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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가 바다로 간다…K조선이 '데이터센터'를 띄우는 이유
[경제일보] 대형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만들던 국내 조선사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를 바다 위에 띄우기 시작했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지와 전력 공급, 냉각 문제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자 조선업계가 부유식 구조물 설계·건조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와 관련 전력 인프라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FDC는 육상 건물 대신 바다나 강 위에 부유식 구조물을 띄우고 내부에 서버와 전력·냉각 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가스텍 2026’에서 자체 개발한 60MW급 FDC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처음 공개했다. 해상에서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바닷물을 냉각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60MW급 설계에 대한 기본인증(AiP)도 확보했다. 특히 발전 방식과 서버 종류, 데이터센터 용량을 고객 요구와 설치 환경에 맞게 구성할 수 있도록 모듈화 설계를 적용했다. 다만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며 “FDC는 시장 수요와 고객사 요구에 맞춰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상용화 시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잡았다. 지난 4월 ABS와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50MW급 FDC에 대한 기본인증을 받았으며, 미국 현지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전력·자동화 기업 등과 사업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조선소에서 설계와 제작, 주요 장비 통합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활용해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구축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그리스 선사와 영국 로이드선급, 미국 AI 서버 전문기업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협력 분야에는 신규 프로젝트 발굴과 경제성 검토, 해상 환경에서의 AI 서버 운용 검증 등이 포함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50MW급 FDC의 상용화 목표는 2028년 2분기”라고 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해상 AI 서버 운용 검증의 구체적인 단계와 실제 기술 검증 과정에서 확인된 난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 7월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과 FDC 인프라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 인프라와 HD한국조선해양의 해상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FDC 통합 설계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AI 시대가 되면서 데이터센터 확보 수요가 커지고 해상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선박 건조 역량을 기반으로 FDC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조선사가 FDC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배경에는 기존 사업과의 기술적 연관성이 있다. 해상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띄우는 선체 설계부터 전력설비 통합, 복원성 확보와 안전관리까지 상당 부분이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이미 축적해온 기술과 맞닿아 있다. 반면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악천후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해상 전력망을 구축해야 하고, 파도와 진동, 염분과 습도로부터 고가의 IT 서버를 장기간 보호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해저 통신망 연결과 유지보수 비용, 국가별 해상 인허가 등도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HD현대는 데이터센터 자체뿐 아니라 전력을 공급하는 ‘바다 위 발전소’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자체 힘센엔진을 활용한 100MW급 부유식 발전설비(BMPP)에 대해 ABS 기본인증을 확보했다. BMPP는 발전엔진을 해상 구조물에 설치해 전력을 생산한 뒤 대규모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 등에 공급하는 설비다. FDC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가 안고 있는 전력과 부지, 냉각 문제를 일부 보완할 수 있어서다. 대규모 육상 부지를 새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고, 해수를 냉각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발전설비까지 함께 구축할 경우 육상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아직 국내 조선사들의 FDC 사업은 기본인증과 기술개발, 사업화 검토 단계에 있다. 한화오션은 시장 수요에 맞춰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인 반면 삼성중공업은 2028년 2분기를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제시하는 등 업체별 사업 추진 속도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실제 수주와 상업운전을 통해 구축비와 운영비, 유지보수 비용까지 포함한 경제성이 확인돼야 본격적인 시장 확대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선박을 만들던 조선사의 사업 영역이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까지 넓어지는 가운데 ‘바다 위 데이터센터’가 실제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10-06 14: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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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새 성장로드맵, '첨단소재·전지·수소' 키운다
