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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의 국회, '국가의 시간' 아껴야
[경제일보] 국회의 시간과 산업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국회에서 법안 한 건이 한 회기 미뤄지는 것은 단지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면 될 일처럼 치부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변전소 하나, 산업용수 관로 하나, 공장 인허가 하나가 늦어지는 사이 경쟁국에서는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고객사의 공급망이 굳어진다. 정치에는 다음 회기가 있지만 산업에는 놓치면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있다. 22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12월 9일까지 꼭 100일이다. 8·30 개각에 따른 장관 인사청문회, 부동산 정책과 사법개혁 법안, 세제 개편에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원짜리 2027년도 예산안까지 한꺼번에 국회 문턱을 넘는다. 여당은 국정과제 입법과 확장재정을 뒷받침하겠다고 하고, 야당은 ‘입법 독주’와 ‘포퓰리즘 예산’을 막겠다며 벼르고 있다. 충돌할 사안이 적지 않다. 다툴 것은 다퉈야 한다. 세금과 부동산,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법에는 서로 다른 철학과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821조원의 나랏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도 야당이 매섭게 따져야 한다. 다수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도,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시간을 끄는 것도 모두 경계할 일이다. 하지만 모든 법안을 같은 정치의 시계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1년을 미룬 법이 10년의 격차를 만든다’며 반도체·AI·첨단바이오 같은 국가전략기술 관련 입법을 서둘러 달라고 했다. 통상과 대외경제 입법에서는 여야가 ‘원팀’으로 움직이자는 주문도 내놨다. 표현이 다소 과장돼 보일 수 있지만 문제의식은 정확하다. 세계의 기술경쟁은 국회의 의사일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더구나 정부는 내년 예산부터 산업의 속도를 크게 높이겠다고 돈을 걸었다. 2027년도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1조원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피지컬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 인프라·기술개발에 21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 연구개발 예산안도 39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1.2% 늘렸다. 돈만 놓고 보면 한국이 AI와 첨단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문제는 예산의 속도와 법의 속도가 다르면 돈도 기다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만 해도 전력과 용수, 산업단지와 건축 문제를 풀기 위해 전기사업법·수도법·물관리기본법·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건축법 등의 손질이 주요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있어도 전력과 물을 공급할 제도와 시설이 제때 따라오지 못하면 장부 위 투자는 공장이 되지 못한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GPU를 사놓는다고 만들어지는 산업이 아니다. 전력망과 부지, 냉각설비와 인허가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한국 정치의 오래된 습관이 끼어든다. 여야가 크게 충돌하는 법안 하나가 상임위를 붙잡으면 그와 직접 관계없는 법안까지 함께 기다린다. 원내 협상이 틀어지면 본회의 일정 전체가 흔들리고, 서로 상대 당 법안에 조건을 붙이기 시작하면 민생·산업법안도 협상카드가 된다. 정치에는 모든 것을 한 묶음으로 흥정하려는 유혹이 있다. 그 비용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과 기업이 낸다. 공장 착공이 늦어지고, 신규 채용이 밀리고, 기업의 투자금은 해외로 옮겨갈 수 있다. 스타트업은 규제가 정리될 때까지 사업모델을 바꾸고, 지역에서는 산업단지 지정만 기다리다 토지가 묶인다. 