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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400선 붕괴…지수보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살펴야 한다
[경제일보] 연휴를 마친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1.69포인트(3.65%) 내린 6384.2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6400선이 무너진 것은 약 두 달 만이다. 코스닥도 4.83% 하락한 849.19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약 2조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하락 폭을 나흘로 넓혀보면 충격은 더 크다. 지난 2일 7003.74였던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619.50포인트, 8.85%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양호한 실적과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했다. 12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나란히 4%대 하락했다. 이번 급락의 배경에는 외국인 매도세와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수급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루의 주가 하락을 곧바로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 실적과 경기 전망, 글로벌 자금 흐름을 함께 살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문제는 급락 자체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기업이 얼마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느냐다. 주식시장은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가격에 반영한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주가가 조정받는 것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가 장기화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기업의 자금 조달과 가계의 소비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중소·중견기업에는 주가 하락과 위험회피 심리의 확산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럴 때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수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일이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공적 자금을 동원하거나 단기 부양책으로 시장을 떠받치려 한다면 가격 형성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은 특정 지수의 유지가 아니라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금융기관의 유동성 및 건전성을 점검하고 신용융자와 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급격한 가격 변동이 연쇄적인 강제 매도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는 신속하게 시행하되 개입의 기준과 목적은 명확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과 인위적으로 주가 수준을 높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정책 당국의 설명 책임도 중요하다. 시장이 불안할 때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키려 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단기 급락을 곧바로 경제위기로 규정해 불안을 키워서도 안 된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질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내린 1335.1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급락과 환율 상승이 반드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진단할 때도 막연히 고환율과 고금리를 나열하기보다 실제 지표와 자금 흐름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 시장의 유동성, 제도적 신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개선된다면 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할 기반도 넓어진다. 정부는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미래산업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노동시장과 교육,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단기적인 경기부양만으로는 잠재성장률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기업 역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주가는 글로벌 기술 경쟁과 투자 수요에 대한 기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적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장기업 전반으로 보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와의 소통도 개선해야 한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실적과 자본 배분,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 때 시장의 신뢰도 쌓인다. 정치권은 금융시장 불안을 단기적인 정책 경쟁의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한다. 경기 대응과 취약계층 지원은 필요하지만 재정지출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한다. 자본시장 관련 제도 개선과 기업 투자에 필요한 법·제도 정비도 정쟁과 분리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급락이 한국 경제의 모든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반도체 대형주와 외국인 수급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다시 확인됐다. 특정 산업의 호황만으로 증시 전체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지키고, 기업은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정치권은 경제주체가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주가 하락은 투자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모든 하락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충격이 왔을 때 시장이 질서를 유지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는 일이다. 코스피가 언제 7000선을 되찾을지보다 한국 경제가 다음 충격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지수의 회복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경제의 기초체력, 시장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할 때 지속될 수 있다.
