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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시세·뉴스 잇는 AI 확대…거래 전 정보 탐색까지 접점 넓힌다
[경제일보] 업비트가 시장 데이터와 뉴스를 연결해 가격 변동의 배경을 설명하는 AI 서비스를 확대한다. 차트를 보고 뉴스를 찾아다니던 이용자가 데이터랩에서 시장 흐름과 개별 자산의 움직임을 이해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거래에 앞서 정보를 찾는 과정까지 업비트 안에서 처리하도록 접점을 넓히는 방향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2일 ‘AI 시황 리포트’와 ‘업트레이스’를 새롭게 선보이고, 기존 ‘AI 뉴스 브리핑’을 ‘실시간 이슈’와 ‘토픽 NOW’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업비트 데이터랩에 축적한 지표와 시세 정보를 뉴스 분석에 연결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AI 시황 리포트는 시장 전체의 흐름을 90초 이내 영상으로 정리한다. 업비트 종합지수, 주요 자산 시세, 상승·하락 자산과 시장 심리 지표 등을 종합해 AI가 주요 이슈를 선별하고 설명한다. 평일 오전 10시 데이터랩과 업비트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제공한다. 업트레이스는 개별 디지털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다. 자산 페이지의 차트에 표시된 다이아몬드 아이콘을 누르면 해당 시점의 관련 뉴스와 AI 분석을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 배열 방침에는 특정 일자의 수익률과 변동성을 같은 기간의 뉴스와 대조해 가격 변동 배경을 정리한다고 명시했다. 가격이 얼마나 움직였는지와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뉴스를 탐색하는 방식도 바꿨다. 실시간 이슈는 새로 발생한 소식을 이슈 단위로 분류하고 시장 영향이 큰 내용을 강조한다. 토픽 NOW는 여러 기사에 흩어진 내용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 핵심을 3개 문단 이내로 요약한다. 이슈 발생부터 현재까지의 전개 과정도 제공한다. 토픽 NOW의 선정 기준은 최근 24시간 동안의 뉴스다. AI가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영향도와 관련성을 판단해 상위 10개 토픽을 배열한다. 개별 기사 목록을 훑는 대신 주요 쟁점과 흐름을 먼저 파악하도록 구성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정보 구조가 있다. 거래는 24시간 이어지지만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프로젝트 발표, 국내외 정책, 블록체인 활동과 자금 흐름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이용자는 가격 변화를 확인한 뒤 관련 정보를 찾고, 그 내용이 보유 자산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다시 해석해야 한다. 두나무는 이 과정의 뉴스 선별과 요약, 데이터 대조를 AI에 맡겨 정보 탐색 부담을 줄이려 한다. 데이터랩의 확장 과정도 이런 방향을 보여준다. 두나무는 지난해 4월 기존 디지털자산 지수 서비스 UBCI를 데이터랩으로 개편했다. 지수뿐 아니라 섹터별 움직임, 투자심리와 블록체인 분석 등을 제공하는 통합 데이터 플랫폼으로 범위를 넓혔다. 올해 6월에는 시황 분석 리포트 ‘마켓레터’, 지표 해설 콘텐츠 ‘데이터 디깅’, AI 뉴스 브리핑과 프로젝트 교육 콘텐츠 등을 묶은 ‘인텔리전스’를 출시했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지표의 의미와 활용 방법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늘린 것이다. 같은 달 25일에는 미국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자금 흐름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자금 순유입과 운용자산 규모, 자산 보유량 등을 데이터랩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거래소의 시세 외에 해외 시장의 자금 흐름도 함께 살펴보게 한 변화다. 8월에는 원하는 조건의 자산을 추리는 ‘스크리너’를 도입했다. 시가총액과 섹터, 현재가, 거래대금, 투자심리 등 29종 필터를 활용할 수 있다. 지표 제공에서 해설 콘텐츠, 자산 검색으로 이어진 확장에 이번에는 가격 변동 배경을 설명하는 AI 분석이 더해졌다. 업비트 입장에서는 이용자와 만나는 시점을 거래 전후로 넓히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시장 현황을 확인하고 관심 자산을 찾은 뒤 관련 뉴스를 읽는 과정을 데이터랩에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매할 때만 거래소에 접속하던 이용자가 시황 영상이나 뉴스 분석을 확인하기 위해 반복 방문할 이유도 늘어난다. AI 활용은 이미 개인의 자산 변화를 설명하는 영역에도 적용돼 있다. 업비트 모바일 앱의 실험실 기능인 ‘투자일지’는 보유 자산과 실제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전날의 자산 변화와 일일 손익을 보여준다. AI 요약은 시황과 거래 내역, 시세 흐름을 중심으로 자산이 변한 배경을 안내한다. 시장 전체를 설명하는 데이터랩과 개인의 거래 결과를 정리하는 기능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는 자산 탐색과 시장 해설의 연결이 더 촘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나무가 공개한 후속 계획에는 스크리너의 조회 조건 확대가 포함돼 있다. 검색 조건을 다양화하면서 자산별 뉴스와 가격 변동 해설을 함께 제공하면, 이용자는 관심 자산을 찾는 과정에서 관련 이슈까지 확인할 수 있다. 투자일지에서 운영 중인 AI 요약은 보유 자산을 중심으로 정보를 설명하는 서비스 확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분석의 성격은 투자 참고정보다. 데이터랩의 서비스 고지에는 AI가 생성한 정보의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투자 자문이나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시점의 뉴스와 가격 움직임을 연결하는 분석에서 어떤 자료를 사용하고 어떤 근거로 해석했는지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김대현 두나무 최고데이터책임자(CDO)는 “디지털자산 시장은 24시간 움직이는 만큼 방대한 데이터와 뉴스를 이용자가 직접 확인하고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AI를 활용해 복잡한 시장 정보를 보다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도록 관련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2026-10-02 08: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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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악관 위트 "클래리티법 차질에도 디지털자산 정책 추진"…두나무 UIS서 밝혀
