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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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흔든 'ETF 참사', 감독당국 책임 피할 생각부터 버려라
[경제일보] 연휴 직후 국내 증시가 급락세에 휘말리면서 자본시장이 또다시 깊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단순한 증시 조정이나 투자자의 판단 착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일부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 등을 둘러싸고 대규모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의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고위험 상품이 어떤 검증과 감독을 거쳐 시장에 진입했는지조차 투자자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에는 원칙적으로 자기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자기 책임이라는 말이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까지 면제해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은 금융 상품의 위험을 사전에 걸러내고, 투자자에게 위험이 제대로 전달되도록 감독할 책무가 있다. 시장이 무너진 뒤 “투자자도 위험을 알고 투자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감독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도대체 누가, 어떤 판단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해당 상품의 시장 진입을 허용했느냐는 것이다. 상품 구조의 복잡성과 손실 확대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했는지, 시장 급변 상황에서 어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지 사전에 점검했는지, 일반 투자자가 위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가 제공됐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허술한 심사나 감독상 중대한 과실이 확인된다면 책임자를 가려내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조직 뒤에 숨어 책임을 분산시키거나 “제도상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려 해서는 안 된다. 감독 실패에는 감독 책임자가 책임지는 것이 상식이다. 피해를 본 투자자에게만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위험을 관리해야 할 기관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시장의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 더욱이 금융 시장에서 반복되는 사고마다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점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사고가 터지면 긴급점검을 벌이고, 대책을 발표하고, 제도 개선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감독당국의 대책 발표는 시장에서 아무런 신뢰도 얻지 못한다. 사고 때마다 “유감”을 표명하는 것으로 감독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조사 방식부터 달라야 한다. 상품 하나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승인·심사 과정, 감독 기관의 내부 검토, 거래소와 운용사의 위험관리 체계, 투자자 설명 및 판매 과정까지 전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뿐 아니라 누가 알고도 방치했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왜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는지까지 밝혀야 한다. 책임 소재가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단순한 주의나 경고, 형식적인 인사 조치로 끝내서는 안 된다. 중대한 감독상 과실이 확인된다면 직위와 직급을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금융당국 내부에도 “잘못된 감독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이 선다. 제도 개선 역시 말뿐이어서는 안 된다. 고위험·복잡 금융 상품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고, 시장 충격 가능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상품 출시 이후에도 가격 급변과 유동성 악화, 기초 자산과의 괴리 등 이상 징후를 상시 감시해야 한다. 일반 투자자가 상품 이름만 보고 위험을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면 정보 제공 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제 ‘시장 활성화’와 ‘금융혁신’이라는 명분을 방패로 삼아서는 안 된다. 혁신은 투자자 보호를 희생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할 절대선이 아니다. 신뢰가 무너진 금융시장에서는 아무리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도 금융혁신이 아니라 위험의 외주화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느냐에 있지 않다. 위험을 걸러내야 할 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느냐, 그리고 작동하지 않았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에 있다. 금융당국은 더 이상 책임 회피성 해명이나 땜질식 대책으로 시간을 벌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제도 전면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투자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이번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시장은 금융당국의 감독 능력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무너진 것은 단지 일부 투자상품의 가격이 아니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다. 그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끝까지 밝혀야 한다.
