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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국감 증인 42명 채택…통신·플랫폼 '보안 책임' 집중 추궁
[경제일보] 다음 달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통신·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와 사이버 침해사고 대응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다. 홈쇼핑 거래관행과 글로벌 플랫폼의 이용자 보호, 방송 현안도 함께 감사대에 오른다. 국회 과방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증인 29명과 참고인 13명 등 42명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출석요구의 건’을 의결했다. 과방위 국감은 10월 6일부터 23일까지 18일간 진행된다. 추가 의결에 따라 명단은 바뀔 수 있다. 10월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는 정보보호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이종현 SK텔레콤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 이상윤 전 KT 정보보안실장, 홍관희 전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SK텔레콤에는 2025년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유심 정보 보호와 피해보상, 정보보호 관리체계 개선 상황을 물을 예정이다. KT와 LG유플러스에는 침해사고 대응과 보안조직 개편 이후 투자·인력 운영, 경영진 보고체계 등을 확인한다. 전직 보안책임자까지 증인으로 부른 만큼 사고 당시 의사결정과 현재 개선조치가 함께 검증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과 서비스 기업 경영진도 대거 명단에 포함됐다. 김진아 메타코리아 대표는 개인정보 침해와 사칭계정 대응 문제로 출석 요구를 받았다. 박수경 듀오 대표와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임한욱 토스페이먼츠 대표, 신용석 토스페이먼츠 CISO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증언대에 선다. 김정훈 우아한형제들 CISO와 브렛 앤서니 매티스 쿠팡 CISO에게는 침해사고 대응과 후속 개선조치를 묻는다. 최주희 티빙 대표와 윤상현 CJ ENM 대표는 티빙 개인정보 침해사고와 고객 보상, 모회사 차원의 보안 투자·감독체계를 놓고 질의를 받을 전망이다. 윤구 구글코리아 사장은 앱마켓 정책과 유튜브 구독료 차이 문제로 채택됐다. 생성형 AI 서비스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가 증인 명단에 올랐다. 10월 12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홈쇼핑과 플랫폼 이용자 보호 문제가 다뤄진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와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에게 판매수수료와 납품대금, 방송 편성·계약조건 등 중소 납품업체와의 거래관행을 확인한다. 마크 리 애플코리아 대표는 긴급구조 시 위치정보 연계 문제로, 오연주 텔레그램 국내담당자와 신창섭 X코리아 대표는 불법정보와 마약류 판매 게시물에 대한 신고·차단 체계와 반복 계정 대응 문제로 출석 요구를 받았다. 통일TV 송출 중단과 YTN 매각, KBS 이사회 구성 등 방송 현안도 감사 대상이다. 10월 13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련 감사에서는 보안과제 반출 의혹을, 15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감사에서는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각각 다룬다. 올해 과방위 국감의 관건은 사고 경위를 재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안 투자와 최고경영진의 책임, 피해자 보호 대책을 구체적으로 끌어내는 데 있다.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2026-09-22 11: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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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지율 43.3%, 민심의 경고음을 들어야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월 3~7일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43.3%, 부정평가는 53.0%로 나타났다. 전주보다 각각 2.6%포인트(p) 떨어지고 2.5%p 오른 수치다. 긍정평가는 4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여론조사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내외 경제 상황과 정치적 사건, 정책 발표 등에 따라 움직인다. 특정 시점의 수치만으로 국정운영 전체를 평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여러 주 연속 하락하고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상당 폭 앞서기 시작했다면 그 흐름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이번 하락세는 단순한 정치적 악재 하나의 결과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봐야 한다. 부동산과 세제 문제, 사법제도 개편 논란, 경제 불확실성이 동시에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별로 서울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 하락폭이 컸고, 연령별로도 60대와 70대 이상, 20대에서 지지율이 내려갔다. 정부가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정책의 방향 못지않게 추진 방식이다. 개혁 과제는 속도가 중요하지만 속도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을 충분한 설명과 조정 없이 밀어붙이면 정책 취지가 옳더라도 국민의 불안은 커질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라는 목표에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세제와 대출, 공급 정책이 자주 바뀌면 국민은 정책 방향보다 다음 규제가 무엇일지를 걱정하게 된다. 실수요자와 장기보유자, 청년층이 정책 변화의 부담을 직접 느낀다면 정부가 아무리 선의를 강조해도 정책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법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권 남용을 막고 수사·기소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수사 공백이나 사건 지연, 범죄 피해자 보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기관의 간판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더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법 시스템이다. 