[경제일보] 패트릭 위트 미국 백악관 대통령 디지털자산 자문위원회 사무국장이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입법 차질에도 현행 권한을 활용한 정책 추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디지털상품 현물시장 감독과 은행의 디지털자산 업무 범위는 입법으로 명확히 하고, 토큰화와 탈중앙화금융 등은 규제기관의 기존 권한으로 추진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두나무는 지난 29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업비트 인스티튜셔널 서밋(UIS) 2026’을 마쳤다고 30일 밝혔다. 위트 사무국장은 “CLARITY Act가 진전되지 못한 것은 하나의 차질이지만,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자산 분야의 미국 리더십을 강조해왔고, 금융 규제기관 역시 기술의 혁신성과 잠재력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는 법률을 강조했다. 위트 사무국장은 규제기관도 상당한 수준의 규칙을 만들 수 있지만 담당자가 바뀔 수 있다며, 법률이 가장 지속적이고 견고한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시장구조 법안의 재추진 가능성도 열어뒀다. 추가 입법이 필요한 분야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디지털상품 현물시장 감독 권한을 꼽았다. 그는 이를 시장구조 입법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소비자 보호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디지털자산 관련 업무를 어디까지 수행할 수 있는지 명확히 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토큰화와 탈중앙화금융(DeFi)에 대해서는 규제기관이 현재 보유한 권한으로 계속 움직일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토큰화는 자산의 권리 등을 블록체인상의 토큰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며, 탈중앙화금융은 블록체인에서 금융 기능을 구현하는 서비스다. 위트의 설명은 입법을 통한 감독 체계 정비와 기존 권한을 활용한 정책 추진을 병행하겠다는 취지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디지털자산과 전통 금융의 통합을 제시했다. 위트 사무국장은 디지털자산과 새로운 형태의 담보, 블록체인에서 검증되는 자산 등을 활용하면 기존 금융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결제와 정산 속도, 유동성, 서로 다른 서비스를 결합하는 기능 등을 기술의 가능성으로 꼽았다. 그는 “두 영역은 결국 서로 합쳐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하나의 금융시스템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이용자가 디지털자산과 기존 금융상품을 지금처럼 구분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의 제도 설계에는 위기 이전의 대응을 강조했다. 위트 사무국장은 미국의 주요 금융법이 역사적으로 큰 위기 뒤에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위기 상황에서는 충분한 숙고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자체 제도를 검토하는 지금이 적절한 규율을 고민할 기회라는 의견도 밝혔다. 국가 간 규제 비교도 주문했다. 디지털자산이 세계 여러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만큼, 각국은 다른 나라의 제도가 자국 시장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동성이 충분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만들면서 이용자를 보호하고 금융사기에 대응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UIS에는 조나단 휴로위츠 미국 재무부 특별자문관과 국내외 금융·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장에서 축사했고, 브라이언 스틸 미국 연방 하원의원은 영상 축사를 전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 규제당국 관계자들도 각국의 규제 방향을 공유했다. 국내 금융의 온체인 전환 세션에는 하나금융지주, 삼성금융네트웍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가 참여해 은행·결제·자본시장을 블록체인에서 연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두나무는 관련 인프라로 ‘기와 체인’, 온체인 인증 체계 ‘도장’, 프라이버시 기술 ‘보자기’를 제시했다. 한편 두나무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리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6에서도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오경석 대표는 ‘디지털자산 거래를 넘어, 연결을 위한 금융 인프라로’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2026-09-30 09: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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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빈 2조5500억 재산분할 항소…비상장 주식 분할 기준도 쟁점
