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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강국'의 무게,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잊지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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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강국'의 무게,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잊지 말아야 할 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2026-03-08 13:52:00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세계 경제를 다시 흔들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는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로 출렁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환율 변동성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는 환율·금리·물가의 ‘3중 압박’ 속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 가능성을 예고한 것은 국민 경제의 불안을 키우는 소식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5월 21일부터 장기 총파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 실질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 보상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 자체는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직원들이 제도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조직의 동력도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경기 순환 산업이다. 호황기에는 막대한 이익을 내지만 불황기에는 수조 원대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산업에서 성과급 체계와 임금 구조를 급격히 바꾸는 문제는 기업의 장기적 경영 안정성과 직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갈등이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파장이 매우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에서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핵심 공급자다. 글로벌 IT 산업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멈추지 않는 초정밀 생산 시스템이다. 생산 라인이 중단되면 웨이퍼 폐기 등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공정을 정상화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대규모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그 영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특히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차세대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시기다. 주요 경쟁 기업들이 생산 확대와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은 단순한 일시적 손실을 넘어 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그 파장은 더욱 크다. 반도체는 수출의 핵심 축이자 성장의 동력이다. 여러 차례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버텨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있었다.

노동의 권리는 민주 사회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노동자가 정당한 요구를 제기하고 협상 과정에서 힘을 행사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그러나 그 권리는 사회적 공감 속에서 행사될 때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지금처럼 경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노사 모두 그 무게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노조는 파업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노동운동이 사회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강경한 구호보다 합리적 설득이 필요하다. 사측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성과급 제도의 기준과 구조가 직원들에게 충분히 납득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환기에 있다. 이런 시기에 산업 현장의 갈등이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 대가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삼성전자는 한국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다. 그 무게만큼 노사 모두에게 요구되는 책임도 크다. 힘겨루기가 아니라 지혜로운 타협이 필요한 이유다.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이 멈추는 일만은 어떤 방식으로든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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