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총 25건
-
-
-
-
-
'잘 사는 집'보다 '잘 쉬는 집'…리빙업계, 휴식을 상품으로
[경제일보] 리빙업계가 휴식과 자기관리 기능을 강화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질을 상품 경쟁력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호텔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생활용품부터 체형과 자세에 맞춘 리클라이너, 일상 속 자기관리를 돕는 웰니스 상품까지 휴식의 범위를 공간 연출·신체적 편안함·컨디션 관리로 세분화하는 모습이다. 18일 유통·리빙업계에 따르면 GS샵, 한샘, JAJU는 각각 프리미엄 리빙, 휴식 가구, 웰니스 상품군을 강화하며 집 안에서의 휴식 경험을 세분화하고 있다. GS샵은 집을 호텔처럼 연출하는 '호텔 라이크 홈(Hotel-like Home)' 수요에 맞춰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큰 비용을 들여 공간 전체를 바꾸기보다 비누·수건·조명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제품으로 집 안 분위기를 바꾸려는 수요에 주목했다. 실제 지난 7월 방송한 이탈리아 프리미엄 비누 'S.A.F 이태리 피렌체 아뜰리에 솝'은 주문액 2억3000만원을 기록해 목표 대비 188.8%를 달성했다. 지난달 판매한 '무엔 뱀부 스킨 타월'에도 한 시간 동안 1000장 이상의 주문이 몰리며 총 주문액이 1억원을 넘어섰다. 프리미엄 리빙 수요는 조명 상품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6월 선보인 '빌레로이앤보흐' 조명은 주문액 2억원을 넘기며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GS샵은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오는 20일에는 A4 용지 크기의 '델리 가정용 금고'를 선보이고 23일에는 독일 프리미엄 조명 브랜드 '솜펙스'의 무선 조명 제품을 판매한다. 단순히 고가 인테리어 제품을 늘리기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소품에 디자인 요소를 더해 집에서도 호텔과 같은 분위기와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GS샵 관계자는 "집에서도 호텔처럼 편안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면서 집안 분위기를 바꿔줄 새로운 인테리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실용성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모두 갖춘 프리미엄 리빙 상품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GS샵이 공간 분위기를 통해 휴식을 제안한다면 한샘은 소파의 착석감과 기능을 세분화해 몸이 느끼는 편안함에 집중했다. 한샘은 전동 리클라이너 소파 신제품 '타임리스'와 '노브'를 출시했다. 2013년 국내 홈 인테리어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전동 리클라이너 소파를 선보인 이후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착석감을 강화한 제품이다. 제품 개발 과정에는 고객 200명이 참여했으며 한샘은 필드 테스트에서 확보한 실제 사용 피드백을 분석해 착석감과 디자인에 반영했다. 최근에는 리클라이너 기능뿐 아니라 일반 소파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외관을 찾는 수요도 고려했다. 두 제품 모두 기존 리클라이너 특유의 부피감과 절개선을 줄이고 로우백 디자인을 적용해 기능성 가구의 이미지를 최소화했다. 사용자의 휴식 자세도 제품 설계에 반영했다. '타임리스'는 소파에 누워 쉬는 상황을 고려해 머리와 목을 받칠 수 있는 낮은 필로우형 팔걸이를 적용했고 '노브'는 허리 라인을 지지하는 일체형 쿠션을 탑재했다. 착석부에는 매트리스에 사용되는 그라데이션 포켓스프링과 고밀도 메모리폼을 조합했으며 한국인 표준 체형을 고려해 좌방석 높이도 조정했다. 여기에 소파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며 개인 시간을 보내는 생활 방식까지 반영해 C타입·A타입 충전 포트를 기본 장착했다. 헤드레스트와 좌방석을 각각 조절할 수 있는 투모터 시스템도 적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자세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샘 관계자는 "미니멀 디자인과 엄격하게 검증된 품질, 한국인 체형에 최적화된 착석감으로 최고 수준의 휴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식 범위는 가구에서 일상적인 자기관리로도 확장되고 있다. JAJU는 추석을 앞두고 덴탈케어·헤어케어·바디케어·스킨케어 등으로 구성한 웰니스 기프트 세트 4종을 선보이며 건강과 자기관리 수요를 생활용품에 반영했다. 매일 사용하는 제품을 선물 상품으로 묶어 일상 속 관리와 휴식을 함께 제안한 것이다. 덴탈케어 세트에는 치약과 칫솔을, 헤어케어 세트에는 샴푸·트리트먼트·헤어오일·두피 마사지기를 구성했다. 라벤더 바디케어 세트는 바디워시·로션·스프레이·샤워볼로 구성했으며 보습 제품과 괄사를 함께 담은 스킨케어 세트도 마련했다. 이처럼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관리용품을 한데 묶으면서 명절 선물 상품군도 먹거리 중심에서 자기관리와 휴식 수요를 반영한 웰니스 제품으로 확장하고 있다. 양치, 샤워, 피부·두피 관리 같은 일상적인 행동을 선물 가능한 웰니스 경험으로 전환한 점도 특징이다. JAJU 관계자는 "실용성과 건강을 모두 고려한 웰니스 아이템을 중심으로 명절 선물세트를 기획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동시에 일상 속 자기관리와 휴식을 선물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6-09-18 10:38:43
-
치약은 "잇몸재생", 화장품은 "보톡스"… 의료제품 거짓광고 무더기 적발
