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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 200조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의 원칙이다
[경제일보] 국가 재정은 돈을 많이 쓰는 기술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제때 쓰는 지혜다. 정부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해 약 200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고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성장동력 육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은 시대적 문제의식만큼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세계 경제가 AI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지금, 대한민국 역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설명하는 미래대응기금의 핵심은 분명하다. 호황기에 더 걷힌 세금을 흥청망청 소비하지 않고 적립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세수가 풍부한 해에는 저축하고 경기 침체나 국가적 전환기에 활용하는 ‘재정 저수지’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정의 경기 순응성을 줄이고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 좋은 제도가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가 수없이 경험했듯 재정은 한번 원칙을 잃으면 가장 손쉬운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20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그 돈을 운용하느냐이다. 국민의 세금은 정부의 재량 자금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 자산이라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초과 세수라는 재원의 성격부터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은 영원하지 않다. 국제 경기와 수출 환경에 따라 세수는 언제든 급증하거나 급감할 수 있다. 일시적인 호황에서 얻은 재원을 영구적인 지출 구조로 연결한다면 미래에는 오히려 재정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대응기금은 상시적인 복지 확대나 선심성 사업의 재원이 아니라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에 한정돼야 한다. AI라고 해서 모두 미래 투자인 것도 아니다. 이름만 첨단일 뿐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한 사업도 얼마든지 있다.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 한다면 투자 대상은 정치적 인기나 지역 안배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이라는 냉엄한 기준으로 선정돼야 한다. AI 인프라와 차세대 반도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핵심 원천기술, 과학기술 인재 양성처럼 민간의 투자만으로는 부족하지만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지원금’이 아니라 ‘투자금’이어야 한다. 기금 운용에 대한 국회 통제와 국민 공개도 철저해야 한다. 기금은 예산보다 탄력적인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통제 장치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은 국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고 투자 목적과 집행 내역, 성과 평가를 정기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독립적인 재정평가기구가 경제적 효과와 정책 효율성을 검증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성과가 없는 사업은 과감히 중단하고 재원을 다른 분야로 재배분하는 원칙도 분명히 해야 한다. 재정 운용의 원칙은 어렵지 않다. 오늘의 호황이 내일의 의무 지출이 돼서는 안 되며, 소비보다 미래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곳에 우선 배분해야 한다. 특정 지역이나 산업, 세력을 위한 정치적 배분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성장 기회를 넓혀야 한다. 모든 재정 지출에는 분명한 목표와 측정 가능한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은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생산성 정체, 산업 전환이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돈의 절대 규모가 아니라 돈의 질에 있다. 200조 원을 쓰고도 성장률이 제자리라면 그것은 역사상 가장 비싼 실패가 될 것이다. 반대로 200조 원 가운데 단 한 푼이라도 국가의 기술 경쟁력과 인재 역량, 혁신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높인다면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값진 자산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재정 저수지’라고 부른다. 저수지는 물을 가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뭄과 홍수에 대비해 생명을 살리는 데 존재한다. 미래대응기금 역시 정권의 정치적 필요를 채우는 저수지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저수지가 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200조 원이라는 숫자가 아니다. 그 돈을 어떤 원칙으로 모으고, 어디에 투자하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가다. 재정의 기본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투명하고 절제된 운용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신뢰 위에서만 AI 대전환과 잠재성장률 반등이라는 거대한 국가 목표도 현실이 될 수 있다.
2026-08-27 09: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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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 많이 쓰는 것보다 무엇을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 편성을 앞두고 ‘생산적 재정’으로의 전환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눈앞의 재정 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때가 아니다”라며 늘어난 재정 여력을 미래에 더 큰 성과를 만드는 분야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불요불급한 예산은 과감하게 조정해 재정을 건실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재정을 단순한 지출 수단이 아닌 성장 기반을 만드는 투자 수단으로 보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할 부분이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저출생 대응, 지역균형발전, 국방, 인재 육성처럼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민간에만 맡겨서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정부가 마중물을 놓고 민간투자를 끌어내야 할 영역도 분명히 있다. 특히 산업 대전환기에는 적절한 재정투자가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다. AI 인프라와 연구개발, 전력망, 인재 양성 같은 분야는 투자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지역 소멸과 저출생 역시 대응을 미룰수록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다만 ‘생산적 재정’이라는 이름만으로 지출 확대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투입한 재정이 얼마나 큰 생산성과 민간투자, 일자리로 돌아오느냐다. 1조원을 투입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사업과 같은 돈을 쓰고도 효과를 검증하지 못한 사업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는 없다. 재정 확대가 한번 시작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경계할 대목이다. 새로운 사업은 조직과 이해관계를 만들고 지원을 받기 시작한 계층과 지역은 사업 축소에 반발한다. 그래서 재정 확대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재정 구조조정이다. 이 대통령이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하게 조정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현실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예산안에서 무엇을 줄이느냐다. 오래됐지만 효과가 떨어지는 보조금, 중복된 연구개발 사업, 성과가 불분명한 지역 사업, 일회성 현금지원부터 손보는 것이 순리다. 정부가 신규 사업만 늘리고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생산적 재정’은 결국 지출 총액을 키우는 명분에 그칠 수 있다. 새로운 투자에 얼마를 넣을지 제시하는 동시에 기존 지출에서 무엇을 얼마나 덜어냈는지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 성과평가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 예산 집행률보다 그 돈이 생산성과 성장률, 일자리, 민간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야 한다. AI나 첨단산업 지원이라면 민간투자 유발 효과와 기술 경쟁력, 사업화 성과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지역 사업이라면 인구 유입과 고용, 기업 투자로 이어졌는지를 보는 것이 관건이다. 성과가 없는 사업을 정리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정부 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예산을 계속 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좀비 사업을 정리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돈을 미래 산업에 투입해도 재정의 생산성은 높아지기 어렵다. 