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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쎄'로 버티고 '릴'로 넓혔다…KT&G, 전매기업서 글로벌 담배기업으로
[경제일보] 1883년 조선 후기 국영 연초제조소 순화국이 문을 열었다. KT&G가 공식 연혁의 시작으로 삼는 해다. 이후 국가가 담배와 인삼을 관리하는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는 1952년 전매청, 1987년 한국전매공사를 거쳐 오늘날 KT&G가 됐다. 국가 전매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KT&G는 시장 개방과 민영화를 거치며 국내외 기업과 경쟁하는 회사로 전환했다. 1988년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됐고 1997년 상법상 주식회사 전환, 1999년 증권거래소 상장을 거쳐 2002년 정부와 정부 출자은행이 보유한 민영화 대상 지분 매각이 마무리됐다. 같은 해 회사 이름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바뀌었다. 이후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며 2025년 기준 해외 궐련 사업 운영 국가를 140개국까지 넓혔다. KT&G가 택한 생존 방식은 바뀐 경쟁 환경에 맞춰 제품과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었다. 외국계 담배회사가 국내에 들어오자 에쎄와 레종, 보헴 등 자체 브랜드를 키웠고 국내 담배 수요가 줄자 해외 판매를 확대했다. 담배 소비 방식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화하자 2017년 '릴(lil)'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해외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KT&G의 역사는 변화하는 소비와 경쟁 환경에 맞춰 사업 방향을 조정해온 기록이다. 시장 개방에는 브랜드로, 내수시장 성숙에는 수출로, 흡연 방식 변화에는 NGP(차세대 담배)로 대응했다. 이제 관건은 해외에서 확대된 외형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다. 전매에서 브랜드 경쟁으로…'에쎄' 앞세운 시장 공략 KT&G 현대사의 첫 번째 변곡점은 1988년 담배시장 개방이다. 이전까지 국내 담배산업은 국가 전매체제 아래 운영됐지만 시장 개방 이후 글로벌 담배기업 제품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경쟁은 생산·공급 능력보다 브랜드와 제품 차별화, 마케팅 역량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KT&G는 제품을 세분화하며 대응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1996년 출시한 초슬림 담배 '에쎄(ESSE)'다. 일반형 담배가 주류였던 당시 얇은 형태의 초슬림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이후 에쎄 라이트와 에쎄 원, 에쎄 체인지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2013년에는 필터 속 캡슐을 이용해 맛을 바꿀 수 있는 초슬림 캡슐 담배 '에쎄 체인지'를 선보였다. 에쎄는 KT&G의 해외시장 공략을 이끈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1년 중동과 러시아로 첫 수출된 이후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 판매 지역을 넓혔다. 해외 누적 판매량은 2012년 1000억 개비를 넘어선 데 이어 2016년 2000억 개비를 돌파했다. 에쎄를 앞세워 해외 판로를 넓히는 한편 국내에서는 시장 축소에도 점유율을 높이며 기반을 지켰다. KT&G 자료에 따르면 국내 궐련 총수요는 2023년 616억2000만 개비에서 2024년 591억9000만 개비, 2025년 561억5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반면 KT&G의 국내 궐련 점유율은 같은 기간 66%에서 66.7%, 67.3%로 꾸준히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67.9%를 기록했다. 시장 자체는 줄어들고 있지만 KT&G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졌다. 국내 궐련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음 성장축은 해외와 NGP로 넓혀가는 모습이다. 다만 높은 시장점유율이 국내 사업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담배 소비 감소가 이어지면 점유율이 높아져도 판매량 자체는 줄어들 수 있다. 실제 KT&G의 국내 궐련 판매량은 2023년 406억6000만 개비에서 2024년 394억8000만 개비, 2025년 377억6000만 개비로 감소했다. 내수에서 확보한 시장 지위를 해외와 NGP 등 새로운 성장축의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궐련에서 NGP로…'릴' 앞세운 제품 전환 두 번째 시험은 소비 방식의 변화에서 왔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기존 궐련 중심의 시장구조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겼다. KT&G는 2017년 독자 전자담배 플랫폼 '릴 솔리드'를 출시했고 1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전용 스틱과 액상 카트리지를 함께 사용하는 '릴 하이브리드'를, 2022년에는 하나의 기기에서 여러 종류의 전용 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릴 에이블'을 선보였다. 올해 2월에는 예열·충전 시간을 줄인 '릴 에이블 3.0'을 추가했다. 제품 개발과 함께 해외 유통망 확보에도 나섰다. KT&G는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했다. 2023년에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PMI가 KT&G의 NGP 제품을 판매하는 15년 장기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유통 기반을 강화했다. 릴을 앞세운 NGP 사업 진출 국가는 2025년 기준 34개국까지 늘었다. 