[경제일보] 치약에 ‘잇몸재생’, 화장품에 ‘피부재생’ 등을 내세우거나 의료기기를 해외직구·구매대행으로 불법 유통한 온라인 광고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의 관심과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의약외품·화장품·의료기기의 온라인 광고를 집중 점검한 결과 총 308건의 부당광고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적발된 사이트에 대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차단을 요청하고 관계 기관에는 업체 점검 등을 요청했다.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광고는 의약외품 45건, 화장품 63건, 의료기기 200건이다. 의료기기 적발 건수에는 공산품을 의료기기처럼 광고한 사례 58건도 포함됐다. 의약외품 가운데서는 명절 선물세트에 자주 포함되는 치약제와 구중청량제, 치아미백제의 부당광고가 집중적으로 적발됐다. 치약제는 22건, 구중청량제 17건, 치아미백제 6건 등 모두 45건이었다. 치약 광고에는 ‘잇몸재생’, ‘항염’, ‘편도결석 예방’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구중청량제에는 ‘치주질환 개선’, ‘치아미백’, ‘충치 예방’ 등의 표현이 사용됐다. 치아미백제 광고에서도 ‘치태 개선’, ‘항염’ 등 허가받은 효능·효과를 넘어선 표현이 적발됐다. 피부관리와 안티에이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PDRN 함유 화장품에서도 부당광고가 적발됐다. PDRN은 연어 등 동·식물에서 유래한 저분자 DNA 조각으로 화장품에서는 ‘Sodium DNA’, ‘Hydrolyzed DNA’ 등의 성분명으로 표시된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총 63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44건(70%)은 화장품이 의약품의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사례였다. 일반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인 것처럼 광고하거나 기능성 심사·보고 내용과 다르게 광고한 사례도 8건(12.6%)이었다. 소비자가 제품을 오인할 수 있거나 화장품의 범위를 벗어난 광고는 11건(17.4%)이었다. 적발된 광고에는 ‘피부재생’, ‘노화방지’, ‘항염’, ‘난소호르몬 증가’, ‘세포재생’ 등의 표현이 포함됐다. ‘병원 전용 화장품’, ‘피부과의원 사용제품’처럼 특정 기관이 지정하거나 공인한 제품인 것처럼 표현하거나, ‘보톡스 화장품’, ‘○○주사’ 등 시술을 연상시키는 표현도 부당광고에 해당한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온라인 해외직구와 구매대행을 통한 불법유통 광고가 142건 적발됐다. 주요 적발 제품은 개인용저주파자극기 41건, 부항기 39건, 자동전자혈압계 31건, 의료용자기발생기 31건 등이었다. 의료기기가 아닌 마사지기와 패치 등을 의료기기처럼 광고한 사례도 58건 적발됐다. 공산품 광고에서 ‘통증완화’, ‘허리 혈액순환 촉진’, ‘관절 통증 완화’, ‘류마티스 치료’, ‘관절염 통증 완화’, ‘근육 손상 회복’, ‘손목터널·관절염’, ‘파라핀 치료기’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경우다. 식약처는 의료기기가 아닌 공산품이 질병 치료나 통증 완화 등의 의료적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부당광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소비자들에게 온라인에서 의료제품을 구매할 때 광고에 적힌 효능·효과와 사용 목적이 식약처에서 허가·신고·심사받은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의약외품은 의약품안전나라의 ‘의약품 등 정보검색’에서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기능성화장품은 의약품안전나라의 ‘기능성화장품 제품 정보(심사 또는 보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료기기는 의료기기안심책방의 ‘정보검색’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식약처는 특히 ‘피부재생’이나 ‘노화방지’ 등 의학적 효능·효과를 내세우는 화장품, 허가받은 효능·효과를 벗어나 광고하는 의약외품, 해외직구·구매대행 방식으로 유통되는 의료기기, 공산품을 의료기기인 것처럼 광고하는 제품은 구매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추석 등 특정 시기에 소비가 증가하는 의료제품의 온라인 불법유통과 부당광고를 집중 점검하겠다”며 “소비자가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광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26-09-18 08:55:40
-
미중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른 AI·희토류…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경제일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은 아직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이번 주말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과 희토류, 무역·에너지 등 경제안보 현안이 폭넓게 다뤄질 전망이다. 한국에는 남의 나라 정상회담이 아니다. 미중이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는 현안 하나하나가 한국의 주력 산업과 연결돼 있어서다. AI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고 희토류와 핵심광물은 배터리·자동차·항공우주·방위산업에 들어간다. 미국과 중국의 합의와 충돌에 따라 한국 기업의 투자와 생산, 공급망 전략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는 특히 그렇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이 중국과 AI가 초래할 공동의 위험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중 AI 경쟁이 첨단 반도체와 기술 수출통제를 넘어 안전과 국제규칙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 AI 산업에서도 안전 규칙을 누가 만들고 집행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고 AI 가속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한국 기업의 비중이 크다. 