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금융시장은 언제나 탐욕과 공포 사이를 오간다. 자산 가격이 오를 때는 부채가 성공의 지름길처럼 보이지만, 금리와 시장 환경이 바뀌는 순간 부채는 가장 무거운 짐으로 돌아온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와 국내 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다. 유동성 장세가 끝나면서 초저금리 시대에 누적된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다시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취약 차주의 상환 능력 악화다. 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고, 자산 가격 조정까지 겹치면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집값과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 '영끌'과 '빚투'에 뛰어든 청년층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상승기에는 레버리지가 수익을 키웠지만 하락기에는 손실을 배가시키는 위험 요인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이런 부실이 개인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취약 차주의 연체가 확대되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신용 공급이 위축된다. 이는 소비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의 회복세마저 흔들 수 있다.
과거 금융위기가 보여주었듯 시스템 리스크는 작은 균열에서 시작된다. 선제적 대응이 늦어질수록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지금 거시적 구호보다 정교한 미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고정금리 전환을 확대하고, 금리 인하 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며, 일시적인 상환 유예와 채무 재조정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새출발기금 등 기존 지원 제도도 실제 재기 지원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전면적인 점검이 요구된다. 연체가 발생한 이후보다 연체 가능성이 높은 차주를 조기에 선별해 관리하는 예방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원칙도 분명해야 한다. 금융 안전망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이지 투자 실패를 무조건 보상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채무를 반복적으로 떠안는 행태까지 보호한다면 금융 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원은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 방향이어야 하며,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 금융교육의 빈약한 현실도 그대로 드러냈다. 금리 상승기의 위험과 레버리지의 양면성, 분산투자의 원칙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장의 과열 심리에 휩쓸린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기회를 잃는다'는 포모(FOMO) 심리가 합리적 투자 판단을 대신했다. 금융 문해력은 개인의 자산관리 능력을 넘어 국가 경제의 안정성과도 직결된다. 학교와 사회에서 실질적인 금융교육을 체계화해야 하는 이유다.
리스크 관리는 위기가 시작된 뒤가 아니라 호황기에 준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을 왜곡하는 무분별한 지원도, 방관도 아니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과 시장 원칙, 취약계층 보호라는 세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는 정교한 정책이다.
정부와 금융권, 그리고 시장 참여자 모두가 부채의 위험을 다시 인식하고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갈 때만이 또 다른 금융위기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위기는 언제나 준비된 경제에는 기회가 되고, 준비하지 못한 경제에는 재앙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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