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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억 달러 美제철소 첫삽 뜬 날…현대제철·포스코, 워싱턴선 '관세 재심'
[경제일보]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58억 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을 연 날, 워싱턴에서는 두 기업이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부식방지강판(Corrosion-Resistant Steel Products·CORE)을 다시 관세 심사대에 올리는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직접 철강을 생산해 관세와 공급망 위험을 줄이려는 양사의 현지화 전략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간 가운데 기존 한국산 제품은 반덤핑(AD)과 상계관세(CVD)라는 미국의 무역구제 장벽을 계속 넘어야 하는 셈이다. 7일 본지가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의 연방관보를 확인한 결과, 미 상무부는 지난 4일 한국산 부식방지강판에 대한 새로운 AD·CVD 행정재심 개시를 공식화했다. 사건번호는 각각 A-580-878(반덤핑)과 C-580-879(상계관세)다. 미 상무부는 이번 행정재심의 최종 결과를 늦어도 2027년 7월 31일까지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덤핑 재심 대상 기간은 2025년 7월 1일부터 2026년 6월 30일까지다. 조사대상 명단에는 현대제철(Hyundai Steel Company)과 POSCO뿐 아니라 POSCO International Corporation, POSCO STEELEON 등 포스코 계열사가 포함됐다. KG스틸과 동국씨엠, 세아 계열사 등 국내 다른 철강업체들도 이름을 올렸다. 상계관세 재심의 조사대상 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여기에도 현대제철과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이 나란히 포함됐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동일 품목을 놓고 AD와 CVD 두 종류의 재심 절차에 동시에 들어간 것이다. AD 직전 확정치는 ‘0%’…새 조사기간 다시 계산한다 다만 이번 행정재심 개시를 현대제철과 포스코에 대한 새로운 ‘덤핑 적발’이나 ‘보조금 위반 판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행정재심은 이미 내려져 있는 AD·CVD 명령을 토대로 일정 기간 실제 미국 수입물량에 어느 정도의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지를 다시 계산하는 연례 절차다. 미 상무부는 행정재심 결과를 통해 과거 수입분에 실제로 부과할 관세와 앞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적용할 새로운 현금예치율(cash deposit rate)을 산정한다고 설명한다. 새 관세율은 예비 결과가 아니라 최종 결과가 연방관보에 발표된 이후 적용된다. 때문에 이번 재심에서 주목할 대목은 직전 확정 결과와 얼마나 달라지느냐다. 미 상무부가 지난 5월 14일 확정한 2023년 7월~2024년 6월 한국산 CORE 반덤핑 행정재심에서는 현대제철의 가중평균 덤핑마진이 0.00%였다. 당시 의무조사 대상은 현대제철과 동국씨엠이었으며 양사 모두 0%가 나오면서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POSCO,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에도 0.00%가 적용됐다. 상무부는 해당 조사기간 한국산 CORE가 미국에서 정상가격보다 낮게 판매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이는 포스코의 0%가 현대제철과 동일한 방식으로 개별 조사돼 산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대제철은 의무응답기업으로 직접 조사받아 0%를 받았고, POSCO는 비선정기업으로 의무응답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0%가 적용됐다. 이 구분은 이번 행정재심에서 상무부가 어떤 회사를 의무응답기업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CVD 쪽에서는 다른 숫자가 나온다. 가장 최근 확정된 2023년분 한국산 CORE 상계관세 행정재심에서 미 상무부는 현대제철에 1.28%의 순상계가능 보조금률을 확정했다. POSCO와 POSCO International, POSCO Steeleon 등 개별 심사를 받지 않은 업체에는 2.88%가 적용됐다. 당시 상무부는 현대제철과 KG동부제철을 의무응답기업으로 조사하고 두 기업의 결과를 토대로 비선정업체의 적용률을 계산했다. 이번에는 조사기간 자체가 달라진다. AD는 2025년 7월~2026년 6월, CVD는 2025년 한 해 전체의 거래가격과 지원 프로그램 등이 심사 대상이다. 따라서 직전 CORE AD 재심에서 나왔던 현대제철·포스코 0%가 유지될지, 최근 확정된 CVD의 현대제철 1.28%·POSCO 2.88%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이번 재심 절차를 거쳐야 알 수 있다. 재심 개시만으로 추가 관세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 수출물량의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양사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워싱턴선 관세 재심, 루이지애나선 58억 달러 현지화 공교로운 것은 미 상무부가 재심 개시를 연방관보에 게재한 4일 루이지애나주 어센션 패리시에서는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이 공동 투자하는 HPLS(Hyundai-POSCO Louisiana Steel)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이 열렸다는 점이다. HPLS에는 총 58억 달러가 투입된다. 지분구조는 현대제철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다. 생산능력은 연간 270만t으로 자동차용 180만t, 일반용 90만t을 생산한다. 제품군에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뿐 아니라 이번 미 상무부 행정재심의 대상 품목과 맞닿아 있는 도금강판도 포함된다.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다만 4일 행사는 기공식으로 현대제철의 공식 계획상 실제 공사는 올해 4분기 착수할 예정이다. HPLS는 철광석과 천연가스로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한 뒤 전기로와 연속주조, 열연·냉연 공정까지 하나의 생산기지에서 연결하는 일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현대제철은 이를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일관제철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지화의 목적도 분명하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POSCO 역시 2025년도 연결재무제표에서 미국의 50%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회사의 재무 추정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명시했다. HPLS 기공식을 전후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루이지애나 주정부에 미국에서 조달하기 어려운 제철설비의 관세 완화를 요청한 것 역시 이런 통상환경을 반영한다. 한국 철강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조차 수입설비에 붙는 관세가 사업비 변수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제철과 포스코 입장에서는 HPLS가 완공되면 미국 자동차강판 시장의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배에 실어 미국으로 보내는 구조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쇳물부터 완성 강판까지 생산해 현대차·기아는 물론 미국 완성차업체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비와 환율 위험을 줄이는 효과에 더해 수입 제품을 겨냥한 관세와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노출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현대제철은 HPLS를 통해 2029년부터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미국 완성차업체의 자동차강판 공급망에도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는 철강에서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 ‘수출해서 파는 미국’에서 ‘미국에서 만드는 미국’으로 4일 미국에서 동시에 벌어진 두 장면은 한국 철강업계가 맞닥뜨린 통상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행정재심이 곧 관세 인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직전 확정된 CORE 반덤핑 재심에서는 현대제철과 POSCO 모두 결과적으로 0%를 적용받았다. 그렇다고 행정재심 자체가 기업에 의미 없는 절차인 것도 아니다. 자료 제출과 검증, 법률 대응이 반복되고 최종 결과에 따라 관세율과 현금예치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HPLS가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시점은 2029년이다. 그때까지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수출해야 한다. 미국 현지화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생산할 물량’과 ‘한국에서 수출할 물량’이 서로 다른 통상환경에 놓이는 과도기를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국내에서 경쟁 관계임에도 미국 제철소에 함께 투자한 것도 이런 산업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는 미국 제철소 투자를 북미 철강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자동차강판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해 왔다. 