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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식, 정기국회 대여공세 본격화…'정책 전환' 압박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안보·인사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제1야당의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치안과 부동산, 주식시장, 법치, 국방, 국가 재정, 국민 안전 등 7대 분야를 중심으로 현 정부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짚고 ‘정상화 과제’를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며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며 이같이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에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주요 공약을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와 관련,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 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사기'"라고 비판하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 원에서 56조 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며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 주도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대해서는 "최악의 기업 약탈", "재벌 납치"라고 표현하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특정인을 당선시키고 낙선시키기 위한 전격전이었다"고 비판했다. 이후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걸림돌이 되자 쟁의 기준을 시행 지침으로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노란고무줄법"이라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에서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가채무 증가 속 확장 재정 기조도 지적, "휘발유를 뿌려 불을 끄겠다는 소리다. 미래 대응이 아니라 미래 약탈"이라며 "국가의 재정을 지키겠다. 초과 세수가 생기면 나랏빚부터 갚고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정부 개입을 차단하고, 수익성과 안전성을 원칙으로 운용될 수 있게 하겠다"며 "근로소득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도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미 간 핵 공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F-35 전투기 전술핵 탑재 훈련 등으로 핵 억제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선 "대북 굴종 노선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시작해서 대국민 인질극으로 끝난 것"이라고, 국방 정책에 대해선 방첩사 해체와 사관학교 통합 등을 언급하며 "국방을 안으로부터 썩어들어가게 할수록 환호하는 사람은 북한 김정은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번 연설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이 정기국회에서 어떤 야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연설을 시작으로 오는 9일부터 대정부질문이 이어지고, 이후 개각 인사청문회까지 예정돼 있어 정기국회 초반부터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정부 정책의 허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성과와 민생 정책을 앞세워 맞설 가능성이 크다.
2026-09-08 10: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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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일단락됐는데…노란봉투법 지침에 재계 '새 쟁점' 경계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제조기업의 올해 임금협상이 마무리된 가운데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판단 기준을 내놓으면서 향후 노사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AI·로봇 도입과 고용안정, 생산물량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방식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 재배치와 직무·근무형태 변경까지 교섭과 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경영진의 투자·기술 도입 결정과 그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의 경계가 새로운 교섭 범위로 부상하면서 주요 제조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산업전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관련 시행지침’에 따르면 경영성과급 가운데 영업이익 등 특정 경영성과에 연동해 지급되는 이른바 ‘N% 성과급’이나 공장 신설·이전, 인수합병(M&A), AI·자동화 기술 도입 등 경영권에 속하는 결정 자체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결정으로 인해 근로자의 배치전환이나 근무장소 변경, 직무 변경, 근무형태 변화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는 투자 결정 이후 생산라인 구축과 장비 설치, 인력 배치, 직무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 건설이나 자동차 생산공정의 AI·로봇 도입 과정에서도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 변화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노사 간 교섭 범위를 투자 결정 단계와 사업 집행 단계에서 어떻게 나눌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올해 주요 제조기업의 임단협에서도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근로조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현대차 노조는 AI 기술 도입에 따른 고용·노동조건 보장을 요구안에 포함했고, 올해 합의안에는 피지컬 AI·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도입에 대한 노사 공동 대응과 오는 2027~2028년 기술직 500명 신규 채용이 담겼다. 현대차의 경우 향후 AI·로봇이 생산공정에 실제 적용되면서 기존 직무가 바뀌거나 인력이 다른 공정으로 이동할 경우 새로운 교섭 사안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술 도입 자체는 경영상 결정으로 분류되지만, 그에 따른 배치전환이나 직무·근무형태 변경은 별도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대규모 신규 설비투자가 이어지는 반도체업계에서는 인력 이동 문제가 보다 구체적인 쟁점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규 생산거점을 구축하면서 기존 사업장의 숙련인력을 이동시키거나 생산라인에 맞춰 직무를 조정하는 과정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7월 조합원 조사에서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였다고 밝히고 관련 내용을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공장 건설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향후 인력 이동이나 근무지 변경, 직무 조정 등이 구체화될 경우 해당 사안의 교섭·쟁의 가능성을 놓고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신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력 배치와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구체적인 불이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신규 투자에 따른 배치전환은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두고, 근무지 이동에 따른 주거비·교통비 지원 등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은 별도로 교섭하는 방식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N% 성과급에 대해서는 영업이익 등 특정 경영성과에 연동되는 성과급을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지침에 담겼다. 기본급이나 정액급여처럼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임금 항목은 별도로 판단한다. 법적 구속력은 별도의 변수다. 이번 지침은 법률이나 시행령이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노동쟁의 대상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하는 행정지침이다. 노동위원회나 법원을 직접 구속하는 규정은 아니어서 실제 분쟁에서는 투자 내용과 인력운영계획, 근무조건 변화의 구체성 등을 놓고 개별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투자에 따른 인력 배치와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은 사업 목적과 근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며 “기업들도 투자 결정과 인력 운영 계획, 근무지 변경이나 직무 전환에 따른 근로조건 변화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했다.
