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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가 바다로 간다…K조선이 '데이터센터'를 띄우는 이유
[경제일보] 대형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만들던 국내 조선사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를 바다 위에 띄우기 시작했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지와 전력 공급, 냉각 문제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자 조선업계가 부유식 구조물 설계·건조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와 관련 전력 인프라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FDC는 육상 건물 대신 바다나 강 위에 부유식 구조물을 띄우고 내부에 서버와 전력·냉각 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가스텍 2026’에서 자체 개발한 60MW급 FDC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처음 공개했다. 해상에서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바닷물을 냉각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60MW급 설계에 대한 기본인증(AiP)도 확보했다. 특히 발전 방식과 서버 종류, 데이터센터 용량을 고객 요구와 설치 환경에 맞게 구성할 수 있도록 모듈화 설계를 적용했다. 다만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며 “FDC는 시장 수요와 고객사 요구에 맞춰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상용화 시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잡았다. 지난 4월 ABS와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50MW급 FDC에 대한 기본인증을 받았으며, 미국 현지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전력·자동화 기업 등과 사업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조선소에서 설계와 제작, 주요 장비 통합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활용해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보다 구축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그리스 선사와 영국 로이드선급, 미국 AI 서버 전문기업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협력 분야에는 신규 프로젝트 발굴과 경제성 검토, 해상 환경에서의 AI 서버 운용 검증 등이 포함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50MW급 FDC의 상용화 목표는 2028년 2분기”라고 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해상 AI 서버 운용 검증의 구체적인 단계와 실제 기술 검증 과정에서 확인된 난제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HD한국조선해양도 지난 7월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슈나이더일렉트릭과 FDC 인프라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 인프라와 HD한국조선해양의 해상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FDC 통합 설계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AI 시대가 되면서 데이터센터 확보 수요가 커지고 해상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선박 건조 역량을 기반으로 FDC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조선사가 FDC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배경에는 기존 사업과의 기술적 연관성이 있다. 해상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띄우는 선체 설계부터 전력설비 통합, 복원성 확보와 안전관리까지 상당 부분이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이미 축적해온 기술과 맞닿아 있다. 반면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악천후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해상 전력망을 구축해야 하고, 파도와 진동, 염분과 습도로부터 고가의 IT 서버를 장기간 보호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해저 통신망 연결과 유지보수 비용, 국가별 해상 인허가 등도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HD현대는 데이터센터 자체뿐 아니라 전력을 공급하는 ‘바다 위 발전소’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자체 힘센엔진을 활용한 100MW급 부유식 발전설비(BMPP)에 대해 ABS 기본인증을 확보했다. BMPP는 발전엔진을 해상 구조물에 설치해 전력을 생산한 뒤 대규모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 등에 공급하는 설비다. FDC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육상 데이터센터가 안고 있는 전력과 부지, 냉각 문제를 일부 보완할 수 있어서다. 대규모 육상 부지를 새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고, 해수를 냉각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발전설비까지 함께 구축할 경우 육상 전력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아직 국내 조선사들의 FDC 사업은 기본인증과 기술개발, 사업화 검토 단계에 있다. 한화오션은 시장 수요에 맞춰 상용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인 반면 삼성중공업은 2028년 2분기를 상용화 목표 시점으로 제시하는 등 업체별 사업 추진 속도에도 차이가 나타난다. 실제 수주와 상업운전을 통해 구축비와 운영비, 유지보수 비용까지 포함한 경제성이 확인돼야 본격적인 시장 확대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선박을 만들던 조선사의 사업 영역이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까지 넓어지는 가운데 ‘바다 위 데이터센터’가 실제 차세대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10-06 14: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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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탄 K-조선… 몸집 키우고, 글로벌 영토 넓히고, 플랜트 특화