결국 미국 시장의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진 지금은 생산설비와 공급망 자체를 미국 안에 두는 능력이 시장 접근성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8억 달러짜리 HPLS는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그 변화에 내놓은 답”이라면서도 “공장이 가동되는 2029년까지 한국산 철강은 여전히 워싱턴의 관세 심사대를 지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루이지애나에서 미국산 철강 공급망을 새로 세우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기존 한국산 물량의 통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두 개의 싸움’이 동시에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9-07 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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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쇳물 지도'바꾼다…美 전기로·印 고로·韓 수소환원제철
[경제일보] 포스코의 쇳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미국에서는 50% 관세장벽 안으로 들어가 전기로를 세우고, 인도에서는 빠르게 늘어나는 철강 수요를 잡기 위해 600만t급 고로를 짓는다. 국내에서는 광양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HyREX)을 앞세워 탄소를 줄인다. 세계 철강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이 겹치면서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기존 방식에 시장별 현지 생산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더하는 모습이다. 포스코그룹은 2031년까지 미국·인도·인도네시아 등 고성장·고수익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능력을 1000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철강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국내 저탄소 전환에 다시 투입하는 구조도 구상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성장성을 확보하고 국내에서는 기존 제철소의 체질을 바꾸는 이원화 전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철강 초과 생산능력이 2025년 6억4000만t에서 2028년 7억45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까지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도 연평균 0.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세계철강협회는 인도 철강 수요가 올해 7.4%, 내년에는 9.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과잉과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도는 인프라와 자동차 생산 확대를 바탕으로 주요 성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철강투자는 고수익·고성장 시장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에서는 자동차강판과 PosMAC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미국에서는 지분 비례 물량에 추가 물량을 더해 오프테이크한 뒤 현지 완성차 업체와 포스코 멕시코 등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관세·성장성 따라 달라진 투자법 미국에서는 관세장벽 안으로 생산기지를 옮긴다. 현대제철이 주도하는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에는 총 58억 달러가 투입된다. 연산 270만t 규모로 2029년 상업생산이 목표다. 지분은 현대제철 측이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한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50% 관세를 적용하면서 한국에서 생산한 철강을 미국으로 보내는 기존 공급방식의 부담은 커졌다. 현지 생산은 관세 영향을 줄이는 동시에 완성차 공장과의 물류거리도 좁힐 수 있다. 포스코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강판과 소재 가운데 지분 비례 물량에 추가 물량을 더해 오프테이크할 예정이다. 확보한 물량은 미국 현지 완성차 업체와 포스코 멕시코 등에 공급한다. 이미 구축한 북미 가공·판매망에 현지 생산기지를 연결해 고객 기반까지 넓히는 구조다. 구체적인 오프테이크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성장성과 원가경쟁력을 겨냥한다. 포스코는 JSW스틸과 지분을 절반씩 나눠 오디샤주에 연산 600만t 규모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 2031년 준공이 목표다. 제선·제강부터 열연, 냉연·도금까지 전 공정을 갖추고 초기에는 건설·인프라 수요에 대응한 뒤 자동차강판과 PosMAC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오디샤주는 철광석 산지와 가깝다. 포스코는 현지 철광석과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JSW의 구매력을 활용해 원료와 설비·자재 조달비를 낮추고 600만t급 일관생산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재원은 자기자본 30%, 차입 70%로 조달하고 양사가 같은 비율로 책임을 나눈다. 오디샤 투자는 20여 년 만의 재도전이다. 포스코는 2005년 같은 지역에 연산 1200만t 규모 제철소를 추진했지만 토지 확보와 주민 반발, 광산 개발권·인허가 문제 등에 막혀 2017년 사실상 철수했다. 이번에는 규모를 절반으로 낮추고 현지 대형 철강사 JSW와 손잡아 투자와 사업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성장과 전환’ 선순환 시험대 해외에서 생산능력을 넓히는 것과 달리 국내 투자의 중심은 기존 제철소의 체질 전환이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약 6000억원을 들인 연산 250만t 규모 전기로를 준공했다. 고로보다 탄소배출을 약 75% 줄이고, 전기로 쇳물과 고로 쇳물을 섞는 ‘합탕’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강판 등 고급강까지 생산한다는 목표다. 다음 단계는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다. 포스코는 포항에 연산 30만t 규모 HyREX 실증설비를 구축해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철광석 환원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로, 장기적으로 고로 중심 생산체제를 바꾸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다만 국내에서 고로를 줄이면서 인도에 신규 고로를 짓는 전략은 풀어야 할 과제다. 인도 제철소는 고로 방식으로 출발하되 JSW의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포스코의 저탄소 조업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수소 기반 기술이 검증되면 추가 전환도 추진한다.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로 출발하는 만큼 국내 HyREX 수준의 탈탄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포스코의 생산전략은 하나의 공법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관세와 자동차 고객을 고려해 전기로를, 인도에서는 풍부한 철광석과 빠른 수요 증가를 활용하기 위해 고로 일관생산 체제를 택했다. 국내에서는 증산보다 전기로와 HyREX를 통한 저탄소 전환에 힘을 싣는다. 관건은 투자 이후의 수익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인도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국내에서는 전기로 고도화와 HyREX 상용화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며 “해외 제철소가 안정적인 이익을 내야 이를 국내 저탄소 투자로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별 현지화로 수익을 확보하고 그 수익으로 국내 제철소의 체질까지 바꿀 수 있느냐가 포스코가 새로 그리는 제철지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03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03 08: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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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전기로·인도선 고로"…포스코, 세계 제철지도 다시 짠다