미중 기술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과 생산시설은 단순한 기업 자산을 넘어 경제안보의 자산이 된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로이터는 SK하이닉스가 인텔과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 일부를 활용하거나 인텔·클라우드 기업 등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직 초기 협의 단계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한국 메모리 기업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도체 공급망이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에는 한국이 고민해야 할 지점도 있다. 미국의 공급망 현지화와 한국의 이해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시설을 미국에 두는 것이 시장 접근과 공급망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핵심 제조기술의 해외 이전과 국내 산업 생태계 약화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기업의 투자 판단을 존중하되 국가 차원에서는 어떤 기술과 생산기반을 국내에 반드시 남겨야 하는지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희토류 문제는 더 절박하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 중심의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주요 핵심광물의 정제 과정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정제 비중은 2023년 90% 이상에서 2025년 약 8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계 공급망을 좌우할 수준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희토류 원소인 이트륨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트륨은 반도체와 항공우주, 제트엔진 코팅 등에 쓰이는 전략 물질이다. 중국은 세계 이트륨 공급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고 수출통제를 통해 공급량을 조절해 왔다. 미국 제조업에서도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이트륨 문제 역시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한국의 취약점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를 세계에 수출하지만 이를 만드는 핵심광물과 소재 상당 부분은 해외에서 들여온다. 미국이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속도를 높이면 한국 기업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세계 제조업의 거대한 생산기지이자 시장인 중국과의 공급망을 단기간에 끊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을 단순히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안보와 직결된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되 핵심 원료와 소재는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열린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핵심광물과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주요 의제로 다뤘고 70건이 넘는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정부는 단순한 원료 수입을 넘어 탐사와 정제, 소재 가공, 완제품 생산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공급망 다변화는 양해각서 숫자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광물 탐사와 개발이 실제 정제·가공과 국내 기업의 장기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핵심광물 개발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가격 변동성도 큰 만큼 정부가 정책금융과 비축제도 등을 활용해 민간의 위험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은 평상시에는 비용의 문제지만 위기가 닥치면 국가안보의 문제가 된다. AI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 미래 경쟁력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 소프트웨어와 AI 모델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함께 키워야 한다. 미중이 AI의 기술표준과 안전 문제까지 논의하기 시작했다면 한국도 이미 만들어진 규칙을 받아들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제 AI 거버넌스와 기술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미중 경쟁은 이제 관세 몇 퍼센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넘어섰다. 누가 AI의 규칙을 만들고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며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를 둘러싼 경제안보 경쟁이다. 중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미국은 첨단 반도체와 AI 생태계를 중심으로 자국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운명을 워싱턴과 베이징의 협상 결과에 맡길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을 무조건 선택하는 것도, 양쪽의 눈치를 보며 결정을 미루는 것도 해법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을 강요받았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먼저 만드는 것이다.