저출생 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생률 반등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렇다면 기존 정책을 그대로 늘리기보다 주거·일자리·돌봄·교육비 가운데 실제 출산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를 가려 자원을 집중하는 편이 낫다. 지역균형발전 예산 역시 지역별 나눠주기로 흐르면 곤란하다. 모든 지역에 비슷한 사업을 배분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 산업 기반과 대학, 교통, 인재 여건을 따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과감하게 집중하고 성과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균형발전의 목표는 지역마다 같은 돈을 나누는 데 있지 않고 지역 스스로 성장할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국방 예산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첨단전쟁에 대응하려면 국방비 확대는 불가피할 수 있다. 그러나 병력과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장비와 예산만 늘리는 방식은 생산적 재정과 거리가 멀다. AI·드론·무인체계·정찰위성 등 미래전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낡은 전력과 중복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 확대를 주장할수록 국가채무에 대한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말한 대로 단기적인 재정수치에만 매몰돼 미래투자를 포기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그렇다고 국가채무 증가를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재정 부담은 결국 미래 세대와 연결된다. 지금의 지출이 미래 성장률을 높여 세수 증가로 돌아온다면 빚을 내서라도 투자할 이유가 있다. 반대로 미래 수익을 만들지 못하는 지출을 국채로 충당한다면 다음 세대는 원금과 이자를 함께 떠안는다. 이런 이유에서 재정준칙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기 침체나 대규모 재난, 미래 전략산업 투자처럼 재정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한 유연성을 허용하고 평상시에는 국가채무와 재정적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외를 인정할 때도 이유와 기간, 정상화 계획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순리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손발을 묶는 장치로만 볼 일이 아니다. 평소 원칙을 지켜 신뢰를 쌓아야 위기 때 더 과감한 재정정책을 펼칠 여지도 생긴다. 재정의 신뢰와 정책의 유연성을 함께 확보하는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과의 관계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세수를 미래 산업과 청년에 투자하는 구상은 장기투자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일반회계와 기금, 정책금융이 중복되면 전체 재정 규모와 정책 효과를 국민이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어떤 사업을 예산으로 하고 어떤 사업을 기금으로 할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관건이다. 생산적 재정의 성패는 결국 선택과 집중에 달려 있다. 모든 정책의 예산을 늘리는 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미래 성장에 꼭 필요한 분야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되 효과가 낮은 곳에서는 과감하게 거둬들이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인기 있는 사업을 줄이지 못한 채 미래투자만 더하면 재정은 계속 팽창한다. 반대로 국가채무 숫자를 지키는 데만 집중해 필요한 투자를 미루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 이 두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재정정책의 실력이다.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가 구조조정한 사업을 지역구 이해관계 때문에 다시 살리고 새로운 지출을 얹으면서 재정건전성만 정부 탓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국회 역시 증액 경쟁에서 벗어나 감액과 사업 통폐합에 책임 있게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확장재정은 결국 결과로 평가받는다. AI 경쟁력이 높아졌는지, 청년에게 더 좋은 일자리가 생겼는지, 지역에 기업과 사람이 모였는지, 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이 완화됐는지가 성적표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을 때는 총지출 규모와 함께 이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1만원을 내일의 10만원, 100만원으로 키우겠다’는 생산적 재정의 취지를 현실로 만들려면 투자 성과를 측정하고 실패한 사업을 정리하는 시스템이 먼저 작동해야 한다. 좋은 사업을 새로 만드는 능력만큼 오래된 사업을 끝낼 수 있는 결단도 중요하다. 재정은 필요한 곳에는 과감해야 하고 효과 없는 곳에는 냉정해야 한다. 지금 한국경제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긴축도, 무조건적인 확장도 아니다. 미래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놓치지 않으면서 국가채무의 지속 가능성까지 지켜내는 정교한 운용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말하는 생산적 재정이 구호인지 새로운 재정운용 원칙인지 판가름하는 첫 시험대다. 신규 투자 규모만큼 기존 지출을 얼마나 덜어냈는지, 투자의 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검증할지, 늘어난 국가채무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미래에 투자한다는 명분은 충분하다. 이제 정부가 증명해야 할 것은 그 돈이 정말 미래를 바꾸는가 하는 점이다.
2026-08-26 09: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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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을 아파트로 채울 것인가
[경제일보] 주택 문제만큼 우리 사회의 감정을 쉽게 자극하는 정책도 드물다. 집값이 오르면 공급 확대를 외치고, 공급 대책이 나오면 개발 논란이 뒤따른다.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늘리자는 주장에도 반대가 있고, 도심의 빈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에도 환경과 역사 보존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그만큼 주택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터전과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용산공원 부지 내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정부·여당이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규제 완화, 도심 공급 방식 등을 놓고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의 정치적 공방까지 겹치면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그 질문은 간단하다.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면서도 용산공원이 가진 역사적·환경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있다면 그것을 찾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용산공원은 평범한 국유지가 아니다. 오랜 기간 외국군이 주둔했던 공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상징성이 큰 곳이다. 서울 한복판에 남은 대규모 녹지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도시의 허파이자 근현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으로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치가 충분하다. 그렇다고 주택이 절실한 청년들의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다. 오늘날 청년들에게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결혼과 출산, 취업과 독립, 삶의 계획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월급만으로 서울에서 안정적인 주거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사회 전체의 미래에 대한 신뢰도 흔들린다.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을 ‘집이냐 공원이냐’라는 이분법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공원을 희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단순하고, 공원은 절대로 손대서는 안 된다는 주장 역시 현실과 동떨어질 수 있다. 도시에는 주거와 환경, 역사와 개발, 현재와 미래가 함께 존재한다. 정책은 이 가치들의 충돌을 조정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더욱이 서울의 주택 문제는 특정 부지 하나를 개발한다고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서울의 집값과 전월세 불안에는 공급 부족뿐 아니라 교통망, 직주근접, 교육, 금융, 세제,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부가 도심의 귀한 땅을 활용한다면 무엇보다 ‘얼마나 많이 지을 것인가’보다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위해 지을 것인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 특히 공공주택 정책에서 숫자 경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몇 호를 공급하느냐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서울 한복판의 비싼 땅에 지은 상징적인 주택 몇 천 호가 아니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이다. 