[경제일보] 롯데케미칼의 성장 공식은 오랫동안 명확했다. 대규모 설비를 확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이를 합성수지와 화학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이었고, 생산능력 확대가 곧 성장 전략이었다. 1976년 설립된 호남석유화학은 1979년 롯데그룹에 편입됐다. 롯데는 석유화학을 그룹의 핵심 제조업으로 육성하며 생산시설을 확대했다. 2016년에는 삼성의 화학계열사를 인수해 첨단소재와 정밀화학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확장 DNA가 이제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과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범용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생산능력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4월 투자자 간담회에서 첨단소재·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를 4대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범용 석유화학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화학 기술을 고부가 산업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몸집 줄이는 기초화학…성장 공식부터 바꾼다 사업재편의 출발점은 대산이다. 롯데케미칼이 분할한 롯데대산석화와 HD현대케미칼의 합병법인 H&L어드밴스드가 이달 출범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을 각각 50% 보유하는 구조다. 통합법인은 향후 3년에 걸쳐 연산 110만톤 규모의 대산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을 중단하고 저수익 설비를 조정할 계획이다.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을 연결해 원료 조달과 생산비용을 낮추려는 목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7일 H&L어드밴스드에 60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출자 예정일은 28일이다. 설비 통합이 끝이 아니라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까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구조조정이라는 의미다. 여수에서도 한화솔루션·DL케미칼·여천NCC와 설비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공장을 늘려 성장했다면 이제는 중복 설비를 줄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3000억원 율촌 투자…첨단소재로 무게중심 이동 줄이는 사업이 있다면 키우는 사업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남 율촌산업단지다. 롯데케미칼 자회사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연산 50만톤 규모의 컴파운딩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생산라인이 상업가동에 들어갔으며 올해 전체 준공을 추진 중이다. 컴파운딩은 플라스틱에 첨가제 등을 혼합해 강도와 내열성, 충격 저항성 등을 높이는 기술이다. 범용수지를 대량생산하는 것과 달리 자동차·전자제품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에 맞춰 제품을 설계한다. 율촌 공장은 ABS와 폴리카보네이트 등 기능성 소재를 생산하고, 향후 피지컬 AI와 항공우주 분야에 사용되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량보다 고객별 소재 설계와 기술력으로 이익을 확보하는 사업으로 이동하려는 시도다. AI 회로박부터 수소까지…네 갈래 성장축 전지소재 사업도 고부가 제품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용 동박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회로박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회로박은 전자회로용 소재로, 배터리 전극에 사용되는 전지박과 용도가 다르다. 회사는 익산의 고부가 회로박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말레이시아 생산거점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정밀화학에서는 반도체 현상액이 핵심이다. 롯데케미칼과 일본 도쿠야마의 합작사 한덕화학은 반도체 미세회로 제조에 쓰이는 TMAH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용 고부가 소재도 확대 대상이다. 에너지에서는 수소 생산·유통·발전을 연결한다. 합작사 롯데SK에너루트는 울산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며 연말까지 총 80MW 규모의 설비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산에서는 고압 수소출하센터가 지난해 11월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갔다. 범용 화학제품 생산으로 축적한 기술과 산업단지 인프라를 반도체, 배터리, 수소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성장보다 중요한 수익성…전환 DNA의 시험대 관건은 새로운 사업이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느냐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101억원으로 두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초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23억원에 그쳤다. 반면 첨단소재 부문은 1325억원, 롯데정밀화학은 61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1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부가 사업이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전지소재의 수익성 회복은 아직 과제라는 의미다. 