2026-09-29 10: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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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신·보안까지…KBW2026, 디지털자산 '제도권 동맹' 넓힌다
[경제일보] 아시아 대표 디지털자산 행사인 ‘KBW2026 with Upbit’가 금융·통신·보안·인공지능(AI) 기업을 잇달아 파트너로 확보하며 산업 간 협력의 장으로 외연을 넓힌다. 가상자산 거래 중심이던 행사가 결제와 수탁, 자산 토큰화, 보안 인프라를 아우르는 제도권 금융 무대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주최사 팩트블록은 지난 16일 리플, 하나금융그룹, 비티큐(BTQ), 미래에셋자산운용, SK텔레콤, 안랩블록체인컴퍼니를 골드 스폰서로 추가 공개했다. 베니스, 카이트 AI, 수이, 파로스, 그노랜드 등은 실버 스폰서로 참여한다. 앞서 공개된 업비트, 0G, 비트고, 스테이블, 트리아, 고트네트워크 등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프로젝트와 국내 금융·기술 기업이 동시에 포진했다. 금융권 참여는 디지털자산이 투자상품을 넘어 금융 인프라로 이동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과 디지털자산 수탁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6월 온도파이낸스와 협약을 맺고 글로벌X(Global X) 상장지수펀드(ETF)의 토큰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의 주요 과제로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를 검토해 왔다. 리플은 기업·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글로벌 결제와 디지털자산 수탁 인프라를 제공한다. BTQ는 양자내성암호(PQC) 등 차세대 보안 기술을 개발하고, SK텔레콤과 안랩블록체인컴퍼니는 통신·보안 역량을 블록체인 생태계와 연결한다. 디지털자산 서비스의 핵심 과제인 자금 이동, 기관 보관, 해킹 대응을 한 행사에서 다루게 된 셈이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도 주요 의제로 떠오른다. 카이트 AI는 AI 에이전트의 신원·권한·결제를 관리하는 인프라를 제공하며, 베니스는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생성형 AI 플랫폼을 표방한다. 파로스는 실물연계자산과 기관 금융의 온체인화를, 수이는 고성능 레이어1 블록체인을, 그노랜드는 스마트계약 플랫폼을 개발한다. AIP는 정책 교육 파트너로 참여한다. 프로젝트로는 크립토 에이전트 플랫폼 엘사와 밈코인 ‘$TRUMP’도 이름을 올렸다. KBW2026은 오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열린다. 29일에는 기관·금융권 초청 행사인 ‘업비트 인스티튜셔널 서밋(UIS)’이 진행되고, 30일부터 이틀간 메인 컨퍼런스가 열린다. 공식 홈페이지는 3개 무대, 100개 이상의 세션, 300명 이상의 연사 참여를 예고했다. 박위익 팩트블록 대표는 “크립토 네이티브 기업뿐 아니라 금융·자산운용·통신·보안·AI·정책 분야가 함께한다”며 “디지털자산 산업이 기존 금융과 첨단기술 전반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KBW의 성패는 스폰서 숫자보다 이종 산업 간 협력이 실제 서비스와 투자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데 달렸다.
2026-09-17 1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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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안 한 OpenAI도 ETF로 산다…월가, 비상장 AI 투자 장벽 허문다
[경제일보]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OpenAI와 Anthropic에 개인투자자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미국에서 열렸다. 비상장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기업의 가치 변동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ETF에 편입하는 구조다. 그동안 일부 기관과 초고액 자산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글로벌 유니콘 투자가 ETF 시장으로 확산할 경우 미국 자산운용업계의 상품 경쟁은 물론 국내 ETF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일 본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와 Yorkville America의 상품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미국 자산운용사 Yorkville America Equities는 지난달 31일 ‘Yorkville America MANGOS Plus Index ETF’를 출시했다. 티커는 ‘FRUT’이며 NYSE Arca와 NYSE Texas에 상장된다. 총보수는 연 0.50%다. 이 상품이 기존 인공지능(AI) ETF와 다른 점은 포트폴리오 안에 비상장 AI 기업인 OpenAI와 Anthropic을 사실상 투자 대상으로 포함했다는 점이다. ◆OpenAI·Anthropic, 주식 대신 파생상품으로 투자 FRUT의 핵심 투자 대상은 Yorkville America가 이른바 ‘MANGO Companies’로 분류한 6개 기업이다. 메타플랫폼스와 엔비디아, 알파벳, SpaceX, OpenAI, Anthropic이다. 여기에 샌디스크와 마벨테크놀로지, 마이크론, 인텔, 델테크놀로지, AMD, 브로드컴 등 AI 반도체·메모리·데이터센터 관련 기업 7곳을 ‘Parabolic 7’으로 묶었다. 전체 순자산의 최소 80%를 이들 ‘MANGO Plus’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노출하도록 설계했다. 눈에 띄는 것은 OpenAI와 Anthropic을 편입하는 방법이다. 