[경제일보]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배우자에게 약 2조5500억원을 분할하라는 이혼소송 1심 판결에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는 이혼을 인정한 판단과 재산분할 비율뿐 아니라 비상장회사 주식 35%를 현물로 넘기도록 한 방식도 다시 다뤄질 수 있다. 권 CVO 측 법률대리인은 28일 서울가정법원의 이혼·재산분할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권 CVO 측은 배우자 이씨가 회사에 자본금을 내거나 출근해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는데도 주식 35%를 나누도록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연락 단절과 소송 뒤 별거 등을 혼인 파탄의 사유로 본 이혼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이달 9일 권 CVO의 이혼을 인정하고 이씨에게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와 현금 65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권 CVO의 순재산을 약 7조3375억원으로 산정하고 분할 비율을 권 CVO 65%, 이씨 35%로 정했다. 주식 가치는 약 7조1049억원으로 평가됐다. 주식 35%의 평가액 약 2조4867억원에 현금 650억원을 더하면 분할 규모는 약 2조5500억원이다. 재판부는 권 CVO의 사업 능력과 경영 판단이 회사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씨가 창업 초기 지분을 보유하고 대표이사로 등재됐던 점과 경제적 지원, 장기간의 가사·양육을 함께 고려했다. 이씨 측은 판결 직후 재산분할 판단에는 감사하지만, 당초 요구한 지분 50%보다 낮은 35%가 인정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이번 항소심에서 눈여겨볼 법리는 비상장주식의 분할 방식이다. 대법원은 지난 5월 비상장주식이 재산의 대부분인 이혼 사건에서, 주식을 기존 보유자에게 남기고 배우자에게 현금으로 정산하는 ‘대상분할’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비상장주식은 거래가 제한돼 소수 지분을 받은 배우자가 적정한 가격에 팔기 어렵고,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상분할만으로 한쪽에 과도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등 형평을 해칠 때는 주식 이전과 현금 지급을 섞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권 CVO 사건의 1심은 주식 35%를 넘기고 현금 650억원을 지급하는 혼합 방식이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가 현물분할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거나 현금 정산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스마일게이트 주식의 가치 평가와 이씨의 기여도뿐 아니라, 지분을 직접 나누는 것이 양측의 재산 형평에 맞는지 살펴야 한다. 이씨가 초기 지분 보유와 대표이사 등재 이력이 있다는 점은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배우자에게 소수 지분이 넘어간 다른 사건과 구별되는 사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소송도 액수 비교의 참고 사례다. 항소심은 1심 665억원을 1조3808억원으로 높였으나, 대법원이 재산분할 판단을 파기환송한 뒤 환송심은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분할 기여도 판단에 포함된 노태우 전 대통령 측의 불법 자금 300억원을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두 사건은 재산 형성 경위와 증거가 달라 분할 비율을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항소심에서 기여도와 재산 평가의 근거가 달라지면 분할액도 크게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1심 판결이 확정돼 주식 이전이 이뤄지면 권 CVO는 65%, 이씨는 35%를 보유하게 된다. 권 CVO가 최대주주로 남더라도 이씨가 주주총회에 참석해 반대할 경우 합병·분할·정관 변경 등 특별결의 안건의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항소심의 판단은 재산분할액뿐 아니라 스마일게이트의 의사결정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1심은 혼인 파탄 책임이 양측에 대등하다며 이씨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2026-09-29 10: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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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로 시작해 빅5까지…율촌, 합병 없이 키운 29년
[경제일보] 1997년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 변호사 6명이 모였다. 조세를 맡은 우창록, 공정거래와 국제조세의 윤세리, 기업금융의 강희철, 금융의 한봉희, M&A의 정영철 변호사 등이었다. 대형 로펌들이 이미 기업법무 시장의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다. 새 로펌의 이름은 ‘법률가의 마을’이라는 뜻을 담아 율촌(律村)으로 지었다. 29년이 지난 지금 율촌의 연 매출은 4000억원을 넘어섰다. 2025년 매출은 4080억원으로 전년 3709억원보다 10% 늘었다. 태평양과 세종, 광장에 이어 국내 법무법인 가운데 네 번째 4000억원대 로펌이 됐다. 한국 변호사 1인당 매출은 약 7억6000만원으로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율촌의 성장 과정은 앞서 출발한 대형 로펌과 조금 다르다. 다른 로펌을 합쳐 단기간에 변호사 숫자를 늘리지 않았고 처음부터 모든 업무를 갖추지도 않았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이름을 알린 뒤 기업자문과 M&A, 송무, 금융으로 영역을 넓혔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대형 로펌과의 합병 없이 조직을 키워왔다. ◆ 김앤장을 나온 조세 변호사가 만든 사무실 율촌의 시작은 법무법인 설립보다 5년 앞선 1992년이다. 