2026-09-17 10:40:45
-
-
-
슬립테크 승부수 띄운 코웨이, 안마‧스트레칭 더한 침대로 수면가전 확장
[경제일보] 최근 가전‧가구 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슬립테크(Sleep Tech)’다. 단순히 편안한 매트리스를 제공하던 전통적인 침대 시장은 인공지능(AI), 센서, 헬스케어 기술과 융합되며 개인 맞춤형 수면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 속에서 코웨이는 세상에 없던 혁신 신제품 2종을 연이어 선보이며 수면가전 시장 선점에 나섰다. 첨단 기술 기반의 수면 솔루션 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코웨이는 침대가 잠을 자는 공간을 넘어 휴식과 회복이라는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에 집중했다. 슬립 및 힐링케어 브랜드 ‘비렉스(BEREX)’를 필두로, 안마와 스트레칭 기능을 더한 ‘비렉스 M시리즈 안마 매트리스 침대’와 ‘비렉스 R시리즈 스트레칭 모션베드’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취침 전 피로 회복부터 깊은 숙면, 그리고 상쾌한 기상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원스톱 수면 솔루션을 구축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비렉스 M시리즈 안마 매트리스는 침대와 안마의자의 장점을 결합한 제품이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안마의자에서 마사지를 받다가 잠을 자려면 침대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왔다. 비렉스 M시리즈는 이러한 일상의 불편함을 완전히 해소하며 누운 자리에서 마사지를 받고 그대로 깊은 잠에 드는 끊김 없는 수면 경험을 제공한다. 별도의 안마기기가 필요하지 않아 공간 효율성도 확보했다. 침대 내부에 탑재된 안마 모듈은 히든 구조로 설계되어, 마사지를 받을 때만 표면 위로 올라와 신체에 밀착된다. 평소에는 이질감이나 등 배김 없이 매트리스 본연의 안락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안마 모듈은 취향에 따라 강력한 주무름과 두드림 기능을 갖춘 ‘MM형’과 척추 라인을 따라 부드럽게 지압해주는 ‘MS형’ 중 선택 가능하다. 척추 길이와 굴곡을 자동 감지해 체형에 최적화된 맞춤 마사지를 제공하며, 부위별로 원하는 강도를 12단계 설정할 수 있다. 코웨이가 M시리즈와 함께 슬립테크 시장의 한 축으로 내세운 제품은 비렉스 R시리즈 스트레칭 모션베드다. 모션베드 본연의 세밀한 각도 조절 기능에 강력한 스트레칭 기술을 결합하여, 수면 전후 경직된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준다. 비렉스 R시리즈는 듀얼 스트레칭 셀을 통해 허리 부위를 14단계에 걸쳐 최대 약 700mm 높이까지 들어 올리며 척추와 허리 중심 근육을 시원하게 늘려준다. 15가지 자동 스트레칭 모드는 물론 부위, 횟수, 높이를 직접 조절하는 수동 모드도 지원한다. 또한 무중력, 상체올림, 하체올림 등 맞춤형 포지션 모드도 지원돼 TV 시청, 독서 등 편안한 자세로 휴식까지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코웨이가 기존 가구 브랜드들이 주도하던 침대 시장의 판도를 기술 중심의 슬립테크 및 힐링케어 가전 영역으로 완전히 리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렌탈 가전 시장에서 쌓아온 케어 서비스 노하우와 안마의자의 원천 기술력이 침대라는 플랫폼 위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비렉스 M시리즈와 R시리즈는 단순한 침대를 넘어 숙면과 휴식, 회복까지 관리하는 새로운 수면 솔루션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력과 고객 중심 혁신을 바탕으로 슬립 및 힐링케어 라인업을 지속 확대하고 프리미엄 수면가전 시장을 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6-07-31 15:02:16
-
한화생명, BLG 3대2 제압…창단 첫 MSI 챔피언 등극
[경제일보] 한화생명e스포츠가 중국(LPL) 1번 시드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꺾고 창단 첫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정상에 올랐다. 상위 브래킷에서 당했던 패배를 결승 무대에서 되갚으며 국제대회 첫 우승을 완성했다. 1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결승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는 BLG를 세트스코어 3대2로 제압했다. 