2026-10-13 09: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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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한 달 김용범, 왜 다시 '국채'를 꺼냈나
[경제일보]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다시 경제정책의 화두를 던졌다. 이번에는 부동산도, 증시도 아니다. 국채다. 김 전 실장이 최근 쓴 ‘국채가 흔들리는 시대’의 출발점은 글로벌 금리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서 동시에 나타나는 장기금리 상승을 단순한 인플레이션 후유증이 아니라 지난 15년간 이어졌던 저금리 체제의 변화로 봤다. 글만 놓고 보면 채권시장 분석이다. 그러나 작성 시점과 김 전 실장의 현재 위치를 함께 놓으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김 전 실장은 지난 9월 1일 이재명 정부 초대 정책실장에서 물러났다. 정부 출범 후 15개월 만이었다. 한미 통상협상과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지휘했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부동산·세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책임론도 동시에 받았다. 퇴임 이후에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며 김 전 실장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다만 현재까지 제기된 내용은 정치권의 의혹과 고발 단계다. 10월 1일 정무위가 채택한 증인 명단에는 김 전 실장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이 선택한 주제가 국채와 반도체, 그리고 미래대응기금이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은 그의 정책실장 재임기를 상징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김 전 실장은 지난 7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두고 “아주 의미 있는 규모의 돈이 모일 것”이라며 청년·미래·지역·교육에 활용하는 구상을 설명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자리에서 물러난 9월 1일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정책실장 임기는 끝났지만 그가 밀었던 정책은 오히려 제도화 단계에 들어간 셈이다. 이번 글에서 김 전 실장이 “정부에서 일하며 호황기 세수가 가진 중력을 여러 번 봤다”고 회고한 대목도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세수가 늘면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교육청마다 쓸 이유가 생기고, 한 번 늘어난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미래대응기금을 설명하면서 ‘의지만으로는 이 중력을 이기기 어렵다. 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숫자는 그의 문제의식을 뒷받침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국세수입을 478조6000억원으로 다시 추산했다. 추경예산보다 63조2000억원 많다. 반도체 호황과 특별배당, 증시 활성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9월 수출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263% 증가했다. 한국 경제가 말 그대로 반도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 전 실장이 이번 글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도 현재의 고금리 자체보다는 반도체 호황이 끝났을 때의 한국 경제다. 지금은 반도체 수출과 기업이익이 성장과 세수, 외환수급을 동시에 받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상황은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성장과 세수가 둔화되고 무역흑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글로벌 장기금리마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국 경제가 쓸 수 있는 완충재는 줄어든다. ◇ 왜 지금 ‘국채’인가 글의 또 다른 축은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다.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5%를 넘어 200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미국 고용이 둔화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낮아졌지만 장기금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라면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났을 때 국채 금리는 먼저 내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로 국채 공급이 늘고 있는 데다 AI 투자 붐까지 자본시장 수요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는 데이터센터와 GPU, 전력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의 돈을 쓰고 있다. 올해 들어 AI 관련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는 금액도 빠르게 증가했다.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돈을 필요로 하는 구조다. 일본도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3%를 기록해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장기간 해외에 투자됐던 일본계 자금의 움직임도 달라질 수 있다. 프랑스의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재정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가 확대됐고, 국가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CDS도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김 전 실장이 재정, AI 투자, 인플레이션, 지정학이라는 네 가지 요인을 국채 금리 상승 원인으로 나눈 배경이다. 결국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2010년대의 초저금리가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시장 분석인가, 정책 유산에 대한 설명인가 이번 글에는 개인적인 회고가 이례적으로 많이 들어 있다. 김 전 실장은 재임 당시에도 SNS에 장문의 경제정책 글을 꾸준히 올렸다. 정책실장이 직접 증시와 부동산, 산업정책을 설명하면서 시장이 그의 표현 하나하나에 반응하기도 했다. 이번 글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의 글이었다면 지금은 자리에서 물러난 정책 설계자의 글이다. 그래서 “좋을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은 시장 전망인 동시에 자신의 정책 선택에 대한 설명으로도 읽힌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이 그렇다. 