투자를 무조건 늘릴 수도 없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7일 당초 770억원을 투입하려던 울산 폐PET 화학적 재활용 설비의 추가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미래사업이라도 투자회수 가능성이 낮으면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롯데케미칼의 DNA가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보해 시장을 넓히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설비를 줄이고 어떤 기술에 자본을 집중할지 선택하는 능력으로 바뀌고 있다"며 "2030년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생산능력보다 실제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은 범용 설비를 합리화하고 그 기반 위에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전지소재와 수소를 쌓으려는 것"이라며 "확장으로 성장한 기업이 선택과 집중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을지, 롯데케미칼의 다음 DNA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2026년 09월 22일자 15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9-22 07: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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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크림서 배터리까지…'79년 전환 DNA' LG화학, 3대 엔진 가동
[경제일보] LG화학의 출발점은 거대한 석유화학 공장이 아니었다. 1947년 부산에서 만든 화장품 ‘럭키크림’이었다. 잘 팔리던 크림의 뚜껑이 쉽게 깨지자 창업주 구인회는 플라스틱에서 해법을 찾았다. 고객의 불편을 새로운 소재와 기술로 해결하려던 시도가 오늘날 LG화학으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락희화학공업사는 이후 플라스틱 빗과 비눗갑을 생산하며 소재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생활용품을 팔던 회사가 제품을 구성하는 원료와 소재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이후 79년 동안 되풀이됐다. 생활화학에서 플라스틱과 석유화학으로, 다시 전지와 정보전자소재·첨단소재·바이오로 주력 사업을 끊임없이 옮겼다. 석유화학 키우고, 배터리 준비한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의 중심은 석유화학으로 이동했다. PVC와 ABS 등 합성수지 사업을 확대했고 여수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2000년대에는 LG대산유화와 LG석유화학을 잇달아 합병하며 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도 강화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이 성장하는 동안 이미 다음 먹거리도 준비하고 있었다. LG화학은 1995년 2차전지 연구를 시작해 1997년 리튬이온전지 시제품을 만들었고, 1999년 국내 최초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외환위기로 상당수 기업이 투자를 접던 시기에도 연구를 이어간 결과였다. 이후 2009년에는 GM의 양산형 전기차 볼트에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배터리가 독자적인 대형 사업으로 성장하자 회사는 다시 구조를 바꿨다. 2020년 전지사업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완제품 배터리는 떨어져 나갔지만 LG화학은 양극재 등 핵심 소재를 남겼다. 2024년에는 GM과 2035년까지 50만톤 이상의 양극재를 공급하는 24조7000억원 규모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를 직접 만드는 회사에서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로 역할을 다시 바꾼 셈이다. 바이오도 새로운 축으로 편입했다. LG생명과학을 합병한 데 이어 2023년 미국 항암제 기업 AVEO를 인수하며 글로벌 항암 신약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석유화학에 뿌리를 두면서도 성장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온 것이다. ‘전환의 DNA’가 이끈 컨버팅 LG화학은 올해 이 같은 사업 방식을 ‘기술이 강한 컨버팅(Converting) 회사’라는 비전으로 구체화했다. 다만 회사가 말하는 컨버팅은 단순히 업종을 바꾸거나 기존 사업을 신사업으로 대체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LG화학 관계자는 “고객과 시장, 기술이 변화하는 영역에서 회사가 보유한 모든 기술과 역량을 결집해 사업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는 활동”이라며 “단순한 소재 공급자를 넘어 고객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까지 함께 설계하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오랜 시간 축적한 원천 기술과 공정 노하우, 제품 기획·설계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맞춤형 기술과 공정 솔루션을 제안하는 역량이 경쟁력”이라며 “축적된 기술을 새로운 산업과 시장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기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과거 럭키크림의 깨지는 뚜껑을 플라스틱으로 해결했던 방식과 맞닿아 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단순히 공급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 뒤 그 기술을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LG화학이 79년 동안 반복해 온 사업 방식에 ‘컨버팅’이라는 이름을 붙인 셈이다. LG화학 역시 공식적으로 컨버팅을 단순 사업 전환이 아닌 고객의 제품 성능과 제조 공정까지 함께 설계하는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다. 