집권 2년 차에는 국정운영의 중심도 달라져야 한다. 출범 초기에는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는 일이 중요했다. 이제는 발표한 정책이 국민의 삶에서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경제성장률이 오르고 수출이 증가해도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고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면 국민이 느끼는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반도체와 AI 산업이 호황을 맞더라도 내수와 고용, 주거와 물가 부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거시경제 지표와 체감경기의 간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의 성과를 만드는 것만큼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왜 지금 이 정책이 필요한지, 국민이 어떤 부담을 져야 하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정책이 실패하거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국민과의 소통은 정책 홍보와 다르다. 반대 의견을 듣고 필요하면 정책을 고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일이 진짜 소통이다. 정부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국민에게 이해를 요구한다면 설명회가 아무리 많아도 신뢰는 쌓이지 않는다. 중도층과 무당층을 향한 메시지도 중요하다. 모든 정부에는 확고한 지지층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특정 정당이나 지지층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설득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지지율이 떨어질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혹은 핵심 지지층만을 더 강하게 결집시키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메시지를 반복하면 단기적으로 정치적 방어막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도층과 무당층이 멀어지면 국정운영의 공간은 오히려 좁아진다. 집권당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 정책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여당의 책임은 아니다. 민심이 정부에 전달되지 않는다면 여당이 먼저 경고하고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 반대로 당내 강경론이 국정의 현실성과 충돌할 때는 당 지도부가 지지층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모두 ‘우리 편이 얼마나 결집했는가’보다 ‘우리 편이 아니었던 국민을 얼마나 설득했는가’를 국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지지층의 힘으로 이길 수 있지만 국정은 국민 다수의 신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지율 43.3%라는 숫자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다음 조사에서 오를 수도 있고 또 내려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 주 연속 이어지는 흐름이 보내는 신호다. 국정운영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는 않았는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정책의 비용과 부작용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경제와 민생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고 중도층까지 포용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논어>에는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도 결국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의 한 단면이다. 신뢰는 강한 메시지나 정치적 동원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정한 원칙과 일관된 정책, 성과와 책임을 통해 쌓인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 집권 2년 차에 들어섰다. 남은 임기는 새로운 정책을 얼마나 많이 발표했는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얼마나 실제로 바꿨는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지지율 하락을 야당의 공세나 언론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몇 번의 여론조사에 흔들려 국정 방향을 수시로 바꿔서도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민심의 경고를 듣되 원칙을 잃지 않는 것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지지층 결집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 설득이다. 집권 2년 차의 성패는 대통령이 얼마나 강하게 밀어붙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국민이 그 정책의 방향과 결과를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
2026-08-11 09: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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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을 막겠다는 법이 진실을 정할 수 있나