정부는 내년 기금에 162조3000억원을 적립해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개 분야에 45조4000억원을 쓰고 나머지는 국채 발행 축소와 여유자금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도가 출범하기도 전에 논쟁은 시작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가·초과 세수를 기금에 적립한 뒤 필요할 경우 일반회계로 전출하는 구조에 대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이 약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수 있다며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이 글에서 “기금의 입법도 중요하지만 꺼내 쓰는 원칙을 엄격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오히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기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쓰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김용범의 진단, 어디까지 맞을까 큰 방향에서는 최근 금융시장이 그의 진단과 상당 부분 겹친다. 글로벌 국채금리가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전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은 이미 뚜렷하다. 정부 부채 증가와 AI 투자에 따른 자금 수요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에 반도체라는 강력한 완충재가 있다는 분석 역시 현재 숫자만 보면 설득력이 있다. 올해 세수 증가와 기록적인 수출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한국 경제의 위험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잘될수록 성장률도 높아지고 세수도 늘어난다. 정부의 정책 여력도 커진다. 반대로 반도체가 흔들리면 그 효과가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금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논쟁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호황으로 생긴 돈을 지금 쓸 것인가. 다음 불황을 위해 남길 것인가. 아니면 AI와 인재,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것인가. 김 전 실장은 세 번째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다만 그 답이 미래대응기금 하나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통제, 지방재정과의 관계, 투자 사업의 선정 기준, 기금에서 돈을 꺼낼 수 있는 조건을 얼마나 엄격하게 정하느냐가 남았다. 기금이 미래 투자를 위한 완충장치가 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거대한 지출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은 정책실장에서 물러났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란도 아직 정치권에서 끝나지 않았다. 현재 공개적으로 확인되는 새로운 공직은 없다. 그럼에도 그가 다시 시장과 정책에 대해 긴 글을 쓰는 이유는 적어도 글 안에서는 분명해 보인다. 자신이 정부 안에서 보았던 호황기의 재정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자신이 추진했던 미래대응기금이 왜 필요했는지를 다시 말하는 것이다. 이를 정치적 복귀 신호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현재로서는 정책실장에서 경제정책 논객으로 위치가 바뀌는 과정에 가깝다. 한 달 전까지 정책을 만들던 사람이 이제 그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밖에서 설명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장은 그의 글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채금리는 오르고 있고, AI 투자는 더 많은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에 전례 없는 호황을 가져왔다. 미래대응기금의 규모도 당초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서 앞으로 볼 대목은 김용범 개인보다 정책이다. 반도체 호황이 끝난 뒤에도 한국에 남는 것이 무엇인가. 더 많은 의무지출만 남을 것인가. 아니면 신산업과 인재, 재정의 완충력이 남을 것인가. 한편 김 전 실장이 던진 ‘국채가 흔들리는 시대’라는 문제의식의 끝에는 결국 이 질문이 있다. 좋을 때 번 돈을 어떻게 쓰는가. 호황이 끝난 뒤 국가의 실력은 거기서 드러난다.
2026-10-03 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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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올리자 국채시장 경고등…통화·재정 따로 볼 때 아니다
[경제일보] 미국의 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오른 1382.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연 4.090%까지 올라 연고점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충격은 제한적이었지만 환율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도 경계에 들어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금융당국 수장들은 17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 인상의 국내 영향을 점검했다.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쏠림이 과도해질 경우 필요한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대응이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의 장기금리에는 미국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국내 물가와 경기 전망, 국채 수급과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와 물가 압력, 금융안정 위험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미국까지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금리를 올렸으니 한국도 따라 올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 여건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기준금리만 바라봐서는 지금의 금리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가 전망과 국채 공급, 글로벌 금리,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데 따른 기간 프리미엄 등이 함께 작용한다.