우창록 변호사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자신의 이름을 건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사법연수원 6기인 우 변호사는 김앤장과 미국 뉴욕 로펌에서 일했고 국내에서는 일찍부터 조세 분야를 파고들었다. 조세가 기업법무의 주요 전문분야로 자리 잡기 전이었다. 1994년 사무실 이름은 율촌합동법률사무소로 바뀌었다. 이후 우 변호사는 조세만으로 로펌을 키우기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변호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와 국제조세를 다룬 윤세리 변호사, 기업금융의 강희철 변호사, 조세의 한만수 변호사, 금융과 지식재산권의 한봉희 변호사 등이 합류했다. 1997년 법무법인 율촌이 공식 출범했다. 윤세리 변호사의 경력도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았다. 검사 생활을 거쳐 하버드 로스쿨에서 LL.M.,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에서 J.D.를 받은 뒤 미국 베이커앤드맥켄지 뉴욕·시카고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한미합동법률사무소와 우방종합법무법인을 거쳐 율촌 설립에 참여했다. 처음부터 분야를 나눠 사람을 모은 것도 규모보다 전문성을 먼저 세우려는 선택이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세종이 앞서 있었다. 후발주자가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려웠다. 율촌은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갖추기보다 경쟁할 수 있는 전문분야를 먼저 만드는 길을 택했다. ◆ 첫 승부처는 조세와 공정거래 율촌이라는 이름을 법률시장에 알린 분야는 조세였다. 우창록 변호사는 현대그룹 계열사를 둘러싼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등 대기업 조세 사건을 맡았다. 조세 사건은 세법만 알아서는 다루기 어렵다. 기업의 회계와 거래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국세청의 과세 논리와 법원의 판단 기준도 함께 읽어야 한다. 율촌은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가 함께 사건을 다루는 방식으로 조세 분야의 인력을 늘렸다. 공정거래는 윤세리 변호사가 한 축을 맡았다. 기업결합과 카르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기업의 영업 자체를 좌우하는 사건이 늘어나면서 공정거래법도 기업법무의 주요 분야로 올라왔다. 율촌은 설립 초기부터 공정거래를 별도 전문분야로 키웠다. 두 분야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소송이 벌어진 뒤 법정에서 다투는 일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기업이 거래를 시작하기 전부터 세금과 규제를 검토해야 했고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단계에서도 대응해야 했다. 율촌은 이 시장에서 먼저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2026년 체임버스앤파트너스 평가에서도 율촌은 조세와 공정거래 분야 모두 국내 Band 1에 올라 있다. 조세는 김앤장·세종과 함께 최상위 그룹에 들었고 공정거래는 김앤장·광장·세종과 같은 등급을 받았다. 창립 초기 선택한 두 분야가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주력 업무로 남아 있다. ◆ 큰 로펌을 사지 않고 사람과 분야를 늘렸다 2000년대 국내 로펌 시장에는 합병 바람이 불었다. 광장은 한미와 합쳤고 세종은 열린합동을 받아들였다. 대형 로펌으로 빨리 몸집을 키우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다른 조직과의 결합이었다. 율촌은 다른 길을 택했다. 설립 이후 대형 로펌을 합병하지 않고 변호사를 직접 뽑거나 필요한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조직을 키웠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기업법무·금융, 송무, 지식재산권, 부동산·건설로 업무가 늘어났다. 대형 조직을 통째로 받아들이기보다 필요한 사람과 분야를 하나씩 붙이는 방식이었다.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1997년 6명의 파트너 변호사로 출발했지만 2010년에는 국내외 변호사와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인력이 230여명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변호사만 500명을 넘어섰다. 2021년 381명이던 변호사는 2025년 537명으로 4년 동안 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87억원에서 4080억원으로 52% 늘었다. 사람을 늘리면서도 1인당 매출을 주요 대형 로펌 가운데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몸집을 키우되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한 것이 율촌 성장 과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 ‘조세 로펌’에서 M&A까지 조세와 공정거래만으로 500명이 넘는 변호사를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율촌도 기업법무와 M&A, 금융 분야를 계속 키웠다. 2026년 체임버스앤파트너스는 율촌의 기업·M&A 부문을 국내 Band 1로 평가했다. 복잡한 거래에서 조세와 공정거래 전문가를 기업자문팀과 함께 투입하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M&A 계약만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결합 심사와 세금 문제를 같은 조직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최근 사례가 신세계그룹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합작투자다. 양측은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묶어 6조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고 율촌은 신세계 측 법률자문을 맡았다. 기업결합 승인과 지마켓 지분의 현물출자에 필요한 법원 인가 등 여러 절차가 함께 진행된 거래였다. 