법안이 국회 서랍에서 보낸 시간은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국가의 대기시간’도 비용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해야 할 일은 법안을 많이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법은 충분히 싸우고, 어떤 법은 싸움과 분리해 빨리 처리할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여야가 국가전략산업과 민생 인프라에 대해서는 별도의 ‘초당적 신속처리 트랙’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을 남발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정기국회 초기에 합의 가능한 법안을 추려 상임위 심사와 공청회, 법사위 검토, 본회의 처리 시한을 미리 정하자는 것이다. 기준도 까다롭게 세우면 된다. 첫째, 특정 기업이나 계층에 특혜를 주기보다 국가 전체의 산업 기반과 직결되는 법이어야 한다. 둘째, 여야가 정책목표 자체에는 큰 이견이 없고 방법론만 조정하면 되는 법이어야 한다. 셋째, 처리 지연에 따른 경제적 비용과 해외 경쟁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안전·환경·노동권을 속도라는 이름으로 우회하지 않아야 한다. 신속한 입법은 졸속 입법과 같은 말이 아니다. 전력망 건설을 서두른다고 주민의 재산권과 환경 검토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 경쟁력을 이유로 노동기준을 백지수표처럼 풀어주는 것도 곤란하다. 필요한 것은 심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심사의 끝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업과 국민에게 가장 큰 부담은 엄격한 규제 자체보다 결론이 언제 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일 때가 많다. 여당의 책임이 먼저 무겁다.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만큼 ‘속도’를 ‘독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내놓은 법이라고 원안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국가의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1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이 언제나 옳거나 완벽할 수 없다’며 국회의 지적과 대안을 검토해 필요하면 입법과 예산에 반영하라고 주문했다. 여당이 새겨들을 말이다. 야당도 달라야 한다. 정부 정책을 검증하는 것과 정책을 멈춰 세우는 것은 다르다.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송전망이나 AI 데이터센터의 기반시설까지 정권의 성패와 연결해 지연시키면 정권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경쟁국에 뒤처진다. 잘못된 조항을 고치되 필요한 법은 통과시키고, 그 결과를 다음 선거에서 평가받는 것이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이다. 국회는 벌써 대비되는 두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정기국회 첫날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지방자치법·소방기본법 등 여러 법안이 여야 논의를 거쳐 처리된 반면,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법안에서는 여야가 충돌했다. 정치적 이해가 첨예한 법과 합의 가능한 법을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비자’ 심도편에는 ‘법여시전즉치 치여세의즉유공(法與時轉則治 治與世宜則有功)’이라는 구절이 있다. ‘법이 시대와 함께 변하면 다스려지고, 제도가 세상 형편에 맞으면 성과가 난다’는 뜻이다. 2000년도 더 된 문장이지만 기술이 몇 달 단위로 바뀌는 지금의 국회에 오히려 더 절실하다. 법은 산업보다 앞서기 어렵다. 적어도 산업의 발목을 붙잡을 만큼 뒤처져서는 안 된다. 이번 정기국회에는 821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예산보다 더 귀한 자원이 하나 있다. 100일이라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정쟁의 밀도를 높이는 데 쓸 것인지, 대한민국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 쓸 것인지가 국회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여야가 모두 합의하는 법만 처리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민주주의에는 갈등이 필요하고, 때로는 오래 토론해야 할 문제도 있다. 다만 반도체와 AI가 세계시장에서 하루를 다투고 있는데 국회가 정치적으로 결론 내지 못한 다른 문제 때문에 전력망과 산업용수 법안까지 세워두는 것은 민주적 숙의가 아니라 행정적 낭비에 가깝다. 법안 처리 건수 몇 백 건을 자랑하는 국회보다 대한민국이 기다리는 시간을 몇 달 줄인 국회가 더 유능하다. 12월 9일 정기국회가 문을 닫을 때 국민이 보고 싶은 것도 그것이다. 여야가 몇 번 이겼는지가 아니라 공장과 기업, 청년과 지역이 얼마나 덜 기다리게 됐는가. 정기국회 100일의 진짜 경쟁은 법안 숫자가 아니다. 국가의 시간을 누가 더 아껴줬느냐의 경쟁이어야 한다.