공급 지역과 교통, 생활 인프라, 임대료, 관리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용산공원 주변을 포함한 도심 공급 전략도 보다 넓은 시야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이전 부지, 유휴 국공유지, 철도·차량기지, 저이용 공공시설 부지, 역세권 복합개발 등 도심 곳곳에는 주택 공급과 도시 재생을 함께 추진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기존 주거지의 재건축·재개발을 지나치게 어렵게 만드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개발 가능한 곳을 찾았다고 무조건 아파트를 올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도시의 녹지와 역사문화 자산은 한번 훼손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용산공원처럼 상징성이 큰 공간이라면 개발 여부뿐 아니라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세대 간 형평성까지 따져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정치의 절제다. 주택 공급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반대 의견을 ‘공급을 막는 발목잡기’로 몰아서는 안 된다. 공원 보존을 주장하는 쪽 역시 주거난을 호소하는 청년들을 개발 논리에 희생되는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양쪽 모두 자기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는 순간 합리적인 해법은 사라진다. 특히 국가의 중요한 공간을 놓고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정부는 국가 차원의 주택 공급 필요성을 설명하고, 서울시는 도시계획과 환경에 관한 전문적 판단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두 기관이 공개적인 검증과 협의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독립적인 전문가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용산공원의 역사·환경적 가치와 주택 공급의 필요성을 동시에 평가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와 장기적인 도시계획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신중하게 결정하고, 필요하면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정책은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공원은 한번 훼손하면 복원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반면 청년 주거 문제는 용산공원 하나에 모든 해법을 걸지 않고도 여러 지역과 수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더욱 치밀한 비교와 검토가 필요하다. 동시에 정부는 용산공원 논란을 핑계로 청년 주택 공급을 미뤄서도 안 된다. 청년 주거 안정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도심 곳곳의 유휴부지를 찾아 공급을 확대하고, 역세권 고밀 개발과 재건축·재개발을 합리적으로 활성화하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공급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에는 늘 비용이 따른다. 중요한 것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그 편익을 누가 누리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용산공원을 지키는 것은 과거를 보존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다. 청년에게 안정적인 집을 제공하는 것 역시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다. 따라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갈등 속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다. 용산공원이 정쟁의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청년 주거 문제가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숫자를 앞세운 밀어붙이기도, 보존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무조건적인 반대도 아니다. 청년에게는 집을, 시민에게는 공원을, 도시에는 미래를 남기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정치가 필요하다. 서로 다른 가치가 충돌할 때 한쪽을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의 본령이고 협치의 출발점이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논쟁이 또 하나의 소모적인 정치 싸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서울의 주택 공급과 도시계획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조급함 때문에 도시의 소중한 자산을 잃어서도 안 되고, 공원을 지킨다는 명분 때문에 청년들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과거를 지키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도시정책이고, 지금 우리 정치가 보여줘야 할 상식이다.
2026-08-23 1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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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많고 심장 두근? 단순 더위 아닌 '갑상선 이상'일 수도
[경제일보]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 땀이 많아지고 쉽게 지치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을 단순한 계절 탓으로 넘기기 쉽다. 그러나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데도 두근거림과 손떨림이 지속되고 식사량 변화 없이 체중이 감소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닌 질환 신호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이다. 갑상선은 목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우리 몸의 에너지 대사와 체온,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이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신체 기능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더위를 유난히 타고 땀이 많아지는 것이다.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맥박이 불규칙해지고 손떨림과 함께 불안감, 신경과민, 불면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식욕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했는데도 체중이 감소하는 특징이 있으며 배변 횟수 증가나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량 감소나 주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질환인 그레이브스병이다. 면역체계 이상으로 갑상선을 과도하게 자극해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갑상선 결절이 스스로 호르몬을 만드는 독성결절, 여러 결절이 동시에 작용하는 독성다결절갑상선종, 갑상선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진단에는 혈액검사가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을 조절하는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은 감소하고 갑상선호르몬 수치는 증가한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항체검사와 초음파검사,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갑상선 스캔 등을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비슷한 증상이라도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치료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항갑상선약물 치료가 가장 흔하게 사용되며 필요에 따라 방사성요오드 치료나 갑상선 절제술이 고려된다. 특히 약물 치료 중에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고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약물 부작용이 있거나 재발한 경우 갑상선이 크게 비대해진 경우에는 다른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생활습관만으로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족력이 있거나 갑상선 질환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 갑상선 결절이나 갑상선종이 있는 사람, 출산 이후 여성 등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요오드가 많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이나 해조류 농축 제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김경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피로나 더위로 인한 증상과 유사해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부정맥, 심부전, 골다공증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유 없는 체중 감소나 지속적인 두근거림, 손떨림이 나타난다면 조기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6-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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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국가 대개혁으로 완성된다