한화생명은 하위 브래킷을 거쳐 결승에 오른 뒤 끝내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창단 첫 MSI 우승을 달성했다. 1세트는 43분 동안 이어진 장기전 끝에 한화생명이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한화생명은 강한 바텀 조합을 앞세워 초반 주도권을 잡았고, 정글 '카나비' 서진혁의 리신이 기동력을 활용해 대부분의 교전에서 승리하며 드래곤 3스택까지 확보했다. BLG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한화생명의 드래곤 영혼 획득을 세 차례 저지했고, 탑 지역 한타에서 포위 공격을 성공시키며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앞서 벌려놓은 골드 격차를 유지하며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양 팀이 드래곤 영혼을 앞두고 맞붙은 마지막 교전에서 승부가 갈렸다. '카나비'는 BLG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의 이즈리얼을 한화생명의 팀원들에게 배달시키는 '인섹킥'으로 끊어내며 한타를 승리로 이끌었고, 이어 드래곤 영혼과 바론을 모두 확보했다. 바론 버프를 앞세운 한화생명은 BLG 본진 한타까지 승리하며 첫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에서는 BLG가 반격했다. BLG는 정글 '쉰' 펑리쉰의 자르반 4세와 서포터 '온' 러원쥔의 쉔을 중심으로 교전 조합을 완성했다. 한화생명은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의 직스가 빠르게 성장하며 포킹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는 듯했다. 하지만 BLG는 교전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드래곤을 모두 확보하며 운영의 중심을 잡았다. 바다 드래곤 영혼을 획득한 뒤 직스의 포킹 부담을 크게 줄였고, 바론과 장로 드래곤까지 차례로 확보했다. 이후 한화생명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넥서스를 밀어내며 세트스코어를 원점으로 돌렸다. 3세트 역시 BLG가 가져갔다. '쉰'의 녹턴이 한화생명의 실수를 연이어 받아먹으며 빠르게 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상체 싸움까지 주도했다. 한화생명은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의 자야를 중심으로 후반을 바라보며 버텼지만, BLG는 교전마다 조금씩 이득을 쌓았다. 특히 녹턴을 앞세워 드래곤 4스택을 모두 확보한 뒤 바론까지 챙기며 성장 격차를 벌렸고, 이를 바탕으로 세트스코어 2대 1 역전에 성공했다. 벼랑 끝에 몰린 한화생명은 4세트에서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지만 BLG의 '쉰'이 킨드레드 스택을 꾸준히 쌓으며 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화생명은 미드 '제카' 김건우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킨드레드를 효과적으로 견제했고, 탑 '제우스' 최우제의 스웨인이 한타마다 BLG의 허리를 끊으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바람 드래곤 영혼까지 확보한 한화생명은 경기 내내 우위를 유지하며 마지막 세트를 만들어냈다. 우승이 걸린 5세트는 치열한 운영 싸움으로 전개됐다. BLG는 교전 중심 조합을 선택했고, 한화생명은 후반을 바라보는 조합으로 맞섰다. BLG는 바텀을 제외한 전 라인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며 계속해서 교전을 시도했다. 한화생명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무리한 싸움을 피하며 챙길 수 있는 오브젝트만 확보했다.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과 서포터 '딜라이트' 유환중의 룰루 조합이 시간을 벌었고, BLG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드래곤 3스택을 확보하며 후반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제우스'의 문도는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제카'의 사일러스와 '카나비'의 판테온은 교전마다 손해를 최소화하며 교환비를 맞췄다. 경기의 마지막 승부처였던 바론 앞에서 BLG가 먼저 바론을 시도했고, 한화생명은 이를 성공적으로 받아치며 대승을 거뒀다. 한화생명은 바론 버프까지 손에 넣은 뒤 그대로 BLG 본진으로 진격했고, 넥서스를 파괴하며 세트스코어 3대2 승리를 완성했다. 이번 우승으로 한화생명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MSI 정상에 오르며 국제대회 첫 우승을 달성했다. 상위 브래킷에서 BLG에 당했던 패배를 결승에서 되갚으며 LCK 1번 시드의 저력을 입증했다.