2026-09-02 12: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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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내년인데 제도는 아직 '진행형'…가상자산 '선과세' 논란
[경제일보]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면서 이른바 ‘선과세·후제도’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시장의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마련됐지만, 스테이킹과 에어드롭처럼 새로운 투자 방식에 대한 과세 기준이나 손실 이월공제 등 세부적인 과세체계는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산업과 투자자 보호에 대한 제도 정비가 충분히 이뤄진 뒤 과세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7년 1월 1일 이후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소득에서 필요경비를 뺀 뒤 250만원을 공제하고, 초과분에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실질 세율은 22%다. 2027년 거래분에 대한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 이뤄진다. 문제는 법률에 과세의 큰 틀이 정해졌다고 해서 시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 유형까지 정리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스테이킹·에어드롭…새로운 수익은 어떻게 과세하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테이킹이다. 이용자가 가상자산을 맡겨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에 기여하고 보상을 받는 방식인데, 이를 가상자산의 ‘대여’로 볼 것인지, 별도의 보상소득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과세 시점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가상자산 소득과세 관련 검토에서 스테이킹과 에어드롭, 해외 거래소 거래, 과세자료 확보 등을 주요 쟁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스테이킹이나 무상으로 받은 에어드롭 자산에 대해 받는 시점에 소득으로 볼지, 실제 처분할 때 과세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내 제도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를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이런 새로운 수익 유형을 세법이 세밀하게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올해 가상자산 2단계법인 ‘디지털자산법’ 정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거래소 내부통제와 이용자 보호장치 등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 최근에도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 등 일부 쟁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식 설명했다. ◆ 시장은 커졌지만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시장 여건도 과세 논란의 배경이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27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하반기 자료를 보면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으로 상반기보다 8% 줄었고, 일평균 거래규모도 5조4000억원으로 15% 감소했다.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개로 3% 늘었지만, 100만원 미만을 보유한 이용자가 826만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거래소 영업손익도 3807억원으로 상반기보다 38% 감소했다. 시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폭발적 성장’만을 전제로 세제를 설계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시장의 상당 부분이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형성된 상황에서 과세 비용과 신고 부담이 커질 경우 국내 거래소 이용자보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금융위 조사에서 지난해 하반기 국내 거래소의 외부 이전 금액은 107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해외사업자나 개인지갑 등 화이트리스트 대상 이전액은 90조원으로 상반기보다 14% 증가했다. 다만 이 수치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 규모를 그대로 뜻하는 것은 아니며, 거래소에서 외부로 이전된 전체 자산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 ◆ 주식은 폐지했는데 코인은 과세…형평성 논란 기본공제 250만원도 논쟁의 중심이다. 현행 제도는 같은 과세연도에 발생한 가상자산 이익과 손실은 통산할 수 있지만,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기는 결손금 이월공제는 허용하지 않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내 주식과의 형평성도 빠지지 않는 쟁점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돼 일반 개인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장내 매매차익은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 대상이 아니다. 반면 가상자산은 250만원을 넘는 소득부터 과세된다. 자산의 법적 성격과 과세 목적이 서로 다른 만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투자자가 체감하는 과세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실제 관련 토론에서도 가상자산 과세의 핵심은 과세 자체보다 다른 금융자산과의 ‘정합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렇다고 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거래자료 제출 체계와 취득가액 산정 방식 등을 마련했고, 시행 전 보유분에 대해서도 의제취득가액 규정을 두고 있다. 과세의 기본 골격 자체는 이미 법제화돼 있다. 논쟁의 핵심은 과세 여부보다 과세체계의 완성도다. 테이킹·에어드롭·해외거래·개인지갑을 어떻게 다룰지, 손실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지, 250만원의 기본공제가 시장 현실에 맞는지 등을 시행 전에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와 과세 준비를 별개의 문제로 가져가기보다 시장 규율과 세제의 일관성을 함께 정비한다면 과세에 대한 반발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세부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시행부터 강행한다면 납세자 혼란뿐 아니라 국내 거래소와 해외 플랫폼 간 규제 차이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자산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빨리 세금을 걷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가 어떤 거래를 해도 예측 가능한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할 수 있는 체계다. 내년 1월 시행까지 남은 시간은 결국 이 과제를 얼마나 정교하게 마무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08-28 16: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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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정보 믿어도 될까"…KT, 딥페이크·가짜뉴스 교육 나서