성과는 국내 시장점유율과 매출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KT&G의 국내 NGP 시장점유율은 48.2%를 기록했고 2분기 NGP 매출은 24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 증가했다. KT&G는 지난 2월 출시한 '릴 에이블 3.0' 판매 확대와 고가 스틱 비중 증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KT&G가 공략하는 NGP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회사는 궐련형 전자담배(HNB)에 더해 베이퍼와 경구용 니코틴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알트리아와 함께 북유럽 니코틴 파우치 업체 ASF(Another Snus Factory)를 공동 인수하며 니코틴 파우치를 새로운 NGP 사업축으로 추가했다. 이는 궐련 수요 감소를 되돌리기보다 담배 소비의 제품 전환 흐름에 대응하는 전략에 가깝다. 기존 궐련에서 에쎄라는 세부 카테고리를 키웠던 것처럼 NGP에서도 디바이스와 스틱, 사용 방식에 따라 시장을 나누고 각각의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NGP 역시 안정적인 성장이 보장된 시장은 아니다. 글로벌 담배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국가마다 전자담배와 니코틴 제품에 적용하는 규제와 세금 체계도 다르다.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현지 규제에 맞춘 제품 개발과 인증, 생산·판매 방식 조정에 필요한 비용과 관리 부담도 커진다. 제품 경쟁력과 함께 국가별 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이 NGP 사업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수출 넘어 현지 생산으로…글로벌 제조망 재편 KT&G의 글로벌 확장은 판매망 확대를 넘어 생산기지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KT&G의 해외사업은 국내 생산 제품을 해외시장에 공급하는 수출 모델에서 출발했다. 이후 해외 판매가 확대되면서 현지 생산기지 구축에 나섰다. 2008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하며 현지 생산에 나섰고 2010년 러시아로 생산거점을 확대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인수하며 현지 생산과 판매 기반을 동남아시아까지 넓혔다. KT&G는 해외 생산거점을 권역별 수요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튀르키예 공장은 2025년 증설을 통해 연간 최대 120억 개비 생산능력을 갖추고 북아프리카와 중남미 시장을 겨냥한 핵심 생산거점으로 확대됐다. 같은 해 4월 준공한 카자흐스탄 신공장은 연간 45억 개비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등 유라시아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KT&G가 해외 최대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핵심 지역이다. KT&G는 기존 생산시설에 2·3공장을 추가해 연간 약 350억 개비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2·3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210억 개비 규모다.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으로 수출해 인도네시아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지역을 잇는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지 생산 확대는 비용 효율과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주요 수요처 인근에 생산거점을 두면 물류비와 관세 부담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현지 생산과 판매를 연계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외 매출 국내 추월…다음 평가 기준은 '수익성' 해외 궐련 사업은 매출 기준으로 이미 국내를 넘어섰다. 2025년 KT&G의 해외 궐련 매출은 1조87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궐련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54.1%로 처음 국내를 앞질렀다. 해외 궐련 판매량도 652억 개비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해외사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2분기 해외 궐련 매출은 5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6% 늘었다. 해외 궐련과 NGP 성장에 힘입어 같은 기간 KT&G의 연결 매출은 1조7016억원, 영업이익은 4145억원으로 각각 9.9%, 18.5% 증가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회사는 올해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5~7%로, 영업이익 성장률 전망치를 6~8%에서 10~13%로 상향 조정했다. 향후 관건은 해외 생산 확대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신규 공장 건설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가동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량을 확보해야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환율과 원재료 가격, 국가별 담배세·규제, 현지 유통환경 등 대외 변수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생산거점과 판매 국가가 확대될수록 생산·재고·품질 관리에 필요한 운영 역량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신규 생산거점의 가동률과 수익성은 KT&G가 추진해온 글로벌 현지화 전략의 성과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해외 궐련 매출이 국내를 넘어선 만큼 향후에는 판매량 확대뿐 아니라 현지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KT&G는 외형 확대보다 사업의 질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해외 