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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은 작품처럼, 매장은 전시처럼…아카이브 앱크, '플링' 오감으로 느끼는 법
[경제일보] 16일 햇살이 선명하게 내려앉은 서울 종로구 서촌 골목. 새하얀 외관의 '더 아카이브 앱크 서촌'은 초가을의 밝은 빛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새하얀 외관을 지나 투명색 문을 열고 1층에 들어서자 반투명한 흰 패브릭이 플링백 하나를 둥글게 감싸고 있었다. 천은 바람을 따라 천천히 흔들렸고 중심에 놓인 가방 역시 마치 오브제처럼 시선을 끌었다. 부드러운 양가죽과 힘을 뺀 듯 흐르는 실루엣이 특징인 '플링'의 감각을 제품 설명 대신 공간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플링' 촉감·움직임을 공간으로…제품, 오브제로 연출하다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여성 잡화 브랜드 아카이브 앱크가 이날 서촌에 컨셉스토어 '더 아카이브 앱크 서촌'을 정식으로 열었다. 기존 서울숲 매장이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구매하는 공간이라면 서촌점은 브랜드 정체성과 철학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 이에 대표 상품을 매대에 빼곡하게 진열하는 대신 브랜드 시그니처 라인 '플링'의 촉감·움직임·분위기를 3개 층에 걸쳐 각각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다. 첫 번째 기록의 주인공은 2019년 브랜드 론칭과 함께 출시한 플링백이다. 누적 판매량 약 7만개를 기록한 아카이브 앱크의 대표 상품으로 부드러운 양가죽 소재와 자연스럽게 흐르는 형태가 특징이다. 1층에서는 이 같은 특성을 반투명 패브릭과 바람의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상품 사이에 여백을 충분히 둔 진열 방식은 개별 가방의 색감과 형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공간을 둘러보는 방식도 일반적인 판매 매장과는 달랐다. 제품을 차례대로 살펴보며 이동하기보다 설치물 사이를 걷고 사진을 찍으며 공간 전체를 관람하는 흐름에 가까워 마치 미술관을 연상케 했다. 화이트 톤으로 통일한 내부에는 가방과 액세서리가 장식품이나 작품처럼 배치됐으며 미니멀한 공간과 대비되는 제품의 색과 형태가 자연스럽게 강조됐다. 전시에서 아카이브·라운지까지…보고 기록하고 머문다 계단을 올라 2층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1층이 플링의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면 2층은 브랜드가 제품을 만들어온 과정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존이다. 제품 제작 과정과 브랜드 이미지를 담은 사진이 3개 벽면과 바닥을 감쌌고 천장에는 거울을 설치해 공간이 위아래로 이어지는 듯한 깊이감을 줬다. 한쪽에 마련된 전신거울 앞에서는 방문객들이 연이어 인증샷을 남겼다. 제품을 둘러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간 자체를 배경 삼아 브랜드 경험을 사진으로 기록하도록 한 구성이다. 실제로 기자도 이곳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하며 공간 연출을 직접 체감했다. 3층에서는 '보는 공간'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분위기가 전환된다. 흰색 소파가 놓인 '플링 라운지'에서는 방문객이 원하는 차를 직접 골라 따뜻한 물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현장에서는 DJ 공연과 앰비언트 음악이 이어졌고 아카이브 앱크의 영상이 비치는 대형 직사각형 케이크 등 시각적 요소도 더해져 시각적 재미를 더했다. 가방을 고르는 쇼핑 동선이 아니라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며 브랜드가 설정한 분위기 안에 온전히 머무르는 경험에 가까웠다. 결국 3개 층은 하나의 플링백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1층에서는 플링 특유의 촉감과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2층에서는 브랜드가 축적해온 제작 과정과 이미지를 기록하며 3층에서는 플링이 지향하는 느슨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직접 체류하며 오감으로 느끼도록 했다. 서촌 감성과 맞닿은 '아카이브'…공간 경험이 신규 고객 유입으로 이 같은 성격은 공간 구성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서촌점은 판매 공간을 크게 두는 대신 전시, 아카이브, 라운지에 넉넉한 면적을 배치해 방문객이 층을 옮겨 다니며 브랜드 이미지와 감각을 차례로 경험하도록 설정했다. 