기업법무가 커져도 조세와 공정거래는 뒤에서 함께 움직인다. M&A 한 건에는 계약과 금융뿐 아니라 기업결합 심사와 세금, 노동 문제가 동시에 따라붙는다. 율촌이 처음부터 나눠 키운 전문분야들이 대형 거래에서 다시 만나는 방식이다. ◆ 베트남에서 먼저 해외 거점 늘려 국내 조직이 커지면서 해외에도 눈을 돌렸다. 율촌은 2007년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었고 2010년 하노이, 2011년 중국 베이징에 진출했다. 이후 미얀마 양곤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거점을 두면서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업무를 늘렸다. 2007년에는 국문과 영문 사명을 모두 ‘율촌(Yulchon)’으로 통일했다. 해외에서 창업자들의 성을 조합한 이름을 쓰는 국내 로펌이 적지 않았지만 율촌은 한국 이름을 그대로 영문 브랜드로 사용했다. ‘법률가의 마을’이라는 창업 당시 이름을 해외에서도 그대로 가져갔다. 해외 확장도 대형 외국 로펌과 합병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한국 기업이 많이 나가는 국가에 직접 사무소를 열거나 현지 로펌과 협업하는 방법을 택했다. 국내에서 선택했던 자체 성장 방식이 해외에서도 이어졌다. 다만 국내 대형 로펌의 해외사업은 여전히 숙제가 많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대형 거래나 소송을 벌일 때 현지 영미계 로펌을 직접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쌓은 전문성을 해외 매출로 얼마나 연결하느냐는 율촌을 포함한 국내 대형 로펌들이 풀어야 할 문제다. ◆ 창업자 물러나고 조세 전문가가 대표 맡아 율촌의 세대교체는 2019년 한 차례 큰 변화를 맞았다. 창업자인 우창록 변호사가 일선 경영에서 물러났고 윤용섭·강석훈·윤희웅 변호사 등이 경영을 맡았다. 현재 대표변호사인 강석훈 변호사는 17년간 판사로 근무한 뒤 2007년 율촌에 합류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을 지낸 조세 전문가로 율촌 조세그룹 대표를 거쳐 2019년 경영대표가 됐다. 최근에는 그룹별 세대교체도 진행했다. 2025년 초 조세와 송무, 기업법무·금융 등 주요 그룹 대표를 1970년대생 변호사들로 바꿨다. 강 대표도 2027년 하반기 차기 대표에게 경영을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업세대에서 2세대, 다시 다음 세대로 경영권을 옮기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율촌의 인재 기준에는 ‘협업’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창립 20주년 사사에는 전문성과 윤리성, 협동정신을 인재 영입의 세 가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우창록 변호사도 개인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조직과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인재관을 설명한 바 있다. 대형 합병을 하지 않고 조직 안에서 사람을 계속 붙이는 방식에서는 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 새로 들어온 전문가가 개인 고객만 관리하면 덩치는 커져도 종합로펌의 장점은 줄어든다. 서로 다른 전문분야의 변호사가 사건을 나눠 맡을 수 있어야 자체 성장 방식도 유지된다. ◆ 매출은 5위, 고객 평가는 달랐다 현재 율촌의 외형은 국내 5위권이다. 2025년 매출은 태평양 4402억원, 세종 4363억원, 광장 4309억원에 이어 율촌이 4080억원을 기록했다. 2위 태평양과 율촌의 차이는 322억원이다. 김앤장을 제외하면 대형 법무법인 네 곳이 모두 4000억원대에 들어왔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평가는 매출 순위와 조금 다르다. 한국사내변호사회의 2025년 조사에서 율촌은 종합 2위와 전문성 2위, 서비스 1위를 기록했다. 조세·관세 분야에서는 2020년 이후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TMT에서도 2025년 1위에 올랐다. 외형보다 전문성과 서비스 평가에서 강점을 보였다. 매출 2~4위 로펌보다 변호사 숫자는 적지만 1인당 매출은 높다. 율촌은 2025년 한국 변호사 1인당 약 7억6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요 대형 로펌의 경쟁이 단순히 변호사 수를 늘리는 단계에서 생산성을 따지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율촌도 최근 방향을 외형 확대보다 생산성에 두고 있다. 강석훈 대표는 리걸테크와 고부가가치 업무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고 매출 자체를 키우기 위한 양적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규모보다 전문성과 생산성을 앞세웠던 창립기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 30년을 앞두고 다시 꺼낸 ‘전문성’ 율촌은 2027년 창립 30년을 맞는다. 1997년 여섯 명이 모였을 때 가장 먼저 나눈 것은 사무실 지분보다 업무 분야였다. 우창록은 조세, 윤세리는 공정거래와 국제조세, 강희철은 기업금융, 정영철은 M&A, 한봉희는 금융과 지식재산권을 맡았다. 큰 조직부터 만든 뒤 전문분야를 나눈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분야를 들고 모여 조직을 만들었다. 조세와 공정거래에서 출발한 율촌은 기업법무와 금융, 송무, M&A로 업무를 넓혔다. 다른 대형 로펌과의 합병 없이 변호사를 뽑고 분야별 전문가를 붙이며 조직을 키웠다. 그 결과 2025년 매출 4080억원, 변호사 500명대의 로펌이 됐다.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으려면 같은 길을 더 빨리 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율촌은 모든 분야를 한꺼번에 갖추는 대신 조세와 공정거래부터 파고들었다. 그 분야에서 확보한 기업 고객을 M&A와 금융, 송무로 연결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1997년 선택한 이름은 ‘법률가의 마을’이었다. 30년을 앞둔 지금 그 마을에는 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일한다. 율촌이 커진 과정은 처음부터 큰 조직을 만든 역사가 아니라 전문분야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씩 모아온 역사다.