석화의 LG에서 반도체·로봇·항암으로 다음 전환의 목적지도 구체화됐다. LG화학은 2035년까지 연구개발(R&D)에 15조원을 투입하고 이 가운데 70%를 반도체·인프라, 모빌리티·로봇, 항암 신약 등 3대 핵심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통 화학사업 의존도를 낮추면서 기술 장벽과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자원을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인프라에서는 AI 반도체 성장에 맞춰 첨단 패키징 소재를 집중 육성한다. 패키징용 접착제와 저유전·열관리 소재, 유리기판 등이 대상이다. 기존 PID·DAF·CCL 등 전자소재 경쟁력을 토대로 2030년 관련 사업을 매출 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모빌리티는 전기차에서 로봇으로 영역을 넓힌다. 로봇 구조 소재와 정밀 구동·접합 소재를 개발하고 고객사와 공동개발을 통해 진입장벽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항암 신약에서는 글로벌 임상과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술이전과 인수합병(M&A)을 활용해 파이프라인의 사업화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다음 사업을 키우는 동시에 회사를 성장시킨 석유화학의 체질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장기간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국내 NCC 생산능력을 연간 270만~370만톤, 전체의 최대 25%가량 줄이는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도 지난해 12월 정부에 석유화학 사업재편안을 제출했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LG화학은 국내 최대 에틸렌·프로필렌 생산업체인 만큼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있다. 결국 범용제품의 규모 경쟁보다 자동차·전자·반도체 등 고객 산업과 밀착된 고부가 제품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LG화학은 한 가지 사업을 79년간 지켜온 회사라기보다 기술을 들고 성장하는 산업으로 계속 이동해 온 회사에 가깝다. 화장품에서 출발한 플라스틱 기술은 석유화학으로 이어졌고, 화학과 소재 기술은 배터리와 전자소재로 뻗었다. 이제 그 끝은 AI 반도체와 로봇, 항암 신약을 향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이 다음 전환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과잉과 전기차 시장 변화 속에서 기존 사업을 재편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의 수익성을 증명해야 한다. LG화학이 말하는 ‘컨버팅’의 진짜 시험대도 여기다. 79년간 회사를 키운 전환의 DNA가 또 한 번 LG화학의 주력 사업을 바꿀 수 있을지가 승부처다. [아주경제 2026년 08월 20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8-20 09: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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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폴스타·BMW 리콜…계기판·전조등·제동장치 결함
자동차 안전 조치는 제때 확인하지 못해 시정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아령의 주간 오토세이프]는 국내 리콜 및 무상점검 정보를 매주 정리해 소비자가 필요한 조치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경제일보] 렉서스와 폴스타, BMW 일부 차종에서 제작 결함이 확인됐다. 계기판 소프트웨어 오류부터 전조등 광도 이상, 커튼 에어백 체결 불량, 통합제동장치 품질 문제 등이 리콜 사유에 포함됐다. 26일 국토교통부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이번 리콜 대상은 한국토요타자동차 230대, 폴스타오토모티브코리아 1067대, BMW코리아 40대 등 총 1337대다. 먼저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렉서스 UX300h 2WD를 리콜한다. 콤비네이션 미터(계기판) 소프트웨어 오류로 시동 시 계기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화면 일부가 표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해당 차량은 지난 23일부터 전국 렉서스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계기판 소프트웨어를 무상 업데이트하고 있다. 오류가 발생한 경우에는 차량 시동을 끈 뒤 다시 시동을 걸면 정상 작동할 수 있다. 폴스타오토모티브코리아도 폴스타2 LRSM·LRDM·SRSM 1067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한다. 전조등 제작 과정에서 LED 광학장치 정렬이 일부 어긋나면서 전조등 밝기가 국내 안전기준보다 밝거나 어두워질 가능성이 확인됐다. 회사는 전조등 컨트롤 모듈에 개선된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번 업데이트는 무선(OTA)이 아닌 서비스센터 방문을 통해 진행된다. BMW코리아는 두 건의 리콜을 시행한다. 먼저 BMW iX3 50 xDrive 29대는 조립 공정에서 좌우 커튼 에어백 고정 나사가 규정 토크로 체결되지 않았거나 일부 누락됐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 경우 주행 중 소음이 발생하거나 사고 시 에어백이 비정상적으로 전개돼 탑승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할 수 있어 고정 나사를 재체결하거나 누락된 나사를 추가 장착하는 시정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BMW 520i, 530i xDrive, 740i, X1 sDrive20i, X5 M60i xDrive, X7 xDrive40d·40i, XM 등 11대도 리콜 대상이다. 이들 차량은 지난해 실시한 통합제동장치 교체 리콜 당시 품질이 개선되지 않은 부품이 장착된 것으로 확인돼 개선품으로 다시 교체한다. 통합제동장치의 서보모터 위치센서에 신호 장애가 발생하면 안전모드로 전환되면서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고 ABS와 차체자세제어(DSC)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차량 소유주는 자동차리콜센터에서 차량번호 또는 차대번호(VIN)를 입력해 리콜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제작사 안내문을 받기 전에도 예약 및 시정조치를 받을 수 있고, 모든 리콜은 무상으로 진행된다.