[경제일보]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대한민국 조선업계에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하지만 순풍을 맞이한 ‘조선 빅3(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향하는 목적지는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 한화오션은 ‘글로벌 거점 확장’,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 해양 설비 특화’를 미래 생존 전략으로 낙점했다.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는 세 회사가 앞으로 어떤 시장에 무게를 둘지 보여 주는 예고편과 같다. 올해 1분기 한국 조선 3사의 영업이익률은 9.4~15.3%를 기록하며 일반 제조업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통상 2~3년이 걸리는 조선업의 수익 인식 구조 덕분이다. 2022~2023년 고선가 시기에 수주한 일감이 올해 손익계산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직계열화 vs 밸류체인 확장 vs 초격차 기술…3사가 택한 미래 생존법 HD현대중공업의 핵심 무기는 ‘규모’와 ‘수직계열화’다. 1분기 매출은 5조9163억원, 영업이익률은 15.3%로 3사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말 중형선 전문 계열사인 HD현대미포를 흡수 합병하며 덩치를 키운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을 견인한 또 다른 축은 ‘자체 엔진 사업’이다. 선박과 엔진을 함께 만드는 수직계열화 구조 덕분에 엔진기계 부문 영업이익률은 조선 부문을 웃도는 21.1%를 기록했다. 현재 약 3년 치 수주잔량을 확보한 이 부문은 국내 조선업계의 ‘공통 엔진 공급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외 확장에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1분기 매출 3조2099억원으로 2위에 오른 한화오션은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LNG 밸류체인’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미국 필리조선소(약 1435억원) 인수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전문기업 다이나맥(약 8800억원)을 연이어 품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미국 LNG 수출 터미널 운영사인 ‘넥스트데케이드’ 지분 6.8%(1803억원) 확보다. 이는 단순히 배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LNG 밸류 체인 안으로 들어가려는 한화오션의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에너지플랜트 부문에서 발생한 1분기 739억원 적자는 아쉬운 대목이다. 대규모 해외 거점 및 에너지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철저하게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했다. 1분기 매출은 2조9023억원으로 3사 중 가장 적었지만, 재무 체력은 가장 극적으로 회복됐다. 1분기 말 기준 5000억원의 순현금을 기록하며 2012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순현금 체제로 전환했다. 핵심 동력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다. 한 기당 3조~4조원에 달하는 대형 FLNG를 건조할 수 있는 조선소는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대형 FLNG 5기를 수주해 3기를 인도했다. 또한 올해 ‘코랄 노르트’와 ‘델핀 LNG’ 프로젝트 등 최대 4기(약 12조~16조원 규모)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LNG운반선 중심 포트폴리오를 해양플랜트로 분산하려는 전략이다. 미래 신사업으로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를 꼽는다. 최근 미국(ABS)과 영국(LR) 선급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개념 설계 인증을 받았고, 오픈AI(OpenAI) 등과의 협력도 모색 중이다. 장밋빛 전망 이면의 과제… ‘지속가능성’ 증명해야 할 시간 조선 3사가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지만, 넘어야 할 공통의 파도도 존재한다. 우선 올해 1분기 조선 3사 모두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겪었고, 미국 무역 정책의 변화와 고부가 선종(LNG선 등) 시장까지 노리는 중국 조선소의 맹추격은 상당한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노르웨이 선급 DNV가 “IMO의 넷제로(Net-Zero) 프레임워크 채택이 1년 지연됐다”고 밝힌 점도 변수다. 기후 규제 지연으로 암모니아·메탄올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선박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으로 가는 큰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라면서, “조선업이 다시 한국 경제의 효자가 됐고, 10년 뒤에도 이 호황이 이어질 때 이른바 빅3 중 누가 가장 멀리 도달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했다. 조선 3사는 각자 다른 생존 전략을 꺼내 들었지만,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풀어야 할 뚜렷한 과제들이 자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당면 과제는 ‘합병 효과 그 이후’를 증명하는 것이다. 2분기부터 도크 운영 효율 개선과 원가 절감 등 본연의 체질 개선 결과가 실제 숫자로 확인돼야만 진정한 ‘규모의 경제’를 입증할 수 있다. 가장 과감한 미래 베팅에 나선 한화오션은 투자 회수(ROI)라는 긴 호흡의 싸움을 견뎌야 한다. 미국 필리조선소와 싱가포르 다이나맥 인수, 넥스트데케이드 지분 투자는 미국 LNG 밸류체인을 선점하겠다는 명확한 청사진이다. 그 사이 견뎌야 할 에너지플랜트 부문의 적자와 특수선 사업의 실적 변동성은 경영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FLNG 명가’로 거듭난 삼성중공업은 수주 변동성 극복이 핵심 과제다. FLNG는 초고부가가치 시장임이 명확하지만, 발주 건수 자체가 적어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회사 전체의 실적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좁은 선택지다. 삼성중공업이 LNG 운반선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해양플랜트 전반으로 분산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세대 먹거리로 추진 중인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역시 아직은 개념 설계 인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 수주와 매출 창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주경제 2026년 05월 21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6-05-21 08: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