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운용을 이어가는 동안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강도를 높인다면 두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국채금리 상승이 회사채와 대출금리 등 민간의 자금조달 비용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과 가계가 결국 그 비용을 부담한다. 시장금리가 높은 상태가 장기화하면 설비투자가 많은 기업의 금융비용이 커진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은 자금조달 여건이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가계 역시 기준금리와 별개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화·재정·국채정책을 따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뿐 아니라 국채시장을 통해 금융여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도 재정을 확대할 때 필요한 지출 규모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와 민간 자금조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장안정조치도 원인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나 과도한 시장 쏠림 때문에 금리가 급등한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정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가 금리에 반영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시장 개입보다 재정운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조화를 이루느냐다. 각 기관의 정책 목표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결국 하나의 금융시장에서 만난다. 금융시장의 가격은 정책기관의 업무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 현실을 다시 보여줬다. 환율과 국채금리가 움직이면 충격은 금융시장을 넘어 기업과 가계로 전달된다. 국채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리는 가격인 동시에 시장이 경제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가격이다. 물론 기준금리 전망과 물가, 국채 수급, 글로벌 금리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단순한 시장의 ‘쏠림’으로만 설명해서도 안 된다. 재정은 재정대로, 통화는 통화대로, 국채는 국채대로 관리하던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가 얼마를 지출하고 국채를 얼마나 발행할 것인지, 한국은행이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봐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재정과 통화가 각자의 역할을 하되 큰 틀에서는 정책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
2026-09-18 1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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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국내주식 8개월 만에 순매수…유가증권시장 1.9조원 사들여
[경제일보] 지난달 외국인이 국내 상장주식을 8개월 만에 순매수했다. 반면 상장채권은 4개월 만에 순회수로 돌아서면서 전체 상장증권 투자자금은 순회수를 기록했다. 1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8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주식 3440억원을 순매수하고 상장채권 4조7360억원을 순회수했다. 주식과 채권을 합산한 전체 상장증권에서는 4조3920억원 순회수로 집계됐다. 외국인의 상장주식 순매수는 8개월 만이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8880억원을 순매수했고 코스닥시장에서 1조545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액은 2280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5조1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8%다. 지역별로는 미주가 13조4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유럽은 10조7000억원, 아시아는 1조2000억원, 중동은 400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3조4000억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다. 아일랜드도 3조2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영국은 16조9000억원, 케이맨제도는 2조700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미국이 999조700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의 43.8%를 차지했다. 이어 유럽 676조9000억원(29.7%), 아시아 312조8000억원(13.7%), 중동 44조1000억원(1.9%) 순이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순회수로 전환했다.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채권 3조9350억원을 순매도했고 8010억원을 만기상환 받아 총 4조7360억원을 순회수했다. 지난달 말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330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8000억원 줄었다. 상장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4%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가 2조3000억원을 순투자했다. 중동은 순투자 규모가 0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유럽은 5조1000억원, 미주는 9000억원을 각각 순회수했다. 보유 규모는 아시아가 140조1000억원으로 42.4%를 차지했고 유럽은 118조원으로 35.7%였다. 채권 종류별로는 국채에서 3조5000억원, 특수채에서 1조2000억원이 각각 순회수됐다. 지난달 말 외국인의 채권 보유액은 국채 315조원, 특수채 15조1000억원이다. 전체 채권 보유액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95.4%, 특수채는 4.6%다. 잔존만기별로는 5년 이상 채권에서 2조1000억원이 순투자됐다. 반면 1년 미만 채권에서는 6조3000억원, 1~5년 미만 채권에서는 6000억원이 각각 순회수됐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잔존만기별 채권 보유액은 △5년 이상 153조5000억원 △1~5년 미만 124조7000억원 △1년 미만 52조1000억원이다. 비중은 각각 △46.5% △37.8% △15.8%다. 외국인의 전체 상장증권 보유액은 261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주식은 전월보다 보유잔액이 늘었지만 상장채권은 순회수 전환으로 보유잔액이 감소했다.