[경제일보] 국가의 선진화는 국민소득이나 수출액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면 선진국이라 부르기 어렵다. 교육이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정치와 언론이 신뢰를 잃는다면 그 또한 선진국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1년을 맞아 성장과 AI 국가전략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그 성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국가 시스템의 대개혁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과 배터리, 문화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사회 내부를 들여다보면 법치에 대한 불신과 교육 격차, 저출산과 지방소멸, 정치적 양극화, 언론 신뢰 하락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국가 운영의 기본질서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바로 세워야 할 것은 법치주의다. 법치는 강한 처벌을 뜻하지 않는다. 권력자와 일반 국민,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당과 야당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법치의 본질이다. 수사와 재판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흔들린다는 인식이 퍼지면 어떤 개혁도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수사기관 개편도 기관의 권한을 나누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검찰과 경찰, 중대범죄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책임선을 분명히 하고 부실 수사를 바로잡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권한 남용은 통제하되 범죄 피해자가 기관 간 떠넘기기의 희생자가 돼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의 성적표는 조직을 몇 개 만들고 없앴는지가 아니라 억울한 사람을 줄이고 범죄에 더 정확하게 대응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법치는 정부와 공공기관에도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잘못된 정책과 행정 오류를 감추지 않고 기록과 과정을 공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독립기관의 독립성도 외부 감시를 피할 권리가 아니다.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에서 벗어나 법과 절차를 지킬 책임이다. 기본적인 절차와 상식이 무너지면 국민은 결과가 옳더라도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교육개혁은 국가 대개혁의 두 번째 축이다. AI 시대에는 지식을 얼마나 많이 외웠는가보다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AI 보편교육과 지방대학 육성을 2026년 교육정책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고, 전문대학과 지역 산업을 연결하는 AI·디지털 전환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모든 대학생을 위한 AI 기본교육과정과 초·중등 AI 중점학교도 늘리고 있다. 방향은 맞지만 숫자 확대만으로 교육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AI 교육을 몇 시간 이수했는지, 교육과정을 몇 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학생이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산업현장에서 실질적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고급 연구자와 현장 엔지니어, 일반 시민의 교육 목표를 구분하고 교사의 역량도 함께 높여야 한다. 교육부가 2029년까지 AI 교육 담당 교원 1만명 연수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육개혁은 입시제도 몇 가지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대학 서열과 수도권 집중, 학령인구 감소, 산업 수요와 교육과정의 불일치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지역 대학을 지역 산업·연구기관·기업의 중심으로 키우고 학생이 지역에서 배우고 취업하고 창업하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학이 무너지면 지역의 청년과 기업, 의료와 문화도 함께 사라진다. 저출산과 지방소멸 대응도 현금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출산지원금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돌봄과 교육,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방을 떠나는 이유도 애향심 부족이 아니라 일자리와 교육·의료·문화 기회의 격차 때문이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세제 지원과 지역 성장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 건물과 보조금만 내려보내서는 사람이 남지 않는다. 지역별 주력산업과 대학, 금융, 교통, 의료를 묶어 생활과 일자리가 함께 유지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 정책 역시 부처별 사업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거와 고용, 보육과 교육을 하나의 생애주기 정책으로 묶고 정책 효과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효과가 낮은 사업은 정리하고 일·가정 양립과 주거 안정처럼 실제 출산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언론개혁의 핵심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허위정보와 조작 콘텐츠, AI 딥페이크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가짜뉴스 대응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정치권이 진실과 거짓을 직접 판정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비판 언론을 위축시킬 수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가장 강한 대응은 신속한 팩트체크와 투명한 정보 공개, 정정 보도의 실효성 강화다. 플랫폼에는 조작 콘텐츠의 표시와 확산 경로 공개, 광고 수익 제한 등의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언론사도 오보를 작게 정정하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만 늘리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오보의 자유가 아니며, 신뢰를 잃은 언론은 권력을 감시할 힘도 잃는다. 정치개혁은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여야가 상대를 국정의 경쟁자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여기는 정치에서는 장기적인 국가전략이 나올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 부동산, 에너지와 산업정책이 뒤집히면 기업과 국민은 미래를 계획할 수 없다. 협치는 야당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도, 여당의 국정과제를 무조건 통과시키는 것도 아니다. 국가적 과제에는 최소한의 장기 합의를 만들고 쟁점 법안은 충분한 숙의와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국회의 속도가 느린 것은 문제지만 다수 의석을 앞세워 토론을 생략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효율이라 할 수 없다. 집권당은 야당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지지층에게 박수받는 선명한 구호보다 실행 가능한 정책과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재원과 실행계획을 갖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협치는 양보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국가적 손실을 줄이는 정치 기술이다. 국가 대개혁의 바탕에는 기본원칙과 상식의 회복이 있어야 한다. 잘못했으면 인정하고, 약속했으면 지키며, 공적 권한을 사익에 사용하지 않는 것은 거창한 개혁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본이 무너졌기 때문에 국민은 정치와 행정, 사법과 언론을 불신한다. <논어>에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뜻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이 나온다. 국가 경쟁력의 가장 깊은 뿌리는 기술도 자본도 아닌 신뢰다. 법이 공정하다는 신뢰, 노력하면 기회를 얻는다는 신뢰, 정부와 언론이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는 신뢰, 정치가 최소한의 약속은 지킨다는 신뢰가 있어야 국민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협력한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가 경제성장률 몇 프로 성장만으로 평가돼선 안된다. 법치와 교육, 인구와 지역, 언론과 정치의 낡은 구조를 얼마나 바꿨는지가 더 오래 남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인고의 과정이다. 이재명 정부의 남은 임기는 경제성장률 몇 퍼센트만으로 평가돼서는 안 된다. 법치와 교육, 인구와 지역, 언론과 정치의 낡은 구조를 얼마나 바꿨는지가 더 오래 남는 성적표가 될 것이다. 개혁은 구호를 외치는 일이 아니라 저항을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결과에 책임지는 일이다. 선진국은 잘사는 나라를 넘어 시스템을 믿을 수 있는 나라다. 교육이 미래의 기회를 만들고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며, 언론이 사실을 지키고 정치가 차이를 조정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완성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국가 대개혁의 청사진과 우선순위, 실행 일정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성장과 AI 전략의 성공도 결국 기본과 원칙, 상식이 살아 있는 국가에서만 가능하다.
