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8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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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유배지 청령포의 봄, '이벤트 행정' 아닌 '신뢰 행정'이 지킨다
[경제일보] 영화 한 편이 지방 도시의 운명을 바꿔놓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유배의 땅’을 ‘희망의 땅’으로 되살리는 경우라면 더욱 뜻깊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도 영월 청령포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매표소 일대는 연일 장사진이고, 배를 타기 위한 대기 시간이 두 시간을 넘긴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때 적막하던 강변이 다시 살아 숨 쉰다. 그런데 이 반가운 소식 한켠에 씁쓸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자체가 청령포 일대 음식점 100여 곳을 상대로 대대적인 위생 점검에 나선다는 발표다. 식중독 예방과 가격표시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일정 비율 이상을 ‘식품안심업소’로 지정해 ‘식품안심구역’으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다. 그러나 시점과 방식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관광객이 몰리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평소 위생 관리와 가격 점검을 충실히 했다면, 방문객이 늘었다고 해서 갑자기 특별 점검에 나설 이유가 있었겠는가. 평일에는 느슨하다가 인파가 몰리자 서둘러 칼을 빼 드는 모습은 행정이 상시적 관리 대신 ‘이벤트 대응형’으로 움직여 왔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셈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정치는 바름이다(政者正也)”라고 했다. 행정의 기본은 일관성과 공평성이다. 사람이 많을 때만 엄격하고, 한산할 때는 관대한 것은 ‘정’이 아니라 ‘편의’다. 상인들 역시 주민이다. 그들이 호황을 맞았다고 해서 일시에 집중 단속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이는 보호가 아니라 위축을 낳을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손님을 반기기도 전에 ‘점검 대상’이라는 긴장감부터 안긴다면, 지역 상권은 숨을 고를 틈도 없다. 물론 위생 관리와 바가지요금 근절은 필요하다. 관광지의 흥망은 신뢰에 달려 있다. 조선 후기 한양의 육의전 상인들이 난전을 단속하며 상도의(商道義)를 지키려 했던 것도 결국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신뢰를 잃으면 사람은 떠난다. 1990년대 일부 관광지에서의 폭리 논란이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고 긴 침체를 불러왔던 전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다. 행정은 ‘단속’보다 ‘동행’이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점검보다 사전 교육과 자율 개선을 유도하고, 위반 업소는 계도 후 개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식품안심업소 지정도 서둘러 비율을 맞추기보다, 상인들과 협력해 기준을 공유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점검이 관광객 동선과 겹쳐 불필요한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 영월은 단종의 눈물이 서린 곳이다. 권력의 변덕 속에 어린 임금이 유배됐던 역사는 우리에게 ‘권력의 자의성’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일깨운다. 행정 역시 다르지 않다. 권한은 있지만, 그 행사는 절제되어야 한다. 법과 원칙은 냉정하되, 적용은 따뜻해야 한다. 지금 영월이 필요한 것은 ‘엄포’가 아니라 ‘신뢰의 관리’다. 관광객이 급증한 것은 지역에 찾아온 기회다. 이를 일시적 특수로 끝낼 것인지, 지속 가능한 관광 자산으로 키울 것인지는 행정의 태도에 달려 있다. 상인들에게는 위생과 가격의 자율 준수를 촉구하되, 당국은 상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위기 대응 매뉴얼을 미리 갖춰야 한다. 성수기 이전에 점검을 마치고, 성수기에는 지원과 안내에 집중하는 ‘사전 예방형 행정’이 답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라고 한다. 영월에 찾아온 이 손님들을 다시 돌려보낼지, 단골로 만들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행정이 공평과 상식을 되찾고, 상인과 손잡고 신뢰를 쌓아간다면 청령포의 봄은 길어질 것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점검과 뒷북 대응이 반복된다면, 영화의 흥행이 끝나는 날 사람들의 발길도 함께 끊길지 모른다. 정치는 바름이고, 행정은 책임이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6-03-03 10: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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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를 지키려거든, 조희대는 물러가라
[이코노믹데일리]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길이 예전 같지 않다. 단순한 불신을 넘어, “이 법원이 정말 공정한가”라는 질문이 일상적인 의문이 됐다. 특정 판결 하나에 대한 반발이 아니다. 절차와 태도,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누적된 결과다. 그 중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있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의 사법농단이 외부 권력과의 부적절한 관계에서 비롯된 위기였다면, 지금의 문제는 사법 스스로 정치적 오해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비롯됐다. 부산지법 김도균 부장판사가 내부망에 남긴 글은 그 기류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례적인 절차 운용은 정치적 편향이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고, 이는 법원의 신뢰를 잠식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현직 판사가 최고법원의 재판 방식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장면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내부에서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절차라면, 국민이 선뜻 신뢰하기는 더 어렵다. 논란의 출발점은 전원합의체 회부 과정이었다. 2025년 4월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소부에 배당하자마자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그날 바로 첫 합의기일이 열렸고, 이틀 뒤 두 번째 기일이 진행됐다. 회부 9일 만에 선고기일이 지정됐다. 속도만 놓고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원합의체 회부는 대법원장의 권한이다. 문제는 그 권한을 행사한 맥락과 방식이다. 6만여 쪽에 달하는 기록이 두 차례 합의만으로 충분히 검토됐는지, 연구관 보고와 주심 대법관의 검토가 얼마나 충실히 이뤄졌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청주지법 송경근 부장판사가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도 이 지점이다. 위법 여부를 다투는 차원이 아니라, 최고법원이 스스로 절차적 신뢰를 충분히 확보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최고 사법기관의 판단은 합법이라는 형식만으로 존중받지 않는다. 