2026-09-18 08: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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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만 웃었다…10대 그룹 회사채 잔액, 고금리에 일제히 감소
[경제일보] 올해 들어 국내 10대 대기업 그룹의 회사채 발행 잔액이 삼성그룹을 제외한 전 계열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 조달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 등 다른 자금 조달 수단으로 눈을 돌린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회사채 발행 잔액은 지난해 말 201조558억원에서 전날 194조7821억원으로 6조2737억원(3.1%)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5985억원(2.9%) 늘었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10대 그룹 가운데 순발행 기조를 이어간 곳은 삼성이 유일했다. 삼성의 회사채 잔액은 19조2577억원에서 23조1264억원으로 20.1% 불어났는데, 이는 지난해 증가 폭(1조88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속도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카드 잔액이 1년 새 2조3786억원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지난해 발행이 없던 삼성SDS도 1조2200억원 규모로 새로 잔액이 생겼다. 삼성증권(4400억원)과 삼성중공업(2250억원)도 증가 대열에 합류했다. 반대로 SK그룹은 잔액이 43조1414억원에서 39조916억원으로 4조498억원 줄어 감소 폭이 10대 그룹 중 가장 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401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발행 기조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호조로 현금창출력이 커지면서 만기 물량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 잔액이 4조4600억원에서 올해 3조4600억원으로 1조원 줄었다. SK엔무브는 9000억원이던 잔액이 아예 사라졌고, SK텔레콤(-8200억원), SK에너지(-4700억원), SK지오센트릭(-3700억원), 지주사 SK(-3650억원)도 감소했다. 이 밖에 LG(-1조3711억원), HD현대(-1조1280억원), GS(-9550억원), 롯데(-9136억원), 현대차(-8349억원), 포스코(-4800억원), 신세계(-3350억원) 순으로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이 위축된 배경에는 시장금리 급등이 자리한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하면서 지난 3월 AA-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하루 만에 13.2bp 뛰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말 2.953%에서 지난달 말 3.959%로, AA- 3년물 회사채 금리는 같은 기간 3.476%에서 4.653%로 각각 뛰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상반기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25조9052억원으로 1년 전(37조8320억원)보다 31.5% 줄어, 고강도 금리 인상이 본격화했던 2022년 상반기(21조8천25억원)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공장 신·증축이나 설비 구입에 쓰이는 시설자금 목적 발행액은 9200억원으로, 2021년 이후 이어진 감소세 속에 사상 처음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시설투자 위축은 단기적으로 재무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신사업 발굴이 지연돼 성장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회사채 발행이 10조원 넘게 줄어드는 사이 은행 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올해 1분기 12조원, 2분기 13조5천억원 등 상반기에만 25조5천억원 증가해 지난해 연간 증가액(20조4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비금융업 2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활용한 조달 수단으로 시중은행 차입(43.6%)이 회사채 발행(19.6%)을 크게 앞섰다. 문제는 하반기부터 은행 대출 여건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4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상당수 은행이 상반기 우량 대기업 위주로 대출을 빠르게 늘리면서 연간 기업 대출 한도를 이미 상당 부분 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은행은 신규 대기업 대출을 사실상 마감하거나 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6-08-06 09: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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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20억 CP 1차 부도…JTBC 회생 불씨, 신문 모태까지 번졌다
[경제일보]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모태 기업인 중앙일보까지 확산됐다. 중앙일보가 워크아웃을 공식 신청한 가운데 22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이 1차 부도 처리됐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JTBC 역시 360억원 규모 CP가 법적 지급 제한에 따라 1차 부도 처리되면서 중앙그룹 전반의 자금 압박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220억원 규모 CP가 부도 처리됐다고 공시했다. 중앙일보는 공시를 통해 "당사가 2026년 3월 31일 발행한 기업어음에 대해 기한의 이익 상실이 발생했다"며 "18일 채권자의 어음 지급 제시가 있었으나 예금 부족으로 결제 대금을 변제하지 못해 19일자로 해당 어음이 최종 부도 처리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CP는 한양증권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만기는 2026년 12월 7일 120억원, 2027년 3월 30일 100억원으로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그룹 유동성 위기와 신용등급 하락 여파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면서 채권자가 만기 전 조기상환을 요구했고, 중앙일보가 이에 응하지 못하면서 최종 부도로 이어졌다. 