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둔 서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묘하다. 현장에서는 집을 내놓기보다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단순한 거래 감소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흔들리는 곳은 늘 전월세시장이다.
정부가 기대한 그림은 비교적 명확했다. 세 부담이 커지기 전에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공급이 늘면서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실제로 봄 들어 일부 급매물이 출회되며 거래가 잠시 살아나는 듯한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급매물은 빠르게 소화됐고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다시 6만건대로 내려왔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결국 불확실성이다. 양도세 중과 재개뿐 아니라 추가 세제 개편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다주택자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집을 팔았다가 몇 달 뒤 세제 방향이 또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시장에 퍼져 있다. 정책 변화 가능성이 커질수록 시장에서는 매도와 매수 모두 늦춰지는 흐름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전월세시장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집을 팔지 않겠다는 선택은 결국 임대 물건 감소로 연결된다. 집주인들이 직접 거주를 택하거나 증여로 방향을 돌리면 시장에 남는 전세 물건은 더 줄어든다. 최근 전세시장에서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세시장은 원래 시장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이다. 매매시장이 막히면 수요는 사라지지 않고 임대시장으로 이동한다. 집 구매를 미룬 사람들은 전세시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공급은 충분하지 않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줄고 기존 임대 물건도 감소하고 있다. 시장의 압력이 자연스럽게 전세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동하는 인구가 다시 늘어난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수원과 용인, 성남, 고양처럼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이동이 몰리고 있다. 단순한 생활권 이동이라기보다 서울에서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밀려나는 모습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서울 집값보다 더 무거운 것은 전세 보증금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도 시장을 그대로 둘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다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은 정책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거래를 억누르면 시장이 잠시 조용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거래 감소가 곧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공급 전망까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착공 감소 흐름이 이어지면서 몇 년 뒤 공급 부족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급 불안 심리가 커질수록 집주인들의 관망 분위기 역시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추가 규제 경쟁이 아니다. 시장이 예측 가능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신호다. 세금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공급은 실제 얼마나 이뤄질지, 임대시장은 어떻게 안정시킬지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집주인도 세입자도 움직일 수 있다.
다주택자 규제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 나타나는 신호 역시 함께 볼 필요는 있다. 시장은 거래량보다 실제 체감 불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커지는 것은 집값보다 ‘살 집을 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불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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