2026-09-04 16: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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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20조 선납 제안…전력망 책임은 누구 몫인가
[경제일보] 수백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첨단 팹은 거대한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반도체 경쟁이 기술과 자본의 싸움인 동시에 전력망 경쟁인 이유다. 하지만 그 전력망을 깔 돈이 부족해지자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5년치 전기요금을 먼저 내달라는 카드를 꺼냈다. 한전이 제안한 규모는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이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낸 전기요금 약 4조1000억원과 9000억원을 기준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치를 계산했다. 선납금은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등에 투입하고, 기업에는 국고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참여 여부와 금리, 금액과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전도 ‘제안’ 단계임을 분명히 했다. 전기요금 선납제 자체도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지난해 선납액은 약 3900억원이었고, 대부분 공공기관이 이용했다. 기업이 미래에 낼 전기료를 먼저 내고 한전은 그 돈을 필요한 설비에 투자하며 기업은 이자를 받는 구조라면 금융거래로서 성립할 여지는 있다. 적기에 전력망이 완공되지 못해 수십조원짜리 공장이 서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이해관계가 있다. 문제는 규모와 목적이다. 3900억원 수준이던 선납제도를 단숨에 25조원짜리 전력망 조달수단으로 바꾸면 제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 25조원은 한전 연간 매출의 4분의 1에 가까운 돈이다. 전기요금 납부 편의를 위한 제도가 사실상 국가 핵심 인프라를 조달하는 금융수단으로 변하는 셈이다. 한전이 이 방안을 고민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가동과 호남 클러스터 건설 등에 따른 추가 전력수요는 20.6GW로 추산되고, AI 데이터센터까지 더하면 필요한 전력이 더 늘어난다. 한전은 당초 2038년까지 전력망에 72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투자 수요는 더 커졌다. 반면 한전의 연결 기준 부채는 지난 6월 말 210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비용으로 2조1000억원을 썼다. 공기업의 재무제표와 국가 산업정책의 시간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곧바로 “삼성과 하이닉스가 쓰는 전기니 두 회사가 망을 깔면 된다”는 결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 전력망은 공장 안의 생산설비가 아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산업단지와 도시로 실어 나르는 국가 기간시설이다. 지난 7월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주요 송·변전설비를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규정하고 있다. 법의 목적부터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국가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망을 조기에 확충하는 데 있다. 국가가 스스로 ‘기간망’이라고 이름 붙인 인프라의 책임을 특정 기업의 현금 여력에 의존해 해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반대편 원칙도 분명하다.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대기업이 자신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인프라 비용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겠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없다. 10GW, 20GW의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선과 변전소, 계통보강 비용이 따라온다. 그 비용을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전기 소비자에게 똑같이 떠넘기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제5편에서 개인이나 소수에게 맡길 수 없는 공공사업을 세우고 유지하는 일을 국가의 책무로 봤다. 동시에 도로와 교량 같은 시설의 비용은 이용자에게 받는 통행료로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250년 전에도 공공 인프라의 책임과 이용자의 비용부담은 서로 모순되는 개념이 아니었던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도 ‘국가가 전부 낼 것이냐, 기업이 전부 낼 것이냐’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누가 어느 비용을 왜 부담하는지에 대한 원칙이다. 국가 전체가 이용하는 기간 송전망과 장거리 간선망은 국가와 한전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 반면 특정 산업단지나 초대형 수요처 때문에 추가로 필요한 전용선로와 변전소, 접속설비에는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여러 기업과 지역이 함께 혜택을 보는 계통보강 비용이라면 수익 범위에 따라 분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 선이 먼저 그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한전이 재무적으로 어려워졌을 때 현금이 많은 기업을 찾아가 몇 년 뒤 받을 전기료를 미리 달라고 하는 방식이 관행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오늘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지만 내일은 데이터센터, 배터리, 철강·석유화학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국가 인프라 투자비가 전력 수요자의 현금 보유액이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는 산업정책도, 요금정책도 아니다. 