2026-08-06 15: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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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절벽' 해소하려면 입주 날짜부터 밝혀라
[경제일보] 주택 공급 대책이 나올 때마다 수십만호, 백수십만호라는 숫자가 등장한다. 인허가를 늘리고 착공을 앞당기며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따라붙는다. 발표문만 놓고 보면 몇 년 뒤에는 집이 넘쳐날 것 같다. 그러나 집을 구하는 서민이 마주하는 현실은 딴판이다. 들어갈 집은 줄고 전셋값과 월세는 오르는데, 주택 당국은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물량까지 공급 실적으로 내세운다. 집 없는 서민에게 공급은 계획도, 인허가도, 착공식도 아니다. 이삿짐을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집이 공급이다. 어느 지역에 몇 가구가 지어지고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가 빠진 대책은 가장 중요한 내용을 비워 둔 약속이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주택 통계는 발표 숫자와 국민 체감이 왜 다른지를 보여준다. 수도권 분양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 늘었지만 준공 물량은 47.6% 줄었다. 청약을 받은 아파트는 크게 늘었는데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인허가는 8.1% 줄었고 착공도 0.7% 감소했다. 분양은 계약자를 모집했다는 뜻이고 착공은 공사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전세 시장에 집이 나오고 매매 시장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때는 공사가 끝나 입주가 시작된 뒤다. 분양 증가를 공급 회복으로 포장해도 당장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에게 돌아오는 집은 없다. 서울의 사정은 더 답답하다.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 3만7103가구에서 올해 2만5281가구로 줄고, 2027년에는 1만8682가구, 2028년에는 1만3683가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물량은 지난해의 40%에도 못 미친다. 그마저 특정 지역의 대단지에 몰려 있다. 서울 전체 입주 물량만 보면 어느 정도 공급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 아파트가 한 채도 나오지 않는 자치구도 있다. 직장과 학교 때문에 생활권을 쉽게 옮길 수 없는 서민에게 서울 전체 합계는 큰 의미가 없다. 필요한 것은 자신이 사는 지역과 출퇴근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언제 집이 나오는지에 관한 정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35만호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숫자는 크지만 2030년까지 착공한다는 말과 2030년까지 입주할 수 있다는 말은 전혀 다르다. 2030년 말 첫 삽을 뜬 아파트라면 실제 입주는 그로부터 몇 년 뒤다. 토지 보상과 사업 승인, 공사비 협상, 자금 조달이 늦어지면 착공 시점부터 밀린다. 지금 전세계약 만료를 걱정하는 세입자와 출산을 앞둔 신혼부부에게 2030년 착공 목표는 눈앞의 공급이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답은 앞으로 2∼3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 어느 지역에 몇 가구가 실제로 입주하느냐다. 먼 미래의 착공 총량으로 당장의 공급 공백을 덮어서는 안 된다. 주택 당국도 인허가 숫자의 허점을 알고 있다. 인허가를 받고도 사업이 멈추거나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장이 늘자 공급 관리의 무게중심을 착공으로 옮겼다. 인허가 실적만으로는 주택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착공에서 멈출 이유가 없다. 준공과 입주까지 추적하고 공개해야 한다. 공사비가 오르면 시공사와 조합이 다투고, 프로젝트파이낸싱이 막히면 현장이 멈춘다. 도로와 학교가 늦어지면 집을 다 짓고도 입주가 미뤄진다. 이런 위험을 관리하지 않은 채 착공 물량만 발표하는 것은 공급 정책이라기보다 첫 삽을 뜬 횟수를 세는 행정에 가깝다. 공급 대책마다 사업별 입주 예정 연월을 붙여야 한다. 최초 계획과 현재 예상 시점을 나란히 적고, 일정이 늦어졌다면 지연 기간과 원인을 밝혀야 한다. 토지 보상 때문인지, 공사비 분쟁 때문인지, 금융 조달에 문제가 생겼는지, 기반시설이 늦어지는지를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 기관과 정상화 목표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계획 물량을 부풀려 보여주는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전체 건립 가구 수를 모두 새 공급으로 소개해서는 안 된다. 기존 2500가구를 철거하고 3000가구를 짓는 사업이라면 시장에 새로 보태지는 집은 500가구다. 전체 가구 수와 순증 물량, 조합원 몫, 일반분양, 공공임대를 나눠 보여줘야 실제 공급 규모를 알 수 있다.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도 총물량만 발표할 일이 아니다. 지구별·블록별 입주 시기와 도로, 철도, 학교의 완공 일정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집은 완성됐는데 교통망이 열리지 않고 학교가 들어서지 않았다면 주거 공급이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 주민이 입주 뒤 몇 년 동안 불편을 떠안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이 아니라 행정이 일정을 맞추지 못한 결과다. 입주 시계를 공개하면 어느 사업이 멈췄고 어느 기관에서 일정이 지연됐는지가 드러난다. 그동안 착공식은 정부의 성과가 되고 입주 지연은 시행사나 조합의 문제로 남는 일이 반복됐다. 착공 날짜만 관리하고 입주 날짜를 관리하지 않으면 성과는 행정이 가져가고 실패의 책임은 현장에 남는다. 공급 대책은 발표 당일의 박수로 평가받는 정책이 아니다. 몇 년 뒤 약속한 주택이 제때 완공됐는지, 국민이 예정된 날짜에 입주했는지로 성패를 따져야 한다. 일정과 책임자가 공개되지 않은 계획은 늦어져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계획이 된다. 입주 물량이 줄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전세계약이 끝나는 세입자,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 아이가 생겨 더 넓은 집이 필요한 신혼부부다. 매매시장을 대출 규제로 누르면 이들은 전월세 시장으로 밀려난다. 그곳에서도 입주 물량이 부족하면 선택할 집은 줄고 주거비는 더 오른다. 서민에게 주택 공급은 먼 미래의 국가계획이 아니다. 다음 계약 때 올려줘야 할 보증금과 매달 빠져나갈 월세의 문제다. 정부가 5년 뒤 착공 물량을 자랑하는 동안 국민은 6개월 뒤 이사할 집을 찾지 못한다. 이런 현실을 두고 공급 대책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1년, 2년, 3년 동안 실제로 입주할 주택이 어디에 얼마나 나오는지 공개해야 한다. 약속한 일정대로 가는 사업과 지연된 사업을 구분하고, 공급이 비는 지역에는 어떤 대책을 언제 시행할지도 밝혀야 한다. 주택 공급 실적은 장관이 착공식에서 삽을 든 날 생기지 않는다. 집 없는 서민이 열쇠를 받아 현관문을 여는 날 비로소 완성된다. 공급 절벽을 해소하겠다면 더 큰 숫자를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이 믿고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입주 날짜부터 내놓아야 한다.
