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국내 조선 3사의 곳간에 224조원 규모의 일감이 쌓였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3년 이상 안정적으로 배를 건조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한 가운데 과거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까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조선업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조선·해양 부문 수주잔액은 총 1453억9500만달러, 약 224조원으로 집계됐다. 조선 3사의 수주잔액이 2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4년 이후 12년 만이다.
수주잔액은 이미 계약했지만 아직 선박을 인도하지 않아 매출로 잡히지 않은 금액이다. 앞으로 선박을 건조하면서 매출로 전환될 ‘예약된 일감’이다. 통상 선박 건조에 약 2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일감이 충분할수록 조선사는 신규 계약에서 가격과 선종을 선택할 여유도 커진다.
쌓아놓은 일감은 이미 실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조선 3사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7062억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1조6451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한화오션은 7361억원, 삼성중공업은 3250억원을 거뒀다.
현재 실적은 2~3년 전 수주의 결과물이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조선업은 계약부터 건조·인도까지 시차가 긴 대표적인 수주산업이다. 신조선가가 크게 오른 2023~2024년 확보한 LNG운반선과 컨테이너선 등 고선가 물량이 최근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과거 호황과 다른 점은 한국 조선사들이 물량 경쟁보다 ‘선별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조선업이 대규모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세계 수주량에서 우위를 점한 만큼 한국은 LNG운반선과 가스선, 친환경 추진선 등 건조 난도가 높은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이번 호황기에 생산능력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않은 점도 과거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확보한 도크를 수익성이 높은 선박에 우선 배정하면서 수주량 자체를 늘리기보다 한 척을 만들더라도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가 바뀌었다.
다만 ‘224조원’이라는 숫자만으로 과거보다 조선업 호황이 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수주잔액은 달러 기준으로 집계돼 원화 환산 과정에서 환율 영향을 받는다. 신조선가지수 역시 올해 6월 185.15 수준으로 과거 최고점과 비교하면 추가 상승 여지가 제한된 상황이다.
결국 현재 조선업을 판단하는 핵심은 쌓아놓은 일감의 규모를 넘어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선박을 지속해서 수주할 수 있느냐다. 이미 확보한 물량이 현재 실적을 결정하는 후행지표라면 향후 신규 수주는 2~3년 뒤 실적을 가늠하는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상선 시장이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단기적인 변동성은 커졌지만,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친환경·대체연료 전환이라는 중장기 흐름은 유지되고 있어 에너지 선종을 중심으로 선박 수요 기반은 견조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장 환경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LNG운반선(LNGC)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중심으로 초대형가스운반선(VLGC), 암모니아운반선(VLAC), 에탄운반선(VLEC), 대형 컨테이너선 등 주력 선종의 수주 기회를 선별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3년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하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차세대 선박 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선제적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24조원의 수주잔액과 2조7062억원의 분기 영업이익은 K조선의 현재를 보여주는 두 숫자다. 중국이 물량 경쟁에서 빠르게 성장한 만큼 한국 조선업의 다음 승부는 더 많은 배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고부가 선박과 차세대 기술을 앞세워 지금의 수주잔고를 계속 채워나갈 수 있느냐가 호황의 지속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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