생산과 NGP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향후 성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시장 변화에 맞춰 제품과 사업 방식을 바꿔온 KT&G가 확장의 성과를 이익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KT&G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약 68%의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해외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기반은 제품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이라며 "에쎄는 단일 수출 브랜드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전자담배 역시 PMI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활용해 릴의 해외 판로를 확대하는 동시에 직접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인도네시아 신공장 등 해외 생산거점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을 통해 원재료 조달과 인건비, 물류비·관세 등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08-27 18: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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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재계 총수 연쇄회동…'3대 메가' 이제는 실행력 시험대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실행 속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데 이어 이번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도 회동을 조율 중이다. 비공개 회동인 만큼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업 현장의 투자 애로와 정부 지원책을 직접 점검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동의 배경에는 지난 6월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피지컬AI, AI 데이터센터(AIDC)를 국가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밝힌 국내 중장기 투자계획은 각각 2655조원, 2100조원으로 합계 4755조원에 달한다. 다만 이 숫자는 기존 투자와 수도권을 포함한 계열사 투자까지 포함한 기업별 중장기 계획으로, 정부가 3대 프로젝트에 직접 집계한 1461조원과는 산정 범위가 다르다. ◆ 호남 반도체 800조·용인 가속화…‘돈’보다 인프라가 관건 반도체 분야에서 핵심은 호남권과 용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권에 각각 2기씩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는 계획을 내놨고, 투자 규모는 약 800조원이다. 용인에서는 SK하이닉스가 클러스터 투자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고, 정부는 부지·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 지원을 과제로 제시했다. 청와대 역시 7월과 8월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호남 클러스터와 용인 투자 가속화를 집중 논의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동에서는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실제 착공과 생산라인 가동을 앞당길 조건이 중요하다. 반도체 팹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인허가를 포함한 기반시설 확보가 일정의 핵심 변수다. 정부가 ‘슈퍼 패스트’ 수준의 행정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의선 회장과의 회동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프로젝트가 주요 의제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 5조8000억원을 투입하고 로봇·에너지 사업을 함께 묶는 구조다. 정부도 최근 새만금 개발계획을 수정하면서 현대차그룹 투자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2026년 8월 현대차그룹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 종합보세구역을 지정했고, 2027년 3월 AI 데이터센터 착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美 투자 압박 속 ‘국내 vs 미국’ 균형도 시험대 대미 통상도 빼놓기 어렵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7월 마이크론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대미 전략투자 후보 사업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반도체 투자가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결정됐다는 일부 관측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연쇄 회동은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는 자리에 그쳐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대규모 투자와 미국 현지 투자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려면 전력·용수·부지·인허가 등 국내 투자 장애물을 얼마나 신속하게 해소하고, 대미 투자 과정에서 기업 부담과 통상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최 회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주요 그룹 총수들과 비공개 소통을 이어가는 것도 결국 발표된 투자계획을 실제 착공·고용·생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실행 단계로 해석된다.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숫자 경쟁을 넘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정부가 기업의 애로를 얼마나 빠르게 해결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2026-08-26 07: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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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 57년 동업이 남긴 '연결의 기술'… 석유·편의점 넘어 AI 전력망으로