전체적으로는 상품 구매를 위한 매장보다 아카이브 앱크가 쌓아온 서사를 따라 걷는 전시형 공간에 가까웠다. 아카이브 앱크가 서촌을 선택한 배경에도 브랜드 경험을 강조한 공간 전략이 반영됐다. 한옥과 현대적인 카페, 로컬숍이 섞여 있는 서촌의 골목과 시간이 쌓인 풍경이 '시간이 흐를수록 축적되는 아카이브'라는 브랜드 콘셉트와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식 개장에 앞서 진행한 사전 팝업에서는 공간 자체가 고객 유입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확인했다. 9월 둘째 주까지 운영한 팝업은 사전 예약 마감률 100%를 기록했으며 누적 방문객은 약 1500명에 달했다. 특히 오프라인 방문객 가운데 약 절반이 브랜드몰 신규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번 첫 번째 테마 'The Archivépke (Fling)'은 오는 12월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서촌점에서는 26FW 신제품인 플링 플랩백과 플링 슬라우치백을 비롯해 매장 한정 상품인 '플링 펜슬백' 4종, 시그니처 장식인 호마이카를 활용한 액세서리 5종을 판매한다. 향후에는 'The Archivépke ( )'의 빈 괄호 안에 새로운 주제와 콘텐츠를 넣어 공간을 계속 바꿔나갈 예정이다. 한 매장을 완성된 형태로 고정하기보다 브랜드가 축적하는 제품과 기록에 맞춰 공간의 내용도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아카이브 앱크 관계자는 "이번 서촌 공간은 아카이브 앱크가 만들어온 디자인과 제품을 기록하고 축적하는 '도큐멘팅(DOCUMENTING)' 개념을 바탕으로 고객이 브랜드 철학을 체류하며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서촌의 고유한 상권 감성과 어우러진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통해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
2026-09-16 15:27:51
세분화된 수요를 브랜드로 육성…코오롱FnC의 '시장 개척법'
[경제일보] 등산을 위해 따로 옷을 산다는 개념조차 낯설던 1973년 코오롱FnC(Fashion & Culture)는 서울 무교동에 코오롱스포츠 첫 매장을 열었다. 산에 오를 때 군복이나 청바지를 입는 경우가 흔했던 시절 전문 등산복과 장비를 선보이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개척했다. 회사는 이후에도 규모가 크지 않은 수요를 상품으로 검증한 뒤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면 독립 브랜드로 육성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바지 한 벌에서 출발한 24/7과 산업현장 종사자를 겨냥한 볼디스트, 전문 낚시웨어 웨더몬스터가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헬리녹스 웨어와 지식재산권(IP)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코오롱FnC의 53년을 관통하는 DNA는 이 같은 '실험'이다. 시장이 충분히 형성된 뒤 진입하기보다 세분화되는 소비 수요를 상품과 브랜드로 구체화하며 사업 가능성을 확인해왔다. 국내 첫 아웃도어에서 트레일러닝까지…53년째 시장 재설계 코오롱FnC의 첫 실험은 회사의 모태인 코오롱스포츠였다. 스포츠와 레저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1973년 전문 등산복과 장비를 내놓은 뒤 국내 레저문화 확산에 맞춰 상품군을 넓혔다. 코오롱스포츠는 장수 브랜드에 머무르지 않고 2019년부터 리브랜딩을 추진하며 상품과 마케팅, 매장 전략을 재정비했다. 상록수 로고와 자연이라는 핵심 정체성은 유지하되 트레일러닝·백패킹 등 새롭게 부상한 아웃도어 수요를 상품과 브랜드 경험에 반영했다. 올해는 트레일러닝을 전문 영역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난 4월 트레일러닝·클라이밍 선수로 구성된 '코오롱 애슬릿'을 창단하고 선수들을 상품 개발 과정의 '필드 엔지니어'로 활용해 실제 활동 데이터를 연구개발(R&D)에 반영하고 있다. 관련 의류·신발·용품도 가을·겨울 시즌까지 확대했다. 상품·아이디어부터 시장 검증…독립 브랜드로 육성 작은 수요를 상품으로 시험한 뒤 브랜드로 키우는 전략은 '24/7'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7년 가을·겨울 시즌 남성복 시리즈 온라인 전용 '24/7 팬츠'로 출발해 누적 4만5000장이 팔리자 2020년 독립 브랜드로 확대했다. 이후 티셔츠와 아우터, 여성복·유니섹스 제품으로 상품군을 넓힌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성수동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오프라인 사업도 강화했다. 