[경제일보] 미국 루이지애나에서는 전기로, 인도 오디샤에서는 고로. 포스코가 세계 주요 철강시장에서 지역별 여건에 맞춘 생산거점 구축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광양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HyREX)을 앞세워 탈탄소 전환을 추진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수요와 원료, 통상환경에 따라 생산 방식과 제품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배경에는 세계 철강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확산이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철강을 해외로 수출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포스코는 2031년까지 인도·미국·인도네시아 등 고성장·고수익 시장의 생산능력을 1000만t으로 확대하고 해외에서 확보한 수익을 국내 저탄소 전환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OECD는 세계 철강 초과 생산능력이 2025년 6억4000만t에서 2028년 7억4500만t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도 2030년까지 연평균 0.9%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세계철강협회는 인도의 철강 수요가 올해 7.4%, 내년에는 9.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시장이 공급과잉과 저성장에 직면한 가운데 인도는 인프라 투자와 자동차산업 성장에 힘입어 주요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해외 철강투자는 고수익·고성장 시장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에서는 자동차강판과 PosMAC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미국에서는 지분 비례 물량에 추가 물량을 더해 오프테이크한 뒤 현지 완성차 업체와 포스코 멕시코 등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은 현지생산, 인도는 대형 고로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은 관세 대응과 고객 접근성이다. 현대제철이 주도하는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에는 총 58억달러가 투입된다. 연산 270만t 규모로 2029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한다. 지분은 현대제철 측이 50%, 포스코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한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50% 관세를 적용하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은 관세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완성차 고객과의 물류거리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강판과 소재 가운데 지분 비례 물량에 추가 물량을 더해 오프테이크(Off-take)할 예정이다. 기존 북미 가공·판매망에 현지 생산 소재를 연결하면서 고객 기반을 넓히는 구조다. 정확한 오프테이크 물량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투자의 의미는 단순한 지분 참여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내던 기존 공급망에 현지 생산축을 추가하고 투자와 동시에 판매 물량까지 확보한다. 미국의 높은 철강 관세와 완성차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북미 자동차강판 시장을 직접 공략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에서는 미국과 다른 전략을 택했다. 포스코는 JSW스틸과 지분 50대50으로 오디샤주에 연산 600만t 규모의 고로 기반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선·제강부터 열연, 냉연·도금까지 전 공정을 갖추고 초기 건설·인프라 수요에 대응한 뒤 자동차강판과 PosMAC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점차 높일 계획이다. 오디샤주는 철광석 산지와 가깝다는 것이 강점이다. 포스코는 현지 철광석과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JSW그룹의 구매력을 활용해 원료와 설비 조달비를 낮추고 600만t 규모의 일관생산 체제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재원은 자기자본 30%, 차입 70%로 조달하고 양사가 같은 비율로 책임을 나눈다. 포스코의 오디샤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코는 2005년 오디샤주에 연산 1200만t 규모 제철소 건설을 추진했지만 토지 확보와 주민 반대, 광산 개발권 문제 등에 부딪혀 2017년 사실상 철수했다. 이번에는 사업 규모를 절반으로 낮추고 인도 최대 철강사 중 하나인 JSW와 손잡아 투자와 사업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과거 단독 진출에 가까웠던 방식에서 현지 유력 기업과 합작하는 구조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빠르게 커지는 인도 철강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과 동시에 20여 년 전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계산이 함께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제철방식 전환 국내에서는 생산능력 확대보다 탈탄소 전환에 무게가 실린다.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약 6000억원을 투자한 연산 250만t 규모 전기로를 준공했다. 고로와 비교해 탄소배출을 약 75% 줄이고, 전기로 쇳물과 고로 쇳물을 섞는 ‘합탕’ 기술을 활용해 자동차강판 등 고급강까지 생산한다는 목표다. 포항에서는 연산 30만t 규모 하이렉스(HyREX) 실증설비를 통해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확보를 추진한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을 환원하는 기술로, 포스코가 장기적으로 기존 고로 중심의 생산체제를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기술이다. 인도 신규 제철소가 고로 방식이라는 점은 국내 전략과 대비된다. 포스코는 인도 공장에 JSW의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저탄소 조업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수소 기반 기술 검증 이후 추가적인 저탄소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 정부도 완제품 철강 1t당 배출량이 2.2tCO₂e 미만인 제품을 그린스틸로 분류하며 철강산업의 탄소 감축을 유도하고 있다. 다만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방식으로 출발하는 만큼 탄소 감축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남는다. 포스코의 글로벌 생산전략은 결국 하나의 공법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전기로와 HyREX를 통해 기존 생산체제를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하고, 미국에서는 관세장벽 안으로 들어가 자동차강판을 현지 생산한다. 인도에서는 저렴한 원료와 빠른 수요 증가를 활용해 고로 기반의 대규모 고부가강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관건은 투자 이후의 수익성이다. 미국과 인도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국내에서는 전기로와 HyREX 등 탈탄소 전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해외 사업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야 포스코가 내세운 ‘해외 성장을 국내 저탄소 투자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도 힘을 받을 수 있다. 생산량을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어느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해 수익을 남기느냐가 포스코의 글로벌 철강 전략을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9-01 16: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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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브라질과 차세대민항기 개발…핵심광물·뷰티 협력"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한국과 브라질의 경제 교류와 관련해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 핵심 광물 분야의 공급망 협력, K-뷰티까지 세 가지 분야에서 큰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상파울루 현지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남미 경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이곳 상파울루에서 양국의 미래 협력에 대해서 논의해 매우 뜻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기업인들이 힘을 모아주신다면 한국과 브라질은 글로벌 항공 시장을 주도할 항공기 제조 강국이자 공급망 협력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 나아가 글로벌 뷰티 시장의 선도자로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민항기 협력과 관련해서는 "브라질은 최고 수준의 중소형 민항기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에 대해서도 " 브라질은 첨단 산업의 필수적인 니켈, 철광석 핵심 광물의 보고"라며 "또 수력 풍력, 태양광, 풍부한 청정에너지에 바이오 에탄올 시장까지 선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는 물론 자동차, 철강 등에 역량을 갖춘 제조업 강국"이라며 "한국의 독보적인 혁신 기술과 제조 