두 회사는 아직 증시에 상장하지 않아 일반 ETF가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일 수 없다. Yorkville America는 이 문제를 퍼페추얼 선물(perpetual futures)과 총수익스왑(TRS)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우회했다. SEC에 제출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OpenAI와 Anthropic에 대한 경제적 노출을 주로 퍼페추얼 선물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직접 비상장주식을 보유할 수도 있지만 두 회사 비상장주식 직접 투자 규모는 합산 순자산의 5% 이하로 제한한다. 퍼페추얼 선물은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파생상품이다. 투자자가 실제 OpenAI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도 OpenAI의 평가가치 움직임을 반영하도록 계약을 설계하면 가격 상승과 하락에 투자할 수 있다. 상품 출시 자료에는 비상장기업에 대한 노출을 주로 스왑 계약을 통해 확보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수 자체에는 OpenAI와 Anthropic을 참조하는 퍼페추얼 선물을 활용한다. 쉽게 말해 ‘OpenAI 주식을 가진 ETF’라기보다 ‘OpenAI 기업가치 움직임에 투자하는 ETF’에 가깝다. 이는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비상장 유니콘 투자의 문턱을 낮추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IPO 기다리지 않는다’…비상장 기업 ETF 시대 열리나 지금까지 개인투자자가 OpenAI나 Anthropic 등 대형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려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이나 사모펀드, 특수목적기구(SPV) 등을 이용해야 했다. 거래 가능한 물량이 제한적이고 최소 투자금액도 높은 경우가 많아 일반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접근이 어려웠다. 그러나 ETF가 비상장기업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증권시장에서 주식처럼 ETF 한 주를 매수하는 것만으로도 비상장기업의 가치 상승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미 비상장 AI 기업을 ETF에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SEC에는 최근 Anthropic을 기초로 한 Direxion의 일일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신고됐고, Tuttle Capital은 SpaceX와 Anthropic 등을 활용한 커버드콜 ETF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Harbor ETF Trust도 OpenAI와 Anthropic을 각각 테마로 한 ‘AI Lab Ecosystem ETF’를 등록했다. ETF 시장의 경쟁축이 기존 상장주식에서 ‘누가 먼저 유망 비상장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상품화하느냐’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당초 일부 자료에서 비상장기업으로 분류됐던 SpaceX는 현재 상황이 다르다. SpaceX는 올해 6월 IPO를 마쳤기 때문에 현재 FRUT에서는 상장기업으로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상품에서 파생상품을 통한 비상장기업 투자라는 의미가 가장 큰 대상은 OpenAI와 Anthropic이다. ◆트럼프 테마 ETF에서 종합운용사로…12개 상품 추가 예고 FRUT를 출시한 Yorkville America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Truth Social 브랜드를 활용한 ETF를 운용하며 이름을 알렸다. ‘America First’ 투자철학을 앞세워 미국 방산과 에너지, 미국 대표기업 등에 투자하는 ETF를 잇따라 내놨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치 테마를 넘어 AI와 디지털자산, 거시경제 등으로 상품군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Yorkville America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약 12개의 ETF를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별도계좌(SMA)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 자산운용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으며 거래는 9월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SEC에 제출된 자료에는 MANGOS Plus ETF 이외에도 2배 레버리지와 2배 인버스 MANGOS 상품, 프리미엄 인컴 상품, 차세대 메모리 ETF, 우주산업 ETF 등 다수의 상품이 포함돼 있다. Yorkville America가 단순한 ‘트럼프 테마 운용사’에서 종합 ETF 운용사로 외연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격…OpenAI ‘진짜 가치’ 누가 정하나 비상장기업 ETF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위험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발견이다. 상장기업은 증권시장에서 매 순간 주가가 형성되지만 OpenAI나 Anthropic 같은 비상장기업은 그렇지 않다. 최근 투자유치 가격이나 비상장주식 장외거래, 기업가치 평가모델 등을 토대로 적정 가격을 계산해야 한다. SEC에 제출된 FRUT 투자설명서도 비상장기업 가격 산정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한다. 비상장기업은 상장사보다 정보공개 의무가 적고 재무·경영정보도 제한적이어서 실제 IPO나 인수·합병 시 실현되는 가치와 파생상품에 반영된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도 문제다. OpenAI나 Anthropic을 기초로 한 퍼페추얼 선물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거래가 충분하지 않으면 ETF가 원하는 가격에 포지션을 만들거나 청산하기 어렵다. 