더구나 한전은 독점적인 송·배전망 사업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싫으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으로 거래의 자발성이 완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새 공장에 제때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 기업과 그 전력을 공급할 사실상의 유일한 사업자가 20조원 규모의 선납을 협상한다면 일반적인 금융거래보다 훨씬 엄격한 절차와 기준이 필요하다. 따라서 선납제를 확대하려면 세 가지 안전장치가 먼저다. 선납금은 해당 전력망 건설에만 쓰도록 별도 관리해야 한다. 기업별 부담액은 전력 사용량과 추가 계통투자 비용 등에 따른 객관적 산식으로 정하고 동일한 조건의 대규모 수요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공사가 늦어지거나 전력 공급 일정이 어긋났을 때 선납기업이 부담할 위험과 보상 원칙도 계약 단계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문제와 전력망 투자 문제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선납금으로 한전채 발행을 줄이는 효과가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과거 전기요금 정책과 연료비 급등으로 쌓인 210조원대 부채를 반도체 기업의 미래 전기료로 메우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곤란하다. 반도체 전력망에 들어갈 돈과 한전의 누적 재무부담을 한 통장에 넣는 순간 비용 부담의 원칙은 흐려진다.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정부는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용인과 호남에 대규모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에는 수십조원,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를 주문하면서 정작 공장을 돌릴 전력망은 한전과 기업이 돈을 마련해 알아서 깔라는 식이어서는 산업정책이라 하기 어렵다. 공장 유치는 국가전략이고 송전망은 기업 사정이라는 식의 역할 분담은 성립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의 속도는 전력망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주민 수용성 문제와 송전선로 인허가를 풀고 장기 전력수요를 예측해 기간망을 미리 확보하는 일은 개별 기업이 대신할 수 없는 국가의 몫이다. 올해 시행된 국가기간전력망법이 5년마다 30년 단위의 장기 전망을 담은 전력망 기본계획을 만들도록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자가 되는 전력설비 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조건이 합리적이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전기료 선납도 하나의 재원조달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순서는 분명해야 한다. 먼저 국가가 어떤 전력망을 언제까지 책임질 것인지 정하고, 그 다음 특정 수요자가 추가로 발생시킨 비용의 몫을 투명하게 계산해야 한다. 한전의 재무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그 순서를 거꾸로 세워서는 안 된다. 전기는 기업이 돈을 내고 사는 상품이지만, 그 전기가 흐르는 국가기간망은 대한민국 산업의 기반이다. 상품의 값을 기업에 받을 수는 있다. 더 많이 쓰는 기업에 더 많은 인프라 비용을 부담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제때 준비하지 못한 기간망의 책임까지 ‘5년치 전기료 선납’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에 청구해서는 안 된다. 25조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그것이다. “한국의 전력망은 누구의 책임인가.”
2026-09-0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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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재계 총수 연쇄회동…'3대 메가' 이제는 실행력 시험대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실행 속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가진 데 이어 이번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도 회동을 조율 중이다. 비공개 회동인 만큼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기업 현장의 투자 애로와 정부 지원책을 직접 점검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동의 배경에는 지난 6월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있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피지컬AI, AI 데이터센터(AIDC)를 국가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그룹이 밝힌 국내 중장기 투자계획은 각각 2655조원, 2100조원으로 합계 4755조원에 달한다. 다만 이 숫자는 기존 투자와 수도권을 포함한 계열사 투자까지 포함한 기업별 중장기 계획으로, 정부가 3대 프로젝트에 직접 집계한 1461조원과는 산정 범위가 다르다. ◆ 호남 반도체 800조·용인 가속화…‘돈’보다 인프라가 관건 반도체 분야에서 핵심은 호남권과 용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권에 각각 2기씩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는 계획을 내놨고, 투자 규모는 약 800조원이다. 용인에서는 SK하이닉스가 클러스터 투자 일정을 앞당기기로 했고, 정부는 부지·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 지원을 과제로 제시했다. 청와대 역시 7월과 8월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호남 클러스터와 용인 투자 가속화를 집중 논의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동에서는 단순한 투자 규모보다 실제 착공과 생산라인 가동을 앞당길 조건이 중요하다. 반도체 팹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인허가를 포함한 기반시설 확보가 일정의 핵심 변수다. 정부가 ‘슈퍼 패스트’ 수준의 행정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의선 회장과의 회동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프로젝트가 주요 의제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등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 5조8000억원을 투입하고 로봇·에너지 사업을 함께 묶는 구조다. 