역량,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이 힘을 합친다면 우리 양국은 안정적인 공급망과 미래 산업을 함께 이끄는 최적의 파트너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뷰티 산업에 대해서도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라면서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이미 브라질은 대한민국의 남미 최대 교역국으로, 한국 기업의 브라질 진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이 가진 협력의 잠재력에 비해서는 아직 교역 규모가 매우 작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 및 공급망 재편으로 전 세계 산업과 경제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서 효과를 낼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어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양국이 이제 협력을 통해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미래의 공동 번영을 위한 추가적 협력 분야를 발굴하고 구체적인 결실이 만들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2026-07-29 07: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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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철강 성장방식 진화…포스코, '트리플 코어'로 자원영토 확장
[경제일보] 산업화 시대 대한민국이 포스코에 기대한 것은 철이었다. 자동차와 선박, 공장과 도시를 건설하려면 철강의 안정적인 공급이 필요했다. 1968년 설립된 포스코는 1973년 포항제철소 1고로에서 첫 쇳물을 뽑아내며 한국 중화학공업 성장의 기반을 놨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산업이 요구하는 자원은 철에 머물지 않는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는 리튬이 필요하고, 첨단 제조업에는 희토류와 흑연이 쓰인다. 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액화천연가스(LNG)와 재생에너지 공급망도 확보해야 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최근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철강을 산업자원, 리튬·양극재·음극재·희토류를 전략자원, LNG·재생에너지를 에너지자원으로 묶는 ‘트리플 코어’ 전략을 제시했다. 철강회사를 넘어 ‘국가대표 핵심자원 공급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바뀐 것은 철학보다 시대다. 과거에는 철을 공급하는 것이 국가 산업에 기여하는 길이었다면, 공급망 경쟁이 격화된 지금은 리튬과 희토류, 에너지까지 확보해야 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제철보국’의 대상을 핵심자원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 철강회사 넘어 그룹의 방향키로 포스코는 철강 생산을 담당하는 사업회사이고,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투자를 총괄하는 지주회사다. 2022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로 존속했고, 철강사업은 비상장 자회사 포스코로 분리됐다. 포스코의 본질은 여전히 철강회사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가 이끄는 그룹은 철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철강과 이차전지소재, 에너지를 함께 키우고 각 사업의 자원과 기술, 투자 경험을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졌다. 포스코홀딩스가 ‘트리플 코어’를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철강과 이차전지소재의 양대 축에 에너지사업을 세 번째 핵심축으로 격상했다. 세 사업을 별도로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의 역량을 공유하겠다는 의미다. 포스코그룹의 DNA는 철 자체보다 대규모 자원을 확보하고 생산설비를 구축해 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에 가깝다. 철강에서 축적한 성장 방식이 리튬과 에너지로 옮겨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리튬 사업에 먼저 활용한 것은 수십 년간 철광석과 원료탄 광산에 투자하며 쌓은 자원개발 경험이었다. 철강은 원료 확보가 수익성을 좌우한다. 포스코가 장기 계약과 광산 지분투자를 통해 쌓은 광산 평가와 투자, 인허가, 현지 네트워크 운영 능력은 아르헨티나 염호와 호주 광산의 리튬 자원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 포스코그룹은 2033년까지 연간 17만3000톤 규모의 리튬 생산능력을 구축해 글로벌 톱5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아르헨티나 염수리튬과 호주 광석리튬을 양축으로 공급망을 구축하고 추가 자원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원료 확보만으로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와 광양 생산시설에 자체 추출 기술을 적용하고, 미국에서는 직접리튬추출 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원가도 낮춰야 한다. 리튬 사업의 성패는 원료와 기술, 원가의 ‘3박자’에 달렸다. 철광석 공급망을 구축해 제철소 경쟁력을 높였던 포스코의 방식이 리튬에서 다시 반복되는 셈이다. 철강과 리튬, 에너지는 서로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그룹 안에서는 기술과 소재, 투자 경험이 맞물린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와 호주 등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광양 LNG터미널을 통해 저장·공급하는 가치사슬을 운영한다. LNG는 영하 162도의 극저온에서 저장되기 때문에 탱크와 설비에 극저온을 견디는 특수강이 필요하다. 여기에 포스코의 고망간강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에너지사업은 철강 제품의 수요처가 되고, 철강 기술은 에너지 인프라의 경쟁력을 높인다. 리튬 사업에서도 철강에서 축적한 광산 투자 노하우가 활용된다. 트리플 코어는 세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넘어 자원과 기술을 연결해 개별 사업 이상의 가치를 만드는 구상이다. 트리플 코어 전략에서도 철강은 출발점이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철강 수요 정체와 통상 장벽에 대응해 인도와 미국 등 성장시장에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국내에서는 저탄소 전환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인도에서는 현지 기업과 일관제철소 사업을 추진하고, 미국에서는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해외 조강 생산능력을 2031년까지 연간 1000만톤으로 확대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국내 저탄소 철강 투자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국내에서는 광양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가 핵심이다. 하이렉스는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는 국내 철강사업을 축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해외 성장시장에서 수익원을 확보하고, 국내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저탄소 기술을 검증해 미래 경쟁력을 지키려는 전략이다. 과거 대형 고로가 포스코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저탄소 공정 전환 능력이 생존을 좌우한다. 제철보국에서 ‘핵심자원보국’으로 포스코홀딩스의 전략은 철강을 버리고 다른 회사가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철강에서 축적한 원료 확보와 대형 설비 운영 경험을 리튬에 적용하고, 철강 기술을 에너지 인프라에 공급하며, 해외 철강에서 얻은 수익을 국내 저탄소 전환에 재투자하는 구조다. 철강과 전략자원, 에너지가 하나의 순환고리로 연결된다. 포스코홀딩스가 스스로를 ‘국가대표 핵심자원 공급자’로 정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공급망 위기와 산업안보 경쟁 속에서 국가에 필요한 자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철로 산업화를 뒷받침했던 제철보국의 현대적 확장이다. 포스코의 58년은 철을 만든 역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쌓은 자원 확보와 투자, 생산기술, 공급망 운영 역량은 철강에만 머물지 않았다. 산업화 시대에는 철이 필요했다면 전기차와 AI, 에너지 전환 시대에는 리튬과 희토류, LNG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의 DNA는 철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 자원을 먼저 확보하고, 산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생산해 공급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어 “철은 포스코홀딩스의 과거가 아니라 리튬과 에너지를 키우는 토대”라며 “포스코홀딩스는 철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제철보국’의 범위를 핵심자원 전체로 넓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21 10: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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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보] 위대한 문명은 언제나 두 가지로 완성된다. 