[경제일보] AI가 교육 현장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청소년에게 필요한 역량도 단순한 기술 활용법에서 AI가 만든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사용하는 능력으로 확대되고 있다. KT는 대학생 IT 교육 봉사단과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과 학교를 찾아가는 체험형 AI 교육을 확대하며 디지털 교육 격차 해소와 AI 윤리 교육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28일 KT는 부산교육청,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협력해 전날 부산예술중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형 AI 역량·윤리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KT는 이번 교육에서 부산예술중학교의 특성을 고려해 예술과 기술을 결합한 방식으로 구성했고, 학생들은 생성형 AI를 직접 체험하면서 AI를 창작 과정에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동시에 AI의 한계와 윤리적 문제도 함께 학습했다고 설명했다. KT 대학생 IT서포터즈(KIT)는 AI 윤리 교육을 시작으로 생성형 AI 체험, 보드게임, 팀별 미션 등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직접 AI를 활용하고 결과를 비교·판단하도록 구성해 단순한 이론 교육보다 실제 활용 과정에서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동식 AI 체험관 'KT AI 스테이션'도 학교에 설치됐다. 학생들은 생성형 AI 스튜디오와 AI 휴먼 등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딥페이크와 가짜뉴스 판별 콘텐츠를 통해 AI가 만든 정보와 콘텐츠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출처와 진위를 확인하는 방법을 배웠다. 미디어 문해력 교육도 함께 진행됐다. 오후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발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극 '점프X컷'을 관람하고, SNS 등 미디어 환경에서 발생하는 청소년 관련 사례를 소재로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토론을 진행했다. 최근 AI가 이미지와 영상, 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어내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으며, AI 활용 능력과 미디어 문해력을 별개의 역량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I가 생성한 정보인지 여부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정보의 출처와 맥락을 확인하고 결과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교육에는 기술 체험뿐 아니라 대학생 멘토링도 포함됐다. KIT 단원들은 학생들과 학습과 대인관계 등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진로와 디지털 기술 활용에 대한 멘토 역할도 수행했다. KT는 일회성 교육을 넘어 지역과 학교를 대상으로 AI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KIT는 지난달 인천교육청과 협력해 서해5도 대청·백령 지역 중·고등학생 155명을 대상으로 AI 교육과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번달에는 동주중학교와 덕원중학교, 송정중학교, 부산예술중학교 등 부산 지역 4개 학교를 차례로 찾아 교육을 실시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국 8개 교육청과 협력해 349개 학교에 AI 윤리와 디지털 시민교육 등을 지원했다. 교육 인프라나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까지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학교별 디지털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KIT는 KT와 KT그룹희망나눔재단이 선발·육성한 이공계 전공 대학생으로 구성된 IT 교육 봉사단이다. 대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AI 기술을 체험하고 교육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학생들이 또래에 가까운 멘토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KT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지난 2023년부터 협력하며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AI 윤리와 디지털 시민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에 따라 교육 범위를 단순한 기술 체험에서 AI 윤리와 미디어 리터러시까지 넓혀가고 있다. AI 교육이 확대될수록 교육 격차 문제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AI 서비스를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환경뿐 아니라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고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교육 기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T는 향후에도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청소년들이 AI와 디지털 기술을 주체적이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KT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지난 2023년부터 협력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AI 윤리와 디지털 시민교육을 지원해 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민관 협력을 바탕으로 청소년이 AI와 디지털 기술을 주체적이고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8-28 09: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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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누구의 것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병들고 있다. 국회와 정당이 국민의 삶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아니라 진영의 결속을 확인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전쟁터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말은 거칠어졌고 타협은 배신으로 취급된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은 어느 진영을 막론하고 ‘내부 총질’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국민을 대표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을 진영으로 갈라놓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양대 정당의 가장 심각한 병폐는 사당화와 팬덤 정치다. 