중앙일보는 특정 채권자에게 개별적으로 조기상환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워크아웃 추진 과정에서 채권자 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다. 현재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 워크아웃을 공식 신청한 상태다. 워크아웃은 법원이 관리하는 기업회생과 달리 채권단 협의를 통해 채무를 조정하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절차다. ◇ 회사채 1370억원 EOD 이어 CP 부도…유동성 위기 심화 중앙일보의 자금 압박은 이미 회사채 시장에서 먼저 드러났다. 중앙일보는 지난 16일 43-2회차 180억원, 46회차 340억원, 47회차 350억원, 51회차 500억원 등 회사채 4개 종목에 대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규모는 총 1370억원이다. 기한이익상실은 채무자의 신용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될 경우 채권자가 만기 이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계약상 장치다. 회사채에 이어 CP에서도 EOD와 최종 부도가 발생했다는 점은 중앙일보의 유동성 문제가 단순한 일시적 자금 부족을 넘어 채권시장 신뢰 저하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용등급 하락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중앙일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하향 조정하고 부정적 검토 대상에 재편입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추가 조기상환 요구와 신규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일보가 워크아웃을 선택한 배경 역시 개별 채권 대응보다는 채권단 전체와의 조정을 통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JTBC는 회생절차 속 1차 부도…"최종 부도와는 달라" JTBC도 같은 날 360억원 규모 CP가 1차 부도 처리됐다고 공시했다. 다만 중앙일보와는 성격이 다르다. JTBC는 지난 15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으며, 같은 날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 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법원의 허가 없이 기존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태다. JTBC는 19일 우리은행 중앙기업영업본부에 지급 제시된 CP 360억원을 결제하지 못했다. 회사 측은 이번 미이행이 법원의 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에 따른 법적 지급 제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TBC는 "어음교환업무규약 시행세칙상 법적으로 가해진 지급 제한 사유에 따른 1차 부도이며, 최종 부도에 따른 거래정지 처분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JTBC는 지난 12일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이후 중앙홀딩스와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계열사 5곳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법원 회생 대신 워크아웃을 통한 채권단 조정을 택했다. ◇ 규제기관도 상황 점검…월드컵 중계 차질 여부 주목 이번 사안은 금융 문제를 넘어 방송 규제 이슈로도 번지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JTBC의 재정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JTBC의 유동성 위기가 당장 방송사업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재승인 과정에서 재무·기술 분야 평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방미통위는 점검반을 구성해 JTBC 회생절차 관련 현안을 상시 점검하고 있으며, JTBC 측과 소통하며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JTBC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콘텐츠 제공에 차질이 없도록 상황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미디어 산업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지털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미디어 소비가 이동하면서 전통 광고 시장은 위축된 반면 콘텐츠 투자 부담은 커졌다. 여기에 채권시장 신뢰 약화까지 겹치면서 계열사별 대응 방식도 갈라졌다. 중앙일보는 채권단 협의를 통한 워크아웃을, JTBC 등은 법원의 보호 아래 회생 가능성을 모색하는 길을 택했다. 관건은 정상화 여부다. 채무조정 방식이 서로 다르더라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적인 사업 운영 기반을 다시 구축할 수 있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CP 부도와 회생절차 신청은 중앙그룹 위기의 종착점이라기보다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정상화 과정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2026-06-20 13: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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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리 인상, 한국 경제에 던진 세 가지 경고