뼈대와 혈관. 뼈대 없이는 서지 못하고 혈관 없이는 살지 못한다. 앤드루 카네기(1835~1919). 스코틀랜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소년 직공에서 출발해 미국 역사상 두 번째 부자가 된 사람.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루클린 브리지와 대륙횡단철도, 뉴욕의 초기 마천루라는 미국 근대화의 물리적 골격을 자신의 철로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그의 출발점은 낮고 좁았다. 열세 살에 스코틀랜드에서 미국 피츠버그로 건너온 이민자 소년은 면직 공장의 실패를 감는 일부터 시작했다. 전신 배달부를 거쳐 철도 회사 전신 기사와 관리직을 거치는 동안 그는 한 가지 진실을 눈과 몸으로 익혀갔다. 인프라의 기반을 장악하는 자가 시대를 지배한다는 사실이었다. 철도가 미국의 혈관을 놓던 시절, 그는 그 혈관의 뼈대가 될 철강에서 다음 시대를 보았다. 손자병법은 말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카네기가 철강 산업에 뛰어들 때 그는 시장만 본 것이 아니었다. 그는 기술을 보았다. 영국에서 개발된 베세머 공정을 미국 최초로 대규모 도입해 철 생산 속도를 열 배 이상 끌어올렸다. 경쟁자들이 낡은 방식으로 쇳물을 붓는 동안 그는 이미 다른 전장에서 싸우고 있었다. 기술 전환의 흐름을 먼저 읽은 자가 산업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원리를 그는 몸으로 실천했다. 그러나 기술 혁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카네기의 진짜 강점은 수직 통합이었다. 철광석을 캐는 광산에서 석탄 광산, 운반선, 철도 회사까지 생산의 전 과정을 직접 장악했다. 외부에 의존하는 고리를 하나씩 끊어냄으로써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였다. 누군가 가격을 올리거나 공급을 끊어도 카네기 스틸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구조 자체가 곧 경쟁력이었다. 도덕경은 이를 꿰뚫는다. “소즉득 다즉혹(少則得 多則惑).” 적으면 얻고 많으면 오히려 흔들린다. 카네기는 사업의 범위를 철강 하나로 좁혔다. 당시 미국의 거부들이 은행과 부동산, 제조업을 두루 손에 넣으려 할 때 그는 철강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리를 시장이 그 개념을 인식하기 훨씬 전에 이미 살아낸 것이다. 그 좁고 깊은 집중이 카네기 스틸을 세계 최대의 철강 회사로 만들었다. 여기에 원가에 대한 집착이 더해졌다. 그는 실시간 원가 계산 시스템을 구축해 공정별 비용을 낱낱이 파악했다. 경쟁자들이 감각으로 경영할 때 그는 숫자로 경영했다. 이 냉철한 계산이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고 시장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만들었다. 논어는 말한다.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헛되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카네기는 현장에서 배운 것을 숫자로 사유했고 그 사유를 다시 구조로 구현했다. 배움과 사유, 실천이 하나의 고리처럼 맞물린 경영이었다. 그의 삶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정점에서의 결단이다. 1901년 카네기는 J.P. 모건에게 카네기 스틸을 4억8000만달러에 매각했다. 당시 미국 연방 예산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거대한 부의 대부분을 사회로 돌렸다.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다.” 이 한 문장이 그의 후반 삶 전체를 압축한다. 미국 전역에 2509개의 도서관을 세웠고 카네기 홀을 지었으며 교육과 평화 사업에 자산의 90%를 쏟아 넣었다. 금강경은 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머무름 없이 마음을 내라. 카네기는 자신이 쌓아 올린 제국에 집착하지 않았다. 쥐고 있던 손을 열었을 때 그 손에서 흘러나온 것은 한 세기가 넘도록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 머무름 없이 흘려보낸 부가 오히려 더 오래, 더 넓게 남은 셈이다. 성경 마태복음은 말한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카네기의 기부 철학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었다. 그는 지식이야말로 가난을 끊는 유일한 사다리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도서관으로 구현됐다. 자신이 어린 시절 책 한 권 마음껏 빌려볼 수 없었던 기억이 수천 개의 도서관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돌아왔다. 결핍의 경험이 가장 위대한 유산의 씨앗이 된 것이다. 오늘의 AI 시대는 카네기의 철강이 던진 질문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반도체라는 새로운 철강,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제철소, 전력 인프라라는 새로운 철도가 시대의 뼈대를 다시 짜고 있다. 누가 그 뼈대의 핵심 기술을 먼저 장악하고 누가 생산의 전 과정을 수직 통합하며 누가 원가의 본질을 꿰뚫는 구조를 먼저 세우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다음 문명의 골격을 결정할 것이다. 카네기의 삶은 그 답의 방향을 이미 제시했다. 기술의 전환점을 먼저 읽고, 구조를 수직으로 통합하며 집중의 힘으로 시장을 재편하라.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반드시 이 질문을 얹어라. 나는 무엇을 위해 이 뼈대를 세우고 있는가. 뼈대는 서기 위해 세우는 것이 아니다. 그 위에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세우는 것이다. 카네기의 철이 오늘도 가르치는 것은 바로 그 점이다.
2026-05-14 11: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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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번 사람과 존경받는 사람 사이
[경제일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수면 위아래를 오가고, 미국의 군사자산이 걸프만에 묶여 있는 동안,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좁은 해협은 국제 에너지 시장의 심장부로 떨리고 있다.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유가는 오르고 선박 운임도 함께 치솟는다. 누군가는 그것을 공포로 기억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시장의 기회로 바꾼다. 냉정하게 말하면 해운업은 원래 그런 세계다. 세계의 불안 위에서 수익을 만든다. 그러나 같은 돈을 벌어도 세상은 어떤 기업인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어떤 기업인에게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부를 숫자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사회는 숫자보다 태도를 기억한다. 그 돈이 어디를 향했는지,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남겼는지, 위기 속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줬는지를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요즘 해운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장금상선의 정태순 회장이다. 호르무즈 리스크와 VLCC 운임 급등 속에서 장금상선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VLCC, 즉 초대형 원유운반선은 길이 300미터를 넘는 거대한 선박으로 단 한 번의 항해로 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어 나른다.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원유 수송의 대동맥이자, 시황이 불안할 때는 바다 위의 원유 저장고가 된다. 장금상선은 세계 최대 수준의 VLCC 선대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100척 규모의 초대형 발주까지 추진하며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냉혹한 시장 판단만 놓고 보면 대단한 승부사다. 그런데 정태순 회장에 대한 업계 안팎의 시선은 의외로 우호적이다. 해운업은 원래 국민적 호감을 얻기 어려운 산업이다. 배는 바다 위에 있고 돈은 숫자로 움직인다. 일반 국민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태순 회장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그가 번 돈을 어디에 썼느냐와 관련이 있다. 정 회장은 해양 인재 양성 지원과 공익재단 활동, 기부와 사회공헌을 꾸준히 이어왔다. 거창한 이름을 앞세운 자선이 아니었다. 산업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조용하게 쌓아왔다. 시장은 결국 그것을 읽는다. "함께 가는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기업인은 사회 안에서 존재한다. 공동체가 등을 돌리면 아무리 많은 배를 가져도 고립된다. 반대로 공동체와 호흡하면 부는 비로소 존경으로 이어진다. 완벽한 기업인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 기업주에게나 그늘은 있다. 다만 정태순 회장의 이름 앞에 지금 붙는 수식어는 '탈세'가 아니라 '해양'이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바로 그 지점에서 한 인물이 떠오른다. 