[경제일보] GS가 인공지능(AI) 시대에 택한 길은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세상에 나온 기술을 누구보다 빠르게 받아들여 정유공장과 발전소, 편의점, 건설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GS그룹 관계자는 “계산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남들보다 먼저 스프레드시트를 받아들이고 능숙하게 활용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원천기술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외부 기술과 그룹이 보유한 산업 현장을 연결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GS의 성장사를 관통하는 단어도 ‘연결’이다. 정유와 발전, 유통, 건설은 서로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에너지와 상품, 공간을 이어 생활과 산업의 기반을 운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GS는 독자 기술로 시장을 뒤집기보다 파트너와 장기간 협력하고, 각 계열사가 가진 자산을 결합해 사업을 확장해 왔다. 57년 동업이 만든 화합의 DNA GS의 뿌리는 구씨와 허씨 가문의 동업에서 시작됐다. 허만정 창업주가 구인회 LG 창업주의 사업에 참여한 뒤 두 집안은 3대에 걸쳐 57년간 공동경영을 이어갔다. 2005년 GS가 LG에서 계열분리할 때도 경영권 분쟁이나 소송 없이 정유·유통·건설 부문을 나눴다. 재계에서 이를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부른 이유다. GS가 장기간 동업이 가능했던 배경은 화합과 포용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문화가 공동경영과 원만한 분리를 가능하게 했다. GS는 지난해 출범 20주년 행사에서도 LG·LS·LIG 총수들을 초청해 과거 한 뿌리에서 출발한 기업 간 동행과 협력의 의미를 강조했다. 분리 이후 GS는 정유·유통·건설을 기반으로 발전과 종합상사, 호텔, 벤처투자까지 사업을 넓혔다. 그룹 자산은 출범 당시인 2005년 18조7000억원에서 2024년 80조8000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3조원에서 84조3000억원으로 3배 넘게 성장했다. 성장의 중심에는 에너지가 있었다. GS칼텍스는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석유와 윤활유, 석유화학 제품으로 바꿔 국내외에 공급했다. GS에너지와 GS EPS, GS E&R, GS파워는 LNG와 발전, 지역 냉난방, 재생에너지로 영역을 확장했다. 원료 조달부터 생산과 판매까지 연결하는 운영 역량이 GS 에너지 사업의 기반이 됐다. 유통은 소비자의 일상을 연결했다. GS리테일은 편의점과 슈퍼마켓, 홈쇼핑, 물류망을 통해 고객 접점을 넓혔다. GS건설은 주택과 플랜트, 인프라를 구축하며 에너지와 유통 사업이 작동할 공간을 만들었다. GS는 하나의 대표 제품보다 생활과 산업에 필요한 여러 기반시설을 운영하며 외형을 키운 그룹에 가깝다. 독립경영에 혁신을 연결하다 GS는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각 회사가 사업 특성과 시장 상황에 맞춰 의사결정을 내리고, 지주회사는 중장기 방향과 계열사 간 협력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정유와 발전, 유통, 건설의 업황과 경쟁구조가 서로 다른 만큼 현장 전문성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독립경영은 책임과 전문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여러 계열사의 역량을 한 사업에 모아야 할 때는 지주회사의 조정 능력과 의사결정 속도가 중요해진다. 유가와 정제마진, 전력가격, 소비심리, 건설경기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기존 사업을 보완하려면 그룹 전체가 움직이는 새로운 성장축이 필요하다. 허태수 GS 회장은 2020년 취임 이후 연결의 대상을 조직과 기술로 넓혔다. 취임 직후 지주사에 디지털 혁신조직 ‘52g’를 신설하고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AI·디지털전환 과제를 공동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IT 개발자와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 업무혁신 전문가가 계열사 현장 인력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다. 혁신 방식도 위에서 과제를 내려보내는 방식보다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에 무게를 뒀다. 직원들은 해커톤과 프로젝트에 참여해 발전소와 정유공장, 편의점, 건설현장의 개선 과제를 찾는다. 임원 회의실은 좌석과 구조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인 ‘오픈홀’로 전환했고, 보안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회의는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있다. GS 관계자는 “고객을 중심에 두고 임직원이 자발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협력하는 것이 GS가 지향하는 기업문화”라고 했다. 과거 두 가문이 서로의 역할과 의견을 존중하며 회사를 운영했다면, 현재는 계열사와 직급의 경계를 낮춰 현장의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셈이다. 