2026-08-05 09: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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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300만 시대, 지금 필요한 것은 문을 여는 용기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지혜다
대한민국은 이제 '외국인 3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저출산과 초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산업 현장과 농어촌, 돌봄과 서비스업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력은 더 이상 보조 인력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구성원이 되었다. 정부 역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이민청 신설과 이민정책 체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민 정책은 단순히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는 경제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국가의 미래 전략이다. 숫자를 늘리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 안에서 신뢰를 쌓고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민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했다. 일손이 부족하면 외국인을 받아들이고, 산업 현장의 빈자리를 메우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은 노동력만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다. 각자의 언어와 문화, 종교, 생활방식, 가치관을 함께 가지고 온다. 결국 이민정책은 노동시장 정책인 동시에 문화정책이며 교육정책이고 지역공동체 정책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경험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민 자체가 사회 갈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사회 통합이 갈등을 키운다는 사실이다. 언어 장벽이 방치되고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단절되며 서로를 이해할 기회가 부족할 때 오해와 편견은 쉽게 증폭된다. 반대로 체계적인 적응 교육과 공정한 법 집행, 주민 간 지속적인 소통이 이루어진 곳에서는 다양한 문화가 지역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우리 사회 역시 이제는 '다문화 수용'과 '사회 통합'을 같은 무게로 바라봐야 한다. 외국인 주민에게 한국 사회의 언어와 법질서, 생활문화를 이해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 동시에 기존 국민들도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서로를 존중하는 시민의식을 키워야 한다. 통합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적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존의 또 다른 전제는 공정한 법치다. 법은 국적과 출신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불법 체류나 범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성실하게 일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외국인에게는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원칙 있는 법 집행은 배제가 아니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늘리는 일이다. 외국인 밀집지역을 방치하기보다 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문화센터와 도서관, 체육시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학교와 마을 단위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서로 얼굴을 알고 대화를 나누는 공동체에서는 막연한 두려움보다 이해와 신뢰가 자란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여러 부처에 분산된 이민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입국 이전부터 정착, 취업, 자녀교육, 귀화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역별 산업 수요와 정주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이민정책을 추진해 특정 지역에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도 예방해야 한다. 아울러 이민정책은 정부만의 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 수용 규모와 속도, 필요한 인력의 분야, 사회통합 정책 등에 대해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감 없는 정책은 쉽게 갈등으로 이어지지만, 충분한 설명과 참여를 바탕으로 한 정책은 공동체의 신뢰를 키운다.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단일문화 사회라는 과거의 인식에 머물 수 없다. 그렇다고 다양성만을 강조하며 사회 통합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다양성과 공동체는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두 축이다. 외국인 300만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새로운 기회다. 중요한 것은 문을 얼마나 크게 여느냐가 아니라, 그 문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 기존 국민과 함께 같은 규칙을 존중하며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회를 설계하는 일이다. 성숙한 이민정책은 인구 감소를 보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문화가 신뢰 속에서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서 비로소 그 가치를 완성한다.
2026-08-04 17: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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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8월부터 IRP 수수료 전면 면제 外
[경제일보] 삼성생명이 다음달 1일부터 모든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의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개편은 가입 시점이나 가입 채널, 적립금 규모와 관계없이 적용된다. 비대면뿐 아니라 대면 채널을 통해 가입한 고객도 별도 조건 없이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은 확정기여형(DC)과 IRP 중심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확대되는 데 맞춰 가입자의 운용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제도를 개편했다. 수수료 면제 시행과 함께 신규 가입 및 타사 IRP 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도 진행한다. 다음달 1일 이후 IRP 계좌를 신규 개설하거나 다른 금융사에서 적립금을 이전한 고객에게 조건에 따라 모니머니를 지급한다. IRP를 신규 개설하고 1만원 이상 납입하면 1만원 상당의 모니머니를 제공한다. 납입금액이 1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이면 1만원, 1000만원 이상이면 2만원 상당을 추가 지급한다. 삼성생명의 올해 2분기 말 IRP 직전 1년 수익률은 원리금비보장형 61.34%, 원리금보장형 4.61%를 기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DC·IRP 시장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가입자가 상품 선택부터 운용 상담, 수익과 비용까지 전 과정에서 체감하는 실질적인 효용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수수료 부담은 낮추고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는 강화해 고객의 안정적인 은퇴 준비를 돕겠다"고 말했다. ◆ 한화생명,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인재 후원…2년째 지원 한화생명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2026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 인재 후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협약에는 한화생명과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가 참여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제정보올림피아드 국가대표의 교육과 대회 참가를 지원한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만 20세 미만 청소년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을 겨루는 국제대회다. 