기초기업의 가치와 파생상품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Yorkville America 역시 투자설명서에서 비상장기업을 참조하는 퍼페추얼 선물시장이 기존 상장주식이나 전통적인 선물시장보다 유동성이 낮고 가격 투명성이 떨어지며 변동성이 높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국내 ETF 시장도 ‘비상장 빅테크’ 압력 커질 듯 국내 자산운용업계에도 이번 상품은 관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국내 ETF와 해외 ETF 사이의 상품 규제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도를 잇따라 손질하고 있다. 지난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우량주를 대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도입의 길을 열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ETF 쏠림을 줄이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러나 OpenAI처럼 공식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해외 비상장기업을 기초로 한 파생상품을 국내 ETF가 편입하는 문제는 한 단계 더 복잡하다. 기초자산의 적정가격 산출과 공정가치 평가, 파생상품 거래상대방 위험, 유동성 관리, ETF 기준가격(NAV) 산정 등 투자자 보호와 직결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장기업의 평가가치와 파생상품 시장가격 간 괴리가 커질 경우 ETF 가격이 실제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식 상품을 국내에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기초자산의 가격 투명성과 파생상품시장 유동성, 공시체계 등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미국에서 비상장기업 투자와 ETF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운용업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ETF의 경쟁력은 낮은 보수와 지수 추종 능력에서 갈렸다. 최근에는 레버리지, 커버드콜, 가상자산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며 “이제 월가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아직 상장하지 않은 미래의 초대형 기업을 얼마나 빨리 투자상품으로 만들 수 있느냐’를 놓고 경쟁을 시작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OpenAI와 Anthropic이 상장하기 전에 이미 이들의 기업가치를 사고파는 ETF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ETF 시장의 경계가 다시 한번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6-09-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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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3주체를 다시 짜라 ②소비자편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소비자의 일상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검색과 쇼핑, 금융 상담, 보험 심사, 대출 추천, 콘텐츠 소비, 교육, 의료 상담까지 AI가 개입하는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소비자는 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에 쓰이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도 늘고 있다. 24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소비자의 클릭 기록, 검색 이력, 결제 정보, 이동 경로, 신용 정보, 건강 정보, 소비 패턴 등은 AI 학습과 맞춤형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개인별 추천과 광고, 금융상품, 콘텐츠 노출 순서를 조정하고 있다. AI시대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를 넘어 데이터 제공자이자 알고리즘 판단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AI 확산에 따른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올해 1월 AI 기본법을 시행하면서 의료, 금융, 교통, 원전 등 민감 분야의 고영향 AI에 대해 인간 감독과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AI 모델·시스템 개발자와 제공자가 개인정보 유출, 딥페이크에 따른 인격권 침해 등 새로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AI 프라이버시 리스크 관리 모델’을 공개했다. 금융권의 변화도 빠르다.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핀테크 기업들은 AI 상담, 이상거래 탐지, 신용평가, 맞춤형 상품 추천, 보험금 심사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AI 활용 확대와 함께 설명 가능성, 책임 소재, 소비자 보호 기준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I 상담과 대출심사는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지만, 소비자가 왜 특정 상품을 추천받았는지, 왜 대출 한도나 금리가 다르게 산정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 AI의 핵심은 속도보다 설명 책임”이라고 말했다. AI가 골라주는 시대, 소비자는 더 자유로워졌나 AI 추천 서비스는 소비자의 선택 방식을 바꾸고 있다. 과거 소비자는 상품과 서비스를 직접 비교하고 선택했다. 지금은 플랫폼이 소비자의 검색 기록과 구매 이력, 위치, 관심사를 분석해 상품과 콘텐츠를 먼저 제시한다. 쇼핑몰은 개인별 추천 상품을 배열하고 금융 플랫폼은 맞춤형 대출과 카드, 보험상품을 보여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포털, 뉴스 플랫폼도 이용자의 선호를 기반으로 콘텐츠 노출 순서를 조정한다. 