외부 기술을 받아들이는 오픈이노베이션도 같은 맥락이다. GS는 GS벤처스와 GS퓨처스를 통해 AI와 로봇, 에너지 전환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외부 기업의 기술을 발전소와 물류센터, 건설현장 등 그룹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동해에서 시험받는 AI 승부수 연결의 역량을 집약한 차세대 사업은 강원 동해 AI 데이터센터다. GS는 동해시 북평 제2산업단지에 총 2.4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8년까지 1.2GW를 먼저 조성하고 2029년까지 1.2GW를 추가하는 구상으로, 기반시설 투자비는 약 30조원으로 제시됐다. 사업 총괄을 위해 ㈜GS 산하에 GS AI인프라도 설립했다. GS파워와 GS EPS, GS E&R은 발전사업에서 쌓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역량을 제공한다. GS건설과 자이C&A, 디씨브릿지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 경험을 맡는다. GS칼텍스는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는 액침냉각 제품을 상용화했고, 벤처투자 계열사는 관련 AI 기술 생태계를 연결한다. 발전과 건설, 운영, 냉각을 하나의 사업에 묶을 수 있다는 점은 GS의 강점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하고, 대규모 시설을 설계·건설한 뒤 장기간 운영해야 한다. GS가 기존 사업에서 축적한 자산이 모두 필요한 분야다. 그러나 보유 역량을 모으는 것과 수익을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데이터센터를 장기간 사용할 국내외 빅테크와 클라우드 기업을 확보해야 하고, 전력망과 용수, 핵심 기자재, 인허가와 자금 조달도 해결해야 한다. GS 측은 앵커테넌트 협상과 구체적인 수익구조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가 기존 발전·건설 계열사에 일감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칠지, GS가 개발과 운영을 아우르는 인프라 사업자로 성장할지도 관건이다. 독립경영을 지향해온 계열사들이 하나의 목표 아래 얼마나 빠르게 자본과 인력을 결집할 수 있는지도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GS는 출범 20주년을 맞아 다음 성장의 경영정신으로 ‘변화와 도전’을 다시 제시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정유산업을 키우고, 유통망과 발전소를 구축했던 경험을 AI 인프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GS는 디지털과 친환경을 중심으로 고객과 사회, 파트너가 함께 성장하는 그룹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GS의 경쟁력은 모든 기술과 사업을 직접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파트너의 기술과 계열사의 현장 역량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는 능력이 GS를 성장시켰다. 다만 AI 인프라 경쟁은 화합과 신중함뿐 아니라 빠른 결정과 과감한 투자까지 요구한다. 57년 동업에서 축적한 ‘연결의 기술’이 동해 데이터센터를 정유와 유통에 이은 새로운 수익축으로 만들 수 있을지, GS의 다음 20년이 시험대에 올랐다.
2026-08-03 15: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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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의 한국행, 공짜 투자는 없다
[경제일보] 미국 빅테크의 투자를 한국으로 끌어오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등을 만난다.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기업 총수들도 함께한다. 청와대는 단순한 양해각서를 넘어 전략적 제휴, 장기계약, 실질적인 투자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출국을 앞두고 이번 방문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늘리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 기업이 한국 투자를 강화하도록 만드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브로드컴과 오픈AI, 앤트로픽, 엔비디아 등을 상대로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미국 빅테크에 돈을 들고 찾아가는 외교에서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외교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의미다. 방향은 옳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업 기반, 빠른 통신망, 높은 교육 수준을 갖고 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도 반도체와 기계·장비 수출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건설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경제를 떠받쳤다는 것은 한국 산업의 힘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반도체는 강하지만, 국내 투자와 내수의 온기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와 연구소, 클라우드 거점을 유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투자는 애국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오픈AI가 한국을 좋아해서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정상과 기업인이 악수했다고 공장이 세워지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전력 가격과 공급 안정성, 인허가 속도, 세금, 인재, 시장 접근성, 데이터 규제를 계산한다. 한국이 경쟁국보다 더 나은 수익과 더 적은 불확실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빅테크의 돈은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중동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내줘야 할까. 