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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의 제물이 되어서는 안 될 반도체, 국가 백년대계로 접근해야 한다
[경제일보] 대한민국 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또 하나의 중대한 선택이 시작됐다. 정부가 삼성과 SK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호남 반도체 공장+α'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국가 균형발전과 AI 대전환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 산업 구조를 분산하고 지역 경제에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겠다는 구상 자체는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 할 만하다. 더욱이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자산인 반도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국가 산업의 회복력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발표 직후 정치권은 또다시 본질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있다. 야당은 "직권남용", "선심성 정책"이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여당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라는 국가 생존 전략이 정치적 유불리의 계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국가 미래를 위한 투자조차 정권에 따라 찬성과 반대를 반복하는 정치 풍토에서는 어느 기업도 장기 투자를 결심하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선거 주기에 맞춰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다. 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만 수년이 걸리고, 인력 양성과 공급망 구축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의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각국이 국가 차원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반도체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우리만 정치적 소모전에 시간을 허비할 여유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장 유치라는 화려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만 세운다고 성공하는 산업이 결코 아니다. 초순수 용수 공급 체계와 안정적인 전력망, 대규모 변전시설, 광역 교통망, 연구개발 인프라,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이 동시에 갖춰져야 비로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은 단 1초의 정전에도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산업이다. 용수 공급 역시 단 하루라도 차질이 생기면 생산 라인 전체가 멈춘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공장 유치 실적만 앞세운다면 또 하나의 '반쪽짜리 국가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무엇보다 서둘러야 할 일은 정치적 홍보가 아니라 인프라 구축이다. 전력망 확충 계획은 언제 완성되는지, 산업용 용수는 어떤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인지, 항만과 고속도로, 철도망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국민 앞에 제시되어야 한다. 인허가 절차 역시 획기적으로 단축해 기업들이 불확실성 없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더 중요한 과제는 상생 생태계다. 정부가 대기업의 반도체 과실을 협력업체와 공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경쟁력은 삼성과 SK 같은 대기업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때 비로소 산업 생태계가 완성된다. 일본이 오랜 기간 소재 기술을 축적했고 독일이 장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수많은 강소기업이 산업의 뿌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 지역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면 단순한 생산기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연구소와 대학, 스타트업, 장비기업, 소재기업이 함께 모여 혁신을 창출하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정착할 수 있는 교육과 주거, 문화 환경까지 함께 갖춰질 때 비로소 진정한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이미 수도권 일극 체제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고 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경제 논리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국가 경쟁력과 지역 발전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하려면 철저한 경제성 분석과 현실적인 실행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반대를 위한 반대도, 성과를 위한 과장도 아니다. 국가 미래를 위한 초당적 협력이다. 반도체는 이제 특정 기업의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이자 경제이며 미래 그 자체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국가 전략, 지역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공급망이 구축될 때 비로소 이번 호남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신화로 기록될 것이다. 정치가 그 길을 열어야지, 그 길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국가 백년대계를 정쟁의 제물로 삼는 순간, 그 피해는 결국 미래 세대 모두의 몫이 될 뿐이다.
2026-06-29 09: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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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의 열쇠는 인프라와 생태계에 달렸다
[경제일보] 정부와 대기업이 경기 용인에 이어 광주·전남 등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 구조를 분산하고, 침체에 빠진 지방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시대적 요구이자 국가적 과제다. 인구 감소와 산업 공동화로 지방 소멸 위기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지역에 대규모 미래 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 자체는 적극 평가받아야 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산업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생산 기반을 다변화하고 국가 차원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새로운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수도권의 전력 수급 부담과 용수 부족 문제를 고려할 때, 첨단산업의 공간적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그러나 국가적 당위만으로 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한 청사진과 정치적 구호가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진단과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반도체 공장은 일반 제조업 시설과 차원이 다르다. 특히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시설은 24시간 멈춤 없이 가동되는 초정밀 산업으로, 막대한 전력과 안정적인 공업용수 공급이 절대적 조건이다. 문제는 현재 호남권의 인프라가 이런 요구를 충분히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호남이 신재생에너지 생산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지만, 반도체 공장이 필요로 하는 초고압·고품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송배전망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발전 설비만으로는 부족하다. 생산된 전력을 손실 없이 공급할 전력망 구축이 병행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은 확보될 수 없다. 용수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반도체 생산에는 엄청난 양의 초순수가 필요하다. 가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 계획 없이 클러스터 조성만 추진한다면 기업들의 투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전력과 용수는 반도체 산업의 혈관과도 같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클러스터는 이름뿐인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과 생태계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인재와 공급망에서 나온다. 수많은 석·박사급 연구인력과 숙련된 엔지니어, 그리고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긴밀하게 연결돼야만 첨단산업 생태계가 작동한다. 수도권에 형성된 이러한 집적 효과를 단기간에 지방으로 옮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단순한 공장 유치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전력·용수·교통 등 기반시설을 국가 차원에서 우선 구축하고, 지역 대학과 기업이 연계된 인재 양성 시스템을 조기에 가동해야 한다. 또한 우수 인력이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소부장 기업 이전을 위한 세제 혜택과 규제 혁신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은 속도와 실행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준비되지 않은 낙관은 실패를 부르고, 정치 논리에 따른 졸속 추진은 막대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역 발전의 상징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 성장의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력과 용수, 인재와 산업 생태계라는 기본 조건부터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성공의 열쇠는 장밋빛 비전이 아니라 철저한 인프라 구축과 치밀한 실행 전략에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2026-06-25 1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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