문제는 추천이 편리함을 주는 동시에 선택의 범위를 좁힐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범위 안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가 상단에 노출되는 이유, 추천 기준에 광고나 수수료가 얼마나 반영됐는지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AI 추천은 소비자 편익을 높일 수 있지만 플랫폼이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보여주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정보 비대칭이 커질 수 있다”며 “추천의 편리함과 소비자의 알 권리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는 공짜 원료가 아니다 AI 서비스의 기반은 데이터다. 소비자가 남긴 정보가 많을수록 AI는 더 정교한 추천과 예측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이 늘어날수록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금융, 의료, 교육, 이동 정보처럼 민감한 데이터가 결합되면 개인의 생활 패턴과 경제 상황, 건강 상태까지 추정할 수 있다. 개인정보위가 AI 프라이버시 리스크 관리 모델에서 개인정보 유·노출뿐 아니라 딥페이크로 인한 인격권 침해를 새로운 위험으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AI가 만든 이미지와 음성, 영상은 소비자 피해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투자 사기, 허위 광고, 유명인 사칭, 딥페이크 범죄가 AI 기술과 결합하면 피해 규모와 확산 속도가 커질 수 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기존 개인정보 유출은 계정 탈취나 스팸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AI시대에는 유출된 정보가 음성 합성, 얼굴 합성, 맞춤형 사기 문구에 활용될 수 있다”며 “소비자 보호의 기준도 단순 정보보호에서 신원과 평판 보호로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AI의 편리함 뒤에 남는 설명 책임 금융 분야는 AI가 소비자 권리와 직접 충돌할 수 있는 대표 영역이다. AI가 대출 한도와 금리, 카드 발급 가능성, 보험 가입 심사, 이상거래 탐지, 투자상품 추천에 활용되면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편리한 상담과 빠른 심사는 장점이지만 잘못된 데이터나 편향된 모델이 적용되면 불합리한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AI가 판단했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한도가 줄었는지, 왜 보험 가입이 거절됐는지, 왜 특정 투자상품이 추천됐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AI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하고 사람이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절차도 필요하다. 한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는 “AI가 금융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 수는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AI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충돌할 수 있다”며 “특히 고령층이나 금융 취약계층은 AI 상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별도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약자를 방치하면 AI 격차는 생활 격차가 된다 AI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디지털 취약계층의 문제도 커질 수 있다.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디지털 기기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AI 기반 서비스에서 배제되거나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 점포와 대면 창구가 줄고 모바일 앱과 챗봇 상담이 늘어날수록 이 같은 격차는 금융 접근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AI 학습 서비스는 개인별 맞춤 교육을 제공할 수 있지만 기기와 네트워크, 결제 능력이 부족한 가정은 혜택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다. AI 건강관리 서비스도 스마트기기 활용 능력과 데이터 접근성에 따라 이용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AI시대 소비자 정책이 ‘피해 구제’ 중심에서 ‘역량 강화’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AI 추천과 자동화된 판단을 이해하고 개인정보 제공 여부를 선택하며 부당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시대 소비자는 더 빠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시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 편리함은 공짜가 아니다. 소비자의 데이터가 기업의 수익과 AI 성능을 높이는 원료가 되는 만큼 소비자에게도 정보 접근권과 설명 요구권,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 한 소비자정책 전문가는 “AI시대 소비자 보호의 핵심은 기술을 막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술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데이터 주권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편익은 일부 기업과 플랫폼에 집중되고 소비자는 판단의 객체로 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
2026-07-24 11: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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