먼저 내줄 것은 속도다. 공장을 짓고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까지 몇 년씩 허가를 기다려야 하는 나라에 초대형 투자가 들어오기 어렵다. 환경과 안전 기준을 낮추라는 뜻이 아니다.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같은 서류를 반복해서 내는 행정,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해석이 달라지는 규제, 허가 일정을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 빅테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엄격한 규제보다 예측할 수 없는 규제다. 두 번째로 내줄 것은 전력과 기반시설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반도체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막대한 전기와 냉각용수, 통신망, 변전소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외치면서도 송전망 건설과 전력 공급 결정을 미룬다면 투자 유치 구호는 공허해진다. 전력을 기업에 싸게 퍼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부담할 비용과 정부가 구축할 기반시설,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전력조달 방식, 지역사회에 돌아갈 이익을 사전에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세 번째는 시장이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에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 거점을 두면 정부와 공공기관, 금융·의료·제조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공공부문의 AI 도입을 국내 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무조건 막아도 안 되고, 반대로 해외 플랫폼에 통째로 넘겨서도 안 된다.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공동으로 제품을 만들고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 경쟁국들이 법인세 감면과 부지, 전력, 정책금융을 한 묶음으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시장원리를 외치며 빈손으로 기다릴 수는 없다. 다만 보조금은 투자 발표가 아니라 투자 이행에 지급해야 한다. 공장 착공과 고용, 국내 조달, 공동 연구개발 등 약속이 실제 집행되는 단계마다 혜택을 나누는 방식이 옳다. 일자리도 기술도 남기지 않는 서버 건물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과 전력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은 투자 유치가 아니라 임대업에 가깝다. 내주지 말아야 할 것도 분명하다. 첫째는 데이터 주권이다. 의료와 금융, 공공행정, 산업기술 데이터가 해외 기업의 폐쇄된 플랫폼 안에 갇히면 한국은 AI를 사용하는 나라는 될 수 있어도 AI를 통제하는 나라는 되기 어렵다. 민감정보의 저장 위치와 처리 방식, 제3국 이전, 정부의 감독권은 협상 가능한 부수 조건이 아니다. 둘째는 규제 면책특권이다. 빅테크의 투자가 크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나 공정경쟁, 저작권, 소비자 보호 기준까지 면제해서는 안 된다. 국내 기업에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면서 해외 기업에는 투자 유치를 이유로 예외를 준다면 시장은 기울어진다. 규제는 단순해야 하지만 공평해야 한다. 셋째는 국내 산업의 성장 기회다. 미국 빅테크가 한국 시장과 전력, 데이터를 이용하면서 국내 클라우드·소프트웨어·AI 스타트업을 하청업체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투자 협약에는 국내 기업의 공급망 참여,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 국내 인재 채용과 교육,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 한국이 제공한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모두 본사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면 투자액이 아무리 커도 국익은 작다. 노자는 ‘도덕경’ 36장에서 “장차 얻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將欲取之 必固與之)”고 했다. 투자를 얻으려면 한국도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문제는 많이 주느냐 적게 주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다. 한국이 줘야 할 것은 신속한 행정과 안정적인 전력, 예측 가능한 세제, 매력적인 시장이다. 내줘서는 안 될 것은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과 공정한 경쟁질서, 국내 산업이 성장할 몫이다. 전자는 투자의 기반이고, 후자는 국가의 주권이다.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빅테크 투자 유치는 막대한 보조금으로 외국 기업의 건물과 서버를 대신 지어주는 사업으로 전락한다. 정부는 이번 정상외교의 성과를 투자금액 한 줄로 발표해서는 안 된다. 어느 지역에 무엇을 짓는지, 전력과 물은 누가 얼마를 부담하는지, 국내 기업은 어떤 공급망에 참여하는지, 몇 명을 고용하고 어떤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지까지 공개해야 한다. 투자 유치의 성적표는 협약서에 적힌 달러가 아니라 한국에 남은 기술과 일자리, 세수와 수출로 작성돼야 한다. 미국 빅테크의 한국 투자는 구걸할 대상도, 두려워할 대상도 아니다. 국가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거래다.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업, 시장과 인재라는 귀한 카드를 갖고 있다. 그 카드를 헐값에 내주지 않으면서도 상대가 들어올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빅테크를 불러오는 데 공짜 점심은 없다. 그렇다고 식당과 주방까지 넘길 필요도 없다. 문은 열되 집문서는 지키는 협상, 그것이 AI 정상외교가 갖춰야 할 국익의 원칙이다.