2026-07-12 21:33:15
-
상장 앞둔 메가존클라우드의 승부수…AI 인프라에 미래 건다
[경제일보] 메가존클라우드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AI 인프라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 기업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AI 인프라와 보안, 멀티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결합한 기업 인프라 파트너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 1세대 기업이 AI 전환 시대의 핵심 운영자로 변신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749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7.9%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82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조정 EBITDA는 208억원을 기록했다. 외형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다. 특히 AI·보안 사업 매출이 44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되며 기존 클라우드 재판매와 운영 대행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AI 인프라는 단순 클라우드 운영보다 컨설팅과 보안, 데이터 관리, 비용 최적화가 결합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으로 평가된다. 기업들도 단순히 서버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단계를 넘어 생성형 AI와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인프라 설계와 데이터 거버넌스, 멀티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MSP의 역할 역시 단순 운영자를 넘어 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전략 파트너로 변화하고 있다.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SDS와 LG CNS, SK C&C 등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이 AI 인프라와 기업 AI 전환(AX)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메가존클라우드는 다양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의 협업 경험과 MSP 기반 운영 역량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AI 인프라 시장은 기술력뿐 아니라 실제 운영 경험과 장애 대응, 비용 관리 능력이 함께 검증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다. 국가 AI 인프라 사업 참여도 주목된다. 메가존클라우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AI컴퓨팅 실증 인프라 고도화' 사업 2차년도 프로젝트에 인프라 통합 운영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산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형언어모델(LLM) 서비스와 GPU·NPU 혼용 환경을 실증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메가존클라우드는 국산 NPU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 운영과 자원 할당, 모니터링, 멀티클라우드 연계, 통합 관제 등을 맡는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프로젝트 수주 이상의 의미로 해석한다. 국산 AI 반도체가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클라우드 운영과 보안, 개발 환경이 함께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상장 준비도 본격화되고 있다. 메가존은 최근 글랜우드크레딧으로부터 8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메가존클라우드 재무적투자자(FI)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구조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전 FI 물량을 정리하면 향후 오버행 우려를 줄이고 주주 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시장의 관심은 메가존클라우드를 단순 MSP가 아닌 AI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매출 규모는 이미 국내 클라우드 업계 최고 수준이다. 남은 과제는 AI·보안·멀티클라우드 사업이 반복 매출과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결국 메가존클라우드의 IPO는 한 기업의 상장을 넘어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AI 인프라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윤영 KT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경제일보] 박윤영 대표 체제로 출범한 KT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다. 새 경영진은 AICT(AI+ICT) 전환이라는 성장 과제를 이어받았지만 시장의 관심은 AI 사업 확대보다 구조조정 이후 조직을 어떻게 안정시키고 통신 본업 경쟁력을 회복할 것인지에 쏠린다. 전임 경영진의 대규모 인력 재편 이후 흔들린 조직을 재정비하는 일이 AICT 전략의 선결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KT ESG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임직원은 2023년 1만9737명에서 지난해 1만4701명으로 2년 만에 5036명 감소했다. 전체 인력의 약 25%가 줄어든 셈이다. 반면 신규 채용은 늘었다. 지난해 신규 채용은 561명으로 2023년의 두 배를 넘었고 여성 채용과 인턴 채용도 증가했다. 자발적 퇴직자는 2023년 128명에서 지난해 61명으로 줄었고 자발적 이직률도 0.65%에서 0.41%로 낮아졌다. 채용 확대와 자발적 이직 감소에도 직원 수가 급감했다는 점은 자연 감소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희망퇴직과 자회사 전출 등 구조적 인력 재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섭 전 대표는 취임 이후 AICT 기업 전환과 수익성 개선을 내세워 네트워크 운용 조직의 자회사 전출과 희망퇴직을 중심으로 조직 슬림화를 추진했다. 