는 차이를 보여야 하고, 당원은 더 선명한 주장을 원한다. 평소라면 한 걸음 물러설 정치인도 경선장에서는 두 걸음 앞으로 나간다. 문제는 그 두 걸음 앞에 헌법기관이 서 있을 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막판으로 가면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 주장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민석 당대표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된 기소라면 공소취소가 원칙이라는 취지로 말했고, 전대 과정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12일 이를 두고 “선을 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의 표현에는 정치적 과장이 섞여 있다. 공소취소 주장을 했다고 곧바로 대통령 탄핵사유가 된다고 단정하거나,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곧장 헌정질서 파괴와 동일시하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탄핵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헌법 제65조는 법관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도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 제도 자체를 입에 올리는 것까지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것과 해도 되는 방식은 다른 문제다. 대법원장도 비판받아야 한다. 사법부 독립이 사법부 무오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판결이 사회적 상식과 동떨어졌다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비판할 수 있고, 사법제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 명백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다면 탄핵 절차도 밟을 수 있다. 하지만 탄핵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보다 훨씬 무거운 근거가 필요하다. 헌법은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요구한다. 역으로 정치도 그 독립을 존중할 의무가 있다. 판결 결과에 대한 불만이나 당내 정치적 필요가 탄핵의 동력처럼 비쳐지는 순간, 사법개혁은 제도개혁이 아니라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집권당의 말은 야당의 말과 무게가 다르다. 야당 정치인이 집회 연단에서 던진 구호는 대개 정치적 주장으로 끝난다. 국회 다수 의석과 행정부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집권당의 대표 후보가 한 말은 다르다. 당선되는 순간 법안이 되고, 당론이 되고, 정부 정책을 압박하는 힘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마지막 TV토론회에서 검찰·사법개혁 성과, 총선 승리, 당정 화합 등을 각각 강조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대가 단순한 당내 행사가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과 직결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공소취소 문제는 더 조심스럽다. 법에 존재하는 제도라고 해서 특정 사건에 적용하는 것이 자동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사건의 당사자가 현직 대통령이라면 기준은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정치권이 먼저 “조작 기소”라고 결론을 내리고 공소취소를 요구하면, 수사와 재판의 옳고 그름을 법정이 아니라 정당이 판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억울한 기소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적 수사나 표적 기소도 민주주의가 경계해야 할 폐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절차가 중요하다. 누가 대통령이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우리 편이어서 취소하고 상대편이면 끝까지 재판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법치의 권위는 무너진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말할 자격이 있다. 실제로 12일 마지막 전대 TV토론에서도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법,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등 지난 사법·검찰개혁 조치가 주요 성과로 거론됐다.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를 고치는 것과 사람을 겨냥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사법제도를 바꾸겠다면 왜 바꿔야 하는지 법과 원칙으로 설명해야 한다. 특정 판결과 특정 재판을 먼저 놓고 제도를 그에 맞춰 움직이면 개혁의 정당성마저 훼손된다. 경선의 속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당원 투표가 중요한 선거일수록 후보들은 핵심 지지층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게 된다. 이번 민주당 전대에서도 후보 간 네거티브와 과거사 공방이 이어지면서 민생과 정책 비전이 뒤로 밀렸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집권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라면 당원의 박수 못지않게 그 말을 듣고 있는 국민을 의식해야 한다. 정치는 선명해야 할 때가 있다. 잘못된 권력과 싸울 때 어정쩡한 태도는 비겁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진짜 용기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데 있지 않다. 자기편이 원하는 것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긋는 데 있다. ‘서경’ 홍범편에는 ‘무편무당 왕도탕탕(無偏無黨 王道蕩蕩)’이라는 구절이 있다. 치우침도 없고 사사로운 편당도 없어야 바른 정치의 길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과 제도를 자기편의 필요에 맞춰 다루기 시작하면 정치는 좁아지고 국가는 흔들린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사법개혁을 멈추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개혁의 원칙을 더 분명히 세우는 일이다. 법관의 책임을 묻되 판결에 대한 보복처럼 보여서는 안 되고, 잘못된 기소를 바로잡되 대통령 개인을 위한 제도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 통제와 책임성을 높일 길을 찾아야 한다. 대법원장 탄핵은 당원들의 박수를 받기 위한 구호로 소비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헌법적 수단이다. 대통령 관련 공소취소 역시 경선장에서 충성심을 겨루듯 다룰 사안이 아니다. 집권당의 말은 실제 권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절제돼야 한다. 전당대회는 17일 끝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던진 말의 파장은 그 뒤에도 남는다. 민주당 후보들이 기억해야 할 것도 그것이다. 경선에서는 표를 얻기 위해 말할 수 있다. 집권당은 그 말이 국가의 제도가 될 때까지 책임져야 한다.
2026-08-13 0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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