정부도 최근 새만금 개발계획을 수정하면서 현대차그룹 투자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2026년 8월 현대차그룹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 종합보세구역을 지정했고, 2027년 3월 AI 데이터센터 착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美 투자 압박 속 ‘국내 vs 미국’ 균형도 시험대 대미 통상도 빼놓기 어렵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7월 마이크론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메모리 생산 확대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대미 전략투자 후보 사업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반도체 투자가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결정됐다는 일부 관측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연쇄 회동은 정부가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는 자리에 그쳐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 대규모 투자와 미국 현지 투자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려면 전력·용수·부지·인허가 등 국내 투자 장애물을 얼마나 신속하게 해소하고, 대미 투자 과정에서 기업 부담과 통상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최 회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주요 그룹 총수들과 비공개 소통을 이어가는 것도 결국 발표된 투자계획을 실제 착공·고용·생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실행 단계로 해석된다.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숫자 경쟁을 넘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정부가 기업의 애로를 얼마나 빠르게 해결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2026-08-26 07: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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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호남 반도체 국가산단 설계 착수…광주 군공항 개발 속도전
[경제일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예비사업시행자로 선정되자마자 조사설계용역 발주 절차에 들어갔다. 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를 수도권에 이은 제2 반도체 생산기지 후보지로 정한 데 이어 사업 시행과 설계 절차를 곧바로 연결하면서 산단 조성 속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LH는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예비)사업시행자 선정과 동시에 조사설계용역 발주 절차를 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후보지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 부지가 약 250만평 규모의 대규모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공항 특성상 이미 평탄화가 이뤄져 부지 조성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봤다. LH는 예비사업시행자 선정 당일 조사설계용역 발주 절차를 시작했다. 이날 사전규격공고를 낸 뒤 8월 초 입찰공고, 8월 중순 1차 심사, 9월 초 2차 심사를 거쳐 오는 9월 말 최종 낙찰자를 정할 계획이다. 이후 10월 첫째 주부터 설계에 착수한다는 목표다. 속도전도 예고했다. 통상 조사설계용역 입찰에 약 107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이번 절차를 58일 안팎으로 줄이기로 한 것이다.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만큼 관계기관 협의도 동시에 진행해 후속 행정 절차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단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 군공항 부지 일원 약 826만㎡ 규모로 조성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보완하는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는 구상이다. 사업 대상지가 대부분 국방부 소유 국유지인 만큼 일반 산단보다 보상과 부지 확보 절차에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투기 차단 장치도 먼저 걸렸다. 국토부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단 사업 예정지 일원 364.19㎢를 2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지정 효력은 지난 14일부터 발생했으며 지정 기간은 2028년 7월 13일까지다. 개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군공항 주변 토지 거래가 과열될 가능성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받은 뒤에도 실제 이용 목적에 맞게 토지를 사용해야 한다. 산업단지 후보지 발표 이후 주변 땅값이 먼저 움직이는 것을 막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보상과 투기 논란을 줄이려는 취지다. 호남 반도체 국가산단과 함께 경기도 용인반도체 국가산단도 동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H는 이달 16일 용인반도체 국가산단 1공구 우선 발주를 마쳤으며 보상 절차와 문화재조사, 법정보호종 이주 용역 등 필수 절차를 병행하고 있다. 호남권 산단과 용인 산단을 함께 밀어붙여 반도체 생산기지 확장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은 부지 선정 직후 사업시행자 지정, 설계 발주, 토지거래 관리까지 한꺼번에 진행되는 구조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산업기반 조성이 핵심이지만 실제 성패는 설계와 인허가, 부지 이전, 기반시설 공급을 얼마나 빠르게 맞물리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성훈 LH 사장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속도 경쟁에서 확실히 앞서기 위해 LH는 모든 역량을 쏟아 신속하게 산단 조성을 완수해 내겠다”며 “최단기간 승인, 설계, 착공을 목표로 가능한 절차는 병행 추진하고 앞당길 수 있는 절차는 최대한 앞당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6-07-30 1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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