중위관리자 감소도 눈에 띈다. ESG 보고서 기준 남성 중위관리자는 2023년 1만1167명에서 지난해 7258명으로 줄었다. 과장·차장급 중위관리자는 조직 운영의 허리다. 이들의 감소는 기술 전수와 현장 의사결정, 후배 인력 양성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자연 퇴직 요인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연 또는 정년 퇴직자 비중도 작지 않다"며 "전체 인력 변화를 볼 때 자연 퇴직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력 감소는 통신업계 전반의 흐름이다. 디지털 전환과 비용 효율화가 맞물리면서 주요 통신사 모두 인력을 줄이고 있다. 다만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감소 폭이 수백 명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KT의 인력 재편 속도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통신업의 특성이다. 전국 단위 기간통신망은 24시간 운영돼야 한다. 장애 대응과 네트워크 복구, 보안 운영은 매뉴얼만으로 대체하기 어렵고 숙련 인력의 경험과 현장 암묵지가 경쟁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중견 실무 인력 감소가 단순한 인건비 절감 문제가 아니라 운영 리스크로 해석되는 이유다. 지난해 발생한 KT 침해사고도 조직 운영 체계 재점검 필요성을 키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사 결과 펨토셀 인증서 관리와 외주 제작사 보안 관리, 비정상 IP 접속 통제 등에서 미흡한 점을 확인했다. 사고 이후 네트워크와 보안 조직의 전문성, 현장 대응 역량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박 대표의 과제는 AICT 전략과 통신 본업을 별개로 보지 않는 데 있다.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기업 서비스를 키우려면 안정적인 통신망과 보안 체계가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 KT의 올해 1분기 기업서비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AICT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내세운 만큼 기업서비스 성장 회복 역시 새 경영진의 숙제다. 업계에서는 박윤영 체제의 초기 과제가 추가 구조조정보다는 조직 안정화와 핵심 인력 재배치에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박윤영 체제의 첫 100일은 새 사업 발표보다 조직 신뢰 회복의 시간에 가깝다. KT가 'AI 기업'과 '통신회사'라는 두 정체성을 함께 가져가려면 출발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흔들린 현장의 복원이어야 한다. [아주경제 2026년 07월 02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7-02 08:24:37
-
-
-
농업은 AI 시대의 마지막 현장인가
[경제일보] 농촌은 오래전부터 늙고 있었다. 도시가 그것을 외면했을 뿐이다. 농번기마다 일손이 없다고 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부족하다고 했다. 인건비가 올랐다고 했다. 비가 오면 사람이 없고 해가 뜨면 사람이 더 없다고 했다. 우리는 그것을 해마다 반복되는 농촌의 어려움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말로 넘길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 농촌 고령화는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의 문제이고 지역의 문제이며 국가 산업의 문제다. 농민이 사라지면 농업도 사라진다. 농업이 흔들리면 식탁과 물가, 지역경제와 식량 안보가 함께 흔들린다. 쌀과 과일, 채소와 축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누군가는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병충해를 막고 수확해야 한다. 그 일을 할 사람이 빠르게 줄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농업용 로봇·드론 협의체를 출범시킨 것은 그런 점에서 늦었지만 필요한 일이다. 자율주행 농기계, 농업용 로봇, 농작업 드론, 지능형 의사결정 기술을 함께 개발하겠다는 방향은 농업의 현실을 정면으로 보는 출발점이다. 이제 농업은 사람의 허리와 손끝에만 기대서는 버틸 수 없다. 사람을 기다릴 시간이 농촌에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로봇 몇 대, 드론 몇 대를 보급하는 일로 봐서는 안 된다. 농촌의 진짜 질문은 더 크다. 농업에 인공지능과 피지컬 AI를 결합해 차세대 농업 시대를 열 수 있는가. 농업을 고령화에 밀려나는 사양 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로봇, 센서와 자동화가 결합된 미래 산업으로 다시 세울 수 있는가. 핵심은 여기에 있다. AI는 지금까지 주로 화면 속에서 이야기됐다. 질문에 답하고 문서를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코드를 짜는 기술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농업이 요구하는 AI는 다르다. 흙을 읽어야 하고 날씨를 견뎌야 하며 작물의 상태를 판단해야 한다. 물과 비료, 방제 시점까지 결정해야 한다. 드론은 하늘에서 농지를 살피고 로봇은 땅 위에서 움직이며 AI는 그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 작업을 지시해야 한다. 이것이 피지컬 AI다. 화면 안의 지능이 현실의 땅과 기계, 작물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농업은 피지컬 AI가 가장 절실한 현장이다. 공장 자동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물류센터에도 로봇이 들어갔다. 항만과 창고도 자동화되고 있다. 그러나 논밭은 여전히 사람의 노동에 크게 기대고 있다. 잡초를 뽑고 농약을 치고 과일을 따고 박스를 나르는 일은 여전히 고된 노동이다. 고령 농민에게 하루하루는 체력과의 싸움이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농업의 미래를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드론은 방제와 파종, 생육 관찰을 바꿀 수 있다. 