[경제일보] 거짓뉴스는 가볍게 퍼진다. 한 줄의 자극적인 문장, 짧은 영상, 출처 없는 캡처 하나면 충분하다. 피해는 늦게 온다. 누군가는 명예를 잃고 누군가는 사업을 잃고 사회는 불신을 얻는다. 허위조작정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말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내일부터 개정 정보통신망법,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 시행된다. 악의적 허위정보 유포에 더 무거운 책임을 묻고, 플랫폼에도 신고 접수와 처리 체계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피해자가 뒤늦게 소송으로 다투는 동안 가해자는 조회수와 수익을 얻는 구조를 그냥 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여기까지는 크게 틀리지 않다. 남은 문제는 적용이다. 거짓을 막겠다는 법은 늘 어려운 질문을 부른다. 누가 허위와 조작을 판단할 것인가. 언제 판단할 것인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할 것인가. 그 판단이 틀렸을 때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법의 취지가 선하다고 해서 집행의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의 취지는 분명하다. 온라인에서 고의로 조작된 정보가 확산되고 피해자가 뒤늦게 소송으로 다투는 동안 가해자는 이익을 얻는 구조를 막자는 것이다. 플랫폼에도 신고 접수와 조치 책임을 묻고 악의적 유포에는 더 무거운 배상 책임을 지우겠다는 내용이다. 피해자 보호만 놓고 보면 필요한 장치다. 문제는 기준이다. 허위와 조작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명백한 합성 사진이나 조작 영상은 구분이 쉽다. 그러나 권력 감시 보도, 기업 내부 제보, 선거 기간 의혹 제기는 다르다. 처음부터 모든 사실이 완성된 상태로 나오지 않는다. 취재는 의혹에서 시작해 반론과 추가 확인을 거치며 사실에 가까워진다. 이 과정의 일부 오류를 허위조작정보로 몰 수 있다면 언론과 시민의 입은 먼저 얼어붙는다. 가장 큰 위험은 권력자와 자본을 가진 쪽이 이 법을 방패로 쓸 가능성이다. 소송은 이기기 위해서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오래 끌기 위해, 취재원을 압박하기 위해, 다음 보도를 망설이게 하기 위해 쓰일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악의적 조작을 막는 칼이 될 수 있지만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는 칼집 없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플랫폼의 역할도 간단하지 않다. 신고가 들어오면 사업자는 삭제, 차단, 노출 제한 같은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한 게시물을 남겨두기보다 먼저 내리는 쪽이 안전하다. 그 순간 판단은 법원이 아니라 플랫폼의 위험관리 부서로 넘어간다. 표현의 자유는 거창한 헌법 문구에서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신고와 민원, 약관과 알고리즘 속에서 조용히 줄어든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법의 취지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경계선을 분명히 긋는 일이다. 명백한 조작과 공익적 의혹 제기를 구분해야 한다. 고의적 유포와 선의의 오류를 나눠야 한다. 권력자와 대기업이 비판 보도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악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 기준이 흐리면 법은 피해자 보호 장치가 아니라 말의 질서를 관리하는 장치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말하려면 사실 확인의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출처 없는 주장, 과장된 제목, 클릭을 노린 단정은 스스로 신뢰를 깎는다. 허위조작정보 규제가 힘을 얻는 이유 중 하나는 언론과 플랫폼이 그동안 정보의 품질을 충분히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원칙은 흔들려선 안 된다. 민주주의는 거짓을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국가가 진실의 최종 판정자가 되는 길도 경계해야 한다. 거짓 정보와 싸우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싸움이 권력 비판과 공익 제보, 불편한 질문까지 움츠러들게 만든다면 민주주의가 치르는 비용은 더 커진다.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은 이제 시행대에 오른다. 성패는 처벌의 강도가 아니라 적용의 절제에 달려 있다. 거짓을 막겠다는 좋은 명분이 표현의 자유를 좁히는 나쁜 선례가 되지 않게 하려면 기준과 절차, 이의제기와 책임을 더 촘촘히 세워야 한다. 필요한 것은 더 큰 규제가 아니다. 거짓을 막되 질문은 살려두는 설계다.
2026-07-06 1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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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연령은 낮추고, 국가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경제일보] 소년범죄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나이는 첫 번째 질문이 아니다. 흉기에 다쳤다면 상처가 남고, 집단폭행을 당했다면 학교에 다시 가는 일부터 두려워진다.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이와 가족에게는 일상이 무너진다. 가해자가 열세 살이라는 사정이 피해의 크기를 줄여주지는 않는다. 현행 형법은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부 심리를 거쳐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송치 같은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형사재판을 받는 것과 같은 무게의 책임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와 가족의 눈에는 법이 가해 소년의 나이부터 살피고, 자신들이 겪은 고통은 뒤로 미루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촉법연령은 낮춰야 한다. 살인과 강도, 성폭력, 흉기 사용, 집단폭행처럼 타인의 생명과 신체를 심각하게 침해한 범죄라면 더욱 그렇다. 보호처분을 받고도 폭력과 절도를 반복하는 소년에게도 마찬가지다. 범행의 결과를 알면서도 타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입히는 행위까지 나이 하나만으로 형사사법의 바깥에 둘 이유는 약하다. 소년에게 성인과 똑같은 처벌을 하자는 뜻은 아니다. 열세 살의 판단력과 책임 능력을 성인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수사와 재판, 형의 집행도 소년의 발달 단계와 회복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책임의 경계는 분명해야 한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누군가의 삶을 어떻게 훼손했는지, 그 행동에 왜 법적 책임이 따르는지를 가르치지 않는 교화는 훈계에 그치기 쉽다. 형벌에는 재범을 막고 사회를 지키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응보 역시 형벌의 중요한 목적이다. 응보는 피해자의 분노를 대신 풀어주는 보복이 아니다. 국가가 범죄의 위법성과 피해의 무게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가해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일이다. 