2026-07-24 07: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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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마을금고로 출발… '자산 286조' 지역경제 금융 버팀목으로
[경제일보] 새마을금고의 역사는 지역 주민들이 서로 자금을 모아 생활과 생업을 돕던 공동체 금융의 성장 과정과 맞닿아 있다. 지난 1963년 경남 산청군의 작은 마을에서 회원 50명으로 출발한 마을금고는 전국에 금융망을 갖춘 대표 상호금융 조직으로 성장했다. 새마을금고의 DNA는 자조와 호혜의 협동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조성한 자금을 공동체 안에서 이용하는 조직으로 시작해 전국 조직화와 법적 제도화를 거치며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서민금융기관으로 역할을 넓혔다. ◆상부상조에서 출발… 마을 공동체가 만든 풀뿌리 금융 새마을금고의 뿌리는 두레와 계, 향약, 품앗이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상부상조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서구의 협동조합 원리를 접목해 지역 주민이 스스로 자금을 모으고 필요한 주민에게 공급하는 마을 단위 협동조직이 만들어졌다. 첫 마을금고는 지난 1963년 5월 25일 경남 산청군 생초면 계남리 하둔마을에서 출범했다. 하둔마을금고는 회원 50명이 참여한 가운데 주민들의 저축을 모아 공동체의 생활과 경제 기반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됐다. 출발 당시 마을금고는 금융기관이라기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자생적 협동조직에 가까웠다. 금융사업뿐 아니라 지역사회 개발과 회원 복지 향상을 함께 추구했다는 점에서 일반 금융사와 출발점이 달랐다. 설립 초기 새마을금고는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탄생한 토착 금융조직인 셈이다. 수익 창출에만 머물지 않고 운영 성과를 지역사회와 나누는 구조가 새마을금고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전국 조직·독자 법률 갖추며 지역·서민금융으로 마을 단위로 운영되던 금고가 전국 금융조직으로 성장한 첫 변곡점은 지난 1973년 마을금고연합회 출범이다. 연합회는 개별 금고의 운영을 지원하고 업무 기준과 교육 체계를 마련하며 전국 단위 조직의 기반을 구축했다. 1982년 12월 새마을금고법이 제정되고 다음해 1월 시행되면서 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로 이름을 바꿨다. 별도의 법률에 따라 금고와 연합회의 설립·업무·감독 체계가 정비되면서 독자적인 상호금융기관으로서의 기반을 확보했다. 새마을금고는 이후 신용사업을 본격화하고 공제사업과 온라인 전산망을 도입하며 금융 기능을 확대했다. 마을 주민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조직도 도시와 직장, 지역 단위로 확산되며 전국적인 금융망으로 넓어졌다. 새마을금고의 역할도 공동체 내부의 상호대출에서 지역·서민금융으로 확장됐다. 2000년대 들어 영세 자영업자 정책자금과 서민금융 상품, 소상공인 금융지원 등을 확대하며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을 강화했다. ◆숫자로 본 성장… 자산 5조원대서 286조원대로 새마을금고의 성장 행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1990년 1월 총자산 5조222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1992년 3월에는 총자산 10조72억원을 달성했다. 당시 새마을금고 수는 3211개, 회원은 696만9000여명에 달했다. 전국 각 지역에 금고가 확산되고 회원 기반이 늘어나면서 마을 단위 협동조직을 넘어 대형 상호금융기관으로 체급을 키웠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 중인 새마을금고는 1251개다. 총자산은 286조7000억원으로 1990년 5조원대였던 자산 규모가 35년 만에 약 55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수신은 255조3000억원, 총대출은 18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대출 가운데 기업대출은 100조8000억원, 가계대출은 82조3000억원을 차지했다. 수익성 면에서는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1조26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년 째 1조원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년 순손실 1조7423억원과 비교하면 손실 규모가 4765억원 줄었다. 이에 새마을금고는 체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말 8.37%에서 연말 5.08%로 3.29%포인트 하락했다. 순자본비율은 7.91%로 최소 규제비율인 4%를 넘긴 상태다. 새마을금고는 부실채권 매각과 대손충당금 적립, 부실 금고 합병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 ◆‘비전2030’으로 미래 성장 드라이브… 지역·서민금융 본업 회복 새마을금고는 중장기 개혁안인 ‘비전2030’을 통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본래 기능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비전2030은 건전성 강화와 협동조합성 회복, 지역사회 문제 해결 등 3대 핵심 목표 아래 9대 추진전략과 37개 세부과제로 구성됐다. 우선 전체 여신에서 서민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을 80%까지 높일 방침이다. 오는 2030년까지 금융취약계층 대출과 정책자금대출을 1조4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초저신용자 대상 보증형 대출과 대안신용평가 체계 도입도 추진한다. 지역 내 금융 접근성 유지에도 나선다. 인구감소지역 등 금융취약지역의 영업점을 유지하고 전국 모든 금고가 정부 정책과 연계한 지역사업을 수행하는 ‘1금고-1지역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금융지원과 판로 개척도 확대한다. 