2026-07-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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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화학 줄이고 재활용 소재 키운다…석화 3사 생존전략
[경제일보] 국내 주요 화학사들이 범용 석유화학 의존도를 낮추고 재활용·바이오 기반 고부가 소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 중동발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둔화, 탄소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기존 대량생산 중심의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SK케미칼이 최근 발간한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3사의 공통 키워드는 ‘저탄소’와 ‘순환소재’다. 범용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재활용 원료, 바이오 원료, 고기능 소재, 제품별 탄소 데이터 대응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향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압박을 받았고,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증설을 주요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도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통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고부가·친환경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LG화학, 고부가 소재와 탄소 데이터 대응에 방점 LG화학은 고부가 소재와 고객 대응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술 장벽이 높고 고객 밀착형인 고부가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 등 첨단 산업용 소재와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LG화학은 이미 반도체와 모빌리티 소재 분야에서 매출을 내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반도체·모빌리티 등 소재 매출을 현재 1조원에서 2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은 현재 매출이 있는 분야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데이터 대응도 핵심 과제다. LG화학은 현재 국내 사업장을 중심으로 산정하는 Scope 3 배출량을 향후 해외 법인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내년까지 해외 사업장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일부 선진국과 고부가 소재 관련 고객사들의 데이터 제출 요구가 증가하고 있어 중요성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LCA는 제품의 원료 조달부터 생산,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PCF는 이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량만 따로 계산한 제품 탄소발자국이다. 화학사가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탄소 성적표까지 함께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롯데케미칼, 리사이클·바이오 소재 수익성 강조 롯데케미칼은 리사이클·바이오 제품의 사업화 실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롯데케미칼의 2025년 리사이클·바이오 제품 판매량은 10만1680t, 매출액은 3553억원이다. 2024년보다는 줄었지만 2023년 판매량 9만1000t, 매출액 3126억원과 비교하면 중기적으로는 확대된 수준이다. 2025년 재생원료 사용량은 2만3480t이다. 롯데케미칼은 친환경 소재를 단순한 환경 대응 제품이 아니라 스페셜티 영역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판매량 변동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리사이클·바이오 소재는 스페셜티 소재 영역이기 때문에 범용 대비 수익성이 높은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에코시드(ECOSEED)는 롯데케미칼의 리사이클·바이오 소재 통합 브랜드다. 물리적·화학적 리사이클 소재와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아우른다. 롯데케미칼은 ABS, PC, PP 등 44개 제품에 대해 ISCC PLUS 인증을 취득했고, UL ECV 인증도 확보했다. 친환경 소재 시장은 단일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재활용 소재를 많이 요구하는지, 소재 채택의 주요 기준이 무엇인지는 고객별로 다를 수 밖에 없다. 적용처에 따라 가격, 물성, 인증, 재생원료 함량, 탄소 데이터 요구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SK케미칼, 자동차·식음료로 적용처 확대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 화학적 재활용 소재, 바이오 기반 소재를 중심으로 특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 제품군, CR-PET, 바이오매스 기반 제품 판매량 중 재활용 원료 포함 제품과 바이오소재 비율을 2040년까지 9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준 그린 소재 판매 비중은 28%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화학적 재활용 소재는 화장품 패키징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스카이펫씨알(SKYPET CR)은 식품·음료용 패키징 분야를 비롯해 자동차 분야에서도 적용 사례를 늘리고 있다. 