이 같은 확장에 힘입어 올해 1~5월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아카이브 앱크도 사내 아이디어를 시장 검증한 뒤 사업화한 사례다. 2019년 슈콤마보니 직원들의 제안으로 가방과 신발을 코오롱몰에서 약 4개월간 시험 판매한 뒤 정식 론칭했다. 대표 상품 '플링백'은 올해 누적 판매량 약 7만개를 기록했고 상품군도 의류까지 확대됐다. 두 브랜드 모두 온라인에서 소비자 반응과 시장성을 확인한 뒤 상품군과 유통망을 확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류 패션 밖에서 찾은 성장축…워크웨어·낚시웨어·업사이클링 사업 영역은 기존 패션 카테고리 밖으로도 넓어졌다. 2020년 선보인 볼디스트는 산업현장 종사자를 주요 소비자로 삼아 실제 작업환경에서 필요한 기능성과 안전성을 제품에 반영했다. 이를 위해 현장 작업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을 의류와 안전화 등에 적용했다. 상품 개발에 참여한 워커 그룹은 2025년 기준 200팀 이상으로 늘었고 2024년 상품 재구매율은 49%를 기록했다. 2024년부터 B2B 사업도 확대하면서 올해 1~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2022년에는 코오롱스포츠의 기능성 의류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 낚시웨어 '웨더몬스터'를 출시해 장비·용품 중심이던 낚시 시장의 의류 수요를 공략했다. 사업화 대상은 특정 소비 수요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2012년 론칭한 래코드는 재고 의류를 활용한 업사이클링을 독립 브랜드로 구축하며 패션산업의 재고 문제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전환했다. 팬덤·IP로 사업 확장…늘어난 브랜드 '옥석 가리기' 최근에는 이미 팬덤을 확보한 외부 브랜드와 IP에 아웃도어·자체 브랜드 운영 노하우를 접목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론칭한 '헬리녹스 웨어'가 대표적이다. 코오롱FnC는 아웃도어 기어 브랜드 헬리녹스의 기술 이미지와 팬덤에 자사의 기능성 소재·의류 제작 역량을 결합해 의류 사업으로 확장했다. 론칭 직후 운영한 첫 팝업스토어에는 11일간 약 6000명이 방문했고 일부 제품은 조기 소진됐다. 이후 오프라인 유통망을 넓혔으며 10일에는 서울 압구정 로데오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독립적인 브랜드 거점도 마련했다. 올해 6월에는 IP 기반 신사업을 전담하는 'V본부'를 사내독립기업 형태로 출범시키며 패션과 IP·콘텐츠 분야의 인력을 배치해 팬덤을 대중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브랜드와 사업이 늘어날수록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영역을 선별하는 판단 능력도 중요해진다. 개발·생산·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고 판매 부진은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런 부담은 지난해 실적에도 반영됐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2964억원, 영업이익은 53.4% 줄어든 75억원에 그쳤으며 패션 소비 위축과 신규 브랜드 도입 비용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주요 사업 회복과 운영 효율화 효과가 나타나며 실적이 반등했다. 2분기 매출은 3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8억원으로 110.7% 늘었다. 아웃도어·골프웨어·남성복 성장에 신상품 판매 확대와 유통 채널 다변화가 더해지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앞으로의 관건은 신규 브랜드 숫자보다 시장성이 확인된 사업을 선별해 장기 성장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라고 해서 유행만 보고 진입하는 것은 아니다. 볼디스트도 50년간 축적한 기능성 의류 제작 역량과 30년간의 유니폼 사업 노하우, 계열사의 고기능성 소재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사업 가능성을 판단했다"며 "헬리녹스 웨어와 IP 신사업 역시 축적한 아웃도어와 자체 브랜드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고객에게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와 상품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1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10 08: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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