정당은 본래 다양한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해 정책으로 만들어 내는 민주주의의 핵심 조직이다. 그런데 특정 지도자를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되고 열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의 의사결정을 좌우한다면 정당은 공적 조직으로서의 본분을 잃는다. 당원은 주인이 아니라 지도자를 지키는 동원 세력이 되고, 국회의원은 국민보다 공천권을 가진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우리 편이면 무엇이든 옳고, 상대편이면 무엇이든 틀렸다’는 진영 논리가 정치의 기준이 되는 순간 양심과 소신, 타협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 정책의 옳고 그름보다 누가 주장했는지가 중요해지고 법과 원칙보다 우리 진영에 유리한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정권이 바뀌면 평가가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다. 국민이 정치에 등을 돌리는 것은 정치인들이 싸우기 때문만이 아니다. 싸움의 기준마저 공익이 아니라 진영의 유불리에 있기 때문이다. 강성 팬덤은 이런 구조를 더욱 악화시킨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열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 문제는 비판과 토론이 사라진 자리를 맹목적 추종이 차지하는 데 있다. 지도자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을 배신으로 규정하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으로 몰아붙이는 순간 팬덤은 민주적 참여가 아니라 정치적 압력이 된다. 공천을 둘러싼 당내 권력 구조가 팬덤과 결합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정치인이 다음 선거를 위해 국민보다 당원, 당원보다 강성 지지층을 바라보게 된다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특정 정당 지도자의 대리인이 아니다. 정당의 공천권 역시 특정 개인의 정치적 생존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쓴소리를 배척하는 문화도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정치는 반대가 없는 정치다. 지도자의 주변에 찬성하는 사람만 남고 비판하는 사람은 하나둘 밀려난다면 그 조직은 겉으로는 강해 보여도 내부에서는 이미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박수 부대가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말해 주는 동료다. 당내 소수 의견을 보호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보장하는 것이 정당 민주주의를 살리는 출발점이다. 중도와 무당층을 외면하는 정치도 바뀌어야 한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국민 통합을 말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자기 진영의 결속부터 챙긴다. 상대 진영의 유권자를 설득하기보다 자극적인 언어로 자기 편의 분노를 키우는 것이 더 손쉬운 정치가 됐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자기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설득할 수 있어야 국가를 경영할 수 있다. 보수와 진보 모두 이 원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수는 과거의 영광과 진영적 향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의 활력과 개인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변화의 비용을 분담하는 책임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진보 역시 과거의 이념과 진영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 공정과 정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과 혁신, 노동과 복지를 함께 고민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정치가 회복해야 할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상식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상대의 정책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함이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옳은 주장이면 상대편의 것이라도 인정하는 최소한의 정치적 양식이 필요하다. 정당은 지도자의 것도, 팬덤의 것도, 국회의원의 것도 아니다. 국민의 것이다. 정당의 존재 이유는 권력 획득 그 자체가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제도권 안에서 조정하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다. 정치권은 상대 진영을 향해 손가락질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우리 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상대 당의 지도자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평가했을 것인가. 우리 편의 팬덤이 상대편 팬덤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과연 침묵했을 것인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것에서 정치 개혁은 시작된다. 여의도의 위기는 단순히 정치인의 위기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진짜 위기다. 정치가 국민보다 진영을 먼저 생각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정치권이 지금 버려야 할 것은 상대방이 아니다. 자기편이면 무조건 옳다는 아집과 지도자에게 맹종하는 팬덤, 쓴소리를 배척하는 패거리 정치, 중도와 상식을 가볍게 여기는 오만이다. 국민은 정치의 승패보다 나라의 미래를 보고 있다. 이제 여의도가 그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치가 다시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는 자리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다.
2026-08-27 14: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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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메디칼, 프리미엄 현장진단 초음파 '소노사이트' 2종 판매 外