한때 '선박왕'으로 불렸던 시도그룹 권혁 회장이다. 권혁 회장의 사업은 VLCC와는 결이 다르다. 벌크선과 컨테이너 피더선을 중심으로 인트라아시아 항로를 누볐다. 정태순 회장과는 다른 바다에서 다른 배로 싸운 사람이다. 그러나 해운업 안에서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행로는 오늘의 주제와 함께 놓일 수밖에 없다. 권혁 회장은 한국 해운업 역사에서 빼놓기 어려운 이름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십수 년간 국내 조선소에 총 121척의 선박을 발주했다. 계약 규모는 약 9조 원, 직·간접 경제효과는 13조원을 넘는다는 추산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빅3와 중소 조선소까지, 일감 가뭄에 시달리던 현장에 권혁 회장의 발주서는 단비였다. 수천 명의 용접공과 설계사, 협력업체 직원들이 그 계약서 한 장에 생계를 얹었다. 공격적 투자와 승부사 기질만 놓고 보면 한국 조선·해운업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선박왕'이라는 이름도,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수식어도 그 시절에 붙었다. 그러나 세상이 권혁 회장을 기억하는 방식은 안타깝게도 그 이름 쪽으로 굳어지지 않았다. 2010년 국세청이 권혁 회장에게 4101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역외탈세 혐의였다. 언론은 앞다퉈 보도했고 '선박왕'은 하루아침에 '탈세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왕 시리즈' 보도의 대표 사례가 됐다. 1심에서는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이 선고됐다. 물론 법적으로 볼 부분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최종 확정심에서 실제 유죄로 인정된 세액은 약 7억원 수준이었다. 핵심 쟁점이었던 법인세 포탈 혐의는 무죄로 확정됐다. 수천억 원짜리 세금 폭탄이 7억원짜리 판결로 귀결된 것이다. 국제 해운업의 특수성도 있다. 선박은 편의치적국에 등록하고 운영은 다국적 법인 네트워크를 통한다. 이 구조가 조세 회피를 위한 것인지 글로벌 해운업의 통상 관행인지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당시 국세청 역외탈세 수사가 실적 압박 속에서 과도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조세 정의와 산업 현실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사건은 남겼다. 그러나 기업인의 평판은 판결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은 판결문보다 기억을 더 오래 붙들고 산다. 언론이 처음 보도한 4101억원짜리 헤드라인은 기억되고, 대법원에서 사실상 뒤집어진 결론은 기억되지 않는다. 더구나 권혁 회장은 재판 기간 내내 언론을 통해 억울함을 간간이 피력했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과 사회적 신뢰를 쌓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자신의 서사를 방어하는 행위이고 후자는 공동체에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다. 사회는 자신을 향한 해명보다 타인을 향한 행동을 더 오래 기억한다. 결국 권혁 회장에게 남은 것은 "수천억 원대 조세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라는 그림자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기업인의 운명이 갈린다.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이 많다. 그러나 존경받는 부자는 드물다. 한국 사회는 부 자체보다 "어떻게 벌었는가"와 "어디에 쓰는가"를 더 집요하게 본다. 국민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많이 번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만 가지려는 사람에게 등을 돌릴 뿐이다. 성경 누가복음에는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재산은 권리인 동시에 책임이라는 뜻이다. 법구경은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나 덕의 향기는 사방으로 퍼진다"고 말한다. 돈은 항구에 묶이지만 덕은 사람 사이를 건넌다. 선박은 바다를 건너지만 사람의 이름은 결국 마음 위에 남는다. 노자의 도덕경은 더 직설적이다. "천도는 남는 곳의 것을 덜어 부족한 곳을 채운다(損有餘而補不足)" 동양 고전은 오래전부터 부의 순환을 말해왔다. 오늘날 ESG니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개념도 결국 이 오래된 상식의 현대적 표현에 불과하다. 세계의 거상들은 결국 그 지점에서 이름이 달라졌다.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는 단지 배를 많이 가졌기 때문에 전설이 된 것이 아니다. 부와 영향력을 문화와 공공 영역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그 이름이 남았다. 록펠러는 독점기업의 탐욕이라는 비판 속에 살았지만 거대한 기부와 재단 활동으로 결국 이름의 방향을 바꿨다. 카네기는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재산은 결국 사회 안에서 의미를 얻는다는 것이다. 해운업은 특히 그렇다. 바다는 세계를 연결한다. 한 척의 배에는 원유와 철광석만 실리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제와 산업의 운명이 함께 움직인다. 부산과 울산, 거제의 조선소가 돌아가는 것도, 정유공장이 멈추지 않는 것도 결국 이 배들이 항로를 지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운 재벌은 일반 기업인보다 더 큰 사회적 상징성을 가진다. 국민은 그들에게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 국가 산업의 얼굴 역할까지 기대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부자에게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요구한다. 냉혹한 시장의 승부사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책임자이기를 바란다. 이것이 위선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런 긴장 위에서 유지된다. 시장은 탐욕으로 움직이지만 사회는 도덕으로 균형을 잡는다. 그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결국 기업인의 이름을 가른다. 정태순 회장이 지금 박수를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정태순 회장이 돈을 벌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해운기업이 이기는 모습을 반긴다. 다만 그 성공이 사회와 연결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권혁 회장은 아직 그 연결고리를 복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은 판결문 한 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인의 마지막 평가는 법원이 아니라 시간이 내린다. 권혁 회장은 이미 산업사에 이름을 남겼다. 9조 원의 발주 실적은 조선소 현장에, 협력업체에, 수천 명의 생계에 새겨져 있다.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기록이 사회적 존경으로 전환되려면 다른 종류의 기록이 필요하다. 법정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의 귀환이 그것이다. 더 늦기 전에 사회 앞으로 나와야 한다. 해양 인재를 위한 장학사업도 좋고 조선업 기술 인력 지원도 좋다. 지방 항만도시 청년들을 위한 교육재단도 가능하다. 바다에서 번 돈을 다시 사회의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판 오나시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마지막 장이 완성된다.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거 논란의 그늘 속에 있는다고 이름이 회복되지는 않는다. 세상 앞으로 나와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와 나눌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진짜 선박왕은 배의 숫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동체와 함께 항해할 때 비로소 그 이름이 남는다.
2026-05-13 18: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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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물에 매겨진 '탄소 청구서'…포스코·현대제철, 패러다임이 바뀐다
