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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공의 비용'이라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안이한 현실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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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설] '성공의 비용'이라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안이한 현실 도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경제일보
2026-05-26 09:44:07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이른바 ‘3고(高)’ 중첩 위기를 두고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자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도약의 마찰음”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호황, 명목성장률의 상승, 세수 확충 등을 근거로 들며 우리 경제에 선순환이 작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현상 역시 코스피 급등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 실현 환전 수요 때문이라며 ‘성공이 만들어낸 역설적 현상’으로 포장했다.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고충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지나친 낙관론을 넘어 통계적 착시와 수사적 논리로 위기를 은폐하려는 현실 도피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달라진 눈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안목’이라는 김 실장의 말은 현장의 비명과 철저히 동떨어져 있다. AI 붐을 탄 일부 첨단 대기업의 실적 폭발이 한국 경제 체질 전반의 도약을 의미하진 않는다. 

대기업의 호실적이 고용이나 골목상권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는 탓이다. 늘어나는 대출 이자와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으며 서민들은 최소한의 소비마저 줄이며 지갑을 닫고 있다. 거시지표의 화려한 숫자가 만드는 ‘반도체 착시’에 가려져 정작 민생 경제는 고통스러운 비용만 떠맡은 채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두고 성공의 증거라 강변하는 논리 또한 견강부회다. 글로벌 긴축 기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등 대외적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를 자극해 고물가를 고착화하는 주범이다. 

이는 결국 금리 인하를 가로막아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최저선이 5%를 넘고 상단이 7%를 돌파하는 고금리 장기화로 이어진다. 1993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운영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에 고금리와 고물가는 감내해야 할 ‘마찰음’이 아니라 목을 죄어오는 ‘치명상’이다. 그런데도 청와대 최고위 경제참모가 이를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 소회가 아니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시장에 즉각 반영되고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발언에 무게와 신중함을 더했어야 했다. 현장의 고통을 외면한 채 거시지표의 장밋빛 환상만 설파하는 것은 민생 경제의 위기 극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시각만을 강조하다 정작 발등의 불을 끄지 못한다면 그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곡학아세에 불과하다. 지금 청와대가 할 일은 미사여구로 고통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을 위한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실물경제 활성화 대책이라는 방어막을 시급히 구축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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