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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신소재 찾는다"…LG CNS, 엔비디아·메타와 'AI 포 사이언스' 참전
[경제일보] 인공지능(AI)이 코드를 작성하고 문서를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신약과 신소재를 설계하는 'AI 포 사이언스'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AI가 기업의 연구개발(R&D)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에 LG CNS는 글로벌 AI 신소재 개발 연합에 합류해 국내 제조·소재 기업들의 AI 전환(AX)을 지원하며 차세대 AI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7일 LG CNS는 영국 AI 스타트업 커스프AI의 글로벌 협력체 'AI 머티리얼즈 파운드리' 창립 멤버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LG CNS는 커스프AI와 협력해 국내 산업용 신소재 개발 분야 AX 사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AI 머티리얼즈 파운드리는 AI와 화학, 소재, 컴퓨팅 인프라 분야 기업 및 연구기관들이 AI를 활용해 신소재 개발 혁신을 추진하는 글로벌 연합체다. 엔비디아와 메타, AMD를 비롯해 48개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3M과 머크 등 글로벌 소재 기업들도 신소재 개발을 위해 협력체에 합류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신약과 신소재 개발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후보 물질을 탐색하고 검증하는 능력을 갖추면서 수년이 걸리던 연구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이 반도체와 배터리, 화학, 에너지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AI 포 사이언스'는 AI 산업의 다음 격전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신소재 개발은 소재 하나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성이 크지만 개발 기간이 길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분야로 알려졌다. 수많은 물질 조합을 직접 실험해야 하는 만큼 연구개발에만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았고,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선별하고 실험 과정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서고 있다. 커스프AI는 AI와 소재 과학을 결합해 최적의 소재를 AI로 설계하고 탐색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영국 AI 스타트업이다. 지난 202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약 4억5000만 달러(약 6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AI 머티리얼즈 파운드리는 참여 기업들의 실험 데이터와 연구 네트워크, 컴퓨팅 인프라 등을 커스프AI의 에이전틱 AI 플랫폼에 통합해 산업용 신소재 설계부터 발굴과 검증,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AI가 원하는 물질의 조건과 특성을 학습한 뒤 방대한 양의 후보 물질을 생성하고 검증하는 방식이다. 실제 핀란드 화학 기업 케미라는 해당 플랫폼을 활용해 수년이 걸리던 신소재 개발 기간을 약 6개월 수준으로 단축했다. AI는 약 300조개의 분자 구조를 탐색해 20개의 신소재 후보 물질을 도출하며 연구개발 효율성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LG CNS는 이번 협력을 통해 국내 제조·소재 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AI 기반 신소재 연구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화학, 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신소재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커스프AI의 에이전틱 AI 플랫폼을 제공하고, 플랫폼 운영과 데이터 처리, 결과 검증 등을 수행하는 플랫폼 딜리버리 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국내 기업들은 고가의 연구 장비나 대규모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도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고객사는 별도의 AI 전문 인력 없이도 플랫폼을 활용해 상시적으로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으며, 플랫폼에 적용할 소재 데이터 처리부터 검증 결과 해석과 유지보수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기술 유출과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됐다. 고객사의 데이터는 독립된 전용 서버에서 격리·관리되며 AI 모델 학습에 재사용되지 않는다. 신소재 관련 특허 소유권 역시 의뢰 기업이 보유하도록 명확히 규정해 소재 기업들의 기술 보호 문제도 고려했다. AI 인프라 경쟁 역시 AI 팩토리를 넘어 연구개발 분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과거 AI 경쟁이 GPU 확보와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AI 연구소'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강국인 국내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신소재 개발 분야의 AX는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LG CNS는 이번 글로벌 협력체 참여를 계기로 국내 제조·소재 기업들의 신소재 개발 AX를 지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관련 사업 기회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장민용 LG CNS 화학·전지사업부장 상무는 "신소재 개발 분야에서 비용과 시간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기업 핵심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며 "AI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국내 제조·소재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반 신소재 연구 생태계를 활용해 실질적 사업 성과를 조기에 창출할 수 있도록 AI 파트너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2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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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버려진 현수막 재활용 전국망 구축 나선다