[경제일보] 철강의 ‘가격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철광석과 유연탄, 전기료, 인건비로 귀결되던 전통적 원가 방정식에 ‘탄소’라는 무거운 청구서가 추가되면서다. 이제 쇳물 1톤을 뽑아낼 때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뿜어냈는지가 수출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고객사의 구매 조건과 자본 시장의 평가를 좌우하는 시대가 열렸다. 올해 1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확정기간이 시작되면서, 철강 등 대상 품목의 내재 배출량은 본격적인 비용 산정 대상이 됐다. EU 수입자는 올해 수입분에 대해 2027년부터 CBAM 인증서를 구매·제출해야 하고, 이 부담은 한국 철강사의 수출 가격과 고객사 구매 조건을 압박하는 새로운 원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한복판에는 한국 철강산업을 이끌어온 두 거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서 있다. 현재 이들이 벌이는 진검승부는 과거처럼 ‘누가 고로(高爐)에서 더 많은 쇳물을 쏟아내느냐’, ‘누가 더 싼 값에 강재를 밀어내느냐’의 1차원적 물량전이 아니다. 앞으로의 철강 패권은 누가 더 탄소를 적게 배출하면서도 고품질의 돈 되는 철을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 이를 위해 고로의 절대강자 포스코는 쇳물을 끓이는 공정 자체를 뜯어고치는 험난한 길을 택했고, 현대제철은 범(汎)현대라는 강력한 ‘캡티브 마켓(내부 시장)’을 지렛대 삼아 전기로와 자동차강판을 결합한 차별화된 전환 경로를 구축하고 있다. “기술의 포스코 vs 공급망의 현대제철”…엇갈린 ‘탈탄소’ 해법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꺼내든 승부수는 ‘공정의 근본적 혁신’이다. 기존 고로 기반의 막대한 생산 규모와 고급강 기술력은 유지하되,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저탄소 원료 기술을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기후기술 기업 일렉트라(Electra)와 맺은 저탄소 철 생산 기술 공동개발 협약이 대표적이다. 일렉트라는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철광석에서 불순물을 솎아내고 고체 철을 얻는 기술을 쥔 기업으로 연산 500톤 규모의 시범공장을 올해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포스코는 자사의 직접환원제철 기술에 일렉트라의 전기화학 기법을 접목해 조기 상업 생산의 길을 닦겠다는 복안이다. 궁극적으로 포스코가 닿고자 하는 종착지는 ‘수소환원제철’이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쓰는 차세대 공정으로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다. 다만, 실제 탄소 저감 효과는 수소 생산 방식과 전력의 탄소집약도에 좌우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내에 전담 개발센터를 꾸리고 연산 30만 톤급 시험 설비(데모플랜트) 구축에 나섰다. 광양제철소에 신설되는 대형 전기로 역시 탄소 저감 강재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핵심 인프라다. 포스코의 저력은 반세기에 걸쳐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일관제철 경험과 폭넓은 글로벌 고객망에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거대한 덩치가 탈탄소 시대엔 가장 무거운 짐이다. 철강 산업의 문법 자체를 갈아엎어야 하는 만큼 천문학적인 자본과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혁신의 기회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지난한 궤도 수정에 성공한다면,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업계의 새로운 기술 표준(Standard)으로 군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현대제철은 ‘공급망의 진화’로 맞불을 놨다. 고로의 역사와 규모 면에서는 포스코에 한발 비켜서 있지만, 이들에겐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가장 확실하고 든든한 우군이 있다. 현대제철이 앞세운 저탄소 철강 브랜드 ‘하이에코스틸(HyECOsteel)‘은 철스크랩과 HBI 등을 전기로에서 녹인 쇳물을 고로 쇳물과 합탕한 뒤 전로 공정을 거쳐 생산하는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 제품으로 기존 자사 고로재 대비 탄소배출을 20% 이상 줄인 것이 특징이다. 단기적으로는 주력인 자동차강판에 이를 집중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新)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의 구상은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탄소저감강판 양산에 돌입했고, 연내 강종 인증 범위를 53종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부터 탄소저감 철강재를 국내·유럽 생산 차종에 일부 적용하고, 적용 강종과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안방선 혈투·해외선 동맹…‘녹색 쇳물’은 공짜가 아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 루이지애나 프로젝트에서 드러난 양사의 묘한 역학관계다. 지난해 말 공시와 국내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제철·포스코·현대차·기아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의 투자 구조를 확정했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총 58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입,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50%)을 필두로 포스코(20%), 현대차·기아(각 15%)가 한 배를 탔다. 국내 시장에서 이들은 자동차강판과 후판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 경쟁자다. 하지만 국경 밖의 사정은 다르다. 높은 관세와 옥죄어오는 탄소 규제, 자국 중심주의라는 거센 파도 앞에서 한국 기업끼리의 소모전은 공멸을 뜻한다. ‘안방에서는 싸우되, 해외에서는 뭉쳐야 산다’는 냉혹한 현실 인식이 탄소 원가전쟁 시대의 새로운 합종연횡을 만들어낸 셈이다. 물론 양사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포스코는 본사 철강 사업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원료비 부담으로 이익이 줄었지만, 해외 철강법인 판매 확대와 원가절감 효과로 철강부문 전체 이익은 개선됐다. 현대제철의 경우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탈탄소가 기업의 명운을 건 숭고한 미래 투자라 할지라도 당장 재무제표에 찍히는 막대한 비용의 압박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철강업계의 얄궂은 현실이다. 전기로 비중을 높인다 한들 천문학적인 전력비와 국내 전력망의 높은 탄소배출계수라는 근본적 한계를 풀어내야 하는 숙제도 남는다. 진정한 그린스틸은 그저 ‘값싼 전기’가 아니라 ‘깨끗한 전기’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패권 전쟁은 ‘친환경’이라는 매끄러운 수사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비용과 가격, 품질과 납기, 나아가 국가 제조업의 경쟁력이 통째로 걸린 산업 구조의 대수술”이라고 했다. 이어 “녹색 쇳물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라며 “고객사가 저탄소 철강에 기꺼이 프리미엄 지갑을 열 것인지도 미지수다. 철강사의 전환은 단순한 환경 캠페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기술의 판을 엎으려는 포스코와 공급망의 룰을 바꾸려는 현대제철. 승자의 윤곽은 아직 희미하다. 과거 용광로의 온도와 크기로 군림했던 철강업의 잣대는 이제 무용지물이다. 가장 적은 탄소로, 최고 품질의 철을,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자만이 새로운 철의 제국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철강 거인들의 사투를 한낱 기업 간 점유율 경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이는 결국 한국 제조업의 튼튼한 뼈대가 다가올 10년 뒤에도 굳건히 버텨낼 수 있을지를 묻는 가장 엄중한 시험대다.
2026-05-12 07: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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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거울, 카네기와 록펠러에 길을 묻다
[경제일보] 역사의 변곡점에서 시대정신은 언제나 두 거인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한 명은 시대의 단단한 뼈대를 세우는 자이며 다른 한 명은 그 뼈마디 사이사이에 뜨거운 피를 돌게 하는 자다. 19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포효와 함께 미국이라는 미완의 대륙이 꿈틀거릴 때 역사는 두 사내를 선택했다. 스코틀랜드의 잿빛 가난을 짊어지고 대서양을 건너온 이민자 소년, 앤드류 카네기. 그리고 불우한 유년의 상처를 신앙과 회계장부로 봉합하며 자라난 청년, 존 D. 록펠러. 오늘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해일 앞에 서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이 거대한 파도는 이제 인류 문명의 모든 해안선을 재정의하고 있다. 이 현기증 나는 전환의 시대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화려한 기술의 신기루에 취해 길을 잃지 않으려면 역사의 거울을 들여다봐야 한다. 150년 전 철과 석유라는 문명의 두 기둥으로 세상을 재편했던 카네기와 록펠러의 삶은, 안개 자욱한 AI 시대의 본질과 승리 법칙을 놀라울 만큼 선명하게 투영한다. 이것은 낡은 위인전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생존에 관한 준엄한 질문이다. ◆ 미국의 뼈대를 벼려낸 자, 앤드류 카네기 앤드류 카네기의 삶은 아메리칸드림의 원형 그 자체다. 1848년, 13살의 소년은 증기선 뒷간에 숨어 신대륙에 첫발을 디뎠다. 손에 쥔 것이라곤 희망이라는 이름의 누더기뿐이었다. 방직 공장의 실패 감는 소년에서 전보 배달부, 철도 회사 직원을 거치며 그는 자본주의의 냉혹한 속성을 뼈에 새겼다. 그가 본 것은 멈추지 않는 미국의 팽창 에너지였다. 서부로, 서부로 뻗어 나가는 철도,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르는 마천루, 대륙의 혈맥을 잇는 거대한 교량. 카네기는 이 모든 야망의 근간에 무엇이 꿈틀대고 있는지 보았다. 바로 ‘철(鐵)’이었다. 여기에 그의 위대한 통찰이 번뜩였다. "인프라의 기반을 장악하는 자가 시대를 지배한다." 그는 금광을 찾아 헤매는 투기꾼이 아니었다. 