2026-09-17 07: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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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모두의 AI' 6000만 접점 노린다…민관·자체 TF 추진
[경제일보] KT가 정부의 범국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사업인 ‘모두의 AI’ 개발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정보 안전성 확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추진한다. 컨소시엄 참여사의 검색·교육·금융·쇼핑·부동산 서비스를 하나의 AI로 연결하는 만큼 서비스 간 개인정보 이동과 활용 범위를 설계 단계부터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이진형 KT AX사업본부장은 지난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두의 AI’ 온라인 설명회에서 “개인정보위와 함께 개발 과정의 정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TF를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라며 “AI사업본부에 별도 AI 보안 조직을 만들고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과 보안 체계를 공유하는 내부 프로세스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모두의 AI는 국민이 검색과 행정·교육·금융 등 일상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정부 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KT·카카오가 이끄는 3개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올해 GPU 512장을 현물로 지원하고 2027년 예산안에는 총 2500억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1700억원은 AI 서비스 운영을 위한 GPU 임차비로, 약 2000장의 엔비디아 B200을 빌릴 수 있는 규모다. 나머지는 컨소시엄 운영비 300억원과 AI 에이전트 생태계 확산비 500억원이다. GPU 지원 규모는 가입자와 이용량 등 성과에 따라 차등 배분될 예정이다. KT는 이용자가 몰려 응답이 지연될 상황에 대비해 정부 지원분과 별도로 자체 GPU를 확보했다. 서비스 부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KT 자원으로 전환하는 ‘폴백 메커니즘(장애·부족 상황의 예비 전환 체계)’도 구축했다. 이 본부장은 추가 확보한 GPU 규모와 전환 기준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T 컨소시엄에는 업스테이지·솔트룩스·다음·무신사·직방·EBS·매스프레소·BC카드 등이 참여한다. KT는 별도 모두의 AI 앱뿐 아니라 다음과 지니TV, 참여사 서비스에 ‘이음 인사이드’ 버튼을 넣어 기존 앱을 이용하다가 AI를 곧바로 호출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비참여 기업에도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제공해 적용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KT가 제시한 초기 서비스 접점은 6000만개 이상이다. 이는 참여 기업의 서비스 접점을 합산한 회사 추산치로, 중복 이용자를 제거한 실사용자 6000만명을 뜻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실제 월간활성이용자 수와 재이용률이 서비스 확산을 판단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서비스에서는 이용자가 살펴본 매물과 실거래가를 분석해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을 추천하고, 공공 분야에서는 연령·거주지역에 맞는 지원제도와 행정절차를 안내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이용 기록을 기억해 개인화할수록 편의성은 높아지지만 서비스 간 개인정보 결합과 처리 목적, 보유 기간을 이용자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 행정서비스는 기술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공공기관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한 업무는 AI가 신청 단계까지 처리할 수 있지만, 개방되지 않은 서비스는 정부 앱이나 홈페이지로 이동해야 한다. 이 본부장은 “최종 신청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어떻게 개방할지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기반에는 KT의 AI 운영 플랫폼 ‘토큰팩토리’가 적용된다. 업스테이지 솔라,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모티프, 솔트룩스 루시아, NC AI 바르코, KT 믿음 등 국산 모델을 작업에 따라 선택한다. 명령어를 해석하는 프리필에는 GPU, 답변을 만드는 디코드에는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활용한다. KT는 이 구조로 분당 토큰 처리량을 약 31% 높이고 입력 토큰을 최대 80% 줄였다고 설명했다. 시험 모델과 이용자 수, 비교 대상 등 측정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연말 서비스가 공개되면 실제 응답 속도와 비용 절감 효과,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KT ‘이음’ 전략의 경쟁력을 보여줄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026-09-13 13: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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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달러 장외매입, 외환당국은 왜 설명하지 않나
[경제일보]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265억 달러가 한국 외환정책의 원칙을 묻는 문제로 번졌다. 로이터 등의 보도대로라면 외환당국은 SK하이닉스의 조달금 가운데 약 200억 달러를 장외에서 사들였다. 우리 돈 27조원이 넘는 규모다. 현재까지 정부와 한국은행, SK하이닉스는 이 거래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거래 시점과 환율, 구체적인 계약 방식도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매입 사실과 목적을 정부가 공식 확인한 것처럼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보도가 던지는 질문은 가볍지 않다. SK하이닉스의 조달금은 AI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공장과 설비 투자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거액의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이다. 상당액을 원화로 바꾸면 외환시장에는 그만큼의 달러 매물이 쏟아진다. 또 달러 공급이 갑자기 불어나면 원화 가치에는 단기간에 상당한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최근 시장 상황도 민감했다. 원화는 지난 6월 말 달러당 1550원 안팎까지 밀린 뒤 두 달 사이 12% 넘게 반등했다. 이 국면에서 수백억 달러의 일회성 물량까지 더해지면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외환시장은 방향보다 속도에 더 쉽게 다친다. 원화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반영해 서서히 오르는 것과 특정 기업의 대규모 자금 이동 때문에 며칠 사이 급격히 치솟는 것은 다르다. 수출기업은 환율을 전제로 가격과 손익을 짜고, 수입기업은 결제계획을 세우며, 외국인 투자자는 환차손익을 계산한다. 예측 가능한 변화에는 적응할 수 있지만 급격한 쏠림에는 대응할 시간이 없다. 로이터 보도대로 외환당국이 SK하이닉스 물량의 상당 부분을 장외에서 받아냈다면,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로이터 역시 원화의 급격한 강세를 누그러뜨리고 외화 여력을 보강하려는 성격으로 이번 거래를 전했다. 