[경제일보] 국내에서 매년 약 6000톤의 폐현수막이 발생하지만 상당수가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가운데 SK케미칼이 지역 단위 수거·재활용망 구축에 나섰다. 24일 SK케미칼은 행정안전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추진하는 ‘2026 지방소멸극복 아이디어 솔버톤’에 참여해 폐현수막 수거부터 전처리와 자원화까지 연결하는 전국 단위 공급망 구축 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한다고 밝혔다. 모집 기간은 오는 8월 3일까지다. 지방소멸극복 아이디어 솔버톤은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가 협력해 지역 문제 해결 방안을 발굴하고 사업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공모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현수막을 안정적으로 수거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현수막 관련 사업자와 재활용 업체, 사회적경제조직, 스타트업, 기관·단체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는 폐현수막 수거 체계와 광역 집결 거점 운영, 재활용을 위한 전처리 사업 모델, 지역사회 연계 사업 등 공급망 구축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우수 아이디어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상과 상금 100만원이 수여된다. SK케미칼은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제출된 제안을 검토해 사업성과 실행 가능성을 갖춘 제안에 대해서는 향후 폐현수막 수거·재활용 사업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SK케미칼은 폐현수막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페트(PET) 소재인 ‘스카이펫 씨알(SKYPET CR)’을 생산하고, 이를 다시 현수막 제작에 활용하는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지역 중소기업과 사회적경제조직 등이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춰 폐현수막 수거와 전처리에 참여하는 전국 단위 공급망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매년 약 6000톤의 폐현수막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70%가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현수막은 재활용할 수 있는 폴리에스터 소재지만 수거와 분류, 전처리 체계가 부족해 대부분 자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안재현 SK케미칼 사장은 "폐현수막을 다시 폐현수막으로 사용하는 순환경제 모델 구축은 개별 기업의 기술과 솔루션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지역 사회와 각 지역 강소기업, 재활용 분야 전문을 보유한 사업자, 사회적경제조직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연대해 각 지역 사회 특성을 반영한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SK케미칼은 중국 산터우에 화학적 재활용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폐현수막을 비롯한 섬유 폐기물의 재활용 기술을 검증하며 관련 사업 역량을 확보해 왔다. SK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폐현수막을 단순히 세척하거나 잘게 부숴 다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학적으로 분해해 새 PET를 만들 수 있는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여러 차례 재활용할수록 소재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는 기존 재활용 방식의 한계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6-07-24 09: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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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만 뜨거운 한국경제, 수출 신기록에 취할 때 아니다
[경제일보] 한국 수출이 다시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7월 1일~2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180.6% 급증했다. 중국 수출은 94.1%, 미국 수출도 39.6% 증가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은 10.6% 감소했다. 전체 수출의 화려한 숫자 뒤에 반도체 편중과 업종별 양극화가 동시에 드러난 것이다. 수출 호조가 곧바로 경제 전반의 회복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오는 23일 발표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앞두고 로이터가 경제전문가 24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경제는 2분기 전 분기보다 0.4% 성장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1분기 성장률 1.8%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경제를 끌었지만 소비와 내수는 여전히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0.4%는 아직 전망치다. 7월 1일~20일 수출 역시 월 전체 실적이 아닌 잠정치다. 그러나 두 지표가 동시에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반도체 공장과 수출항은 뜨거운데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의 매출, 청년의 취업시장, 가계의 소비심리는 그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액은 빠르게 늘지만 국민의 살림살이가 비례해 좋아지지 않는 ‘K자형 회복’이 한국경제의 새로운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은 분명 한국경제의 소중한 기회다. 