[경제일보] 일본은행이 움직였다. 16일 일본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올렸다.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결정 배경은 분명하다. 미국·이란 전쟁이 남긴 에너지 가격 충격, 호르무즈 해협 불안, 공급망 훼손, 그리고 기업 간 가격 전가가 소비자물가로 번질 가능성이다. 일본은행이 중동발 인플레이션 위험과 엔화 약세를 금리 인상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전쟁은 총성과 함께만 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유조선 항로로 오고 해상보험료로 오고 원유 선물 가격으로 오며 중앙은행 회의장 의사봉 소리로 온다.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완화되고 유가가 하락했다는 소식도 있지만 그것이 곧 물가 위험의 종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브렌트유가 배럴당 78.96달러까지 떨어졌지만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공급 정상화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문제는 일본의 금리 인상이 일본만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경제에는 적어도 세 가지 경고가 담겨 있다. 첫째는 환율 경고다. 둘째는 물가 경고다. 셋째는 금리 경고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 금리와 달러 흐름에 주로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일본이 저금리 시대의 끝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동아시아 자금 흐름도 달라진다. 엔화 금리가 오르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은 약해진다.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던 돈의 일부는 되돌아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신흥시장 통화와 주식, 채권은 변동성을 맞는다. 원화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일본 금리 1.0%는 여전히 미국이나 한국보다 낮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절대 수준보다 방향이다. 일본은행이 “더 이상 무제한 완화의 시대에 머물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순간, 시장은 일본 자금의 귀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다. 한국 채권시장에는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주식시장에는 외국인 수급 불안으로, 외환시장에는 원·엔, 원·달러 변동성 확대로 나타날 수 있다. 물가에도 경고음을 울렸다. 한국은 일본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낮다고 말하기 어렵다. 원유와 LNG,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 기업 원가가 먼저 오른다. 이어 전기요금, 운송비, 항공료, 식품 가격, 외식 가격으로 번진다. 이미 한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2년여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석유류 가격과 국제항공료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 전망을 2.2%에서 2.7%로 올렸고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가가 무서운 것은 한 번 오르면 제자리로 쉽게 돌아오지 않는 데 있다. 원유 가격이 내려도 물류비와 인건비, 가공비를 거쳐 소비자가격에 붙은 인상분은 남는다. 일본은행이 우려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기업 간 거래에서 시작된 가격 전가가 소비자 단계의 광범위한 품목으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본은행 결정을 보면 원유 가격 상승이 기업 간 가격 전가를 빠르게 만들고 이것이 소비자물가로 파급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길목에 서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전환은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리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경고는 정책의 착시다. 유가가 하루 이틀 떨어졌다고 해서 물가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전쟁 프리미엄이 빠지는 속도보다 공급망의 상처가 아무는 속도는 느리다. 에너지 인프라가 손상됐고 보험료와 운임, 재고 확보 비용은 이미 기업 장부에 반영됐다. 유럽중앙은행 인사들도 중동 긴장이 완화된 뒤에도 에너지 가격 압력이 남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의 딜레마는 여기서 깊어진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와 내수에 부담이 간다. 금리를 묶어두면 물가와 환율이 흔들린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크고 자영업 경기의 회복력도 약하다. 그렇다고 물가를 방치할 수도 없다. 중앙은행이 물가 기대를 놓치면 훗날 더 큰 금리 인상으로 되갚아야 한다. 지금의 0.25%포인트는 고통스럽지만 뒤늦은 1%포인트는 더 잔인하다. 기업에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일본 금리 인상은 단순한 금융 뉴스가 아니다. 에너지 조달, 원자재 재고, 환헤지, 차입 구조, 해외 생산망을 다시 점검하라는 경고장이다. 특히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항공, 해운 등 에너지와 환율에 민감한 업종은 ‘전쟁 이후’가 아니라 ‘전쟁의 비용이 장부에 남는 시간’을 봐야 한다.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실적 격차도 커질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심성 보조금 경쟁이 아니다. 에너지 취약계층과 물류·운송·중소 제조업에 대한 정밀 지원, 전략 비축, 수입선 다변화, 전력망 투자, 환율 급변 대응 장치가 필요하다. 통화정책이 물가 기대를 붙잡는다면 재정정책은 충격이 가장 약한 곳으로 몰리지 않도록 완충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브레이크를 밟고 정부는 안전벨트를 채워야 한다. 동양 고전 <춘추좌씨전>에는 ‘안거위사(安居危思)’라는 말이 있다.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유가가 조금 내렸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일본이 금리를 올렸다는 것은 이웃 나라 중앙은행이 위험을 먼저 본 것이다. 한국이 그 경고를 남의 일로 흘려듣는다면 다음 차례는 원화와 물가와 가계 이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금리 인상은 한국 경제에 묻고 있다. 우리는 전쟁이 남긴 비용을 제대로 계산하고 있는가.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는 충분한가. 환율과 자본시장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는가. 답은 어렵지 않다. 지금은 낙관보다 대비가 필요한 시간이다. 전쟁보다 무서운 것은 전쟁이 끝났다고 믿는 착각이다.
2026-06-17 17: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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