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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부터 수주하고 조선소 만든 HD현대…54년 '선행투자 DNA'
[경제일보] HD현대의 출발은 일반적인 순서와 거리가 멀었다. 공장을 지은 뒤 제품을 만드는 것이 상식이지만 현대중공업은 조선소가 제대로 갖춰지기도 전에 배부터 수주했다. 1971년 10월 그리스 선주 리바노스로부터 26만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따냈고, 이듬해 3월 울산 미포만에서 조선소 건설에 들어갔다. 조선소 공사와 선박 건조가 동시에 진행됐다. 1974년 2월 첫 선박을 진수했고 같은 해 6월 조선소 1단계 준공과 VLCC 2척 명명식을 열었다. 시장과 공장이 갖춰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수주부터 한 뒤 생산기반을 동시에 만드는 방식이었다. 1983년 현대중공업은 선박 수주와 건조량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이 경험은 이후 HD현대 경영에서 반복됐다. 필요하다고 판단한 생산능력과 기술을 시장이 충분히 커지기 전에 확보하고, 부족한 사업은 직접 만들거나 인수했다. 성공할 경우 시장 선점 효과가 컸지만 판단이 빗나가면 대규모 손실도 감수해야 했다. HD현대의 54년은 이른바 ‘선행투자 DNA’의 성공과 실패가 교차한 역사다. 배 만들다 엔진·전력·건설기계까지…필요한 것은 직접 확보 HD현대의 사업 확장은 조선소 안에서 시작됐다. 배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선박의 심장인 엔진이 필요했다. 현대중공업은 1976년 엔진사업부를 발족했고, 1978년 대형엔진공장을 완공했다. 1977년에는 중전기사업부를 세워 변압기와 전력기기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건설장비와 로봇도 같은 흐름이었다. 1982년 건설장비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로봇 분야에서는 1984년 용접기술연구소에 로봇 전담팀을 만들고, 1985년 산업용 로봇사업에 진출했다. 1987년 국내 최대 규모 로봇공장을 준공해 생산을 시작했고, 1988년에는 현대로보트산업을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조선에 필요한 기술을 밖에서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확보한 것이다. 축적된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선소 밖 시장으로 뻗었다. 2000년에는 약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자체 중형 디젤엔진인 ‘힘센엔진’을 개발했다. 선박용에서 시작한 중전기 사업은 현재 HD현대일렉트릭으로 성장해 글로벌 전력망과 AI 데이터센터에 변압기와 전력기기를 공급한다. 사업 확장은 인수합병으로도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2010년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가 갖고 있던 현대오일뱅크 지분 70%를 넘겨받아 지분율을 91.13%까지 높였다. 11년 만의 경영권 재확보였다. 2021년에는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했다. 조선과 에너지에 건설기계를 더하면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넓혔다. 방식은 달라도 공통점은 분명했다. 기존 주력사업이 성숙한 뒤 새로운 산업을 찾은 것이 아니라, 조선에서 쌓은 대형 제조·설비 운영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미리 확보했다. 해양플랜트 3조 적자 쇼크…선행투자의 수업료 먼저 뛰어드는 경영이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실패가 2010년대 해양플랜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선시장이 침체하자 국내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를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봤다. 현대중공업 역시 대형 해양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했다. 하지만 선박과 해양플랜트는 사업구조가 달랐다. 해양플랜트는 발주처 요구에 따른 설계 변경이 잦았고 제작·설치 과정도 복잡했다.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저가 수주와 공정 지연이 겹쳤다. 여기에 국제유가 급락까지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연결 기준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창립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 손실 전체가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 세계 조선경기 부진과 조선·플랜트 등 여러 사업의 원가 상승이 함께 영향을 미쳤지만 해양플랜트의 대규모 부실이 실적 악화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2015년에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반영됐다. 현대중공업은 2014~2015년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 2016년 전사 기준 흑자로 돌아섰다. 해양플랜트 실패는 HD현대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시장에 먼저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과 설계 역량, 계약조건, 원가와 공정 위험을 함께 통제하지 못하면 선행투자가 오히려 대규모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HD현대의 선행투자는 과거의 ‘속도 우선’에서 수익성과 현금흐름, 데이터에 기반한 ‘관리형 선행투자’로 성격이 달라졌다. 사람보다 AI가 먼저 판단하는 조선소…54년 DNA의 2막 HD현대는 현재 다시 미래 시장보다 앞서 설비와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상은 선박이 아니라 조선소 자체다. HD한국조선해양과 조선 계열사들은 2021년부터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디지털트윈, 로봇, AI를 이용해 노동집약적인 조선소를 지능형 생산시설로 바꾸는 작업이다. 2023년에는 디지털트윈을 기반으로 작업과 장비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구축했다. 2026년까지 생산 데이터를 연결해 공정을 예측·최적화하는 2단계를 거쳐 2030년에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회사가 제시한 목표는 생산성 30% 향상과 건조기간 30% 단축이다. 