세계적인 AI 투자 경쟁 속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수출 증가와 기업 실적 개선은 세수 회복과 설비투자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와 기업은 이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반도체가 잘된다는 사실과 경제 전체가 건강하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는 경기 변동이 크고 글로벌 수요와 공급, 미국과 중국의 산업정책, 기술 변화에 민감한 업종이다. 지금은 AI용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공급 확대나 투자 조정이 시작되면 업황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일 수 있다. 한국경제가 반도체 한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할수록 업황 반전의 충격도 경제 전체로 커지게 된다. 자동차 수출이 감소했다는 점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철강과 석유화학, 기계, 배터리 등 다른 주력 산업도 관세와 중국의 추격, 공급과잉, 고유가라는 복합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분이 다른 업종의 부진을 가린다고 해서 산업 경쟁력의 약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체 수출 실적이 좋을 때 구조적 취약성을 점검하고 다음 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반도체 수출 실적을 홍보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수출 호황의 온기가 기업 투자와 고용, 임금과 소비로 퍼지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이 좋아져도 국내 설비투자와 협력업체 발주, 양질의 일자리가 함께 늘지 않는다면 수출 증가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우선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에 연구개발과 첨단 생산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전력과 용수, 산업용지와 인재 공급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말고 송전망과 용수시설, 교통망을 제때 구축해 실제 투자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공동으로 기술과 인력을 키우는 생태계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분의 사용처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일회성 현금 지원이나 단기적인 소비 부양에 투입하면 잠시 경기지표를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경제의 체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재정은 청년 고용과 직업훈련, 중소기업의 자동화·디지털 전환, 연구개발,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밀려나는 노동자의 재교육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소비 부진에 대한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 가계가 지갑을 닫는 것은 단순히 소비할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금리 부담, 불안한 고용과 노후 걱정이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상품권이나 소비쿠폰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내수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주거·돌봄·교육비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는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반도체 대기업의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내수 서비스업과 영세 사업장의 경쟁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의 양극화는 심해진다. 디지털 전환 지원과 공동 물류, 경영 컨설팅, 사업 전환을 돕되 경쟁력을 잃은 기업까지 무조건 연명시키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정부 지원은 생존 자체보다 생산성 향상과 구조 전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반도체 수출 호황을 다른 산업으로 확산하는 전략도 서둘러야 한다. AI 반도체가 데이터센터와 로봇, 자율주행차, 조선, 바이오, 방위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요 산업과 연계해야 한다.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를 넘어 반도체를 활용해 전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나라가 돼야 한다. <서경>에는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잘 다스려질 때 어지러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거안사위(居安思危)’가 나온다. 수출 실적이 좋을 때야말로 호황 뒤의 위험을 살펴야 한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에 취해 내수 부진과 산업 편중을 외면한다면 지금의 호황은 다음 불황에 대한 대비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수출액이 늘었다고 국민의 살림까지 저절로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호황이 기업의 장부에만 머물지 않고 투자와 고용, 임금과 소비로 이어져야 비로소 경제 전체의 회복이라 부를 수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반도체의 열기를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온기가 골목상권과 일자리, 다른 산업으로 번지도록 길을 놓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반도체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았다. 그러나 자동차가 제대로 달리려면 다른 바퀴와 차체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반도체만 뜨겁고 내수와 고용이 차갑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할 수 없다. 수출 신기록은 축하할 일이지만 그 숫자에 취할 때는 아니다.
