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글로벌 해운업계가 다시금 공급과잉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발주된 대규모 선박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투입되는 반면 운임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해운업계가 호황 이후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선박금융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적선사 100개사의 신규 선박금융 실행 규모는 78억9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선박 투자와 자금 조달이 모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선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재무 안정성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위험 부담이 큰 후순위 금융 비중은 최근 3년간 7%에서 5%, 3%로 감소했다. 지난해 선박 투자 가운데 74%는 중고선에 집중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를 꼽는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 세계 선박 수주잔량은 2억CGT를 넘어선 상태다. 코로나19 시기 해운 호황으로 선사들이 대거 발주한 선박이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했고 향후 2~3년 동안도 공급 증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공급 증가가 곧바로 운임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2024년 홍해 사태 이후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동일한 물동량을 운송하기 위해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해졌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관세 확대를 앞두고 화주들이 물량을 선제적으로 이동시키면서 수요까지 증가했다.
공급은 늘었지만 실제 시장에서 필요한 선복량도 함께 늘어나면서 공급 증가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해운 시황은 시장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특수 상황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HMM 관계자는 "최근 공급 증가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2024년부터 공급량은 늘고 있었다"며 "홍해 사태와 선제 물동량 증가가 공급 확대 영향을 상쇄했지만 앞으로도 대규모 선박 인도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시장 전망도 보수적이다. 글로벌 해운 분석기관 드루리(Drewry)는 올해 원양 컨테이너선사의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공급 증가가 지속되는 반면 운임 상승 요인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변수가 적지 않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유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교란 가능성 등이 다시 운임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HMM 역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경기 둔화, 공급 증가 등이 올해 해운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박 투자 전략에서도 업종별 차이가 나타난다. 해진공 자료에 따르면 벌크선과 탱커선은 중고선 중심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컨테이너선과 LNG선은 신조선 비중이 높다.
이는 사업 구조 차이 때문이다. 컨테이너선은 정해진 노선과 스케줄에 맞춰 운영되는 정기선 사업인 만큼 동일 선형의 선박을 대규모로 확보해야 한다. 반면 벌크선은 화물과 시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되는 부정기선 시장이어서 중고선 거래가 활발하다.
HMM 관계자는 "벌크선 시장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시장이라 중고선 거래가 활발한 반면 컨테이너선은 정기 노선 운영 특성상 신조선 확보 비중이 높다"며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는 친환경 선박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결국 업계의 관심은 운임보다 생존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는 운임 상승이 실적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현금 여력과 재무구조, 친환경 선대 경쟁력이 기업 간 격차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화물을 실어 나르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공급과잉 국면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버틸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향후 2~3년이 글로벌 해운업계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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