납득 가능한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왜 그처럼 서둘러야 했는지, 왜 전원합의체라는 중대한 절차를 즉각 가동했는지 국민 앞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침묵은 때로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법 수장의 침묵은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는 태도로 읽힐 위험이 더 크다. 정치권은 곧바로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개혁안의 타당성과는 별개로, 사법 리더십이 정치적 논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현실은 사법부에 부담이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아래에서는 의미 있는 개혁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사법부가 정치적 계산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그 책임을 온전히 외부로만 돌릴 수는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재판의 독립을 강조했다. 법관들에게 헌법만을 믿고 당당히 재판하라고 당부했다. 원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독립은 선언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도자의 태도가 스스로 의혹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그 말은 힘을 잃는다. 공자는 말했다.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기신정 불령이행 기신부정 수령불종)” 몸이 바르면 명하지 않아도 따르고,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해도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독립을 강조해도 설득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5부 요인 오찬 자리에서 사법부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알고 있다는 인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설명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까지는 원칙의 언어가 앞섰고, 구체적 해명은 보이지 않았다.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에 침묵을 택한 리더십은 결국 책임의 문제로 돌아온다. 대법원장직은 개인의 영예가 아니다. 사법부 전체를 상징하는 자리다. 사법개혁 논의가 인물 공방으로 흐르며 제도 설계 논의가 가려지고 있다면, 그 자체가 사법부의 부담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한 사법부 전체의 신뢰도 함께 소모된다. 맹자는 “民為貴 社稷次之 君為輕(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이라 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나라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는 뜻이다. 공공의 신뢰가 흔들릴 때 지도자의 자리는 절대적일 수 없다. 사법 신뢰가 최우선 가치라면, 개인의 임기는 그보다 가볍다. 지금 문제는 판결의 결론이 옳았는지 여부를 넘어선다.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국민적 의문에 충분히 응답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사법부 전체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점이 본질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선택이 조희대 대법원장 앞에 놓여 있다. 논란을 끌고 가며 사법부를 계속 소모시키는 길과, 책임을 짊어지고 결단하는 길이다. 사법부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은 복잡하지 않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의 신뢰를 되살리는 첫걸음이다.
2026-02-20 09: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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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코리아, 사회공헌 캠페인 10년차…"지역 연계 강화"
[이코노믹데일리] 포르쉐코리아가 ‘포르쉐 두 드림’ 사회공헌 캠페인 10년차를 맞아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한다. 20일 포르쉐코리아에 따르면 포르쉐 두 드림은 브랜드 정체성인 ‘꿈’을 기반으로 해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현재까지 총 112억4000만원을 기부하며 총 3만7919명, 139개 단체, 39개 학교를 지원했다. 올해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초점을 둔 ‘파트너 투 소사이어티’에 맞춰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단순 기부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기존 교육, 문화, 환경 분야의 전문성을 심화하고 지역 사회의 연결성을 높인 신규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총 기부금은 18억원이다. 포르쉐코리아는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한층 강화한다. 초록우산과 함께 약 10년간 이어온 실내 체육관 건립 프로젝트 ‘드림 플레이그라운드’를 확장해 친환경 운동장 ‘드림 서킷’으로 발전시킨다. 오는 5월 첫선을 보일 드림 서킷은 업사이클링 소재와 친환경 요소를 적용한 포르쉐 브랜드 콘셉트의 정원으로 조성된다.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놀이와 신체활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문화 분야에서도 파트너십을 확대한다. 한국헤리티지문화재단과의 신규 협업으로, 오는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창덕궁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특별 전시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우리 무형유산의 가치와 한국 고유의 미학을 조명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생태 모니터링을 통해 공원·녹지 생물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민관 협업과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병행해 시민이 참여하는 그린 인프라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도시양봉 프로젝트도 지속 지원한다. 이외에도 포르쉐코리아는 재능 있는 취약계층 및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예체능 및 직업 훈련 분야의 지원을 강화한다. 초록우산과 함께 2018년부터 이어온 ‘드림 업’은 예체능 인재 아동의 꿈을 지원한다. 올해는 프로그램을 한층 강화해 예체능 인재들의 전문성을 심화하는 교육 인프라를 제공한다. 서울문화재단과는 ‘포르쉐 프런티어’ 프로그램을 지속하며 순수 예술 분야 시상식인 ‘서울예술상’을 통해 우수작품 발굴과 공연을 지원한다. 또 사회에 첫 발을 딛는 청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셰어링과 협력해 골프 캐디 전문교육을 제공하고, 교육 이수 후 실제 일자리로 연계해 실질적인 커리어 설계 기반을 마련한다. 마티아스 부세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내년 10주년을 맞는 ‘포르쉐 두 드림’은 한국 사회 곳곳의 꿈을 지원하며 사회적 가치로 확장될 토대를 충실히 다져왔다”며 “브랜드 핵심 가치인 ‘꿈’을 확산시킬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6-02-20 0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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