2026-07-22 11: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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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한화·DL, 여수 석화 통합 승인…에틸렌 140만t 감축
[경제일보]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이 참여하는 전남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 사업재편 계획이 정부 승인을 받았다. 지난 2월 충남 대산산단에 이어 국내 석유화학산업에서 두 번째로 승인된 사업재편 사례다. 22일 산업통상부와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 4개사가 제출한 여수산단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석유화학 사업재편 2호 프로젝트이며, 여수산단에서는 첫 승인 사례다. 이번 사업재편은 여천NCC 1~3공장 가운데 이미 가동이 중단된 3공장에 이어 2공장을 추가로 폐쇄하고, 남은 1공장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을 통합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천NCC 2·3공장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각각 92만t과 47만t이다. 두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 여천NCC 생산능력은 기존 연간 228만t에서 약 90만t으로 줄어든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은 통합법인 지분을 각각 3분의 1씩 보유한다. 이번 재편으로 감축되는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간 약 140만t이다.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증설로 공급과잉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중복 설비를 줄이고 생산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한 조치다. 범용 제품 생산능력을 감축하는 동시에 각사의 경쟁력 있는 사업을 통합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운스트림 부문에서는 DL케미칼의 폴리에틸렌(PE), 한화솔루션의 PE·석유수지,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 사업 일부가 통합법인에 편입된다. 통합법인은 의료용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자동차·전선용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각각 2725억원씩 총 54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인프라 구축과 고부가 제품 전환에도 2532억원을 투자하는 등 참여 기업의 자구노력 규모는 총 8000억원 수준이다. 이번 감축이 완료되면 대산과 여수에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에틸렌 감산 규모는 총 250만t에 달한다. 앞서 대산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연산 110만t 규모의 NCC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HD현대케미칼과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받았다. 정부는 여수 사업재편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세제·인허가·연구개발(R&D) 등을 포함한 7000억원 이상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했다. 채권금융기관은 설비통합과 고부가 전환에 필요한 신규 자금 4500억원을 공급한다. 사업재편 기간인 2029년 말까지 협약 채무의 상환을 유예하고 기존 금융 조건도 유지한다. 무역보험공사는 보험료 할인과 보증 한도 우대 등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수입보험을 지원한다. 기업 분할과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와 등록면허세는 75~100% 감면한다. 기업결합 심사 기간은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고, 사업재편 이전에 취득한 인허가도 통합법인이 승계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까지 수입 나프타와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무관세를 적용해 약 156억원의 원가 절감을 지원한다. 고용유지지원금 요건 완화와 직무 전환 훈련비 지원, 지역투자촉진보조금 한도 상향 등 고용 안정 대책도 추진한다. 정부는 고부가·친환경 분야 전환을 위해 중장기 유망 R&D 3개 과제에 올해부터 248억원을 지원하고 관련 기술의 신성장·원천기술 지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대산에 이어 여수산단의 사업재편까지 승인되면서 국내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며 “기업의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국내 3대 석유화학산단 가운데 울산산단은 아직 구체적인 사업재편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실적 개선으로 감축 유인이 약해진 데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가동이 맞물리면서 기업 간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이다. 약 9조원이 투입된 샤힌 프로젝트는 연간 180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 말까지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 본격 가동할 예정이어서 기존 NCC 감축과 신규 생산능력 확대가 동시에 진행될 전망이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 성공하려면 무임승차 없이 모든 산단이 참여해야 한다”며 “대산과 여수에 이어 울산 지역 사업재편 논의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2026-07-22 09: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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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생산자물가 보합…석유제품 내리고 축산물 올랐다