지역 상생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역개발기금 조성도 추진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서 새마을금고의 역할을 강화한다.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개선도 비전의 핵심 축이다. 신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관련 대출 한도를 별도로 관리한다. 자산관리회사를 통한 부실채권 정리와 부실 금고 구조조정, 경영효율화도 병행한다. 새마을금고는 이를 통해 오는 2028년까지 흑자 전환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외형 성장에 집중했던 사업 구조를 정비하고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 중심의 금융 기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마을 주민들이 모은 자금으로 공동체의 생활 기반을 지원했던 새마을금고의 원형 DNA는 지역·서민금융이라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경쟁력도 건전성을 회복하면서 지역 자금을 지역 안에서 운용하는 협동금융의 역할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평가된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21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22 11: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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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주식재산 59조 돌파…최태원 첫 '10조 클럽' 입성
[경제일보] 국내 증시 강세와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식재산이 올해 2분기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최 회장은 처음으로 주식평가액 10조원을 돌파하며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4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총수 가운데 주식평가액 1000억원 이상인 46명의 주식재산은 지난 3월 말 104조4301억원에서 6월 말 133조6207억원으로 28% 증가했다. 조사 결과 주식평가액 증가액은 이재용 회장이 가장 컸다. 이 회장의 주식재산은 3월 말 30조9414억원에서 6월 말 59조1878억원으로 28조2463억원 늘며 증가액 기준 1위를 기록했다. 증가율은 91.3%에 달했다. 최태원 회장은 같은 기간 3조9101억원에서 10조8259억원으로 6조9158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176.9%로 조사 대상 총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처음으로 주식재산 10조원을 돌파했다. 증가액 기준으로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9713억원), 구광모 LG그룹 회장(3862억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2799억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2601억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235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186억원), 구자은 LS그룹 회장(117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주식재산 증가율에서는 최 회장과 이 회장에 이어 구자은 회장(34.1%), 정지선 회장(27.6%), 조현준 회장(27.1%)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6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원 이상을 보유한 총수는 모두 16명이었다. 이재용 회장이 59조187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11조8944억원), 최태원 회장(10조8259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어 정의선 회장(7조7577억원), 조현준 회장(4조5523억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4조1917억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3조6412억원),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2조7263억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2조5263억원), 구광모 회장(2조5185억원)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 총수는 아니지만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24조4193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23조4923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21조6393억원),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10조3220억원)도 10조원 이상의 주식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CXO연구소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국내 증시 강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이재용·최태원 회장의 자산 증가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조사 대상 총수 전체 주식재산은 증가했지만, 두 회장을 제외하면 전체 주식 평가액은 오히려 8.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조사 대상 총수들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약 150개 종목이지만 2분기에는 이 가운데 약 3분의 2가 하락했다"며 "3분기에는 실적 대비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26-07-14 13:5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