[경제일보] JW메디칼은 ‘소노사이트(Sonosite) PX’와 ‘소노사이트 ST’의 국내 판매를 본격화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제품은 JW메디칼이 지난 5월 글로벌 현장진단 초음파 기업 후지필름 소노사이트와 국내 총판 계약을 체결한 이후 선보이는 프리미엄 라인업이다. 두 제품은 중환자실과 응급실, 마취통증의학과 등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의료현장에 최적화됐다. 고해상도 영상을 통해 조직과 경계를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감염 관리 설계를 적용해 의료진의 사용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 미국 군사 표준 규격(MIL-STD) 시험도 통과해 극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다. 소노사이트 PX에는 바늘과 혈관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Auto SNP’ 기술이 적용됐다. 바늘과 조직에 서로 다른 주파수의 초음파 펄스를 동시에 송신해 천자 과정에서 바늘의 위치와 궤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JW메디칼은 신제품 출시를 계기로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POCUS 장비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JW메디칼 관계자는 “최신 시각화 기술을 적용한 프리미엄 초음파 장비로 의료현장의 진단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최신 의료장비의 국내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JW메디칼은 JW중외제약 계열사로 초음파와 디지털 엑스레이, CT, MRI 등 영상진단 장비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씨어스, UAE 국가건강검진 사업 본격화…중동 시장 공략 속도 씨어스가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중동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UAE 국가건강검진 사업의 상용화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인접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씨어스는 ‘IFM 2026’에 김성종 CBO 부사장을 비롯한 해외사업 핵심 인력을 투입해 UAE 국가건강검진 스크리닝 사업의 상용화를 추진했다고 27일 밝혔다. IFM은 UAE와 GCC 지역의 가정의학·1차의료 및 예방의료 관계자가 참여하는 의료 컨퍼런스다. 올해 13회째를 맞아 AI와 디지털헬스, 예방의료, 심혈관·대사질환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씨어스는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골드 스폰서로 참가해 공식 컨퍼런스와 전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김성종 부사장은 ‘웨어러블 센서와 의료 AI의 융합’을 주제로 발표하고 웨어러블·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진료 연속성 강화에 대한 패널 토론에도 참여했다. 현지 의료진과 사업 파트너를 대상으로 부정맥 진단 솔루션 ‘모비케어(mobiCARE™)’와 AI 입원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씽크(thynC™)’도 소개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난 5월 퓨어헬스 그룹과 체결한 모비케어 패치 공급계약의 후속 사업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계약 규모는 총 10만5000대, 약 220억원이다. 씨어스는 초도 물량 생산과 현지 공급을 준비하면서 UAE 국가건강검진과 외래 시장을 대상으로 AI 기반 부정맥 진단 서비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씨어스는 UAE 사업을 기반으로 GCC 국가 의료진 및 파트너와의 네트워크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종 씨어스 CBO 부사장은 “이번 IFM을 통해 중동 의료시장에서 씨어스의 기술과 사업모델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며 “UAE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GCC 전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중동을 주요 글로벌 성장축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일동제약그룹, 임직원 물품 1700점 기부…자원순환·장애인 일자리 지원 일동제약그룹이 임직원 참여형 물품 기부 캠페인을 통해 자원 순환과 장애인 일자리 지원에 나섰다. 일동제약그룹은 밀알복지재단과 함께 ‘임직원 물품 기부 캠페인’을 진행하고 1700여 점의 물품을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의류와 잡화, 생활용품, 도서 등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기부해 재판매하는 밀알복지재단의 ‘굿윌스토어’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사용을 통해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 절약과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특히 굿윌스토어의 판매 업무에는 발달장애인 근로자가 참여하며 판매 수익은 이들의 급여와 안정적인 일자리 지원에 활용된다. 일동제약그룹은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사내 캠페인을 진행해 임직원들로부터 1700여 점의 물품을 모았다. 여기에 회사가 300만원 상당의 자사 건강기능식품을 추가로 기부했다. 기부 물품은 분류와 상품화 과정을 거쳐 굿윌스토어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일동제약그룹 관계자는 “사용하지 않던 물건이 다시 가치 있는 물건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구성원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2026-08-27 11: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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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號' 민주당, 민심 일치가 먼저다
[경제일보]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집권여당의 새 대표가 됐다. 지난 17일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종 54.08%를 얻으며 정청래 후보를 꺾었다. 이재명 정부 초대 총리에서 집권당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작동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 이제 청와대와 국회 사이에 섰다. 당청 관계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없이 익숙한 조합이다. 김 대표가 내놓은 첫 메시지도 통합과 민생이었다. ‘먹고사는 문제(Affordability)’, ‘외연 확장(Broadening)’, ‘유능함(Competence)’을 묶은 이른바 ‘ABC 플랜’을 제시했고, 당청 관계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민주당의 언어, 정책, 태도와 문화까지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갈라진 당을 수습하고, 강성 지지층 밖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집권 2년차 여당에 필요한 문제의식이다. 국정의 성패를 놓고 대통령과 여당이 매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권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리 없다. 부동산, 민생, 산업정책, 지역균형발전처럼 정부와 국회의 손발이 맞아야 하는 과제도 산적해 있다. 