[경제일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6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보합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부터 생산자 물가 지수가 지속 상승했으나 9개월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다. 통상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선행 지표로 활용된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이 전월보다 0.7% 올랐다. 농산물은 0.2%, 수산물은 0.6% 내렸지만 축산물이 2.1% 상승하면서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공산품은 전월보다 0.3% 하락했다. 석탄 및 석유제품이 5.3%, 화학제품이 1.8% 내린 영향이다. 주요 품목별로는 나프타와 제트유가 각각 23.5%, 23.4% 하락했고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수지도 각각 18.9%, 10.2% 내렸다. 반면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는 2.4% 상승했다. 컴퓨터기억장치가 10.3%, 공업계기가 18.2% 올랐다.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정보기술(IT) 지수도 전월보다 1.2% 상승했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전월 대비 1.0% 올랐다. 이 중 산업용 도시가스가 10.6%, 증기가 7.3%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0.2% 올랐다. 금융 및 보험서비스가 2.5% 상승했고 금융·보험 보조서비스 중 위탁매매수수료가 6.0% 올랐다. 운송서비스는 국제항공여객과 항공화물 가격 하락 영향으로 0.3% 내렸다. 특수분류별로는 식료품이 0.4% 상승했고 신선식품은 0.5% 하락했다. 에너지는 전월과 같았고 식료품 및 에너지 이외 지수도 보합을 나타냈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7%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3.2% 올랐다. 원재료가 2.1%, 중간재가 0.5%, 최종재가 0.5% 오르며 생산단계별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원재료는 수입과 국내출하가 각각 2.4%, 0.5% 올랐다. 중간재는 수입을 중심으로 상승했고 최종재도 수입과 국내출하가 모두 올랐다. 용도별로는 자본재와 소비재가 각각 1.2%, 0.8% 상승했다. 총산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상승했다. 공산품은 국내출하가 0.3% 내렸지만 수출이 1.3%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 0.4% 올랐고 서비스도 0.2% 상승했다. 한은은 이달 생산자물가에 대해서는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다고 봤다. 지난 1~20일 평균 두바이유 가격이 지난달 평균보다 10% 하락했으나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재개,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 인상 등이 물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산자물가의 전월 대비 오름세는 멈췄지만 중동 전쟁에 따른 2차 파급 효과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생산자물가는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6-07-22 08: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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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90달러 유가…유류세만 만지는 물가 대책으론 부족하다
[경제일보] 국제유가가 다시 세계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20일(현지시간) 국제 원유시장에서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88.6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2.61달러에 거래됐다. 이후 브렌트유는 89.22달러, WTI는 83.2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604%까지 올라섰다. 유가 상승이 에너지 가격에 머물지 않고 물가와 시장금리, 달러 가치, 주가를 동시에 흔드는 복합 충격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 금융시장의 반응은 더 예민하다. 이날 금리 파생상품 시장은 현재 연 2.25%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예금금리가 2026년 말 2.66%, 2027년 2월에는 2.73%까지 오를 가능성을 반영했다. 통상적인 0.25%포인트 인상 기준으로 사실상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한 셈이다. 에너지 가격이 다시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면 금리를 낮추기는커녕 추가 인상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정학적 충돌이 유조선의 항로를 막고 오른 기름값이 채권금리를 끌어올리며 높은 금리가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을 늘리는 악순환이 재연될 조짐이다. 한국은 이런 충격에 유난히 취약하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원유를 사실상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산업 부문의 에너지 사용 비중도 주요 선진국 가운데 높은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가 화석연료와 해외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외부 공급 충격에 취약하다고 진단한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석유화학은 물론 항공과 해운, 자동차, 철강, 농수산물과 택배비까지 비용 압력을 받는다. 기업은 오른 원가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고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의 장바구니로 돌아간다. 그런데도 정부의 고유가 대책은 여전히 유류세 인하와 주유소 가격 점검이라는 익숙한 처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류세를 낮추는 것은 급격한 가격 상승을 완충하는 데 필요하다. 정유사와 주유소가 국제유가 상승분을 빌미로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는지 점검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이미 오른 가격의 일부를 세금으로 보전하고 유통 과정의 부당행위를 막는 사후 대책일 뿐이다. 원유 공급이 실제로 줄거나 해상 운송이 장기간 차질을 빚을 경우에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유가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세금을 얼마나 낮출 것인지보다 공급이 끊겼을 때 어떤 순서로 대응할 것인지부터 국민과 시장에 밝혀야 한다. 전략 비축유 방출의 가격·수급 기준과 규모, 민간 비축분 동원 방식, 정유사별 원유 도입 차질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체화해야 한다. 비축유는 보유량 자체보다 언제,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꺼내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원유 도입선도 더 넓혀야 한다. 