외환당국이 최근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시장에 공급해 온 것은 확인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당국은 원화 약세가 심했던 지난해 4분기 224억6700만 달러, 올해 1분기 136억2800만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순매도했다. 두 분기 동안 풀어놓은 달러만 360억 달러를 넘는다. 그만큼 외화 대응 여력을 다시 보강할 유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은 가능하다. 원화가 급락할 때 달러를 팔아 속도를 늦췄다면, 반대로 대규모 달러 공급으로 원화가 급등할 때 일부를 다시 흡수하는 것은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적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시장안정 차원의 매입이었다면 정책적 명분은 충분하다. 쟁점은 매입 자체가 아니다. 외환당국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 200억 달러를 움직였느냐다. 시장인가, 특정 환율인가. 외환정책은 본래 한 가지 긴장을 품고 있다.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하지만 시장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릴 때는 당국이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원하는 환율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 시장안정은 환율 수준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변질된다. 그래서 개입에는 선이 필요하다. 외환당국이 지켜야 할 것은 환율의 특정한 ‘수준’이 아니라 시장의 ‘질서’다. 원화가 어느 수준에서 거래돼야 하는지는 기본적으로 시장이 판단할 몫이다. 수출기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원화를 의도적으로 약하게 만들거나, 물가를 잡겠다고 특정 환율을 사실상의 목표로 삼는 것은 정부가 시장가격을 대신 정하는 일이다. 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을 흔들 뿐 아니라 교역 상대국과의 환율 갈등을 자초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일회성 대규모 외화 유입 등으로 수급이 단기간에 한쪽으로 쏠릴 때 그 충격을 완화하는 것은 당국의 역할이다. 환율의 수준은 시장이 정하되, 그 가격을 찾아가는 시장의 질서는 당국이 지켜야 한다. 이번 200억 달러 거래를 따져봐야 할 기준도 여기에 있다. 로이터 보도대로 265억 달러 가운데 약 200억 달러를 외환당국이 흡수했다면 전체의 4분의 3이 넘는다. 시장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였다면 개입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크지 않다. 수백억 달러가 한꺼번에 현물환시장으로 쏟아지는 것을 피하는 것은 중앙은행과 외환당국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선택이다. 그렇다고 200억 달러라는 숫자의 무게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 규모의 거래라면 어떤 원칙이 적용됐는지는 물어야 한다. 다른 기업이 같은 규모의 외화를 들여와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무엇보다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서는 수급 충격의 기준은 무엇인가.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이번 거래를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규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런 거래가 반복될 때 적용할 보편적 기준이다. 한국 외환시장의 수급 구조는 이미 달라졌다. 거래 규모가 커졌다면 외환정책의 규칙도 그에 맞춰 정교해져야 한다. 그래서 이제 외환개입에도 ‘사후 설명의 원칙’이 필요하다. 한국 외환당국은 현재 외환 순거래액을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공개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투명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얼마를 사고팔았는지는 알 수 있어도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외환개입의 세부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개입 시점과 가격, 규모를 공개하면 시장이 당국의 대응 패턴을 역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외환정책에는 불가피하게 비밀이 필요하고 정책당국의 재량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밀이 필요하다는 것과 불투명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거래가 끝난 뒤 설명이 비어 있는 자리는 추측과 개입설이 차지한다. 이번에도 200억 달러라는 거대한 거래가 정부 발표가 아니라 외신의 익명 취재를 통해 알려졌다. 거래의 세부 조건은 공개하지 않더라도 정책 목적과 판단 원칙 정도는 사후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앞서 사용한 외화 여력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정책적 판단이 있었는지 말이다. 외국환평형기금도 마찬가지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때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 존재한다. 시장 안정을 위해 재량 있게 운용할 필요가 있는 특수한 자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필요할 때 수십조원을 움직인 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아도 되는 돈은 아니다. 거래 세부를 공개할 수 없다면 최소한 대규모 장외거래의 목적과 운용 원칙, 기금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국회가 사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외환정책에는 두 가지 절제가 함께 필요하다. 시장에 개입하되 가격을 정하려 해서는 안 되고, 비밀을 지키되 원칙까지 감춰서는 안 된다. 200억 달러 매입이 단기적인 수급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외환시장 안정이라는 정책목표에 부합할 수 있다. 반면 원화 가치를 일정 수준 아래로 묶어두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외환당국이 설명해야 할 것은 개별 거래의 세세한 조건이 아니라 바로 이 경계다. ‘논어’ 안연편은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즉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고 했다. 금융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환율은 숫자로 표시되지만 그 숫자를 떠받치는 것은 결국 정책에 대한 신뢰다. 외환당국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언제나 외환보유액인 것은 아니다. 예측 가능한 원칙 역시 강력한 외환정책 수단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자본시장에서 265억 달러를 조달한 것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만든 성과다. 그 거대한 자금이 국내 외환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을 줄 우려가 있었다면 당국이 이를 완충하는 것 역시 정책의 영역이다. 다만 시장안정이라는 이름이 모든 개입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외환당국이 지켜야 할 것은 특정한 환율이 아니라 환율이 제 가격을 찾아갈 수 있는 시장의 질서다. 로이터가 보도한 200억 달러 거래가 사실이라면 이제 당국이 밝혀야 할 것도 거기에 있다. 왜 개입했고, 어떤 원칙을 적용했으며, 같은 상황이 다시 오면 어떤 기준으로 움직일 것인가. 시장에는 비밀이 필요하다. 정책에는 원칙이 필요하다. 외환당국이 지켜야 할 마지막 자산은 달러가 아니라 그 원칙에 대한 신뢰다.