김 대표가 총리 경험을 살려 정부와 국회 사이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인다면 그것 자체로 국정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당청이 ‘안정된다’는 것과 당청이 ‘한 몸이 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집권당은 대통령의 응원단이 아니다.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추진할 때는 누구보다 강한 지원군이어야 하지만, 민심과 정책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경고음을 울려야 할 조직이기도 하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에는 대통령의 결정을 설명하고 집행하는 사람이 이미 충분하다. 집권당까지 그 역할만 한다면 국민의 불만과 현장의 경고를 권력의 중심으로 전달할 정치적 통로 하나가 사라진다. 여당에는 정부가 갖지 못한 ‘귀’가 있다. 지역구 의원은 시장에서 상인을 만나고,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을 만나며, 기업과 노동자, 자영업자와 매일 부딪친다. 통계가 움직이기 전에 생활물가의 압박을 듣고, 정책 당국이 부작용을 인정하기 전에 현장에서 불만을 접한다. 그 목소리를 걸러내지 않고 대통령에게 전하는 것이 집권당의 중요한 존재 이유다. 김 대표가 말한 ‘창조적 수평 관계’의 진정성은 바로 이 대목에서 시험받을 것이다. 첫 시험대는 부동산이다. 새 지도부 앞에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 보완과 주택 공급 문제가 놓여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세제 문제를 놓고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수정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내 통합과 야당과의 협치 역시 새 지도부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부동산은 특히 청와대의 정책을 여당이 그대로 받아 적어서는 곤란한 분야다. 무주택자에게 집값은 절망의 크기이고, 1주택자에게 집은 생애 가장 큰 자산이며, 청년에게는 월세와 대출이 곧 생활비다. 같은 정책도 세대와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충격을 준다.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여당은 정부보다 먼저 이를 발견하고 수정안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을 당청 갈등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 대통령에게 불편한 말을 하는 것과 대통령의 국정을 흔드는 것은 다르다. 오히려 문제가 커진 뒤 대통령이 직접 수습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집권당의 직무유기에 가깝다. 작은 균열일 때 발견하고 고치는 것이 대통령을 돕는 길이다. 대통령이 듣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은 참모도 할 수 있다. 대통령이 듣고 싶지 않은 민심까지 전달하는 일은 정치적 신뢰를 가진 여당 대표가 해야 한다. 김 대표에게는 그 역할을 할 조건도 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초대 총리였고 대통령과 오랫동안 정치적 신뢰를 쌓아왔다. 김 대표 스스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토론하고, 직언하고, 방패가 되는’ 정당을 말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세 단어의 순서다. 방패가 되기에 앞서 토론하고 직언해야 한다. 직언 없는 방패는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다. 당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과제는 더 선명해진다. 이번 대표 선거에서 김 대표는 54.08%, 정 후보는 45.92%를 얻었다. 최고위원 다섯 자리 가운데 정 후보와 가까운 인사 세 명이 당선돼 지도부 내부의 정치적 색깔도 한쪽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압승한 대표가 모든 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내에서부터 다른 목소리를 조정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김 대표가 내건 외연 확장 역시 말보다 어려운 과제다. 중도층은 ‘중도’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의 삶에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고, 자신과 다른 생각까지 들으려는 정치세력에 움직인다. 핵심 지지층이 박수치는 정책이라도 중산층과 자영업자, 청년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면 다시 살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야당과의 관계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 협치는 야당 요구를 절반씩 받아주는 정치가 아니다. 국가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은 먼저 합의하고, 끝내 합의하지 못한 문제는 다수결로 결론을 내는 과정이다. 여당이 숫자의 우위만 앞세우기 시작하면 국회는 토론의 공간이 아니라 표결의 공간으로 쪼그라든다. 새 지도부를 두고 경색된 여야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 태종 때 위징은 군주가 어떻게 해야 현명해질 수 있느냐는 물음에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 여러 의견을 두루 들으면 밝아지고 한쪽 말만 믿으면 어두워진다)’고 답했다. ‘자치통감’ 당 태종 정관 2년조에 전하는 말이다. 1400년 전 황제에게 필요했던 경계가 민주주의의 대통령에게 필요하지 않을 리 없다. 오히려 권력 주변에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질수록 다른 목소리의 가치는 커진다. 김 대표가 청와대의 뜻을 국회에 전달하는 데만 능하다면 총리에서 당대표로 자리를 옮긴 의미는 크지 않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반대 방향이다. 시장과 골목, 지방과 국회에서 올라온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한다. 때로는 정책의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하고, 때로는 멈춰 다시 보자고 말해야 한다. ABC 플랜의 성패 역시 거기에서 갈릴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를 풀려면 보고서보다 생활 현장을 봐야 하고, 외연을 넓히려면 자기편의 환호보다 반대편의 우려를 들어야 한다. 유능함을 증명하려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능력뿐 아니라 잘못된 정책을 제때 고치는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유능한 집권당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정당이 아니다. 민심이 대통령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정당이다. ‘김민석호(號)’ 민주당이 ‘대통령의 당’을 넘어 국민의 집권당으로 평가받으려면 그 역할부터 증명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을 바란다면 언제나 같은 말을 할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이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당청 일치’보다 어려운 정치이고, 집권당 대표에게 맡겨진 더 무거운 책임이다.
2026-08-18 1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