한화생명은 국가대표단의 오프라인 합숙교육과 국제대회 참가를 지원한다. 대표단은 다음 달까지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연수원에서 합숙교육을 진행한 뒤 오는 8월 9일부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4명이 전원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1992년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 처음 참가한 이후 처음 나온 성과다. 한화생명은 대회 출신 선후배와 교사, 교육 관계자가 참여하는 교류 프로그램도 마련해 정보과학 인재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중원 한화생명 경영지원부문장은 "미래를 이끌 정보과학 인재가 세계 무대에서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며 "학생들의 교육 기반을 다지는 사회공헌 활동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KB라이프생명사회공헌재단, 'KB라이프 소셜랩' 1기 성과보고회 개최 KB라이프생명사회공헌재단이 30일 서울 강남구 KB라이프타워 KB스타홀에서 'KB라이프 소셜랩(Social Lab)' 1기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고 31일 밝혔다. 'KB라이프 소셜랩'은 생명보험업과 연계된 사회문제를 청년의 시각으로 발굴하고 해결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청년 참여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올해 1기에는 생명·시니어·돌봄을 주제로 총 6개 팀, 대학생 29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지난달 24일부터 약 5주간 10회의 교육 세션과 사회문제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성과보고회에서는 △청년 평생 돌봄제공자의 심리적 고충과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복귀 △경계선 지능인 학생의 교육 소외 △위기임산부의 출산·양육 △요양시설 거주 노인의 정서적 빈곤 △고령층의 주거 선택 자율성 저하 등 6개 주제를 다룬 'KB 소셜랩 리포트'를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현장 인터뷰와 전문가 특강·멘토링을 통해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정책과 기업, 시민사회 차원의 해결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참가 학생 29명 전원에게 수료증도 전달됐다. 박민하 KB라이프생명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는 "KB라이프 소셜랩은 청년들이 사회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며 "1기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실제 사회 변화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31 17: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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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 중복 앞두고 임직원·협력업체에 삼계탕 지원…폭염·장마 안전관리 병행
[경제일보] 부영그룹이 임직원과 현장 근로자, 협력업체 직원에게 삼계탕을 지급하고 전국 사업장 안전점검을 진행했다. 폭염과 장마가 겹치며 건설현장 안전관리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직원 복지와 현장 안전을 동시에 챙기는 행보다. 부영그룹은 중복을 앞두고 그룹 임직원과 전국 현장 근로자, 관리소,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삼계탕 5920세트를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지급 규모는 약 6600만원 상당이다. 부영그룹의 삼계탕 지급은 지난 2006년부터 이어온 사내 복지제도다. 올해도 현장 근로자와 관리소 직원, 계열사 임직원뿐 아니라 5000여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까지 지급 대상에 포함했다. 임직원 복지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4부터 직원 자녀 1명당 출산장려금 1억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한 사내 복지 정책이다. 이 밖에도 주택 할인, 자녀 학자금 전액 지원, 직계가족 의료비 지원, 자녀수당 등 생애주기별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건강과 자기계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식사와 간식 지원, 어학 비용 지원, 리조트·골프장 지원 등을 통해 임직원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장 근로자의 체감도가 높은 복지와 생활 지원을 병행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여름철 현장 안전관리도 강화했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장마철을 맞아 ‘용산 한강로3가 신축현장’을 포함한 전국 건설현장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장마철 대비 안전관리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대상에는 용산 한강로3가 신축현장, 뚝섬부영복합빌딩, 소공동 부영호텔 등 건설현장과 영업·관리소, 레저사업장이 포함됐다. 회사는 장마철 재해예방계획 수립 여부와 취약 요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이행 상황, 안전보건관리 기술 사항,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이행 사항 등을 살폈다. 특히 올해 장마는 국지성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날 가능성이 큰 만큼 온열질환, 지반 약화, 감전, 자재 낙하 등 현장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집중호우 이후에는 지반 침하와 가시설물 변형, 전기 설비 이상 여부 등을 즉시 확인해야 하는 만큼 현장별 대응 체계도 점검했다. 부영그룹은 전문 안전관리부서를 중심으로 전 임직원 대상 안전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번 여름철 장마기는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와 폭염이 빈번하게 발생해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며 “사전 점검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중대재해 없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2026-07-23 09: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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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이 버림받는 나라,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경제일보] 지난 6월 전국에서 청약통장 10만여개가 사라졌다. 하루 평균 3300개꼴이다. 2022년 6월 2859만9279명까지 늘었던 가입자는 올해 6월 2583만4034명으로 줄었다. 4년 동안 276만명 넘게 청약 대열에서 빠져나갔다. 금융상품 하나의 인기가 떨어진 정도로 넘길 일이 아니다. 청약통장은 오랫동안 무주택자가 국가의 주택정책을 믿고 가입한 통장이었다. 당장 집을 살 돈이 없어도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넣고 무주택 기간을 견디면 언젠가는 새 아파트를 마련할 기회를 얻는다는 약속이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없어도 오래 일하고 꾸준히 저축하면 내 집에 다가갈 수 있었다. 청약제도는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 시간을 자산으로 바꿔주는 장치였다. 국가는 통장을 만들고 기다리라고 했다. 국민은 10년, 20년씩 돈을 넣었다. 지금 청약통장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6165만원이었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공급면적을 33평 안팎으로 잡으면 평균 분양가가 20억원을 넘어선다. 분양가의 10%만 계약금으로 내도 2억원이다. 중도금과 잔금까지 치르려면 평범한 직장인의 근로소득과 저축만으로는 부족하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가입 기간을 따진다. 실제 입주는 현금 동원 능력이 결정한다. 통장을 오래 유지하고 높은 점수를 받아 당첨돼도 분양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계약을 포기해야 한다. 청약통장이 있던 자리를 부모의 재산이 차지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년 넘게 납입해도 당첨 가능성은 낮고 당첨돼도 살 수 없다. 손에 잡히지 않는 기회를 위해 계속 돈을 묶어두는 편이 비합리적인 선택이 됐다. 장기 가입자까지 통장을 깨는 현상은 청약제도의 효용이 무너졌다는 경고다. 