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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국회 원구성 답보…법사위 싸움에 민생경제 볼모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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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국회 원구성 답보…법사위 싸움에 민생경제 볼모 잡혔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송정훈 기자
2026-06-29 16:08:29
사진AI 생성이미지
[사진=AI 생성이미지]

[경제일보] 22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또다시 멈춰 섰다. 국회 의장단은 선출됐지만 정작 국회를 굴러가게 할 상임위원장 배분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에서 막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과제와 민생입법을 뒷받침하려면 법사위원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입법의 최종 관문인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야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다고 맞선다. 여기에 정무위원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주요 경제 상임위원장 배분까지 얽히면서 협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또 자리 싸움에 갇혔다. 여당은 책임정치를 말하고, 야당은 견제정치를 말한다. 말만 놓고 보면 둘 다 그럴듯하다. 그러나 국민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정치권의 권력 계산일 뿐이다. 국민에게 더 절박한 것은 대출금리, 장바구니 물가, 전기요금, 일자리, 집값, 세금이다. 국회가 상임위원장 명패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가계의 이자 부담은 줄지 않고 기업의 투자 결정은 미뤄지며 정부 정책은 국회 문턱에서 멈춰 선다.
 
법사위는 국회 입법의 수문장이다.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로 간다. 그래서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놓고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여당은 법사위를 야당에 넘기면 국정과제 입법이 막힐 수 있다고 본다. 야당은 여당이 법사위까지 장악하면 입법 독주를 막을 장치가 사라진다고 우려한다. 양쪽 모두 나름의 논리는 있다. 그러나 법사위가 입법 품질을 높이는 관문이 아니라 정쟁의 병목으로 변질된다면 그 논리는 국민 앞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상임위 공백이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금융시장과 공정거래 질서를 다루는 핵심 상임위다. 재경위는 세제와 재정, 거시경제 정책을 좌우한다. 산자위는 반도체, 에너지, 통상, 산업경쟁력의 최전선이다. 예결위는 정부 예산의 마지막 문턱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구조개혁과 경기 대응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자본시장 밸류업,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정리, 금융소비자 보호, 소상공인 지원, 반도체·AI·에너지 투자, 세수 관리, 민생 예산 조정이 모두 국회 논의와 맞물려 있다. 국회가 멈추면 경제정책도 멈춘다.
 
그 피해는 가장 먼저 가계로 간다. 금융 취약계층 지원, 서민금융 보강, 전세사기 피해 지원, 소상공인 채무조정, 통신비·에너지비 부담 완화 같은 민생 법안은 상임위가 열려야 논의된다. 여야가 법사위 명패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동안 서민은 이자 고지서를 먼저 받는다. 국회의 하루 공전은 정치권에는 협상 전략일지 몰라도 가계에는 생활비 압박이다. 민생을 입에 달고 사는 정치가 정작 민생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기업도 피해자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세법이 어떻게 바뀔지, 산업지원 예산이 유지될지, 금융규제가 풀릴지 조여질지, 노동·환경·공정거래 규정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으면 투자를 미룬다. 투자가 늦어지면 고용도 늦어진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조선, 방산, AI 데이터센터, 에너지 인프라처럼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은 국회와 정부의 정책 신호에 민감하다. 정치권이 상임위 배분을 놓고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해외 경쟁자는 투자 속도를 높인다. 국회의 정쟁은 기업에는 비용이고 국가경제에는 기회 손실이다.
 
정부도 발목이 잡힌다. 정부는 예산과 법률이라는 두 바퀴로 움직인다.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도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않으면 종이 위 계획에 머문다. 경기 대응책을 내놓아도 입법과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과는 반감된다. 정부가 국회를 우회하려 하면 행정 독주 논란이 생기고 국회가 정부를 무조건 막으면 국정 마비가 된다. 여당은 다수의 힘을 절제해야 하고 야당은 견제의 이름으로 국회 정상화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지금의 대치는 어느 한쪽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양쪽 모두 국민경제 앞에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국회가 지금 밝아야 할 것은 자리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고통이다. 상임위원장 자리가 권력 배분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순간 국회는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당 간 점령지가 된다. 법사위가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법사위가 국민을 위해 작동하느냐다. 정무위가 어느 당 몫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 공정거래 질서가 제대로 논의되느냐다.
 
정치권은 원구성 협상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는 어렵다기보다 염치가 없어 보인다. 국회는 다수결만으로 움직여서도 안 되지만 소수의 발목잡기로 멈춰서도 안 된다. 다수당은 책임 있게 의제를 추진하되 야당의 견제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야당은 견제하되 국회 공백을 협상 카드로 써서는 안 된다. 상임위원장 배분은 정치적 협상의 대상일 수 있지만 국회 마비는 협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계산해야 할 것은 의석수가 아니라 손실이다. 국회가 하루 늦어질 때 민생 법안은 얼마나 밀리는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은 얼마나 커지는가. 기업 투자 결정은 얼마나 지연되는가. 정부 예산 심사는 얼마나 압박받는가. 이런 비용표를 국민 앞에 내놓는다면 여야가 지금처럼 쉽게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수 있겠는가.
 
국민은 법사위원장 이름보다 자신의 대출금리를 더 걱정한다. 정무위원장 배분보다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방지를 더 원한다. 예결위원장 몫보다 내년 예산이 어디에 쓰일지를 더 궁금해한다. 기업은 어느 당이 상임위를 차지했는지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정부는 정쟁의 승리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국정 동력을 필요로 한다.
 
국회는 싸우라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싸움에도 순서가 있다. 먼저 문을 열고 회의를 열고 법안을 올리고 예산을 따져야 한다. 그다음에 치열하게 다투면 된다. 문도 열지 않은 채 열쇠를 누가 쥘지만 다투는 정치는 국민에게 설명할 수 없다. 국회를 열지 않는 정치는 견제가 아니라 직무유기다.
 
22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은 단순한 자리 싸움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정치 리스크를 얼마나 더 견딜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여야가 법사위와 경제 상임위를 놓고 끝까지 힘겨루기를 벌인다면 그 비용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 낸다. 가계는 이자로 내고 기업은 투자 지연으로 내며 정부는 정책 실기라는 이름으로 낸다.
 
경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국회가 멈춰도 시장은 움직이고 국회가 싸워도 국민의 청구서는 날아온다. 여야가 정말 민생을 말하려면 원구성부터 끝내야 한다. 권한을 나누는 협상보다 책임을 나누는 합의가 먼저다. 국회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그 상식을 잊는 순간, 원구성 싸움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위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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