자동차 분야 확대도 주목된다. SK케미칼은 최근 오스트리아 자동차 카펫 제조사 듀몬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SKYPET CR을 적용한 자동차 카펫 및 매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자동차 품질 기준 검증을 완료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유럽 주요 완성차 브랜드 적용도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에코트리아씨알(ECOTRIA CR)은 현재 화장품과 프리미엄 패키징 시장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스카이펫씨알이 식음료·자동차 쪽으로 확장성을 보여준다면, 에코트리아씨알은 고급 패키징 시장에서 차별화되는 구조다. 원료 확보도 경쟁력 변수로 떠올랐다. 화학적 재활용 산업에서는 안정적인 폐플라스틱 원료 확보가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이를 곧바로 사업 확대의 병목으로 보기는 어렵다. SK케미칼은 원료 기반 강화를 위해 에프아이씨(FIC)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FIC는 폐플라스틱을 수거·선별·전처리해 화학적 재활용 공정에 적합한 원료로 가공하는 시설이다. 폐이불과 PET 분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분까지 원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재생원료 규제, 친환경 소재 시장 키운다 제도 환경도 화학사의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환경부는 2026년 1월부터 무색 페트병에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2026년 의무사용률은 10%이며, 2030년까지 의무 대상과 의무율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공시 규제도 변수다. 금융위원회는 2028년 연결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부터 지속가능성 공시를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와 목표 등이 핵심 공시 항목으로 꼽힌다. 결국 3사의 방향은 한 곳으로 모인다. 석유화학 제품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LG화학은 첨단 산업용 소재와 탄소 데이터 대응에, 롯데케미칼은 리사이클·바이오 소재의 수익성에, SK케미칼은 화학적 재활용 소재의 적용처 확대에 각각 방점을 찍고 있다. 다만 친환경 소재가 곧바로 실적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재생원료 확보, 인증 비용, 고객사별 요구 조건, 기존 범용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 등이 모두 변수다. 석유화학 불황이 길어질수록 친환경 소재는 선택지가 아니라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을 사업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6-07-14 13: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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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GA 재본격화… 미국 조선 재건 누가 이끄나
[사진=ChatGPT] [경제일보] 미국 조선업 재건을 둘러싼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경쟁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과 통상 불확실성으로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미국 정부의 정보요청(RFI)을 계기로 실무 검토 단계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RFI로 본격화된 한미 조선 협력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방부와 해군은 국내 조선사들에 전투함과 급유함 건조·설계 역량을 묻는 RFI를 보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전투함 관련 역량을 미 국방부에 전달했고, 미 해군의 중형급 급유함 RFI에는 삼성중공업까지 포함해 국내 조선 3사가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RFI는 곧바로 발주를 뜻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 정부가 한국 조선사의 건조 실적, 설계 인력, 연간 생산능력, 현지 협력 구도 등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는 발언과 맞물리면서 마스가가 구호를 넘어 실제 사업 검토 단계로 진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한 한미 제조업·안보 협력 프로젝트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해 4월 ‘미국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을 통해 조선업과 해양 산업, 관련 인력 기반을 되살리는 것이 국가안보와 경제 번영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손을 내미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조선 역량 격차가 있다. 미국은 해군력과 상선 건조 능력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지만, 자체 조선소만으로는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회복하기 어렵다. 한국 조선사들이 보유한 설계·건조·공정관리 역량이 미국 조선 재건의 현실적인 보완재로 떠오른 이유다. 조선 3사 전략 경쟁 본격화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현지 거점을 확보했다. 