자율주행 농기계는 반복 작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수확 로봇과 운반 로봇은 고령 농민의 가장 무거운 노동을 덜어줄 수 있다. AI는 토양과 기상, 병해충 데이터를 분석해 언제 물을 주고 언제 약을 치고 언제 수확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 농업이 경험과 감에만 의존하던 시대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함께 판단하는 시대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변화가 성공하면 농업의 성격도 달라진다. 농업은 더 이상 노동집약 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데이터 산업이 되고 로봇 산업이 되며 정밀기계 산업이 된다. 지역 기반 AI 서비스 산업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농민은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데이터와 장비를 다루는 현장 운영자가 된다. 청년 세대에게도 농업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현실의 벽도 높다. 농업 현장은 실험실과 다르다. 논은 평평하지 않고 밭은 제각각이며 날씨는 통제되지 않는다. 도시의 시연장에서 잘 움직인 로봇이 농촌의 진흙과 경사, 습도와 먼지 속에서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농업용 AI는 발표장에서 똑똑한 것보다 현장에서 고장 나지 않는 것이 먼저다. 가격 역시 넘어야 할 과제다. 농가의 상당수는 규모가 작다. 고가의 로봇과 자율주행 농기계를 농민 개인이 모두 구입하기는 어렵다. 기술이 좋아도 감당할 수 없으면 혁신이 아니라 전시품에 불과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장비 보조금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공동 이용센터와 임대형 로봇 서비스, 지역 정비 인력 양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AI 농업은 장비 판매 사업이 아니라 현장 운영 인프라 사업에 가깝다. 데이터의 주인도 분명해야 한다. 농업 AI가 작동하려면 토양과 기상, 병해충, 생육, 수확량, 농기계 운행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 그 데이터는 누가 모으고 누가 활용하며 누가 이익을 얻는가. 농민의 작업 기록과 생산 정보가 기업 서버에만 쌓이고 농민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또 다른 종속이 생길 수 있다. AI 농업은 농민을 단순한 데이터 제공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판단과 더 높은 소득으로 이어져야 한다. 농업의 AI 전환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적 기회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농업용 로봇과 드론은 단순한 농기계 시장이 아니다. 센서와 배터리, 통신과 자율주행, 정밀제어와 클라우드, AI 모델과 정비 서비스가 결합된 종합 산업이다. 한국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농업 현장과 제대로 연결한다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고령화와 농업 인력난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과 유럽, 중국과 동남아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한국 농촌에서 검증된 AI 농업 모델은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농촌을 기술의 실험장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농민은 신기술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실패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심한다. 한 해 농사를 망치면 다시 기회를 얻기 어렵다. 로봇이 멈추고 드론이 사고를 내고 AI 판단이 빗나가면 피해는 농민이 떠안게 된다. 그래서 AI 농업에는 성능 검증과 보험, 사고 책임, 사후관리, 교육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기술이 농민을 설득하려면 먼저 농민의 위험을 줄여줘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협의체를 만들고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고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열어야 한다. 작은 농가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급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논문보다 현장 성과로 평가받아야 하고, 기업은 시연 영상보다 농민의 노동을 얼마나 줄였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AI 농업의 성패는 행사장의 박수가 아니라 논밭의 변화로 판단해야 한다. 농촌 고령화는 더 이상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 안보와 지역경제,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다. 그런 점에서 농업용 로봇·드론 협의체 출범은 단순한 기술 개발 사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요한 것은 협의체의 이름이 아니다. 실제 농민의 노동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지, 소규모 농가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지, 고장이 나면 즉시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기술은 결국 현장에서 증명돼야 한다. AI와 로봇은 농민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더 오래, 더 안전하게,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농업의 미래 역시 사람을 지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있다. 농촌은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가치를 입증해야 할 현장이다. 흙 위에서 검증되지 못한 기술은 산업이 될 수 없다. 농업의 미래는 흙을 떠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흙 위에 지능을 더하는 데 있다.
2026-06-23 13:3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