중동산 원유가 가격과 정제 효율 면에서 유리하더라도 특정 지역과 해협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국가경제 전체를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시킨다. 북미와 남미, 아프리카 등 대체 공급처와 장기 계약을 확대하고 유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유설비의 유연성도 높여야 한다. 평상시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공급망을 분산하는 것은 보험료와 같다. 위기가 발생한 뒤 비싼 현물 원유를 구하러 다니는 것보다 훨씬 싸다. 해상운송과 보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이 높아지면 유조선 운임과 전쟁보험료가 급등한다. 원유가 확보돼도 배가 움직이지 못하면 국내에는 들어올 수 없다. 정부는 국적선사와 정유사, 무역보험기관이 참여하는 비상 운송체계를 점검하고 전쟁 위험 때문에 민간 보험이 사실상 중단될 경우를 대비한 한시적 보증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유전에서 정유공장까지 이어지는 운송망 전체의 문제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유류세 인하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낮추면 차량을 많이 운행하고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계층이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자나 난방비 부담이 큰 저소득층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고유가가 장기화한다면 에너지바우처와 대중교통 지원, 영세 자영업자·화물운송 종사자에 대한 선별 지원을 강화하는 편이 재정의 효율성과 형평성에 맞는다. 무엇보다 재정·통화·에너지 정책의 엇박자를 막아야 한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요가 과열돼 발생한 물가와 다르다. 금리를 올린다고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거나 원유 공급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물가 기대가 확산되고 임금과 서비스 가격까지 오르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누를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을 이유로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확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광범위한 현금 지원과 정책대출을 늘린다면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고 다른 쪽은 가속페달을 밟는 꼴이 된다. 재정 지원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직접 피해를 본 계층과 업종에 집중하고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보편적 수요 부양은 자제해야 한다. 통화정책에만 물가 안정의 부담을 떠넘기지 말고 에너지 정책은 공급 충격을 줄이고 재정정책은 취약 부문을 선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 국제유가가 다시 9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아직 물리적 공급 부족이 전면화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심할 때가 아니다. 최근 유가가 과거의 극단적인 전망보다 안정된 것은 미국의 생산 확대와 전략비축유 방출, 중국의 수요 감소, 일부 해상운송 재개 등이 충격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완충 장치가 언제까지 작동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오를 때마다 유류세율을 조정하는 임시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유 방출 기준, 비상 운송·보험 지원, 취약계층 보호, 재정·통화정책 간 조율을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고유가 대응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주유소 가격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생명선을 지키는 일이다. 다시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나드는 유가는 정부에 묻고 있다. 다음 위기도 세금으로 버틸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는 에너지 대응의 구조 자체를 바꿀 것인가.
2026-07-21 18: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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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오르고 반도체 흔들린다…'양면 충격' 대비책 서둘러야
[경제일보] 한국 경제의 약점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곳에 있다. 하나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좁은 바닷길이고, 다른 하나는 손톱보다 작은 반도체 칩이다. 호르무즈해협이 흔들리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뛰고, 반도체 시장이 흔들리면 수출과 증시가 휘청인다. 지난 주말 한국 경제의 두 약한 고리에 동시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17일 브렌트유는 4.59% 오른 배럴당 88.10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격과 이란의 보복이 이어지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가스 운반선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결과다. 같은 날 세계 증시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사흘 연속 떨어지며 최근 고점보다 20%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유가는 오르고 반도체는 내리는, 한국 경제에는 가장 불편한 조합이 현실이 된 것이다. 상황은 주말에도 진정되지 않았다. 19일(현지시간) 미국은 8일 연속 이란을 공격했고,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군 시설과 주변국을 향해 미사일·무인기 공격을 이어갔다. 산유국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고, 시장에는 전쟁이 다시 넓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번졌다. 걸프 산유국들이 수출량을 늘리고 있지만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행은 다시 줄었다. 최근 하루 통항 선박이 단 3척에 그쳐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집계도 나왔다. 한국은 이 바닷길의 사소한 변화도 사소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나라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 LNG의 약 20%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친다.