한화는 2024년 필리조선소 인수에 1억 달러를 투자했고, 이후 시설과 인력, 생산능력 개선을 위한 추가 투자도 진행해왔다. 한화오션의 강점은 ‘미국 안에 있는 조선소’와 ‘한국의 함정 건조 역량’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화는 미 해군 함정 발주와 관련한 법·제도 개정 흐름을 주시하면서, VARD, 한화필리조선소, 한화디펜스USA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에 참여하는 등 주요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국의 건조 역량과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비용·납기·정책 리스크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미국 해양방산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현재까지 한화오션의 미 함정 MRO는 군수지원함을 중심으로 진행돼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는 관련 규제 내에서 수행이 가능한 MRO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 및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만큼 향후 법·제도 변화에 따라 MRO와 신조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함께 열어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방산 조선사와의 협력망을 넓히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2024년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향후 5년간 미 해군과 해상수송사령부 소속 함정 MRO 사업 입찰 자격을 확보했고, 이후 미 7함대 소속 4만1000톤급 화물보급함 ‘앨런 셰퍼드’함과 ‘세사르 차베즈’함 정비 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함정 건조 비용과 납기 개선, 조선소 디지털화, 공정 자동화, 로봇·AI 도입, 생산인력 교육, 기자재 공급망 참여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 L3해리스, 안두릴, ABS 등과의 협력까지 감안하면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현지 조선소를 직접 보유한 한화오션과 달리 미국 방산·기술·선급·기자재 기업을 촘촘히 묶는 네트워크형 전략에 가깝다. 삼성중공업은 급유함과 군수지원함 분야에서 미국 시장 접점을 넓히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제너럴다이내믹스 산하 미국 조선사 나스코와 차세대 군수지원함 기본설계 사업에 참여했고,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는 미 해군 MRO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LNG선과 해양플랜트, 자동화 조선소 기술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전투함보다 지원함과 상선 성격의 군수 분야에서 역할을 찾는 구도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전투함 사업을 해온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전투함보다는 급유함이나 군수지원함 쪽에서 역할을 찾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군수지원함이 전투함과 달리 상선 성격에 가까운 영역으로 분류돼 삼성중공업도 접근 가능한 분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조선사들이 보유한 자동화·로봇 기술도 미국 조선업의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들 세 기업의 전략은 다르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와 MRO 경험을 앞세운 ‘현지 거점형’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MRO 실적과 헌팅턴 잉걸스 협력을 기반으로 한 ‘방산 네트워크형’이다. 삼성중공업은 전투함보다 급유함·군수지원함에 초점을 맞춘 ‘비전투 지원함형’ 전략에 가깝다. 결국 관건은 누가 미국의 제도 장벽을 먼저 넘고, 한국식 생산 시스템을 미국 조선 재건 과정에 실제로 이식하느냐다. 마스가가 여는 조선 생태계 확장 수혜는 조선소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스가가 본격화되면 엔진, 전장, 통신체계, 친환경 기자재, 선박관리, MRO 서비스 등으로 파급 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 한화엔진, 한화시스템,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마린엔진 등 한화·HD현대 계열 밸류체인뿐 아니라 국내 기자재업체에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미국 함정 건조는 법·제도와 보안, 원산지, 노조, 인력 양성, 현지 조달망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RFI가 실제 발주로 이어지려면 미국 내 건조 규정 완화, 현지 조선소 투자, 한국 인력·기술 투입 방식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한국이 빨리 지을 수 있다”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결국 마스가의 본질은 조선소 투자 경쟁이 아니다. 미국 안보 공급망 재편 속에 한국 조선 생태계가 얼마나 깊이 편입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한화오션은 미국 안에서 생산 거점을 확보했고,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와 협력망을 구축했으며, 삼성중공업은 지원함·MRO 시장에서 접점을 넓히고 있다. 미국 조선 재건의 첫 실전 무대에서 조선 3사의 승부가 시작됐다.
2026-07-1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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