금광으로 가는 길을 깔고 그 길 위를 달릴 기관차를 만들고 금을 캐는 데 쓸 곡괭이를 만드는 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에게 철강은 단순한 금속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의 미래를 떠받칠 단단한 골격이었다. 그의 철강 제국은 광적인 집념으로 쌓아 올린 견고한 성채였다. 결정적 계기는 영국에서 목격한 ‘베세머 공정’의 혁명적 잠재력을 꿰뚫어 본 순간 찾아왔다. 펄펄 끓는 쇳물에 공기를 불어넣어 불순물을 태워버리는 이 신기술은 연금술에 가까웠다. 2주가 꼬박 걸리던 강철 생산 시간은 단 15분으로 줄었고 원가는 폭락했다. 남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때 그는 전 재산을 걸고 이 신기술의 심장을 미국으로 가져왔다. 기술의 급소를 정확히 찌르는 자만이 경쟁의 규칙을 파괴하고 새로 쓸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는 마치 오늘날 AI 기업들이 최신 반도체 공정과 아키텍처에 명운을 거는 모습과 정확히 포개진다. 그의 제국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스스로 호흡하는 유기체였다. 그는 ‘수직 통합’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만의 생태계를 완성했다. 철강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다. 미네소타의 철광석 광산에서부터 펜실베이니아의 석탄 광산, 원료를 실어 나르는 오대호의 증기선과 철도 회사까지. 원료 채굴에서 제품 생산, 운송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신의 제국 안에 편입시켰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누구도 원가로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을 구축한 것이다. 외부의 기술이나 자원에 의존하는 순간 제국의 고삐를 놓치게 된다는 냉엄한 현실을 그는 간파했다. 이 거대한 제국을 움직이는 피는 ‘원가’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었다. 그는 역사상 최초로 정교한 실시간 원가 회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일 아침 그의 책상에는 각 공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1센트 단위까지 보고되었다. “이익은 알아서 따라오게 하고 비용을 감시하라”는 그의 말은 카네기 제국의 제1계명이었다. 이 서슬 퍼런 숫자에 대한 집착이 그의 용광로에서 나온 쇠를 세계에서 가장 단단하고 값싼 강철로 만들었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지탱하는 우아하고도 강인한 강철 케이블, 미국 대륙을 동서로 관통한 수만 킬로미터의 철도 레일,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창조한 마천루의 H빔. 그 모든 것이 카네기의 용광로에서 벼려낸 미국의 뼈대였다. 그러나 그는 부를 쌓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다”라는 그의 신념은 더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그는 자산의 9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여 미국 전역에 1689개의 도서관을 짓고 카네기 홀을 건립했다. 그는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 지식과 문화라는 정신의 인프라까지 구축하고자 했던 것이다. ◆ 미국의 혈관을 장악한 자, 존 D. 록펠러 카네기가 미국의 단단한 골격을 만들었다면 록펠러는 그 거대한 몸에 검고 뜨거운 피를 돌게 한 인물이다. 그의 무기는 땅속에서 솟아난 검은 황금, 바로 ‘석유’였다. 그의 유년기는 카네기보다 더 어둡고 축축했다. 떠돌이 약장수였던 아버지 밑에서 그는 일찍부터 돈의 비정함과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가 독실한 신자였던 어머니에게 배운 것은 두 가지였다. 모든 수입과 지출을 1페니까지 기록하는 회계장부의 철저함과 수입의 10분의 1을 반드시 헌금하는 신앙의 경건함. 이 두 원칙이 훗날 그의 무자비한 사업 방식과 숭고한 자선 활동이라는 모순적인 삶의 두 축이 된다. 록펠러의 천재성은 남들이 ‘기름’이라는 노다지에 홀려 땅을 팔 때 그는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그림을 보았다는 점이다. 19세기 중반 펜실베이니아에 석유가 터져 나오자 수많은 사람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시추공에 달려들었다. 그러나 록펠러는 그 도박판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는 석유 채굴은 예측 불가능한 행운의 게임이지만 일단 채굴된 원유를 정제하고 운송하여 판매하는 것은 ‘반드시 돈이 되는 사업’임을 꿰뚫어 보았다. 그는 석유 산업의 혈관, 즉 정제와 유통망을 장악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무기는 회계장부였다. 그는 카네기를 능가하는 비용 통제의 화신이었다. 원유 1갤런을 운반하는 데 쓰는 나무통 가격을 2.5달러에서 1달러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직접 통 제조 공장을 세웠다. 통을 밀봉하는 데 쓰던 40개의 땜납을 39개로 줄여보라고 지시한 일화는 그의 경영 철학을 상징한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이 작은 차이들이 모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거대한 가격 경쟁력의 성벽을 쌓았다. 그는 이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장 치명적인 무기를 휘둘렀다. 바로 ‘유통망 장악’이었다. 당시 유일한 운송 수단이던 철도 회사와 비밀리에 리베이트 계약을 맺어 경쟁사보다 훨씬 싼 값에 석유를 운송했다. 심지어 경쟁사가 지불하는 운송비의 일부까지 자신에게 흘러 들어오도록 설계했다. 국가의 대동맥과도 같은 철도망을 자신의 사적인 무기로 만든 것이다. 경쟁사들은 이유도 모른 채 피를 말리며 고사해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합류가 아니면 파산’이라는 냉혹한 흡수 전략으로 시장을 평정했다.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과 유통망을 무기로 그는 경쟁 정유사들을 차례로 무릎 꿇렸다. 그는 경쟁사의 장부를 샅샅이 보여주며 스탠더드 오일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 거부하는 자에게는 무자비한 가격 전쟁을 일으켜 파산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무질서한 경쟁을 ‘죄악’으로 여겼고 독점을 통한 ‘질서’와 ‘안정’이야말로 산업의 발전이라 믿었다. 결국 그는 미국 정유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는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완성했다. 그의 석유는 등유가 되어 인류의 밤을 밝혔고 가솔린이 되어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스탠더드 오일은 현대 산업을 움직이는 운영 체제(OS) 그 자체였다. 그는 비정한 독점가라는 평생의 멍에를 짊어졌지만 훗날 록펠러 재단을 통해 의학과 교육 발전에 막대한 기여를 하며 부의 의미를 다시 썼다. ◆ AI 시대, 변하지 않는 법칙의 귀환 역사의 거울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카네기의 철과 록펠러의 석유. 이 둘은 2차 산업혁명 시대의 물리적, 에너지적 기반이었다. 오늘날 AI 시대의 철과 석유는 무엇인가. 카네기의 철은 단연코 AI 모델의 두뇌인 ‘반도체’다. 록펠러의 석유는 그 반도체를 깨우는 ‘전력’과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클라우드 인프라’다. 놀랍게도 오늘날 AI 패권 전쟁의 승자들은 150년 전 두 거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복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라는 새로운 ‘철’의 생산 방식을 독점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라는 ‘석유 유통망’을 장악하고 전 세계 AI 기업들로부터 막대한 ‘통행세’를 거두고 있다. 이들 모두 반도체 설계부터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장악하는 수직 통합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제국을 견고히 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지각 변동 속에서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뼈대를 만드는 카네기가 될 것인가, 그 뼈대 속을 흐르는 혈액을 공급하는 록펠러가 될 것인가. 혹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인프라 위에서 살아가는 단순한 소비자에 머무를 것인가. 카네기와 록펠러는 웅변한다. 시대의 본질을 꿰뚫고 그 기반이 되는 인프라를 장악해야만 미래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은 화려한 AI 모델을 가져다 쓰는 수준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만의 반도체를, 우리만의 데이터센터를, 우리만의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의 급소를 찌르는 혁신, 외부 의존도를 끊는 수직적 장악력, 상대를 질식시키는 원가 통제. 150년 묵은 이 법칙들은 AI 시대에 더욱 서슬 퍼렇게 귀환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그 운율은 반복된다. 철과 석유의 시대가 남긴 거대한 메아리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준엄한 경고이자 다시없을 기회다. 제2의 카네기, 제2의 록펠러가 될 수 있는 창은 아직 열려 있다. 그 창을 향해 과감히 몸을 던질 것인가, 아니면 그저 창밖의 풍경이 변하는 것을 구경만 할 것인가. 선택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2026-04-27 17: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