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지 않더라도 통항이 느려지고 보험료와 운임이 오르면 그 비용은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철강을 거쳐 결국 소비자물가로 넘어온다. 원유 가격 상승에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 충격은 배가된다. 국제유가가 그대로 있어도 환율이 오르면 한국이 지불해야 할 원화 기준 에너지 가격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편에서는 반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인공지능 투자 열풍을 타고 치솟았던 반도체주는 과도한 기대와 높은 가격 부담 앞에서 조정을 받고 있다. 대만 TSMC가 큰 폭의 이익 증가를 발표하고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시장이 더 이상 ‘좋은 실적’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AI 기업들의 막대한 설비투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반도체 수요가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연결될지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세계 반도체주 하락도 이러한 불안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였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는 단순한 수출 품목이 아니다. 지난 6월 한국의 전체 수출은 1022억5000만 달러로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1924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웃돌았다. 반도체 호황은 무역수지를 지키고 기업 투자를 늘리며 세수를 떠받치는 힘이다. 하지만 그 비중이 커질수록 반도체 가격과 글로벌 AI 투자의 작은 변화가 한국 경제 전체의 진폭을 키운다. 반도체가 잘될 때는 편중이 경쟁력으로 보이지만, 흔들릴 때는 의존으로 돌아온다. 유가 상승과 반도체 하락이 동시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를 외부에서 사오고, 벌어들이는 돈은 소수 수출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수입액이 늘고, 반도체가 꺾이면 수출액이 줄어든다. 무역수지의 양쪽 문이 동시에 압박받는 구조다. 여기에 유가 상승이 물가와 금리를 끌어올리고, 반도체주 하락이 증시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충격이 서로를 증폭할 수 있다. 정부가 유류세 조정이나 석유시장 단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유류세 인하는 급한 불을 끄는 수단일 뿐, 기름을 실은 배를 한국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정부는 원유와 LNG의 국가별·항로별 도입 현황, 민간과 공공의 비축 수준, 비축유 방출 조건, 해상보험과 운임 지원 방안, 환율 급등 시 대응 원칙을 하나의 에너지 비상계획으로 공개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이 알아야 할 것은 “당장 문제없다”는 안심의 말이 아니라 어느 단계에서 어떤 조치가 작동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다. 정부는 지난 3월 중동 상황 대응본부를 가동하면서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도입선과 운항 일정, 보험·운임 문제를 점검했다. 수급 위기가 가시화되면 국내 비축기지의 석유를 시장에 공급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미 마련된 대책이 있다면 이제는 최근의 충돌 격화와 통항 감소를 반영해 다시 공개적으로 점검할 때다. 비상계획은 서랍 속에 있을 때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내용을 알고 움직일 때 효과가 있다. 기업도 공급망을 평상시의 평균값으로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정유·석유화학·항공사는 유가와 운임이 동시에 급등하는 상황을, 자동차·배터리·철강사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함께 오르는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 역시 AI 투자가 둔화하고 메모리 가격이 조정받는 경우에 대비해 설비투자와 현금흐름을 점검해야 한다. 기업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의무적으로 공개할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주요 업종과 금융회사가 복합 충격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는 정부와 시장이 함께 확인해야 한다. 손자병법 ‘허실’에는 “먼저 싸움터에 이르러 적을 기다리는 자는 편안하고, 뒤늦게 싸움터에 달려가는 자는 피로하다”는 말이 나온다. 경제안보도 다르지 않다. 유조선의 통항이 끊어진 뒤 도입선을 찾고,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뒤 수출 다변화를 외쳐서는 늦다. 위기는 대책을 새로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미리 만든 대책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시간이다. 정부가 시장의 모든 위험을 없앨 수는 없다. 국제유가도, 세계 반도체 가격도 서울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부 변수라는 이유로 손을 놓아서도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은 가격을 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비축하고, 도입선을 넓히며, 위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데 있다. 반도체를 더 강하게 키우는 일과 반도체 외 수출 산업을 육성하는 일은 모순이 아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천연가스와 에너지저장장치를 조화롭게 활용해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일도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 한국 경제의 선택지를 늘리는 일이다. 에너지 안보와 수출 다변화는 위기 때마다 꺼내 드는 구호가 아니라, 평상시에 비용을 지불하며 구축해야 할 보험이다. 기름값은 뛰고 반도체는 흔들리고 있다. 두 현상을 별개의 뉴스로 읽으면 대책도 조각난다. 하지만 이를 한국 경제의 이중 취약성으로 읽으면 해야 할 일이 선명해진다. 에너지 비상계획을 공개하고, 기업별 공급망을 점검하며, 수출의 두 번째와 세 번째 기둥을 세워야 한다. 호르무즈해협과 반도체 시장은 앞으로도 흔들릴 것이다. 흔들림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나라 경제 전체가 함께 휘청이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정책의 기본이다.
2026-07-20 09: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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