서울의 당첨 문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당첨 가점은 65.81점이었다. 2023년 56.17점, 2024년 59.68점에서 해마다 뛰었다. 일반적인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은 69점이다. 평균 당첨선이 최고점과 불과 3점 차이로 붙었다. 미혼 청년과 결혼 초기 신혼부부는 가점제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부양가족이 적고 무주택 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을 권하면서 청약 점수표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과 막 가정을 꾸린 부부를 뒤로 밀어낸다. 특별공급 유형을 늘려도 공급 물량이 부족하면 경쟁자의 줄만 나뉜다. 신혼부부, 생애 최초, 다자녀, 노부모 부양, 신생아 특별공급을 계속 덧붙였지만 살 집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공급 부족의 책임을 자격 기준 개편으로 가려온 셈이다. 추첨 물량을 늘려도 분양가가 20억원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이 계약한다. 가점에서 추첨으로 선정 방식을 바꿔도 입주 문턱은 그대로 남는다. 청약제도는 당첨자를 정할 뿐 당첨자가 집을 살 수 있게 해주지 않는다. 공공분양에서도 자금력이 점수로 바뀌었다. 정부는 2024년 11월 청약저축 월 납입 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올렸다. 납입총액으로 당첨 순위를 정하는 공공분양에서는 매달 25만원을 넣어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월 10만원과 25만원의 차이는 1년에 180만원이다. 10년이면 1800만원이다. 월세와 생활비, 학자금 대출을 감당하는 청년에게 매달 25만원은 결코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저축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를 돕기 위해 만든 제도가 돈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서울과 지방의 청약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92.6대 1에 달했다. 울산과 부산, 강원, 전남, 제주 등에서는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한 단지가 이어졌다. 서울에서는 100명 가까이 줄을 서야 한 명이 당첨된다. 지방에서는 청약통장을 쓰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집이 남는다. 서울의 청약통장은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복권이 됐고 지방의 청약통장은 쓸 곳을 찾기 어려운 통장이 됐다. 서울의 높은 경쟁률을 청약제도의 인기라고 내세울 수도 없다. 수백 명 가운데 한 명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돌아가는 구조는 정상적인 주택 공급시장이 아니다. 필요한 곳에 집이 부족해 벌어지는 쟁탈전이다. 지방에는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은 집이 쌓였다. 지난 5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5239가구였고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주택은 2만9350가구에 달했다. 상당수가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주택이 부족하고 사람이 떠나는 곳에는 빈집이 늘어난다. 일자리와 대학, 교통망, 의료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태에서 지방에 아파트만 지어 공급 실적을 채운 결과다. 정부의 공급 통계에서는 서울 도심의 한 채와 수요가 줄어드는 지방의 한 채가 똑같이 계산된다. 전국 공급량이 늘었다고 발표해도 서울 출퇴근권의 무주택자가 들어갈 집은 늘지 않는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공급계획서에 적힌 가구 수가 아니라 실제 생활권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이다. 택지를 발표하고 지구를 지정하는 것만으로 주택이 생기지 않는다. 인허가와 착공이 늦어지고 준공이 몇 년씩 밀리는 동안 전셋값과 분양가는 오른다. 주택정책은 발표 물량이 아니라 착공과 준공, 입주 시점으로 평가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대출을 조이고 청약 요건을 손질했다. 공급 부족은 그대로 둔 채 수요자에게 더 높은 문턱을 세웠다. 대출을 줄이면 현금이 많은 사람은 불편을 감수하고 집을 산다. 저축한 돈 2억∼3억원이 전 재산인 무주택자는 시장에서 밀려난다. 투기를 막는다는 규제가 실수요자의 사다리부터 걷어찼다.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시장을 만든 뒤 청약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분양가는 20억원을 넘는데 금융 통로는 막혀 있다. 당첨권만 주고 입주할 길을 닫아놓은 셈이다. 청약제도는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졌다. 혼인 기간, 자녀 수, 소득, 자산, 거주 기간, 세대 구성, 주택 소유 이력을 모두 따진다. 모집공고문은 웬만한 법률 문서보다 어렵다. 한 항목을 잘못 판단하면 부적격 처리를 받고 당첨 기회까지 제한된다. 규칙이 복잡해진 만큼 무주택자의 기회가 넓어졌다면 감수할 수 있다. 현실은 반대다. 규정은 계속 늘었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줄었다. 청약제도 개편은 공급 부족과 고분양가를 가리는 장막이 됐다. 청약통장 금리를 조금 올리고 세제 혜택을 늘리는 처방도 본질을 비껴간다. 청약통장은 예금 이자를 받기 위해 만드는 통장이 아니다. 집을 분양받기 위해 가입한다. 당첨 가능성이 낮고 당첨돼도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데 금리 몇 푼을 더 준다고 국민이 돌아오지 않는다. 청약통장 이탈은 주택도시기금에도 부담을 준다. 청약저축 자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전세자금 지원에 쓰이는 주요 재원이다. 청약제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서민 주거정책을 떠받칠 자금도 줄어든다. 정책 실패가 다시 정책 기반을 무너뜨리는 구조다.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무주택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서울 도심과 주요 일자리 접근성이 높은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줄이고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 공공택지에서는 토지비와 개발이익을 낮춰 분양가를 억제해야 한다. 공공이 조성한 땅에서 민간 시세와 다를 바 없는 가격의 아파트를 내놓고 서민 주거정책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생애 최초 무주택자에게는 소득과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 통로를 열어야 한다. 분양가와 대출한도가 따로 움직이면 청약시장은 현금 부자의 시장으로 남는다. 가점제도 현재의 가구 구조에 맞게 고쳐야 한다. 1인 가구와 결혼 초기 가구가 가입 기간과 납입 실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물량을 늘려야 한다. 부양가족 수가 적다는 이유로 청년을 사실상 배제하는 제도는 저출산 시대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지방에서는 청약 조건을 다시 손보는 데 그칠 일이 아니다. 미분양을 해소하고 실수요를 만들 수 있도록 산업과 교통, 교육 정책을 주택 공급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사람이 갈 이유가 없는 곳에 아파트만 짓고 청약 미달을 수요자의 선택 탓으로 돌려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대목은 1순위 가입자까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통장을 유지한 사람들이 기다림을 끝내고 있다. 수년간 돈을 넣어온 가입자는 작은 금리 차이 때문에 통장을 깨지 않는다. 당첨되기 어렵고 당첨돼도 살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때 떠난다. 4년 동안 276만명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개인 사정의 합계로 넘길 수 없는 규모다. 청년이 청약통장을 만들지 않고 신혼부부가 서울을 떠나며 장기 무주택자가 통장을 깨는 사회에서는 근로소득보다 상속과 증여가 집의 주인을 결정한다. 집을 가진 부모와 그렇지 못한 부모의 차이가 자녀 세대의 주거와 결혼, 출산까지 갈라놓는다. 국가는 국민에게 통장을 만들고 기다리라고 했다. 국민은 돈을 넣고 무주택 기간을 견뎠다. 그 사이 필요한 곳의 공급은 부족해졌고 분양가는 20억원을 넘어섰으며 현금이 없는 실수요자의 금융 통로는 좁아졌다. 청약통장을 깬 국민이 국가와의 약속을 저버린 것이 아니다. 주택정책이 먼저 신뢰를 잃었다. 276만개의 해지 통장은 정부에 보내는 항의서다. 정부가 읽지 않는다면 다음에 사라지는 것은 청약통장만이 아니다. 일해서 번 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 대한민국 중산층을 만들어온 통로가 함께 사라진다.
2026-07-21 09: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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