이는 실제 달성 실적이 아닌 2030년 목표치다. 로봇도 조선소에 투입한다.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로보틱스는 미국 페르소나AI 등과 조선 용접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2026년까지 시제품 개발을 끝내고 2027년부터 현장 실증과 상용화를 진행하는 계획이다. 조선업의 고질적인 숙련인력 부족과 안전 문제를 AI와 로봇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다. 과거에는 새로운 도크를 만들어 생산량을 늘렸다면 앞으로는 같은 조선소에 AI와 로봇을 넣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선행투자가 바뀌고 있다. 조선 밖에서는 전력기기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올랐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과 국내에서 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대해 왔다.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증가,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가 맞물리면서 세계적으로 변압기 공급부족이 심해진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6월 말 수주잔고는 85억 달러로 6개월 전보다 23% 증가했다. 3년 이상의 물량을 확보했고 일부 고객과는 2030년 인도 물량까지 협의하고 있다. 과거 중전기사업부로 시작한 사업이 반세기 뒤 AI 인프라의 핵심 공급망으로 성장한 셈이다. HD현대는 지난해 세계 조선업계 최초로 누적 선박 5000척 인도 기록도 세웠다. 1974년 첫 VLCC를 시작으로 68개국 700여 선주사에 선박을 공급한 결과다. 54년 전 미포만에서는 배를 지을 조선소조차 없는 상태에서 먼저 선박을 수주했다. 지금은 AI가 스스로 공정을 판단하는 조선소와 아직 수요가 더 커질 전력 인프라에 미리 투자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투자 방식이다. 1970년대 선행투자가 창업자의 결단과 실행력에 의존했다면 현재는 수주잔고와 데이터, 자동화 기술, 글로벌 수요 전망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HD현대의 DNA는 무조건 남보다 빨리 뛰어드는 데 있지 않다. 앞으로 필요할 기술과 생산능력을 먼저 정하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에 이를 실제 산업으로 만드는 능력에 가깝다. 조선소와 배를 동시에 만들었던 승부수는 HD현대를 세계 최대 조선사로 키웠다. 해양플랜트는 같은 DNA가 얼마나 큰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도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 AI 자율조선소와 전력기기가 또 하나의 ‘미포만 신화’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다만 분명한 것은 HD현대가 54년 전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생산기반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선행투자는 여전히 HD현대의 가장 강력한 성장 DNA이자 가장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0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08 09: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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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2분기 영업익 6000억 눈앞…FPSO·고선가 선박이 끈다
[경제일보] 한화오션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증권가는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대규모 매출 인식과 고선가 상선 비중 확대에 힘입어 분기 최대 수준의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회성 매출을 걷어낸 상선 수익성과 적자가 이어진 에너지플랜트·특수선 부문의 개선 여부가 실적의 질을 가를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오는 27일 오후 2시 컨퍼런스콜과 웹캐스팅을 통해 2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최근 증권사 전망치는 매출 4조8000억~5조원, 영업이익 5300억~6000억원 수준이다. 예상대로라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와 전 분기를 크게 웃돈다. 한화오션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2099억원, 영업이익 44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 70.6% 증가했다. 순이익은 5000억원으로 131.8% 늘었다. 매출 증가 폭보다 이익 증가 폭이 컸던 것은 저가 수주 물량이 줄고 2024년 이후 높은 가격에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매출 반영이 늘어난 영향이다. 1분기 전체 매출 가운데 상선 비중은 87%였다. 3월 말 수주잔고는 35조3744억원으로 상선 26조2270억원, 에너지플랜트·특수선 9조1123억원이었다. 상선의 높은 이익 기여도가 당분간 이어질 기반은 확보했지만, 사업부 간 수익성 격차는 과제로 남았다. 2분기 실적을 끌어올릴 최대 변수는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의 P-79 FPSO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은 계약 조건 변경에 따라 재고자산으로 쌓여 있던 약 1조5000억원이 2분기 매출로 한꺼번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과 고가 상선의 매출 비중 확대가 수익성을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P-79 매출은 반복되는 경상 매출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매출 규모가 크게 뛰더라도 에너지플랜트 부문의 적자 축소 폭과 상선 영업이익률이 얼마나 개선됐는지가 하반기 실적의 지속성을 판단할 핵심 지표다. 특수선도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한 인력·설비 투자가 먼저 집행되면서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수주 흐름은 고부가 선종 중심으로 이어졌다. 