법원이 책임을 선언할 때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일이 사적인 불운이나 아이들 사이의 다툼으로 축소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소년범죄 논의에서는 가해 소년의 성장 가능성과 교화 필요성이 자주 강조된다. 그 원칙은 필요하다. 그러나 가해 소년의 장래를 살핀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상처와 불안을 주변으로 밀어낼 수는 없다. 피해자 보호는 소년사법의 부수적 과제가 아니다. 소년사법이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기준이다. 촉법연령 하향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법의 문턱만 낮춰 놓고 소년을 다시 방치한다면, 제도는 또 다른 실패를 낳는다. 가해 소년은 더 깊은 비행으로 들어가고, 피해자는 계속 늘어난다. 소년분류심사원의 현실은 국가가 소년범죄에 얼마나 임시방편으로 대응해 왔는지를 드러낸다. 지난해 새로 위탁된 소년은 5489명이었다. 4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2025년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460명으로 정원 410명을 넘어섰다. 원칙상 한 달인 위탁 기간도 절반가량이 연장됐다. 심사원은 이미 정원을 넘긴 인원을 안고 돌아가고 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단순히 소년을 머물게 하는 시설이 아니다. 법원이 처분을 정하기 전 가정환경과 학교생활, 또래관계, 정신건강, 중독 문제를 살피고 재비행 위험을 판단하는 기관이다. 심사관이 작성한 분류심사서는 소년의 처분을 정하는 재판부 판단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런데 전국 심사관은 22명에 불과하다. 한 사람이 해마다 250건 안팎을 맡아야 한다. 정신질환과 약물·도박 문제, 가정 해체와 학대 경험, 학교 부적응까지 겹친 소년을 짧은 기간에 파악하고 적절한 처우를 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심사원에 들어오는 소년 세 명 중 한 명이 정신질환을 안고 있다는 현장 진단까지 나온다. 상담과 치료, 교육을 맡을 인력은 부족하고, 심사관들은 사건 처리와 행정 업무, 야간근무까지 감당해야 한다. 심사원 안에서 달라지는 소년도 적지 않다. 규칙적인 생활을 배우고, 끼니를 챙겨 먹으며, 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밖에서 굶거나 약물에 손댔던 소년이 생활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평균 44일의 변화는 심사원 문을 나서는 순간 흔들리기 쉽다. 소년은 다시 가출을 반복하던 집으로 돌아간다. 학교에서는 이미 낙오자로 취급받고, 범행을 함께했던 또래는 연락을 기다린다. 도박과 폭력, 성착취와 마약에 닿는 온라인 공간도 그대로 남아 있다. 심사원에서 재비행 위험을 진단해 놓고도 가정과 학교, 보호관찰소와 지역사회가 뒤를 잇지 못하면 심사 결과는 보고서에 머문다. 재위탁률이 40%를 넘는 현실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심사원에 여러 차례 드나드는 소년이 생기는 이유를 개인의 의지 부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보호관찰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학교 출석이 무너진 소년에게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생활 기반부터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돌볼 여력이 없고, 학교는 손을 놓으며, 보호관찰관은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맡는다. 지역사회 상담기관은 도움을 청하는 소년에게만 문을 연다. 가장 먼저 손을 내밀기 어려운 소년에게 스스로 찾아오라고 요구하는 방식이다. 국가의 관리 실패는 결국 새로운 피해로 돌아온다. 재비행은 숫자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두 번째 폭행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음 겪는 공포다. 가해 소년을 제대로 붙들지 못한 국가는 다음 피해자를 막을 기회도 놓친다. 재범 방지는 가해 소년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가장 현실적인 피해자 보호 정책이다. 촉법연령을 낮춘다면 처벌 뒤의 관리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중대 범죄나 반복 비행으로 보호처분 또는 형사처분을 받은 소년에게는 전담 사례관리자가 필요하다. 보호관찰소와 학교, 지방자치단체, 상담기관이 각자 공문만 주고받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한 명의 담당자가 소년의 출석과 치료, 가정환경, 또래관계, 직업교육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기관을 연결해야 한다. 보호자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부모의 방임과 폭력, 중독과 가정 붕괴가 비행의 배경이라면 소년만 교육해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 보호자 상담과 교육, 필요한 경우 가정에 대한 개입이 병행돼야 한다. 아이를 심사원에 맡긴 뒤 집안은 예전과 다름없이 두고 “다시 잘해 보라”고 돌려보내는 방식은 재비행을 막지 못한다. 학교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재적만 유지한 채 교실에서 사실상 밀려난 소년이 적지 않다. 일반 학교로 돌아가기 어렵다면 대안교육과 직업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수업을 듣지 않고, 일할 곳도 없으며, 집에서도 돌봄을 받지 못하는 소년에게 보호관찰 준수만 요구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이다. 촉법연령 하향은 소년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더 이른 시점에 책임을 가르치고, 그 책임이 다음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가가 더 오래 관리하자는 요구다. 피해자에게는 “당신이 겪은 피해를 법은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해 소년에게는 “나이가 책임을 지워주지는 않지만, 국가는 당신을 다시 범죄로 밀어 넣지도 않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촉법연령을 낮추는 일은 출발일 뿐이다. 심사원에서 44일을 보낸 뒤에도 국가가 소년의 삶을 붙들 수 있어야 한다. 책임을 묻되 방치하지 않고, 피해자를 보호하되 소년의 재기를 포기하지 않는 제도. 그 두 가지를 함께 해내지 못한다면 촉법소년 논쟁은 언제까지나 같은 자리만 맴돌게 된다.
2026-07-05 14: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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