2026-09-0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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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과세 5개월 앞두고 '2년 유예' 청원…주식과 다른 과세체계 논란
[경제일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2년 더 미뤄달라는 국민청원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과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인프라와 투자자 보호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금부터 부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주식시장과 비교해 개인 투자자의 세 부담 구조가 지나치게 다른 것 아니냐는 ‘과세 형평성’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27일 국회 전자청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시작된 ‘코인과세 2년 유예에 관한 청원’은 닷새 만에 동의자 1만명을 넘어섰다. 9월 20일까지 5만명이 동의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청원인은 가상자산 과세 첫 신고 시점이 2028년 5월로 총선 직후인 만큼 정치적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며 2028년까지 유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이미 두 차례 시행이 미뤄졌다. 국회는 2024년 12월 소득세법을 개정해 시행 시점을 2027년 1월 1일 이후 양도·대여분으로 2년 연기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서 필요경비를 뺀 금액 가운데 연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20%의 세율이 적용되며 다음 해 5월 신고한다. 지방소득세까지 고려하면 실질 세 부담은 22%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의 논쟁은 ‘과세할 것이냐’보다 ‘지금 시행할 준비가 됐느냐’에 가깝다. 국세청은 이미 가상자산 거래자료 제출을 위한 서식과 세원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있고, 과세 기준과 취득가액 산정 방식도 법령에 담았다. 즉 정부가 아무런 준비 없이 과세를 추진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투자자가 여러 거래소와 개인지갑, 해외 플랫폼을 오가는 현실에서 거래내역을 정확하게 통산하고 취득가격을 입증하는 문제는 여전히 제도 운용의 핵심 과제로 남는다. ◆ 시장도 ‘폭발적 호황’과는 거리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보면 과세를 서둘러야 할 정도로 시장이 일방적인 호황 국면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의 2025년 하반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7조2000억원으로 상반기보다 8% 감소했고, 일평균 거래규모도 5조4000억원으로 15% 줄었다. 거래가능 이용자 계정은 1113만개로 3% 늘었지만 100만원 미만을 보유한 계정이 826만개에 달했다. 거래소 영업손익도 6178억원에서 3807억원으로 38% 감소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도 변수다. 타이거리서치와 체이널리시스는 국내 투자자로 추정되는 지갑을 분석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 규모가 약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에만 약 168조원이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는 온체인에서 식별 가능한 경로를 대상으로 한 추정치여서 국내 투자자 전체의 실제 자금 이동을 의미하는 공식 통계는 아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해외 이동이 국내에서 투자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제한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시장이 현물거래 중심에 머무는 동안 해외에서는 파생상품과 스테이블코인, 예측시장 등으로 활용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과세가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추가적인 비용과 행정 부담을 키울 경우 일부 수요가 해외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왜 코인만 먼저?”…주식과 과세 형평성 논쟁 가장 민감한 쟁점은 주식과의 형평성이다. 현재 국내 상장주식은 소액주주가 장내에서 거래해 얻은 양도차익에는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주식은 대주주가 과세 대상이며, 2026년 기준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은 종목별 보유액 50억원 이상 또는 일정 지분율 이상이다. 반면 가상자산은 투자 규모와 관계없이 연간 소득 250만원을 넘으면 과세하는 구조다. 물론 두 자산의 법적·경제적 성격이 다르고 국내 주식 거래에는 증권거래세 등 별도의 과세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만으로 ‘불공정하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투자자가 동일하게 자본이득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가상자산에만 상대적으로 낮은 과세 문턱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정책적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과세 유예론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세금을 걷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 해외거래 추적, 취득가액 검증, 손익 산정 등 제도를 먼저 보완한 뒤 과세하자는 주장이다. 특히 현행 제도는 연간 손익을 통산하지만 가상자산의 복잡한 거래 구조를 고려한 세부적인 납세 편의와 해외거래 대응이 실제 시행 과정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할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 정부가 선택해야 할 것은 ‘과세를 하느냐 마느냐’보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이다. 이미 법률상 시행시점이 정해져 있고 국세청의 준비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유예 주장 역시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 반대로 시장 규모와 투자자 행태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둔 채 시행부터 서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년 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정부가 거래자료 확보와 해외거래 대응, 투자자 보호 장치를 얼마나 촘촘하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자리 잡으려면 과세의 속도보다 과세체계의 완성도가 먼저 증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6-08-27 08: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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