한화오션은 상반기 VLCC 15척, LNG 운반선 6척,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3척,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1척 등 43억5000만달러의 신규 일감을 확보했다. 전년 동기보다 수주액이 늘었지만 대형 해양플랜트와 해외 함정 수주 성과가 뒤따라야 상선 편중을 낮출 수 있다. 분기 종료 뒤인 7월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한화오션은 총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서 상세설계·선도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반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는 독일 TKMS에 우선협상 지위를 내줬다. 두 사안 모두 2분기 실적에는 직접 반영되지 않지만 특수선 수주잔고와 중장기 성장 기대를 좌우하는 변수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P-79의 매출·이익 반영 규모와 고선가 상선 비중 확대에 따른 본원 수익성, 에너지플랜트·특수선 부문의 손익 개선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P-79가 2분기 실적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과거 수익성 위주로 수주한 선박들이 본격적으로 건조 단계에 진입하면서 중장기 이익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확보한 양질의 수주잔고가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는 국면에 접어든 만큼, 하반기에도 이 같은 구조적인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026-07-23 13: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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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항 재개 신호탄…한국 선박 22척은 아직 대기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머물던 한국 관리 선박 2척이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왔다. 막혔던 항로가 부분적으로 열리며 통항 재개의 신호가 켜졌지만, 남은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 확보까지는 적지 않은 변수가 남아 있다.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서 대기 중이던 우리 선사 운용 선박 2척이 해협을 통과해 정상 항해에 들어갔다. 종전 합의 이후 해협 내 대기 선박이 통과한 첫 사례다. 이번에 통과한 선박에는 한국인 선원이 승선하지 않았다. 목적지도 한국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선박과 선원 안전을 고려해 선명과 용선주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통과로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남아 있는 한국 관리 대상 선박은 22척으로 줄었다. 선내 대기 중인 한국인 선원은 총 135명이다. 이 가운데 102명은 우리 선박에, 33명은 외국 선박에 승선해 있다. 당초 호르무즈 해협 내측에 머물던 한국 관리 대상 선박은 총 26척이었다. 이후 일부 선박이 순차적으로 해협을 빠져나오면서 대기 선박 수는 감소하고 있다. 앞서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유니버설 위너호는 지난달 20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 이달 10일 울산항에 도착했다. 지난 12일에는 LNG 운반선 1척도 해협을 벗어났다. 문제는 남은 선박들의 통항 여건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이후 해협 통과 가능성이 열렸지만, 현지 군사적 긴장과 통항 통제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LNG가 오가는 핵심 해상 통로다. 해협이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면 해운뿐 아니라 정유, 석유화학, 발전용 연료 수급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선사들이 선박 이동을 재개하더라도 항로 안전 확인과 보험료, 운항 지연 비용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해협 내 선박 통항은 단순히 항로가 열렸는지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항로 안전성, 기뢰 제거 여부, 군사 충돌 가능성, 현지 당국의 통항 허가, 선주와 화주의 판단이 맞물려야 한다. 해협이 일시적으로 열리더라도 대기 선박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병목 현상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남은 선박들의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선사와 선원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외교부도 유관 공관과 화상회의를 열고 미·이란 종전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의 통항 방안을 논의했다. 해운업계는 당분간 선박별 통항 가능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선박의 위치, 화물 종류, 목적지, 선원 구성, 보험 조건, 현지 통항 허가 여부에 따라 이동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정부와 선사들의 우선 과제는 남은 선박과 선원의 안전 확보다. 일부 선박이 빠져나왔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해협 내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만큼 남은 선박의 이동은 신중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내 모든 선박에 대한 자유로운 항행과 안전 보장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관계 부처 및 관련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2026-06-22 17: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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